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효임은 어리둥절해 하며 어머니의 뜻을 이해하지 못했다.이미연이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부산 용문당의 전 회장 최정호 씨, 들어봤지? 대단한 사람이지. 그런데 어떻게 된 줄 알아? 성남시로 가는 도중에 누구한테 베여 죽었대. 지금은 무덤에 풀이 자랐을걸? 그래서 김예훈의 위세 당당한 모습만 보면 안 돼. 그 자리에 앉아 있는 이상 더없이 위험할 거야! 김예훈은 지금 우리보다 잘난 것 같지만 괜찮아. 어쩌면 우리가 곧 그 사람보다 힘이 세게 될지도 모르잖아? 우리는 이미 부산의 상류층에 있는 사람이야. 김예훈이 나타나는 바람에 부산의 상류층에 자리를 잡을 수 있을지도 문제야!”이미연은 계속 말했다. “한 가지 더, 효임아, 너는 지금 SNS 플랫폼의 최고의 유명 인플루언서야! 기껏해야 1년쯤이면 톱스타가 될지도 몰라. 그때가 되면 너의 신분과 지위는 한 조직의 회장님보다 몇 배나 높아질 거야! 부산의 연예계에서 영향력이 막강할 날이 멀지 않았어.”이미연은 원래 조효임을 위로하고 있었을 뿐이었다.하지만 이내 그럴 가능성이 정말 크다는 것을 깨달았다.자신이 앞으로 톱스타의 엄마가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너무 큰 영광이라고 느꼈다. 그까짓 부산 용문당의 회장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조인국도 마침내 김예훈에게서 시선을 거두며 다소 창백한 미소를 지었다. “효임아,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 너는 앞으로 김예훈 못지않을 것이다. 너는 지금 이미 SNS 유명 인플루언서야. 우리 집은 돈이 많은 편이지. 나는 원래 네가 이것을 하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어. 하지만 지금은 마음을 바꿨어. 이제는 내가 전력을 다해 너를 응원하고 최고로 만들 거야! 기껏해야 1년, 아니 반년이면 너는 지금의 김예훈보다 더 빛날 것이야!”조인국은 자극받은 게 분명하다.특히 김예훈이 원래 그들 조씨 가문의 사위였던 것을 생각하면서, 또 오후에 조씨 가문과 김예훈이 교제를 끊었다는 것을 생각하면서 말이다. 지금 조인국은 피를 토하고 싶어 하는 정도였다.그는
이미연도 다급 해하며 물었다. “인국 씨, 낙선이라니요?”“간단해요.”옆 테이블에서 송성민의 야유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는 조인국을 실눈으로 바라보았는데 표정은 웃는 것 같기도, 아닌 것 같기도 했다.“당신의 가문은 이미 회장님과 아무런 관계가 없으므로 부산 용문당과의 비즈니스 협력에서도 특권 자격이 없어졌어요. 모든 것은 규칙과 절차에 따를 수밖에 없어요. 부산 용문당과 협력하려는 사람이 그렇게 많은데 남을 이길 수 없으니 낙선하는 게 정상이죠.”이 말에 조인국은 얼굴색이 급기야 변하며 말했다. “무슨 뜻이에요? 내가 사업을 이렇게 크게 할 수 있는 것은 내 능력이에요. 김예훈과 무슨 관계가 있습니까?”송성민은 술잔을 들고 술을 마시며 담담하게 말했다. “조인국 씨, 당신은 최근 한 달 동안 용문당의 건을 많이 받았죠? 한 달의 양이 당신이 지난 10년에 한 것과 비슷해요. 이게 정말 당신 능력 덕분이라고 생각하나요? 당신이 능력이 있었다면 이 정도 양은 더 일찍 했을 것에요. 있으나 없으나 별 차이 없는 작은 주문 몇 개를 계속하고 있는 게 아니라! 갑자기 장사가 잘된 건 회장님께서 꼭 당신 가문을 우대하라고 당부한 것 때문이에요. 참, 내가 듣기로는 당신들이 여기에 올 수 있었던 것도 회장님께서 며칠 전에 특별히 당부해서 당신들에게 기회를 준 것뿐이라고 들었어요! 그렇지 않으면 정말 당신네 식구가 상류층에 들어갈 자격이 있고, 여기 앉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나요? ”우르릉순간 청천벽력이 울리는 것과 같았다. 원래 조씨 가문은 송성민의 말을 믿지 않았다.그러나 지금 이 한 달 동안의 일들을 되돌아보니…영문도 모른 채 폭주한 주문과 누군가가 준 초대장…정말 다 김예훈이 당부한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을 했다. 순간 이미연과 조효임의 시선은 동시에 우지환에게로 향했다.이미연이 물었다. “우리의 초대장은 지환 씨가 준 것 아니에요? 지환 씨?!”송성민이 낄낄거리며 웃었다.“우지환의 초대장도 하도 청하서 받은 것인데 그 사람
조효임이 놀라 하고 있을 때 갑자기 휴대폰이 울렸다.핸드폰을 들어 보니 SNS 컴퍼니에서 걸려온 전화였다. 그녀는 급히 전화를 받았다.“조효임 씨, 실례하지만 여기는 SNS 컴퍼니입니다!”핸드폰 너머에서 싸늘하기 짝이 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회사를 대표해 두 가지를 설명해 드리러 왔습니다.”“첫째, 우리가 전에 협상하고 있던 계약을 취소해요. 회사에서는 당신을 계속 추켜세우려 하지 않아요. 게다가 우리는 아직 정식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기 때문에 회사 측에서 당신에게 아무런 배상금을 줄 필요가 없습니다. 3일 이내에 우리는 당신의 계정을 취소할 것입니다, 준비해두세요.”“둘째, 전에 사장님께서 당신을 응원하기 위해 건물주 계정으로 100억의 후원금을 줬어요. 지금 공식적으로 취소하겠습니다.”이 말을 들은 조효임은 몸을 떨며 말했다. “뭐라고요? 저와 계약을 체결하지 않겠다고요? 후원금을 다시 가져가겠다고요? 왜요? 저를 마음이 들어 하지 않으셨어요? 잊지 마세요, 저는 SNS 인플루언서 랭킹 1위입니다. 저를 잃으면 당신들의 손실이 매우 클 것입니다!”전화 맞은편에서 여자의 목소리는 덤덤했다. “효임 씨, 뭔가 오해하고 있는 것 같아요. 우리 플랫폼에서 누구를 추켜세우려고만 한다면 누구든지 그렇게 만들 수 있어요. 조효임 씨가 없더라도 우리는 장효임, 이효임, 박효임을 만들어 스타로 만들 수 있어요. 사장님이 당신을 응원하지 않았다면 당신 같은 외모로 랭킹 1위를 차지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까? 자신이 어떤 위치인지 정말 모르시는 거세요?”뚜뚜. 말이 끝나자마자 상대방이 바로 전화를 끊었다.조효임은 기가 막힌 표정으로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그녀는 자신의 인기와 성과가 모두 김예훈의 후원금 덕분이라고 믿고 싶지 않았다.이미연이 물었다. “효임아, 왜 그래?”조효임은 이미연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우지환을 보며 말했다. “우지환 씨, 사실대로 말해봐요. 당신이 정말 건물주예요? 방금 SNS 컴퍼니에서 전화가 왔어요. 나와
김예훈을 대신하여 송성민이 전한 이 말은 김예훈과 조씨 가문은 이제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어쨌든 오늘 오후는 조씨 가문이 먼저 김예훈과 교제를 끊으려 한 것이다. 김예훈이 직접 나서서 조씨 가문을 짓누르지 않은 것은 이미 조씨 가문의 체면을 세워준 것이다.지금은 그냥 과거에 그들에게 준 것을 다시 가져왔을 뿐이다. 일부러 조씨 가문을 괴롭히는 일은 하나도 하지 않았으니 지극히 의리 있는 것이다.자원을 잃어서 조씨 가문이 어떻게 되는지는 김예훈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어쨌든 모두가 어른이다. 어른은 자신의 선택에 대해 대가를 치러야 한다.단상에서 몇 마디 말을 한 김예훈은 최산하와 진윤하 두 사람의 안내로 현장의 용문당 간부들에게 술을 권하기 시작했다.한계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없는 주량을 가진 김예훈에게 있어서 이것은 쉬운 일이었다.비록 그는 용문당의 일에 그렇게 관여하지 않지만 회장의 자리에 앉았고 답례 파티에 참석했으니 그들의 체면은 세워줘야 했다. 젊고 유능한 김예훈에게 지금 후광까지 빛나고 있는 것 같았다. 조씨 가족은 모두 멍한 채 있었다. 오늘 밤 받은 충격은 너무 커서 지금은 다들 정신이 없었다. 오랫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이 광경을 보면서 그들이 오후에 천외루에서 한 짓이 무엇을 잃게 했는지 더욱 확실하게 알았다.심지어 김예훈은 몇 번이나 그들에게 주의를 시키었다. 결국, 그들은 직접 이 정을 끊었다.가장 중요한 것은 지난 한 달 동안 조씨 가문의 휘황찬란한 삶이 이제부터는 그림의 떡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조인국은 용문당과 협력할 자격을 거의 잃었으니 이제는 작은 장사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그리고 조효임도 더는 유명 인플루언서가 아니라 다시 직장인이 되어야 할지도 모른다. 꿩 잃고 매 잃는 셈이다.이것이 조씨 가문의 지금의 심정이다. 가서 김예훈한테 몇 마디 부탁하고 싶었지만 이전의 일들을 생각하니 그들은 걸음을 옮길 수 없었다.우지환은 계속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김예훈이
앞장선 남자는 거만한 기색으로 콧구멍으로 사람을 보는 것을 좋아했다.그의 곁에는 얼굴빛이 차갑기 짝이 없는 아름다운 여인이 있었다.그 외에 그들 뒤에는 남자 둘, 여자 둘이 있었는데 합쳐 모두 6명이었다.하지만 이 여섯 명은 모두 온 장내를 압도하는 기운을 가지고 있었다.입구 옆에 있던 용문당 자제들이 무의식적으로 앞으로 나섰는데 뜻밖에도 그들의 발길에 걷어차여 다시 때릴 힘조차 없었다.이 장면은 모두를 놀라게 했다.안색이 좋지 않은 우충식은 손뼉을 치며 차갑게 말했다. “해결해.”그의 명령과 함께 십여 명의 그의 직계가 바로 앞으로 나아가 하나같이 전력을 다해 싸웠다.쾅쾅쾅. 한 남자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섰는데 혼자서 십여 명을 맞섰다. 그는 한주먹과 한 발로 한 사람씩 해결했다. 십여 명의 용문당 자제들이 다 쓰러졌다. 어떤 사람은 피를 한 모금 내뿜고 혼수상태에 빠졌다.어떤 사람은 땅에 주저앉아 끊임없이 경련을 일으키며 기색이 보기 흉할 정도였다.이 장면은 많은 손님을 놀라고 긴장하게 했다. 그들은 하나같이 김예훈에게 시선을 돌려 회장이 눈앞의 이 장면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보려고 했다.조씨 가문은 그제야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 이를 보며 고소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지금 그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바로 김예훈이 재수 없는 모습이다.만약 김예훈이 오늘 죽는다면 이미연은 더없이 기뻐할 것이다. 얼굴색이 변한 우충식은 직접 나설 준비를 했다.오늘은 정말 중요한 날이고 보안도 그가 책임지고 있으니 말이다.원래 그는 김예훈에게 잘 보여서 제1의 부회장 자리를 차지하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창피하기 짝이 없다.김예훈은 손을 내저으며 우충식을 멈추게 한 후, 담담한 표정으로 군중 앞으로 걸어와 덤덤하게 말했다. “내가 김예훈인데, 무슨 일이지?”그는 이 사람들의 신분을 어느 정도 짐작했다.상대가 자신을 향해 온 것이니 다른 사람을 개입시킬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내 이름은 육건하이고, 용문당 집법부대의 수제자이며, 용
용문당 집법부대라는 일곱 글자가 대중의 마음을 압도하여 대부분의 용문당 자제들은 함부로 움직이지 못했다.하지만 진윤하와 최산하 같은 충실한 사람들은 잘 안다. 오늘 일이 어떻게 되든지 김예훈과 끝까지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김예훈이 망하면 그들도 망한다.“설명을 해달라?”육건하가 입을 열기도 전에 그의 옆에 있는 그 예쁜 여자가 차갑게 입을 열었다.“김예훈, 우리 집법부대가 용문당 내부의 위치를 모르지? 우로는 당주를 감시하고 아래로는 회장을 감시하지. 선참후계, 황권 특허! 이것이 집법부대야! 네가 누구인 줄 알고 이러는 거야? 신분도 가짜인 주제에. 진짜라고 해도 집법부대 앞에서라면 우리가 무릎을 꿇으라고 하면 무릎을 꿇어야 해!”그 여자는 계속 말했다. “김예훈, 잘 들어. 나는 용문당 집법부대 육원서야! 마지막으로 명령할게. 내가 화를 내기 전에 빨리 팔다리를 끊고 우리랑 돌아가 당주의 명을 기다려. 그렇지 않으면 현장이 온통 시신으로 널려 있을 거야.”지금 육원서도 더없이 건방졌다. 오면서 그녀는 마음에 드는 용문당의 자제를 한 명도 보지 못했다.부산 용문당은 그저 쓰레기의 집합소처럼 보였다.제자도, 회장도 다 쓰레기라고 생각했다.게다가 육원서는 용문당의 자제들이 감히 그들을 공격할 수 있다고 믿지 않았다.자기들은 다름이 아닌 용문당 집법부대의 제자다. 용문당 집법부대는 용문당의 내부를 전문적으로 감독하는 조식으로서 당주조차 감히 함부로 할 수 없을 정도로 권위가 높다.평범한 용문당 회장과 용문당 자제들은 그들의 안중에도 없다.육원서의 패기에 이미연과 조효임은 눈을 마주치며 서로의 눈을 바라봤다.그들은 모두 속으로 육건하와 육원서가 김예훈을 넘어뜨리기를 바라고 있었다.김예훈만 무너뜨리면 그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했다. 육원서가 잘난 척하자 김예훈은 귀를 후비며 물었다. “부회장, 집법부대가 이렇게 대단해?”우충식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용문당 집법부대는 용문 36명 회장 위에 있으니 그들의 권력은 정말
철컥.김예훈은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옥처럼 보이는 이 패쪽을 밟아 가루로 만든 후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까짓 게 나와 싸울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너의 이 엉터리 같은 실력으로?”김예훈이 감히 자신의 패쪽을 밟아 부수어 버리는 것을 보고 육원서는 발끈 화를 내며 표정은 더없이 차가웠다.“김예훈, 넌 참 미련하구나, 죽고 싶어?”말이 끝나자 육원서는 허리 옆의 굽은 칼을 빼 들고 몸을 움직여 앞을 향해 돌진했다.그녀의 속도는 매우 빨랐는데 표현하기 어려운 위세가 느껴졌다.우충식은 무의식적으로 소리 질렀다. “회장님 조심하세요!”김예훈은 무덤덤한 표정을 짓더니 뺨을 한 대 때렸다.찰싹낭랑한 소리와 함께 육원서는 김예훈한테 뺨을 맞았다. 아름다운 얼굴에 순간적으로 손바닥 자국이 나타난 채 날려가 테이블에 떨어졌다.순간 테이블이 깨지고 안주가 어지러워졌다. 육원서의 하얀 옷에 온통 술과 채소로 가득했는데 낭패하기 짝이 없었다.육원서는 온몸이 떨리며 입가에 피가 흘렀다.현장에는 온통 숨을 크게 들이마시는 소리다.특히 용문당 자제들은 하나같이 김예훈을 바라보았는데 눈에는 경외감이 가득했다.용문당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사람들만이 용문당 집법부대에 들어갈 수 있다. 용문당 집법부대에서 마음대로 제자 한 명을 보내도 36명의 회장을 제압할 수 있다는 전설도 있다.그런데 지금, 보기만 해도 강세였던 육원서가 김예훈을 건드리지 못할 뿐만 아니라 그의 뺨을 맞고 날아가 버렸다. 이럴 수가 있다니, 김예훈은 실력이 남달랐다. 육원서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그녀는 집법부대의 제일 뛰어난 여자 제자로서 줄곧 아래의 용문당 자제들을 제압할 수 있었다.심지어 어떤 회장들도 그녀와 겨룰 때, 모두 몇 번 손을 쓰지 못하고 진다.그런데 그런 사람이 지금 이렇게 쉽게 무너졌다. 답답하고 속상했다. 지금 그녀는 한사코 이를 갈며 김예훈을 쳐다보았다. 그러다 그녀는 유일한 가능성을 생각해냈다.“파렴치하다! 당당한 용문당 회장이 나를 기습하다
육원서는 낭패하기 짝이 없었다.그녀는 기세등등하게 김예훈한테 와서 소란을 피웠다. 심지어 그더러 사지를 없애고 돌아가서 설명하게 하려고 했다.결국 그녀는 그의 옷자락도 만지지 못하고 그의 발에 걷어차여 바닥에 쓰러졌다.눈앞의 광경이 믿기지 않은 건 그녀뿐만 아니라 육건하도 마찬가지였다. 육건하는 안색이 안 좋았다. 정말 놀란 듯했다. 육원서의 실력은 육건하보다 떨어지지만 그래도 넘볼 수 없는 고수다.그런데 김예훈을 상대로 이렇게 연약할 줄이야?“네가 장병에서도 최고의 고수야?”이때 마침내 참지 못한 육건하가 직접 앞으로 나가서 어두운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그가 방호철에게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김예훈은 강하지만 실력은 별로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그도 이 일을 맡지 않았을 것이다.그런데 김예훈이 이렇게 강할 줄은 몰랐다.김예훈을 장병 중의 최고의 고수로 생각했다. 따라온 몇몇 집법부대 제자들은 자신의 귀를 믿을 수 없었다.이렇게 젊은데 장병 중의 최고의 고수라니, 무신 레벨에 가까운 실력이라니?이건 얼마나 무서운 천부적인 재능인가 하고 생각했다. 특히 육원서는 자신이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지만 육건하가 그렇게 말했으니 틀림없을 것이다.어쩐지 상대방이 마음대로 손을 써서 자신을 날려버릴 수 있더라니, 너무 무서운 실력이라고 육원서는 생각했다. 콧대 높은 육원서의 모습은 씁쓸하기 그지없었다.김예훈을 죽일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상대의 눈에서 자기는 그저 어릿광대일 뿐이었을 줄은 몰랐다. 김예훈은 담담하게 말했다. “장병 레벨? 하...”사람들이 말하는 장병, 무신은 모두 김예훈이 가르친 것이다.그래서 육건하의 평가에 대해 대답하기도 귀찮아했다.“우리가 널 얕봤나 보다. 어쩐지 용 씨 도련님과 방 씨 아가씨 둘 다 너한테 손해 보더라니, 근데 그게 뭐 어때서?”육건하는 심호흡을 했다. 눈빛은 무시로부터 빤히 쳐다보는 거로 변했다. “네가 장병 중의 최고이든 아니든 나 육건하를 만나면 죽는 거야. 왜냐면 내가 얼마 전
양상철이 덤덤하게 말했다.“일본인이 말 잘하는 걸로 유명하던데 오늘 그걸 직접 경험할 줄이야. 대한민국 무신이 나한테 이런 말을 했으면 분명 믿었을 거야. 그런데 입만 번지르르하고 배신에 익숙한 일본인이 한 말을 어떻게 믿으라고. 내가 곧 죽을 나이가 된 건 맞지만 알건 다 알아. 남양국과 대한민국 간의 분쟁은 통제 가능한 범위 내에 있어. 그런데 만약 언젠가 일본이 목적을 달성하는 날이 다가온다면 우리 남양국도 좋은 날이 없을 건 확실해. 공과 사를 불문하고 내가 너의 반대편에 서 있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설득에 실패한 아마미네 토시로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러면 끝까지 해보자는 거야? 얼마든지 덤벼. 지옥으로 보내줄 거니까.”아마미네 토시로는 표정이 심각해지더니 속으로는 김예훈을 죽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진주·밀양에 온 지 얼마나 되었다고? 어떻게 이 짧은 시간에 이렇게 많은 세력을 자기편으로 만들 수 있는 거지? 김예훈을 죽이지 않았다간 앞으로 일본인이 진주·밀양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할 거야.”“불가능할 텐데? 지금은 물론 전성기 시절에도 나를 죽이지 못했을 거야. 나를 죽이려면 아마 야마자키파 전 수장인 야마모토 타케시를 모셔 와야 할 거야.”양상철은 태연하기만 했다.“넌 아직 그럴만한 자격이 없어.”아마미네 토시로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분은 더 이상 속세의 일에 관여하지 않기로 했어. 너 같은 잡것들이 어르신을 방해하지 않게 내가 노력할 수밖에.”아마미네 토시로는 또 알약을 하나 삼켰다.알약을 삼키자마자 그는 근육이 수축하면서 눈동자가 새빨개지기 시작했다.다음 순간 양상철을 향해 비수를 날렸다.양상철은 넓은 소매를 휘둘러 비수를 한쪽으로 내팽개쳤다.펑.거대한 굉음이 울려 퍼지면서 숲속에 불꽃이 튀겼다.이 모습에 양상철은 속으로 일본인이 정말 뻔뻔하다고 욕했다.‘한 시대의 무신이자 검신이 정정당당한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옆길로 샐 궁리만 한다니. 정말 염치가 없네.’공격을 피한 양상철은 앞으로 나
오륜 사찰 금지구역.아마미네 토시로는 복부 상처를 감싸 쥔 채 얼굴이 일그러져있었다.그는 곧 알약 하나를 삼키고는 절벽 끝에 엎드려 망원경으로 아래쪽 상황을 지켜보았다.잠시 후 그는 얼굴이 약간 창백해지더니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혜선 스님이 아직 저 자식을 죽이지 않았다니. 역시 여자 등이나 처먹는 기생오라비가 맞았어. 여자들마다 아까워서 죽이지 못하잖아.”아마미네 토시로는 조심스럽게 일어나 이곳에 남긴 흔적을 없애고는 이곳을 떠나려고 했다.그런데 일어서는 순간 뒤에서 바스락 소리가 들려왔다.아마미네 토시로는 무언가를 짐작한 듯 재빨리 거즈로 상처를 감싸고는 검을 쥐고 심각한 표정으로 뒤쪽을 바라보았다.1분 1초가 흘러가면서 주변 공기는 점점 무겁게 가라앉았다.이 순간은 1분이 마치 1년처럼 느껴졌다.잠시 후, 마침내 숲속에서 어떤 노인이 뒷짐을 쥐고 서서히 걸어 나왔다.그는 어마어마한 기세를 뿜어내면서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아마미네 토시로를 쳐다보았다.아마미네 토시로는 맞은편에 있는 노인을 보더니 피식 웃었다.“남양 무신 양상철?”양상철이 덤덤하게 말했다.“나를 알아봤으면 너의 아들보고 너한테 전하라고 한 말도 들었을 텐데. 지금 보니 내 말을 귓등으로 흘린 모양이군. 왜. 10년 동안 너무 조용하게 지냈더니 나를 잊은 거야?”남양 무신 양상철을 알고 있는 아마미네 토시로는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남양국이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섬라국과 화국에 의해 멸망하지 않은 것도, 심지어 동해 해역에서 꽤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양상철 덕분이라고 할 수 있었다.전해지기로는 대한민국 출신인 그의 조상님이 남양국으로 이주한 뒤 혼자 힘으로 이 나라를 일궈냈다고 했다.남양 무신은 남양인들의 존경을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남양국을 쥐락펴락할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기도 했다.간단히 말해서 남양국에는 무신이 한 명뿐이지만 단 한 명으로 모든 적을 물리칠 수 있었다.적어도 아마미네 토시로는 지금 상태로는 절대 그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총사령관님은 젊고 멋있는 분이야. 포스까지 장난 아니라고. 그분은 우리 대한민국 국방부의 살아있는 전설이라고. 무슨 염치로 자기가 총사령관이라고 하는 거야? ‘총사령관’이라는 이름을 더럽혔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혜선 스님은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이 이유만으로도 난 네가 너무 싫어졌어. 오륜 사찰에 사람을 함부로 죽여서는 안 되는 규칙만 없었더라면 넌 오늘 살아서 나가지도 못했을 거야.”김예훈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내가 한 말은 다 사실인데 믿든 말든 마음대로 해.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그런 말을 하다니. 정말 쓸모없는 인간이네.”혜선 스님은 김예훈이 우상인 총사령관의 이름을 더럽혔다는 생각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녀는 뒤로 한 걸음 물러서며 말했다.“김예훈을 쫓아내. 저 자식이 원하든 말든 진주 밖으로 쫓아내라고. 그리고 앞으로 김예훈이 총사령관이라고 자칭하거나 진주·밀양에 발을 내딛는 순간 오륜 사찰에서 죽여버릴 거라는 공식적인 입장도 전해.”혜선 스님은 말을 끝내자마자 뒤돌아 떠나려고 했다.다음 순간, 열몇 명의 오륜 사찰 제자들이 나타나 검으로 김예훈을 겨냥했다.그중 한 명이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김예훈, 꺼져.”김예훈은 이들을 무시한 채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혜선 스님을 바라보며 말했다.“혜선 스님,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여전해. 나를 오륜 사찰에서 쫓아내는 건 상관없는데 진주·밀양에서 쫓아낼 생각은 하지도 마. 내가 총사령관이 아니라고 생각된다면 한마디만 물을게. 김현민이 곧 9대 국방부 총사령관이 될 거라는 소문이 돌고 있는데 걔가 과연 전설 속 당도 부대 총사령관일까? 나이, 실력은 막론하고, 정말 김현민이 총사령관이라고 생각해? 총사령관님은 유라시아 전쟁에서 5대 강국을 단숨에 제압하고 혼자 힘으로 일본의 수많은 검신, 음양 대가들을 물리치신 분이야. 총사령관님 같은 분이 굳이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수장 자리를 탐내서 일본인에게 굽신거릴까? 솔직히 말해서 김현민 같은 사람한테 총사령관이라는
“24시간 내로 진주에서 꺼져주시면 예전에 있었던 일을 따지지도 않을게요. 어쩌면 저희가 약간의 혜택도 드릴 수 있어요.”혜선 스님의 진지한 말투에 김예훈은 피식 웃고 말았다.“성녀님, 저희 오늘 두 번째로 만나는 거 아니에요? 제가 그렇게도 싫으세요? 제가 정말 진주를 떠났으면 좋겠어요?”“네. 김예훈 씨가 진주에 오고부터 세상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어요.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내부에서도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고요.”혜선 스님은 차분한 모습으로 제자가 건넨 차를 마시며 말했다.“안동 김씨 가문은 진주·밀양의 기둥과도 같아요. 김예훈 씨 존재만으로도 진주·밀양에 피바람이 불고 있는데 하루빨리 떠났으면 좋겠어요. 안동 김씨 가문을 위한, 진주·밀양을 위한, 김예훈 씨 자신을 위한 일이라 생각하고 이 간단한 조건을 들어주시면 안 될까요?”김예훈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웃는 얼굴로 말했다.“혜선 스님,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안 들어요? 이렇게 많은 일이 벌어진 걸 보면 김현민이 수장 자리에 앉을 자격이 없는 거 아니겠어요? 제가 있든 없든 수장 자리를 지켜낼 자격이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말인데 저랑 아무런 연관도 없는 일이 아닐까요? 이런 일로 제가 진주 떠나는 일은 절대 없을 거예요.”혜선 스님이 눈살을 찌푸리며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씨, 왜 그렇게 고집을 부리는 거예요?”“고집을 부리는 게 아니라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해서 그래요. 제가 왜 진주를 떠나야 하는 거죠?”김예훈은 어깨를 으쓱이며 직설적으로 말했다.“이곳이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제 자유 아닌가요? 아무도 저한테 뭐라 할 자격이 없는 것 같은데요? 오륜 사찰이 아직 저한테 해명해야 할 것이 있는 건 둘째치고, 그런 일이 없었다 하더라도 제가 실수로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봤다고 꺼지라는 거예요? 혜선 스님, 장사를 너무 잘하시네요. 오히려 제가 그 보잘것없는 몸매를 보고 눈을 버릴 뻔했는데도요? 서로 없었던 일로 하는 건 괜찮은데 이걸로 저를 협박해서 진주에서 쫓아내려
옷을 갈아입고 나온 혜선 스님은 정말 선녀와 다를 바 없었다.그녀는 유리알 같은 눈동자로 김예훈을 차갑게 쳐다보면서 말했다.“제 목욕탕에 무단 침입했으니 김예훈 씨를 죽일 수도 있었어요. 그런데 전에 선재 스님 사건 때 저희 오륜 사찰에 해명을 요구했었죠? 이제 서로 빚진 것이 없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혜선 스님.”오륜 사찰 여제자들은 하나같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성녀님의 알몸까지 봤는데 이대로 넘어간다고? 아, 선재 스님 사건을 해명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러면 누가 손해 보는 거지?’이때 한 여제자가 무의식적으로 혜선 스님을 힐끔 쳐다보며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설마 오륜 사찰과 맨날 사이가 안 좋던 저 자식을 성녀님이 인정해버린 걸까?’김예훈은 그저 어이없기만 했다.그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 같은 이 여자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하지만 오늘은 어쨌든 잘못한 것이 있으니 천천히 목욕탕에서 나와 혜선 스님이 살벌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는 가운데 향긋한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냈다.그의 아무렇지 않은 행동에 한 제자가 말했다.“그건 성녀님께서 몸 닦는 수건인데...”퍽.제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혜선 스님은 얼굴이 빨개지면서 앞으로 걸어가 김예훈의 가슴팍을 쳤다.퍽.김예훈은 재빨리 손으로 막았지만 뻘쭘한 마음에 별로 힘을 쓰지도 않았다.다시 정신을 차려보니 혜선 스님이 이미 수건을 빼앗아 간 후였다.혜선 스님의 표정은 다시 냉랭해지면서 김예훈을 차가운 시선으로 쳐다보았다.“이제 저희 오륜 사찰에 볼일 없을 것 같은데 이만 가시죠.”김예훈은 상대방의 분노를 느끼고 눈꺼풀이 살짝 떨렸다.더 이상 도망가지 않으면 그녀가 칼을 빼 들고 죽일 것만 같았다.김예훈은 피식 웃으며 돌아서서 말했다.“가긴 가겠지만 한마디만 할게요. 오늘 이 일이 정말 우연이라면 제가 해명해야 되겠지만...”김예훈은 말을 하다 말고 눈빛이 차가워지고 말았다.“만약에 오륜 사찰이 일본인과 손잡고 저를 함정에
“성녀님? 도포? 오륜 사찰? 당신이 바로 혜선 스님이에요?”보지 말아야 할 모습까지 다 봐버린 김예훈은 표정이 일그러져있었다.오륜 사찰의 성녀인 혜선 스님의 목욕탕에 빠질 줄은 상상도 못 했다.티끌 하나 없이 깨끗한 얼굴을 보니 왜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라고 하는지 이해할 것만 같았다.‘성녀의 목욕탕에 빠뜨리는 것이 바로 아마미네 토시로의 계획이었나? 정말 그의 계획이라면 김현민이 자기를 죽일까 봐 걱정되지도 않았을까? 그리고 내 기억이 맞는다면 김현민 그 자식이 성녀 혜선 스님을 마음에 품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혜선 스님은 약간 당황하긴 했지만 애써 감정을 추스르면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잠시 후, 갑자기 자기 목욕탕에 나타난 이 건방진 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이때 혜선 스님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김예훈 씨?”“뭐? 몇 번이고 우리 오륜 사찰의 얼굴에 먹칠하고 경매회까지 망친 그 김예훈?”“선재 스님을 해친 것도 모자라 3일 안에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으라고 하지 않았어?”“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어.”“성녀님, 저 자식이 이곳에 나타난 건 성녀님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모욕이에요. 죽여야 한다고요.”오륜 사찰의 한 제자가 분노에 가득 찬 얼굴로 곧장 달려들어 김예훈을 검으로 찌르려 했다.퍽.이때 혜선 스님이 손가락을 튕겨서 검을 날려버리고는 뒤돌아 병풍 뒤로 가서 옷을 갈아입으며 말했다.“진주에 어쩌다 천연 온천이 생겼는데 여기서 피를 볼 순 없지.”제자들 모두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성녀님, 저희가 너무 성급했나 봐요. 지금 바로 저 자식을 데리고 나가서 죽여버릴게요.”제자들은 검을 빼 들고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아직 목욕탕에서 나오지 않은 김예훈을 째려보았다.‘계속 우리 오륜 사찰을 건들던 놈이 감히 성녀님 목욕탕에 뛰어들다니. 죽고 싶어서 환장했나 보네.’“툭하면 죽이느니 마느니 하지 말고 제 설명 좀 들어보면 안 될까요?”김예훈은 한숨을 내쉬었다.아무리 그래도 여자 목욕탕에 뛰어들어 못 볼 꼴
쨕.아마미네 토시로는 옆으로 날아가더니 세게 바위에 부딪히면서 피를 뿜어냈다.그는 얼굴이 일그러진 채 눈빛이 어두워지면서 긴장하기 시작했다.비록 처음부터 온갖 함정까지 파놓으면서 김예훈을 평생의 적으로 대했지만 김예훈이 이런 상황에서도 전혀 흔들리지 않고 침착함을 유지할 줄 몰랐다.연기까지 하면서 겨우 이곳까지 끌고 왔는데 김예훈을 죽이지도 못하고 오히려 뺨 맞을 줄은 더더욱 몰랐다.‘정말 괴물이네.’퍽.아마미네 토시로는 얼굴에 뺨 자국이 나 있는 채로 이를 꽉 깨물더니 말없이 공중으로 뛰어올라 검을 휘둘렀다.칼날은 마치 하늘에서 떨어지는 유성처럼 빠르고도 정확했다.김예훈도 무심한 표정으로 검을 휘둘렀다.‘쨍’하는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은 또다시 스쳐 지나갔다. 김예훈은 절벽 끝에 서 있었고, 아마미네 토시로는 울창한 숲 변두리에 서 있었다.“대단한데?”아마미네 토시로는 칼날을 만지작거리면서 험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너 같은 사람은 몇 년 더 지나면 아마 내가 너의 상대가 안 될지도 몰라. 하지만 지금은 널 얼마든지 죽일 수 있어.”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정말 자신 있었다면 왜 이런 꼼수를 부린 거지? 일본인은 무신 경지에 이르렀어도 결국엔 본성을 잃지 못하네. 네가 도망치려고 바다에 뛰어든 순간부터 넌 영원히 나를 따라잡을 수 없었어. 지금까지 너를 죽이지 않았던 이유도 네가 또 어떤 꼼수를 준비했는지 알고 싶어서였어. 그런데 너무 실망이네.”“실망하긴 아직 이른 것 같은데?”아마미네 토시로는 피식 웃고 말았다.“김예훈, 여기가 어딘지는 알고 있어? 여기에 있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냐고. 모르고 있었다면 내가 알려줄까?”아마미네 토시로는 검으로 힘껏 바닥을 내리쳤다.쿵.격렬한 진동이 울리면서 김예훈이 서 있던 절벽이 순식간에 갈라졌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손에 쥐고 있던 검을 앞으로 던졌다.“풉.”몸에 검이 제대로 꽂힌 아마미네 토시로는 전혀 후회되지 않는 듯 미친 듯이 웃으며 뒤로 물러났다.반면으로
“풉!”핏덩이를 토해낸 아마미네 토시로는 한숨을 내쉬었다.“김예훈, 역시 대단해. 어린 나이에 탑 무신 급 경지에 이르다니. 내 눈으로 직접 보지 않았으면 절대 믿지 않았을 거야. 너 같은 사람이 우리 일본의 귀족이라면 얼마나 좋았을까.”김예훈이 덤덤하게 말했다.“아마미네 토시로, 아무리 쓸데없는 소리를 해도 난 널 살려줄 마음이 없어. 요트에 있을 때 이미 이 구역 통신을 차단하라고 했거든. 간단히 말해서 네가 방금 나 몰래 보낸 메시지, 아무도 볼 수 없다는 뜻이야.”아마미네 토시로는 얼굴이 살짝 굳으며 무의식적으로 핸드폰을 꺼냈다. 그런데 몇 분 전에 보낸 구조 요청 메시지가 발신 실패로 떠 있는 것이다.“이런 제기랄!”이 순간 아마미네 토시로는 본능적으로 고함을 질렀다.“정말 나랑 끝까지 해보자는 거야? 받아라! 불사참!”아마미네 토시로는 분노의 함성을 지르며 양손에 들고 있던 검을 힘껏 내리쳤다.칼날이 얼마나 매서운지 마치 귀신이 울부짖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김예훈은 아무런 무기도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미간을 찌푸린 채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하지만 아마미네 토시로가 이 기세를 몰아 검을 휘두를 거라 생각하고 있을 때, 김예훈을 스쳐 지나 산꼭대기 쪽으로 달려가는 것이다.김예훈은 어리둥절하기만 했다.‘무신이라는 놈이 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지? 공격하는 척하면서 또 도망쳐?’“아마미네 토시로, 그만 도망치지?”김예훈이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그만 쫓아오지?”아마미네 토시로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계속 울창한 숲을 이용해 김예훈을 따돌리려 했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아마미네 토시로의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전혀 급할 거 없이 10미터 정도의 거리를 유지했다.한 사람은 도망치고, 한 사람은 쫓아가는 것이 마치 사냥꾼이 사냥감을 쫓는 듯했다.곧 두 사람은 산 정상에 가까운 한 공터에 도착하게 되었다.먼저 땅에 발이 닿은 아마미네 토시로의 얼굴에는 음산한 기운이 가득했다.다음 순간 그는 땅을 구르더니 미리
야마자키파 검신, 일본 무신, 황실 어의인 아마미네 토시로는 분명 눈치가 있는 놈이었다.오늘 여덟 명의 바람의 아들들까지 불러내면서 만반의 준비를 했는데 한 방에 무너질 줄 몰랐다.이런 상황에서 아마미네 토시로가 정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한 남아서 김예훈과 맞서 싸울 일은 없었다.그래서 상대를 존중하는 척 부하의 뺨까지 때리고, 부하의 시체로 요트 엔진을 고장 내서야 쥐도 새도 모르게 도망친 것이다.게다가 도망치는 경험까지 풍부해서 바다 한가운데에 있던 그는 눈 깜짝할 사이에 바닷가에 도착해 있었다.김예훈은 요트 위에 남아있는 잔병들을 힐끔 쳐다보았다.이들은 하나같이 정신이 혼미해져 마치 어떤 신념이 완전히 무너진 듯했다.이들과 말 섞기도 싫은 김예훈은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내고는 곧바로 바다에 뛰어들어 아마미네 토시로가 도망친 방향으로 쫓아갔다.어쨌든 한 시대의 무신이자 검신이었기에 아무리 겁을 먹었다고 해도 실력이 있는 것은 분명했다.김예훈은 오늘로써 한 방에 끝내고 싶었다.아니면 어딘가 숨어서 언제 또 습격할지 몰랐다. 김예훈은 상관없었지만 주변 사람들의 안전 또한 고려해야 했다.아마미네 토시로도 김예훈이 놔줄 생각이 없어 보이자 속도를 내 바닷가의 울창한 숲속으로 뛰어들었다.이 지역은 진주 태산 뒷산으로 진주 상류 인사들이 휴양하는 곳이라 절대 개발이 허락되지 않았다.이곳은 산짐승이 많은 것으로 유명한데 진주에서 보기 드문 한적한 곳이었다.아쉽게도 지금의 아마미네 토시로는 전혀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할 여유가 없었다.얼마나 많은 노력을 들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온 힘을 다했더니 마침내 절벽 끝에 오래 방치된 정자 하나를 발견했다.그런데 숨을 돌리기도 전에 멀지 않은 숲속에서 김예훈이 뒷짐을 쥔 채 태연하게 걸어 나왔다.“김예훈, 내가 이렇게까지 멀리 왔는데 좀 쉬면 안 돼? 요트에 그 많은 사람의 목숨으로는 부족했어? 왜 하필 나를 따라다니는 거야. 노인을 공경할 줄도 몰라?”아마미네 토시로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