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해. 허세 좀 부리지 마! 역시 내륙인은 허세가 장난 아니네. 허세가 하늘을 찌를 정도로 가만히 있지 않아.”이때 키 크고 멋진 여자 경찰이 걸어오더니 김예훈을 아래위로 훑어보았다.“네가 바로 김예훈이야? 경찰 습격 및 폭행죄로 신고를 받았는데 같이 경찰서로 가야겠어.”김예훈은 여자 경찰을 무시한 채 냉랭하게 황수련을 쳐다보았다.“사모님, 기다리고 계세요. 저희 장모님을 납치하고, 제 마누라를 때리고, 저를 모함해서 경찰에 신고까지 한 거 똑똑히 기억해 두고 있을게요.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곧 풀려날 테니까요. 그때 가서 열배 백배로 돌려줄 거니까. 허씨 가문을 싹 다 없애버릴 거고 도박패가 다른 사람 손에 들어가는 걸 눈뜨고 지켜봐야 할 거예요.”김예훈은 황수련을 바로 죽여버리는 대신 서서히 피 말리면서 지옥을 맛보게 하고 싶었다.“허씨 가문을 없애버리겠다고?”허준서는 어이없는지 콧방귀를 뀌었다.“그럴 수 있을 것 같아? 지금은 어떻게 하면 경찰서에서 풀려날지부터 생각해 봐야 할 텐데?”허준서는 김예훈 앞으로 다가가 그의 얼굴을 툭툭 치더니 말했다.“좋은 마음에 해주는 소리인데 경찰서에 있는 사람들 대부분 허씨 가문 사람이야. 내가 허씨 가문이 밀양에서 왕이라고 하면 바로 왕인 거야. 두고 봐. 내 말 하나도 틀리지 않았다는 걸 보여줄게.”황수련이 태연하게 의자에 앉아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이봐요, 지금까지 제 앞에서 거들먹거리던 사람이 천명은 안 되어도 팔백 명은 될거예요. 그런데 결국 하나같이 내 앞에서 무릎 꿇고 용서를 빌었죠. 그래서 말인데요, 당신이 내 앞에 무릎 꿇고 용서 비는 모습이 엄청나게 기대되네요? 3일? 5일? 아니면 하루도 버티지 못하려나?”“곧 알게 될 거예요.”김예훈은 피식 웃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정민아에게 손짓 한 번 하고는 경찰과 함께 경찰서로 향했다....1시간 뒤, 밀양 경찰서.김예훈은 아주 자연스럽게 심문실에 앉아 여기저기 구경하면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퍽!아까
김예훈이 어깨를 으쓱하더니 담담하게 말했다.“진실이 눈앞에 떡하니 놓여있고, CCTV 증거도 있는데 한번 보여줄까?”“CCTV?”여자 경찰은 가소롭다는 표정을 지었다.“우리 밀양 경찰이 우스워 보여? 현장 조사를 해봤는데 누군가 이미 CCTV를 망가뜨렸던데 어떻게 찍혔다고 그래? 네가 가지고 있는 증거, 위조된 거지? 내가 알기론 이제는 CCTV 영상까지도 조작할 수 있는 기술이 나왔다고 하던데. 그리고 현장에 있었던 증인들한테도 물어봤는데 전부 다 네가 먼저 경찰을 때렸다고 했어. 그래도 죄를 인정 안 할 거야? 이러면 우리도 가만히 있지 않지.”김예훈이 너털웃음을 지었다.“왜? 아무나 증인이라고 우겨서 날 모함하려고? 사건 원인과 경과는 조사해 봤어? 인증은? 물증은? 아무것도 없으면서 어떻게 나한테 죄를 뒤집어씌우려고 그래. 말이 돼?”여자 경찰이 멈칫하면서 말했다.“지금 나를 가르치려고 드는 거야?”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전화 한 통만 합시다.”밀양 경찰과 도리를 따지려고 했지만 허준서 말대로 이들은 허씨 가문 사람인 것이 틀림없었다.아무리 말해봤자 허씨 가문의 편이라 이야기가 통하지 않았다.이때 남자 경찰이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얼른 사실대로 말해. 누구한테 전화하려고 그러는데?”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정말 전화 못 하게 할 거야? 나중에 땅 치고 후회할 건데?”“어머.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길래 우리를 짓밟으려고 그러는 거야.”여자 경찰은 피식 웃더니 김예훈을 아래위로 훑어보고는 그의 핸드폰을 던져주었다.“어디 해봐. 과연 누가 너를 도와줄지.”김예훈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추문성에게 전화했다.“김 대표님, 이렇게 이른 시간에 어쩐 일이세요? 뭐 시키실 일이라도 있을까요?”추문성이 비몽사몽인 말투로 묻자 김예훈이 웃으면서 말했다.“이제 막 깨어난 거야?”“어제저녁 내내 심문한 끝에 증거를 찾아냈어요. 오늘 내로 납치범과 관련된 소식을 전해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추문성이 곧바로 어제 있었던 일
김예훈이 피식 웃었다.“추문성한테 전화했는데?”“추문성 도련님?”여자 경찰은 멈칫하고 말았다. 밀양은 별로 크지 않았기 때문에 웬만한 사람끼리 서로 다 알고 있었다.하지만 여자 경찰은 곧 비웃기 시작했다.“추문성 도련님은 밀양 1인자의 아드님으로서 언제나 늘 공평 공정하신 분이셨어. 그것도 모자라 우리 경찰서의 고위층이기도 하고. 이런 분이 어떻게 경찰까지 때린 너의 편을 들어줄 수 있겠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행패를 부려도 정도껏 해야지. 아님 추문성 도련님을 이용해서 우리한테 겁주려고 했어?”남자 경찰은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남자라는 것이 능력도 없으면서 경찰서에서까지 잘난 척하다니. 정말 같은 남자로서 창피해 죽겠네.’그런데 김예훈은 전혀 뻘쭘해하지 않고 오히려 웃으면서 말했다.“그러면 나중에 손에 장이나 지지든가.”“그래. 네가 죄를 인정 안 해도 상관없어. 시간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밀양 법도대로 너를 72시간이나 구속할 수 있거든.”여자 경찰은 표정이 차갑기만 했다.“우린 일단 밥 먹으러 갈 거야. 이따 또 보자고. 걱정하지 마. 며칠 동안은 잠도 자지 못할 거니까. 네가 만족할 때까지 우리가 천천히 괴롭혀 줄게. 뭐, 추문성 도련님이 구해주러 올 때까지 기다려도 상관없어.”여자 경찰은 자신만만한 표정이었다. 허세를 부리는 사람을 2박3일 동안 심문하다 보면 결국 실토하기 마련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김예훈은 담담한 표정으로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쳇, 정말 주제 파악도 못 하네. 자기가 누군 줄 알고. 여긴 내륙이 아니라 밀양이라고!”여자 경찰은 피식 웃더니 남자 경찰과 함께 심문실을 떠났다.그런데 나가자마자 경찰서 앞에 검은색 렉서스 한 대가 세워져 있는 것이다.다음 순간, 밀양 1인자의 아들인 추씨 가문 도련님 추문성이 성큼성큼 걸어들어오는 것을 발견했다.아까까지만 해도 기세가 하늘을 찌르던 두 경찰은 표정이 확 바뀌더니 본능적으로 다가가 인사했다.“추 도련님...”추문성이 냉랭하게 물었다.“김예
추문성이 난처해하면서 말했다.“총사령관님, 지금이 어느 때인데 밥이 넘어가세요?”김예훈이 피식 웃더니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일부러 여기 왔다고 하면 믿어줄 거야?’추문성은 멈칫하고 말았다.“일부러 오셨다고요?”김예훈이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부산에서 밀양에 온 뒤로 일이 너무 많았어. 장모님이 납치되고, 몇 번이고 습격을 당하고, 민아도 손에 쥐고 있던 부산 팰리스 지분을 뺏길 뻔했고... 이 모든 것이 너무나 한 번에 들이닥쳤어. 그런데 우연도 이런 우연이 있을 수 없어. 모든 것이 계획된 것이 틀림없어.”김예훈이 돼지국밥을 먹으면서 자세하게 가르쳤다.“추문성. 너도 당도 부대에서 나온 사람이잖아. 일이 닥쳤을 때 더 깊게 생각해 보라고. 예를 들어 나를 지금 풀어줬을 때 무슨 소용이 있을지. 아니면 이 기회를 빌어 배후자가 누구인지 알아볼 건지.”추문성은 똑똑한 사람이라 바로 알아차렸다.“그러면 총사령관님께서는 이미 누가 장모님을 납치했는지 알고 계신 거예요? 그리고 누가 습격했는지도요?”“그냥 짐작만 하고 있어.”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여기 들어와서 요 며칠 있었던 일을 곰곰히 생각해 봤는데 내 생각이 맞는다면 그 배후자가 바로 진주 4대 명문가일 거야. 4대 명문가 중에서 진주 곽씨 가문과 이씨 가문만 나한테 원한을 품고 있거든. 그런데 진주 곽씨 가문은 밀양에까지 손 뻗을 정도로 힘이 그렇게 강하지 않아. 그렇다면 진주 이씨 가문이 가장 유력한 용의자지.”추문성은 멈칫하고 말았다.“총사령관님. 그러면 진주 이씨 가문의 뒤에 또 다른 실제 배후자가 있단 말씀이세요? 이 모든 것이 진주 이씨 가문이 꾸민 일이라니... 그러면 허씨 가문은 어떤 역할을 하는 건데요?”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전체 밀양 허씨 가문이 이 작전에 참여하지 않았어도 황수련은 참여했을 거야. 민아가 가지고 있는 부산 팰리스 절반 지분을 노리고 있거든.”추문성이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총사령관님, 그러면 제가 조사하는 방향이 틀렸을까요?”
열몇 명의 정장을 입은 밀양 기관 사람들이 2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어떤 여성을 모시고 걸어들어왔다.키가 170cm 정도로 보이는 표준적인 모델 몸매의 그녀는 관능적인 몸매에 정갈한 메이크업까지, 딱 봐도 만만치 않아 보였다.차가운 얼굴에 어마어마한 포스까지 풍기고 있어 웬만한 남자는 다가가지도 못했다.자세히 보면 추문성과 많이 닮았다는 느낌이 들었다.그녀의 뒤를 따르던 사람들은 공손한 자세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심문실에 그녀가 나타난 순간 공기마저 차가워졌고 두 남녀 경찰은 어두운 표정으로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이런 사소한 일로 이 정도로 대단한 사람이 찾아올 줄 몰랐다.추문성이 멈칫하더니 인사했다.“누나, 어떻게 왔어?”이 사람은 바로 밀양 추씨 가문의 큰딸 추하린이었다.“네가 여기서 난동 부리고 있다는데 어떻게 안 올 수가 있겠어.”추하린은 극도로 차가운 표정으로 추문성을 나무라고 있었다.“다 큰 어른이 어떤 일에 나서야 하고, 어떤 일에는 나서지 말아야 하는지 구분이 안 돼? 우리 추씨 가문에 밀양 1인자가 있긴 해도 내가 진작에 말했잖아. 사실 우리는 매일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거라고. 누가 밖에서 추씨 가문의 명예를 걸고 법까지 어겨가면서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했어!”추문성은 그런 누나가 무서워 설명해 보려고 했다.“누나. 난...”“닥쳐!”“어제 일은 말도 안 했는데 어떻게 오늘 또 경찰서에 와서 난리를 쳐!”추하린은 괘씸한 표정으로 추문성을 째려보고는 차가운 표정으로 김예훈 앞으로 다가갔다.“김예훈, 맞지? 어디서 나타난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지난 두 날 동안 있었던 일, 난 똑똑히 알고 있어. 어제 허도겸 도련님이랑 싸우고 우리 동생보고 뒤처리해달라고 했지? 그런데 오늘 또 경찰을 때려놓고 허준서 도련님한테 신고받고 구속되었으면서 어떻게 또 우리 동생보고 석방해달라고 할 수 있어? 난 네가 무슨 생각을 하고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추씨 가문을 이용할 생각 죽어도 하지 마! 처음이자 마지막 경고야. 내 동생은
“죄를 뒤집어씌워?”추하린의 표정은 가소롭기만 했다.그녀는 더는 세부적인 내용을 묻지 않고 이렇게 냉랭하게 말했다.“김예훈, 네가 뭘 모르나 본데 밀양은 내륙이랑 다르게 법대로 돌아가는 곳이야. 우리 경찰서에서는 누구도 제멋대로 못해. 죄를 뒤집어씌우는 일은 더욱 없을 테고. 그런데 우리 동생 도움을 받고 싶어서 부른 거 아니야? 법대로 진행해달라고 해놓고 누군가 너한테 죄를 뒤집어씌우려고 한다고? 내가 바보인 줄 알아? 어린 나이에 착하게 법이나 지키면서 살 거지 못된 것만 배워서. 내가 말해주는데 우리 밀양에서는 이런 거 전혀 안 먹혀!”주하린이 몇몇 경찰들을 가리키더니 냉랭하게 말했다.“이 사건은 법대로 처리해. 알겠어? 내가 직접 확인할 거야. 원칙대로 진행해. 감히 법을 어기는 자가 있으면 본때를 보여줄 거야!”추하린은 밀양 1인자의 큰딸일 뿐만 아니라 밀양 경찰서 서열 2위인 만큼 진정한 실권자로서 추문성보다도 신분이 높았다.가장 중요한 것은 정직한 성격을 가지고 있어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인 것이다.한마디로 추문성의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될수도 있었다.하지만 김예훈은 별로 신경 쓰지 않고 흥미진진하게 추하린을 쳐다보았다.‘누나라는 사람이 재밌네. 공정하게 법대로 처리하라니. 내가 목적인 것 같은데 이대로라면 몇 명이 죽어 나갈지 모르겠네.’추하린이 추문성을 데리고 나가자 심문을 담당했던 두 남녀 경찰이 공손하게 김예훈에게 커피를 건네더니 김예훈이 밥 다 먹는 걸 기다렸다가 그제야 심문을 다시 시작했다.전에 남긴 기록은 전부 없애고 공손하기 그지없었다.추문성이 이 사건에 개입할지 안 할지는 몰라도 김예훈의 인맥을 보면 모든 것이 설명되었다.거기에 추하린이 법대로 진행하라는데 감히 제멋대로 하지도 못했다.밀양 허씨 가문이든 추씨 가문이든 함부로 건드릴 만한 존재가 아니었다.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지 않으려면 절차대로 진행하면서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 것이 좋았다.추하린은 자기 등장으로 김예훈에게 힘을 실어줬을 거라고는 상
허준서는 도박에 대해 흥취가 많은 모양이었다. 마지막 칩까지 내놓고 깔끔하게 패배를 인정하고서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손짓 한 번 했다.딜러와 직원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현장을 벗어났고 현장에는 허준서와 허영미만 남게 되었다.커피를 마시고 있던 허준서가 한참 뒤 담담하게 물었다.“추하린, 네가 불렀어?”“동생이 범죄자를 보호해 주러 갔다는 사실을 알리려고 일부러 소식을 퍼뜨리긴 했어요.”허영미가 뿌듯한 표정으로 말했다.“소식을 전해 듣자마자 경찰서로 달려갔더라고요. 방금 접한 소식인데 추문성을 데리고 이미 떠났대요. 간단히 말해서 이제 더 이상 김예훈을 도와줄 사람이 없을 거라는 거예요. 저희가 조금만 더 노력하면 김예훈은 평생 감옥에 있어야 할 거예요.”허영미가 자신만만해하면서 더욱 환한 미소를 지었다.그런데 허준서가 말했다.“추하린을 이 일에 끌어들이지 말았어야 했어.”허영미는 멈칫하고 말았다.“끌어들이지 말았어야 했다고요? 도련님께서도 어젯밤 일을 다 들으셨잖아요. 셋째 도련님께서 김예훈한테 뺨을 맞았는데 추문성이 편을 들어줬다잖아요. 둘이 어떤 사이인지는 모르겠지만 추문성은 밀양 1인자의 아들이잖아요. 그분의 신분으로 김예훈 하나쯤 보호하는 건 아무 일도 아닐 거란 말이에요.”허준서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더니 말했다.“넌 틀렸어. 추문성이 밀양에서 영향력 있는 사람이긴 하지만 경찰서 사람은 아니잖아. 사건조사 프로세스를 잘 모르면서 억지로 김예훈을 빼내려고 했다면 추문성까지 감옥에 처넣을 수 있었어. 추문성이 이 일에 개입하기만 했다면 그 약점을 잡아 우리 편으로 만들 수 있었다고. 그런데 추하린한테 끌려 나오는 바람에 우리 편으로 만들기 어려워졌어.”허준서가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허씨 가문 1인자가 되려면 내부를 안정시키고 외부의 침입도 막아야 해. 추문성은 우리가 이용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허영미는 어두운 표정으로 잠깐 생각하더니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도련님, 제가 너무 급했나 봐요. 제가 최선을 다해 이 상황을
허준서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김예훈을 상대로 하는 모든 작은 행동들은 이만 멈춰야겠어. 추씨 가문까지 엮였으니 기관에서 감히 건드리지 못할 거야.”허영미가 살짝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알겠어요. 추하린한테 잘못 보이기 전에 다 철수하라고 할게요. 그런데 도련님. 이대로 가만히 두고볼수는 없는 거 아니에요? 정민아를 상대하는 건 어렵지 않지만 중간에 김예훈이 끼어있어서 변수가 너무 많아요. 어르신 건강 상태도 점점 안 좋아지는데 도박패와 부산 팰리스 지분을 뺏어오지 못하면 경쟁하는데 아마도 차질이...”허준서가 담담하게 말했다.“김예훈을 상대로 하는 작은 행동만 멈추라고 했지, 전혀 움직이지 말라고는 하지 않았는데? 홍성파에 전해. 김예훈한테 들리도록 임은숙이 납치된 곳을 살짝 누설하라고. 정말 기대되네. 밀양과 진주 같은 곳에서 혼자 어떻게 사람을 구할지...”...두 번째 날 아침.몇몇 경찰은 김예훈을 경찰서 앞까지 공손하게 모셨다.무죄추정의 원칙으로 구속시간은 24시간을 초과하면 안 되었다.이번 사건에 대해서는 경찰들은 누구보다도 공정하게 처리하려고 했다. 이들은 일반적인 심문을 포함한 모든 프로세스를 끝내고 공손하게 김예훈을 풀어줬다.하지만 풀려나긴 했지만 사건이 아직 종결되지 않아 단기간 내 외국을 나가면 안 되었다. 그렇다고해서 일상 자유에까지 지장이 가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진주와 밀양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었다.김예훈이 풀려나자마자 저 앞에 세워져 있는 포르쉐에서 방수아가 모습을 드러냈다.정민아가 데리러 오거나 추문성이 다시 찾아올 줄 알았지만 가장 먼저 나타난 사람이 방수아일 줄은 몰랐다.쌩얼인 방수아의 얼굴은 많이 초췌해 보였다.이 점을 봤을 때 아마도 온밤 여기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 틀림없었다.“오빠. 타세요.”방수아는 그를 위해 차 문을 열어주었고, 생수도 한 병 건넸다.김예훈은 굳이 거절하지 않고 웃으면서 조수석에 올라탔다.“제가 여기 있는 건 어떻게 알았어요?”“어젯밤 소식 들었어요. 허씨
김예훈은 대머리 택시 기사를 무심하게 훑어보고는 뒷좌석에 올라탔다.그는 머릿속으로 오늘 김서하의 치밀한 계획을 떠올리더니 순간 섬뜩한 느낌을 받았다.그나마 다행인 건 그녀의 계획을 눈치챘고 또 김예훈도 다른 계획이 있었다는 것이다.때문에 결론적으로 오늘의 상황은 김예훈이 이긴 셈이다.특히 마지막에 날린 귀뺨은 참고 있었던 분노를 터뜨린 거였고 다른 의미에서는 박연서에게 자신의 명확한 태도를 보여준 것이다.조금 전의 귀뺨은 김예훈과 김현민 사이를 보여준 것이고 김현민을 절대 가만두지 않겠다는 결심이기도 하다.그래야만 감정결벽증이 있는 박연서와 계속 협력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다만 이 일이 어떻게 박연서의 귀에 들어갈지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그는 고속도로에서 그들을 본 시각부터 박연서는 반드시 모든 상황을 파악하려고 할 거라고 믿었다.아마 김예훈이 김서하의 귀뺨을 때렸을 때도 박연서의 부하들이 어딘가에서 지켜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만약 이 정도의 능력도 없다면 안동 김씨 가문의 안주인이 될 자격이 없을 것이다.하지만 김예훈은 자기의 태도를 분명히 밝히기 위해 잠시 생각하다가 어디엔가 전화했다.김예훈의 행동을 본 대머리 택시 기사는 라디오의 볼륨을 낮추더니 앞좌석과 뒷좌석을 가로막는 방음 유리창까지 올려 안심하게 통화할 수 있도록 했다.김예훈은 만족하는 눈빛을 보내며 5만 원짜리 지폐 두 장을 좌석에 꺼내 놓았는데 그때 마침 전화가 연결되었다.“여보세요! 누구세요?”휴대폰 건너편에서 차갑고 냉담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사모님, 김예훈입니다.”김예훈은 자기소개부터 했다.“조금 전에 순한 고속도로의 상황은 오해입니다. 그리고 제가 또 충동적으로 일을 저질렀는데 사모님의 도움이 필요합니다.”박연서가 담담하게 물었다.“무슨 일이죠?”김예훈이 웃으며 말했다.“제가 조금 전에 화가 치밀어서 김서하 사모님의 귀뺨을 때렸거든요. 지금쯤 아마 저를 죽이려고 부하들을 보냈을 수도 있어요. 사모님께서 저를 살려주세요.”휴대폰 건너편의 박연서는
“김예훈 씨, 정말로 뜻밖이네요.”김서하는 자기가 준비한 걸 모두 들키자, 표정이 일그러졌다.그녀는 미간을 찌푸리고 김예훈을 차갑게 바라보며 말했다.“현민이의 부하들이 왜 모두 실패했는지 이제 알겠네요. 머리와 무술 실력은 물론이고 인내력에 운까지 모두 최상급으로 갖추었네요. 내가 이 정도까지 유혹하고 도발해도 꼼짝하지 않고 정신을 차리고 평정심으로 모든 걸 알아채다니... 인정해요. 내가 당신을 너무 과소평가했어요. 재미있네요. 당신이 충분히 강하고 능력이 있어야 나도 당신을 죽이는 일에 더 흥미를 느낄 테니까요.”말을 마치고 김서하는 액셀러레이터를 밟고 출발하더니 순환 고속도로의 출구에서 차를 멈추고 말했다.“당장 내려요.”김예훈은 차 문을 열고 고개를 살짝 돌리더니 김서하를 보며 말했다.“사모님, 걱정하지 마세요. 이렇게 된 이상 저도 조금 더 신경 써서 사모님을 상대할게요. 그런데 나이도 있으신 분이 저를 상대하려면 보약을 많이 드시고 몸을 잘 챙기셔야 할 거예요. 사모님께서 기력이 딸려서 제대로 붙어보지도 못하고 쓰러질까 봐 걱정이에요.”김예훈의 나이가 많다고 한 말에 김서하의 얼굴은 순식간에 험악하게 변했다.김예훈은 차에서 내려 서둘러 떠나지 않고 오히려 운전석 쪽으로 가더니 눈을 가늘게 뜨고 김서하를 보며 말했다.“사모님, 저 궁금한 거 있는데요. 혹시 천성적으로 학대당하는 걸 좋아해요? 왜 그렇게 저한테 맞고 싶어서 안달이 났어요?”김서하가 차갑게 말했다.“그렇다면 왜요? 아쉽게도 당신은 겁쟁이라서 기회를 줘도 때리지 못하잖아요. 김예훈 씨 당신은 겉면뿐이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겁쟁이...”“찰싹!”김서하의 말이 끝나가도 전에 김예훈은 손을 들어 그녀의 귀뺨을 때렸다.아주 맑고 경쾌한 소리가 울렸고 김서하의 얼굴에는 커다란 손바닥 자국이 생겼다.그러고 나서 몸을 돌려 성큼성큼 떠나가는 김예훈을 바라보며 순간 멍해 있던 김서하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는데 조금은 처량하고 또 조금은 미친 사람 같았다.김예훈의 모습이 사라
“증거는요?”김예훈이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제가 이 차에 탄 것이 무슨 증거라도 된다는 거예요? 진주·밀양의 안동 김씨 가문의 당주가 설마 그렇게 순진할까 봐요?”“아니요. 믿을 거예요. 넷째 오빠는 비록 나를 미워하지만,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안동 김씨 가문의 명예거든요. 내가 오빠 앞에 가서 어느 겁 없는 자식이 나한테 나쁜 짓을 하고 또 언니에게 접근하려고 한다고 하면 분명 당신을 죽여버릴 거예요. 그리고 증거라면 얼마든지 만들 수 있는 거고요. 지금 무릎 꿇고 우리 현민이의 개가 될 건지 아니면 죽을 건지 선택해 봐요.”김예훈은 자기가 홧김에 치켜든 손을 보고 또 김서하를 바라보다가 손을 다시 내리고 담담하게 말했다.“사모님, 혹시 자기 꾀에 자기가 넘어간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어요? 사모님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어요. 사모님 성격에 제 앞에서 모든 걸 얘기하고 화를 도발하게 했다는 것은 당신을 때리게 하려는 거죠? 설마 뒷좌석에 있는 카메라를 제가 발견하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당신과 김현민 씨의 윤리 도덕을 넘어선 관계를 모를 줄 알아요?”이어서 김예훈은 김서하가 반응하기 전에 손을 뻗어 뒷좌석에 놓인 쿠션을 가져다 찢었다. 그러자 그 안에서 초소형 카메라와 녹음기가 나왔다.“어린 애인을 위해 정말 못 하는 짓이 없네요. 저와 박연서 사모님의 협력을 방해하려고 또 저를 도발시켜 때리게 하려고 하다니... 제가 당신을 때리기만 하면 당신은 영상을 앞뒤로 편집해서 인터넷이나 다른 방법으로 안동 김씨 가문의 당주 손에 들어가게 하려는 거겠죠. 제가 당신에게 주먹을 휘두르고 못된 짓을 했다는 증거를 보면 안동 김씨 가문의 어르신과 당주는 물론이고 가문 전체에서 저를 죽이려 할 거예요. 어떻게 보면 너무 완벽한 계획이긴 했어요. 당신의 계획이 성공했다면 저는 죽든가 아니면 진주·밀양에서 쫓겨나겠죠. 그리고 김현민 씨는 어쩌면 특별한 시기에 정당하게 권력을 잡게 되고요?”김예훈은 무표정한 얼굴로 김서하의 계략을 하나하나
김예훈은 사라지는 차량 행렬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김서하를 보며 차갑게 말했다.“사모님, 조금 전까지는 박연서 사모님께 보여주기 위한 쇼가 아니었나요? 쇼 타임은 이미 끝난 것 같은데 왜 문은 잠그는 거죠? 내가 여기에서 당신을 죽이기라도 하면 어쩌려고요?”김예훈은 말하면서 눈앞에 있는 김서하를 훑어보았다.그는 오늘 김서하와 김현민 사이에 분쟁을 만들려고 김서하의 차에 탄 거였는데 김서하 역시 그를 골탕 먹이려는 계획으로 두텁지 않은 김예훈과 박연서와의 동맹을 깨려고 꾸민 짓이었다.김예훈은 김서하가 정말로 재미있는 여자라고 생각했다. 여자로서 조카를 위해 이 정도까지 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로 흥미로웠다.다만 아쉬운 것이 있다면 그건 김예훈의 눈에 어린이들의 장난에 불과하다는 것이다.“박연서는 이미 멀리 떠나 쫓아갈 수도 없을 텐데 지금 제 차에서 내리면 비를 맞아야 하는데요?”김서하는 자기 자리로 돌아앉았는데 조금 전의 애교가 듬뿍 담겼던 표정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녀는 도도한 얼굴로 김예훈을 바라보며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글쎄요? 과연 사모님이 원하는 대로 될까요? 저와 박연서 사모님은 처음부터 이해관계로 맺어진 사이이고 그분이 저의 조건은 받아들인 이유는 병을 고쳐주는 것도 있겠지만 제일 중요한 원인은 그분도 10년 전의 진실을 알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만약 조금 전의 상황 때문에 박연서 사모님이 10년 전의 일을 조사하는 것을 포기할 거라는 순진한 생각은 안 하시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김서하가 담담하게 웃었다.“우리 넷째 언니는 진주·밀양의 안동 김씨 가문의 안주인이고 서울 박씨 가문의 아가씨로서 당연히 나의 꼼수를 모를 리가 없고 또 10년 전의 일에 대한 조사도 그만두지 않겠지만 당신이 모르는 것이 하나 있어요. 바로 감정결벽증이 있는 사람인지라 자기를 배신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과는 절대 협력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간단하게 말하면 조금 전의 상황 이후로 당신은 이제 우리 넷째 언니를 만날 자격을 잃었다는 뜻이에요.
“당신...”김예훈의 말에 김서하는 잠시 멍해졌다.그녀의 눈에는 누구보다도 완벽한 안동 김씨 가문의 후계자가 김예훈의 눈에는 사람조차 아니라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김서하는 심호흡하면서 흥분을 가라앉혔다.일이 이 지경까지 되었으니 그녀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생각에 김예훈을 바라보며 약간의 애교를 담아 말했다.“김예훈 씨, 당신이 얘기한 것들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옛말에 큰일을 도모하는 사람은 작은 일에 얽매이지 않는다고 하잖아요. 현민이도 그때는 그럴 수밖에 없었을 거예요. 현민이가 성공적으로 당주 자리를 이어받으면 한국을 위해 노력할 거예요. 만약 현민이가 그런 애국심과 포부가 없다면 제가 왜 밀어주겠어요? 현민이를 믿지 못하겠다면 저를 믿어주시고 그것도 안 된다면 저희 용전을 믿어주시면 안 될까요? 용전은 나라가 외부에 대항하는 기본 조직이고 또한 우리 나라에 제일 충성하는 조직이에요. 용전은 절대 틀린 선택을 하지 않아요.”김서하는 말하면서도 좀처럼 가만히 있지 않고 김예훈의 가까이로 다가가더니 어찌나 가까웠는지 서로의 숨결까지 느낄 수 있는 정도였다. 달콤한 향기는 그녀의 숨결을 타고 김예훈의 얼굴에 닿았는데 고귀한 기품과 아름다운 미모의 조합은 남자라면 누구나 영혼을 빼앗길만했다.“김예훈 씨, 만약 내가 제시한 조건이 부족하다면 당신이 원하는 걸 얘기해 봐요. 오늘 일이 해결되어 우리 서로 사이좋게 지낼 수 있고 현민이가 안동 김씨 가문의 일인자가 될 수만 있다면 나는 모든 것을 걸 수 있어요.”김예훈은 위아래로 눈앞의 김서하를 훑어보며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이 여자, 김현민의 고모가 맞는 거야? 그런데 고모가 왜 조카를 위해 이 정도까지 하는 거지? 천하의 용전 사모님이 왜 하찮은 조카를 위해 이렇게까지 비굴하게 굴며 미인계까지 사용하는 거지? 도저히 이해가 안 돼. 설마 두 사람...’순간적으로 터무니없는 생각이 김예훈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만약 김서하와 김현민의 관계가 정말로 그런거라면 김현민은 정말로 인간도
“김예훈 씨, 제 생각에는 현민이 옆에 잠입해 있는 놈이 있는 것 같아요. 그 일은 저희가 철저히 조사해서 만족할 만한 답변을 드릴게요.”김예훈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어서 김서하는 조금 전의 도도한 표정을 거두고 부드러운 얼굴로 김예훈을 바라보며 말했다.“김예훈 씨, 제가 지금 어떤 말을 하든 믿지 않을 거라는 거 잘 알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만 부탁해요. 우리 넷째 언니에게 가서 얘기했던 조건을 취소해 주세요. 부디 현민이가 지금처럼 착한 아들로 살 수 있게 해주세요. 그러면 그 뒷일은 제가 다 해결할게요.”김예훈이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사모님, 지금 무슨 말씀을 하셨는지 알고 있어요? 사모님은 자신의 매력에 너무 자신감이 넘치는 것 같아요. 제가 여자라면 꼼짝 못 하는 줄 아시나 봐요. 아무렴 향수를 뿌리고 바다 구경을 좀 시켜줬다고 저를 설득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이건 아니죠. 뭔가 그에 상당한 대가를 치르지도 않고 말로만 모든 것을 얻으시려는 거예요?”김예훈의 말에 김서하는 가련한 표정을 지으며 애원했다.“김예훈 씨, 우리 언니에게 가서 얘기했던 조건을 취소하고 다시는 현민이와 대립하지 않는다고 약속해 주시면 우리 사이의 원한을 깨끗이 없던 일로 할게요. 그리고 앞으로 진주·밀양 두 도시에서 당신은 우리 김씨 가문의 귀빈으로 아무도 건드리지 못할 거예요. 그리고 당신에게 별장과 20조를 줄 것이고 또 용전에 잠입해 있는 부하들을 모두 철수시켜 당신이 용전을 완전히 장악하도록 할게요. 돈과 지위, 그리고 권력을 모두 줄 것이니 한 번만 도와줘요. 이 외에도 더 필요한 거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해요.”김서하는 안전벨트까지 풀고 자신의 아리따운 얼굴을 김예훈 눈앞에 들이댔다. 그녀는 풍만한 가슴 사이로 깊게 파인 가슴골을 아주 적나라하게 드러냈는데 어떤 남자라도 쉽게 정신을 차리지 못했을 것이다.김예훈은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아가씨이고 한국 용전의 사모님이 이깟 일에 자신을 희생할 거라고 상상
“쓰레기”라는 세 글자에 김서하의 눈가가 살짝 떨렸다.“김예훈 씨, 당신 말 대로 우리 모두 사업하는 사람들끼리 당신이 반격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이건 확실하게 현민이 잘못이 맞으니 제가 돌아가면 반드시 단단히 교육시켜서 직접 사과하게 할게요. 그러니 김예훈 씨도 성의를 보여주셨으면 해요. 그래야 우리 모두 오해를 풀고 앞으로 잘 지낼 수 있지 않을까요? 필경 현민이도 그렇고 김예훈 씨도 모두 큰 일을 할 사람인데 이렇게 싸우면 다른 경쟁자들에게만 좋은 일이 되는 거잖아요.”김예훈이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성의를 보여달라고요? 그럼 먼저 멀리도 말고 바로 어제 용문도관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시는 건 아니겠죠? 야밤에 오륜 사찰의 선재 스님이 부하들을 거느리고 와서 저를 죽이려고 했어요. 말로는 오해를 풀자고 하면서 매번 저를 죽이려고 하는 건 무슨 경우인가요? 심지어 저를 박연서 사모님 댁으로 가게 만든 것도 당신들이 꾸민 거잖아요.”김예훈은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휴대폰을 꺼내 낯선 전화번호로부터 받은 메시지를 보여주었다.“삑!”메시지 내용을 확인하는 순간 김서하는 자기도 모르게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아 차를 세우고 김예훈을 노려보며 차가운 말투로 물었다.“이 메시지는 누가 보낸 건가요?”김서하는 메시지를 보낸 사람이 김현민의 부하일 거라는 생각에 분노가 치밀었다.만약 정말로 그녀의 추측이 맞는다면 안동 김씨 내부에 김현민을 죽이려는 세력이 있다는 것이다.순간 김서하는 오늘 자기가 직접 김예훈을 찾아온 것은 뜻밖의 행운이라고 생각했다.김예훈은 비웃는 표정을 전혀 숨기지 않으며 담담하게 말했다.“사모님, 이쯤 되면 더 이상 연기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요? 이 메시지는 당연히 김현민이 보낸 것이고 저를 임수민 구하러 가게 해서 박연서 사모님을 만나게 하려는 계획이었잖아요. 당신들이 박연서 사모님의 손을 빌려 저를 죽이려는 것인지, 아니면 저의 손을 빌려 박연서 사모님을 어떻게 하려는 건지는 잘 모르지만 어찌 됐든 당신들의 계
“사모님이 초대하시는데 제가 왜 거절하겠어요?”김예훈은 흥미로운 눈빛으로 김서하를 바라보며 말했다.그는 김서하가 도대체 무슨 속셈인지 알고 싶었기에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에 올라타고 안전벨트를 했다.김예훈이 차에 타자 김서하는 가볍게 웃으며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페라리 488은 자신의 존재를 뽐내며 맹수와 같이 순환고속도로를 향해 질주했다.차가 고속도로에 진입하자 김예훈이 고개를 돌려 김서하에게 물었다.“사모님, 정말로 저와 함께 비를 구경하면서 드라이브하려고 오신 건 아니죠? 저는 사모님과 함께 비 구경을 하고 싶은 생각이 없거든요. 그러니 이제 솔직하게 말씀하시죠.”김서하는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고 바로 말했다.“김예훈 씨가 우리 넷째 언니의 병을 고칠 수 있다면서요. 그리고 그 대가로 조건을 걸었다고 들었어요.”김예훈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사모님, 역시 소식이 빠르시네요. 저의 조건이 무엇인지 아시는 것 같은데요. 그건 바로 김현민을 양자로 받아들이지 말라는 거였어요.”김예훈의 말에 들은 김서하의 안색이 어두워졌다.아주 간단한 한마디였지만 실제로 그 조건 때문에 김현민은 정정당당하게 안동 김씨 가문의 당주가 될 자격을 잃게 될 것이다.그야말로 사람을 죽이고 마음마저 짓밟는 격이다.“김예훈 씨, 잘 모르는 것이 있는 것 같은데요. 당신이 아무리 잘나간다고 해도 안동 김씨 가문의 일에 간섭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김서하가 계속 말했다.“안동 김씨 가문은 현재 권력 교체의 중요한 시기예요. 외부 사람들에게는 평온한 것처럼 보이겠지만 사실은 내부적으로 엄청 치열하거든요. 아무리 진주·밀양 두 도시의 거물이라 할지언정 안동 김씨 가문의 싸움에 끼어들면 무사하지 못할 거예요. 그런데 당신이 혼자서 거기에 끼어들겠다는 건 스스로 화를 자초하는 거예요.”김서하는 말하면서 액셀러레이터를 더 밟았다.그녀의 오른쪽 다리의 치맛자락이 살짝 흩날리더니 보는 사람이 섬뜩할 정도로 새하얀 속살이 드러났다.김서하의 적나라한 유혹
“내가 김예훈을 설득해 볼게. 그런데 계속해서 제멋대로 행동하면 죽여버릴 수밖에.”김서하는 어떻게든 김현민을 수장 자리에 앉히고 싶었다.비록 큰 피해를 준 김예훈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었지만 그가 양보하기만 한다면 진주·밀양 용전을 내놓을 마음도 있었다....시즌 호텔.하늘에서는 가랑비가 쏟아졌고, 호텔 전체가 안개에 휩싸이고 말았다.토요타 프라도에서 내려 호텔 로비로 들어가려던 김예훈 뒤로 갑자기 자동차 경적소리가 울려 퍼졌다.곧이어 그의 앞에 페라리 488 한대가 멈춰 섰다.창문이 내려가면서 백옥과도 같은 아름다운 얼굴에 샤넬 드레스를 입고 구찌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있는 요정 같은 얼굴이 보이자 김예훈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상대는 바로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김서하였다.갑작스러운 등장이 놀랍긴 했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은 아니었다.김병욱이 이 큰일을 꾸민 걸 보면 무조건 박연서가 10년 전 사건을 재조사하려는 것을 김현민에게 알려줬을 것이고, 이 타이밍에 김서하가 찾아온 것도 전혀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그런데 예상치 못한 것은 싸우러 총이나 칼을 들고 온 것이 아니라 홀몸으로 찾아왔다는 것이다.김예훈은 이 상황이 너무나도 의외였다.김서하도 의문스러운 그의 표정을 감지했는지 핸들을 잡고 창가에 기대어 김예훈을 향해 피식 웃었다.“김예훈 씨, 저랑 대화 좀 나눌까요? 비 오는 날 고속도로 풍경이 꽤 볼만한데 한번 보실래요?”침착하고 여유로운 표정, 무심하면서도 약간의 유혹이 담겨있는 말투였다.모르는 사람이 봤으면 이 둘이 꽤 괜찮은 사이라고 오해할 만도 했다.이순간 김예훈은 두 손을 창문에 갖다 대면서 살짝 고개를 기울이며 말했다.“사모님, 제 기억이 맞는다면 저희 둘은 적대적인 관계가 아닌가요? 그것도 깊은 원한이 있는 그런 관계 말이에요. 언제부터 저희가 비 오는 날 같이 드라이브하는 사이가 된 거죠? 말도 안 되잖아요.”김예훈은 그녀의 손에서 진주·밀양 용전을 빼앗아 왔는데 자신을 죽이지 않은 것만으로도 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