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웅성거릴 때 입구에서 제복 차림의 위엄 넘치는 남자 몇 명이 걸어 들어오는 것을 발견했다.선두에는 이십 대 후반으로 보이는 젊은이가 있었는데 지위가 꽤 높은 사람처럼 기품이 흘러넘쳤다.그는 바로 임무경의 아들이자 정민아의 사촌 오빠 임영운이다. 현재 성남시 경찰서의 소대장급 형사로서 현지에서 꽤 권력이 있는 편이다.곧이어 임영운은 신이 나서 한 무리 사람을 데리고 들어섰다.“할머니, 아빠, 제가 대신 소개해드릴게요. 이분은 성남시 경찰서 2인자인 형사 부반장 임성휘이고, 이분은 성남시 경찰서 3인자인 형사 부반장 방시운입니다.”이내 성남시 경찰서 고위 간부 7~8명을 소개했는데, 다들 임영운보다 직급이 한 두 단계 높았다.하지만 성남시 경찰서 형사 반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물론 연회장을 찾은 간부들은 임영운의 체면을 세워준 셈이었다.이때, 그들은 임영운의 안내에 따라 잇달아 선물 박스를 건네주며 축하 인사를 올렸다.“어르신, 행복한 하루를 보내시고 만수무강하세요.”“환영합니다, 여러분. 못난 저희 아들을 챙겨주셔서 고마워요.”임무경이 웃으면서 인사를 건넸고, 임옥희는 입이 귀에 걸릴 지경이었다.임영운이 경찰서 고위 간부를 이렇게나 많이 데려올 수 있다는 건 고작 성남시라고 해도 인간관계가 꽤 나쁘지 않다는 점을 설명했다.이내 임옥희는 임영운의 손을 잡고 말했다.“영운아, 너 때문에 우리 집이 체면이 서는구나. 앞으로 임씨 가문의 미래는 모두 네 손에 달려있어.”“어르신, 회장님. 이 자리를 빌려 영운을 제대로 칭찬해줘야 할 것 같아요. 능력이 정말 출중해서 저희 반장님이 내년에 형사 부반장 자리에 추천해주겠다고 했거든요. 그때가 되면 우리 경찰서의 4인자가 되어 저희랑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죠. 임씨 가문에 곧 인재가 넘쳐나게 생겼어요!”경찰서의 1인자 형사 반장은 내부에서 모든 걸 주관한다. 한마디로 형사 부반장을 임명하는 일은 형사 반장의 마음에 달렸다.이처럼 어린 나이에 형사 부반장이 된다는 건 임영운보다 경력
현재 임씨 가문에서 임은숙과 정군의 지위가 제일 낮은 건 사실이다.임무경은 당연히 예외였다. 경기도 3인자로서 지위는 물론 권력도 어마무시했으니까.아들인 임영운은 곧 성남시 경찰서 형사 부반장이 될 사람으로 나이도 어리고 유망했다.그리고 임은유와 여문성을 놓고 보면, 개인사업자인 임은유는 비록 비즈니스 규모가 크지 않지만 연 매출이 몇십억은 훌쩍 넘었다.반면 여문성은 성남은행의 부행장으로 지위가 꽤 높은 편에 속했기에 매년 부탁하려고 찾아오는 사람이 부지기수였다.이런 사람과 비교했을 때 정군과 임은숙은 전혀 볼품없고, 심지어 웃음거리 신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그나마 정민아 덕분에 애써 체면을 유지할 수 있었는데, 결국 김예훈과 결혼한 탓에 정민아의 위상마저 깎이게 생겼다.한편 정군과 임은숙은 수치스러움에 낯뜨거울 지경이었다.이때, 밖에서 또다시 발소리가 들려왔다.이내 중년 남자 몇 명이 성큼성큼 걸어왔는데, 그중 선두에 있는 사람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회장님, 초대장 없이 불쑥 찾아와서 양해 부탁드립니다.”“저 사람은 성남시 2인자 왕태호 아닌가요?”“그리고 성남시 경찰서 1인자인 이도운도 계시네요.”“저분은 경기도 경찰청 2인자 문준남 아니세요?”곧이어 모습을 드러낸 세 사람은 하나같이 성남시, 심지어 경기도를 통틀어 어느 정도 영향력을 지닌 인물들이었다.특히 문준남은 경찰계에서 방대한 인맥을 자랑하고 후배가 많은 것으로 소문났다.비록 내년에 퇴직하지만, 일선에서 물러난다고 해도 여전히 권력을 쥐고 있는 실세라고 할 수 있다.세 사람의 등장은 임씨 가문이 함부로 넘보기 어려운 존재라는 것을 뜻하기도 했다.“어르신, 복 많이 받으세요!”문준남을 포함한 사람이 잇달아 인사를 건넸다.다만 지위가 높은 자일수록 아무리 생신을 축하하러 왔다고 하지만 체통 지켜야 하기 마련이므로 남들처럼 아부하려고 굽신거릴 수는 없었다.임옥희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문준남을 위아래로 훑어보는 그녀의 얼굴에 함박웃음이 걸려 있었다.비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장내가 떠들썩하더니 사람들이 수군거리기 바빴다.임영운의 신분만 하더라도 보통이 아닌데, 그가 언급한 뛰어난 인재는 얼마나 더 잘나가겠냐는 말이다.누군가 깜짝 놀란 얼굴로 말했다.“임씨 가문 젊은 세대 중에서 제일 성공한 사람이 임영운이라고 하지 않았어요? 능력이 뛰어난 매제가 대체 웬 말이에요?”“하긴, 어찌 됐든 임씨 가문의 외손녀인데 설마 보통 남자와 결혼했겠어요? 적어도 키 크고 잘생기고 돈 많은 사람이겠죠.”이내 고개를 두리번거리다가 김예훈을 발견하고는 흠칫 놀라면서 말했다.“이분은... 이분의 분위기는 정말...”인파 속에서 죽상이 된 얼굴로 서 있던 정 씨 일가 사람은 수군대는 소리를 듣고 눈이 마주치자 너나 할 것 없이 피식하고 실소를 터뜨렸다.정가을은 억지로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할아버지, 임씨 가문에서 왜 정민아 가족을 높이 평가하는지 알 것 같아요. 아무래도 김예훈이 잘나가는 사람이라고 허풍 떨었나 봐요. 물론 임씨 가문에서 철석같이 믿을 줄은 몰랐죠. 지금 공개한다면 웃음거리가 될 게 뻔하겠죠?”정지용도 비웃음을 금치 못했다.“쓰레기는 쓰레기일 뿐, 어디 가나 망신당하기 마련이에요.”정동철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그만 웃어. 어쨌거나 우리 정 씨 일가 사람이기도 한데, 다른 사람이 눈치라도 채면 어떡하려고? 이따가 모른 척하고 있어.”정동철은 정민아 가족이 자칫 망신이라도 당할까 봐 선을 그었다.물론 임영운도 없는 소리를 한 건 아니었다.항간에 떠도는 소문에 의하면 정민아는 전설 속 김세자의 여자라고 했다.따라서 임영운은 무의식적으로 정민아의 남편이 곧 김세자라고 여겼다.임영운의 직감은 정확했고, 헛발을 짚었다고는 할 수 없다.왜냐하면 김세자가 바로 김예훈이지만, 대부분 사람은 모르고 있을 뿐이다.이때, 정군과 임은숙은 임영운이 김예훈을 언급하자 안색이 살짝 어두워졌다.둘은 차마 대답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인 채 김예훈을 뒤로 끌어내려고 했다.현장에 사람도 많은데, 만약
정민아의 얼굴도 점점 창백해졌다. 그녀도 지금 밖에서 왜 이런 소문이 떠도는지 알 수 없었다.임영운이 내뱉은 말에 그녀는 순간 무슨 대답을 해야 할지 몰랐다.드디어 정신을 차린 그녀가 한 발자국 나서려는 순간 뜻밖에도 김예훈이 먼저 입을 열었다.“형님, 안녕하세요. 제가 바로 김세자에요.”임씨 가문 앞에서 자신의 신분을 인정해도 상관은 없는지라 이참에 그들의 반응을 확인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헉!”이때, 사람들이 숨을 들이켜기 바빴다.그가 진짜 김세자라니? 당시 김씨 가문을 이끌고 무려 맨손으로 Q 그룹을 탄생시킨 위대한 인물이지 않냐는 말이다.임씨 가문은 이제 승승장구할 일만 남았다!물론 임영운은 별다른 생각 없이 말을 이어갔다.“역시! 앞으로 우리 집안은 매제한테 달렸으니 잘 좀 챙겨줘요.”반면, 임무경의 눈빛이 살짝 어두워졌다.만약 눈앞의 사람이 진짜 김세자라면 임씨 가문은 자기 입장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보되 다른 3대 일류 가문과 협력해야 할지 말지 고민할 필요가 생겼다.이때, 정군이 드디어 정신을 차리고 서둘러 말했다.“김예훈, 그만해! 여기가 어디라고 헛소리를 지껄이는 거야?”임은숙도 초조한 얼굴로 말을 보탰다.“어르신께서 큰소리치는 사람을 제일 싫어하는 거 몰라? 제발 부탁인데, 말도 안 되는 소리는 집어치워!”정민아는 당장이라도 김예훈의 입을 틀어막고 싶었다.유독 정소현만 입을 떡 벌리고 있었다. 형부께서 자신의 신분은 비밀로 해야 한다고 하지 않았나? 오늘 스스로 밝힌 이유는 뭐지?이때, 김예훈이 웃으면서 말했다.“임씨 가문을 챙겨주는 건 일도 아니죠. 제가 마음만 먹으면 단 한 마디로 충분해요.”그의 말을 듣자 정군과 임은숙은 기가 찰 지경이었다.허풍도 정도껏 떨어야지, 한 마디로 충분하다고?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하하하!”이때, 현장에서 마치 불협화음 같은 폭소가 들려왔다.정지용은 배를 끌어안고 미친 듯이 웃어 댔다.“할아버지, 죄송해요. 더는 못 참겠어요. 웃음이 멈
“퍽!”이내 깜짝 놀란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임옥희는 손에 든 지팡이로 김예훈의 등을 후려쳤다.그러고 나서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사람은 모름지기 제 분수를 알라고 했다. 본인이 어느 정도인지 속으로 뻔하지 않아?”곧이어 그녀는 정군과 임은숙 앞에서 지팡이로 바닥을 내리쳤다.“데릴사위 교육 똑바로 해. 아무 데서나 입을 놀려도 되는 줄 아나 본데, 만약 어떻게 가르칠지 모르겠다면 저놈을 데리고 나가! 생일은 잔칫날이지 망나니가 함부로 날뛰는 곳이 아니야!”따끔한 호통에 정군과 임은숙은 화들짝 놀라 몸을 부르르 떨면서 고개를 떨군 채 감히 대꾸조차 못 했다.심지어 임은숙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다름 아닌 자기 친정집에서 그것도 성공한 모습으로 다시 돌아가는 날을 밤낮으로 그리워하지 않았냐는 말이다.다만 돌아오고 나니 이런 수모와 굴욕을 당할 줄은 몰랐다.임은숙은 당장이라도 목을 매달고 싶었다.이렇게 창피한데, 앞으로 임씨 가문 사람 앞에서 어찌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있겠는가!이 모든 건 김예훈 저 못난 놈의 탓이다! 입을 다물고 있다고 해서 그를 벙어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텐데...한편, 정군은 화가 나서 치를 떨며 당장이라도 김예훈의 싸대기를 날리고 싶었다.하지만 임옥희의 앞에서 당사자가 가만히 있는 이상 그는 감히 손을 댈 용기조차 없었다.물론 정민아도 실망이 극에 달했다.시간이 흘러도 김예훈은 허풍 떠는 습관을 고치기는커녕 점점 더 심해졌다.옛날부터 내내 본인이 총사령관이라는 둥, 김세자라는 둥 소리를 해서 이런 말은 함부로 하면 안 된다고 재차 경고한 적이 있었다.일단 소문이 퍼지면 큰일이 날 게 분명했으니까. 심지어 이로 인해 정 씨 일가가 망할지도 모른다.그런데 자신의 충고는 귓등으로 듣고 점점 심해질 줄이야! 기관 사람이 이렇게나 많은데 이런 말을 하다니!임씨 가문을 챙겨준다고? 무려 경기도 일류 가문인 임씨 가문을? 심지어 임무경은 경기도 3인자이지 않냐는 말이다.고작 김예훈 같은 사람이 임무경을
망신도 이런 망신이 어디 있을까?그동안 정 씨 일가에서 충분히 굴욕적인 삶을 살았다고 생각했지만, 오늘 한평생 가장 굴욕적인 순간을 맞닥뜨릴 줄은 상상도 못 했다.심지어 정군마저 이를 악물었다.그들은 오늘 임씨 가문에게 빌붙으려고 연회장까지 찾아왔다. 비록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성과는 내야 하지 않겠는가.하지만 지금은 웃음거리가 된 신세를 제외하고 한 게 뭐가 있냐는 말이다.“얼른 들어가지 않고 뭐해요? 집안 망신을 다 시켰는데 가당키나 한 일입니까?”이때, 임영운이 불쑥 말했다.“본인들이 쪽팔리는 건 그렇다 쳐도, 설마 우리 아빠와 할머니까지 망신당하게 놔두실 생각인가요? 고모와 고모부가 아무렇지 않다고 해서 저희마저 체면을 잃을 이유는 없잖아요.”임영운은 한스러운 마음에 거듭 충고했다.정군과 임은숙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지라 결국 고개를 떨군 채 빠른 걸음으로 홀 안으로 들어섰다.정민아와 정소현이 따라 서려는 순간 임씨 가문 사람이 그들을 막아섰다.“너희 둘은 남아서 저놈을 쫓아내!”임씨 가문 사람이 김예훈을 가리키며 싸늘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김예훈이 대답하려는 찰나 정민아가 곧 울음을 터뜨릴 표정으로 애원했다.“제발 부탁인데 그 입 좀 다물면 안 될까? 그냥 따라와, 아니면 당장 폭발할 것 같으니까!”김예훈은 어쩔 수 없이 홀 안으로 따라 들어갔다.이내 손님들이 착석하기 시작했다.원래 정민아 일가의 자리는 임옥희가 앉은 테이블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지만, 이런 사달이 난 이후로 제일 뒤편에 임시로 마련한 공간으로 옮겨졌다.그들에게 앞자리를 내어주느니 차라리 비워두려는 것이었다.갑자기 자리를 옮겼다는 건 임옥희가 원래 정민아 일가에게 기회를 주려고 했으나 이제 완전히 단념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왜냐하면 신분이 중요한 사람만이 앞자리를 차지하는 법이니까.좌석만 놓고 보면 정군 일가족은 별 보잘것없는 존재에 불과했다.오직 정소현만 임은유에게 끌려가서 같은 테이블에 앉았다.“우리에겐 아직 기회가
“얼른 앞으로 가자, 곧 우리 차례야.”정군과 임은숙은 체면 불고하고 제일 앞줄로 걸어 나가 반전의 순간이 다가오길 고대했다.심지어 임옥희가 그들이 준비한 선물을 보고 함박웃음을 짓는 장면을 상상하기 시작했다.“다음으로 500년의 역사를 지닌 청화 도자기 한 쌍입니다. 이는 송나라 후기 도요지에서 생산된 것으로 소장가치가 매우 높습니다. 만약 한 쌍을 모을 수 있다면 그 가치는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죠.”MC가 계속해서 다음 생일 선물을 소개했다.이때, 임은유와 여문성이 일어나 동시에 공손히 인사를 건넸다.“어르신, 복 많이 받으시고 만수무강하세요.”순간, 주름이 자글자글한 임옥희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그녀는 MC한테 청화 도자기를 가져다 달라고 손짓하더니 한참을 살펴보다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은유야, 애썼구나.”“별말씀을요, 엄마의 마음에만 드신다면 저희가 가진 걸 다 내놓아도 좋아요!”임은유가 웃으면서 말했다.말이 끝나기 무섭게 장내는 온통 박수 소리로 가득 찼다.모든 선물을 통틀어 이처럼 귀한 물건은 없을 것이다.반면, 임은숙과 정군은 어안이 벙벙했다.왜냐하면 아까만 해도 일말의 희망이 있을 거로 생각했기 때문이다.임옥희는 골동품을 가장 좋아했기에 김예훈이 준비한 선물이 골동품이라는 정소현의 말을 믿고 어르신의 환심을 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여겼다.그러나 임은유의 귀한 청화 도자기에 비하면 그들이 준비한 선물은 축에도 못 낄 가능성이 99%였다.정소현이 설명하기를 선물 박스가 고작 손바닥만 한 크기라고 했는데, 그 안에 어찌 귀중한 물건이 들어가겠냐는 말이다.이때, 서로 눈이 마주친 정군과 임은숙은 텔레파시가 통한 듯 올라가서 선물을 다시 가져오려고 했다.하지만 그 순간, MC가 마이크를 쥐고 말했다.“자, 그리고 다음 선물은 정군과 임은숙 가족이 준비한 선물인데... 응?”두 사람의 이름을 발견한 MC는 저도 모르게 당황했다.그러고는 무의식중으로 객석에 있는 정군과 임은숙을 힐끗 쳐다보았다.MC의
“이...!”임옥희는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정민아 일가는 대체 무슨 뜻이냐는 말이다. 곰팡이가 핀 진흙 덩어리를 선물로 보내다니? 죽지도 않은 늙은이라고 비꼬는 건가?“언니, 만약 엄마한테 선물하기 싫으면 안 해도 되는데... 요즘 돈이 딸려요? 차라리 과일이라도 보내지, 저런 것보다 훨씬 낫지 않겠어요?”임은유도 어이가 없었다.사실 그녀는 언니를 대신하여 변명해주고 싶었지만, 화가 나서 부르르 떨고 있는 임옥희 앞에서 감히 끼어들 수가 없었다.한편, 임은숙은 그냥 벽에 머리를 박고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차라리 가까이 오지나 말 걸, 기껏 앞줄에 가서 모두의 주목을 받는 존재가 되었더니 이까짓 물건을 선물한 신세로 전락하다니.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었다. 친정뿐만 아니라 성남시, 심지어 경기도를 통틀어 얼굴을 들고 다니기 힘들 정도였다.이럴 줄 알았더라면 애초에 참석하지도 않았을 텐데.이게 다 김예훈 탓이었다. 어쩌면 시키는 일마다 망쳐버린단 말이지? 고작 생일 선물을 준비하는 것조차 이 모양이라니!임은숙은 당장이라도 김예훈의 목을 졸라 죽이고 싶었다.폭소를 터뜨리는 사람들 틈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정 씨 일가 사람들은 하나같이 비웃기 바빴다.쓰레기는 쓰레기일 뿐, 어딜 가든 변함이 없었다.임씨 가문이라는 재벌가에 빌붙으려는 욕심은 단지 헛된 망상에 불과했다.정지용은 이따가 정동철을 꼬드겨 손님들 앞에서 웃음거리가 된 정민아 일가를 쫓아낼까 하는 고민도 했다.이런 망신스러운 짓을 저지르고도 과연 성남시에 남아 고개를 쳐들고 살 수 있을까? 차라리 일찌감치 꺼지는 게 낫지 않겠는가!이때 임영운이 벌떡 일어섰다.그를 발견한 MC는 선물을 들고 말했다.“임씨 가문의 큰 손자 임영운 씨는 본 제이드 한 개를 선물했습니다. 이는 유서 깊은 물건으로 아주 특별한 옥석인데, 나이 드신 분들이 장기간 착용하면 류머티즘과 편두통을 완화하는 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임영운이 웃으며 말했다.“할머니, 항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