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란을 끼쳐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 저 사람들은 누워있도록 내버려 두세요.”송준은 담담하게 말했다.깡패들은 그들의 계획이 이렇게 끝날 줄은 생각지 못했다.결국, 송준이 CY그룹의 새 상표를 공시할 때 깡패들은 경찰한테 잡혀갔다. 감히 김세자의 CY그룹 행사에서 행패를 부렸으니 감옥에서 나오기는 글렀다.이로써 좋든 싫든 CY그룹은 경기도의 우두머리가 되었다....같은 시각, 해변의 별장, 파도가 점차 거세지고 있었다. 이곳은 김만태가 잠시 머무는 곳이었다. 그리고 윤해진, 소장건, 나성군과 임옥희 모두 이곳에 모여 있었다.윤해진의 표정이 사뭇 진지했다.“만태 도련님, 이건 저희가 예상했던 것이 아닙니다. 이번에 확실하게 성공을 보장하기 위해 특별히 이름 있는 보디가드를 불렀습니다. 그들이 실패할 리가 없는데...”나성군은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이번에 이 일을 위하여 큰돈을 들였는데, 그 깡패놈들이 우리 신분을 밝히면 큰일입니다.”그들과 달리 임옥희는 매우 침착했다.“모두 근심 내려놓으세요. 저희 임씨 가문이 경찰서에 아는 사람이 있으니까 그 깡패들도 곧 풀려날 겁니다.”윤해진은 그제야 한시름을 놨다.이들은 김세자가 두려웠다. 만약 무슨 그한테 약점이라도 잡힌다면 여생을 편히 보낼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임씨 가문이 처리했다니 시름이 놓였다.이때, 입을 꾹 다물고 있던 김만태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임씨 어르신, 뭐 하나 여쭤봐도 될까요?”임옥희가 눈살을 찌푸렸다.“뭐든 물어보세요. 아는 거라면 하나도 빠짐없이 말하겠습니다.”“김세자가 오늘 행사에서 한 여자한테 프러포즈했다던데요? 그런데 그 여자가 바로 임씨 가문의 외손녀라고 합니다.”이에 윤해진, 나성군과 소장건의 눈길이 일제히 임옥희한테로 향했다. 그들은 갑자기 임옥희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들 외손녀가 김세자한테 시집갔다면 그들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다른 사람을 배신했을 것이다.그러나 임옥희는 여전히 침착했다.“만태 도련님, 장난이 심하네요. 저희 임씨 가
“다음번엔 좋은 소식이 있길 바랍니다.”말을 마친 김만태는 자리를 떠났다. 그는 김세자와 4대 일류 가문이 모두 무너지길 바랐다. 그러니 단 한 번의 실수도 용납할 수 없었다.김만태가 사라지자 나성군이 길게 숨을 내쉬었다.“여러분, 만태 도련님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이렇게 지체할 수 없습니다. 우리도 김씨 가문만 바라볼 수 없지 않습니까? 김세자의 신분은 알아냈습니까?”다른 세 명이 고개를 저었다.“많은 인맥을 동원했지만 김세자의 신분은 도저히 알 수가 없었습니다.”이때, 임옥희의 전화가 울렸다. 그녀는 통화를 마치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방금 우리 아들이 소식을 보내왔습니다. 김세자의 신분을 알아내지 못했지만 송준을 이용하면 알아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이에 소장건이 반박했다.“그럼 왜 김세자의 비서인 하은혜를 조사하지 않은 겁니까?”임옥희가 피식 웃었다.“하은혜가 경기도 일인자의 손녀인 걸 모르세요? 비록 하은혜가 CY그룹의 비서로 일하는 이유는 모르지만 누가 감히 그 애를 건드릴 수 있어요?”나성군이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임씨 어르신, 그럼 하은혜의 신분을 이용해서 김세자를 조사하는 게 어떻습니까? 그럼 김세자가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도 알아낼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하은혜와 김세자의 관계도 파악해야 합니다. 만약 두 사람이 남녀 사이라면 개입하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소장건도 대화에 끼어들었다.“그렇게 두려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저희 뒤엔 진주 이씨가 있지 않습니까? 이씨는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사람입니다. 예전엔 세계 갑부였다고요. 그러니까 전혀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리고 김세자가 임씨 어르신의 외손녀한테 프러포즈했다면서요? 그럼 김세자랑 하은혜는 남녀 사이일 리가 없습니다.”이에 모두 고민에 잠겼다. 윤해진이 가장 먼저 침묵을 깼다.“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하죠?”임옥희가 잠시 고민하다가 답했다.“잠시 가만히 지켜보는 게 좋을 듯합니다. 동시에 각 가문에서 우수한 젊은이와 하은혜를
CY그룹, 대표 사무실에 있는 김예훈이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세 그룹을 합병하는 데 성공했지만 더 큰 문제가 생겼다. 바로 CY그룹에 사람이 부족하다는 것이다.그의 마음에 들만한 인재를 찾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그렇다고 혼자 모든 걸 해결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하여 김예훈은 바로 하은혜와 송준한테 소식을 보냈다. 첫째, 3년 전 김예훈을 따르던 사람들, 특히 충심이 가득한 사람들을 찾는 것, 둘째, 되도록 새로운 인재를 모집해 빈 자리를 메우는 것이다.그러나 송준은 한발 물러섰다.“대표님, 전 이렇게 큰 그룹을 관리할 능력이 없습니다. 앞으로 모든 일은 하은혜 비서를 통해 확인하는 게 좋을 듯합니다.”이에 하은혜가 쓴웃음을 지었다.“하지만 저 혼자 이렇게 많은 일을 처리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YE그룹과 BJ그룹의 업무는 여러 지역으로 퍼졌으니까 급해도 소용없습니다.”“하은혜, 넌 계속 날 도와 일상 업무를 맡아줘. 채용, 투자 그리고 재무도...송준, 네 가문은 쇼핑몰과 호텔 투자에 능하잖아. BJ그룹의 주요 업무도 같은 거니까 네가 그쪽을 맡아...다른 지역의 산업은...”김예훈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누르며 말을 이어갔다.“서울하고 부산 업무는 잠시 건드리지 마. 그곳에 있는 가문 기업들이 워낙 강하니까 자칫하다간 우리가 잡혀먹힐 지도 몰라. 대신 동해안 지역부터 시작해. 금릉에 과거 김씨 가문의 세력이 여전히 있어. 난 다른 일을 처리하러 가야 해.”김예훈은 재빨리 모든 결정을 내렸다.“그럼 잠시동안 경기도에 돌아오지 않을 겁니까?”하은혜는 걱정이 들었다. 어찌 됐든 동해안 지역이 CY그룹의 세력범위가 아니었으니 그곳에서 다른 사람한테 당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김예훈은 잠시 고민하다가 답했다.“시간 날 때 갈 거야. 대신 오랫동안 머물지는 않을 거야. 그곳에 있는 자산을 합병해 동해안 자회사를 설립할 생각이야. 그러니까 나 대신 실력 있고 믿을 만한 사람 한 명만 구해줘.”하은혜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 제가 직접
“충성!”송준은 주위에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하고 정자세로 경례했다. 김예훈은 그의 어깨를 툭툭 건드리고 자리를 떠났다.집에 돌아가자 정군과 임은숙이 얘기를 나누고 있었지만 왠지 둘 다 불쾌해 보였다.김예훈이 돌아오자 집안의 분위기가 더욱 무거워졌다.보아하니 김세자 프러포즈 사건 때문에 또다시 한바탕 다툰 듯했다. 유독 정소현만 구석에 앉아 어이없는 듯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매형이 김세자고 김세자가 매형인데 왜 말을 못 하는 거야!’김예훈이 나타나자마자 정소현은 바로 그의 곁으로 다가가 그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매형, 드디어 왔네요. 좀 말려주세요. 이러다가 싸울 것 같아요.”“소현아, 곁에서 떨어져.”정군이 씩씩거리며 김예훈을 째려봤다. 임은숙 역시 풀 데 없는 분노를 김예훈한테 쏟기 시작했다.“뭐 하다가 이제 돌아온 거야? 집에 오기 싫으면 아예 오지 마! 그냥 꺼져버려! 네가 빨리 꺼지면 남은 날은 그나마 평화로울 테니까!”김예훈은 그녀의 말을 들은 체 만 체했다. 만약 장인, 장모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면 일찍이 화병에 걸려 죽었을 것이다.그는 덤덤히 정민아 곁으로 다가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위로했다.“민아야, 너무 화내지 마. 어머님, 아버님도 당신을 위해 그러는 거잖아.”그러나 정민아의 화는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폭발하게 했다.“너도 날 화나서 죽게 만들고 싶어? 나더러 김세자랑 결혼하라고 부추기는 게 날 위한 거야?”‘널 위한 거지, 당연히.’김예훈은 억울했다. 김세자에게 시집가나 그에게 시집가나 결국엔 모두 그와 결혼하는 것이었으니까.정민아의 화난 모습에 김예훈은 얼른 화두를 돌렸다.“장인어른, 장모님, 민아야, 오늘 행사장을 떠날 때 누구한테 얘기를 들었는데요, 분명히 흥미를 느끼실 거예요.”정군과 임은숙은 김예훈이 꼴 보기 싫었지만 흥미롭다는 말에 무의식적으로 그한테 고개를 돌렸다.“뭔데?”김예훈은 웃으며 말했다.“김세자의 프러포즈 대상은 정민아였어요. 그 말인즉슨, 예전에 김세자가 정씨 가
다음날 이른 아침, 정민아 가족은 정씨 가문이 살고 있는 별장으로 향했다. 전날 있었던 일을 알게 된 정씨 가문은 모두 별장에 모여 있었다.오늘 CY그룹이 찾아온다는 소식에 정씨 가문 가족은 걱정에 뜬눈으로 밤을 지샜다.“망했어, CY그룹이 분명 우리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이미 받은 예물을 다시 가져가는 게 어디 있어? 줬다 뺏는 게 세상에서 가장 나빠!”“그래! 우리가 요구한 것도 아니고 선물한 거잖아! 지금 다시 뺏어가면 염치도 없는 거지!”비록 그들은 CY그룹의 목적을 알고 있었지만 굴복할 마음은 없었다. 예물을 다시 토해낸다면 정씨 가문은 망하고 말 것이다. 일부분 예물을 다른 사람한테 헐값에 팔아버렸고 다시 사들이려면 애당초 가격의 10배는 물어야 할 것이다.이때, 두 눈이 벌겋게 부어오른 정가을이 조용히 방에서 나왔다. 하지만 가족들이 그녀를 결국 발견했고 이내 무정하게 그녀를 욕하기 시작했다.“다 가을 때문이야! 가을이 프러포즈 대상이 자기가 아니라고 우기지 않았다면 우리도 제멋대로 행동하지 않았을 거야!”“그래! 자기 주제를 몰라도 한참 몰라. 저 한심한 꼴을 봐. 진짜 김세자가 어떻게 저런 아이를 좋아할 수 있겠어?”“헛된 꿈에 부풀에 살더니 이젠 우리까지 잡아먹으려고 하네. 죽여버리고 싶어!”가들은 모든 잘못을 정가을 한 사람한테 덮어씌웠다.정가을의 표정은 일그러질 대로 일그러졌다. 어제까지 자기 앞에서 알랑거리던 사람들이 오늘은 그녀를 짓밟기 바빴다. 정씨 가문 사람들이 권세에 아부하는 꼴을 보고 있으니 이들은 이미 구제 불능이었다.이때, 정민아 가족이 도착했다. 정민아가 나타난 순간, 정씨 가족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줄곧 입을 다물고 있던 정동철도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정민아 앞으로 달려왔다.“민아야, 왔어? 어떻게 생각은 좀 해봤어? 김세자의 프러포즈를 받아줄 거야?”정동철은 지난밤 잠 한숨도 자지 못했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하지만 정민아가 김세자한테
그러나 정민아는 아무런 표정의 변화가 없었고 입을 굳게 다물었다. 비록 정씨 가족들이 가여워 보였지만 전혀 티를 내지 않았다.하지만 어제 정씨 가문에서 쫓겨나던 일은 기억하고 있었던 임은숙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당신들은 정말 얼굴이 얼마나 두꺼운 거죠? 진짜 양심이 없어도 정도껏 해야죠! 어제 아침 우리한테 했던 말 기억해요? 제가 대신 기억나게 해드릴까요? 하루 만에 말을 바꾸면 우리도 모른 척할 줄 알았어요? 정말 역겹네요!”정씨 가족은 말문이 턱 막히며 표정이 하나같이 어두워졌다.어제 억지로 정민아에게 집에서 나가겠다는 계약서에 사인하게 만들때 통쾌했던 만큼 지금은 속이 타들어갔다.결국 정동철이 한숨을 길게 내쉬며 말했다.“정군아, 은숙아. 이 늙은이가 부탁하마! 너희들은 대인배니까 우리 같은 소인의 잘못을 그냥 넘겨줄 수 있잖아. 예전엔 내가 눈이 멀었던 거야. 이제 누가 진짜 중요한 사람인지 알게 되었어. 네 가족이 다시 돌아온다면 민아가 모든 사업을 책임질 수 있도록 우리가 도와줄게. 그리고 너희도 이 쓰레기 같은 사위를 쫓아내고 싶잖아. 만약 김세자의 장인, 장모가 될 수 있다면 성남에서 너희를 괴롭힐 수 있는 사람은 없어!”정군과 임은숙은 첫마디에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정동철의 성격이라면 거짓말일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지막 한마디에 두 사람은 마음이 흔들렸다. 어젯밤에도 이 일 때문에 딸과 다퉜으니 말이다.“김세자와 결혼하는 건 우리 부모님이 결정할 수 없어요.”정민아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방금까지 정씨 어르신이 가여워 보였지만 그의 말에 다시 마음이 완전히 식어버렸다.“그리고 제가 김세자와 결혼한다고 해도 정씨 가문과 아무런 상관이 없어요. 저희는 죽을 때까지 정씨 가문으로 돌아올 생각은 없습니다.”“어떻게 하면 용서해줄 거야? 네가 하라는 대로 다 할게. 가족끼리 이게 다 무슨 일이냐. 대체 어떻게 해야 돌아올 거야?”정지용이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내가 전에 했던 모든 일, 다 사과하마.
“너!”정씨 가족은 김예훈의 말에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정지용은 김예훈한테 손가락질하며 욕을 퍼부었다.“우리가 다 팔아버렸다고 해도 그쪽이랑 무슨 상관이죠? 데릴사위 주제에 어딜 끼어드냐는 말이에요! 우리 가문 등골이나 빨아먹는 사람이 무슨 낯짝으로 이곳에 나타난 거죠?”어르신은 흐뭇한 표정으로 마치 가문에 패기 있는 사람은 역시나 정지용이라는 듯이바라보고 있었다. “언제까지 그렇게 당당할 수 있는지 보자고.”김예훈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칫! 날 비웃으러 온 건가? 꿈도 꾸지 마요! 난 절대 무릎 꿇지 않아요! 내가 형부랑 같은 쓰레기인 줄 알아요? 내가 당신처럼 별것 아닌 것에 굽신거리는 사람처럼 보여요? 당신이 어떻게 날 비웃을 자격이 있죠? ”정씨 어르신은 버럭버럭 화내는 정지용을 흐뭇하게 쳐다봤다. 정씨 가문에서 가장 패기 있는 사람이 바로 정지용이다.이제 가문의 밑바닥이 다 드러나버렸으나 정지용은 여전히 당당해보였으니까.바로 그때, 별장 입구로 렉서스 지프차들이 일렬로 들어섰고 그 뒤로 송준이 사람들을 거느리고 정씨 별장 입구로 천천히 걸어들어왔다.한껏 엄숙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던 송준이 김예훈을 보자마자 저도 모르게 허리 숙여 인사했다.송준이 나타나자 정씨 가문은 갑자기 긴장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어제 의식에 참여했으니 당연히 송준을 알아보았다. 지금 정씨 가족을 향해 인사하는 송준을 보더니 서로 시선을 맞추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CY그룹 부대표인 그는 CY 그룹에서 높디높은 위치에 자리한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허리 숙여 인사를 하다니, 설마 정민아가 어젯밤에 생각을 바꾸기라도 한 것인가? 아니면 김세자가 어젯밤에 갑자기 생각이 바뀌기라도 한 건가? 정민아와 결혼할 수 없다면 정씨 가문의 아무하고나 결혼해도 된다고?이런 기상천외한 생각이 들자 정씨 가문의 몇몇 젊은 여자들이 빠르게 화장을 고치기시작했다.비록 그 가능성이 만분의 일밖에 없다고 해도 그녀들은 그 희망에 목을 맬 것이다.왜냐하면 신분 상승의 고속도로 길이
송준은 주인을 만난 듯 자태가 낮았지만 태도는 매우 단호하고 잔인했다.그 누구도 그가 김예훈 때문에 이러는 거라 생각지 못했다. 송준이 예를 갖춘 이유도 그곳에 김예훈이 있기 때문이었다.정동철은 겨우 미소를 쥐어짜 내며 말했다.“부송 대표님, 그러는 게 어디 있습니까? 예물을 줬다 뺏는 건 도리에 어긋납니다. 어제 민아가 김세자를 거절해서 회수하려는 겁니까? 만약 그런 거라면 3일, 아니 하루만 주세요. 민아가 김세자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저희가 설득할게요.”하지만 송준은 여전히 단호했다.“아닙니다! 민아 씨와 김세자의 혼사는 두 사람의 일입니다. 그 누구도 개입할 수 없습니다. 정 씨 일가는가문은 더 이상 정민아 씨랑 상관이 없으니까 예물을 회수하러 온 겁니다. 이건 김세자의 뜻입니다.”정동철은 다리에 힘이 풀려 하마터면 주저앉을 뻔했다. 그는 정민아가 김세자한테 시집간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줄 알았다. 하지만 문제의 중점은 그것이 아니었다. 애당초 받았던 예물은 민아의 것인데 이제 정민아는 가문과 아무 사이도 아니게 되었으니 그들이 민아의 예물을 가질 자격이 없었다.이 정씨 가족과 아무런 관계가 없으니 회수해야 마땅했다.일분 전까지만 해도 정씨 가문의 사람들은 정동철을 대하는 송준의 공손한 태도에 정씨 가문이 재기하고 성남시, 나아가 경기도 전체서 상류층이 될 수 있다는 헛된 기대를 품고 있었다.하지만 그 꿈이 시작되기도 전에 아예 산산조각나버렸다.방금까지 기대를 품고 있던 정동철은 모든 희망을 잃어버렸다.이때, 정지용이 이를 꽉 깨물며 앞으로 나섰다. 정가을을 제외하고 예물을 통해 가장 많이 갈취한 사람이 그와 그의 아버지였으니 무조건 나서야 했다.그는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부송 대표님, 예물은 주고 다시 뺏는 건 듣도 보도 못했습니다을 수 없습니다. 무슨 이유든 절대 그럴 수 없습니다. 모든 예물을 뺏으려면 우리한테 무엇이라도 줘야지 않겠어요?”“뭘요?”뭐요?”송준은 어이없는 듯 피식 웃었다.“그쪽이 뭔데요? 정 씨 일가가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