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장선 남자는 거만한 기색으로 콧구멍으로 사람을 보는 것을 좋아했다.그의 곁에는 얼굴빛이 차갑기 짝이 없는 아름다운 여인이 있었다.그 외에 그들 뒤에는 남자 둘, 여자 둘이 있었는데 합쳐 모두 6명이었다.하지만 이 여섯 명은 모두 온 장내를 압도하는 기운을 가지고 있었다.입구 옆에 있던 용문당 자제들이 무의식적으로 앞으로 나섰는데 뜻밖에도 그들의 발길에 걷어차여 다시 때릴 힘조차 없었다.이 장면은 모두를 놀라게 했다.안색이 좋지 않은 우충식은 손뼉을 치며 차갑게 말했다. “해결해.”그의 명령과 함께 십여 명의 그의 직계가 바로 앞으로 나아가 하나같이 전력을 다해 싸웠다.쾅쾅쾅. 한 남자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섰는데 혼자서 십여 명을 맞섰다. 그는 한주먹과 한 발로 한 사람씩 해결했다. 십여 명의 용문당 자제들이 다 쓰러졌다. 어떤 사람은 피를 한 모금 내뿜고 혼수상태에 빠졌다.어떤 사람은 땅에 주저앉아 끊임없이 경련을 일으키며 기색이 보기 흉할 정도였다.이 장면은 많은 손님을 놀라고 긴장하게 했다. 그들은 하나같이 김예훈에게 시선을 돌려 회장이 눈앞의 이 장면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보려고 했다.조씨 가문은 그제야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 이를 보며 고소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지금 그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바로 김예훈이 재수 없는 모습이다.만약 김예훈이 오늘 죽는다면 이미연은 더없이 기뻐할 것이다. 얼굴색이 변한 우충식은 직접 나설 준비를 했다.오늘은 정말 중요한 날이고 보안도 그가 책임지고 있으니 말이다.원래 그는 김예훈에게 잘 보여서 제1의 부회장 자리를 차지하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창피하기 짝이 없다.김예훈은 손을 내저으며 우충식을 멈추게 한 후, 담담한 표정으로 군중 앞으로 걸어와 덤덤하게 말했다. “내가 김예훈인데, 무슨 일이지?”그는 이 사람들의 신분을 어느 정도 짐작했다.상대가 자신을 향해 온 것이니 다른 사람을 개입시킬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내 이름은 육건하이고, 용문당 집법부대의 수제자이며, 용
용문당 집법부대라는 일곱 글자가 대중의 마음을 압도하여 대부분의 용문당 자제들은 함부로 움직이지 못했다.하지만 진윤하와 최산하 같은 충실한 사람들은 잘 안다. 오늘 일이 어떻게 되든지 김예훈과 끝까지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김예훈이 망하면 그들도 망한다.“설명을 해달라?”육건하가 입을 열기도 전에 그의 옆에 있는 그 예쁜 여자가 차갑게 입을 열었다.“김예훈, 우리 집법부대가 용문당 내부의 위치를 모르지? 우로는 당주를 감시하고 아래로는 회장을 감시하지. 선참후계, 황권 특허! 이것이 집법부대야! 네가 누구인 줄 알고 이러는 거야? 신분도 가짜인 주제에. 진짜라고 해도 집법부대 앞에서라면 우리가 무릎을 꿇으라고 하면 무릎을 꿇어야 해!”그 여자는 계속 말했다. “김예훈, 잘 들어. 나는 용문당 집법부대 육원서야! 마지막으로 명령할게. 내가 화를 내기 전에 빨리 팔다리를 끊고 우리랑 돌아가 당주의 명을 기다려. 그렇지 않으면 현장이 온통 시신으로 널려 있을 거야.”지금 육원서도 더없이 건방졌다. 오면서 그녀는 마음에 드는 용문당의 자제를 한 명도 보지 못했다.부산 용문당은 그저 쓰레기의 집합소처럼 보였다.제자도, 회장도 다 쓰레기라고 생각했다.게다가 육원서는 용문당의 자제들이 감히 그들을 공격할 수 있다고 믿지 않았다.자기들은 다름이 아닌 용문당 집법부대의 제자다. 용문당 집법부대는 용문당의 내부를 전문적으로 감독하는 조식으로서 당주조차 감히 함부로 할 수 없을 정도로 권위가 높다.평범한 용문당 회장과 용문당 자제들은 그들의 안중에도 없다.육원서의 패기에 이미연과 조효임은 눈을 마주치며 서로의 눈을 바라봤다.그들은 모두 속으로 육건하와 육원서가 김예훈을 넘어뜨리기를 바라고 있었다.김예훈만 무너뜨리면 그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했다. 육원서가 잘난 척하자 김예훈은 귀를 후비며 물었다. “부회장, 집법부대가 이렇게 대단해?”우충식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용문당 집법부대는 용문 36명 회장 위에 있으니 그들의 권력은 정말
철컥.김예훈은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옥처럼 보이는 이 패쪽을 밟아 가루로 만든 후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까짓 게 나와 싸울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너의 이 엉터리 같은 실력으로?”김예훈이 감히 자신의 패쪽을 밟아 부수어 버리는 것을 보고 육원서는 발끈 화를 내며 표정은 더없이 차가웠다.“김예훈, 넌 참 미련하구나, 죽고 싶어?”말이 끝나자 육원서는 허리 옆의 굽은 칼을 빼 들고 몸을 움직여 앞을 향해 돌진했다.그녀의 속도는 매우 빨랐는데 표현하기 어려운 위세가 느껴졌다.우충식은 무의식적으로 소리 질렀다. “회장님 조심하세요!”김예훈은 무덤덤한 표정을 짓더니 뺨을 한 대 때렸다.찰싹낭랑한 소리와 함께 육원서는 김예훈한테 뺨을 맞았다. 아름다운 얼굴에 순간적으로 손바닥 자국이 나타난 채 날려가 테이블에 떨어졌다.순간 테이블이 깨지고 안주가 어지러워졌다. 육원서의 하얀 옷에 온통 술과 채소로 가득했는데 낭패하기 짝이 없었다.육원서는 온몸이 떨리며 입가에 피가 흘렀다.현장에는 온통 숨을 크게 들이마시는 소리다.특히 용문당 자제들은 하나같이 김예훈을 바라보았는데 눈에는 경외감이 가득했다.용문당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사람들만이 용문당 집법부대에 들어갈 수 있다. 용문당 집법부대에서 마음대로 제자 한 명을 보내도 36명의 회장을 제압할 수 있다는 전설도 있다.그런데 지금, 보기만 해도 강세였던 육원서가 김예훈을 건드리지 못할 뿐만 아니라 그의 뺨을 맞고 날아가 버렸다. 이럴 수가 있다니, 김예훈은 실력이 남달랐다. 육원서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그녀는 집법부대의 제일 뛰어난 여자 제자로서 줄곧 아래의 용문당 자제들을 제압할 수 있었다.심지어 어떤 회장들도 그녀와 겨룰 때, 모두 몇 번 손을 쓰지 못하고 진다.그런데 그런 사람이 지금 이렇게 쉽게 무너졌다. 답답하고 속상했다. 지금 그녀는 한사코 이를 갈며 김예훈을 쳐다보았다. 그러다 그녀는 유일한 가능성을 생각해냈다.“파렴치하다! 당당한 용문당 회장이 나를 기습하다
육원서는 낭패하기 짝이 없었다.그녀는 기세등등하게 김예훈한테 와서 소란을 피웠다. 심지어 그더러 사지를 없애고 돌아가서 설명하게 하려고 했다.결국 그녀는 그의 옷자락도 만지지 못하고 그의 발에 걷어차여 바닥에 쓰러졌다.눈앞의 광경이 믿기지 않은 건 그녀뿐만 아니라 육건하도 마찬가지였다. 육건하는 안색이 안 좋았다. 정말 놀란 듯했다. 육원서의 실력은 육건하보다 떨어지지만 그래도 넘볼 수 없는 고수다.그런데 김예훈을 상대로 이렇게 연약할 줄이야?“네가 장병에서도 최고의 고수야?”이때 마침내 참지 못한 육건하가 직접 앞으로 나가서 어두운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그가 방호철에게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김예훈은 강하지만 실력은 별로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그도 이 일을 맡지 않았을 것이다.그런데 김예훈이 이렇게 강할 줄은 몰랐다.김예훈을 장병 중의 최고의 고수로 생각했다. 따라온 몇몇 집법부대 제자들은 자신의 귀를 믿을 수 없었다.이렇게 젊은데 장병 중의 최고의 고수라니, 무신 레벨에 가까운 실력이라니?이건 얼마나 무서운 천부적인 재능인가 하고 생각했다. 특히 육원서는 자신이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지만 육건하가 그렇게 말했으니 틀림없을 것이다.어쩐지 상대방이 마음대로 손을 써서 자신을 날려버릴 수 있더라니, 너무 무서운 실력이라고 육원서는 생각했다. 콧대 높은 육원서의 모습은 씁쓸하기 그지없었다.김예훈을 죽일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상대의 눈에서 자기는 그저 어릿광대일 뿐이었을 줄은 몰랐다. 김예훈은 담담하게 말했다. “장병 레벨? 하...”사람들이 말하는 장병, 무신은 모두 김예훈이 가르친 것이다.그래서 육건하의 평가에 대해 대답하기도 귀찮아했다.“우리가 널 얕봤나 보다. 어쩐지 용 씨 도련님과 방 씨 아가씨 둘 다 너한테 손해 보더라니, 근데 그게 뭐 어때서?”육건하는 심호흡을 했다. 눈빛은 무시로부터 빤히 쳐다보는 거로 변했다. “네가 장병 중의 최고이든 아니든 나 육건하를 만나면 죽는 거야. 왜냐면 내가 얼마 전
타구봉이 나타나자 집법부대의 제자들은 하나같이 흥분된 표정이었다.육원서는 웃으며 말했다. “김예훈, 너 망했어. 넌 이제 끝이야! 타구봉은 우리 스승님, 집법부대 당주의 절대적인 의지를 의미해! 네가 감히 반항한다면 용문당의 백만 자제는 모두 너를 응징할 것이야!”육완서가 보기에 김예훈은 대단하지만 육건하는 이미 무신 레벨이다.게다가 타구봉은 집법부대의 절대적인 의지를 대표하는데 지금도 그가 감히 저항할 수 있겠나 하고 생각했다. 감히 반항한다면 아주 처참하게 죽을 것이다. 우충식의 안색도 좋지 않아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회장님, 이 타구봉은 진짜일 것입니다. 우리 용문당의 룰에 따르면 회장님도 이 타구봉을 보면 무릎을 꿇고 절을 해야 합니다.”김예훈은 담담하게 말했다. “용인주도 감히 나더러 무릎을 꿇으라고 하지 못하는데, 이까짓 타구봉을 보고 무릎을 꿇으라고요? 장난해요?”우충식은 약간 어리둥절해 하며 얼굴에 믿을 수 없다는 듯한 기색을 드러냈다.그는 김예훈과 싸운 적이 있어서 이 젊은 회장은 과장해서 말한 적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설마 용문당 어르신조차 그를 제압하지 못하나 하고 생각했다. 육건하는 두 사람의 대화를 듣지 못했다. 그는 손에 타구봉을 들고 앞으로 나아가 냉랭하게 말했다. “김 씨, 타구봉은 당주를 비롯한 것이야. 어서 무릎을 꿇지 못해? 그렇지 않으면 넌 아주 처참하게 죽을 거야. 그리고 너희 용문당 자제들, 빨리 무릎 꿇지 않아? 다들 죽고 싶어?”이 말은 현장의 용문당 자제들이 하나같이 서로 얼굴을 마주 보게 했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순간 다리가 풀리며 무의식적으로 무릎을 꿇으려 했다.김예훈은 용문당 집법부대를 신경 쓰지 않는다. 하지만 이 평범한 용문당 자제들은 집법부대를 아주 높게 여겨서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모두 똑바로 서, 한 사람도 무릎 꿇지 마!”김예훈은 표정이 차가웠다.“타구봉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모르는데 무슨 자격으로 무릎을 꿇게 해? 게다가 너희 용문당 자제들은
김예훈은 덤덤하게 말했다. “괜찮아. 오늘 밤 이 사람들은 나를 상대로 온 거야. 너희들은 그냥 지켜보면 돼!”“김예훈, 이 지경에 이르러서도 거드름을 피우다니. 너는 정말 네가 재주가 좀 있다고 뭐라도 되는 줄 아는구나? 오늘 이 무신 손에 죽는 것도 너의 영광인 줄 알아!”말을 마치고 육건하는 앞으로 돌진했는데 손에 들고 있던 타구봉을 휘둘렀다. 순간 타구봉의 그림자가 일렁이었는데 장면은 더없이 무서웠다.동시에 타구봉에서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마도 타구봉 때문에 죽은 혼이 울부짖고 있는 것일 것이다. 그 자리에 있던 많은 사람은 겁에 질려 있었다. 용문당의 자제들은 타구봉의 소문을 떠올리며 공포감을 감추지 못했다.곧이어 그들은 김예훈이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는 것을 보았다.타구봉에 정신이 홀린 듯했다.진윤하와 최산하도 얼굴색이 변했다. 앞으로 나아가려 했지만 그들도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갇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다른 용문당 제자들도 늪에 있는 것처럼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자신의 상황이 이러하니 당연히 김예훈도 지금 자기들이랑 같다는 것을 안다.육원서의 붉게 부은 얼굴에서는 비아냥거리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녀는 김예훈이 망했다고 생각했다. 감히 그들과 맞서다니, 그야말로 죽으려고 환장한 것으로 생각했다. 육건하도 흉악한 웃음을 지었다. “김예훈, 기억해. 오늘 타구봉에 죽을 수 있는 건 너의 영광이야.”“시끄러워.”바로 이때, 냉담함으로 쌓인 덤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육건하는 잠시 어리둥절해했다. 이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 그가 반응하기도 전에 김예훈이 그의 앞에 나타나는 것을 보았다.이 순간 육건하는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렸고 표정이 굳어졌다. 김예훈이 뜻밖에도 타구봉에게 제압당하지 않고 자기 앞에 왔다. 자신이 약한 것인지, 상대방이 강한 것인지 몰랐다. 퍽. 육건하가 반응하기도 전에 이미 뺨 한 대를 맞았다.펑. 육건하는 죽은 개처럼 십여 미터나 날아가 기둥에 부딪혔다.육건하가 정신을 차리기도 전
육건하는 자기가 전력을 다하면 김예훈을 무너뜨리는 것은 아주 쉬울 거라고 생각했다. 결국 그는 용문당 집법 부대의 제자로서 그런 자신감과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퍽,퍽!”김예훈은 아무 말 없이 앞으로 다가가더니 뺨을 두 대 때렸다.“때렸다 왜. 뭐 어쩔 건데?”육건하는 크게 화를 내며 소리쳤다.“너!”“왜? 불만 있어? 내가 너를 기습했다고 생각해?”김예훈은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하며 오른손 검지를 살짝 흔들었다.“자, 한번 기회를 줄게. 전력을 다해서 한번 때려봐.”김예훈의 조롱을 들은 육건하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그 순간, 육건하는 온 힘을 다해 땅에서 뛰어 올랐다.“지금 가르쳐 줄게. 난 그렇게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말이야!”말이 떨어지자마자 그의 손에 들려 있던 방망이에서 갑자기 초록빛이 번쩍이다니 앞으로 날아갔다.초록색 그림자는 아주 빠른 속도로 움직이며 시선을 사로잡았다.진윤하 등은 본능적으로 귀띔해 주었다.“회장님, 조심하세요.”“펑!”지팡이가 떨어지기 전에 김예훈은 다시 한번 손을 썼다. 그는 한발 먼저 발로 육건하의 복부를 차버렸다.육건하는 무신급이라고 불렸기에 전력을 다한 상태에서 속도와 힘이 아주 빨라야 했다.그러나 김예훈이 복부를 차자 그는 바로 죽은 개처럼 휙 날아가 버렸다. 막으려 해도 막을 수 없었고 피하려 해도 피할 수 없었다. 그 발차기의 힘이 너무나도 무서웠기 때문이었다.육건하는 마치 차에 부딪힌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는 그런 힘을 견딜 수 없었고 몸 전체가 그냥 가로로 날아가 버렸다.“윽!”땅에 떨어지자마자 육건하는 입에서 피를 토했다. 일어나고 싶었지만 일어날 수 없었고 결국 그는 반쯤 무릎을 꿇은 채 지저분한 모습으로 쓰러졌다.이 장면을 본 육원서 등 사람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무신급인 육건하가 김예훈의 한 방도 막지 못했으니 말이다.‘김예훈 도대체 얼마나 강한 거야?’김예훈은 손을 뒤로 젖히고 다가가더니 한 발로 육건하를 땅에 눕혔다
“김예훈, 그렇게 대단하면 날 죽여!”사지가 완전히 못쓰게 됐다는 말을 들은 육건하는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미친 듯이 소리쳤다. 그는 폐인으로 되는 것보다 차라리 죽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김예훈은 차분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마. 나는 널 죽이지 않을 거거든. 오늘은 나한테 놓고 말해서 기쁜 날이니까. 기쁜 날에 내 땅에서 사람이 죽는 건 불길하잖아?”“하지만 죽을죄는 면할 수 있어도 살아남은 죄는 면하기 어렵지.”김예훈는 손을 털며 돌아섰다.“다 폐인으로 만들어.”김예훈이 말을 마치자 최산하가 인파 속에서 웃음을 띤 채 걸어 나왔다. 그리고는 집법 부대 제자들에게로 다가갔다. 이미 힘이 없는 사람을 더 가혹하게 다루는 건 최산하의 전문 분야였다.“안 돼, 안 돼!”육원서는 겁에 질린 채 쓰러졌다.“김예훈! 김예훈 회장님! 오늘 전 선생님을 대신해 명령을 전하러 온 거예요!”“우리 선생님은 용문당 집법 부대의 당주님이신데 명령이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으세요?”김예훈은 돌아서며 담담하게 말했다.“말할 게 있으면 빨리 해.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육원서는 서둘러 편지를 꺼내서 열어보더니 큰 소리로 말했다.“선생님께서는 당신에게 부산 용문당 회장 자리를 포기하라고 하셨어요. 당신 같은 외부인은 자격이 없다고 말이죠. 동의하지 않으셨어요.”“며칠 내로 사람을 보내어 부산 용문당을 접수할 거래요.”“명령에 따르지 않으면 부산 용문당 백만 자제들을 적으로 삼는 겁니다!”“퍽!”“우리 회장님을 위협해?”최산하는 앞으로 다가가 그 편지를 찢어버리고는 육원서를 한 대 때렸다.김예훈은 최산하를 대견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처리해. 후과는 내가 감당할 거니까.”최산하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육원서에게 달려들었다.밤이 깊어가고 있었다.부산 용문당 제1 무도회관 정원에 간부들이 모여 앉아 있었다. 다들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회장님, 이번 일은 단순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많은 사람들을 통해 확인해 보았는데
쨕.아마미네 토시로는 옆으로 날아가더니 세게 바위에 부딪히면서 피를 뿜어냈다.그는 얼굴이 일그러진 채 눈빛이 어두워지면서 긴장하기 시작했다.비록 처음부터 온갖 함정까지 파놓으면서 김예훈을 평생의 적으로 대했지만 김예훈이 이런 상황에서도 전혀 흔들리지 않고 침착함을 유지할 줄 몰랐다.연기까지 하면서 겨우 이곳까지 끌고 왔는데 김예훈을 죽이지도 못하고 오히려 뺨 맞을 줄은 더더욱 몰랐다.‘정말 괴물이네.’퍽.아마미네 토시로는 얼굴에 뺨 자국이 나 있는 채로 이를 꽉 깨물더니 말없이 공중으로 뛰어올라 검을 휘둘렀다.칼날은 마치 하늘에서 떨어지는 유성처럼 빠르고도 정확했다.김예훈도 무심한 표정으로 검을 휘둘렀다.‘쨍’하는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은 또다시 스쳐 지나갔다. 김예훈은 절벽 끝에 서 있었고, 아마미네 토시로는 울창한 숲 변두리에 서 있었다.“대단한데?”아마미네 토시로는 칼날을 만지작거리면서 험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너 같은 사람은 몇 년 더 지나면 아마 내가 너의 상대가 안 될지도 몰라. 하지만 지금은 널 얼마든지 죽일 수 있어.”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정말 자신 있었다면 왜 이런 꼼수를 부린 거지? 일본인은 무신 경지에 이르렀어도 결국엔 본성을 잃지 못하네. 네가 도망치려고 바다에 뛰어든 순간부터 넌 영원히 나를 따라잡을 수 없었어. 지금까지 너를 죽이지 않았던 이유도 네가 또 어떤 꼼수를 준비했는지 알고 싶어서였어. 그런데 너무 실망이네.”“실망하긴 아직 이른 것 같은데?”아마미네 토시로는 피식 웃고 말았다.“김예훈, 여기가 어딘지는 알고 있어? 여기에 있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냐고. 모르고 있었다면 내가 알려줄까?”아마미네 토시로는 검으로 힘껏 바닥을 내리쳤다.쿵.격렬한 진동이 울리면서 김예훈이 서 있던 절벽이 순식간에 갈라졌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손에 쥐고 있던 검을 앞으로 던졌다.“풉.”몸에 검이 제대로 꽂힌 아마미네 토시로는 전혀 후회되지 않는 듯 미친 듯이 웃으며 뒤로 물러났다.반면으로
“풉!”핏덩이를 토해낸 아마미네 토시로는 한숨을 내쉬었다.“김예훈, 역시 대단해. 어린 나이에 탑 무신 급 경지에 이르다니. 내 눈으로 직접 보지 않았으면 절대 믿지 않았을 거야. 너 같은 사람이 우리 일본의 귀족이라면 얼마나 좋았을까.”김예훈이 덤덤하게 말했다.“아마미네 토시로, 아무리 쓸데없는 소리를 해도 난 널 살려줄 마음이 없어. 요트에 있을 때 이미 이 구역 통신을 차단하라고 했거든. 간단히 말해서 네가 방금 나 몰래 보낸 메시지, 아무도 볼 수 없다는 뜻이야.”아마미네 토시로는 얼굴이 살짝 굳으며 무의식적으로 핸드폰을 꺼냈다. 그런데 몇 분 전에 보낸 구조 요청 메시지가 발신 실패로 떠 있는 것이다.“이런 제기랄!”이 순간 아마미네 토시로는 본능적으로 고함을 질렀다.“정말 나랑 끝까지 해보자는 거야? 받아라! 불사참!”아마미네 토시로는 분노의 함성을 지르며 양손에 들고 있던 검을 힘껏 내리쳤다.칼날이 얼마나 매서운지 마치 귀신이 울부짖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김예훈은 아무런 무기도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미간을 찌푸린 채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하지만 아마미네 토시로가 이 기세를 몰아 검을 휘두를 거라 생각하고 있을 때, 김예훈을 스쳐 지나 산꼭대기 쪽으로 달려가는 것이다.김예훈은 어리둥절하기만 했다.‘무신이라는 놈이 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지? 공격하는 척하면서 또 도망쳐?’“아마미네 토시로, 그만 도망치지?”김예훈이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그만 쫓아오지?”아마미네 토시로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계속 울창한 숲을 이용해 김예훈을 따돌리려 했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아마미네 토시로의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전혀 급할 거 없이 10미터 정도의 거리를 유지했다.한 사람은 도망치고, 한 사람은 쫓아가는 것이 마치 사냥꾼이 사냥감을 쫓는 듯했다.곧 두 사람은 산 정상에 가까운 한 공터에 도착하게 되었다.먼저 땅에 발이 닿은 아마미네 토시로의 얼굴에는 음산한 기운이 가득했다.다음 순간 그는 땅을 구르더니 미리
야마자키파 검신, 일본 무신, 황실 어의인 아마미네 토시로는 분명 눈치가 있는 놈이었다.오늘 여덟 명의 바람의 아들들까지 불러내면서 만반의 준비를 했는데 한 방에 무너질 줄 몰랐다.이런 상황에서 아마미네 토시로가 정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한 남아서 김예훈과 맞서 싸울 일은 없었다.그래서 상대를 존중하는 척 부하의 뺨까지 때리고, 부하의 시체로 요트 엔진을 고장 내서야 쥐도 새도 모르게 도망친 것이다.게다가 도망치는 경험까지 풍부해서 바다 한가운데에 있던 그는 눈 깜짝할 사이에 바닷가에 도착해 있었다.김예훈은 요트 위에 남아있는 잔병들을 힐끔 쳐다보았다.이들은 하나같이 정신이 혼미해져 마치 어떤 신념이 완전히 무너진 듯했다.이들과 말 섞기도 싫은 김예훈은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내고는 곧바로 바다에 뛰어들어 아마미네 토시로가 도망친 방향으로 쫓아갔다.어쨌든 한 시대의 무신이자 검신이었기에 아무리 겁을 먹었다고 해도 실력이 있는 것은 분명했다.김예훈은 오늘로써 한 방에 끝내고 싶었다.아니면 어딘가 숨어서 언제 또 습격할지 몰랐다. 김예훈은 상관없었지만 주변 사람들의 안전 또한 고려해야 했다.아마미네 토시로도 김예훈이 놔줄 생각이 없어 보이자 속도를 내 바닷가의 울창한 숲속으로 뛰어들었다.이 지역은 진주 태산 뒷산으로 진주 상류 인사들이 휴양하는 곳이라 절대 개발이 허락되지 않았다.이곳은 산짐승이 많은 것으로 유명한데 진주에서 보기 드문 한적한 곳이었다.아쉽게도 지금의 아마미네 토시로는 전혀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할 여유가 없었다.얼마나 많은 노력을 들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온 힘을 다했더니 마침내 절벽 끝에 오래 방치된 정자 하나를 발견했다.그런데 숨을 돌리기도 전에 멀지 않은 숲속에서 김예훈이 뒷짐을 쥔 채 태연하게 걸어 나왔다.“김예훈, 내가 이렇게까지 멀리 왔는데 좀 쉬면 안 돼? 요트에 그 많은 사람의 목숨으로는 부족했어? 왜 하필 나를 따라다니는 거야. 노인을 공경할 줄도 몰라?”아마미네 토시로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
아마미네 토시로는 영상통화를 끊어버리고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이런 실력이라면 아마도 나랑 거의 맞먹을 거야. 탑 무신급에 가까운 실력자가 아니라면 내 여덟 명의 바람의 아들들을 쉽게 무너뜨릴 수 없었어.”아마미네 토시로는 고개를 흔들며 한숨을 내쉬었다.“김예훈, 넌 정말 숨은 고수였구나. 어린 나이에 이런 실력을 갖추다니. 정말 장래가 밝아. 너 같은 사람은 왜 밖에 나가서 자랑하지 않는 거야? 자랑하지 않으니까 우리가 너의 실력을 모르잖아. 우리가 제대로 준비하지도 못하고 실수로 너를 죽이면 어떡하려고?”아마미네 토시로는 자신감 넘치게 웃었다.“내가 다년간 수련하면서 도를 닦았기 다행이지. 아니면 정말 너의 상대가 안 되었을 수도 있어. 그런데 안타깝게도 대한민국은 무신 급 실력자를 한 명 잃게 될 운명이야.”아마미네 토시로는 고개를 저으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다른 일본인들도 서로 마주 보더니 하나같이 가소로운 미소를 지었다.오늘 패배할 운명인 줄 알았는데 무서운 김예훈을 앞에 두고도 아마미네 토시로가 태연한 모습을 보일 줄 몰랐다.‘역시 야마자키파 검신은 달라.’이 순간 일본인들은 다시 자신감이 생기는 기분이었다.“이런 제기랄. 우리 아마미네 토시로 검신님의 말씀을 못 들었어? 무신이라고 해서 우리 검신님 앞에서 잘난 척하지 마. 자식. 넌 아직 너무 어려. 네가 엄마 배속에서부터 무술을 배웠다고 해도 검신님의 상대가 될 수 없어. 얼른 무릎 꿇고 사과하지 않고 뭐해. 검신님이 네가 무신인 걸 봐서 살려줄지 어떻게 알아. 내가 보기엔 넌 우리 몸종이나 되는 게 낫겠어.”“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이번에 입을 연 사람은 김예훈이 아니라 아마미네 토시로였다.그는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아까 입을 놀린 일본인의 뺨을 때려 저 멀리 날려버렸다.쨕.부하가 요트 엔진에 부딪히는 바람에 엔진이 고장 나면서 주위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나머지 일본인들은 입을 꾹 다물고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바로 이때, 아마미네 토시로가 담담하게 말했다.
김서하는 한껏 우쭐거리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그녀는 김예훈을 조롱하면서도 그가 산산조각이 나는 장면을 놓칠까 봐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아마미네 토시로가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사모님, 이따 김예훈이 죽으면 저랑 했던 약속을 잊으면 안 돼요.”김서하가 냉랭하게 말했다.“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김예훈만 죽이면 네가 원하는 특별 외교 신분은 얼마든지 줄 수 있어. 이제부터 야마자키파가 우리 진주에서 무슨 짓을 하든 다 상관없는 거야. 진주법을 어기더라도 나랑 현민이가 뒤를 봐주는 이상 아무도 뭐라 하지 못할 거야. 그러니까 지금은 입 다물어. 좋은 구경하는 거 방해하지 말고.”개인 이익을 위해 국가 이익마저 팔아넘기는 사람을 제일 좋아하는 아마미네 토시로는 피식 웃고 말았다.이때 여덟 명의 바람의 아들들의 검에서 빛이 반사되어 김예훈은 잠깐 눈살을 찌푸렸다.이제는 피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태였다.하지만 이 어마어마한 기세에도 김예훈은 피식 웃을 뿐이다.“아마미네 토시로, 이 여덟 명의 제자를 길러낸 것도 참 대단해. 그런데 아쉽게도 네가 만난 상대는 나야. 내 앞에선 무신도 맥을 추지 못하는데 하물며 가짜 무신이라?”김예훈은 말을 끝내자마자 사람무리를 뚫고 나가 손바닥을 힘껏 휘둘렀다.아무렇지 않은 움직임이었지만 사람들의 표정은 순식간에 변했다.이들 눈에 평범해 보이기만 하던 김예훈이 손바닥을 휘두르는 순간 천지가 흔들리고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정도였기 때문이다.“이런 제기랄!”알약까지 먹은 일본 자객들은 잠깐 멈칫하긴 했지만 이 순간에도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쨕.하지만 다음 순간, 청량한 소리가 들려오더니 바람의 아들들이 하나같이 저 멀리 날아가는 것이다.“악!”이들은 공중에서 피를 뿜어내기도 했다.땅에 떨어지는 순간, 모두 정신이 혼미해져 표정이 멍한 채 일어날 수 없었다.여덟 명의 바람의 아들들이 뺨 한 대로 무너지다니.김예훈은 무심한 표정으로 그 자리에 우뚝 서 있었다.설령 천하무적의 무신이라 해도 이 정도로
“이런 제기랄!”김예훈이 다시 그들의 습격을 피하자 남은 네 명의 일본 자객은 다시 힘을 합쳐 동시에 앞으로 달려들었다.김예훈이 갑판에 꽂혀있던 검 하나를 뽑아 드는 순간 바다 위에 밝은 달이 떠오르는 것처럼 번쩍거렸다.아마미네 토시로는 이 광경을 보고 얼굴색이 확 변하면서 단호하게 외쳤다.“막아!”다음 순간, 남은 네 명의 자객은 동시에 뒤로 물러나면서 검을 모아 앞을 막았다.이 완벽한 호흡은 정말 흠잡을 데 없었다.이로써 아마미네 토시로가 고수를 가르치는 실력을 알 수 있었다.퍽.검이 서로 마주치는 순간 불꽃이 튀었지만 당장 방어막을 뚫을 수는 없었다.다른 네 명의 부상당한 자객들은 모두 빠르게 썩은 냄새 나는 알약을 삼키더니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었다.이 알약으로 고통을 감소하고 잠재력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다시 공격!”김예훈이 상대하기 어려운 놈으로 보이자 아마미네 토시로는 험악한 표정을 하고서 또 한 번 이를 악물며 명령했다.여덟 명의 바람의 아들들은 하나가 되어 검을 칼집에 넣더니 다시 뽑았다.“죽여!”이건 바로 일본 검도 중 가장 강력한 기술인 일본 검술이었다.여덟 명의 탑 장병급 실력자들은 살기를 뿜어내면서 다 함께 김예훈이 있는 곳으로 돌진했다.어떤 무신도 가볍게 죽일 것만 같은 기세에 물러설 곳도 없고 막을 수도 없는 느낌이었다.이 모습을 보고 아마미네 토시로는 그제야 긴장이 풀리면서 진정할 수 있었다.‘나도 막을 수 없는데 고작 김예훈 따위가 막겠어?’이 순간 아마미네 토시로는 야마자키파의 명성을 알릴 수 있는 이 기회에 구경꾼을 불러 모으지 못해 아쉬울 따름이었다.그래도 아쉬운 대로 핸드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다.곧 통화가 연결되고, 핸드폰 화면에 김서하의 아름다운 얼굴이 나타났다.그녀는 반쪽 얼굴을 감싼 채 한쪽 손으로 운전하면서 원망 어린 말투로 말했다.“김예훈은 처리했어?”“아직요. 곧 끝날 거예요. 이 역사적인 순간을 보여주려고 사모님께 영상통화를 보낸 거 아니에요.”아마
일본은 대한민국 문화를 너무나도 좋아했다.특히 신중하게 계획해야 움직이는 그런 문화 말이다.일본 처지에서는 일본이 강국으로 거듭나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바로 대한민국을 공격하는 것이다.대한민국의 일부 지역만 점령할 수 있다면 제대로 일어설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다.그런데 김예훈이 부산, 그리고 진주에서 일본인의 계획을 망쳤으니 그를 죽이려고 미야다 신노스케나 아마미네 토시로 같은 검신을 보낸 것이다.이들은 대한민국에 두 번째 총사령관이 나타날까 봐 두려웠다.일본 머리 꼭대기 위에 군림할 만한 두 번째 전설적인 존재가 나타날까 봐 두려운 것이다.김예훈이 생각에 잠겨있을 때, 여덟 명의 바람의 아들들은 이미 진지한 표정으로 발걸음을 움직이고 있었다.이들이 김예훈을 중심으로 빙글빙글 돌기 시작하면서 마치 토네이도가 불어오는 것 같았다.아마미네 토시로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차갑게 노려보며 말했다.“죽여버려!”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두 명의 일본 자객이 동시에 굴러와 김예훈의 발을 찌르려고 검을 내밀었다.김예훈은 본능적으로 공중으로 뛰어올랐고, 곧 또 두 명의 자객이 나타나 김예훈이 좌우로 움직이지 못하게 포위했다.이어 두 명의 자객이 하늘로 날아올라 김예훈의 모든 퇴로를 완전히 막아버렸다.이 둘은 동시에 김예훈을 검으로 찌르려고 했다.“재밌군.”김예훈은 감탄 어린 표정을 지었다.“역시 야마구치파보다 강한 일본 6대 파벌 중의 하나인 야마자키파답네.”소위 여덟 명의 바람의 아들들의 실력은 야마구치파 고수들보다는 훨씬 강력했다.저마다 탑 장병급으로 여덟 명이 모이면 위력이 엄청났다.일반 무신을 죽이려 해도 별문제가 없을 정도였다.감탄하는 동시에 김예훈은 이미 그중 한 명이 쥐고 있던 검을 딛고 공중으로 뛰어올랐다.겉보기엔 단순한 동작인 것 같아도 정확히 이들의 약점을 찔러 아마미네 토시로의 얼굴빛을 극도로 어둡게 만들었다.퍽. 퍽.김예훈은 공중으로 뛰어오르는 순간 발로 두 명의 자객의 얼굴을 걷어찼다.그리고 착지하
“일본의 천황이 신권과 황권이 통일된 존재라고 하지만 옛날부터 지금까지 그냥 꼭두각시일 뿐이야. 일본의 권력은 언제나 내각에 집중되어 있었어. 똑똑하지 못한 사무라이들이나 꼭두각시인 천황에 속을 뿐이지. 내 말 틀렸어?”김예훈은 태연하게 일본 사무라이들이 가장 받아들이기 싫어하는 현실을 폭로했다.그들이 섬기던 군주는 이미 오래전부터 권력을 잃은 지 오래였다.아마미네 토시로의 눈빛은 잠깐 사나워지긴 했지만 곧 침착해지면서 천천히 말했다.“김예훈, 역사책을 몇 권 읽었다고 우리 일본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하지 마. 천황님은 네가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위대하셔. 그런데 네가 우리 위대하신 천황님을 모욕했으니 그에 따른 대가를 치를 수밖에. 당장 죽여버릴 거야!”아마미네 토시로의 단호한 외침과 함께 여덟 명의 야마자키파 자객들이 동시에 김예훈을 향해 달려들었다.여덟 명의 자객들은 각기 다른 방향에서 일본 검도에서 가장 전통적이면서도 가장 날카로운 주합참을 선보였다.그들이 검을 내리치자 빛이 반짝였다.여덟 갈래의 빛이 서로 교차하면서 마치 폭풍우처럼 김예훈이 있는 쪽으로 몰려왔다.김예훈은 아무 말 없이 오른손으로 테이블을 ‘탁’ 쳤다.찻잔이 공중에 날아올라 첫 번째 빛과 부딪히면서 순식간에 가루가 되고 말았다.김예훈은 그 힘을 이용해 선실 밖으로 뛰어올라 갑판 난간 위에 착지했다.여긴 아직 피비린내가 가시지 않았고, 온 바닥에 피가 묻은 탄피가 널려있어 처참하기 그지없었다.하지만 그 여덟 명의 일본 자객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순식간에 갑판 위에 올라서서 또 한 번 검을 휘둘렀다.퍽.여덟 갈래의 빛이 하나로 모여 어마어마한 기세를 뿜어냈다.희미하게나마 갑판이 그 기세에 눌리는 느낌이었다.뒤쪽에서는 아마미네 토시로가 찻잔을 쥐고 걸어 나오면서 웃으며 말했다.“김예훈, 이 사람들은 여덟 명의 바람의 아들들이야. 나중에 천황님을 모시라고 내가 정성껏 가르친 제자들이지. 너 하나 죽이는 건 어려운 일도 아니야. 네가 운 좋아서 온전한 시체라도
“말이 이 지경까지 왔으니 이제는 칼을 뽑는 수밖에 없겠구나.”아마미네 토시로가 한숨을 내쉬며 눈빛에 차가운 살기가 스쳤다.그는 앞에 놓인 말차를 가볍게 들며 담담하게 말했다.“차로 술을 대신해 너에게 마지막 한 잔을 권하지. 보는 안목이 없는 자에게 말이야.”김예훈도 차를 따라 들며 비슷한 말투로 답했다.“그럼 나도 야마자키 검신에게 한 잔을 권하지. 눈뜬장님에게 말이야.”두 사람의 시선이 부딪히며 공기 중에 살기가 감돌았다. 동시에 잔을 기울여 단숨에 마셔버렸다.김예훈이 아무렇지도 않게 차를 마시자 아마미네 토시로가 흥미롭게 말했다.“들어오고부터 이렇게 태연하게 내 차를 마시다니... ”“독이 들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안 해봤나?”“이미 독을 탄 거 아니었어?”김예훈이 비웃듯 말했다.“이렇게 말만 늘어놓은 건 내가 쓰러지길 기다린 거 아니야?”“하지만 안타깝게도 헛수고야.”전쟁터에서 온갖 살인 수법과 독을 겪어본 김예훈에게 이런 독은 애들 장난이나 다름없었다.그는 처음부터 아마미네 토시로가 독을 탄 것을 알아차렸지만 그에게 아무런 효과도 없으므로 티를 내지 않았다.아마미네 토시로는 약간 놀란 표정을 지었다.“'불사의 잠'이라고 우리 야마자키파에서 대대로 이어온 독약인데...”“중독된 자는 짧은 시간 내에 온몸에 힘이 풀려 혼미상태에 빠져 깨어날 수가 없지.”“그런데 너의 상태를 보니 전혀 효과가 없구나.”“아깝게 됐군.”“대체 어떻게 독을 피한 거냐?”독이 통하지 않자 아마미네 토시로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시간을 벌기 위해 질문을 했다.김예훈은 비웃으며 대답했다.“알려줄 순 있지만 대신 질문에 답해 줘야겠어.”“너희 야마자키파라도 어쨌든 일본 6대 파벌 중 하나 아니냐?”“일본 궁중 어의이자 종주인 네가 일본에서 지위가 높을 텐데…”“왜 김현민 같은 놈의 앞잡이 노릇이나 하며 나를 두려워하는 눈치였으면서 스스로 나서는 것이야?”“돈? 권력? 다 가진 놈이 왜?”“대체 어떤 대가로 이렇게 목숨을 내던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