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군 부부는 정소현과 함께 식탁에 둘러앉았다. 그들은 정소현을 귀여워죽겠다는 눈빛으로 쳐다보았다.어쩌면 작은 딸이 그들을 먹여살려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좀 더 잘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정민아도 그들의 맞은편에 앉았다.정소현은 아직도 식탁에 오지 않은 김예훈을 힐끔 쳐다보고 물었다.“아빠, 엄마. 왜 형부는 밥을 먹으러 오지 않아요?”“형부? 이 음식들은 너를 위해 준비한 거야. 걔가 무슨 자격으로 우리와 함께 밥을 먹어?”임은숙은 김예훈이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남해시에 있을 때는 화장실 청소도 하고 음식도 차렸지만 성남시에 오니 이젠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는다.쓸모없는 사람.“빨리 민아와 이혼시켜야겠어. 매일 집에서 얼굴봐야 되는 게 짜증 나 죽겠어.”정군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이혼? 저도 동의해요! 언니와 형부가 빨리 이혼했으면 좋겠어요!”정소현은 조금 흥분하여 말했다.“뭐?”가족 모두가 정소현을 이상하게 쳐다보았다.김예훈의 일이라면 아무런 관심도 없었던 소현이었기 때문이다.이제 와 갑자기 김예훈과 정민아의 이혼을 찬성한다고?김예훈도 정소현을 의아하게 쳐다보았다.내가 처제한테는 잘 한 것 같은데?왜 나한테 이러는 걸까? 내가 뭘 잘못했나?정소현은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쳐다보자 얼른 해명을 했다.“엄마 아빠 생각이 그러니까....”김예훈을 힐끔거린 정소현의 얼굴이 조금 불그스름해졌다. 형부와 언니가 이혼을 하면 나도 형부와 결혼할 수 있어!마음속으로 그렇게 생각을 하면서 그녀는 자신의 생각을 말하지 않았다.만약 부모님이 알게 되면 반대할 뿐만 아니라 정민아와 김예훈의 이혼도 없던 일이 되기 때문이다.....저녁, 정민아는 정소현과 함께 자겠다고 했다.그 모습을 정소현은 아주 의아하게 쳐다봤지만 속으로는 아주 기뻤다.“언니, 아직도 형부와 첫날밤을 보내지 않았어?”“조그마한 머리로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정민아가 정소현의 이마를 톡 건드리며 말했다.“형부가 소파에서 자겠다고 하니까..”
“맞다! 진짜 깜빡할 뻔했어!”“가자. 우리 함께 다녀오자!”무언가를 고민하는 것 같던 김예훈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정소현은 불만족스러운 얼굴로 김예훈을 노려보았다. 이 형부가!조금 전까지만 해도 벙어리처럼 입을 다물고 있더니 언니 말이 나오자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 좀 봐.두 사람은 교외로 나왔다. 하은혜가 이번에 준비한 차량은 마이바흐였다.외관을 평범했지만 내부는 별천지였다.“형부, 형부는 어떻게 이런 차가 있어요? 이 차는 특수 제작 해야 되는 차잖아요. 국내에서는 살 수 없고 외국에서 가져온다고 하던데 맞죠?”상류층 가문에서 태어나고 자란 정소현도 웬만한 사치품과 차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다른 사람이 준비해 준 거야. 내 차가 아니야.”김예훈이 말했다.두 사람이 차에 앉자 차가 출발했다. 도로 위에서 달리는 차는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다.달리는 차에서 정소현의 눈빛은 김예훈의 몸에서 떠나지 않았다.“왜 나를 그렇게 봐? 내 얼굴에 뭐라도 묻었어?”김예훈은 정소현의 눈빛이 너무 부담스러워 말했다.“형부, 엄마와 아빠가 매일 형부한테 이혼하라고 하는데 차라리 이혼하는 건 어때요?”정소현은 천연덕스럽게 웃으며 말했다.김예훈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증조할아버지가 돌아가기 전, 나를 정 씨 가문의 사위로 남겠다고 했어. 돌아가신 할아버지 유언도 신경 쓰지 않는 거야?”“아니요! 형부가 언니와 이혼을 하면 저와 결혼해요!”“저 언니하고 똑같게 생겼어요. 그리고 제가 더 어리잖아요!”“제가 매일 같이 있을게요!”“형부도 고민 좀 해보세요!”정소현이 애교를 부리며 말했다.김예훈이 몸을 흠칫 떨었다. 나이도 어린 여자아이가 말을 함부로 하네. 내가 나쁜 마음이라도 품으면 어쩌려고?“형부, 진지하게 고민해 보세요!”“우리 언니는 형부의 장점을 하나도 모르는 사람이에요.”“하지만 저는 형부가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알아요. 제가 소중하게...”“어차피 저하고 결혼해도 정 씨 가문의 사위는 맞잖아요!”“그러면 데릴사
이 거리는 성남시의 주요 상업거리이자 관광 센터이기도 했다.성남 타워는 성남의 대표 건축물이기도 했다.성남 타워의 지하에는 쇼핑몰 센테에서는 세계 유명한 명품 브랜드 상품이 있다.엘리베이터를 타고 백 층이 넘는 최상층에 오면 성남시에서 제일 큰 회전 레스토랑이 있다.레스토랑은 모두 유리로 만들어져 이곳에서 밥을 먹으면 성남시 전체를 내려다보게 된다.그리고, 이곳의 셰프들은 모두 미슐랭 3스타 이상의 셰프들로 몸값이 어마어마한 사람들이다.이곳에서 밥 한 끼 값은 백만 원이 넘는다.제일 중요한 것은 예약제로 운영되는 이곳은 일반 사람들이 예약하기 힘든 곳이기도 했다.가끔 인터넷에서 예약을 받는 날이면 1분도 안 돼 매진되기도 했다.이곳에서 밥을 먹는 사람들은 모두 유명한 연예인이거나 사업가들이다.“형부, 성남 타워는 우리 형편에 너무 사치에요.”“내 기억이 맞는다면 가방 하나에 100만 원을 호가하는 거 맞지?”“언니한테 어떤 선물을 줄 거예요?”정소현은 주위 상가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언니한테 뭐가 어울릴 것 같아?”김예훈이 싱긋 웃으며 물었다.“선녀 같은 우리 언니한테 절대 아무 물건이나 어울리지 않죠!”“하지만 제 생각엔 하늘에서 같이 밥을 한 끼 먹어도 언니는 좋아할 것 같아요.”정소현이 호언장담했다.김예훈이 웃으며 말했다.“그래. 그러면 우리 성남 타워 회전 레스토랑을 예약하는 걸로 하자.”정소현이 고개를 끄덕거리며 인터넷으로 성남 타워 회전 레스토랑을 검색하고 깜짝 놀랐다.“형부, 블로거들의 말에 의하면 성남 타워 회전 레스토랑은 한 달 전에 예약해야 된대요. 그리고 한정 구매라 예약이 없으면 아예 입장할 방법이 없대요!”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그래? 그런 규칙이 있어? 나는 왜 몰랐지?”여기도 CY 그룹의 계열사였지만 경영을 꽤나 잘하고 있었다.CY 그룹의 계열사가 워낙 많아 김예훈이 하나하나 알기에는 역부족이었다.이곳이 유명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런 규칙이 있는 줄은 몰랐다.이것도 일종의
종업원은 김예훈과 정소현이 식사를 하러 왔다고 착각한 것 같았다.김예훈은 고개를 저었다.“예약하지 않았어요. 오늘 식사를 하러 온 것도 아니고요.”“예약을 하러 왔어요.”“3일 뒤. 레스토랑 전체를 비워주세요.”정소현은 몸을 흠칫 떨며 김예훈의 얼굴을 당장이라도 꿀이 떨어질 것 같은 눈길로 쳐다봤다.형부는 역시 멋져! 아니 호탕해!이런 장소를 가격도 물어보지 않고 빌리겠다니.“손님, 아직 저희 레스토랑 규칙을 잘 모르시는 것 같습니다. 저희 레스토랑은 인터넷에서 한 달전 미리 예약을 해야 됩니다. 그리고 저희는 레스토랑 전체를 빌려주는 이벤트는 하지 않습니다.”종업원은 짜증이 섞인 표정이었다.김예훈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아직 내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네요. 3일 뒤. 제가 이곳을 사용하겠다는 거예요.”싸구려 옷을 입고 레스토랑에 온 김예훈은 아무리 보아도 돈이 많아 보이는 사람 같지 않았다.종업원은 그를 아래위로 훑어본 뒤 비웃으며 말했다.“손님, 여긴 손님이 난동을 부릴 수 있는 장소가 아니에요. 그리고 이곳을 빌리는 비용이 얼마인지 알기나 해요?”“평생을 뼈빠지게 벌어도 벌지 못하는 금액이에요!”“레스토랑 전체를 빌리려면 인터넷에서 미리 예약을 하세요!”“하지 못하시겠다면 그만 가세요!”“저희는 고급 신분을 지닌 사람들만 접대하는 레스토랑이에요! 돈이 없는 사람들은 얼씬하지도 못하죠!”“아무것도 모르면서 여자 앞에서 허세나 부리는 사람은 저희 레스토랑 영업만 방해하는 사람이에요!”종업원은 김예훈을 여자 앞에서 허세를 부리는 사람으로 오해했다.김예훈은 종업원을 노려보며 말했다.“헛소리하지 말고, 하루 빌리는 값이 얼마예요?”“진짜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네요! 잘 들어요. 하루에 1억 원이에요. 빌리겠어요?”“하하하하하!”“돈도 없으면서 허세는?”넋이 나간 김예훈을 종업원은 한껏 비웃으며 말했다.김예훈은 레스토랑 내부를 힐끔 거리며 말했다.“하루에 1억은 너무 싸요. 앞으로 규칙을 바꿔야겠어요. 하
장기태의 장 씨 가문은 성남시에 삼류 가문이었다.장 씨 가문은 고급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몇 번의 고비가 있었지만 김예훈의 투자를 받고 다시 살아났다. 장 씨 가문은 암암리에 김세자의 이름을 빌려 경쟁상대를 해치웠다.지금, 성남시에서 고급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경쟁상대는 얼마 남지 않았다.김세자가 다시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장 씨 가문에서는 자신들의 주식 50%를 내놓아 CY 그룹의 계열사가 되었다.CY 그룹은 주식만 관리할 뿐, 장 씨 가문의 운영에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장 씨 가문의 자산은 CY 그룹이 탐을 내지 않기 때문이다.하지만 CY 그룹이라는 대기업을 등에 업은 장 씨 가문은 예전보다 많이 날뛰었다.“음? 이거 누구야, 정소현 후배 아니야? 네가 왜 여기에 있어?”바람둥이 장기태는 지금 대학에 다니고 있다.고등학교 활동에 참가하면서 정소현을 만나고 깜짝 놀랐다.정소현에게 몇 번의 데이트 신청을 했지만 한 번도 허락하지 않았다.오늘 이곳에서 우연히 만날 줄 몰랐다.“아. 선배 안녕하세요. 오늘 예약하러 왔어요.”정소현은 평소에 장기태를 무서워했다. 그가 너무 허세를 부리고 날뛰고 다녀 상대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자신에게 몇 번 데이트 신청을 할 때도 그는 많은 사람들을 거느리고 허세를 부렸다.정소현의 말을 들은 장기태는 옆에 있는 종업원의 뺨을 때렸다.“팍!”“내 후배가 예약을 하겠다잖아. 당장 준비해. 알겠어?”종업원은 시무룩하여 말했다.“도련님, 아가씨가 예약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이 남자가 레스토랑을 하루 종일 예약하겠다고 했어요!”종업원의 말을 들은 장기태는 김예훈을 힐끔거리며 말했다.“후배, 이 아저씨는 누구야?”정소현은 김예훈의 팔을 잡고 웃으며 말했다.“선배, 소개가 늦었네요. 제가 남자친구가 있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제 남자친구예요!”김예훈을 소개하며 정소현은 김예훈에게 더욱 바싹 붙었다.김예훈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정소현은 그런 그를 더욱 끌어안았다. 김예훈의 몸에 찰싹 붙었다.그 모습을
김예훈의 안색이 어두운 것을 본 정소현은 김예훈이 화가 났다고 생각하고 해명을 했다.“됐어요. 말뿐인걸요. 괜찮아요.”“우리가 오늘 이곳에 온 목적을 잊지 않았겠죠? 우리는 오늘 예약을 하러 왔어요.”정소현은 장기태를 보며 말했다.“선배님, 3일 뒤에 이곳을 빌리고 싶어요. 가능할까요?”비록 그녀는 화가 났지만 형부의 체면을 생각해 참기로 했다.장기태는 정소현은 보며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안돼. 우리 레스토랑은 1달 전부터 예약을 해야 되는 곳이야. 전체를 빌려주는 규칙도 없어.”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가능하다면 가능한 거야. 하루에 1억 8천.”그의 말을 들은 장기태는 어이없는 웃음을 터뜨렸다.“돈이 아주 많으신가 봐요?”그가 땅에 침을 뱉고 말했다.“하지만 내가 그 돈이 모자라지 않아.”“눈 똑바로 뜨고 다녀. 우리 레스토랑에 오늘부터 규칙을 하나 추가해야겠어. 개 같은 사람은 출입 금지!”“도련님, 그러니까 이 사람들이 개 같은 사람인가요?”종업원이 말했다.“맞아. 그거야. 이 개 같은 남녀의 출입을 금지하겠다는 거야!”장기태가 박장대소를 터뜨렸다.그의 말을 들은 정소현은 화가 치밀었다.일부러 좋은 말만 했는데 기회를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고 사람 비하를 해?’“장기태, 너 뭐야? 너 일부러 그러는 거야?”“그래! 나 일부러 그런 거야!”“이 레스토랑 내가 운영하는 거야. 개보다 못한 사람이 들어와 어지럽히면 어떡해?”“왜? 화나? 그러면 날 물어!”장기태가 날뛰며 말했다.“그래, 가능하지 못한 것도 아니야... 오늘 우리 친구들과 함께 술을 마시는 건 어때? 오빠가 기분 좋으면 참아줄게. 그러면 네가 우리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을 수 있어.”“하지만 네가 밥을 먹고 나오면 인테리어를 다시 해야겠지? 아니면 너무 더럽잖아!”“하하 하하..”장기태는 더욱 괴이한 표정으로 말했다.“너....”정소현은 이번에야말로 진짜 화가 치밀었다. 그녀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장기태 진짜 두고 봐!김예훈이
모든 사람들이 그들을 비웃자 정소현은 얼굴이 뜨거워졌다.그녀가 참지 못하고 김예훈의 옷을 잡아당기며 말했다.“형부, 우리 나가요. 다른 레스토랑을 예약해도 되잖아요.”“이 레스토랑이 마음에 들어. 장 씨가문에서 우리를 환영하지 않으면 주인을 바꾸면 돼.”김예훈이 말했다.“하하하. 그래. 내가 기다려줄게. 아직 3분이 남았어.”장기태가 시계를 보며 흥미진진하게 말했다.“1분...”장기태가 득의양양한 얼굴로 말할 때,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정장을 차려입은 남자가 김예훈의 앞에 다가와 공손하게 인사를 건넸다.“김예훈 씨, 오늘부터 저희가 레스토랑을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3일 뒤에 레스토랑을 비워드리겠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그 모습을 본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흉흉한 기세에 정소현은 몸을 흠칫 떨었다.형부가 진짜 해냈다고?전화 한 통으로 어떻게?진짜 믿을 수 없어!장기태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 웃으며 물었다.“재밌어. 어디서 배우라도 섭외하고 장난치는 거야?”“아무 사람이나 데려와 우리 레스토랑을 운영하겠다고? 너 우리 장 씨 가문을 누가 보호해 주고 있는지 몰라?”장기태가 팔짱을 꼈다. 장 씨 가문은 CY 그룹의 계열사야. CY 그룹은 김세자가 직접 운영하고 있다고!그런데 아직도 감히 우리 레스토랑을 더럽혀?장기태가 김예훈에게 삿대질을 하려고 할 때, 휴대폰이 울렸다.“여보세요? 아버지 웬일이세요? 네 저 지금 회전 레스토랑에...”그때, 장기태는 뭔가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 전화가 걸려온 타이밍이 너무 좋지 않았다.전화기 너머 장 씨 가문의 어르신의 목소리가 들렸다.“미친놈! 빨리 무릎 꿇고 빌어! 너 지금 누구의 심기를 건드렸는지 알아? 그분이 너를 용서하지 않으면 우리 가문은 망했어!”“아버지 무슨 말이에요? 제가 누구 심기를 건드려요? 저 지금 무례한 가난뱅이들을 교육해 주고 있어요.”장기태는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말했다. 그가 지금 얼마나 위대한 사람의 심기를 건드렸는지 모른다.“너 너
그때, 정장을 입고 나타난 사람들 중 한 명이 김예훈의 뒤를 따라 허리를 굽혔다.“김... 선생님...”“하 비서님의 명을 받고 오늘부터 레스토랑은 회사에서 단독 경영을 하기로 했습니다. 다른 지시사항이 있을까요?”“인사 변동은 없고 규칙도 변하지 않았어요. 기억해요. 앞으로 레스토랑을 빌리는 가격은 1억 8천...”김예훈은 카드를 카운터에 던지며 말했다.“3일 뒤, 레스토랑 전체를 비워줘요. 생일파티니까 현장 파티를 예쁘게 부탁할게요.”김예훈의 블랙카드를 건네받은 책임자는 몸을 흠칫 떨었다.조금 의심은 했지만 이제는 완전히 확인되었다.소문으로만 들었던 그 사람이 맞아!그러나 그 사람은 줄곧 조용하게 다녀 성남시 모두가 복종해야 하는 그런 호칭을 감히 부를 수 없었다.김예훈이 그에게 결제를 하라고 하면 얌전히 결제만 하면 된다. 쓸데없는 말 따위가 필요 없다.임시 책임자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된다.모든 일을 끝마치고 김에훈은 정소현과 함께 식사를 하고 떠났다.성남 타워 아래서 정소현은 김예훈의 팔을 끌어안고 말했다.“형부, 누군가 저를 위해 이런 파티를 열어주면 저 진짜 사랑에 빠질 것 같아요!”김예훈이 웃으며 말했다.“언니한테 부탁하면 되겠네.”김예훈이 그녀가 원하는 대답을 하지 않자 정소현은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바로 예쁜 미소를 찌으며 말했다.“형부, 생일 파티를 해결했으니 제가 언니한테 어울리는 선물을 고르면 되겠네요?”“그럼!”김예훈이 말했다.“우리 언니가 뭘 좋아하는지 알아요?”정소현은 김예훈이 자신에게 애원해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김예훈이 말했다.“언니가 어떤 물건을 좋아하느는지 몰라. 하지만 지금 뭐가 제일 필요한지 알아.”“나한테 좋은 생각이 있어. 따라와.”...곧 두 사람은 일층에 있는 분양 센터에 도착했다.“여긴...”“프리미엄 가든? 형부! 미쳤어요?”정소현은 깜짝 놀라 물었다.프리미엄 가든은 성남시에서 제일 좋은 아파트였다. 아파트에서 강의 뷰도 잘
양상철이 덤덤하게 말했다.“일본인이 말 잘하는 걸로 유명하던데 오늘 그걸 직접 경험할 줄이야. 대한민국 무신이 나한테 이런 말을 했으면 분명 믿었을 거야. 그런데 입만 번지르르하고 배신에 익숙한 일본인이 한 말을 어떻게 믿으라고. 내가 곧 죽을 나이가 된 건 맞지만 알건 다 알아. 남양국과 대한민국 간의 분쟁은 통제 가능한 범위 내에 있어. 그런데 만약 언젠가 일본이 목적을 달성하는 날이 다가온다면 우리 남양국도 좋은 날이 없을 건 확실해. 공과 사를 불문하고 내가 너의 반대편에 서 있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설득에 실패한 아마미네 토시로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러면 끝까지 해보자는 거야? 얼마든지 덤벼. 지옥으로 보내줄 거니까.”아마미네 토시로는 표정이 심각해지더니 속으로는 김예훈을 죽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진주·밀양에 온 지 얼마나 되었다고? 어떻게 이 짧은 시간에 이렇게 많은 세력을 자기편으로 만들 수 있는 거지? 김예훈을 죽이지 않았다간 앞으로 일본인이 진주·밀양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할 거야.”“불가능할 텐데? 지금은 물론 전성기 시절에도 나를 죽이지 못했을 거야. 나를 죽이려면 아마 야마자키파 전 수장인 야마모토 타케시를 모셔 와야 할 거야.”양상철은 태연하기만 했다.“넌 아직 그럴만한 자격이 없어.”아마미네 토시로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분은 더 이상 속세의 일에 관여하지 않기로 했어. 너 같은 잡것들이 어르신을 방해하지 않게 내가 노력할 수밖에.”아마미네 토시로는 또 알약을 하나 삼켰다.알약을 삼키자마자 그는 근육이 수축하면서 눈동자가 새빨개지기 시작했다.다음 순간 양상철을 향해 비수를 날렸다.양상철은 넓은 소매를 휘둘러 비수를 한쪽으로 내팽개쳤다.펑.거대한 굉음이 울려 퍼지면서 숲속에 불꽃이 튀겼다.이 모습에 양상철은 속으로 일본인이 정말 뻔뻔하다고 욕했다.‘한 시대의 무신이자 검신이 정정당당한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옆길로 샐 궁리만 한다니. 정말 염치가 없네.’공격을 피한 양상철은 앞으로 나
오륜 사찰 금지구역.아마미네 토시로는 복부 상처를 감싸 쥔 채 얼굴이 일그러져있었다.그는 곧 알약 하나를 삼키고는 절벽 끝에 엎드려 망원경으로 아래쪽 상황을 지켜보았다.잠시 후 그는 얼굴이 약간 창백해지더니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혜선 스님이 아직 저 자식을 죽이지 않았다니. 역시 여자 등이나 처먹는 기생오라비가 맞았어. 여자들마다 아까워서 죽이지 못하잖아.”아마미네 토시로는 조심스럽게 일어나 이곳에 남긴 흔적을 없애고는 이곳을 떠나려고 했다.그런데 일어서는 순간 뒤에서 바스락 소리가 들려왔다.아마미네 토시로는 무언가를 짐작한 듯 재빨리 거즈로 상처를 감싸고는 검을 쥐고 심각한 표정으로 뒤쪽을 바라보았다.1분 1초가 흘러가면서 주변 공기는 점점 무겁게 가라앉았다.이 순간은 1분이 마치 1년처럼 느껴졌다.잠시 후, 마침내 숲속에서 어떤 노인이 뒷짐을 쥐고 서서히 걸어 나왔다.그는 어마어마한 기세를 뿜어내면서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아마미네 토시로를 쳐다보았다.아마미네 토시로는 맞은편에 있는 노인을 보더니 피식 웃었다.“남양 무신 양상철?”양상철이 덤덤하게 말했다.“나를 알아봤으면 너의 아들보고 너한테 전하라고 한 말도 들었을 텐데. 지금 보니 내 말을 귓등으로 흘린 모양이군. 왜. 10년 동안 너무 조용하게 지냈더니 나를 잊은 거야?”남양 무신 양상철을 알고 있는 아마미네 토시로는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남양국이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섬라국과 화국에 의해 멸망하지 않은 것도, 심지어 동해 해역에서 꽤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양상철 덕분이라고 할 수 있었다.전해지기로는 대한민국 출신인 그의 조상님이 남양국으로 이주한 뒤 혼자 힘으로 이 나라를 일궈냈다고 했다.남양 무신은 남양인들의 존경을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남양국을 쥐락펴락할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기도 했다.간단히 말해서 남양국에는 무신이 한 명뿐이지만 단 한 명으로 모든 적을 물리칠 수 있었다.적어도 아마미네 토시로는 지금 상태로는 절대 그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총사령관님은 젊고 멋있는 분이야. 포스까지 장난 아니라고. 그분은 우리 대한민국 국방부의 살아있는 전설이라고. 무슨 염치로 자기가 총사령관이라고 하는 거야? ‘총사령관’이라는 이름을 더럽혔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혜선 스님은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이 이유만으로도 난 네가 너무 싫어졌어. 오륜 사찰에 사람을 함부로 죽여서는 안 되는 규칙만 없었더라면 넌 오늘 살아서 나가지도 못했을 거야.”김예훈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내가 한 말은 다 사실인데 믿든 말든 마음대로 해.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그런 말을 하다니. 정말 쓸모없는 인간이네.”혜선 스님은 김예훈이 우상인 총사령관의 이름을 더럽혔다는 생각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녀는 뒤로 한 걸음 물러서며 말했다.“김예훈을 쫓아내. 저 자식이 원하든 말든 진주 밖으로 쫓아내라고. 그리고 앞으로 김예훈이 총사령관이라고 자칭하거나 진주·밀양에 발을 내딛는 순간 오륜 사찰에서 죽여버릴 거라는 공식적인 입장도 전해.”혜선 스님은 말을 끝내자마자 뒤돌아 떠나려고 했다.다음 순간, 열몇 명의 오륜 사찰 제자들이 나타나 검으로 김예훈을 겨냥했다.그중 한 명이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김예훈, 꺼져.”김예훈은 이들을 무시한 채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혜선 스님을 바라보며 말했다.“혜선 스님,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여전해. 나를 오륜 사찰에서 쫓아내는 건 상관없는데 진주·밀양에서 쫓아낼 생각은 하지도 마. 내가 총사령관이 아니라고 생각된다면 한마디만 물을게. 김현민이 곧 9대 국방부 총사령관이 될 거라는 소문이 돌고 있는데 걔가 과연 전설 속 당도 부대 총사령관일까? 나이, 실력은 막론하고, 정말 김현민이 총사령관이라고 생각해? 총사령관님은 유라시아 전쟁에서 5대 강국을 단숨에 제압하고 혼자 힘으로 일본의 수많은 검신, 음양 대가들을 물리치신 분이야. 총사령관님 같은 분이 굳이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수장 자리를 탐내서 일본인에게 굽신거릴까? 솔직히 말해서 김현민 같은 사람한테 총사령관이라는
“24시간 내로 진주에서 꺼져주시면 예전에 있었던 일을 따지지도 않을게요. 어쩌면 저희가 약간의 혜택도 드릴 수 있어요.”혜선 스님의 진지한 말투에 김예훈은 피식 웃고 말았다.“성녀님, 저희 오늘 두 번째로 만나는 거 아니에요? 제가 그렇게도 싫으세요? 제가 정말 진주를 떠났으면 좋겠어요?”“네. 김예훈 씨가 진주에 오고부터 세상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어요.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내부에서도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고요.”혜선 스님은 차분한 모습으로 제자가 건넨 차를 마시며 말했다.“안동 김씨 가문은 진주·밀양의 기둥과도 같아요. 김예훈 씨 존재만으로도 진주·밀양에 피바람이 불고 있는데 하루빨리 떠났으면 좋겠어요. 안동 김씨 가문을 위한, 진주·밀양을 위한, 김예훈 씨 자신을 위한 일이라 생각하고 이 간단한 조건을 들어주시면 안 될까요?”김예훈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웃는 얼굴로 말했다.“혜선 스님,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안 들어요? 이렇게 많은 일이 벌어진 걸 보면 김현민이 수장 자리에 앉을 자격이 없는 거 아니겠어요? 제가 있든 없든 수장 자리를 지켜낼 자격이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말인데 저랑 아무런 연관도 없는 일이 아닐까요? 이런 일로 제가 진주 떠나는 일은 절대 없을 거예요.”혜선 스님이 눈살을 찌푸리며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씨, 왜 그렇게 고집을 부리는 거예요?”“고집을 부리는 게 아니라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해서 그래요. 제가 왜 진주를 떠나야 하는 거죠?”김예훈은 어깨를 으쓱이며 직설적으로 말했다.“이곳이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제 자유 아닌가요? 아무도 저한테 뭐라 할 자격이 없는 것 같은데요? 오륜 사찰이 아직 저한테 해명해야 할 것이 있는 건 둘째치고, 그런 일이 없었다 하더라도 제가 실수로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봤다고 꺼지라는 거예요? 혜선 스님, 장사를 너무 잘하시네요. 오히려 제가 그 보잘것없는 몸매를 보고 눈을 버릴 뻔했는데도요? 서로 없었던 일로 하는 건 괜찮은데 이걸로 저를 협박해서 진주에서 쫓아내려
옷을 갈아입고 나온 혜선 스님은 정말 선녀와 다를 바 없었다.그녀는 유리알 같은 눈동자로 김예훈을 차갑게 쳐다보면서 말했다.“제 목욕탕에 무단 침입했으니 김예훈 씨를 죽일 수도 있었어요. 그런데 전에 선재 스님 사건 때 저희 오륜 사찰에 해명을 요구했었죠? 이제 서로 빚진 것이 없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혜선 스님.”오륜 사찰 여제자들은 하나같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성녀님의 알몸까지 봤는데 이대로 넘어간다고? 아, 선재 스님 사건을 해명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러면 누가 손해 보는 거지?’이때 한 여제자가 무의식적으로 혜선 스님을 힐끔 쳐다보며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설마 오륜 사찰과 맨날 사이가 안 좋던 저 자식을 성녀님이 인정해버린 걸까?’김예훈은 그저 어이없기만 했다.그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 같은 이 여자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하지만 오늘은 어쨌든 잘못한 것이 있으니 천천히 목욕탕에서 나와 혜선 스님이 살벌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는 가운데 향긋한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냈다.그의 아무렇지 않은 행동에 한 제자가 말했다.“그건 성녀님께서 몸 닦는 수건인데...”퍽.제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혜선 스님은 얼굴이 빨개지면서 앞으로 걸어가 김예훈의 가슴팍을 쳤다.퍽.김예훈은 재빨리 손으로 막았지만 뻘쭘한 마음에 별로 힘을 쓰지도 않았다.다시 정신을 차려보니 혜선 스님이 이미 수건을 빼앗아 간 후였다.혜선 스님의 표정은 다시 냉랭해지면서 김예훈을 차가운 시선으로 쳐다보았다.“이제 저희 오륜 사찰에 볼일 없을 것 같은데 이만 가시죠.”김예훈은 상대방의 분노를 느끼고 눈꺼풀이 살짝 떨렸다.더 이상 도망가지 않으면 그녀가 칼을 빼 들고 죽일 것만 같았다.김예훈은 피식 웃으며 돌아서서 말했다.“가긴 가겠지만 한마디만 할게요. 오늘 이 일이 정말 우연이라면 제가 해명해야 되겠지만...”김예훈은 말을 하다 말고 눈빛이 차가워지고 말았다.“만약에 오륜 사찰이 일본인과 손잡고 저를 함정에
“성녀님? 도포? 오륜 사찰? 당신이 바로 혜선 스님이에요?”보지 말아야 할 모습까지 다 봐버린 김예훈은 표정이 일그러져있었다.오륜 사찰의 성녀인 혜선 스님의 목욕탕에 빠질 줄은 상상도 못 했다.티끌 하나 없이 깨끗한 얼굴을 보니 왜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라고 하는지 이해할 것만 같았다.‘성녀의 목욕탕에 빠뜨리는 것이 바로 아마미네 토시로의 계획이었나? 정말 그의 계획이라면 김현민이 자기를 죽일까 봐 걱정되지도 않았을까? 그리고 내 기억이 맞는다면 김현민 그 자식이 성녀 혜선 스님을 마음에 품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혜선 스님은 약간 당황하긴 했지만 애써 감정을 추스르면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잠시 후, 갑자기 자기 목욕탕에 나타난 이 건방진 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이때 혜선 스님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김예훈 씨?”“뭐? 몇 번이고 우리 오륜 사찰의 얼굴에 먹칠하고 경매회까지 망친 그 김예훈?”“선재 스님을 해친 것도 모자라 3일 안에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으라고 하지 않았어?”“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어.”“성녀님, 저 자식이 이곳에 나타난 건 성녀님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모욕이에요. 죽여야 한다고요.”오륜 사찰의 한 제자가 분노에 가득 찬 얼굴로 곧장 달려들어 김예훈을 검으로 찌르려 했다.퍽.이때 혜선 스님이 손가락을 튕겨서 검을 날려버리고는 뒤돌아 병풍 뒤로 가서 옷을 갈아입으며 말했다.“진주에 어쩌다 천연 온천이 생겼는데 여기서 피를 볼 순 없지.”제자들 모두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성녀님, 저희가 너무 성급했나 봐요. 지금 바로 저 자식을 데리고 나가서 죽여버릴게요.”제자들은 검을 빼 들고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아직 목욕탕에서 나오지 않은 김예훈을 째려보았다.‘계속 우리 오륜 사찰을 건들던 놈이 감히 성녀님 목욕탕에 뛰어들다니. 죽고 싶어서 환장했나 보네.’“툭하면 죽이느니 마느니 하지 말고 제 설명 좀 들어보면 안 될까요?”김예훈은 한숨을 내쉬었다.아무리 그래도 여자 목욕탕에 뛰어들어 못 볼 꼴
쨕.아마미네 토시로는 옆으로 날아가더니 세게 바위에 부딪히면서 피를 뿜어냈다.그는 얼굴이 일그러진 채 눈빛이 어두워지면서 긴장하기 시작했다.비록 처음부터 온갖 함정까지 파놓으면서 김예훈을 평생의 적으로 대했지만 김예훈이 이런 상황에서도 전혀 흔들리지 않고 침착함을 유지할 줄 몰랐다.연기까지 하면서 겨우 이곳까지 끌고 왔는데 김예훈을 죽이지도 못하고 오히려 뺨 맞을 줄은 더더욱 몰랐다.‘정말 괴물이네.’퍽.아마미네 토시로는 얼굴에 뺨 자국이 나 있는 채로 이를 꽉 깨물더니 말없이 공중으로 뛰어올라 검을 휘둘렀다.칼날은 마치 하늘에서 떨어지는 유성처럼 빠르고도 정확했다.김예훈도 무심한 표정으로 검을 휘둘렀다.‘쨍’하는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은 또다시 스쳐 지나갔다. 김예훈은 절벽 끝에 서 있었고, 아마미네 토시로는 울창한 숲 변두리에 서 있었다.“대단한데?”아마미네 토시로는 칼날을 만지작거리면서 험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너 같은 사람은 몇 년 더 지나면 아마 내가 너의 상대가 안 될지도 몰라. 하지만 지금은 널 얼마든지 죽일 수 있어.”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정말 자신 있었다면 왜 이런 꼼수를 부린 거지? 일본인은 무신 경지에 이르렀어도 결국엔 본성을 잃지 못하네. 네가 도망치려고 바다에 뛰어든 순간부터 넌 영원히 나를 따라잡을 수 없었어. 지금까지 너를 죽이지 않았던 이유도 네가 또 어떤 꼼수를 준비했는지 알고 싶어서였어. 그런데 너무 실망이네.”“실망하긴 아직 이른 것 같은데?”아마미네 토시로는 피식 웃고 말았다.“김예훈, 여기가 어딘지는 알고 있어? 여기에 있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냐고. 모르고 있었다면 내가 알려줄까?”아마미네 토시로는 검으로 힘껏 바닥을 내리쳤다.쿵.격렬한 진동이 울리면서 김예훈이 서 있던 절벽이 순식간에 갈라졌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손에 쥐고 있던 검을 앞으로 던졌다.“풉.”몸에 검이 제대로 꽂힌 아마미네 토시로는 전혀 후회되지 않는 듯 미친 듯이 웃으며 뒤로 물러났다.반면으로
“풉!”핏덩이를 토해낸 아마미네 토시로는 한숨을 내쉬었다.“김예훈, 역시 대단해. 어린 나이에 탑 무신 급 경지에 이르다니. 내 눈으로 직접 보지 않았으면 절대 믿지 않았을 거야. 너 같은 사람이 우리 일본의 귀족이라면 얼마나 좋았을까.”김예훈이 덤덤하게 말했다.“아마미네 토시로, 아무리 쓸데없는 소리를 해도 난 널 살려줄 마음이 없어. 요트에 있을 때 이미 이 구역 통신을 차단하라고 했거든. 간단히 말해서 네가 방금 나 몰래 보낸 메시지, 아무도 볼 수 없다는 뜻이야.”아마미네 토시로는 얼굴이 살짝 굳으며 무의식적으로 핸드폰을 꺼냈다. 그런데 몇 분 전에 보낸 구조 요청 메시지가 발신 실패로 떠 있는 것이다.“이런 제기랄!”이 순간 아마미네 토시로는 본능적으로 고함을 질렀다.“정말 나랑 끝까지 해보자는 거야? 받아라! 불사참!”아마미네 토시로는 분노의 함성을 지르며 양손에 들고 있던 검을 힘껏 내리쳤다.칼날이 얼마나 매서운지 마치 귀신이 울부짖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김예훈은 아무런 무기도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미간을 찌푸린 채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하지만 아마미네 토시로가 이 기세를 몰아 검을 휘두를 거라 생각하고 있을 때, 김예훈을 스쳐 지나 산꼭대기 쪽으로 달려가는 것이다.김예훈은 어리둥절하기만 했다.‘무신이라는 놈이 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지? 공격하는 척하면서 또 도망쳐?’“아마미네 토시로, 그만 도망치지?”김예훈이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그만 쫓아오지?”아마미네 토시로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계속 울창한 숲을 이용해 김예훈을 따돌리려 했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아마미네 토시로의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전혀 급할 거 없이 10미터 정도의 거리를 유지했다.한 사람은 도망치고, 한 사람은 쫓아가는 것이 마치 사냥꾼이 사냥감을 쫓는 듯했다.곧 두 사람은 산 정상에 가까운 한 공터에 도착하게 되었다.먼저 땅에 발이 닿은 아마미네 토시로의 얼굴에는 음산한 기운이 가득했다.다음 순간 그는 땅을 구르더니 미리
야마자키파 검신, 일본 무신, 황실 어의인 아마미네 토시로는 분명 눈치가 있는 놈이었다.오늘 여덟 명의 바람의 아들들까지 불러내면서 만반의 준비를 했는데 한 방에 무너질 줄 몰랐다.이런 상황에서 아마미네 토시로가 정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한 남아서 김예훈과 맞서 싸울 일은 없었다.그래서 상대를 존중하는 척 부하의 뺨까지 때리고, 부하의 시체로 요트 엔진을 고장 내서야 쥐도 새도 모르게 도망친 것이다.게다가 도망치는 경험까지 풍부해서 바다 한가운데에 있던 그는 눈 깜짝할 사이에 바닷가에 도착해 있었다.김예훈은 요트 위에 남아있는 잔병들을 힐끔 쳐다보았다.이들은 하나같이 정신이 혼미해져 마치 어떤 신념이 완전히 무너진 듯했다.이들과 말 섞기도 싫은 김예훈은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내고는 곧바로 바다에 뛰어들어 아마미네 토시로가 도망친 방향으로 쫓아갔다.어쨌든 한 시대의 무신이자 검신이었기에 아무리 겁을 먹었다고 해도 실력이 있는 것은 분명했다.김예훈은 오늘로써 한 방에 끝내고 싶었다.아니면 어딘가 숨어서 언제 또 습격할지 몰랐다. 김예훈은 상관없었지만 주변 사람들의 안전 또한 고려해야 했다.아마미네 토시로도 김예훈이 놔줄 생각이 없어 보이자 속도를 내 바닷가의 울창한 숲속으로 뛰어들었다.이 지역은 진주 태산 뒷산으로 진주 상류 인사들이 휴양하는 곳이라 절대 개발이 허락되지 않았다.이곳은 산짐승이 많은 것으로 유명한데 진주에서 보기 드문 한적한 곳이었다.아쉽게도 지금의 아마미네 토시로는 전혀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할 여유가 없었다.얼마나 많은 노력을 들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온 힘을 다했더니 마침내 절벽 끝에 오래 방치된 정자 하나를 발견했다.그런데 숨을 돌리기도 전에 멀지 않은 숲속에서 김예훈이 뒷짐을 쥔 채 태연하게 걸어 나왔다.“김예훈, 내가 이렇게까지 멀리 왔는데 좀 쉬면 안 돼? 요트에 그 많은 사람의 목숨으로는 부족했어? 왜 하필 나를 따라다니는 거야. 노인을 공경할 줄도 몰라?”아마미네 토시로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