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구봉이 나타나자 집법부대의 제자들은 하나같이 흥분된 표정이었다.육원서는 웃으며 말했다. “김예훈, 너 망했어. 넌 이제 끝이야! 타구봉은 우리 스승님, 집법부대 당주의 절대적인 의지를 의미해! 네가 감히 반항한다면 용문당의 백만 자제는 모두 너를 응징할 것이야!”육완서가 보기에 김예훈은 대단하지만 육건하는 이미 무신 레벨이다.게다가 타구봉은 집법부대의 절대적인 의지를 대표하는데 지금도 그가 감히 저항할 수 있겠나 하고 생각했다. 감히 반항한다면 아주 처참하게 죽을 것이다. 우충식의 안색도 좋지 않아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회장님, 이 타구봉은 진짜일 것입니다. 우리 용문당의 룰에 따르면 회장님도 이 타구봉을 보면 무릎을 꿇고 절을 해야 합니다.”김예훈은 담담하게 말했다. “용인주도 감히 나더러 무릎을 꿇으라고 하지 못하는데, 이까짓 타구봉을 보고 무릎을 꿇으라고요? 장난해요?”우충식은 약간 어리둥절해 하며 얼굴에 믿을 수 없다는 듯한 기색을 드러냈다.그는 김예훈과 싸운 적이 있어서 이 젊은 회장은 과장해서 말한 적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설마 용문당 어르신조차 그를 제압하지 못하나 하고 생각했다. 육건하는 두 사람의 대화를 듣지 못했다. 그는 손에 타구봉을 들고 앞으로 나아가 냉랭하게 말했다. “김 씨, 타구봉은 당주를 비롯한 것이야. 어서 무릎을 꿇지 못해? 그렇지 않으면 넌 아주 처참하게 죽을 거야. 그리고 너희 용문당 자제들, 빨리 무릎 꿇지 않아? 다들 죽고 싶어?”이 말은 현장의 용문당 자제들이 하나같이 서로 얼굴을 마주 보게 했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순간 다리가 풀리며 무의식적으로 무릎을 꿇으려 했다.김예훈은 용문당 집법부대를 신경 쓰지 않는다. 하지만 이 평범한 용문당 자제들은 집법부대를 아주 높게 여겨서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모두 똑바로 서, 한 사람도 무릎 꿇지 마!”김예훈은 표정이 차가웠다.“타구봉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모르는데 무슨 자격으로 무릎을 꿇게 해? 게다가 너희 용문당 자제들은
김예훈은 덤덤하게 말했다. “괜찮아. 오늘 밤 이 사람들은 나를 상대로 온 거야. 너희들은 그냥 지켜보면 돼!”“김예훈, 이 지경에 이르러서도 거드름을 피우다니. 너는 정말 네가 재주가 좀 있다고 뭐라도 되는 줄 아는구나? 오늘 이 무신 손에 죽는 것도 너의 영광인 줄 알아!”말을 마치고 육건하는 앞으로 돌진했는데 손에 들고 있던 타구봉을 휘둘렀다. 순간 타구봉의 그림자가 일렁이었는데 장면은 더없이 무서웠다.동시에 타구봉에서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마도 타구봉 때문에 죽은 혼이 울부짖고 있는 것일 것이다. 그 자리에 있던 많은 사람은 겁에 질려 있었다. 용문당의 자제들은 타구봉의 소문을 떠올리며 공포감을 감추지 못했다.곧이어 그들은 김예훈이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는 것을 보았다.타구봉에 정신이 홀린 듯했다.진윤하와 최산하도 얼굴색이 변했다. 앞으로 나아가려 했지만 그들도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갇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다른 용문당 제자들도 늪에 있는 것처럼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자신의 상황이 이러하니 당연히 김예훈도 지금 자기들이랑 같다는 것을 안다.육원서의 붉게 부은 얼굴에서는 비아냥거리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녀는 김예훈이 망했다고 생각했다. 감히 그들과 맞서다니, 그야말로 죽으려고 환장한 것으로 생각했다. 육건하도 흉악한 웃음을 지었다. “김예훈, 기억해. 오늘 타구봉에 죽을 수 있는 건 너의 영광이야.”“시끄러워.”바로 이때, 냉담함으로 쌓인 덤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육건하는 잠시 어리둥절해했다. 이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 그가 반응하기도 전에 김예훈이 그의 앞에 나타나는 것을 보았다.이 순간 육건하는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렸고 표정이 굳어졌다. 김예훈이 뜻밖에도 타구봉에게 제압당하지 않고 자기 앞에 왔다. 자신이 약한 것인지, 상대방이 강한 것인지 몰랐다. 퍽. 육건하가 반응하기도 전에 이미 뺨 한 대를 맞았다.펑. 육건하는 죽은 개처럼 십여 미터나 날아가 기둥에 부딪혔다.육건하가 정신을 차리기도 전
육건하는 자기가 전력을 다하면 김예훈을 무너뜨리는 것은 아주 쉬울 거라고 생각했다. 결국 그는 용문당 집법 부대의 제자로서 그런 자신감과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퍽,퍽!”김예훈은 아무 말 없이 앞으로 다가가더니 뺨을 두 대 때렸다.“때렸다 왜. 뭐 어쩔 건데?”육건하는 크게 화를 내며 소리쳤다.“너!”“왜? 불만 있어? 내가 너를 기습했다고 생각해?”김예훈은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하며 오른손 검지를 살짝 흔들었다.“자, 한번 기회를 줄게. 전력을 다해서 한번 때려봐.”김예훈의 조롱을 들은 육건하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그 순간, 육건하는 온 힘을 다해 땅에서 뛰어 올랐다.“지금 가르쳐 줄게. 난 그렇게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말이야!”말이 떨어지자마자 그의 손에 들려 있던 방망이에서 갑자기 초록빛이 번쩍이다니 앞으로 날아갔다.초록색 그림자는 아주 빠른 속도로 움직이며 시선을 사로잡았다.진윤하 등은 본능적으로 귀띔해 주었다.“회장님, 조심하세요.”“펑!”지팡이가 떨어지기 전에 김예훈은 다시 한번 손을 썼다. 그는 한발 먼저 발로 육건하의 복부를 차버렸다.육건하는 무신급이라고 불렸기에 전력을 다한 상태에서 속도와 힘이 아주 빨라야 했다.그러나 김예훈이 복부를 차자 그는 바로 죽은 개처럼 휙 날아가 버렸다. 막으려 해도 막을 수 없었고 피하려 해도 피할 수 없었다. 그 발차기의 힘이 너무나도 무서웠기 때문이었다.육건하는 마치 차에 부딪힌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는 그런 힘을 견딜 수 없었고 몸 전체가 그냥 가로로 날아가 버렸다.“윽!”땅에 떨어지자마자 육건하는 입에서 피를 토했다. 일어나고 싶었지만 일어날 수 없었고 결국 그는 반쯤 무릎을 꿇은 채 지저분한 모습으로 쓰러졌다.이 장면을 본 육원서 등 사람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무신급인 육건하가 김예훈의 한 방도 막지 못했으니 말이다.‘김예훈 도대체 얼마나 강한 거야?’김예훈은 손을 뒤로 젖히고 다가가더니 한 발로 육건하를 땅에 눕혔다
“김예훈, 그렇게 대단하면 날 죽여!”사지가 완전히 못쓰게 됐다는 말을 들은 육건하는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미친 듯이 소리쳤다. 그는 폐인으로 되는 것보다 차라리 죽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김예훈은 차분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마. 나는 널 죽이지 않을 거거든. 오늘은 나한테 놓고 말해서 기쁜 날이니까. 기쁜 날에 내 땅에서 사람이 죽는 건 불길하잖아?”“하지만 죽을죄는 면할 수 있어도 살아남은 죄는 면하기 어렵지.”김예훈는 손을 털며 돌아섰다.“다 폐인으로 만들어.”김예훈이 말을 마치자 최산하가 인파 속에서 웃음을 띤 채 걸어 나왔다. 그리고는 집법 부대 제자들에게로 다가갔다. 이미 힘이 없는 사람을 더 가혹하게 다루는 건 최산하의 전문 분야였다.“안 돼, 안 돼!”육원서는 겁에 질린 채 쓰러졌다.“김예훈! 김예훈 회장님! 오늘 전 선생님을 대신해 명령을 전하러 온 거예요!”“우리 선생님은 용문당 집법 부대의 당주님이신데 명령이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으세요?”김예훈은 돌아서며 담담하게 말했다.“말할 게 있으면 빨리 해.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육원서는 서둘러 편지를 꺼내서 열어보더니 큰 소리로 말했다.“선생님께서는 당신에게 부산 용문당 회장 자리를 포기하라고 하셨어요. 당신 같은 외부인은 자격이 없다고 말이죠. 동의하지 않으셨어요.”“며칠 내로 사람을 보내어 부산 용문당을 접수할 거래요.”“명령에 따르지 않으면 부산 용문당 백만 자제들을 적으로 삼는 겁니다!”“퍽!”“우리 회장님을 위협해?”최산하는 앞으로 다가가 그 편지를 찢어버리고는 육원서를 한 대 때렸다.김예훈은 최산하를 대견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처리해. 후과는 내가 감당할 거니까.”최산하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육원서에게 달려들었다.밤이 깊어가고 있었다.부산 용문당 제1 무도회관 정원에 간부들이 모여 앉아 있었다. 다들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회장님, 이번 일은 단순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많은 사람들을 통해 확인해 보았는데
“오늘 일에 대해 건의를 갖고 있으시면 말씀해 주세요. 수용하도록 하겠습니다.”김예훈은 잠깐 생각하더니 웃으면서 말했다.최산하와 진윤하는 서로를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들은 용문당의 젊은 세대였고 장관회에 대해서는 오늘 처음 들었기 때문에 이 시점에서 의견을 내기 어려웠다.하지만 우충식은 잠시 고민한 후 조용히 말했다.“회장님,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첫 번째는 회장님께서 직접 무송으로 가서 장관회 분들께 사죄드리는 것입니다. 4대 장관은 체면을 중시하시는 성격이기 때문에 회장님께서 굴복하신다면 이 문제는 해결될 것입니다.”김예훈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끊지 않고 계속하라고 신호를 보냈다.우충식은 계속해서 말했다.“두 번째는 용문당의 당주님을 찾아가는 것입니다. 용문당의 당주님과 4대 장관은 수년간 많은 갈등을 겪어왔을 겁니다. 그저 공개하지 않았을 뿐이죠. 뒤에서는 서로 칼날을 주고받으며 싸워왔을 겁니다.”“회장님께서 용문당 당주님의 지지를 얻는다면 4대 장관도 당장에는 회장님을 해치지 못할 것입니다.”김예훈은 흥미롭다는 듯이 말했다.“용문당 내부가 두 쪽으로 나뉘었군요?”“용문당 당주님과 4대 장관?”“4대 장관은 용문당 당주님과 권력을 다툴 자격이 있나요?”우충식은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회장님, 4대 장관은 전투력은 떨어지지만 인맥과 배경에 있어서는 용문당 당주님과 별 차이가 없습니다.”“특히 그 네 분은 예전에 많은 한국 간부들을 구했기 때문에 그들이 공식적으로나 비공식적으로나 지지받는 인물들입니다.”“그분들이 지지해 주기 때문에 용문당 내부에서도 용문당 당주님과 맞설 수 있는 거죠.”“장관회에서 용문당 도련님을 당주로 되게 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용문당 당주님께서 아직 후계자를 지명하지 않았으니까요.”“어떤 면에서 보면 용문당 당주님과 4대 장관의 갈등은 용문당의 계승권 문제에서 비롯된 것입니다.”“그렇군요.”김예훈은 대충 이해했다.오늘 일은 방호철의 추진 역할 외에
다음 날 아침, 김예훈의 말이 용문당 전체에 퍼졌다.이 선언은 모든 사람을 놀라게 했다. 부산 용무당 사람들을 제외한 나머지 35개 지부는 김예훈이 미쳤다고 생각했다. 이제 막 회장 자리에 오른 사람이 이렇게 큰소리치는 것은 장관회와 집법 부대와 맞서겠다는 것과 다름없었다. 이는 단순히 겁이 없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죽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행동이었다.곧 무송 쪽까지 소식이 전해졌다. 4대 장관 중 한 명이 분노하여 가치가 높은 자사 도자기 하나를 부숴버렸다. 집법 부대도 병력을 정비하여 이 반역을 시도하는 회장을 처리할 준비를 했다.상황이 시끄럽게 돌아가는 동안 김예훈은 급히 포레스트 1호 별장으로 돌아갔다. 별장에 들어서자 정민아와 정소현이 거실에서 불안한 얼굴로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정군 역시 얼굴이 창백해져서는 손에 쥔 편지를 보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무슨 일이야? 무슨 일 있었어?”김예훈은 물 마실 시간도 없이 급히 물었다.“예훈아, 엄마가 위험에 처했어. 게다가 너한테 이 편지를 전달하라고 말했어. 만약 편지 내용대로 행동하지 않으면 엄마를 죽일 거라고 했어.”정민아가 급히 말했다. 그녀는 정군의 손에서 편지를 빼앗아 김예훈에게 건넸다.편지에는 한 장의 사진이 있었다. 사진 속에는 임은숙이 손이 묶인 채 의자에 묶여 있었다. 사진의 배경은 화려한 도시였다. 몇 개의 상징적인 건물들을 보고 김예훈은 눈을 가늘게 떴다.“밀양?”“맞아, 밀양이야!”정민아가 편지의 글자를 가리켰다.“그 사람은 3일 이내에 너 혼자 밀양에 오지 않으면 엄마를 죽이겠다고 했어.”“예훈아, 우리 이제 어떻게 해야 해?”정민아는 부산 견씨 가문 제9 지부의 수장이 되었지만 이런 상황에서 침착함을 유지하기에는 아직 경험이 부족했다. 게다가 이 사건은 그녀의 친엄마와 관련된 것이기 때문이었다. 김예훈은 손에 쥔 편지를 자세히 살펴보고는 담담히 말했다.“상대가 누군지 정체는 이미 알겠어.”“걱정하지 마. 내가 밀양에 가서 장모님을 데리고 올게.”임
창문은 어두컴컴했지만 그곳에는 김예훈과 꽤 익숙한 사람이 앉아 있었다. 만약 김예훈이 그 자리에 있었다면 그는 즉시 그 사람을 알아볼 수 있었을 것이다.그는 망원경을 들고 잠시 관찰하더니 아무 감정도 없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서울에서 온 소식이 정말로 틀리지 않았군.”“모든 걸 계획대로 진행하자.”“김예훈은 이번에 일본 사람들뿐만 아니라 용문 내부 사람들도 적으로 삼았어.”“서울 도련님까지도 말이야.”“다들 김예훈을 죽이려 하는데 어떻게 살아남는지 지켜나 보자.”말이 끝나고 그는 휙 손짓을 했다. 그러자 차가 천천히 출발하더니 곧 밀양의 복잡한 골목 속으로 사라졌다.30분 후, 김예훈은 토요타 알파드를 직접 운전하며 밀양 공항을 떠났다. 부산에는 그가 처리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았다. 용문당에 대한 문제, CY 그룹에 대한 문제, 야마자키파에 대한 문제 등 여러 가지가 있었다. 그러나 임은숙이 인질로 잡혀있는 것도 그는 빨리 처리해야 했다.또 정민아가 급히 밀양으로 갔기 때문에 김예훈도 가야만 했다. 다행히 부산 견씨 가문이 밀양에 지사를 두고 있었기에 전화 한 통으로 쉽게 차량과 숙소를 마련할 수 있었다. 그러나 김예훈은 안전을 고려하여 밀양 견씨 가문의 경호를 사양했다.“예훈아, 그 사람은 도대체 왜 우리 엄마를 납치하고 너한테 3일 이내에 밀양으로 오라고 했을까?”정민아는 현재 머리를 짓누르며 의아해했다. 그녀는 김예훈이 장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CY 그룹의 상장 때문에 누군가가 김예훈을 타깃으로 삼는 것도 이해할 수 있었지만 왜 임은숙을 인질로 삼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김예훈은 운전대를 돌리면서 담담하게 말했다.“이유는 세 가지가 있어.”“첫째, 부산에서 나를 공격하기에는 난이도가 너무 높아. 내 주변에는 많은 부하들이 있고 부산 기관에도 많은 지인이 있어. 그러니까 어떤 방식으로 공격하든 외부 요인으로 인해 영향을 받을 수 있어.”“그리고 둘째, 밀양은 역사적인 원인으로 인해 좀 혼잡한 곳이야. 진주보다도 많이 혼잡
정민아의 안색이 약간 변했다. 그녀는 더 이상 순진한 소녀가 아니라 부산 견씨 가문 제9지부 수장이었다. 김예훈이 지적하자 그녀는 이번에 자신이 얼마나 성급했는지를 깨달았다. 김예훈이 계획을 세운 후에 행동했더라면 임은숙을 구할 확률이 더 높았을 것이니 말이다.그 생각이 드는 순간 정민아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예훈아, 내가 너무 서두른 것 같아. 미안해...”김예훈은 손을 뻗어 정민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미소 지었다.“우린 부부잖아. 그런 말 할 필요 없어.”“게다가 장모님께서 나를 얼마나 싫어하든 장모님은 장모님이야.”“비록 나를 집에서 쫓아내고 싶어 했지만 이번에 내가 구해드린다면 감사하게 여길지도 모르잖아.”김예훈의 농담 섞인 말에 정민아는 씁쓸하게 웃었다. 임은숙의 성격을 잘 아는 그녀는 김예훈이 엄마를 구해 냈다고 해도 엄마가 감사를 표할 확률은 낮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자기를 끌어들였다고 탓할 가능성이 더 높았다.정민아는 고개를 저으며 그 생각을 접으려 했다. 임은숙을 구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얘기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녀는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예훈아, 이다음에는 뭘 해야 돼?”김예훈은 손가락을 튕기더니 백미러를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우리가 비행기에서 내린 순간부터 누군가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어.”“그래도 우리가 호텔에 도착하고 나서 움직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인내심이 부족하군.”말이 끝나자 김예훈은 급하게 방향을 틀며 좁은 도로로 들어갔다. 뒤따르던 두 대의 벤츠도 급히 그를 뒤따랐다. 한 대는 검은색이고 다른 한 대는 흰색이어서 마치 흑백 귀신처럼 죽음의 기운을 발산하며 다가오고 있었다.정민아는 백미러를 보더니 얼굴이 약간 어두워졌다.“이 사람들 도대체 누구야?”김예훈은 담담하게 대답했다.“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그들이 나타난 이상 우리가 힘들 거라는 거지.”“꽉 잡아!”말을 마친 그는 핸들을 빠르게 돌리며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았다.‘끼이이익!’차는 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