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씨 어르신은 정민아를 힐끗 쳐다보고 잠시 고민을 하더니 말했다.“민아야, 시간 날 때 프로젝트에 관한 모든 서류를 가져와 보거라. 내가 한번 훑어봐야겠어.”정민아는 정 씨 어르신이 핑계를 대며 자신의 손에서 백운 별장의 프로젝트를 뺏으려는 것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정 씨 어르신은 무리한 요구를 건네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동의해야만 했다. 정지용은 정민아를 곁눈질로 쳐다보았다.할아버지가 요구한 것이니 정민아는 바로 꼬리를 내릴 것이다. 오늘이 아니면 다음 기회를 보면 되니까.“그래. 일단 우리 임 씨 가문에 참석할 명단부터 작성하자고.”정 씨 어르신은 자신의 위엄을 나타내며 손을 휘둘었다.사실 그는 정 씨 가문에서 어떻게 이 초대장을 손에 넣었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프로젝트 하나 때문에 임 씨 가문에서 자신들을 높게 평가했다고?백운 별장 프로젝트는 좋은 프로젝트가 확실하다. 정 씨 가문은 그 프로젝트로 큰돈을 벌수 있는 기회도 맞다.하지만 이것 하나만으로 임 씨 가문의 마음에 들었다고?초대장이 정 씨 가문에 보내진 것은 임 씨 가문의 시험과도 마찬가지다. 임 씨 가문은 정 씨 가문과 CY 그룹이 대체 어떤 사이인지 궁금했을 뿐이다.그렇게 많은 가문들이 CY 그룹의 계열사가 되어 망했는데 정 씨 가문만 망하지 않았을까?임 씨 가문, 이 사건의 주최자는 바로 김 씨 가문의 김만태이다. 초대장도 그의 의견이 확실했다.그 원인이 아니라면 임 씨 가문에서 임은숙한테 전화를 걸어 참석하라고 해도 체면을 많이 생각해 준 것이다.초대장을 받은 일은 결국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할아버지, 초대장에 10명만 참석할 수 있다고 썼으니 저희가 잠시 고민을 해봐야 될 것 같아요. 저희 가문에 먹칠을 하지 않는 사람만 데려가는 것은 어떠신가요?”자신은 무조건 연회에 참석할 것이라 정지용은 굳게 믿고 있었다.정 씨 가문의 다른 일원들도 기대 가득한 눈빛을 보내며 꼭 참석하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지금 생활이 너무 힘들어 연회에서 좋은 친
정지용의 비아냥 거림에도 김예훈은 그저 싱긋 웃으며 말했다.“내가 가고 싶은 자리면 가는 것이고 가고 싶지 않은 자리면 싹싹 빌어도 안 가.”“진짜 뭐라도 되는 줄 아는 저 거만함! 만약 연회에 네가 참석하면 내가 무릎을 꿇을게!”“나는 그런 취미가 없어.”“너 진짜...”정지용은 남해시에서 열린 경매대회가 생각나 안색이 어두워졌다.그는 깊게 심호흡을 하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김예훈, 예전의 네가 했던 방식과 많이 달라. 그깟 알량한 수법으로 모두를 속일 거라고 생각했으면 큰 오산이야!”“성남시에서 일류 가문인 임 씨 가문에서 열리는 연회는 네가 봐왔던 그 어떤 연회와도 다를 거야.”“임 씨 가문의 가주가 바로 성남시의 부시장이라는 걸 잊은 건 아니지?”“너의 알량한 수법에 속을 가문이 아니란 말이야!”“사실 정민아를 대표로 참석시키려고 했으나 그냥 취소하는 것이 좋겠어요. 우리 정 씨 가문의 체면을 모두 떨어뜨리면 방법이 없잖아요.”정지용은 말을 끝내고 바로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 정 씨 어르신은 그의 말에 다시 깊은 고민에 잠겼다. 그의 말대로 정민아는 연회에 어울릴만한 사람이 아니다. 정 씨 가문의 권력을 손에 넣었으니 당분간 권력을 약하게 만드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정지용 너 적당히 해!”“할아버지, 임 씨 가문은 우리 엄마 집이에요. 어떻게든 우리 엄마 명단은 남기셔야죠!”정 씨 어르신은 쌀쌀맞은 말투로 말했다.“정민아, 너 진짜 네가 뭐라도 되는 것 같아? 아직 내가 결정도 하지 않았는데 네가 뭐라고 끼어들어!”“선택은 내가 할 거야!”그리고 정 씨 어르신은 2층으로 올라갔다.사실, 그는 기회를 찾아 정민아를 어떻게든 자리에서 떨어 뜨리려고 한 것이다.임은숙은 화가 치밀어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이게 다 너 때문이야! 너 하나 때문에 내가 우리 가문에서 보낸 초대장에도 참석하지 못하고!”“어르신의 연회에 참석하지 못하면 영원히 임 씨 가문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게 돼!”“임 씨 가문의 도움을 받
그의 말을 들은 임은숙은 불같이 화를 냈다.“김예훈! 그만해! 아직도 내말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그러니까 성남시의 부시장께서 직접 초대장을 보내온단 말이야?”“네.”김예훈은 작게 고개를 끄덕거렸다.“제가 그 제안을 미리 거절했는데 민아가 가고 싶다고 하니까 우리도 참석하면 돼요.”정군과 임은숙은 방패 같은 김예훈과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이렇게 허세를 많이 부리는 사람은 또 처음이었다.두 사람은 정민아를 쳐다보고 말했다.“민아야, 엄마가 다시 한번 경고하는데 빨리 이혼하고 다른 남자 만나.”정군은 그저 깊은 한숨을 쉬며 자리를 떠났다. 이런 바보 같은 데릴 사위를 만났으니 앞으로 험난한 생활이 이어질 것이다.정민아는 조금 화가 났다.정소현만 김예훈을 믿어주고 그의 말이 모두 맞다고 인정해 줬다.삼촌이라는 사람도 형부 앞에서 공손하게 허리를 굽히며 우리 형부가 대단한 사람이라고 했다.집으로 돌아온 김예훈은 하은혜에게 전화를 걸었다.“대표님, 저희 할아버지가 얼마 전에 만나러 가지 않으셨습니까?”“할아버지께서 그저 우리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물어보셔서 그저 상사와 부하직원 사이라고 했어요.”“그리고 임혁한테 전해주세요. 연회에 참석하겠다고.”“알겠습니다.”다음 날, CY 그룹.차 한 대가 비밀스럽게 구석에 주차되었다.CY 그룹의 대표 사무실에서 기세가 만만치 않은 한 중년 남자가 공손하게 하은혜에게 초대장을 건넸다.“하 비서님, 대표님께서 지금 부재시라면 직접 전달해 주세요!”“김 대표님께서 참석해 주시니 더 없는 영광입니다!”임혁은 공손하게 말을 건넸다.김세자의 역량을 잘 알고 있는 그는 하루아침에 이현숙을 밖으로 내몬 김예훈의 실력을 칭찬했다.김 씨 가문에 이제는 김만태만 남았다. 능력은 있지만 예전처럼 빛나지 않을 것이다.임혁이 직접 초대장을 주러 왔으나 하은혜는 임혁의 손에 있는 초대장만 건네받고 고개도 들지 않았다.다시 차에 돌아온 그는 미간을 찌푸리고 상냥한 표정이 바로 사라졌다.그리고
성남 호텔이곳은 이름이 호화스럽지 않지만 평소에 외부 영업을 하지 않고 외빈과 투자자를 접대하는 곳이다.오늘 이곳에서 임 씨 가문 노부인의 생신 연회가 열린다.이곳에서 생신 연회를 진행한다는 것은 임 씨 가문이 성남시에서 얼마나 세력이 강한지 알 수 있다.고급 외제차들이 하나둘씩 호텔 주차장에 들어서고, 호텔 입구에서 내리는 사람들은 모두 성남시에서 고위 관리직을 맡고 있는 사람들이다. 상업계에도 만은 사람들이 참석했다. 이곳에 있는 사람들 중에서 정 씨 가문만 무리에 속하지 않고 있었다. 정 씨 어르신, 정민택, 정가을, 정지용은 모두 참석했지만 정민아만 참석하지 않았다. 정 씨 가문의 사람들은 초대장을 손에 쥐고 삼엄함 경비를 뚫고 성남 호텔에 도착했다.정지용은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고 말했다.“할아버지, 진짜 대단하십니다. 오늘 이 연회에 세력이 강한 사람들만 나타나지 않겠습니까?”“아무 사람이나 친해져도 앞으로 우리 정 씨 가문에 큰 도움이 됩니다.”정 씨 어르신도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제일 중요한 사람은 임 씨 가문의 가주야. 성남시의 부 시장이 되는 사람이니까 그의 눈에 들면 우리 정 씨 가문의 앞날도 환하게 펼쳐질 거야.”“소문에 의하면 말 한마디로 한 가문을 일으킨다고 했어.”그 시각, 프리미엄 가든.정군과 임은숙 두 사람은 씩씩 화를 내며 김예훈을 쳐다보고 말했다.“초대장을 가져온다더니 지금 뭐 하고 있어?”“오늘 어르신 생신 연회인 걸 잊은 거야?”“아직도 초대장이 없으면 우린 어떻게 참석해!”정민아도 조금 실망한 눈빛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 “앞으로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 않길 바래.”김예훈은 자신의 롤렉스 시계를 힐끗 쳐다보고 말했다.“초대장은 현장에 보내도록 지시했어요. 지금 출발하면 저희를 맞이하는 사람이 나올 거예요. 갑시다.”하은혜는 오늘 김예훈을 모시러 오지 않았다. 조금 의심스러웠지만 다들 정군이 금방 새로 장만한 차에 몸을 실었다. 막 성남 호텔에 도착했을 때, 문 앞에 있는 정지용
“아버지 저희 오늘 연회에 참석하려고 왔습니다. 저희 초대장도 있어요!”정군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김예훈이 말한 초대장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 수 없었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절대 기세가 눌리면 안 된다.“그래요? 초대장이 있으면 한번 보여주세요.”정지용은 김예훈을 힐끗 쳐다보고 말했다.“예훈이가...”“예훈이가 왜요?”정지용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그 웃음에는 비웃음이 한가득 담겨 있었다.“설마 초대장이 현장에 있으니 현장에 도착하면 들어갈 수 있다고 했나요?”“맞아.”정군은 고개를 끄덕거렸다.“아하하하하!”정군이 고개를 끄덕거리자 정 씨 가문의 사람들은 저마다 배를 끌어안고 웃음을 터뜨렸다.김예훈의 성의 없는 거짓말에 정군 가족들이 모두 속아 넘어가다니.정 씨 어르신은 정군을 쳐다보고 말했다.“네가 이렇게 멍청한 사람인지 오늘에야 알았어. 너희 가족을 처음부터 성남시에 데려오지 말았어야 했어. 진짜 내 낯이 너무 부끄러워서 어디 살겠니.”정 씨 어르신은 정 씨 가문의 사람들이 왜 성남시에 왔는지 까맣게 잊고 있었다.주위의 비웃음과 욕설에 정군은 지금이라도 당장 김예훈을 죽여버리고 싶었다.정군 가족들의 체면이 바닥에 곤두박질치는 순간이다.정민아의 얼굴은 더욱 하얗게 질렸다. 정 씨 어르신이 자신의 세력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김예훈은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한 꼴이 되었다.“초대장이 없이 함부로 들어오면 할아버지께서 넓은 아량으로 함께 들어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김예훈, 네가 지금 내 앞에서 무릎을 꿇고 빌면 내가 명단 하나쯤은 남겨줄 수 있어.”정가을도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아니면 민아 언니가 무릎을 꿇는 건 어때요? 두 사람이 함께 참석하면 더 좋을지도 모르잖아요.”“그만해!”정민아는 몸을 벌벌 떨었다. 화를 참지 못하면 정민아는 몸을 떨곤 했다.그때, 김예훈이 시간을 확인하고 말했다.“아버지, 어머니, 민아야. 그만해. 일분이 지나면 초대장이 도착할 거야.”정군은 이를 악물고 소리를 질렀다.“김
“김예훈 씨, 정민아 씨, 오셨어요? 자, 초대장 여기 있어요.”하은혜는 공손하게 초대장을 건네주고 미련 없이 떠났다.정군과 임은숙은 넋을 잃고 말았다. 초대장을 가져다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사실이라니?정 씨 일가 사람도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김예훈이 큰소리친 게 아니었다. 그는 진짜 사람을 시켜서 초대장을 가져오게 했다!심지어 CY그룹의 하은혜가 직접 가져다줬다. 김예훈은 대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란 말이지?이내 정군과 임은숙의 벙찐 표정을 뒤로하고 정민아 일가족은 깍듯한 안내를 받으면서 생신연 현장으로 향했다.연회장에는 이미 인산인해를 이루어 커다란 홀이 미어터질 듯싶었다.이때, 정민아는 홀 안을 구경하는 대신 심각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바라보았다.“김예훈, 내 말 좀 들어봐.”“왜? 우리 이제 입장했잖아.”김예훈은 어리둥절했다. 이미 들어왔는데, 또 무슨 불만이 있다는 거지?정민아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아무리 「부춘산거도」의 일 때문에 하은혜 씨가 우리한테 신세를 졌다고 해도 어떻게 그걸 빌미로 자꾸 부탁드릴 수가 있어? 그분한테 초대장을 대신 가져오라고 하다니, 그건 진짜 아니야. 앞으로 그냥 줘도 안 받을 테니까 교훈으로 삼고 두 번 다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스스로 노력해서 자신이 원하는 걸 얻어야지, 남의 손을 빌리면 되겠어?”진지하기 그지없는 표정으로 혼내는 정민아를 보자 김예훈은 할 말을 잃었다.하은혜한테 초대장을 가져다 달라고 하는 게 노력과 상관없는 일인가?다만 당장 설명한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었고, 설령 자신의 정체를 공개한다고 해도 정민아는 믿지 않을 것이다.결국 김예훈은 마지못해 대답했다.“알았어, 앞으로 안 그럴게.”“응, 이왕 입장했으니 제대로 누려보자. 어쨌거나 네 덕분에 오늘 외할머니를 만나게 되었잖아, 고마워!”말을 마친 정민아는 방긋 웃었다.곧이어 김예훈은 두 눈이 반짝거렸다. 무표정일 때 몰랐지만, 미소 짓는 순간 그녀는 앙큼한 미인이 따로 없었다.다만 어디까지나
“엄마! 오빠!”임은숙은 너무 기쁜 나머지 눈물이 흐를 뻔했다. 임씨 가문을 떠나서 대체 얼마 만에 만나는 가족이란 말인가!정군도 감격에 겨워 얼른 다가가서 인사를 건네고 싶었다.특히 임무경을 보자 두 눈이 반짝거렸다.만약 두 사람이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만 있다면 앞으로 정 씨 일가에서 그는 굳건한 지위를 가질 것이다.다만 정군이 입을 떼기도 전에 임무경은 고개만 까닥했다.반면 임옥희는 콧방귀를 뀌며 정민아 일가족을 위아래로 훑더니 그대로 눈을 감아버렸다.정군과 임은숙은 어안이 벙벙했다.호감을 표시해도 돌아오는 건 냉대밖에 없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체감하게 되는 순간이었다.이 얼마나 민망한 상황인가!임은숙은 임무경을 흘긋 쳐다보았다. 그나마 오빠의 태도는 나쁘지 않았다.아마도 마지못해 받아들인 것 같은데, 어머니의 인정을 받으려면 아직 시간이 좀 더 필요했다.심지어 오늘 어머니의 생신날만 아니었다면 자신을 일찌감치 외면했을지도 모른다.하지만 임은숙이 집을 떠난 지 20여 년 만에 드디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게 된 셈이었다.이때, 임은유가 나서서 수습했다.“엄마가 항상 소현의 언니인 민아를 입에 달고 살았잖아요. 봐봐요, 엄마 젊었을 때처럼 너무 예쁘지 않아요?”임은유는 말을 이어가면서 정민아에게 가까이 다가오라고 눈짓했다.“외할머니, 외삼촌, 안녕하세요.”두 사람을 처음 본 정민아는 어색한 듯 긴장한 모습으로 인사를 건넸다.임무경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민아야, 네가 백운 별장 시공 프로젝트를 맡았다고 하던데, 꽤 큰 프로젝트잖아. 아주 잘했어!”임옥희도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멋지구나! 꽤 능력 있군.”그녀는 자기 외손녀를 어느 정도 인정한 듯싶었다.이때, 정군이 김예훈을 흘끗거리더니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멍하니 서서 뭐해? 얼른 인사하지 않고!”김예훈이 한 발 나서서 미소를 살짝 지었다.“외할머니, 외삼촌, 안녕하십니까? 저는 민아 남편 김예훈이라고 합니다.”임무경은 눈을 가늘게 뜨고 김예훈을 위아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표정이 기괴하기 짝이 없었다.특히 임은숙의 얼굴색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왜냐하면 그녀는 자기 어머니에 대해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당시 정군과 결혼했을 때 남편이 그나마 잘 나가는 편인데도 임옥희는 아주 못마땅해했다.그러나 정민아의 남편이란 사람이 지금 이런 파렴치한 말을 내뱉었으니 어찌 임옥희의 환심을 살 수 있겠냐는 말이다.아니나 다를까 임옥희는 한숨을 내쉬더니 정민아 가족은 쳐다보기도 싫은 듯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반면, 임무경은 싸늘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힐끗 쳐다보고 뒤돌아서 걸어갔다.어쨌거나 정민아는 능력이 꽤 있기에 친척 중에서도 그나마 인정할 만한 범주에 속했지만, 저런 남자와 결혼한 이상 그녀를 받아들일지 말지 온 가족이 신중하게 고민해야 할 것 같았다.“형부, 괜찮아요. 할머니 성격이 워낙 깐깐해서 금방 기분이 풀릴 거예요.”정소현이 김예훈을 위로했다.“소현아, 지금이 어느 때라고 아직도 저 쓰레기 같은 녀석을 싸고도는 거야?”임은숙은 이를 갈며 말했다.“방금 했던 말은 네 할머니한테 스스로 무능한 놈이라고 인정한 것밖에 더 있겠어? 네 할머니가 평생 제일 업신여기는 사람이 바로 못난 자식이라고! 능력 없는 것도 모자라 대체 뭘 잘했다고 당당하기까지 해? 정말 구제 불능이군!”임은숙은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이번 기회에 다시 임씨 가문에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그녀의 기대와 달리 김예훈의 말 한마디 때문에 모든 게 수포가 될 줄이야!정군도 화를 주체하지 못하며 말했다.“김예훈, 우리한테 오늘이 얼마나 중요한 날인지 알아? 임씨 가문에 빌붙을 천재일우의 기회라고! 우리가 얼마나 힘들게 얻은 기회인데, 네가 지금 모든 걸 망쳐놨어!”정군이 탄식하며 말했다.만약 사위라는 놈이 능력만 있었더라면 설령 돈을 좀 못 벌어도 임옥희의 인정을 받았을 텐데.정군은 후회막급이었다. 당시 왜 두 사람의 결혼을 허락해줬을까?정민아의 안색도 어두웠지만 이내 나긋한 말투로 위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