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용의 비아냥 거림에도 김예훈은 그저 싱긋 웃으며 말했다.“내가 가고 싶은 자리면 가는 것이고 가고 싶지 않은 자리면 싹싹 빌어도 안 가.”“진짜 뭐라도 되는 줄 아는 저 거만함! 만약 연회에 네가 참석하면 내가 무릎을 꿇을게!”“나는 그런 취미가 없어.”“너 진짜...”정지용은 남해시에서 열린 경매대회가 생각나 안색이 어두워졌다.그는 깊게 심호흡을 하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김예훈, 예전의 네가 했던 방식과 많이 달라. 그깟 알량한 수법으로 모두를 속일 거라고 생각했으면 큰 오산이야!”“성남시에서 일류 가문인 임 씨 가문에서 열리는 연회는 네가 봐왔던 그 어떤 연회와도 다를 거야.”“임 씨 가문의 가주가 바로 성남시의 부시장이라는 걸 잊은 건 아니지?”“너의 알량한 수법에 속을 가문이 아니란 말이야!”“사실 정민아를 대표로 참석시키려고 했으나 그냥 취소하는 것이 좋겠어요. 우리 정 씨 가문의 체면을 모두 떨어뜨리면 방법이 없잖아요.”정지용은 말을 끝내고 바로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 정 씨 어르신은 그의 말에 다시 깊은 고민에 잠겼다. 그의 말대로 정민아는 연회에 어울릴만한 사람이 아니다. 정 씨 가문의 권력을 손에 넣었으니 당분간 권력을 약하게 만드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정지용 너 적당히 해!”“할아버지, 임 씨 가문은 우리 엄마 집이에요. 어떻게든 우리 엄마 명단은 남기셔야죠!”정 씨 어르신은 쌀쌀맞은 말투로 말했다.“정민아, 너 진짜 네가 뭐라도 되는 것 같아? 아직 내가 결정도 하지 않았는데 네가 뭐라고 끼어들어!”“선택은 내가 할 거야!”그리고 정 씨 어르신은 2층으로 올라갔다.사실, 그는 기회를 찾아 정민아를 어떻게든 자리에서 떨어 뜨리려고 한 것이다.임은숙은 화가 치밀어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이게 다 너 때문이야! 너 하나 때문에 내가 우리 가문에서 보낸 초대장에도 참석하지 못하고!”“어르신의 연회에 참석하지 못하면 영원히 임 씨 가문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게 돼!”“임 씨 가문의 도움을 받
그의 말을 들은 임은숙은 불같이 화를 냈다.“김예훈! 그만해! 아직도 내말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그러니까 성남시의 부시장께서 직접 초대장을 보내온단 말이야?”“네.”김예훈은 작게 고개를 끄덕거렸다.“제가 그 제안을 미리 거절했는데 민아가 가고 싶다고 하니까 우리도 참석하면 돼요.”정군과 임은숙은 방패 같은 김예훈과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이렇게 허세를 많이 부리는 사람은 또 처음이었다.두 사람은 정민아를 쳐다보고 말했다.“민아야, 엄마가 다시 한번 경고하는데 빨리 이혼하고 다른 남자 만나.”정군은 그저 깊은 한숨을 쉬며 자리를 떠났다. 이런 바보 같은 데릴 사위를 만났으니 앞으로 험난한 생활이 이어질 것이다.정민아는 조금 화가 났다.정소현만 김예훈을 믿어주고 그의 말이 모두 맞다고 인정해 줬다.삼촌이라는 사람도 형부 앞에서 공손하게 허리를 굽히며 우리 형부가 대단한 사람이라고 했다.집으로 돌아온 김예훈은 하은혜에게 전화를 걸었다.“대표님, 저희 할아버지가 얼마 전에 만나러 가지 않으셨습니까?”“할아버지께서 그저 우리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물어보셔서 그저 상사와 부하직원 사이라고 했어요.”“그리고 임혁한테 전해주세요. 연회에 참석하겠다고.”“알겠습니다.”다음 날, CY 그룹.차 한 대가 비밀스럽게 구석에 주차되었다.CY 그룹의 대표 사무실에서 기세가 만만치 않은 한 중년 남자가 공손하게 하은혜에게 초대장을 건넸다.“하 비서님, 대표님께서 지금 부재시라면 직접 전달해 주세요!”“김 대표님께서 참석해 주시니 더 없는 영광입니다!”임혁은 공손하게 말을 건넸다.김세자의 역량을 잘 알고 있는 그는 하루아침에 이현숙을 밖으로 내몬 김예훈의 실력을 칭찬했다.김 씨 가문에 이제는 김만태만 남았다. 능력은 있지만 예전처럼 빛나지 않을 것이다.임혁이 직접 초대장을 주러 왔으나 하은혜는 임혁의 손에 있는 초대장만 건네받고 고개도 들지 않았다.다시 차에 돌아온 그는 미간을 찌푸리고 상냥한 표정이 바로 사라졌다.그리고
성남 호텔이곳은 이름이 호화스럽지 않지만 평소에 외부 영업을 하지 않고 외빈과 투자자를 접대하는 곳이다.오늘 이곳에서 임 씨 가문 노부인의 생신 연회가 열린다.이곳에서 생신 연회를 진행한다는 것은 임 씨 가문이 성남시에서 얼마나 세력이 강한지 알 수 있다.고급 외제차들이 하나둘씩 호텔 주차장에 들어서고, 호텔 입구에서 내리는 사람들은 모두 성남시에서 고위 관리직을 맡고 있는 사람들이다. 상업계에도 만은 사람들이 참석했다. 이곳에 있는 사람들 중에서 정 씨 가문만 무리에 속하지 않고 있었다. 정 씨 어르신, 정민택, 정가을, 정지용은 모두 참석했지만 정민아만 참석하지 않았다. 정 씨 가문의 사람들은 초대장을 손에 쥐고 삼엄함 경비를 뚫고 성남 호텔에 도착했다.정지용은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고 말했다.“할아버지, 진짜 대단하십니다. 오늘 이 연회에 세력이 강한 사람들만 나타나지 않겠습니까?”“아무 사람이나 친해져도 앞으로 우리 정 씨 가문에 큰 도움이 됩니다.”정 씨 어르신도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제일 중요한 사람은 임 씨 가문의 가주야. 성남시의 부 시장이 되는 사람이니까 그의 눈에 들면 우리 정 씨 가문의 앞날도 환하게 펼쳐질 거야.”“소문에 의하면 말 한마디로 한 가문을 일으킨다고 했어.”그 시각, 프리미엄 가든.정군과 임은숙 두 사람은 씩씩 화를 내며 김예훈을 쳐다보고 말했다.“초대장을 가져온다더니 지금 뭐 하고 있어?”“오늘 어르신 생신 연회인 걸 잊은 거야?”“아직도 초대장이 없으면 우린 어떻게 참석해!”정민아도 조금 실망한 눈빛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 “앞으로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 않길 바래.”김예훈은 자신의 롤렉스 시계를 힐끗 쳐다보고 말했다.“초대장은 현장에 보내도록 지시했어요. 지금 출발하면 저희를 맞이하는 사람이 나올 거예요. 갑시다.”하은혜는 오늘 김예훈을 모시러 오지 않았다. 조금 의심스러웠지만 다들 정군이 금방 새로 장만한 차에 몸을 실었다. 막 성남 호텔에 도착했을 때, 문 앞에 있는 정지용
“아버지 저희 오늘 연회에 참석하려고 왔습니다. 저희 초대장도 있어요!”정군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김예훈이 말한 초대장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 수 없었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절대 기세가 눌리면 안 된다.“그래요? 초대장이 있으면 한번 보여주세요.”정지용은 김예훈을 힐끗 쳐다보고 말했다.“예훈이가...”“예훈이가 왜요?”정지용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그 웃음에는 비웃음이 한가득 담겨 있었다.“설마 초대장이 현장에 있으니 현장에 도착하면 들어갈 수 있다고 했나요?”“맞아.”정군은 고개를 끄덕거렸다.“아하하하하!”정군이 고개를 끄덕거리자 정 씨 가문의 사람들은 저마다 배를 끌어안고 웃음을 터뜨렸다.김예훈의 성의 없는 거짓말에 정군 가족들이 모두 속아 넘어가다니.정 씨 어르신은 정군을 쳐다보고 말했다.“네가 이렇게 멍청한 사람인지 오늘에야 알았어. 너희 가족을 처음부터 성남시에 데려오지 말았어야 했어. 진짜 내 낯이 너무 부끄러워서 어디 살겠니.”정 씨 어르신은 정 씨 가문의 사람들이 왜 성남시에 왔는지 까맣게 잊고 있었다.주위의 비웃음과 욕설에 정군은 지금이라도 당장 김예훈을 죽여버리고 싶었다.정군 가족들의 체면이 바닥에 곤두박질치는 순간이다.정민아의 얼굴은 더욱 하얗게 질렸다. 정 씨 어르신이 자신의 세력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김예훈은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한 꼴이 되었다.“초대장이 없이 함부로 들어오면 할아버지께서 넓은 아량으로 함께 들어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김예훈, 네가 지금 내 앞에서 무릎을 꿇고 빌면 내가 명단 하나쯤은 남겨줄 수 있어.”정가을도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아니면 민아 언니가 무릎을 꿇는 건 어때요? 두 사람이 함께 참석하면 더 좋을지도 모르잖아요.”“그만해!”정민아는 몸을 벌벌 떨었다. 화를 참지 못하면 정민아는 몸을 떨곤 했다.그때, 김예훈이 시간을 확인하고 말했다.“아버지, 어머니, 민아야. 그만해. 일분이 지나면 초대장이 도착할 거야.”정군은 이를 악물고 소리를 질렀다.“김
“김예훈 씨, 정민아 씨, 오셨어요? 자, 초대장 여기 있어요.”하은혜는 공손하게 초대장을 건네주고 미련 없이 떠났다.정군과 임은숙은 넋을 잃고 말았다. 초대장을 가져다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사실이라니?정 씨 일가 사람도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김예훈이 큰소리친 게 아니었다. 그는 진짜 사람을 시켜서 초대장을 가져오게 했다!심지어 CY그룹의 하은혜가 직접 가져다줬다. 김예훈은 대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란 말이지?이내 정군과 임은숙의 벙찐 표정을 뒤로하고 정민아 일가족은 깍듯한 안내를 받으면서 생신연 현장으로 향했다.연회장에는 이미 인산인해를 이루어 커다란 홀이 미어터질 듯싶었다.이때, 정민아는 홀 안을 구경하는 대신 심각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바라보았다.“김예훈, 내 말 좀 들어봐.”“왜? 우리 이제 입장했잖아.”김예훈은 어리둥절했다. 이미 들어왔는데, 또 무슨 불만이 있다는 거지?정민아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아무리 「부춘산거도」의 일 때문에 하은혜 씨가 우리한테 신세를 졌다고 해도 어떻게 그걸 빌미로 자꾸 부탁드릴 수가 있어? 그분한테 초대장을 대신 가져오라고 하다니, 그건 진짜 아니야. 앞으로 그냥 줘도 안 받을 테니까 교훈으로 삼고 두 번 다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스스로 노력해서 자신이 원하는 걸 얻어야지, 남의 손을 빌리면 되겠어?”진지하기 그지없는 표정으로 혼내는 정민아를 보자 김예훈은 할 말을 잃었다.하은혜한테 초대장을 가져다 달라고 하는 게 노력과 상관없는 일인가?다만 당장 설명한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었고, 설령 자신의 정체를 공개한다고 해도 정민아는 믿지 않을 것이다.결국 김예훈은 마지못해 대답했다.“알았어, 앞으로 안 그럴게.”“응, 이왕 입장했으니 제대로 누려보자. 어쨌거나 네 덕분에 오늘 외할머니를 만나게 되었잖아, 고마워!”말을 마친 정민아는 방긋 웃었다.곧이어 김예훈은 두 눈이 반짝거렸다. 무표정일 때 몰랐지만, 미소 짓는 순간 그녀는 앙큼한 미인이 따로 없었다.다만 어디까지나
“엄마! 오빠!”임은숙은 너무 기쁜 나머지 눈물이 흐를 뻔했다. 임씨 가문을 떠나서 대체 얼마 만에 만나는 가족이란 말인가!정군도 감격에 겨워 얼른 다가가서 인사를 건네고 싶었다.특히 임무경을 보자 두 눈이 반짝거렸다.만약 두 사람이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만 있다면 앞으로 정 씨 일가에서 그는 굳건한 지위를 가질 것이다.다만 정군이 입을 떼기도 전에 임무경은 고개만 까닥했다.반면 임옥희는 콧방귀를 뀌며 정민아 일가족을 위아래로 훑더니 그대로 눈을 감아버렸다.정군과 임은숙은 어안이 벙벙했다.호감을 표시해도 돌아오는 건 냉대밖에 없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체감하게 되는 순간이었다.이 얼마나 민망한 상황인가!임은숙은 임무경을 흘긋 쳐다보았다. 그나마 오빠의 태도는 나쁘지 않았다.아마도 마지못해 받아들인 것 같은데, 어머니의 인정을 받으려면 아직 시간이 좀 더 필요했다.심지어 오늘 어머니의 생신날만 아니었다면 자신을 일찌감치 외면했을지도 모른다.하지만 임은숙이 집을 떠난 지 20여 년 만에 드디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게 된 셈이었다.이때, 임은유가 나서서 수습했다.“엄마가 항상 소현의 언니인 민아를 입에 달고 살았잖아요. 봐봐요, 엄마 젊었을 때처럼 너무 예쁘지 않아요?”임은유는 말을 이어가면서 정민아에게 가까이 다가오라고 눈짓했다.“외할머니, 외삼촌, 안녕하세요.”두 사람을 처음 본 정민아는 어색한 듯 긴장한 모습으로 인사를 건넸다.임무경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민아야, 네가 백운 별장 시공 프로젝트를 맡았다고 하던데, 꽤 큰 프로젝트잖아. 아주 잘했어!”임옥희도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멋지구나! 꽤 능력 있군.”그녀는 자기 외손녀를 어느 정도 인정한 듯싶었다.이때, 정군이 김예훈을 흘끗거리더니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멍하니 서서 뭐해? 얼른 인사하지 않고!”김예훈이 한 발 나서서 미소를 살짝 지었다.“외할머니, 외삼촌, 안녕하십니까? 저는 민아 남편 김예훈이라고 합니다.”임무경은 눈을 가늘게 뜨고 김예훈을 위아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표정이 기괴하기 짝이 없었다.특히 임은숙의 얼굴색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왜냐하면 그녀는 자기 어머니에 대해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당시 정군과 결혼했을 때 남편이 그나마 잘 나가는 편인데도 임옥희는 아주 못마땅해했다.그러나 정민아의 남편이란 사람이 지금 이런 파렴치한 말을 내뱉었으니 어찌 임옥희의 환심을 살 수 있겠냐는 말이다.아니나 다를까 임옥희는 한숨을 내쉬더니 정민아 가족은 쳐다보기도 싫은 듯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반면, 임무경은 싸늘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힐끗 쳐다보고 뒤돌아서 걸어갔다.어쨌거나 정민아는 능력이 꽤 있기에 친척 중에서도 그나마 인정할 만한 범주에 속했지만, 저런 남자와 결혼한 이상 그녀를 받아들일지 말지 온 가족이 신중하게 고민해야 할 것 같았다.“형부, 괜찮아요. 할머니 성격이 워낙 깐깐해서 금방 기분이 풀릴 거예요.”정소현이 김예훈을 위로했다.“소현아, 지금이 어느 때라고 아직도 저 쓰레기 같은 녀석을 싸고도는 거야?”임은숙은 이를 갈며 말했다.“방금 했던 말은 네 할머니한테 스스로 무능한 놈이라고 인정한 것밖에 더 있겠어? 네 할머니가 평생 제일 업신여기는 사람이 바로 못난 자식이라고! 능력 없는 것도 모자라 대체 뭘 잘했다고 당당하기까지 해? 정말 구제 불능이군!”임은숙은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이번 기회에 다시 임씨 가문에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그녀의 기대와 달리 김예훈의 말 한마디 때문에 모든 게 수포가 될 줄이야!정군도 화를 주체하지 못하며 말했다.“김예훈, 우리한테 오늘이 얼마나 중요한 날인지 알아? 임씨 가문에 빌붙을 천재일우의 기회라고! 우리가 얼마나 힘들게 얻은 기회인데, 네가 지금 모든 걸 망쳐놨어!”정군이 탄식하며 말했다.만약 사위라는 놈이 능력만 있었더라면 설령 돈을 좀 못 벌어도 임옥희의 인정을 받았을 텐데.정군은 후회막급이었다. 당시 왜 두 사람의 결혼을 허락해줬을까?정민아의 안색도 어두웠지만 이내 나긋한 말투로 위로했다
한 참이 지나서야 정군은 비틀거리며 똑바로 서서 임은숙을 끌어안았다.“여보, 울지 마. 아직 뭐가 들어있는지 모르잖아. 혹시라도 좋은 물건일 수 있지 않을까?”“좋은 물건이라고? 어떻게 좋은 물건일 수가 있겠어?”임은숙의 안색이 창백해졌다.“차라리 옥이나 골동품이면 좋겠는데, 만약 진짜 별 보잘것없는 물건이라면...”이를 언급하자 임은숙은 자칫 까무러칠 지경이었다.오랜 세월이 흘러 모처럼 임옥희와 사이좋게 지낼 기회가 생겼는데, 쓰레기 같은 김예훈 때문에 다시 한번 놓치게 된다면 정말 제 명에 못 살 듯싶었다.생신연이 곧 시작될 예정이지만, 임옥희의 생신연에 참석하기로 한 거물급 손님들은 아직 대부분 도착하지 않았다.이들은 거의 경기도와 성남시 기관에서 내로라하는 인물들이다.임무경은 경기도의 3인자이자 기관에서 비교적 높은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이 거물 중 다수는 실권을 장악하고 있기에 권력만 놓고 보면 그와 비등비등했다.상대방이 그의 체면을 생각해서 찾아온 이상 임무경은 직접 손님을 맞이해야만 했다.심지어 임옥희마저 경기도 1인자가 올지도 모른다는 소식을 듣고 입구에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임씨 가문 자손들도 뒤를 따랐고, 임은유가 억지로 끌고 간 바람에 정민아 일가도 합류하게 되었다.이때, 임은숙 일행을 발견한 사람들이 저도 모르게 수군거렸다.“저들은 어느 집안의 사람인데, 임씨 가문과 나란히 서 있는 거예요?”“비록 제일 뒤에 서 있지만, 아마도 임씨 가문의 친척이 아닐까요?”“임씨 가문 사위 집안이라고 했던 것 같아요. 예전에 임씨 가문이 잘 나가기 전에 임무경 큰 여동생과 결혼했는데, 보아하니 의지하려고 찾아온 듯싶네요. 이제 출세할 일밖에 더 있겠어요?”“흥, 과연 그럴까요? 요즘은 가난하면 개도 쳐다보지 않는다는 거 몰라요?”“능력 있는 집안이면 몰라도 염치없이 빌붙는다 한들 무슨 좋은 결말이 있겠어요?”열띤 의논이 이어지는 와중에 저 멀리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정 씨 일가 사람들은 하나같이 착잡한 표정을
“체면을 지켜주지 않으면 뭐 어쩔 건데? 뺨을 때리면 뭐 어쩔 거냐고.”남윤지는 천천히 소파로 돌아가 다리를 꼬고 앉았다.그러면서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으로 추문성을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참기만 하더니 드디어 폭발할 준비가 된 거야? 이제는 나를 때리려고? 자, 한 대 쳐봐. 어떻게 나를 건드릴 건지 지켜볼 거니까.”“너!”추문성이 앞으로 나서려는 순간, 뒤에서 갑자기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잠시 후, 수십 명의 제복을 입고 전신 무장한 사람들이 나타나 총을 빼 들고 전체 마당을 포위했다.이때 제복을 입고있는 추하린이 긴 다리를 뻗으며 천천히 걸어 나왔다.“남윤지 씨, 저희 추씨 가문을 건드리기 전에 제 의견을 물어본 적 있어요?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 알고 있냐고요.”말하는 사이 추하린은 추문성 앞으로 다가가 그의 퉁퉁 부어오른 얼굴과 처참한 모습을 보고 표정이 일그러지고 말았다.“어머, 이게 누구야. 진주·밀양 용전 전주 추하린이잖아. 왜? 전주를 며칠 해봤다고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았어?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 감히 옥루 회관에 와서 소란을 피워? 그것도 모자라 지금 나에게 도전장을 내민 거야?”남윤지가 가소로운 표정으로 말했다.“김현민 도련님이 어르신 생신 때문에 너를 해결할 시간이 없었을 뿐인데 고개를 숙이고 다녀야 할 판에 여기서 허세를 부려? 이런 제기랄! 이따 네 뺨까지 때려줄까?”맹승현도 냉랭하게 말했다.“추하린, 창피하게 그깟 총을 꺼내지도 마. 하나같이 피를 본 적도 없는 초보들이 방아쇠를 당길 줄이나 알아? 그것도 모르면서 어디서 잘난 척하는 거야.”‘맹승현?’이때 추하린의 표정이 미세하게 변했다.추문성이 여기 사람들과 충돌이 일어났다고 해서 바로 달려오느라 김예훈을 전혀 눈치채지도 못했다.추문성이 남윤지만 건드렸다면 그걸로 끝났겠지만 문제는 맹승현도 있다는 것이다.남윤지와 맹승현은 진주·밀양 4대 명문가 중 두 가문을 대표하고 있어 잘못했다간 용전도 이 상황을 수습하지 못할 수도 있었
“그리고 강씨 가문 지분이 추씨 가문의 것도 아닌데 대신 결정할 자격이라도 있는 거야? 아니면 당신 주인이 이미 두려워서 우리를 건드리지 못하는 건가? 그래서 이런 굴욕적인 조건을 스스로 제안한 건가?”남윤지는 차가운 눈빛으로 추문성을 응시하며 다음 행동을 위해 그의 표정으로 뭔가를 읽어내려 했다.하지만 추문성이 무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남윤지 씨, 쓸데없는 말은 필요 없고 한 번만 더 물을게요. 저희랑 이 거래를 할 의향이 있는 거예요?”남윤지는 천천히 다가와서 추문성을 아래위로 훑어보며 부드럽게 말했다.“이렇게 좋은 조건이라면 물론 거래할 의향이 있지만 아쉽게도 네가 강서연 씨를 납치한 게 아니거든. 설령 그렇다 해도 당신 주인이 이렇게 큰 힘을 들여 데려가겠다고 하는데 차라리 계속 붙잡아 두고 강씨 가문이 당신들이랑 연을 끊게 하는 것이 더 재밌지 않을까? 당신 주인이라는 사람은 그깟 똑똑한 척하는 머리와 기술로 진주·밀양에서 뭐든 해낼 수 있다고 생각했나 보지? 정말 순진하긴. 나타나기조차 두려워서 너 같은 쓰레기를 보낸 것만 해도 병신인 것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을까?”남윤지의 표정은 차갑기만 했다. 오늘 이 모든 것은 김예훈을 위해 준비된 것인데 김예훈이 나타나지 않았으니 이른바 거래를 할수 없었다.게다가 추문성은 그녀와 거래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추문성이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남윤지 씨는 저의 체면을 지켜줄 생각이 없나 봐요?”“당연히 체면은 지켜줘야지.”남윤지는 샴페인을 들고 다가왔다.“당신 체면을 봐서 고서희를 납치한 일은 따지지 않을게. 돌아가서 사람을 풀어주고 옥루 회관에 2천억 원을 배상하면 더 이상 책임을 묻지 않을게. 내 조건을 들어줄 수 있겠어? 안 된다면 너까지 잡아둘 수밖에. 네가 먼저 옥루 회관 사람들을 건드렸으니 붙잡아도 너희 누나도 뭐라고 하지 못할 거야.”멀지 않은 곳에서부터 걸어오던 임수민이 웃으면서 말했다.“추문성 도련님, 동의하는 것이 좋을 거예요. 아까 동영상이랑 사진을 많이 찍었
가까워진 남윤지의 얼굴을 보던 추문성은 눈가를 파르르 떨며 오른손을 부들부들 떨었다.추문성은 그녀를 때리지 않으려고 꾹 참고 있었다.쨕!추문성이 공격할 생각이 없어 보이자 남윤지가 다시 한번 추문성의 다른 한쪽 뺨을 때렸다.“쓸모없는 자식. 여자한테 맞고도 반격할 용기도 없는 멍청한 자식. 이러고도 체면을 지켜달라고? 체면이라고 있는 거야?”이순간 남윤지는 추문성을 극도로 경멸했다.‘진주·밀양 도련님 중의 한 명으로서 나한테 손대지도 못하는데 잘나면 얼마나 잘났을까? 그냥 죽기를 기다릴 수밖에.’얼굴을 감싸고 있는 추문성의 입가에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 모습은 얼마나 처참한지 이보다도 더 처참할 수가 없었다.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이 장면을 보고 모두 박장대소를 지었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술잔을 부딪치며 좋은 구경을 하고 있었고, 어떤 사람은 이 장면을 기록하기 위해 핸드폰을 꺼냈다.부잣집 도련님이 쩔쩔매는 모습이 온라인에 퍼진다면 절대 큰 화제가 될 수 있었다.동하임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남윤지 씨, 너무하는 거 아니에요?”동하임은 화가 났지만 한편으로는 어쩔 수가 없었다.남윤지와 맹승현의 막무가내를 봤을 때 가끔은 능력과 인맥이 그렇게 유용하지 않을 때도 있었다.실력이야말로 진정으로 믿을 구석이었다.지금 이 순간 남윤지의 실력이 추문성보다 강하기 때문에 추문성이 반격조차 하지 못하고 심지어 말도 하지 못했다.“농담도 심하시네요. 남윤지 씨는 진주·밀양 4대 명문가 중의 하나인 남씨 가문의 따님이자 안동 김씨 가문의 안방마님이 될 사람인데 제가 아무리 겁 없는 사람이라도 남윤지 씨를 어떻게 모욕하겠어요. 하지만 그래도 제 체면을 지켜주셨으면 바람이네요.”추문성의 눈빛은 차가웠고, 이 순간 그는 분노도 두려움도 없었으며 오히려 얼굴에 남은 손자국을 문질렀다.“저는 오늘 화해를 구하러 온 것이지 남윤지 씨가 두려워서 이러는 거 아니에요. 가끔 어떤 일은 크게 만들 필요가 없지 않을까요? 문제가 커져봤자 모두에게 좋지 않잖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피하지 못한 추문성은 제대로 뺨을 맞았다.얼굴에 빨간 손자국이 나 있는 그 모습은 처참하기 그지없었다.이때 추문성이 소리를 질렀다.“남윤지 씨!”바로 이때 사면팔방에서 남씨 가문의 경호원이 열몇 명 달려왔다.이들은 하나같이 총을 들고 추문성의 이마를 겨냥하고 있었다.그가 조금이라도 경솔한 행동을 한다면 주저 없이 방아쇠를 당길 기세였다.김예훈과 동하임은 사람무리와 동떨어지고 말았다.“제 이름이 함부로 불러도 되는 이름인 줄 알았어요? 부를 자격이나 있다고 생각하시냐고요.”남윤지는 한껏 싫증난 표정이었다.“추씨 가문은 그저 1류 가문에 불과하면서 누나가 진주·밀양 용전 전주 자리를 꿰차면 우리 앞에서 체면이 세워질 거로 생각하셨어요? 허씨 가문의 힘을 빌려 이 자리까지 온 거 잊었어요? 예전에는 허씨 가문에 빌붙어 살더니 이제는 김예훈 씨한테 의지하려는 거예요? 정말 자존심도 없어요? 제가 말해주는데 옛정만 아니었다면 바로 총으로 쏴 죽였을 거예요. 어디서 체면을 지켜달라고 말하는 거예요. 그럴 자격이나 있다고 생각하세요?”남윤지는 어제 김예훈에게 뺨을 맞고 속이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오늘 남지훈과 함께 판을 짜놓은 것도 김예훈을 이곳까지 불러내서 기회를 틈타 죽여버리기 위함이었다.그런데 김예훈은커녕 추문성이 찾아와서 떠들 줄 몰랐다.이로 인해 남윤지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이미지만 아니었다면 직접 총으로 추문성을 쏴 죽였을 것이다.동하임이 옆에서 미간을 찌푸린 채 말했다.“남윤지, 말로 해결해요. 다 이 바닥 사람들인데 추문성 도련님도...”“무슨 할 얘기가 있다고 그러세요?”남윤지는 싫증난 표정으로 웨이터가 건넨 따뜻한 수건으로 손을 닦았다.아까 추문성의 뺨을 때린 것이 자기 손을 더럽혔다고 느낀 모양이다.그녀는 수건을 추문성의 얼굴에 던져버린 후 냉랭하게 말했다.“저를 건드려 놓고 협박하러 오셨어요? 이러고 무슨 화해 한다고. 추문성 씨,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에요? 아니면 누가 이럴
“화해? 화해할 자격이나 있다고 생각해?”맹승현은 차가운 눈빛으로 추문성을 바라보며 조롱하는 표정으로 지었다. 그러면서 수류탄 하나를 꺼내 테이블 위에 던졌다.“이걸 먹어버리면 내가 윤지 씨를 대신해 이른바 화해를 받아줄게!”맹승현의 행동을 지켜보던 김예훈은 그의 허리춤에 걸려있는 또 다른 수류탄들을 보고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는 흑아프리카에서 돌아온 사람답게 수시로 이런 물건을 지니고 있었다.‘사고로 자신은 물론 여기에 있는 모든 사람을 죽일까 두렵지도 않은가?’다른 사람들도 수류탄을 보고 하나같이 표정이 어두워지고 말았다.몇몇 아름다운 여성들은 심지어 얼굴이 하얗게 질려 맹승현에게 잘보이려고 애쓰고 있었다.이런 살상 무기를 가지고있는 남자는 무섭기도 하지만 무한한 매력을 느끼게 했다.결국 여자들은 항상 강한 남자에게 복종하기 마련이었다.추문성은 맹승현을 무시한 채 남윤지를 바라보며 말했다.“저는 분명 화해하러 왔다고 말씀드렸어요. 강서연 씨를 납치해 갔다고 들었는데 제 체면을 봐서라도 풀어주시죠.”“강서연 씨요? 강씨 가문 강서연 씨?”남윤지의 표정은 차갑기만 했다.“손발이 다 있는 사람이 왜 저한테 있다고 말씀하세요? 그것도 모자라 납치한 걸 풀어달라고요? 추문성 도련님, 말을 함부로 하면 안 되죠.”“남윤지 씨, 제 말이 무슨 뜻인지 아실 텐데요.”추문성은 그녀에게 많은 배려를 하지 않았다.“고서희 씨가 저희 손에 있는데 당연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수밖에 없는거 아니겠어요?”남윤지의 눈빛은 차가워지고 말았다.“고서희가 당신들 손에 잡혔던 거예요? 글쎄 오랫동안 아무런 정보도 주지 않았던 거네요.”김예훈은 예리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남윤지의 말로부터 그녀가 바로 이번 사건의 주동자 중의 한 명임을 알수 있었다.그리고 강서연도 옥루 회관에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양측의 대화를 듣고 있던 맹승현은 갑자기 일어나서 테이블을 내리치면서 큰소리쳤다.“추문성, 감히 옥루 회관의 사람을 잡아? 반 시간만 더 줄 테니
“게다가 추문성 도련님 누님이 진주·밀양 용전을 장악하고 있잖아요. 추씨 가문이 지금 진주·밀양에서 지위가 얼마나 높은데요. 추문성 도련님을 건드린 대가가 무엇인지 생각이나 해보셨어요? 만약에 정말 겁도 없이 죽였다가 누님이 진주·밀양 용전 사람들을 데려와서 저희 옥루 회관을 더럽히면 어쩌려고요.”남윤지는 애가 타는 표정으로 말했다.“그리고 추문성 도련님이 오늘 화해할 겸 사과하러 왔다는데 왜 총을 꺼내 들고 무릎부터 꿇게 만들어요. 이래서 어떻게 화해한단 말이에요.”남윤지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지만 말투는 차갑기 그지없었다.분명 어제 일어난 일은 마음속 깊이 새기고 있는 모양이었다.추문성이 김예훈의 사람이라면 그를 밟아 죽이는 것에 전혀 개의치 않았다.물론 추문성을 밟아 죽이기 전에 그가 도대체 무엇을 하려는지 알고 싶었다.“그래요. 윤지 씨 체면을 봐서라도 오늘 밤은 죽이지 않을게요.”이때 맹승현의 손짓 하나에 웨이터가 공손하게 샴페인을 한잔 가져왔다.맹승현은 샴페인 잔을 들고 추문성의 머리에 부으면서 냉랭하게 말했다.“제대로 사과해. 무릎 꿇으라면 꿇고 머리를 박으라면 박아. 아니면 윤지 씨 기분을 망쳤다간 제일 먼저 죽여버릴 거니까.”맹승현이 소파에 다시 앉았지만 그의 보디가드들은 물러서지 않고 여전히 차가운 표정으로 김예훈 일행을 째려보고 있었다.현장에 구경하고 있던 사람들은 조롱하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추씨 가문이 김현민의 대립 구도에 서 있다는 것은 이미 모두가 알고있는 사실이었다.‘이런 상황에서 무슨 염치로 윤지 씨한테 화해하러 온 거지?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 그것도 모자라 저 김예훈이라는 사람을 위해 화해를 요청하다니.’김예훈은 차가운 표정을 유지하며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 그저 주위를 한 바퀴 둘러보며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모조리 기억했다.남윤지는 맹승현을 비난할 생각이 없었고, 그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추문성을 쳐다보았다.“추문성 도련님, 모욕을 당하게 해서 죄송해요. 제가 맹승현 도련님
맹승현은 인내하는 추문성을 보며 사악한 표정을 지었다.이때 그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했다.“추문성, 내 앞에서 더 이상 잘난 척하지 못하겠으면 한 번만 더 물을게. 무릎 꿇을 거야 말 거야.”이 말에 동하임이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맹승현 씨, 너무하는 거 아니에요?”“제가 너무한다고요?”맹승현은 동하임을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냉랭하게 말했다.“동하임 씨 아버지가 진주·밀양 1인자라고 해서 제가 하임 씨를 건드리지 못할 것 같아요? 저를 방해한다면 똑같이 병신으로 만들어 버릴 거예요.”맹승현은 왼손으로 동하임의 얼굴을 쥐어 잡으며 조롱하는 표정을 지었다.그러더니 추문성에게 시선을 돌리면서 음산하게 말했다.“셋 셀 때까지 무릎 꿇으면 윤지 씨랑 이야기할 기회를 줄게. 그런데 무릎을 꿇지 않으면 죽여버릴 거야. 물론 저항해도 좋지만 그러는 순간 너희들 모조리 죽여버릴 거야.”맹승현은 피식 웃으며 숫자를 카운트하기 시작했다.“셋, 둘, 하나...”이 순간 추문성은 맹승현 몸에서 살기가 느껴지는 듯해 이를 악물고 무릎을 꿇고 말았다.부잣집 도련님인 추문성의 성격을 봤을 때 절대 굴복할 리가 없었지만 오늘 밤 목적을 생각하니 참을 수밖에 없었다.동하임이 놀라며 말했다.“추문성 도련님!”의미심장한 표정을 짓고 있던 김예훈은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큰일을 이루려는 사람은 작은 일에 얽매이지 않는다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굽신거릴 수 있다는 것은 김예훈의 예상 밖이었다.양쪽이 대판 싸울 기세였는데 말이다.“아이고, 추문성 도련님. 어쩌다 무릎을 꿇었을까? 아까까지만 해도 거들먹거리면서 총으로 쏴보라더니. 왜 갑자기 겁을 먹었어?”맹승현은 총으로 추문성의 턱을 쳐들며 조롱하듯 말했다.“난 네가 진작에 마음에 안 들었어. 누나가 지켜주니까 맨날 잘난 척하더니 정말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았나 봐? 내 눈에는 너 같은 사람은 아무것도 아니야. 더 자랑할 게 뭐가 있다고. 당도 부대에 3년 동안 있다가 장병급 실력자가 되어서 돌아온 거? 칵
“맹승현 씨, 말조심하세요!”동하임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이 바닥에서 지내는 사람들끼리 왜 오자마자 총부터 꺼내는 거예요? 한번 해보자는 거예요?”추문성도 냉정한 표정으로 말했다.“맹승현, 미쳤어? 지금 나한테 총을 내민 거야? 그렇게 대단하면 총으로 쏴 죽여 보든가! 날 죽이지 않으면 내가 너를 죽여버릴 거니까.”아무리 그래도 추문성은 당도 부대 출신으로 장병급 실력을 갖춘 사람이었다.비록 맹승현도 흑아프리카에서 어느 정도 이름을 날렸지만 추문성은 다른 사람들처럼 맹승현을 두려워하지 않았다.오늘 화해하는 자리만 아니었다면 바로 손을 댔을 것이다.추문성의 곁에 있던 유일한 부하가 본능적으로 나서려고 했지만 불과 몇 미터 떨어진 곳에서 일곱, 여덟 명의 검은 피부의 남자들이 허리에서 총을 꺼내 그들을 겨누고 있었다.이 사람들은 분명 맹승현이 흑아프리카에서 데려온 용병들로 하나같이 죽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이었다.순식간에 현장에는 피비린내가 나기 시작했다.다른 보안 요원들도 서로 눈치를 보며 총을 꺼내 김예훈 일행을 위협적으로 둘러싸기 시작했다.주인인 남윤지는 이들을 말리지도 않고 우아하게 샴페인을 마실 뿐이다.눈앞에 펼쳐진 장면이 그녀가 원했던 장면인 것 같았다.“추문성, 내가 너를 죽이지 못할 것 같아?”이 순간, 전장을 지배하는 맹승현이 피식 웃었다.“너희 아버지가 밀양 1인자라고 내가 너를 건드리지 못할 것 같아? 내가 원한다면 너희 아버지도, 너희 누나도 얼마든지 죽일 수 있어! 어떻게 내륙인을 위해 우리한테 등을 돌릴 수 있어! 너 같은 사람이 내 앞에 서서 말할 자격이나 있다고 생각해? 내가 말해주는데, 내가 이번에 돌아온 목적은 바로 저놈을 죽여버리는 거야. 내가 떠나기 전에 분명 말했잖아. 윤지 씨를 건드리는 사람은 그 가족을 모조리 죽여버리겠다고. 추문성, 한마디만 더 했다간 머리를 쏴버릴 거야.”맹승현은 바로 총알을 장전하고 오른손 검지를 방아쇠에 올렸다.철컥!다른 경호원들도 하나같이 총알을 장전하
남윤지도 오늘 허벅지까지 갈라진 원피스를 입고 하얗고 길쭉한 다리를 드러냈다.그야말로 유혹적인 모습이었다.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은 곧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안방마님이 될 남윤지는 확실히 남달랐다.최소한 누군가에게 얼굴을 맞고 난 뒤 방에 틀어박혀 자포자기하지 않고 밖에 나와서 활동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그녀의 성격과 능력을 보여주었다.김예훈이 감탄하고 있을 때, 추문성의 시선은 남윤지 옆에 앉아있는 검은 피부의 청년에게 향하면서 미간을 찌푸렸다.“맹승현 이 자식, 언제 돌아온 거지? 아무 소식도 듣지 못했는데?”동하임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흑아프리카에서 용병 게임을 하고 있던 거 아니었어요? 심지어 최근에 금광을 발굴했다고 들었는데 왜 갑자기 돌아온 거죠? 저 사람은 그럴 성격이 아니잖아요.”두 사람의 대화 소리에 김예훈도 전투복을 입고 검은 피부의 남자에게 시선이 갔다.그가 발산하는 기운은 마치 전쟁터의 용병처럼 날카로운 살기를 품고 있었고, 전체적으로 고귀한 기품을 풍기는 것이 이곳과 어울리지 않았다.하지만 아무도 그를 가볍게 여기지 않았고, 오히려 공손하게 대했다.남윤지는 매력적인 미소를 보이며 가끔 그와 말을 주고받았고, 또 술잔까지 부딪히는 것이 서로의 관계가 좋아 보였다.김예훈은 이 사람을 쳐다보며 호기심에 물었다.“뭔가 대단한 사람인 것 같은데 뭐 하는 사람이야?”“진주·밀양 4대 명문가 중의 하나인 맹씨 가문의 도련님, 맹승현이라고 해요. 진주·밀양 4대 도련님 중의 한명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다른 도련님들과는 다르게 정치나 사업을 좋아하지 않고 피비린내 나는 생활을 좋아해요. 그동안 흑아프리카에서 여러 용병 부대를 조직해서 많은 놀라운 일을 해내기도 했어요.”추문성은 표정이 심각해 보였다. 부잣집 도련님이 이정도까지 할수 있다니 정말로 놀라울 따름이다.이때 동하임이 나지막하게 말했다.“맹승현 이 자는 항상 중립을 지켜와서 저희 젊은 세대와는 관계가 그다지 좋지 않았어요. 김현민 체면도 별로 지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