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훈이 전화를 끊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학교 입구에서는 작은 소동이 일어났다.“오늘 이게 다 무슨 일이에요? 이사장님들까지 왜 오신 거예요? 무슨 큰일이라도 난 건 아니에요?”“설마 정소현 때문에 그러는 건 아니겠죠?”“설마요? 정소현이 무슨 재주로 이사장님들까지 부르겠어요?”하지만 이사장이 문제가 아니었다. 학교 입구에 선 아우디가 사람들의 시선을 더 끌었다.“이분은... 성남시 교육청의 천일강, 교육청의 이인자가 왜 여기에!”“헐, 일인자 주현강도 와 있어?”“이게 다 무슨 일이야? 성남시 교육청 1,2인 자가 다 등장하다니 이게 다 어떻게 된 일이야?”“그리고 이사장들도 다 긴장한 얼굴인 거 안 보여? 도대체 뭔 일이야?”그 시각 학교 입구에서는 놀라움을 금치 못하였고 모두가 하나같이 의아하기만 하였다.성남 고등학교는 돈 있는 집안 자제들만 다니는 귀족 학교로도 유명하다.거기에 손씨 가문의 투자로 성남 고등학교는 온 성남시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학교로 알려져 있다.돈과 권력을 가진 자제들이 여기 성남 고등학교에 얼마나 많이 다니는지 교장과 이사장들의 친분 또한 모두 그런 사람들뿐이었다. 그러니까 그들의 콧대가 하늘을 찌를수 밖에 없었다.하지만 교육청의 1,2인 자가 동시에 출현하는 건 너무도 드문 일인 건 사실이었다.더욱이 그 두 사람 표정 또한 진중하여 마치 무슨 큰일이 난 것만 같았다.같은 시각 회의실에서는 벌써 십 분째 기다리고만 있었다.손학철의 아버지는 벌써 귀찮은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이것 봐, 젊은이 자네 배경이 누군지 몰라도 빨리 오라고 전해, 안 그러면 갈거니까!”“이러지 말고 빨리 정소현 데리고 가. 더 이상 꼴사나운 꼴 보이지 말고.”교장의 이런 제안은 절대 김예훈을 생각해서 한 말이 아니었다. 단지 그가 누굴 불러올지 안 봐도 뻔할 거 같아서 한 말이었다.그때 이예운이 김예훈에게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저기요, 이러면 어떨까요? 먼저 돌아가시면 제가 어떻게 해서든 정소현이 학교에서 나
그 사람은 바로 손혁구였다. 손씨 가문의 실세, 성남 고등학교 이사장이며 교육청의 최고의 권력자가 바로 그였다.눈앞의 인물을 본 손학철의 아버지는 그 자리에서 꼼작도 할 수 없었다.설마 이 눈앞의 사내의 뒤를 봐주고 있는 게 손혁구란 말인가?만약 그렇다면 일이 잘못 되어가고 있어도 크게 잘못 되어 가고 있는 게 분명했다.교장과 몇 명의 이사장들도 순식간에 자세를 고쳐잡았고 얼굴에는 난감한 기색이 역력하였다.교장이 머쓱하게 웃었다.“이게 다 무슨 일이에요...”하지만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어서 뒤로 두 사람이 더 들어왔고 그들의 등장은 교장의 입을 막을 만하였다.성남 교육청의 일인자 주현강!성남 교육청의 이인자 천일강!사실 손혁구는 자신들의 편이라고만 생각하여 그렇게 걱정은 하지 않고 있었다.하지만 교육청의 일인자와 이인자의 출현은 웬만한 인맥으로는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두 분께서 여기까지 어쩐 일로...”교장은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고는 입을 벌렸다.하지만 주현강은 가볍게 그를 무시하고는 회의실 안을 둘러보았다. 그러고는 공손한 표정을 하고서는 김예훈의 옆으로 다가갔다.“혹시 김예훈 씨인가요?”“네.”김예훈이 담담하게 대답하였다.그 말을 들은 주현강은 더욱 공손한 태도를 보였다.“김예훈 씨, 걱정하지 마세요. 방금 양정국 씨한테서 연락받았어요. 무슨 일이 있던 저희가 공정하게 처리할 거예요!”주현강의 입에서 성남시의 일인자 양정국의 이름이 나올 줄이야.김예훈이 방금 전화를 건 사람도 양정국이었다. 자신이 지금 성남 고등학교에서 트러블이 생겼으니 사람을 보내달라고 말이다.그렇다고 바로 이렇게 교육청의 일인자와 이인자를 보내올 줄은 몰랐다.이때, 천일강도 입을 열었다.“김예훈 씨, 우리 성남시 교육청 아래서 발생한 일에 대해서는 그 누구든 막론하고 질서를 어지럽히는 사람이 있으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일지라도 다시는 여기에 발을 못 딛게 저희가 책임지고 처리할 겁니다.”이 말을 들은 교장을 포함한 여러 명의 이사
손혁구는 차가운 눈빛을 하고 있었다.“무슨 일이 있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말해야 할 거야!”사실의 경위는 이미 듣고 온지라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이 일을 조용히 덮어 더 이상 손씨 가문과 얽히지 않은 것이기 때문이었다.교육청의 일인자 이인자가 다 여기에 있으니 아무리 손씨 가문의 사람이 있다 하더라도 오늘 일을 처리 못 한다면 자신의 자리도 지키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네, 네 맞아요. 저희 잘못이에요!”손학철의 아버지은 바로 자리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그는 장사꾼이다. 이럴 때 어떻게 해야 제일 손해를 안 보는지 또한 가장 잘 아는 사람이다.상대방의 전화 한 통으로 교육청의 일인자 이인자를 불러올 정도의 배경에 대해 아직도 모르는 거라면 그건 너무도 어리석은 행동이기 때문이다.“정소현 학생은 우리 아들을 꼬신 적 없어요. 오히려 제 아들이 정소현 학생을 쫓아다니다 우리 아들을 멀리하자 이런 유언비어를 퍼뜨린 거예요.”“오늘도 학교에 오기 전에 제가 교장 선생님과 몇 명의 이사장님들에게 뇌물을 주면서 정소현 학생을 학교에서 내보내 달라고 부탁했어요.”손학철의 아버지가 자신들한테 일어난 일을 사실 그대로 읊었지만 손영지에 대한 일은 입 밖에 꺼낼 수 없었다.물론 눈앞에 있는 이 사내의 심기도 건드려서는 안 되지만 손씨 가문도 건드리면 안되는 집안이기 때문이다!손학철 아버지의 자백을 다 들은 교장과 몇 명의 이사장들의 얼굴빛은 순식간에 어두워졌고 그야말로 생지옥이 따로 없었다.사실이 어떻든 그들 또한 지금 이 사건의 결과가 어떨지는 뻔히 알고 있다.그리고 사실 손학철의 아버지도 그들에게 여러모로 도움을 많이 주었다. 은근히 자신의 뒤에는 손씨 가문이 있다는 걸 암시하면서 말이다. 그러니 그들이 어떻게 정소현의 입장에서 공정하게 처리할 수 있겠는가.하지만 그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정소현에게 이런 배경이 있다는걸.손혁구의 싸늘한 눈빛을 마주하자 교장이 황급히 입을 열었다.“이사장님, 죄송하게 됐습니다. 저희
김예훈의 표정을 본 교장은 오늘 일이 이렇게 쉽게 끝날 것 같지 않다는 걸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주현강도 왔으니 말이다.그리고 주현강은 들어와서부터 지금까지 자리에 앉지도 못하고 있었다.“퍽!”교장의 머뭇거리는 모습을 본 천일강은 앞으로 발걸음을 옮기더니 손을 들어 그의 얼굴을 가격하고는 냉담하게 말하였다.“말이 말 같지 않아? 김예훈 씨 시간 뺏지 말라고 하는 말. 이 자리 지키고 싶지 않은가 봐.”“네, 네. 알겠습니다!”교장은 온몸에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그는 김예훈을 똑바로 바라볼 용기조차도 없었다. 그저 몸을 숙여 사과하는 것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이러면 어떨까요? 손학철 학생더러 정소현 학생에게 사과하게 하는 건요?”그의 말을 들은 김예훈은 냉소를 지을 뿐 상대하고 싶지도 않았다.그 말을 들은 천일강은 다시 한번 그의 뺨을 내리쳤다.“이게 당신이 생각한 해결 방법이야?”“사과? 가볍게 사과로 끝낼 생각이야?”교장은 맞아서 멍해져서인지 도무지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이때 주현강이 앞으로 한 발 나서더니 김예훈을 바라보고는 입을 열었다.“사과하는 것도 나쁜 건 아니야. 하지만 반드시 전교생들과 선생님이 보는 앞에서 사과해야 해. 그리고 이번 일로 손학철 학생도 다시는 정소현 학생을 괴롭히지 않겠지, 만약 또다시 그런다면 그땐 그대로 학교에서 내쫓을 거야!”“그리고 앞으로 정소현 학생에게 다시 한번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다면 자네도 그 자리 지키지 못할 거야!”두 거장이 이렇게 말하자 교장은 찍소리도 못하고 있었다.손학철의 아버지도 마찬가지였다. 감히 어떻게 이 두 사람의 말을 거역할 수 있겠는가.그들이 아무리 돈이 많아 성남시의 많은 사람들을 자신들의 발밑에 두고 있다 하더라도 이번에는 너무도 큰 거장과 맞닥뜨렸다. 너무도 큰 탓에 그들이 입조차도 벙긋하지 못할 정도였으니 말이다.이 광경을 본 천일강과 주현강은 그제야 눈을 마주하고는 남모르게 땀을 닦았다.사실 그들도 김예훈의 신분에 대해서는 아
강당에 모인 이들은 학생 선생 너나 할 것 없이 토론하기에 바빴다.“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설마 정소현을 내보낸다고 발표하는 거 아니야? 우리 학교 이미지 실추시켰잖아!”“그리고 우리 학교까지 차 운전해서 들어 온 그 형부도 분명히 걔가 부른 걸 거야.”“이쁘게 생겼다고 하던데. 설마 이런 천박한 애일 줄은 몰랐어!”손영지 일당은 제일 먼저 와서 제일 앞줄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들은 정소현의 처참한 모습을 보고 싶었다.손영지는 또한 제일 먼저 자신에게 새 핸드폰을 보내게 하여 지금 이 순간을 기록하여 집에 돌아가 천천히 감상할 작정이었다.“정소현 이 더러운 계집애, 설마 자기가 뭐 돈줄이라도 찾았다고 지금 이러는 건데. 우리 성남 고등학교에서는 손씨 가문이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모르나 봐.”“우리가 손 쓰기 시작하면 쟤도 끝이야!”“방금 저 멍청이 너무 나대지 않았어? 아니 영지 핸드폰도 집어서 던지고. 그러더니 어디서 웬 똥차가 나타나서는. 지금쯤이면 우리 학교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겠지?”“이런 일에는 이사장님만 오시면 될 걸 왜 교육청에서까지 오셨대?”“오는 것도 나쁘지 않아. 이렇게 돈이면 다 해결되는 줄 아는 사람들에게 우리같이 권력까지 있는 사람들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니까!”“나도 지금 저 사람이 무슨 생각하는지 너무 궁금해!”“정소현을 위해서 이렇게까지 한다니 어이없어!”이때 정소현과 김예훈이 교탁 앞으로 걸어 나왔다.손영지를 지지하는 일당들은 그들을 향해 비웃기 시작하였다.“정소현, 넌 정말 우리 성남 고등학교 위세를 떨어뜨렸어. 빨리 꺼져!”손영지가 비릿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그녀를 지지하는 옆의 사람들도 정소현을 향해 욕을 퍼부었다.손영지의 대단한 신분 덕분에 그녀는 학교에서도 공주 대접을 받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손영지가 정소현을 향해 욕하자 다른 이들도 하나같이 그녀를 따라 정소현을 비난하였다. 정소현을 향해 모욕하는 사람들은 물론 그녀를 돼지우리에 가둬 놓아야 한다면서 인격 모독까지 서
성남시 교육청의 일인자 주현강.성남시 교육청의 이인자 천일강.성남 고등학교의 이사장이며 교장들까지...그리고 마지막 손학철의 부모와 손학철까지 모습을 드러냈다.이 거장들이 모습을 드러내자 강당 아래에 있던 손영지는 비웃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하지만 손학철 부모와 손학철이 죄인처럼 고개를 푹 숙이고 강당에 모습을 드러내자 많은 사람들이 의아함을 감추지 못하였다.왜냐하면 손학철의 어머니는 욕을 입에 달고 있는 것으로 이미 유명했기 때문이다.하지만 오늘은 왠지 이빨 빠진 호랑이처럼 안색은 창백해져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그리고 자세히 보면 주현강과 천일강의 모습도 그 어느 때보다 엄숙하며 모두가 김예훈을 향해 공손한 태도를 표하였다.손혁구를 포함 한 성남 고등학교 고위 간부들의 안색도 창백하긴 마찬가지였다.김예훈의 살기 어린 눈빛은 손학철의 부모를 향하고 있었다.방금까지 득의양양해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다리가 후들거려 그는 저도 모르게 땅에 무릎을 꿇었다.그가 무릎을 꿇자 기세등등한 부인도 어쩔수 없이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방금 도착한 손학철은 눈앞의 광경을 믿을 수가 없었다.그는 자신이 여기에 와서 정소현의 죄목을 말할 줄 알았는데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상황파악이 안 된 손학철이 소리쳤다.“엄마, 아빠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왜 이 거지 같은 것들한테 무릎 꿇고 있는데요? 잊었어요? 저한테 어떻게 했는지. 여기 단상 위에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는데. 빨리 일어나요!”말을 마친 손학철은 자신의 아버지를 일으켰다.강당에서 지켜보고 있던 손영지 일당들도 그를 옹호하기 시작하였다.“학철아, 빨리 아버님 일으켜 세워 줘. 아마 힘들어서 그런 걸 거야!”“아버님, 주 총장님도 있는 자리에서 허리를 굽히면 안 돼요. 반드시 우리 편이 돼주실 거예요!”“그래요, 이 천한 계집애 때문에 학철이 얼마나 많은 돈을 잃었는데요. 꼭 갚으라고 해요!”“교장 선생님, 오늘 벌어진 이 일에 대하여 꼭 성
뺨을 맞은 손학철은 어리둥절하였다.하지만 그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손학철의 아버지는 오른손 왼손 가리지 않고 연신 뺨을 내리쳤다.뺨을 내리치는 그의 손은 정확하고 빨랐다. 아마 자신의 와이프의 내연남도 이렇게까지는 때리지 않을 것이다.손학철이 정신을 잃고서야 손학철의 아버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김예훈과 정소현을 향해 공손하게 머리를 조아렸다.“미안합니다. 정소현 학생. 다 제 잘못입니다. 저 때문에 정소현 학생 이미지가 실추됐어요. 정소현 학생은 애초에 우리 아들을 꼬신 적이 없어요. 저 자식이 정소현 학생한테 반해놓고서는 능력이 없으니 정소현 학생을 괴롭힌 거예요. 돈을 훔친 건 다 우리 집안 교육이 잘못돼서 에요. 오늘 이렇게 많은 학생과 선생님들 앞에서 제가 대표로 진심으로 사과드릴게요. 용서해 주세요.”그의 말을 들은 학생과 선생들은 잠시 멍해져 있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단상에 있는 사람들은 환각이라도 생긴 건 아닌지 자신의 눈을 비벼대기 시작하였다.손학철의 아버지가 친히 정소현에게 고개를 숙여 사과하다니...설마 서쪽에서 해가 뜬 건 아닌지 ...“이게 다 무슨 상황이야? 손학철의 아버지는 생선 사업하는 사장님 아니셔? 몸값만 몇억이나 하시는 분이! 이런 대단한 분이 정소현에게 무릎을?”“이건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야? 설마 연기하는 거 아니야?”“내용이 너무 급전개야, 드라마도 이렇게 빠르진 않아.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정소현이 얼마나 대단한 집안 자식이길래 손학철네 같은 집안에서 사과를 다 하는 거야?’모두가 분분히 의견들을 내놓더니 적지 않은 사람들의 시선이 김예훈 쪽으로 향했다.그들도 포르쉐 사건에 대해서 들은 모양이다.하지만 포르쉐도 그렇게 비싼 차는 아니었다.성남 고등학교에 다니는 재벌 2세들에게는 그렇게 특별한 일도 아니었다.람보르기니나 맥라렌이었으면 놀랐었을 수도 있겠으나 포르쉐는 아니었다.그들이 거들떠 보지도 않던 재벌 2세가 정소현을 도와주다니?이건... 정말로 상상
교장의 사과가 끝나자 몇 명의 이사들도 앞으로 걸어 나왔다. 이번 일에 대하여 책임의 뜻으로 이 시간 이후로 사임의 뜻을 표하였다. 그러고는 다시는 성남 교육계에 발을 들여놓지 않겠다는 말도 함께 말이다.정소현의 사건 때문에 성남 고등학교는 이사장뿐만 아니라 교장과 다른 학교의 이사장들마저 모두 자신의 자리를 내놓는다니!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말인가!아무리 머리 나쁜 인간이라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이 사건은 손학철 집안의 사과로도 일의 진상 여부를 숨길 수 없다는 걸 말이다.교장과 이사장들까지 자신의 자리를 내놓는 걸 보면 일이 간단히 해결될 모양은 아닐듯싶었다.아니나 다를까 많은 사람들이 벌써 김예훈의 신분에 대해 궁금해하고 추측하기 시작하였다.그리고 지금 이 순간 그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주현강도 이 젊은 사내가 두려워 여기에 등장했다는 사실을 말이다.강당 아래에 서 있는 손영지의 얼굴은 일그러질 대로 일그러지고 말았다.그녀는 김예훈이 보통의 재벌 2세인 줄만 알았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았기 때문이다.주현강과 천일강마저도 그의 편에 서 있으니 너무 보잘것없는 존재가 아닌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하지만 문제는 손영지의 입장에서 이 성남 고등학교에 그녀의 집안보다 더 영향력이 있는 집안이 있어서는 안 되었다.그 존재가 어떠하던지 모두가 그녀의 발아래에 있어야만 하였다.생각을 마친 그녀가 어디론가 전화하였다.“아빠, 여기에 정소현을 위해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어요. 바로 성남 교육청 일인자와 이인자인 주현강과 천일강이에요.”전화를 받고 있는 맞은 쪽에 앉은 사람이 웃고 있는 듯싶었다.“정민아 동생을 치우는 건 회장님 뜻이었어. 애들 소꿉장난으로 시시하게 끝날 줄 알았는데... 성남 고등학교에서 감히 우리 손씨 가문에 맞서다니, 어디 한 번 끝까지 놀아보지, 뭐. 딸, 그 사람들 잘 붙잡고 있어. 아빠가 곧바로 갈게.”전화를 끊은 그녀의 표정이 다시 득의양양해졌다.모두가 끝난 줄만 알았는데 손영지가 갑자기 단상 위로
이 순간 맹승현의 표정은 변화무쌍했다.눈앞의 이 장면은 그에게 진정한 치욕이었다.흑아프리카를 종횡무진하면서 항상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그였지만 오늘날 이렇게 짓밟힐 줄 몰랐다.게다가 김예훈은 그보다 더 잔인했고, 지금 이 순간에도 수류탄이 언제든지 터질 수 있었다.맹승현은 항상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아 죽음으로 모든 사람의 얼굴에 침 뱉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그런데 오늘은 어디서 튀어나온 줄도 모르는 놈때문에 마음속 두려움을 깨닫게 되었다.과거에 거만하고 미친 짓을 했던 것은 죽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성립된 것이다.자신도 누군가의 손에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겁을 먹게 된다.맹승현의 얼굴은 극도로 어두워져 사람 전체가 우울해 보였다.“대단한데? 추씨 가문의 부하인 거야? 이름 대볼래? 내일이면 어떻게 너희 온 가족을 죽여버리고 조상님들의 무덤을 파내서 뼈를 부숴버릴지 두고봐.”맹승현은 분명 동반자살을 하지 못할 거면서 음흉한 표정으로 협박하고 있었다.쨕!김예훈은 차가운 표정으로 그의 뺨을 때렸다.“쓸데없는 말이 왜 그렇게 많아? 같이 죽든가. 아니면 무릎 꿇고 사과하든가.”김예훈은 이런 사람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전쟁터에서 수년을 보내면서 머리털도 제대로 나지 않은 애송이를 무서워할 리가 없었다.얼굴이 퉁퉁 부어오른 맹승현은 평생 받아보지 못한 치욕감에 얼굴이 극도로 일그러졌다.“악!”아름다운 여성들은 본능적으로 비명을 지르며 얼굴이 청백해지고 끔찍한 표정을 지었다.이들은 맹승현이 한 번의 충동으로 수류탄을 놓아버리면 한창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할까 봐 두려웠다.남윤지 역시 누군가가 이렇게 자신을 괴롭힐 줄 몰랐는지 표정이 극도로 안 좋아졌다.자기가 맹승현을 불러와 놓고 이런 결말을 맞이할 줄 몰랐다.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현장을 떠나고 싶었지만 용전 사람들이 죽어도 함께 죽겠다는 태도를 보이면서 모든 입구를 막고 있어 도망칠 수가 없었다.이 순간, 남윤지는
“둘째, 죽고싶지 않으면 지금 바로 무릎 꿇고 스스로 자기 뺨을 열대 때리세요. 사과하라는 대로 하면 이번 일은 없던 일로 해드릴게요. 어떤 선택을 하든 제가 끝까지 함께해 드릴게요. 어때요?”김예훈은 무심한 말투로 맹승현을 죽일 듯한 표정을 지었다.맹승현은 눈가를 파르르 떨며 순간 살기가 가득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넌 도대체 누구야?”그는 김예훈을 발로 차서 날려버리고 싶었지만 자기 손을 단단히 잡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김예훈이 손에 힘을 주기만 하면 안전장치를 뺀 수류탄이 바닥에 떨어져 모두가 함께 죽을 수도 있었다.그래서 함부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제가 누군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요. 가장 중요한 것은 당신이 도대체 어떤 선택을 할 거냐예요.”김예훈은 말을 끝내자마자 손끝에 힘을 주었다.“선택 못 하겠다면 제가 도와줄까요?”김예훈이 손에 힘을 주는 순간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려왔고, 맹승현은 손의 힘이 점점 약해져 수류탄이 당장 떨어질 것만 같았다.“이런 미친놈!”아까까지만 해도 거만하던 맹승현은 뒤로 물러나고 싶었지만 김예훈이 그의 손목을 잡고 있어서 도저히 물러날 수가 없었다.그의 얼굴은 점점 어두워져 매우 보기 흉했다.소파 뒤에서 머리를 내민 남윤지는 본능적으로 몸을 움찔했고, 거만하던 얼굴에는 온통 두려움이 가득했다.이순간 남윤지는 이 사람이 누군지 제대로 쳐다볼 용기조차 없었다.마음속에는 두려움만 가득했다. 맹승현의 손이 조금이라도 느슨해지면 수류탄이 바로 폭발할 것이다.그렇게 되면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전부 다 반신불수가 될수 있었다.“자! 그냥 같이 죽죠?”김예훈이 손에 힘을 더하는 순간 맹승현은 식은땀을 흘리며 어떻게든 수류탄을 놓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왜요? 못하겠어요? 아까까지만 해도 기세가 하늘을 찌르더니. 죽는 것이 두렵지 않다고 하신 거 아니었어요? 수류탄으로 협박하지 않았어요?”맹승현은 그만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죽음이 두렵지 않을 정도로 대단한 사람이 아니었어요?
“하하하하! 역시 병신이 맞았어! 쓰레기는 쓰레기일 뿐이라고! 너희들 꼬락서니를 봐!”추문성 일행의 처참한 모습을 본 맹승현은 사악하게 미소를 지었다.“이러고도 내 앞에서 잘난 척했던 거야? 그것도 모자라 정의를 되찾고 싶어? 아직 수류탄을 던지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겁을 먹다니! 정말 던져버리면 무서워서 울겠네? 정말 안 되겠네. 추씨 가문? 동씨 가문? 제발 웃기지 마! 1인자 자리에 앉아있는 건 아무도 너희와 경쟁하지 않기 때문이야. 정말 자기가 대단한 줄 알고 나 같은 사람이랑 비교해도 된다고 생각했던 거야? 그럴 자격이 있기나 해?”맹승현은 추문성의 얼굴을 때리며 거만한 표정을 지었다.임수민 등 아름다운 여성들은 모두 입을 가리고 웃음을 터뜨렸다.오늘 이 일이 밖에 알려지면 동씨 가문이든 추씨 가문이든 진주·밀양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 뻔했다.추문성은 맹승현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오늘 이 자리에 무고한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면 맹승현과 함께 죽는 것을 택했을 것이다.“됐어. 오늘은 충분히 기회를 많이 줬어. 앞으로 우리 앞에 나타날 생각도 하지 마.”맹승현은 한껏 조롱과 비웃음이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길에서 나를 만나든 윤지 씨를 만나든 멀리 썩 꺼져. 앞으로 우리가 참석하는 자리에는 동씨 가문도, 추씨 가문도 나타나지 말아야 할 거야. 아니면 만날 때마다 본때를 보여줄 거니까. 그리고 내 말대로 얼른 돈이랑 고서희 씨를 돌려내. 지금 이 자리에서 죽이기 전에. 알겠어?”맹승현은 테이블 위에서 샴페인 병을 집어 들고 추문성의 머리를 내리치더니 냉랭하게 말했다.“진주·밀양에서는 아무도 내 앞에서 뭐라 하지 못해. 너희들은 그럴 자격도 없어.”추문성은 머리를 부여잡고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얼굴은 일그러진 것이 맹승현이 수류탄만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직접 나섰을 것이다.추문성이 이토록 불만이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자 맹승현은 더욱더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나는 어때!”바로 이때, 인파를 뚫고 한 사람이 거만한 모습으로 맹승현 앞에
한계를 넘어선 맹승현의 행동에 추하린은 미간을 찌푸린 채 표정이 얼음장처럼 차가워지고 말았다.그녀는 진주·밀양 용전을 대표할 뿐만 아니라 김예훈의 이익도 대표하고 있는데 이렇게 쉽게 맞을 수가 있겠는가?다음 수난 추하린은 허리춤에서 총을 꺼내며 차갑게 말했다.“맹승현, 내가 괜히 진주·밀양 용전 전주가 된 줄 알아? 정말 너를 죽이지 못할 것 같아?”추하린의 명령과 함께 주위에 열몇 명의 부하들이 동시에 나타나 총알을 장전하고 맹승현을 겨냥했다.하지만 맹승현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는지 그는 무표정으로 추하린을 바라보며 냉랭하게 말했다.“옥루 회관을 무단침입한 것도 모자라 윤지 씨 앞에서 위세를 부리는데 너를 건드리지 않으면 누굴 건드리겠어? 내가 말해주는데 추하린! 진주·밀양 용전 전주면 다른 사람에게 겁줄 수는 있겠지만 나한테는 안 먹혀. 네까짓 게 추문성을 위해 나서려고?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있는거야.”추하린이 냉랭하게 말했다.“나랑 제대로 한번 붙어볼 생각인가 봐? 사람도 많고 총도 많은데 굳이 나를 건드리겠다고?”맹승현은 피식 웃기만 했다.“총으로 나를 쏴보든가! 나를 죽이지 못하면 추씨 가문의 남자는 대대로 노예가 되고 여자는 창녀가 될 것이야.”맹승현이 외투를 풀어 헤치는 순간 옷 속에서 또 몇 개의 검은 수류탄이 보였다.수류탄이 터지는 순간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은 죽을 운명이었다.너무나도 위험한 상황에 사람들은 소름이 끼치고 말았다.수십 명의 용전 부하들과 경호원들은 본능적으로 후퇴했고, 어떤 사람들은 은신처를 찾느라고 정신이 없었다.맹승현은 그야말로 진정한 미친놈이었다.남윤지조차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 심지어 왜 이런 미치광이를 전쟁터에서 데려왔는지 조금 후회하기도 했다.맹승현의 스타일을 봤을 때 정말로 동반자살 하는 행동을 저지를 수도 있는 사람이었다.추문성은 피식 웃으며 앞으로 다가가려고 했지만 추하린이 꽉 잡았다.“왜. 아까는 그렇게 잘난 척하더니. 나를 죽이겠다면서? 왜 이제는 하나둘 겁먹은 거야
“체면을 지켜주지 않으면 뭐 어쩔 건데? 뺨을 때리면 뭐 어쩔 거냐고.”남윤지는 천천히 소파로 돌아가 다리를 꼬고 앉았다.그러면서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으로 추문성을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참기만 하더니 드디어 폭발할 준비가 된 거야? 이제는 나를 때리려고? 자, 한 대 쳐봐. 어떻게 나를 건드릴 건지 지켜볼 거니까.”“너!”추문성이 앞으로 나서려는 순간, 뒤에서 갑자기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잠시 후, 수십 명의 제복을 입고 전신 무장한 사람들이 나타나 총을 빼 들고 전체 마당을 포위했다.이때 제복을 입고있는 추하린이 긴 다리를 뻗으며 천천히 걸어 나왔다.“남윤지 씨, 저희 추씨 가문을 건드리기 전에 제 의견을 물어본 적 있어요?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 알고 있냐고요.”말하는 사이 추하린은 추문성 앞으로 다가가 그의 퉁퉁 부어오른 얼굴과 처참한 모습을 보고 표정이 일그러지고 말았다.“어머, 이게 누구야. 진주·밀양 용전 전주 추하린이잖아. 왜? 전주를 며칠 해봤다고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았어?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 감히 옥루 회관에 와서 소란을 피워? 그것도 모자라 지금 나에게 도전장을 내민 거야?”남윤지가 가소로운 표정으로 말했다.“김현민 도련님이 어르신 생신 때문에 너를 해결할 시간이 없었을 뿐인데 고개를 숙이고 다녀야 할 판에 여기서 허세를 부려? 이런 제기랄! 이따 네 뺨까지 때려줄까?”맹승현도 냉랭하게 말했다.“추하린, 창피하게 그깟 총을 꺼내지도 마. 하나같이 피를 본 적도 없는 초보들이 방아쇠를 당길 줄이나 알아? 그것도 모르면서 어디서 잘난 척하는 거야.”‘맹승현?’이때 추하린의 표정이 미세하게 변했다.추문성이 여기 사람들과 충돌이 일어났다고 해서 바로 달려오느라 김예훈을 전혀 눈치채지도 못했다.추문성이 남윤지만 건드렸다면 그걸로 끝났겠지만 문제는 맹승현도 있다는 것이다.남윤지와 맹승현은 진주·밀양 4대 명문가 중 두 가문을 대표하고 있어 잘못했다간 용전도 이 상황을 수습하지 못할 수도 있었
“그리고 강씨 가문 지분이 추씨 가문의 것도 아닌데 대신 결정할 자격이라도 있는 거야? 아니면 당신 주인이 이미 두려워서 우리를 건드리지 못하는 건가? 그래서 이런 굴욕적인 조건을 스스로 제안한 건가?”남윤지는 차가운 눈빛으로 추문성을 응시하며 다음 행동을 위해 그의 표정으로 뭔가를 읽어내려 했다.하지만 추문성이 무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남윤지 씨, 쓸데없는 말은 필요 없고 한 번만 더 물을게요. 저희랑 이 거래를 할 의향이 있는 거예요?”남윤지는 천천히 다가와서 추문성을 아래위로 훑어보며 부드럽게 말했다.“이렇게 좋은 조건이라면 물론 거래할 의향이 있지만 아쉽게도 네가 강서연 씨를 납치한 게 아니거든. 설령 그렇다 해도 당신 주인이 이렇게 큰 힘을 들여 데려가겠다고 하는데 차라리 계속 붙잡아 두고 강씨 가문이 당신들이랑 연을 끊게 하는 것이 더 재밌지 않을까? 당신 주인이라는 사람은 그깟 똑똑한 척하는 머리와 기술로 진주·밀양에서 뭐든 해낼 수 있다고 생각했나 보지? 정말 순진하긴. 나타나기조차 두려워서 너 같은 쓰레기를 보낸 것만 해도 병신인 것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을까?”남윤지의 표정은 차갑기만 했다. 오늘 이 모든 것은 김예훈을 위해 준비된 것인데 김예훈이 나타나지 않았으니 이른바 거래를 할수 없었다.게다가 추문성은 그녀와 거래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추문성이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남윤지 씨는 저의 체면을 지켜줄 생각이 없나 봐요?”“당연히 체면은 지켜줘야지.”남윤지는 샴페인을 들고 다가왔다.“당신 체면을 봐서 고서희를 납치한 일은 따지지 않을게. 돌아가서 사람을 풀어주고 옥루 회관에 2천억 원을 배상하면 더 이상 책임을 묻지 않을게. 내 조건을 들어줄 수 있겠어? 안 된다면 너까지 잡아둘 수밖에. 네가 먼저 옥루 회관 사람들을 건드렸으니 붙잡아도 너희 누나도 뭐라고 하지 못할 거야.”멀지 않은 곳에서부터 걸어오던 임수민이 웃으면서 말했다.“추문성 도련님, 동의하는 것이 좋을 거예요. 아까 동영상이랑 사진을 많이 찍었
가까워진 남윤지의 얼굴을 보던 추문성은 눈가를 파르르 떨며 오른손을 부들부들 떨었다.추문성은 그녀를 때리지 않으려고 꾹 참고 있었다.쨕!추문성이 공격할 생각이 없어 보이자 남윤지가 다시 한번 추문성의 다른 한쪽 뺨을 때렸다.“쓸모없는 자식. 여자한테 맞고도 반격할 용기도 없는 멍청한 자식. 이러고도 체면을 지켜달라고? 체면이라고 있는 거야?”이순간 남윤지는 추문성을 극도로 경멸했다.‘진주·밀양 도련님 중의 한 명으로서 나한테 손대지도 못하는데 잘나면 얼마나 잘났을까? 그냥 죽기를 기다릴 수밖에.’얼굴을 감싸고 있는 추문성의 입가에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 모습은 얼마나 처참한지 이보다도 더 처참할 수가 없었다.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이 장면을 보고 모두 박장대소를 지었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술잔을 부딪치며 좋은 구경을 하고 있었고, 어떤 사람은 이 장면을 기록하기 위해 핸드폰을 꺼냈다.부잣집 도련님이 쩔쩔매는 모습이 온라인에 퍼진다면 절대 큰 화제가 될 수 있었다.동하임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남윤지 씨, 너무하는 거 아니에요?”동하임은 화가 났지만 한편으로는 어쩔 수가 없었다.남윤지와 맹승현의 막무가내를 봤을 때 가끔은 능력과 인맥이 그렇게 유용하지 않을 때도 있었다.실력이야말로 진정으로 믿을 구석이었다.지금 이 순간 남윤지의 실력이 추문성보다 강하기 때문에 추문성이 반격조차 하지 못하고 심지어 말도 하지 못했다.“농담도 심하시네요. 남윤지 씨는 진주·밀양 4대 명문가 중의 하나인 남씨 가문의 따님이자 안동 김씨 가문의 안방마님이 될 사람인데 제가 아무리 겁 없는 사람이라도 남윤지 씨를 어떻게 모욕하겠어요. 하지만 그래도 제 체면을 지켜주셨으면 바람이네요.”추문성의 눈빛은 차가웠고, 이 순간 그는 분노도 두려움도 없었으며 오히려 얼굴에 남은 손자국을 문질렀다.“저는 오늘 화해를 구하러 온 것이지 남윤지 씨가 두려워서 이러는 거 아니에요. 가끔 어떤 일은 크게 만들 필요가 없지 않을까요? 문제가 커져봤자 모두에게 좋지 않잖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피하지 못한 추문성은 제대로 뺨을 맞았다.얼굴에 빨간 손자국이 나 있는 그 모습은 처참하기 그지없었다.이때 추문성이 소리를 질렀다.“남윤지 씨!”바로 이때 사면팔방에서 남씨 가문의 경호원이 열몇 명 달려왔다.이들은 하나같이 총을 들고 추문성의 이마를 겨냥하고 있었다.그가 조금이라도 경솔한 행동을 한다면 주저 없이 방아쇠를 당길 기세였다.김예훈과 동하임은 사람무리와 동떨어지고 말았다.“제 이름이 함부로 불러도 되는 이름인 줄 알았어요? 부를 자격이나 있다고 생각하시냐고요.”남윤지는 한껏 싫증난 표정이었다.“추씨 가문은 그저 1류 가문에 불과하면서 누나가 진주·밀양 용전 전주 자리를 꿰차면 우리 앞에서 체면이 세워질 거로 생각하셨어요? 허씨 가문의 힘을 빌려 이 자리까지 온 거 잊었어요? 예전에는 허씨 가문에 빌붙어 살더니 이제는 김예훈 씨한테 의지하려는 거예요? 정말 자존심도 없어요? 제가 말해주는데 옛정만 아니었다면 바로 총으로 쏴 죽였을 거예요. 어디서 체면을 지켜달라고 말하는 거예요. 그럴 자격이나 있다고 생각하세요?”남윤지는 어제 김예훈에게 뺨을 맞고 속이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오늘 남지훈과 함께 판을 짜놓은 것도 김예훈을 이곳까지 불러내서 기회를 틈타 죽여버리기 위함이었다.그런데 김예훈은커녕 추문성이 찾아와서 떠들 줄 몰랐다.이로 인해 남윤지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이미지만 아니었다면 직접 총으로 추문성을 쏴 죽였을 것이다.동하임이 옆에서 미간을 찌푸린 채 말했다.“남윤지, 말로 해결해요. 다 이 바닥 사람들인데 추문성 도련님도...”“무슨 할 얘기가 있다고 그러세요?”남윤지는 싫증난 표정으로 웨이터가 건넨 따뜻한 수건으로 손을 닦았다.아까 추문성의 뺨을 때린 것이 자기 손을 더럽혔다고 느낀 모양이다.그녀는 수건을 추문성의 얼굴에 던져버린 후 냉랭하게 말했다.“저를 건드려 놓고 협박하러 오셨어요? 이러고 무슨 화해 한다고. 추문성 씨,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에요? 아니면 누가 이럴
“화해? 화해할 자격이나 있다고 생각해?”맹승현은 차가운 눈빛으로 추문성을 바라보며 조롱하는 표정으로 지었다. 그러면서 수류탄 하나를 꺼내 테이블 위에 던졌다.“이걸 먹어버리면 내가 윤지 씨를 대신해 이른바 화해를 받아줄게!”맹승현의 행동을 지켜보던 김예훈은 그의 허리춤에 걸려있는 또 다른 수류탄들을 보고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는 흑아프리카에서 돌아온 사람답게 수시로 이런 물건을 지니고 있었다.‘사고로 자신은 물론 여기에 있는 모든 사람을 죽일까 두렵지도 않은가?’다른 사람들도 수류탄을 보고 하나같이 표정이 어두워지고 말았다.몇몇 아름다운 여성들은 심지어 얼굴이 하얗게 질려 맹승현에게 잘보이려고 애쓰고 있었다.이런 살상 무기를 가지고있는 남자는 무섭기도 하지만 무한한 매력을 느끼게 했다.결국 여자들은 항상 강한 남자에게 복종하기 마련이었다.추문성은 맹승현을 무시한 채 남윤지를 바라보며 말했다.“저는 분명 화해하러 왔다고 말씀드렸어요. 강서연 씨를 납치해 갔다고 들었는데 제 체면을 봐서라도 풀어주시죠.”“강서연 씨요? 강씨 가문 강서연 씨?”남윤지의 표정은 차갑기만 했다.“손발이 다 있는 사람이 왜 저한테 있다고 말씀하세요? 그것도 모자라 납치한 걸 풀어달라고요? 추문성 도련님, 말을 함부로 하면 안 되죠.”“남윤지 씨, 제 말이 무슨 뜻인지 아실 텐데요.”추문성은 그녀에게 많은 배려를 하지 않았다.“고서희 씨가 저희 손에 있는데 당연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수밖에 없는거 아니겠어요?”남윤지의 눈빛은 차가워지고 말았다.“고서희가 당신들 손에 잡혔던 거예요? 글쎄 오랫동안 아무런 정보도 주지 않았던 거네요.”김예훈은 예리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남윤지의 말로부터 그녀가 바로 이번 사건의 주동자 중의 한 명임을 알수 있었다.그리고 강서연도 옥루 회관에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양측의 대화를 듣고 있던 맹승현은 갑자기 일어나서 테이블을 내리치면서 큰소리쳤다.“추문성, 감히 옥루 회관의 사람을 잡아? 반 시간만 더 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