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월만, 김예훈이 통화를 마치고 돌아올 때 정민아는 이미 체크인 수속을 끝냈다.김예훈은 그녀를 지그시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3일 후에 있을 일은 비밀로 해야 했다....호텔 방으로 돌아온 장미순의 표정이 일그러졌다.“아영아, 문석아. 예전에 은숙 언니가 이 임무를 줬을 때 너무 잔인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까 저 사람 진짜 병신인 것 같아. 민아가 행복하려면 저 아이 남편을 집에서 쫓아내야 해. 문석아, 계획대로 움직여. 저놈이 이성을 잃게 만들어 선 넘는 행동을 해야 해.”유문석이 미소를 지었다.“걱정하지 마세요, 장모님. 이건 임씨 큰어르신이 직접 준 임무니까 어떻게든 완성할 거예요. 이 기회에 임씨 가문에 제대로 눈도장을 찍어야죠. 민아 씨는 뭐가 좋아서 저런 놈한테 시집갔는지 모르겠네요.”그의 말투에 어쩐지 질투가 섞여 있는 듯했다. 슈퍼스타에 버금가는 미모와 모델 같은 몸매를 지닌 정민아가 왜 김예훈 같은 놈한테 시집갔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이아영도 한마디 거들었다.“그래도 그놈 덕분에 오늘 마음껏 뽐냈잖아.”장미순이 다시 미소를 되찾았다.“문석아, 이 일이 순조롭게 끝나면 임씨 큰어르신이 널 중히 여길 거야. 여생을 네 덕분에 편하게 살 수 있게 됐어.”“장모님, 앞으로 저희 유씨 가문도 큰 가문이 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니까 아무 걱정하지 마세요.”이건 유문석의 야심이었다. 비록 지금 임씨 가문의 힘을 빌려 김세자를 위해 일하고 있었지만 앞으로 기회만 있다면 유씨 가문이 궐기할 거라 믿고 있었다.“우리 사위 같은 아들 하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장미순이 기쁘게 웃으며 말했다. 내일 임은숙 부부가 왔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 기대가 되었다. 비록 이번 임무의 목표는 김예훈을 쫓아내는 것이었지만 어릴 때부터 그녀와 앞을 다투던 사촌 언니의 자존심을 무너뜨리고 싶었다....다음날 이른 아침, 롤스로이스 한 대가 반월만 호텔 앞에 멈춰 섰다.송씨 가문의 차였다. 송씨 가문은 기껏해야 2류 가문이
“도대체 누구지? 누구길래 송준이 직접 데리고 온 거지?”“어머, 엄청 젊어 보여. 20대인 것 같은데?”“성남의 귀인인가 봐, 진짜 대단한 인물일 거야!”...사람들이 많이 드나드는 호텔 입구라 사람들이 많이 모여들었다. 어떤 사람들은 핸드폰을 들고 촬영하기 시작했다....송준은 고개를 숙인 채 흥분의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살아있는 전설이 자기 차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문의 영광이었다. 운전기사도 긴장감에 사색이 되었다. 반월만에 온 손님들은 송준을 만나지 못해 안달이 났지만 송준은 이 사람 앞에서 안절부절못했다. 운전기사는 젊은이의 신분을 상상할 수조차 없었다.“총...”송준이 말하려고 할 때 김예훈이 마른기침을 했다.“도련님!”송준은 눈치가 아주 빨랐다.“1년 만에 이렇게 다시 연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도련님의 전화를 받은 것만으로도 영광입니다.”“이젠 롤스로이스도 타고, 출세했네.”김예훈이 웃으며 말했다.송준은 차 내부의 창문을 열고 헤헤 웃으며 말했다.“이게 모든 도련님 덕분입니다. 도련님이 아니었다면 지금 아마 뒹굴뒹굴 놀고 있는 놈팽이에 불과했을 겁니다. 도련님께서 저의 운명을 바꾸셨습니다.”“난 그냥 힘을 실어준 거야. 나중에 성공을 얻는지 마는지는 자기 자신한테 달렸지. 네가 출세한 모습을 보니까 나도 기뻐.”김예훈이 미소를 지었다.당시의 당도 부대는 금수저들이 놀고먹는 곳이었지만 김예훈이 총사령관이 된 이후로 금수저들은 참혹한 훈련을 받게 되었다. 덕분에 그들은 부대의 엘리트가 되었거나 전역한 후 사회의 엘리트가 되었다. 그러니 김예훈은 기쁘지 않을 수가 없었다.“모두 도련님 덕분입니다. 그러니 도련님을 위해서라도 열심히 해야죠.”송준은 겸손하기까지 했다.“좋아. 요즘 성남에서 작은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어. 박인철이랑 오정범이 날 대신 그 일을 책임지고 있어. 만약 반월만에 만족하지 못한다면 너도 성남으로 넘어와.”김예훈은 송준의 실력을 믿고 있었다. 마침 주변에 능력 있는 사람이 별로 없었던 터라 그
호텔 로비에 장미순 가족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 두 가족이 이곳에서 저녁을 같이 먹게 된다.심심한 유문석은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이때, 핸드폰에 뜬 뉴스를 본 그는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오늘 빅 뉴스를 놓쳤네요! 반월만의 송준이 이 호텔 앞까지 왔었네요. 이 호텔에 대단한 인물이 머물고 있었나 봐요. 그 사람과 만날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네.”송준이 직접 누군가를 데리러 왔다는 소식에 장미순과 이아영도 깜짝 놀랐다. 두 사람은 유문석 옆에 다가와 뉴스를 자세히 읽었다.“이게 바로 그 전설 속의 인물인가 봐요. 송준이 직접 문을 열어줬잖아요.”유문석이 부러움을 감추지 못했다.“무슨 얘기를 나누고 있는 거예요?”이때, 정군 가족이 마침 도착했다.장미순은 그들을 보자마자 뭔가가 번뜩 떠올랐다.“언니, 왔어? 소식 들었어? 송준이 여기 호텔로 왔대? 우리 문석이가 송준이랑 몇 번 만났거든. 아주 친한 사이래.”이에 유문석은 얼굴이 살짝 빨개졌다. 그의 직위로 송준 같은 사람과 친구가 될 수 없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정군 가족은 송준이 누군지를 몰라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하여 유문석도 아무 말 없이 미소를 짓고만 있었다. 정군은 핸드폰을 받은 후 사진을 확대하며 자세히 살펴봤다. 정민아도 옆에서 사진을 보고 있었다. 그녀는 송준한테 관심이 없었다. 단지 옆에 있는 사람의 뒷모습을 보고 갸우뚱거렸다. 김예훈과 너무 비슷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진 속 인물이 차에 오른 시간이 김예훈이 외출한 시간과 비슷했다.넋이 나간 정민아의 표정에 장미순은 만족한 듯 미소를 지었다.“송준이 성격이 아주 좋더라고. 우리한테 밥 한 끼 대접했지 뭐야. 기회가 있으면 자리 한 번 마련해볼게.”이에 침착함을 유지하던 유문석의 표정이 굳었다.“어머님, 그런 말 하지 마세요. 송 대표님은 아주 바쁜 사람이에요! 아무 때나 볼 수 있는 분이 아니라고요!”장미순을 그를 흘겨봤다. 이 기회에 김예훈과 정민아의 기를 죽이고 싶었는데 사위가 초를 치고 있었다.
장미순의 말에 정군과 임은숙이 정민아한테로 고개를 돌렸다.“맞아, 그놈 어디 갔어?”정민아는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아침에 엄마, 아빠 데리러 가는 길에 길이 막혔대요. 곧 도착할 거예요.”“그래, 도망친 줄 알았잖아.”장미순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그녀는 임은숙과 눈길을 주고받았다. 지금 두 사람의 목표는 같았다. 유문석의 능력을 빌려 김예훈을 집에서 쫓아내는 것이다.이날 오후, 정군 가족과 장미순 가족이 함께 차를 마셨다.김예훈이 도착하자 장미순이 그를 엄청나게 반겼다. 어제와 완전히 다른 태도에 김예훈이 어안이 벙벙했다.이때, 이아영이 마른기침을 하고 입을 열었다.“예훈 씨, 민아 언니가 그랬는데 지금 백수라면서요? 집에서 집안일만 한다면서요?”“네.”김예훈이 웃으며 말했다.“그러면 안 되죠. 남자라면 외조를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이아영이 말했다.“이렇게 대단한 아내를 뒀는데 제가 노력할 필요가 있나요?”이아영은 그의 말에 눈살을 찌푸렸다. 임은숙이 왜 그를 집에서 쫓아내려는지 알게 되었다. 이렇듯 염치없는 남자를 곁에 두어 좋을 것이 없었다.정민아가 왜 이런 사람한테 시집갔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예훈 씨,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되죠. 아내 등골 빨아먹는 게 자랑은 아니잖아요. 그리고 민아 언니는 그냥 CY그룹을 위해 일하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언제 회사에서 잘릴지 그 누구도 모르는 일이에요. 그때가 되면 누가 가족들을 살려 먹일 거예요?”이아영은 말을 이어갔다.“우리 남편처럼 대기업 팀장을 맡고 몇억 연봉을 받고 싶지 않아요? 나중에 자산과 인맥을 충분히 모으고 혼자 창업할 수도 있잖아요. 만약 우리 남편도 예훈 씨 같았으면 진작 집에서 쫓아냈을 거예요. 아무 쓸모도 없는 사람을 곁에 둬서 뭐하겠어요?”그녀는 정민아한테 김예훈이 아무 쓸모가 없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김예훈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자기 그룹의 팀장 따위가 자기 앞에서 뽐내는 상황이 웃기기만 했다. 하지만 정민아 때문에 화낼 수도
그러나 이아영은 여기서 포기하지 않았다.“예훈 씨, 우리 남편처럼 잘하는 것부터 차근차근히 해나가면 언젠간 성공할 수 있을 거예요. 우리 남편한테서 좀 배워요. 전 언니를 생각해서 하는 말이에요. 언니 지켜줄 능력도 없으면 얼른 언니 곁을 떠나길 바라요. 이러다간 언니를 망칠지도 몰라요!”이아영이 드디어 목적을 드러냈다.장미순도 얼른 거들기 시작했다.“그래, 남자라면 그런 능력쯤은 있어야지. 아내 발목을 잡고 있으면 어떡해?”그러나 임은숙이 두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됐어, 그만해, 미순아. 이놈이 우리 딸한테 뭘 했는지 모르겠지만 우리 딸이 완전히 홀려서 절대 이혼하지 않겠대. 나도 얘 때문에 화딱지가 나.”임은숙 역시 이 기회에 딸 부부를 이혼시키고 싶었다.정민아의 표정이 어두워졌지만 웃어른의 말이라 뭐라 반박할 수가 없었다.이에 김예훈이 얼른 답했다.“어머님, 고모, 걱정하지 마세요. 유문석 씨한테 배울게요.”그러나 진정성 없는 그의 태도에 임은숙의 화병만 쌓여갔다.아무리 자극하려 해도 김예훈은 끄떡하지 않았다.이때, 곁에서 지켜보던 정군이 담담하게 말했다.“됐어. 쓸데없이 힘 빼지 마. 저놈은 이미 너무 뻔뻔스러워서 이런 말에 넘어갈 애가 아니야.”그는 매우 솔직하게 말했다.김예훈은 아내를 힐끔 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지금 이곳의 분위기가 어색해졌다.임은숙과 장미순은 김예훈의 자존심을 무너뜨리기 위해 많은 준비를 했었다. 그러나 김예훈은 어떤 타격에도 끄떡없었다.이때, 장미순이 이아영을 보며 눈짓했다.이아영은 바로 알아채고 고개를 끄덕였다.“오후에 다 함께 쇼핑하러 가는 거 어때요? 반월만에 새로운 쇼핑몰이 지어졌대요.”이들은 돈으로 김예훈을 무너뜨리고 싶었다. 그러나 애당초 물질에 별 관심이 없는 정민아는 고개를 저었다.“아영아, 여행하러 온 거 아니었어? 오후에 바닷가로 가는 거 어때?”“오늘 날씨도 덥고 텁텁하니까 시원하게 쇼핑하러 가.”유문석이 이아영을 도와 한마디 거들었다.“바닷가는 내일 가고
“아영이네 가족은 손님이니까 손님 의견을 따라줘.”정군의 말에 정민아는 할 수 없이 쇼핑하러 갈 수밖에 없었다.잠깐의 휴식 후, 이들은 쇼핑하러 출발했다.정민아가 포르쉐를 몰고 나타나자 장미순이 흠칫 놀랐다. 하지만 유문석과 비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의 애마는 벤츠였고 기세도 엄청났다.그리고 그녀가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남편이 아무 쓸모가 없으니 비교할 바가 없었다.장미순은 심지어 임은숙 가족이 불쌍하게 느껴졌다. 그러니 우수한 사위를 보면 볼수록 기분이 좋았다.쇼핑몰에는 사람들이 가득했고 특히 럭셔리 상가 앞에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면세점이라 성남의 사람들도 이곳에 와서 사치품을 구매하곤 했다.“이 쇼핑물을 세운 사람이 바로 송준이에요. 우리 남편 친구이기도 하죠.”이아영은 소개를 하며 남편 자랑을 잊지 않았다.임은숙은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비록 김예훈을 쫓아내기 위한 계획이었지만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그와 달리 정군은 아무 일도 없는 듯했다. 어찌 됐든 김예훈을 집에서 쫓아낼 수만 있다면 이 정도는 버틸 수 있었다.김예훈만이 어이가 없었다. 송준의 친구인 게 왜 자랑거리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는 나중에 이 일로 송준을 놀릴 생각을 하고 있었다.이런 쇼핑몰은 일반 사람이 세울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송준 역시 당도 부대의 인맥을 빌어 이 건물을 세울 수 있게 되었다. 이 역시 송준의 능력을 검증하는 일이었다.이아영은 이들을 이끌고 샤넬 상가로 향했다. 그녀는 새로 나온 신상을 눈여겨보고 있었지만 유문석은 계속 그녀한테 사주지 않았었다. 그러나 오늘은 김예훈의 기를 죽이기 위해 샤넬 백 사는 걸 동의했다.백을 얻음과 동시에 불쌍한 언니를 도와 모지리 남편을 벗어나게 한다는 생각에 이아영은 자기가 영웅처럼 느껴졌다.“언니, 이 백 어때?”이아영이 정민아의 팔짱을 끼며 물었다. 그녀는 일부러 가격표를 보며 경악했다.“헉, 2천 5백만 원이야. 문석아, 사도 돼?”
유문석은 자기가 나설 때가 됐음을 알아차렸다. 그는 가격표를 보지도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사, 비싸지도 않네, 뭘. 아내가 좋아하는 거라면 별도 따줘야지.”이아영은 그를 껴안으며 볼에 뽀뽀했다.“사랑해, 여보. 이런 남편이 있다는 게 너무 행복해.”정민아는 두 사람의 발연기를 보며 소름이 돋았다. 그러나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예전에 김예훈은 매장 통째를 선물한 적이 있었다. 그러니 이까짓 샤넬 백은 아무것도 아니었다.“여기 괜찮네. 마음에 들어?”김예훈이 정민아 곁으로 다가와 주위를 둘러보며 물었다. 매장을 둘러보고 있는 그를 보며 정민아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듯했다. 김예훈은 도대체 무슨 능력을 지니고 있는 것일까?그녀가 고개만 끄덕인다면 김예훈은 매장 전체를 살 게 분명했다.“민아 언니 마음에 들면 사주려고요? 배보다 배꼽이 크네요.”이아영은 김예훈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확신했다.그러나 김예훈은 그녀를 무시하고 정민아한테로 눈길을 돌렸다. 그녀가 마음에 든다면 사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어차피 얼마 후 청혼할 것이니 이걸 선물로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러나 정민아는 백운산 프로젝트 때문에 워낙 골치가 아파 매장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하여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관심 없어.”“민아 언니, 예훈 씨가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한 거야. 내가 보기엔 여기 있는 백 하나도 살 수 없는걸? 어차피 왔으니까 하나 골라. 우리 남편이 사면 그만이니까.”이아영이 그녀를 유혹했다.“아니야, 집에 많아. 아직 다 써보지도 못했는걸.”정민아는 솔직하게 답했다.“칫!”이아영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돈이 없다고 하면 그만이지. 왜 저런 소리를 해?’하지만 그녀는 바로 표정을 숨기고 웃으며 말했다.“언니, 남편이 사줄 수 없다는 거 알아. 그러지 말고 하나 골라. 우리 남편이 살 거라니까?”이렇게 말을 했지만 아까운 건 어쩔 수 없었다. 백 하나에 몇백만 원을 호가했으니 말이다.
이아영의 끝없는 조롱에 정민아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래, 그럼 사양하지 않을게.”이윽고 정민아는 가장 비싼 백이 전시된 존으로 향했다. 이아영은 순간 머리가 저릿했다. 정민아가 향한 곳에 있는 백은 모두 천만 원이 넘었기 때문이다.그녀가 평소 쳐다보지도 못하는 백을 사려 한다는 생각에 저절로 이가 깨물어졌다.정민아가 가장 비싼 백을 든 순간, 이아영은 다리에 힘이 풀렸다.“언니, 너무 하는 거 아니야? 그건 한정판 4억짜리라고!”이아영의 목소리가 떨렸다.“아무거나 고르라며? 그러면 가장 비싼 거로 사야지. 연봉이 억 단위인데 몇억짜리도 못 사줘?”정민아가 웃으며 말했다.정민아한테 선물하려고 한 건 김예훈을 조롱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정민아의 욕심이 이렇게 클 줄은 몰랐다.“언니는 양심도 없어? 선물한다고 했지, 이렇게 비싼 걸 사준다고는 안 했어!”이아영이 이를 꽉 깨물었다.“이것도 못 산다고? 그럼 됐어.”정민아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했다. 그녀는 오늘 가만히 있으려고 했지만 끝없이 남편을 조롱하는 이아영 때문에 이미 화가 가득 나 있었다.김예훈은 곁에서 흥미진진하게 이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예전에 정씨 가문의 괴롭힘을 받던 그 여자가 아니었다.“그게 아니라 이렇게 비싼 선물을 할 필요가 없다는 거지. 일부러 이걸 고른 거잖아!”이아영의 표정이 어두워졌다.“그렇게 마음에 들면 남편한테 사달라고 해. 내 남편이 왜 사줘야 하는데? 아, 참, 남편이 그걸 살 돈이 없지?”그녀는 김예훈을 조롱할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만약 자기 때문에 정민아가 이혼한다면 그녀의 공로는 엄청나게 된다.이때, 누군가가 매장으로 들어오며 말했다.“이 한정판 백, 포장해주세요.”
“하하하하! 역시 병신이 맞았어! 쓰레기는 쓰레기일 뿐이라고! 너희들 꼬락서니를 봐!”추문성 일행의 처참한 모습을 본 맹승현은 사악하게 미소를 지었다.“이러고도 내 앞에서 잘난 척했던 거야? 그것도 모자라 정의를 되찾고 싶어? 아직 수류탄을 던지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겁을 먹다니! 정말 던져버리면 무서워서 울겠네? 정말 안 되겠네. 추씨 가문? 동씨 가문? 제발 웃기지 마! 1인자 자리에 앉아있는 건 아무도 너희와 경쟁하지 않기 때문이야. 정말 자기가 대단한 줄 알고 나 같은 사람이랑 비교해도 된다고 생각했던 거야? 그럴 자격이 있기나 해?”맹승현은 추문성의 얼굴을 때리며 거만한 표정을 지었다.임수민 등 아름다운 여성들은 모두 입을 가리고 웃음을 터뜨렸다.오늘 이 일이 밖에 알려지면 동씨 가문이든 추씨 가문이든 진주·밀양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 뻔했다.추문성은 맹승현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오늘 이 자리에 무고한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면 맹승현과 함께 죽는 것을 택했을 것이다.“됐어. 오늘은 충분히 기회를 많이 줬어. 앞으로 우리 앞에 나타날 생각도 하지 마.”맹승현은 한껏 조롱과 비웃음이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길에서 나를 만나든 윤지 씨를 만나든 멀리 썩 꺼져. 앞으로 우리가 참석하는 자리에는 동씨 가문도, 추씨 가문도 나타나지 말아야 할 거야. 아니면 만날 때마다 본때를 보여줄 거니까. 그리고 내 말대로 얼른 돈이랑 고서희 씨를 돌려내. 지금 이 자리에서 죽이기 전에. 알겠어?”맹승현은 테이블 위에서 샴페인 병을 집어 들고 추문성의 머리를 내리치더니 냉랭하게 말했다.“진주·밀양에서는 아무도 내 앞에서 뭐라 하지 못해. 너희들은 그럴 자격도 없어.”추문성은 머리를 부여잡고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얼굴은 일그러진 것이 맹승현이 수류탄만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직접 나섰을 것이다.추문성이 이토록 불만이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자 맹승현은 더욱더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나는 어때!”바로 이때, 인파를 뚫고 한 사람이 거만한 모습으로 맹승현 앞에
한계를 넘어선 맹승현의 행동에 추하린은 미간을 찌푸린 채 표정이 얼음장처럼 차가워지고 말았다.그녀는 진주·밀양 용전을 대표할 뿐만 아니라 김예훈의 이익도 대표하고 있는데 이렇게 쉽게 맞을 수가 있겠는가?다음 수난 추하린은 허리춤에서 총을 꺼내며 차갑게 말했다.“맹승현, 내가 괜히 진주·밀양 용전 전주가 된 줄 알아? 정말 너를 죽이지 못할 것 같아?”추하린의 명령과 함께 주위에 열몇 명의 부하들이 동시에 나타나 총알을 장전하고 맹승현을 겨냥했다.하지만 맹승현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는지 그는 무표정으로 추하린을 바라보며 냉랭하게 말했다.“옥루 회관을 무단침입한 것도 모자라 윤지 씨 앞에서 위세를 부리는데 너를 건드리지 않으면 누굴 건드리겠어? 내가 말해주는데 추하린! 진주·밀양 용전 전주면 다른 사람에게 겁줄 수는 있겠지만 나한테는 안 먹혀. 네까짓 게 추문성을 위해 나서려고?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있는거야.”추하린이 냉랭하게 말했다.“나랑 제대로 한번 붙어볼 생각인가 봐? 사람도 많고 총도 많은데 굳이 나를 건드리겠다고?”맹승현은 피식 웃기만 했다.“총으로 나를 쏴보든가! 나를 죽이지 못하면 추씨 가문의 남자는 대대로 노예가 되고 여자는 창녀가 될 것이야.”맹승현이 외투를 풀어 헤치는 순간 옷 속에서 또 몇 개의 검은 수류탄이 보였다.수류탄이 터지는 순간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은 죽을 운명이었다.너무나도 위험한 상황에 사람들은 소름이 끼치고 말았다.수십 명의 용전 부하들과 경호원들은 본능적으로 후퇴했고, 어떤 사람들은 은신처를 찾느라고 정신이 없었다.맹승현은 그야말로 진정한 미친놈이었다.남윤지조차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 심지어 왜 이런 미치광이를 전쟁터에서 데려왔는지 조금 후회하기도 했다.맹승현의 스타일을 봤을 때 정말로 동반자살 하는 행동을 저지를 수도 있는 사람이었다.추문성은 피식 웃으며 앞으로 다가가려고 했지만 추하린이 꽉 잡았다.“왜. 아까는 그렇게 잘난 척하더니. 나를 죽이겠다면서? 왜 이제는 하나둘 겁먹은 거야
“체면을 지켜주지 않으면 뭐 어쩔 건데? 뺨을 때리면 뭐 어쩔 거냐고.”남윤지는 천천히 소파로 돌아가 다리를 꼬고 앉았다.그러면서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으로 추문성을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참기만 하더니 드디어 폭발할 준비가 된 거야? 이제는 나를 때리려고? 자, 한 대 쳐봐. 어떻게 나를 건드릴 건지 지켜볼 거니까.”“너!”추문성이 앞으로 나서려는 순간, 뒤에서 갑자기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잠시 후, 수십 명의 제복을 입고 전신 무장한 사람들이 나타나 총을 빼 들고 전체 마당을 포위했다.이때 제복을 입고있는 추하린이 긴 다리를 뻗으며 천천히 걸어 나왔다.“남윤지 씨, 저희 추씨 가문을 건드리기 전에 제 의견을 물어본 적 있어요?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 알고 있냐고요.”말하는 사이 추하린은 추문성 앞으로 다가가 그의 퉁퉁 부어오른 얼굴과 처참한 모습을 보고 표정이 일그러지고 말았다.“어머, 이게 누구야. 진주·밀양 용전 전주 추하린이잖아. 왜? 전주를 며칠 해봤다고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았어?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 감히 옥루 회관에 와서 소란을 피워? 그것도 모자라 지금 나에게 도전장을 내민 거야?”남윤지가 가소로운 표정으로 말했다.“김현민 도련님이 어르신 생신 때문에 너를 해결할 시간이 없었을 뿐인데 고개를 숙이고 다녀야 할 판에 여기서 허세를 부려? 이런 제기랄! 이따 네 뺨까지 때려줄까?”맹승현도 냉랭하게 말했다.“추하린, 창피하게 그깟 총을 꺼내지도 마. 하나같이 피를 본 적도 없는 초보들이 방아쇠를 당길 줄이나 알아? 그것도 모르면서 어디서 잘난 척하는 거야.”‘맹승현?’이때 추하린의 표정이 미세하게 변했다.추문성이 여기 사람들과 충돌이 일어났다고 해서 바로 달려오느라 김예훈을 전혀 눈치채지도 못했다.추문성이 남윤지만 건드렸다면 그걸로 끝났겠지만 문제는 맹승현도 있다는 것이다.남윤지와 맹승현은 진주·밀양 4대 명문가 중 두 가문을 대표하고 있어 잘못했다간 용전도 이 상황을 수습하지 못할 수도 있었
“그리고 강씨 가문 지분이 추씨 가문의 것도 아닌데 대신 결정할 자격이라도 있는 거야? 아니면 당신 주인이 이미 두려워서 우리를 건드리지 못하는 건가? 그래서 이런 굴욕적인 조건을 스스로 제안한 건가?”남윤지는 차가운 눈빛으로 추문성을 응시하며 다음 행동을 위해 그의 표정으로 뭔가를 읽어내려 했다.하지만 추문성이 무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남윤지 씨, 쓸데없는 말은 필요 없고 한 번만 더 물을게요. 저희랑 이 거래를 할 의향이 있는 거예요?”남윤지는 천천히 다가와서 추문성을 아래위로 훑어보며 부드럽게 말했다.“이렇게 좋은 조건이라면 물론 거래할 의향이 있지만 아쉽게도 네가 강서연 씨를 납치한 게 아니거든. 설령 그렇다 해도 당신 주인이 이렇게 큰 힘을 들여 데려가겠다고 하는데 차라리 계속 붙잡아 두고 강씨 가문이 당신들이랑 연을 끊게 하는 것이 더 재밌지 않을까? 당신 주인이라는 사람은 그깟 똑똑한 척하는 머리와 기술로 진주·밀양에서 뭐든 해낼 수 있다고 생각했나 보지? 정말 순진하긴. 나타나기조차 두려워서 너 같은 쓰레기를 보낸 것만 해도 병신인 것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을까?”남윤지의 표정은 차갑기만 했다. 오늘 이 모든 것은 김예훈을 위해 준비된 것인데 김예훈이 나타나지 않았으니 이른바 거래를 할수 없었다.게다가 추문성은 그녀와 거래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추문성이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남윤지 씨는 저의 체면을 지켜줄 생각이 없나 봐요?”“당연히 체면은 지켜줘야지.”남윤지는 샴페인을 들고 다가왔다.“당신 체면을 봐서 고서희를 납치한 일은 따지지 않을게. 돌아가서 사람을 풀어주고 옥루 회관에 2천억 원을 배상하면 더 이상 책임을 묻지 않을게. 내 조건을 들어줄 수 있겠어? 안 된다면 너까지 잡아둘 수밖에. 네가 먼저 옥루 회관 사람들을 건드렸으니 붙잡아도 너희 누나도 뭐라고 하지 못할 거야.”멀지 않은 곳에서부터 걸어오던 임수민이 웃으면서 말했다.“추문성 도련님, 동의하는 것이 좋을 거예요. 아까 동영상이랑 사진을 많이 찍었
가까워진 남윤지의 얼굴을 보던 추문성은 눈가를 파르르 떨며 오른손을 부들부들 떨었다.추문성은 그녀를 때리지 않으려고 꾹 참고 있었다.쨕!추문성이 공격할 생각이 없어 보이자 남윤지가 다시 한번 추문성의 다른 한쪽 뺨을 때렸다.“쓸모없는 자식. 여자한테 맞고도 반격할 용기도 없는 멍청한 자식. 이러고도 체면을 지켜달라고? 체면이라고 있는 거야?”이순간 남윤지는 추문성을 극도로 경멸했다.‘진주·밀양 도련님 중의 한 명으로서 나한테 손대지도 못하는데 잘나면 얼마나 잘났을까? 그냥 죽기를 기다릴 수밖에.’얼굴을 감싸고 있는 추문성의 입가에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 모습은 얼마나 처참한지 이보다도 더 처참할 수가 없었다.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이 장면을 보고 모두 박장대소를 지었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술잔을 부딪치며 좋은 구경을 하고 있었고, 어떤 사람은 이 장면을 기록하기 위해 핸드폰을 꺼냈다.부잣집 도련님이 쩔쩔매는 모습이 온라인에 퍼진다면 절대 큰 화제가 될 수 있었다.동하임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남윤지 씨, 너무하는 거 아니에요?”동하임은 화가 났지만 한편으로는 어쩔 수가 없었다.남윤지와 맹승현의 막무가내를 봤을 때 가끔은 능력과 인맥이 그렇게 유용하지 않을 때도 있었다.실력이야말로 진정으로 믿을 구석이었다.지금 이 순간 남윤지의 실력이 추문성보다 강하기 때문에 추문성이 반격조차 하지 못하고 심지어 말도 하지 못했다.“농담도 심하시네요. 남윤지 씨는 진주·밀양 4대 명문가 중의 하나인 남씨 가문의 따님이자 안동 김씨 가문의 안방마님이 될 사람인데 제가 아무리 겁 없는 사람이라도 남윤지 씨를 어떻게 모욕하겠어요. 하지만 그래도 제 체면을 지켜주셨으면 바람이네요.”추문성의 눈빛은 차가웠고, 이 순간 그는 분노도 두려움도 없었으며 오히려 얼굴에 남은 손자국을 문질렀다.“저는 오늘 화해를 구하러 온 것이지 남윤지 씨가 두려워서 이러는 거 아니에요. 가끔 어떤 일은 크게 만들 필요가 없지 않을까요? 문제가 커져봤자 모두에게 좋지 않잖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피하지 못한 추문성은 제대로 뺨을 맞았다.얼굴에 빨간 손자국이 나 있는 그 모습은 처참하기 그지없었다.이때 추문성이 소리를 질렀다.“남윤지 씨!”바로 이때 사면팔방에서 남씨 가문의 경호원이 열몇 명 달려왔다.이들은 하나같이 총을 들고 추문성의 이마를 겨냥하고 있었다.그가 조금이라도 경솔한 행동을 한다면 주저 없이 방아쇠를 당길 기세였다.김예훈과 동하임은 사람무리와 동떨어지고 말았다.“제 이름이 함부로 불러도 되는 이름인 줄 알았어요? 부를 자격이나 있다고 생각하시냐고요.”남윤지는 한껏 싫증난 표정이었다.“추씨 가문은 그저 1류 가문에 불과하면서 누나가 진주·밀양 용전 전주 자리를 꿰차면 우리 앞에서 체면이 세워질 거로 생각하셨어요? 허씨 가문의 힘을 빌려 이 자리까지 온 거 잊었어요? 예전에는 허씨 가문에 빌붙어 살더니 이제는 김예훈 씨한테 의지하려는 거예요? 정말 자존심도 없어요? 제가 말해주는데 옛정만 아니었다면 바로 총으로 쏴 죽였을 거예요. 어디서 체면을 지켜달라고 말하는 거예요. 그럴 자격이나 있다고 생각하세요?”남윤지는 어제 김예훈에게 뺨을 맞고 속이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오늘 남지훈과 함께 판을 짜놓은 것도 김예훈을 이곳까지 불러내서 기회를 틈타 죽여버리기 위함이었다.그런데 김예훈은커녕 추문성이 찾아와서 떠들 줄 몰랐다.이로 인해 남윤지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이미지만 아니었다면 직접 총으로 추문성을 쏴 죽였을 것이다.동하임이 옆에서 미간을 찌푸린 채 말했다.“남윤지, 말로 해결해요. 다 이 바닥 사람들인데 추문성 도련님도...”“무슨 할 얘기가 있다고 그러세요?”남윤지는 싫증난 표정으로 웨이터가 건넨 따뜻한 수건으로 손을 닦았다.아까 추문성의 뺨을 때린 것이 자기 손을 더럽혔다고 느낀 모양이다.그녀는 수건을 추문성의 얼굴에 던져버린 후 냉랭하게 말했다.“저를 건드려 놓고 협박하러 오셨어요? 이러고 무슨 화해 한다고. 추문성 씨,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에요? 아니면 누가 이럴
“화해? 화해할 자격이나 있다고 생각해?”맹승현은 차가운 눈빛으로 추문성을 바라보며 조롱하는 표정으로 지었다. 그러면서 수류탄 하나를 꺼내 테이블 위에 던졌다.“이걸 먹어버리면 내가 윤지 씨를 대신해 이른바 화해를 받아줄게!”맹승현의 행동을 지켜보던 김예훈은 그의 허리춤에 걸려있는 또 다른 수류탄들을 보고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는 흑아프리카에서 돌아온 사람답게 수시로 이런 물건을 지니고 있었다.‘사고로 자신은 물론 여기에 있는 모든 사람을 죽일까 두렵지도 않은가?’다른 사람들도 수류탄을 보고 하나같이 표정이 어두워지고 말았다.몇몇 아름다운 여성들은 심지어 얼굴이 하얗게 질려 맹승현에게 잘보이려고 애쓰고 있었다.이런 살상 무기를 가지고있는 남자는 무섭기도 하지만 무한한 매력을 느끼게 했다.결국 여자들은 항상 강한 남자에게 복종하기 마련이었다.추문성은 맹승현을 무시한 채 남윤지를 바라보며 말했다.“저는 분명 화해하러 왔다고 말씀드렸어요. 강서연 씨를 납치해 갔다고 들었는데 제 체면을 봐서라도 풀어주시죠.”“강서연 씨요? 강씨 가문 강서연 씨?”남윤지의 표정은 차갑기만 했다.“손발이 다 있는 사람이 왜 저한테 있다고 말씀하세요? 그것도 모자라 납치한 걸 풀어달라고요? 추문성 도련님, 말을 함부로 하면 안 되죠.”“남윤지 씨, 제 말이 무슨 뜻인지 아실 텐데요.”추문성은 그녀에게 많은 배려를 하지 않았다.“고서희 씨가 저희 손에 있는데 당연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수밖에 없는거 아니겠어요?”남윤지의 눈빛은 차가워지고 말았다.“고서희가 당신들 손에 잡혔던 거예요? 글쎄 오랫동안 아무런 정보도 주지 않았던 거네요.”김예훈은 예리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남윤지의 말로부터 그녀가 바로 이번 사건의 주동자 중의 한 명임을 알수 있었다.그리고 강서연도 옥루 회관에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양측의 대화를 듣고 있던 맹승현은 갑자기 일어나서 테이블을 내리치면서 큰소리쳤다.“추문성, 감히 옥루 회관의 사람을 잡아? 반 시간만 더 줄 테니
“게다가 추문성 도련님 누님이 진주·밀양 용전을 장악하고 있잖아요. 추씨 가문이 지금 진주·밀양에서 지위가 얼마나 높은데요. 추문성 도련님을 건드린 대가가 무엇인지 생각이나 해보셨어요? 만약에 정말 겁도 없이 죽였다가 누님이 진주·밀양 용전 사람들을 데려와서 저희 옥루 회관을 더럽히면 어쩌려고요.”남윤지는 애가 타는 표정으로 말했다.“그리고 추문성 도련님이 오늘 화해할 겸 사과하러 왔다는데 왜 총을 꺼내 들고 무릎부터 꿇게 만들어요. 이래서 어떻게 화해한단 말이에요.”남윤지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지만 말투는 차갑기 그지없었다.분명 어제 일어난 일은 마음속 깊이 새기고 있는 모양이었다.추문성이 김예훈의 사람이라면 그를 밟아 죽이는 것에 전혀 개의치 않았다.물론 추문성을 밟아 죽이기 전에 그가 도대체 무엇을 하려는지 알고 싶었다.“그래요. 윤지 씨 체면을 봐서라도 오늘 밤은 죽이지 않을게요.”이때 맹승현의 손짓 하나에 웨이터가 공손하게 샴페인을 한잔 가져왔다.맹승현은 샴페인 잔을 들고 추문성의 머리에 부으면서 냉랭하게 말했다.“제대로 사과해. 무릎 꿇으라면 꿇고 머리를 박으라면 박아. 아니면 윤지 씨 기분을 망쳤다간 제일 먼저 죽여버릴 거니까.”맹승현이 소파에 다시 앉았지만 그의 보디가드들은 물러서지 않고 여전히 차가운 표정으로 김예훈 일행을 째려보고 있었다.현장에 구경하고 있던 사람들은 조롱하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추씨 가문이 김현민의 대립 구도에 서 있다는 것은 이미 모두가 알고있는 사실이었다.‘이런 상황에서 무슨 염치로 윤지 씨한테 화해하러 온 거지?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 그것도 모자라 저 김예훈이라는 사람을 위해 화해를 요청하다니.’김예훈은 차가운 표정을 유지하며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 그저 주위를 한 바퀴 둘러보며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모조리 기억했다.남윤지는 맹승현을 비난할 생각이 없었고, 그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추문성을 쳐다보았다.“추문성 도련님, 모욕을 당하게 해서 죄송해요. 제가 맹승현 도련님
맹승현은 인내하는 추문성을 보며 사악한 표정을 지었다.이때 그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했다.“추문성, 내 앞에서 더 이상 잘난 척하지 못하겠으면 한 번만 더 물을게. 무릎 꿇을 거야 말 거야.”이 말에 동하임이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맹승현 씨, 너무하는 거 아니에요?”“제가 너무한다고요?”맹승현은 동하임을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냉랭하게 말했다.“동하임 씨 아버지가 진주·밀양 1인자라고 해서 제가 하임 씨를 건드리지 못할 것 같아요? 저를 방해한다면 똑같이 병신으로 만들어 버릴 거예요.”맹승현은 왼손으로 동하임의 얼굴을 쥐어 잡으며 조롱하는 표정을 지었다.그러더니 추문성에게 시선을 돌리면서 음산하게 말했다.“셋 셀 때까지 무릎 꿇으면 윤지 씨랑 이야기할 기회를 줄게. 그런데 무릎을 꿇지 않으면 죽여버릴 거야. 물론 저항해도 좋지만 그러는 순간 너희들 모조리 죽여버릴 거야.”맹승현은 피식 웃으며 숫자를 카운트하기 시작했다.“셋, 둘, 하나...”이 순간 추문성은 맹승현 몸에서 살기가 느껴지는 듯해 이를 악물고 무릎을 꿇고 말았다.부잣집 도련님인 추문성의 성격을 봤을 때 절대 굴복할 리가 없었지만 오늘 밤 목적을 생각하니 참을 수밖에 없었다.동하임이 놀라며 말했다.“추문성 도련님!”의미심장한 표정을 짓고 있던 김예훈은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큰일을 이루려는 사람은 작은 일에 얽매이지 않는다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굽신거릴 수 있다는 것은 김예훈의 예상 밖이었다.양쪽이 대판 싸울 기세였는데 말이다.“아이고, 추문성 도련님. 어쩌다 무릎을 꿇었을까? 아까까지만 해도 거들먹거리면서 총으로 쏴보라더니. 왜 갑자기 겁을 먹었어?”맹승현은 총으로 추문성의 턱을 쳐들며 조롱하듯 말했다.“난 네가 진작에 마음에 안 들었어. 누나가 지켜주니까 맨날 잘난 척하더니 정말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았나 봐? 내 눈에는 너 같은 사람은 아무것도 아니야. 더 자랑할 게 뭐가 있다고. 당도 부대에 3년 동안 있다가 장병급 실력자가 되어서 돌아온 거? 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