그 말을 들은 진서준은 마음이 아픈 듯 김연아를 껴안았다.“이제는 제가 있잖아요. 우리는 영원히 헤어지지 않을 겁니다.”“서준 씨, 고마워요. 이번 생에 서준 씨를 만난 건 정말 저의 행운입니다.”두 사람은 서로를 꼭 껴안았다.김연아의 몸에서 나는 은은한 향기가 가슴에 스며들었다.김연아의 아름다운 얼굴을 보자 진서준은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김연아는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눈을 지그시 감고 진서준의 입술을 기다렸다.진서준의 입술이 김연아의 얼굴에 닿으려고 할 때 누군가가 진서준의 가슴을 때렸다.팍!진서준은 세게 한 대 맞았지만 아무런 아픔도 느끼지 못했다.“연아 언니, 왜 여기 있는 거죠? 게다가 낯선 아저씨랑 뭐 하는 거예요!”허윤진은 이를 갈며 진서준과 김연아를 노려보았다.방금 밖에서 물건을 사고 돌아오던 허윤진이 진서준과 김연아가 집 앞에서 껴안고 있는 것을 보았다.“언니는 진서준을 좋아한다고 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왜 다른 남자랑 이런 일을 하는 거예요.”허윤진이 씩씩거리면서 물었다.진서준이 인피면구를 쓰고 있었기에 허윤진은 진서준을 알아보지 못했다.“저기요. 우리 연아랑 아는 사이에요?”진서준은 허윤진이 화를 내자 일부러 장난치고 싶어서 수상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연아 언니를 알 뿐만 아니라 언니가 좋아하는 남자가 있다는 것도 알아요. 그쪽은 누구세요? 당장 연아 언니를 놓아줘요!”허윤진은 잔뜩 화가 난 표정으로 진서준을 노려보았다.방금 허윤진은 온 힘을 다해 진서준의 가슴을 쳤다.하지만 이 중년 남자는 아무런 일도 없는 것 같았다.그래서 허윤진은 이 중년 남자에 대해 몹시 경계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연아는 줄곧 저를 좋아했어요. 게다가 우리 둘은 이미 약혼까지 한 사이예요.”진서준은 김연아를 껴안고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그러자 김연아는 진서준을 힐끗 쳐다만 볼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뭐라고요?”허윤진은 너무 놀란 나머지 입을 떡하니 벌렸다.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김연아를
“어쩌다 이렇게 된 거예요?”허윤진은 궁금한 듯 손으로 진서준의 얼굴을 찔렀다. 하지만 그의 얼굴은 보통 사람과 똑같았고 이상한 데가 없었다.“이건 인피면구라는 거야. 네가 아무리 만져도 떨어지지 않지.”진서준은 허윤진이 손으로 이리저리 자기 얼굴을 만지도록 내버려두었다.허윤진은 못 믿겠다는 듯 힘껏 진서준의 얼굴을 꼬집었다.“아파! 살살하라고.”진서준은 아파서 허윤진의 손을 살짝 쳤다.“정말 안 뜯어지네... 설마 평생 이 얼굴로 살아야 하는 건가요? 너무 못생겼는데...”허윤진은 살짝 걱정 어린 말투로 물었다.비록 허윤진은 남자의 외모에 별로 신경 쓰지 않았지만 진서준의 지금 모습은 완전히 아저씨였다.진서준과 거리를 걷는다면 다른 사람들은 분명히 그녀가 진서준의 돈을 보고 만난다고 생각할 것이다.“물론 뜯을 수 있지. 이걸 벗지 못하면 나도 애초에 쓰지 않았어.”진서준은 눈을 희번덕거렸다.부모님께서 물려받은 얼굴은 소중히 여겨야 했다.만약 인피면구를 벗지 못하면 진서준은 무슨 일이 있어도 쓰지 않았을 것이다.“다만 요 며칠 동안만은 나와 좀 거리를 두어야 해. 내가 지금 쓰고 있는 이름은 김평안이야. 연아의 먼 친척 삼촌이지.”진서준은 뒤로 물러나며 일부러 허윤진과 거리를 두었다.“하하! 김평안? 정말 촌스러운 이름이네요.”허윤진은 배를 끌어안고 웃음을 터뜨렸다.그러자 진서준은 허윤진을 향해 눈을 힐끗 희번덕거렸다.“촌스럽다니 다행이네. 난 지금 중년 남자인 척하고 있으니 이름부터 촌스러워야 신농산의 그 사람들이 나한테 신경 쓰지 않을 거야.”“들어가 보세요. 언니와 아빠가 서준 씨를 알아볼 수 있는지 궁금하네요.”허윤진은 말하며 진서준의 손을 끌어당기려 했다.그러자 진서준은 재빨리 피하며 진지하게 부탁했다.“나와 좀 거리를 유지해 줘. 그렇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우리가 이렇게 친밀한 걸 보면 반드시 내 신분을 의심할 거야.”허윤진은 입을 삐죽이며 시큰둥한 표정으로 별장에 걸어 들어갔다.별장 거실에 들어오자 허
내일이 바로 섣달그믐날인데 진서준이 없으니 허성태는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잠시만 나가 있어 주세요.”그때 허윤진은 집 안에 있던 하인들을 물러나게 했다.하인들이 모두 떠나자 허윤진은 허사연에게 말했다.“언니, 이 사람은 사실 인피면구를 쓴 형부야.”그 말을 들은 허사연은 즉시 득의만면한 미소를 지었다.“내가 서준 씨의 기운이 느껴진다고 했지. 생김새나 기질은 변해도 냄새는 여전했어.”수련을 시작한 이후로 허사연은 힘과 속도가 많이 강해졌을 뿐만 아니라 청각과 후각도 많이 예리해졌다.허사연은 진서준의 냄새를 머릿속에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게다가 김연아는 자신에게 먼 친척 삼촌이 있다는 얘기를 꺼낸 적도 없었다.그래서 허사연은 눈앞에 있는 중년 남자가 어쩌면 진서준이겠다고 추측했다.“서준아, 왜 이렇게 변한 거야?”허성태도 재빨리 일어서서 깜짝 놀란 표정으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이건 인피면구예요. 다음 달이면 신농산으로 가야 하는데 제 정체를 꼭 숨겨야 해서 어쩔 수 없이 쓴 거예요.”진서준은 허사연이 자신의 정체를 알아맞힐 수 있겠다고 생각했기에 별로 놀라지 않았다.“신농산 그쪽은 몹시 위험하겠죠?”허사연은 걱정 어린 눈빛으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위험하지 않다면 진서준도 실제 얼굴을 숨기지 않았을 것이다.“그래... 좀 위험하기는 한데 무사히 잘 다녀올게.”진서준이 가슴을 치며 장담했다.“자자, 일단 밥부터 먹자.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누자.”허성태는 그들을 불러서 함께 밥 먹자고 했다.식사 도중에 진서준은 단약 한 알을 꺼냈다.“아버님, 이건 제가 제련한 강신환이라고 하는데 아버님께서 드시면 신체가 튼튼해질 뿐만 아니라 모든 독소가 몸에 들어오지 못해요. 그리고 지금보다 20년은 더 젊게 보이실 겁니다.”강신환은 진서준이 성약당에서 특별히 허성태 같은 보통 사람들을 위해 제련한 단약이었다.수선의 길은 매우 험난해서 아무나 시도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허성태 같은 보통 사람들을 위해 진서준이 할 수 있는 건
진서준은 결코 쉽게 헛된 약속을 하지 않았다.하지만 그가 한 약속은 목숨을 걸고라도 반드시 지킬 것이다.허사연은 그 말을 듣고 몹시 행복했다.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이 모든 걸 말해줬다.“꼭 무사히 돌아와야 해요!”...시끌벅적한 설 명절이 끝나고 허사연과 허윤진은 보름 동안 집에서 허성태와 함께 있다가 운대산으로 갔다.허사연과 허윤진을 운대산으로 보내면 적어도 그녀들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었다.진서준은 그녀들과 함께 운대산으로 가지 않고 먼저 신농산에서 가장 가까운 장릉 마을로 향했다.신농산이 명승지가 된 후 장릉 마을의 경제도 따라서 빠르게 발전했다.기차역뿐만 아니라 지난 2년 동안 고속철도역도 개통했다.10여 층 높이의 빌딩들이 하나둘씩 우뚝 솟아 있었고 다양한 호텔, 펜션 등 없는 게 없었다.진서준이 장릉 마을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밤이었다.진서준은 호텔에 입주하고 짐을 놓은 후에 식당에 가서 신농에 관한 정보를 좀 알아보려고 했다.방금 기차에서 내릴 때 진서준은 이미 장릉 마을에 온 많은 무인을 발견했다.종사와 대종사 경지인 무인들이 내공 경지의 무인들보다도 더 많았다.그건 대한민국 무도계의 많은 사람이 소식을 얻었다는 걸 말해주었다.신농이 이번 달에 열 명의 제자를 모집할 것이다.만약 운 좋게 그의 제자가 되면 신분이 순식간에 변할 수 있었다.하지만 신농이 제자를 모집하는 것도 매우 엄격했다. 나이가 너무 많거나 자질이 평범해도 안 되었다.신농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세상에 드문 천재들이었다.진서준은 여러 식당에 갔지만 모두 사람들로 가득 찼다.여러 집을 찾아다니다가 겨우 빈자리 하나를 찾았다.들어가서 앉자 종업원 한 명이 달려왔다.“고객님, 뭘 준비해 드릴까요?”“이 가게의 대표 메뉴를 모두 주세요.”진서준이 말했다.“알았어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종업원은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로 웃으면서 대답했다.요 며칠 그가 만난 고객들은 모두 돈이 엄청 많은 부자였다.평소에 이곳으로 여행을
“아저씨도 신농 문파에 들어가려고 온 거예요?”소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그러자 진서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요. 예전부터 신농에 들어가고 싶었어요.”“그러면 아저씨는 무슨 실력이죠?”소녀가 계속하여 물었다.진서준은 대답하지 않고 손가락 두 개를 내밀었다.그러자 소녀는 머리를 긁적거리더니 진서준을 자세히 쳐다보았다.“이급 대종사세요? 연세가 기껏해야 마흔다섯 정도 되어 보이는데. 제 넷째 삼촌과 비슷하겠네요. 하지만 제 넷째 삼촌은 아저씨보다 실력이 더 뛰어날 거예요. 삼촌은 수련 천재이기에 우리 집안의 모든 자원을 삼촌한테 다 줬어요.”소녀는 무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넷째 삼촌이 누구세요?”진서준은 궁금한 듯 눈썹을 치켜올렸다.40대의 이급 대종사는 대한민국에서 극히 드문 존재였다.이런 사람은 천재라고 할 수 있었다.하지만 소녀는 자기 넷째 삼촌이 진서준보다도 더 강하다고 말했다.“아저씨, 다른 사람에게는 비밀로 해줘야 해요.”소녀는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제 넷째 삼촌은 조기강이에요. 올해 금방 검존 봉호를 받은 분이죠.”소녀는 자랑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진서준은 그 말을 듣고 살짝 어리둥절했다. 사실 그도 조기강이라는 사람에 대해 들어봤다.마흔다섯 살의 나이에 사급 대종사였고 검도를 수련하는 그는 동북 조씨 가문의 최강자였다.다만 진서준은 이해가 되지 않은 게 있었다.‘이 소녀가 조씨 가문의 사람이라면 왜 이런 초라한 옷차림일까? 설마 집에서 몰래 도망쳐 나온 건 아니겠지?’“혹시 아가씨도 조씨 가문 분이세요?”진서준이 물었다.그러자 소녀는 살짝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제 이름은 조민영이라고 해요. 조씨 가문의 사람이 맞긴 하죠. 그런데 이 사실을 절대 다른 사람에게 말해서는 안 돼요.”진서준은 웃으면서 대답했다.“그런데 왜 저한테는 알려주는 거죠?”조민영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저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볼 수 있어요. 아저씨는 저
얼마 지나지 않아 진서준이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민영 씨, 같이 먹죠.”진서준은 맛있는 고기 요리를 직접 조민영 앞에 밀어 놓았다.조민영은 푸짐해 보이는 고기 요리를 보자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군침을 꿀꺽 삼켰다.며칠 동안 고기 구경도 하지 못했으니 먹고 싶은 굴뚝같았다.“아저씨, 그... 그럼 저도 사양하지 않을게요.”조민영은 젓가락을 들고 정신없이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조민영이 밥을 먹는 모습을 보며 진서준은 몇 년 전의 진서라를 떠올렸다.두 사람의 성격은 너무 닮아 있어서 똑같은 틀에서 찍어낸 것 같았다.하지만 진서라는 특별한 체질이 아니었고 그냥 평범한 사람이었다.조민영의 국수가 나왔을 때, 그녀는 이미 배가 불러 있었다.“아저씨, 저 배 터질 것 같네요. 아저씨가 아직 덜 배부르면 제 국수 더 드세요.”조민영은 별다른 생각 없이 국수를 선뜻 진서준 앞에 밀었다.“고마워요, 나도 마침 국수가 먹고 싶었거든요.”진서준도 사양하지 않고 두세 입 만에 국수 한 그릇을 뚝딱 해치웠다.올라온 음식을 전부 해결하고는 진서준은 웨이터를 불러 계산했다.“민영 씨, 혹시 묵을 곳은 있어요?”조민영은 밥값도 계산할 수 없는 정도였으니 호텔에 묵을 돈도 있을 리 없었다.진서준이 이런 질문을 던진 건 조민영에게 방을 잡아주려는 의도였다.지금쯤 장릉 마을에는 사람이 엄청 많았고 어쩌면 사수들이 있을지도 몰랐다.만에 하나 사수가 조민영을 발견하기라도 하면 조민영은 틀림없이 죽을 길밖에 없었다.“없어요...”조민영은 고개를 푹 숙이며 대답했다.“민영 씨가 이 아저씨를 믿는다면 아저씨랑 같이 가시죠. 아저씨가 방 하나 잡아줄게요.”진서준은 그 모습을 보자 미소 지으며 제안했다.“저 아저씨 믿어요.”조민영은 즉시 고개를 들며 신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진서준을 바라보았다.이 소녀는 기쁨과 분노가 얼굴에 바로 드러나는 타입이라 자기 감정을 전혀 숨기지 못했다.“좋아요, 그럼 아저씨랑 같이 갑시다.”진서준은 조민영을 데리고 식당을 나
진서준은 조민영의 대담한 제안에 깜짝 놀랐다.조민영의 무구한 체질은 사람의 마음을 꿰뚫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항상 속지 않는 건 아니었다.진서준은 조민영이 이렇게 무조건 자기를 믿을 줄은 상상하지 못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당연히 알죠. 그래도 전 아저씨가 좋은 사람이란 걸 알기에 저한테 불순한 생각을 품지 않을 거라고 믿어요.”조민영은 확신에 찬 표정으로 해명했다.그 말을 들은 진서준은 오히려 민망해졌다.“민영 씨에게 불순한 생각은 들지 않는 건 사실이지만 민영 씨가 이따가 잘 때 옷을 벗으면...”진서준은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우려를 드러냈다.“괜찮아요, 옷은 벗지 않아도 돼요. 그냥 외투만 벗으면 되죠.”조민영은 달콤하게 웃으며 대답했다.조민영이 이렇게까지 말하자 진서준도 더 이상 뭐라 하지 않았다.게다가 밖에 누군가 조민영을 노리고 있으니 같은 방을 쓰면 조민영도 보호할 수 있어 그리 나쁜 일은 아닐 거로 생각했다.“아저씨, 저기... 미안하지만 일단 나가 있을래요? 아무래도 먼저 씻어야 할 것 같아서요. 몇 분 안 걸릴 거예요.”조민영의 눈빛에는 간절함이 가득했다.진서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받아들였다.“그래요, 내가 밖에 있을 테니 나쁜 놈이 창문으로 들어오면 꼭 날 불러요.”“알았어요.”진서준은 방을 나와 조용히 밖에서 기다렸다.그런데 10분이 넘게 지났는데도 욕실에서는 여전히 샤워 소리가 들렸다.진서준은 상황이 이상하다는 걸 직감하고 재빨리 방 안으로 뛰어들었다.방안의 창문은 활짝 열려 있었고 조민영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상태였다.“제기랄!”진서준은 욕설을 내뱉고 창문으로 몸을 날렸다.창문 아래 바닥에 물 자국이 있었고 진서준은 그 자국을 따라 한참을 추적한 끝에 어느 산림에 도착했다.그리고 멀리서 희미하게 조민영의 구조 요청이 들려왔다.진서준은 최대한 빠르게 움직여 그 소리가 나는 쪽으로 돌진했다.그곳에 도착했을 때, 조민영은 목욕 수건을 걸친 채로 검은 양복을 입은 청년 어깨에 들려 있었다.그 청
사수 청년은 조기강을 본 적이 없었다.하지만 자기에게 상처를 입힌 눈앞에 있는 이 중년 남자는 확실히 검존의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이 남자는 나이가 45세 정도이고 사급 대종사 이상의 실력에 검을 사용하는 사람이었다.대한민국 전역을 둘러봐도 이 조건에 맞는 사람은 동북 조씨 가문의 조기강밖에 없었다.“난 조기강이 아니야. 내가 조기강이었다면 아까 그 한 방에 넌 이미 재가 되었을 거야. 네가 잡아간 그 여자가 누군지 알아? 그 여자는 조씨 가문 금지옥엽, 조기강의 조카딸이야.”진서준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사수 청년은 그 말에 순간 멍해졌다. 자기가 납치한 여자가 이렇게 높은 신분을 가진 사람인 줄은 몰랐다.동북 조씨 가문은 동북에서 명망이 가장 높은 명문대가였다.얼마 전 봉호전에서 조기강이 검존의 칭호를 얻으면서 조씨 가문의 위상은 더욱 높아졌다.이런 상황에서 조민영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조씨 가문은 분명 끝까지 진상을 파헤칠 것이다.그때가 되면 이 사수 청년은 죽음 외에는 다른 길이 없을 건 물론이고 심지어 청년이 속해 있는 조직과 관련자도 함께 몰락할 게 분명했다.사수 청년은 조민영을 보면서 아쉬운 눈빛이 가득했고 입을 쩝쩝 다셨다.청년이 조민영의 미모에 탐욕을 느낀 건 아니었다. 그보다는 조민영의 몸이 청년에게 너무나도 큰 유혹이었다.마치 마약 중독자가 마약을 갈망하듯 자기가 죽더라도 조민영의 몸을 한 번 즐기고 싶었다.“난 이 여자를 네게 넘길 수 없어. 이 여자는 내 거야.”청년은 두 눈이 시뻘겋게 충혈되었고 이를 악물며 말했다.불을 발견하고 달려드는 나방처럼 청년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길에 들어섰다.조민영은 사수 청년의 무시무시한 모습에 겁에 질려 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조민영은 눈앞의 이 사수 청년이 얼마나 음침하고 위험한 존재인지 똑똑히 느낄 수 있었다.“그럼 죽어.”말이 떨어지자마자 진서준은 자취를 감췄다.다음 순간, 사수 청년이 미처 반응도 하기 전에 황금빛 검광이 그의 오른팔에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