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하고 있던 방수아가 담담하게 말했다.“2년 전 제가 대학을 졸업하고 귀국했을 때, 온 가족은 제가 내로라하는 부잣집 도련님한테 시집가길 원했죠. 정략결혼의 희생 품이 되기를 원했었죠. 그런데 저는 저만의 인생을 살아가고 싶었고, 갇혀서 숨 막히는 생활을 하기는 죽어도 싫었고, 그들이 원하는 대로 살기 싫다고 거절했죠. 심지어 강제로 결혼시킬 거면 죽어버리겠다고까지 했거든요. 그래서 결국 합의 끝에 저한테 10억 원을 줄 테니 알아서 사업을 꾸리라고 했고, 3년 내로 서울 방씨 가문의 도움 없이 200억 원을 벌면 자유를 주겠다고 했죠. 못 해내면 정략결혼의 희생 품으로 그 부잣집 도련님과 혼인을 맺어야 한다고 했어요. 다행히도 제가 비즈니스를 하는 동안 방씨 가문에서 훼방 놓는 일은 없었어요. 그렇게 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일을 시작해 보니 제가 상상했던 것만큼 쉬운 일은 아니더라고요. 수출입 영역을 빼고는 방씨 가문의 그림자가 안 보이는 곳이 없더라고요. 협력업체를 찾으려니 서울 방씨 가문과 손을 잡았으면 잡았지 방씨 가문에서 버려진 자식, 즉 저와 손을 잡지 않으려고 하더라고요. 저와 손잡는다는 것은 서울 방씨 가문과 등지는 것과도 같은 거죠. 이러다 보니 저랑 손을 잡으려는 협력업체들은 전부 다 문젯거리가 있는 협력업체들이었죠. 하지만 아무리 힘들어도 2년 동안 맨몸으로 부딪혀 본 결과 저만의 비즈니스를 일으켜 세웠고, 마지막 비즈니스만 해내면 200억 원을 벌 수 있었는데....”방수아는 그만 콧방귀를 뀌었다.“정략결혼의 희생 품으로 일면식도 없는 부잣집 도련님한테 시집가야 하는 것이 저의 운명인가 봐요. 평생 자유도 없이...”“그렇군요.”김예훈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2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한 여자가 자기만의 비즈니스를 해내기란 쉽지 않아요. 수아 씨는 능력 있는 사람이에요.”“그러면 뭐 해요.”방수아가 서서히 입을 열었다.“이번에 밀양에서 발을 빼려면 큰 대가를 치러야 할 거예요. 2년 동안 쏟아부은 심혈이 이대로 물거품으
스카이 팰리스로 돌아갔을 때는 이미 점심시간이었다. 파티까지는 아직 반나절이라는 시간이 남아있었다.김예훈은 아래층을 구경해야겠다는 핑계를 대고 로얄 스위트룸을 벗어났다.직원 의상실에 들어간 그는 호텔 직원 복장을 훔쳐 입고 여기저기 구경하기 시작했다.사진의 각도, 배경, 그리고 방 가구 배치 등을 분석해 봤을 때, 임은숙이 중간층쯤에 납치되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이 높이에서 마침 밀양의 야경을 내다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점심이면 손님들이 체크아웃하느라 가장 바쁜 시간이었다.김예훈은 중간층을 둘러보다 결국 18층 8호 방이 임은숙이 사진 찍었던 곳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방 입구에 도착한 김예훈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카펫에 얇은 먼지가 쌓여있는 것을 보니 최소한 3일은 청소한 흔적이 없어 보였다.신축 호텔에 이런 상황이 발생할 유일한 가능성은 누군가 18층을 전부 빌려 외부인 접근금지를 시켰다는 것이다.이로써 김예훈은 이곳이 수상하다는 느낌을 확신할 수 있었다.일반인이 한 층을 전부 빌린다고 해도 가장 꼭대기 층을 빌렸지 18층이라는 불길한 숫자를 선택하진 않았을 것이다.8번 방에 도착한 김예훈은 망설임도 잠시, 카드키를 갖다 대는 순간...띠리릭.방문이 열리고, 김예훈이 들어가려는 순간, 불길함이 엄습해 본능적으로 옆 구르기로 몸을 피했다.샤샤샥.김예훈이 몸을 피한 순간, 입구에 나란히 놓인 활 10개에서 화살이 날아오면서 맞은편에 있는 벽을 적중했다.견고한 벽이 관통될 정도면 활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있었다.사람에게 꽂혔다면 무신 급이라고 해도 감당하지 못했을 것이다.별다른 생각을 하기도 전, 김예훈의 귓가에는 고막을 찌르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그는 본능적으로 앞구르기로 소화전 뒤로 몸을 피했다.피융! 피융! 피융!피한 순간, 총알 몇 개가 원래 김예훈이 있던 곳을 적중해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바닥에 주먹만한 구멍이 나고 말았다.깜짝 놀란 김예훈은 소화전 뒤로 피신했다.이 순간, 그는
밀양에서의 명문가는 허씨 가문이 유일했고 허씨 가문은 다년간 밀양을 주름잡고 있었다.‘내가 허씨 가문과 원한도 없는데 왜 하필 진주 4대 가문일까?’“아니다!”김예훈은 갑자기 생각나는 것이 있었다.정민아가 도박하려면 무조건 밀양에 왔어야 했고, 타깃이 아무리 김예훈이라고 해도 상대방은 정민아부터 손보려고 한 것이 뻔했다.‘그렇다면 과연 부산 견씨 가문일지, 아니면 밀양 허씨 가문일지, 아니면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다른 지인일지..’김예훈은 한숨을 내쉬고는 스카이 팰리스 맞은 편에 있는 빌딩에 시선을 돌렸다.아까 총을 겨눈 저격수를 산 채로 잡기만 하다면 일부 문제가 원만히 해결될지도 몰랐다.김예훈이 생각에 빠져있을 때, 또다시 총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피융! 피융! 피융!저격수가 김예훈의 위치를 파악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옆에 있는 벽을 저격할 뿐이다.벽면에 있는 대리석이 깨지는 소리에 김예훈은 고막이 터질 것만 같았지만 여전히 꼼짝하지 않고 벽에 붙어있을 뿐이다.김예훈은 스카이 팰리스 보안 직원들이 바로 달려올 거라고 믿고 있었고, 위험을 무릅쓰고 달려 나가는 것보다 사람들이 몰려든 틈을 타 저격수 찾으러 가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김예훈의 예상과는 달리, 갑자기 느껴지는 불안감에 본능적으로 아까 있었던 곳으로 달려가 계단 쪽에 있는 방화실로 몸을 피했다.두둥!누군가 중무기를 사용하는 바람에 거대한 소리와 함께 이 층에 있는 몇몇 방이 폭발해서 없어지고 말았다.갑작스러운 소리에 스카이 팰리스 보안 직원들이 출동하기 시작했고, 사람들이 몰려들자 저격수는 동작을 멈췄다.김예훈은 바로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보안 직원이 몰려들어서야 방화실을 통해 17층으로 가 자기 옷으로 갈아입은 후 소리소문없이 이곳을 떠났다.저 멀리, 얼굴에 여우 가면을 쓴 한 여자가 서서히 총을 내려놓고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미션 실패했습니다.”차가운 말투에는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김청미, 김예훈 하나 죽이기가 그렇게도 어려워? 이
스카이 팰리스가 혼란한 틈을 타 방수아는 옆에 있는 타임 호텔 로열 스위트룸으로 옮기기로 했다.김예훈은 아무렇지 않게 다시 나타나 방수아와 함께 짐을 옮겼다.짐을 옮기면서도 정민아에게 전화해서 아직 무사하다는 말을 듣고 나서야 안심했다.김예훈은 상대방의 타깃이 자신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정민아를 만나지만 않는다면 그녀가 위험에 빠질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이 밖에도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두 가지 계획이 실패한 이상 세 번째 작전은 당분간 시작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지금으로서는 정신력을 집중해 방수아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최우선이었고, 하루빨리 해결해야만 상대방이 움직이기 전에 선제공격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타임 호텔에 반나절이나 있었지만 그가 예상했던 대로 아무 일도 발생하지 않았고, 이 기회를 빌어 체력을 보충하기로 하고 푹 쉬기로 했다.휴식하는 동안, 방수아의 핸드폰은 몇 번이고 울렸고 전부 다 곽영석한테서 걸려 온 전화였다.약속 장소가 바뀌었다는 첫 번째 통화 외로, 나머지 통화는 꼭 제때 참석해야 한다며, 비즈니스를 위해 무슨 일이든 꼭 감내해야 하며, 충동적이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특히 오전처럼 사람을 때리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고 했다.허씨 가문 셋째 도련님은 다른 일반 제자들과는 다르기 때문에 그와 맞서면 거대한 대가를 치러야 할지도 몰랐다.방수아는 전화 받을 때도 굳이 김예훈을 피하지 않고 대충 대답하고는 그를 도와 수박을 잘랐다.“곽영석이라는 분이 진주 4대 도련님 중의 한 명인 곽영현과 어떻게 되는 사이에요?”김예훈이 흥미진진해하면서 물었다.“참 재밌는 사람인 것 같아요. 수아 씨한테 관심이 많은 것 같은데 태도가 영 거만하네요.”방수아가 나지막하게 말했다.“곽영석 씨는 진주 4대 가문인 곽씨 가문의 친척이고 대학 시절 때 저의 선배이기도 해요. 필업하고 딱히 하는 일은 없이 진주 4대 가문의 구역과 밀양 구역에서 중재인을 도맡아 하고 있어요. 이런 일로 돈을 벌고 있더라고요. 오늘 저
김예훈은 한참 동안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더니 잠시 후 입을 열었다.“수아 씨, 허도겸 씨 스타일을 잘 알고 있으면서 왜 오늘 저녁 만나자고 한 거예요?무슨 일이 있을까 봐 겁나지도 않으세요?”방수아가 피식 웃었다.“오빠도 계시잖아요. 그리고 인정하긴 싫지만 그래도 제가 서울 방씨 가문의 사람인건 사실이잖아요. 비즈니스상으로 저한테 골탕을 먹일 순 있어도 저한텐 어쩌지 못할 거예요.”김예훈은 피식 웃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오늘 저녁 어떻게든 꼭 함께하리라고 마음먹었다.허도겸이라는 사람한테서 어쩌면 무슨 소식을 얻어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어느덧 저녁 식사 시간이 다가오고, 김예훈은 방수아를 따라 목적지로 향했다.“수아야. 허 도련님께서 계속 기다리고 계시잖아. 왜 아직도 안 오는 거야?”10km밖에 있는 개인 별장 앞, 금테 안경을 쓴 운치가 넘치는 한 남자가 방수아를 재촉하고 있었다.“수아야. 난 네가 나의 후배인 걸 봐서 도와주기로 한 거야. 허 도련님께는 네가 괜찮은 사람이라고 이미 말했어. 그러니까 절대 날 실망시키지 마. 7시에 도착한다더니 일찍 좀 출발하지 그랬어? 허 도련님은 성격이 급해서 누구를 기다리는 걸 질색하는 분이셔. 그분을 언짢게 하면 너의 회사 직원들이 불행해지는 건 물론 너도 밀양을 벗어나지 못할 거야. 밀양은 허씨 가문의 구역이라 너나 나나 이곳에서는 머리를 숙이고 다녀야 한다고. 알겠어?”곽영석은 신신당부하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러고는 허도겸에게 잘 보이려고 억지로 웃으면서 말했다.“허 도련님, 걱정하지 마세요. 방 대표가 곧 도착한다고 합니다. 아무쪼록 오늘 도련님을 실명시켜 드리지 않을 거예요.”곽영석 뒤로 멀지 않은 곳에는 열몇 명의 남녀들이 서 있었다.이 외에도 로비 곳곳에는 검은 옷을 입은 외국 국적의 보디가드들도 서 있었다. 이들은 하나같이 키도 크고 건장한 것이 살기가 넘쳤다.이 중에 긴 머리에 창백한 얼굴을 한 남자가 아무렇지 않게 소파에 기대어 앉아 흥미
허도겸은 차가운 표정으로 아무 말 없이 입구를 쳐다보았다.밀양에서 허도겸의 구역을 박살 내는 자는 그에 따른 대가를 치러야 했다.다른 와인잔을 들고 있던 하객들도 반응하고서 가소롭게 쳐다보았다.최근 몇 년 동안 허도겸과 맞서는 사람들을 수도 없이 봐왔지만 한 사람도 빠짐없이 허도겸에게 처참히 짓밟히고 말았다.처참하게도 물고기 밥으로 공해에 버려진 사람들도 있었다.그래서인지 이들은 밀양만 오면 눈에 뵈는 것이 없이 행동했다.하객들은 이미 좋은 구경을 할 준비까지 마친 상태였다.곧이어 성큼성큼 걸어들어오는 김예훈의 뒤로 방수아가 보였다.“수아야!”곽영석은 단번에 방수아를 알아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쁜 후배가 제 발로 찾아온 것만으로 임무를 완수했기 때문이다.하지만 방수아 앞에 서 있는 김예훈을 보자마자 곽영석은 얼굴이 어두워지고 말았다.“방 대표. 내가 똑똑히 말하지 않았나? 태도를 보여주기 위해서 혼자 오라고 신신당부했잖아! 그런데 왜 이런 놈을 데리고 왔어? 설마 우리를 놀래주려고 그런 거야?”곽영석은 기고만장한 표정으로 김예훈의 앞으로 다가가 그에게 삿대질하면서 냉랭하게 말했다.“꺼져!”김예훈이 입을 열기도 전에 방수아가 먼저 곽영석을 째려보았다. 서늘한 눈빛에 곽영석은 무의식적으로 뒤로 몇 발짝 물러서게 되었다.방수아는 곽영석한테 대꾸도 하지 않고 차가운 표정으로 유일하게 자리에 앉아있는 허도겸을 쳐다보았다.“그쪽이 바로 허씨 가문 셋째 도련님인 허도겸 씨에요?”방수아의 말투에 사람들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지금 상황 파악이 안 된 건가? 사과하러 온 것이 아니라 죄를 따지러 온 거였어?’어안이 벙벙해진 사람들은 방수아가 무슨 자격으로 허도겸에게 이러는지 몰랐다.외국 국적의 보디가드들도 이런 상황은 처음인지 팔짱을 끼고 비웃는 표정으로 이 상황을 지켜보았다.‘근본도 없는 개 한 마리를 끌고 와서 사람을 물릴려고?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대꾸도 하기 싫은 허도겸은 다리를 꼰 채 와인을 마셨다.이미 방
앞으로 나선 김예훈은 방수아를 뒤에 숨기고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진한 화장을 한 남자를 쳐다보더니 피식 웃었다.“그럼 어디 해보든가. 오전에 몇십 명을 병신으로 만들었는데 몇 명 더 추가해도 상관없긴 해.”“어머, 오전에 셋째 도련님 부하를 건드린 염치없는 놈이 바로 너야?”진한 화장을 한 남자가 김예훈을 아래위로 훑어보면서 말했다.“좀 하나 본데? 그런데 이걸 말해주는 사람이 없었어? 밀양에서는 고개를 숙이고 다녀야 한다고. 죽고 싶어서 셋째 도련님의 사람을 건드려? 얼마나 염치없는 놈인지 찾아내서 죽여버리려고 했는데 마침 잘 왔어. 이봐, 이놈 사지를 찢어서 물고기 밥으로 공해에 던져버려!”곽영석을 포함한 사람들이 강 건너 불구경하고 있을 때, 네 명의 건장한 보디가드들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 살기를 뿜어내면서 걸어왔다.이들이 봤을 때, 가냘파 보이는 김예훈은 그저 한주먹거리라고 생각했다.오전에 김예훈이 어떻게 그 많은 사람들을 병신으로 만들었는지는 전혀 생각하지도 않았다.화장을 진하게 한 남자 역시 골프채를 들고 비웃고 있었다.부잣집 따님들로 보이는 여자들은 남자 파트너에게 기대어 방수아를 우습게 쳐다보고 있었다.남자를 찾으려는 자기처럼 능력 있고 사회적 지위가 있는 남자를 만나야 한다는 듯이 말이다.‘아무리 봐도 기생오라비처럼 생겼는데 왜 데리고 온 거지?’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방수아는 눈빛이 차가워지고 말았다. 그녀는 도리를 따지러 왔지 싸우려고 온 것이 아니었다.“허도겸 씨, 너무하는 거 아니에요?”“방수아 씨, 저는 오늘 수아 씨가 사과하러 온 줄 알았는데 저의 체면을 짓밟으려고 온 줄 몰랐네요.”와인을 마시고 있던 허도겸이 흥미진진한 말투로 말했다.“밀양에서는 제가 바로 법이라는거 알아야 할 텐데요? 지금까지 아무도 저의 체면을 짓밟는 사람은 없었어요. 수아 씨의 행동으로 인해 너무 불쾌하네요. 서울 방씨 가문의 아가씨라서 그런지 이쁘고 분위기가 넘치네요. 아주 마음에 들어요. 그러니까 서울 방씨 가문의 체면을 봐서
방수아가 입을 열기도 전에 김예훈이 먼저 담담하게 말했다.“뼈를 부숴서 꽃병에 쑤셔 넣겠다고? 허도겸, 정말 그럴 능력 된다면 어디 내 털끝하나 건드려 보든가.”‘털끝 하나 건드려 보라고?’이 말에 곽영석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은 가소로운 표정을 지었다.‘저 새끼 정말 염치없는 놈이네. 실력 좀 된다고 해서 밀양에서 미쳐 날뛸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나 보지? 얼마나 많은 고수가 저 외국 국적을 가진 보디가드들한테 개처럼 두들겨 맞았는지 모르나 봐. 전부 다 유럽에서 전역한 장병급 실력자들이라 전쟁터에서는 일당백의 존재들인데. 이 보디가드들을 모셔 오려고 셋째 도련님께서 얼마나 큰 심혈을 기울였는데.’이들은 김예훈이 그저 자기 분수도 모르고 무모하게 덤벼든다고 생각했다.“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아직도 죽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니.”화장을 진하게 한 남자가 비웃으면서 말했다.“셋째 도련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저 새끼를 병신으로 만들어버려!”이때 네 명의 보디가드들이 동시에 주먹을 날렸다.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래도 어느정도 실력은 있어 보였다.최소한 현란한 움직임은 없었고, 일반 고수들은 상대가 안 될 것처럼 보였다.하지만 김예훈은 태연하기만 했다. 아무리 장병급이라고 해도 그의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첫 번째 보디가드가 덮쳐왔을 때, 김예훈은 아무렇지 않게 앞으로 한 발짝 다가가 그의 뺨을 때렸다.쨕!상대방은 김예훈의 움직임조차 확인하지 못했고, 그저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캄캄한 느낌과 함께 왼쪽 뺨이 아파져 오는 동시에 저 멀리 날아가고 말았다.쨕! 쨕! 쨕!나머지 세 명의 보디가드들도 여기저기 튕겨 나가 대리석 기둥에 부딪히거나 테이블에 부딪혀 현장은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이게 뭐야?”곽영석 등은 표정이 일그러지고 말았다.“허도겸, 보디가드 실력이 이 정도밖에 안 된다면 더 이상 너를 보호하지 못할 것 같은데?”김예훈이 티슈로 손을 닦으면서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뺨 몇 대로 보디가드들을 전부 날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