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훈은 태양혈을 문지르더니 한숨을 내쉬었다.두 가지 증거 모두 확실한 증거가 될 수 없었지만 두 가지가 합쳐지면 완벽한 알리바이가 형성되는 것이다.방호철이 파놓은 함정은 꽤 재미있었다.유홍기는 갑자기 무언가 생각난 듯 말했다.“아, 김 도련님. 어제 경찰서에 이상한 일이 발생하긴 했어요.”김예훈은 계속해서 말해보라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유홍기가 미간을 찌푸리면서 말했다.“어제 서울 4대 도련님 중의 한 명인 방호철 도련님께서 나타나신 적이 있습니다. 모든 인맥을 동원하여 김 도련님을 구해내겠다고 했죠. 심지어 김 도련님을 위해 진술마저 바꿔드릴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그 조건이 바로 하은혜 씨와 저녁 식사 한 끼 하는 것이고요.”이 말에 김예훈은 멈칫하더니 피식 웃고 말았다.“방 도련님은 역시 저를 실망시키지 않네요. 살인의 여파로 이제는 흔들리기 시작하네요.”유홍기가 슬쩍 물었다.“김 도련님, 무슨 말씀이죠?”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은혜 씨가 그 거래를 받아들이면 아마도 제가 경찰서를 나서는 순간 기자들이 몰려들 것입니다. 그러면 제 이미지가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고 저의 편을 들어준 임강호 어르신께서도 따라서 그 대가로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야 할 것입니다. 그야말로 일석이조인 거죠!”유홍기는 상상만 해도 소름이 끼쳤다.김예훈의 말이 맞았다. 이런 일이 발생하는 순간 전체 부산 기관의 명예와 공신력이 타격을 입을 것이었다.아무리 강서 임씨 가문이 대단하다고 해도 이 일을 잠재우려면 임강호가 큰 대가를 치러야 했다.유홍기는 똑똑한 사람이라 순간 모든 것을 알아차렸다.“김 도련님, 솔직히 방금 들어오면서 도련님을 의심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도련님께서 서양인 행세를 하는 일본인한테 관심 없다는 말을 믿을 수 있을 것 같네요. 피해자의 죽음은 도련님과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봅니다. 하지만 지금은 함정에 깊숙이 빠진 상태라 저는 물론 임강호 어르신께서도 아무리 도련님을 믿는다고 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을 거예요. 최소한 지금은
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현재 알리바이를 봤을 때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순 없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너무 한 가지만 붙잡고 늘어지는 느낌이네요. 제가 의심된다고 무턱대고 저만 조사하잖아요. 왜 아무도 후지와라 미유 씨를 조사해 볼 생각을 안 할까요? 피해자의 몸에 다른 증거가 남아있을지 어떻게 알아요. 가끔은 죽은 사람이 입을 열기도 한답니다.”김예훈은 자기 생각을 절대 다른 사람한테 말하지 않는 스타일이다.그런데 유홍기라는 사람이 믿을 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지 말하기로 했다.“죽은 사람이 입을 열어요?”유홍기는 이해가 안 되는지 멈칫하고 말았다.김예훈은 손가락에 물을 묻혀 테이블 위에 글을 적었다.유홍기는 처음에는 어리둥절하던 것이 느끼는 바가 있는지 미소를 활짝 지었다.“김 도련님은 역시 계획이 있으신 분이네요! 임강호 어르신께서 이곳에 올 때 부담을 느끼지 말라고 한 이유가 있었네요. 그저 김 도련님께서 시키는 대로 하면 되겠네요. 제가 알아서 잘 처리할 테니 좋은 소식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퍽!유홍기가 짐을 챙기고 이곳을 떠나려고 할 때, 누군가 심문실 문을 힘껏 걷어찼다.뒤이어 열몇 명의 정장을 입은 남성들이 성큼성큼 걸어들어왔다.변장우는 한쪽에서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김예훈은 고개를 쳐들어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어디서 본 듯한 얼굴이었지만 어디서 봤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50살 남짓한 나이, 건장한 체격, 훤칠한 키, 위엄이 넘치는 얼굴을 보면 심상찮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그가 나타나자마자 심문실 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어 숨도 쉬기 어려울 정도였다.소리도 내지 못하는 변장우와는 다르게 유홍기는 자세를 고쳐잡더니 허리를 숙였다.“심 도련님, 어떻게 오셨어요?”김예훈은 호칭을 듣고서야 이름이 생각났다.이 사람은 바로 부산 2인자 심택연이었다.그는 부산 2인자일 뿐만 아니라 경상 재벌 심현섭의 첫째 아들이자 하은혜의 외삼촌이었다.괜히 익숙한 느낌
김예훈이 피식 웃었다.“부산 2인자 분께서 저를 아신다니 정말 영광이네요.”심택연이 냉랭하게 말했다.“웃지 마! 난 네가 은혜랑 있었던 일을 전부 다 알고 있어. 너 때문에 은혜가 심씨 가문을 등지고 방 도련님과 혼인을 맺지 않으려고 하는 거잖아! 예전이었다면 젊은이들이 어떻게 하든 전혀 신경 쓰지 않았을 텐데 지금은 달라. 너는 살인 용의자잖아. 그러니까 지금부터 은혜랑 거리를 멀리했으면 좋겠어. 죽고 싶으면 혼자 죽든가!”심택연의 표정은 차갑기만 했다.‘성남에서 운 좋게 돈 좀 벌었다고 유세를 떠는 촌놈 주제에 사실대로 진술할 것이니 감히 인맥을 통해 빠져나가려고?’심택연은 이런 사람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심택연을 유심히 훑어보고는 말했다.“심 도련님께서 어떻게 생각하실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이 두 가지 사실을 설명해 드려야겠습니다. 첫째, 저는 이 사건과 연관 없는 사람입니다. 둘째, 저랑 은혜 씨가 무슨 사이든 심 도련님께서 알 바가 아닌 것 같습니다.”“이 자식이... 입만 살아서!”심택연의 표정은 말이 아니었다.‘기생오라비처럼 생겨가지고 살인죄를 인정 안 해? 이 세상이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거야!’김예훈이 어깨를 으쓱하더니 말했다.“심 도련님께서 믿든 말든 제가 유 서장님을 뵙자고 한 건 공평하게 법대로 진행해달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서였습니다. 아무도 저의 죄를 없애기 위해 거짓 증언을 해서도 안 되고, 아무도 저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려고 증거를 위조해서도 안 됩니다. 사사로운 감정에 얽매여 법을 어기는 일 없이 공평 공정하기만을 원하고 있습니다.”“어디서 헛소리하고 있는 거야!”심택연은 김예훈을 바보 취급했다.“너의 번지르르한 언변에 속은 임 어르신 빼고 누가 너의 말을 믿어줄 것 같아? 그리고 또 누가 너의 죄를 씻어준다고 그래! 유 서장한테 풀어달라고 부탁한 거잖아. 그래 놓고 뭐? 공정하게 법대로 진행해달라고? 우리가 너처럼 멍청한 것 같아? 이대로 쉽게 넘어갈 것 같아? 젊은 나이
심택연은 어느샌가 이곳을 떠났다.임강호가 서울에서 진행되는 회의에 참석하는 동안 부산 2인자인 심택연이 부산 전면적인 업무를 책임지게 되었다.그의 한마디는 유홍기의 말보다 훨씬 힘 있었다.공정하게 법대로 진행하겠다는 말에 아무도 태클을 걸지 못했다.김예훈은 빨리 이곳에서 풀려나기를 원하지도 않았다. 그저 이 기회에 이 사건에 연루된 자들이 누군지 알고 싶었다.공평 공정을 고집하는 심택연이 나타남으로써 마침 흐름이 원했던 대로 흘러갈 수 있었다.표정이 어두운 심택연과 유홍기가 떠난 뒤로 변장우 등은 김예훈의 수갑을 풀어준 것도 모자라 푸짐한 아침 식사까지 대접했다.잘난 척 텃세를 부리지 못하고 이제는 겸손한 태도였다.고위층들이 어떻게 싸우든 김예훈의 능력과 인맥을 무시하고 원래처럼 막 나갔다는 경찰제복을 벗어야 할지도 몰랐다.상대방의 우호적인 태도에 김예훈 역시 조사에 성실히 임했다.김에훈은 그날 저녁에 있었던 일들, 후지와라 미유가 자기 방에 와서 했던 말까지 빠짐없이 했다.1호 팬의 대우라든지, 남자는 손해 보는 일이 아니라는지 등등.변장우 이들한테는 그야말로 신선한 충격이었다.김예훈의 죄가 확실하다고 생각했지만 그의 진술을 들어보니 더 진실에 가깝고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김예훈의 신분과 사회적지위를 봐서는 전혀 애를 쓰지 않아도 원하는 여자를 쉽게 얻을수 있었다.하지만 명확한 증거 없이는 함부로 김예훈을 풀어줄 수도 없었다.김예훈이 공평하게 법대로 처리해달라면서 무례하게 행동하지도 않는 모습에 변장우 등은 골치가 아팠다.너무나도 덤덤한 모습에 마치 심문받는 사람은 오히려 자신들 같았다.…김예훈이 심문실에서 차를 마시고 있을 때, 무도관이 즐비한 부산 내, 야마자키파 개인용 고급 무도관.방호철이 일본 장칼을 휘두르자 허공에 새하얀 빛이 반짝거렸다. 이어 맞은편에 있던 말뚝에 깊숙한 칼자국이 나면서 그대로 부러지고 말았다.이로써 방호철의 검도 실력이 최고의 경지에 달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그의 뒤에는 똑같이 검도
사쿠라가 피식 웃었다.“저는 아닙니다. 심옥연 세자님께서 아침에 슬쩍 언급하셨는데 심택연 씨가 바로 사람을 데리고 부산 제1 경찰서로 향한 것입니다. 방금 들은 소식인데, 임강호 씨의 조력자인 유홍기 씨가 더는 김예훈의 일을 간섭하지 못하게 되었답니다. 임강호 씨와 임시아 씨는 현재 서울에 있고요. 그쪽 일이 좀 복잡해서 당분간은 돌아오지 못할 것입니다. 김예훈이 아무리 힘 있고 사회적지위가 높다고 해도 평생 감옥에서 썩어야 할 것입니다.”사쿠라는 원래부터 심옥연을 마음에 들어 했다.“심옥연 세자님께서는 정말 김예훈을 짓밟아 놓으려는 건가 봐요!”방호철이 담담하게 말했다.“사쿠라, 정말 속담 같은 거 몰라? 도대체 못 알아듣는 거야 아니면 모르는 척하는 거야! 도움이 되기는커녕 하는 일마다 망치고 있다고! 이래도 못 알아듣겠어?”사쿠라는 아직도 어리둥절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좋은 일 아닌가?’방호철은 표정이 차갑기만 했다.“심택연을 이 사건에 개입시키지 말았어야 했어.”사쿠라가 멈칫하고 말았다.“방 도련님, 저는 정말 모르겠어요. 부산 2인자가 나서지 않으면 부산 1인자의 최측근인 유홍기 씨가 언젠가 김예훈을 풀어줄 거 아니에요. 그러면 저희가 계획한 거 모두 물거품이 될 거잖아요.”방호철이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첫째, 심택연이 주동적으로 나섰든, 등 떠밀려 나섰든 우리가 김예훈한테 심씨 가문과 이익을 전제로 손잡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거잖아. 둘째, 김예훈을 감옥에 집어넣는 건 어렵지 않아. 어려운 건 평생 다시 일어설 수 없게 만드는 거지. 그러니까 나는 임강호가 유홍기한테 사적인 일 때문에 권력을 남용하게 만든 것도 두렵지 않아. 이것이 바로 나의 목적이라고 볼 수 있지. 유홍기가 권력을 남용하는 순간 임강호도 책임을 져야 할 거야. 이대로라면 임강호를 끌어내리고 그 자리에 우리랑 사이좋은 사람을 앉힐 수 있는 거지.”방호철이 한숨을 내쉬었다.“그런데 네가 쓸데없는 짓을 한 바람에 임강호도 끌어내리지 못하고 우리가 심씨 가
방호철은 겉으론 웃고 있었지만 하는 말마다 소름이 끼쳤다.그는 사쿠라의 턱에서 손을 떼고 창가로 걸어가 멀지 않은 곳에 우뚝 서 있는 부산 센터를 쳐다보았다.“그리고 한가지. 심씨 가문과 심택연이 절대 같은 편이라는 생각을 하지 마. 심택연은 일에만 몰두하는 스타일이라 그만큼 진급도 빨랐던 거야. 어떤 능력과 배경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든 전혀 체면도 세워주지 않고 공평하게 법대로 처리하기로 소문난 사람이야. 10대 가문이든 일반인이든 그 사람한테는 다 똑같은 거야. 그런 사람을 개입시켰으니 우리한테는 좋은 점이 하나도 없어. 글쎄 임강호가 관여하지 못하게 알리바이를 잘 보존하겠지만 우리는 여기서 멈춰야 해. 더는 흔적이나 실수를 남겨서는 안 돼! 심택연한테 잡히는 순간 이중으로 손해 볼 거야. 지금 알리바이를 확보했다고 해도 뒤집어엎기는 쉬워. 지금 이 사람들이 한 치 앞을 못 보고 한 가지에만 신경 써서 그래. 이럴 때일수록 섣불리 움직여서는 안 돼. 그 실수를 만회하려고 했다간 심택연한테 일부러 김예훈을 모함했다고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 될 거야.”방호철은 모든 것을 훤히 꿰뚫고 있었다.하지만 아무리 완벽한 사람이라고 해도 실수하기 마련이었다. 최대한 빈틈없이 계획한다고 했지만 원하는 대로 흘러갈지는 하느님의 뜻을 봐야 했다.옆에서 듣고 있던 사쿠라는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한숨을 내쉬었다.일본이 몇 년 동안 왜 한국을 접수하지 못했는지 이제야 알 것만 같았다.방호철이 직접 말하지 않았다면 그의 계획을 알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사쿠라는 심지어 두렵기도 했다.방호철은 소문처럼 여색을 탐하고 비현실적으로 지나친 이상만 추구하는 그런 사람은 아니었다.소문대로라고 해도 서울 4대 도련님이 된 것만 봐도 그의 능력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었다.“이번엔 저희의 실수였습니다. 방 도련님께서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사쿠라는 한마디 변명 없이 깔끔하게 잘못을 인정했다.방호철이 한참 동안 말하지 않자 물었다.“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정말 아
하은혜 세글자에 방호철은 그제야 흥미를 느끼고 뒤돌아 사쿠라를 쳐다보았다.“은혜 씨는 아주 재미난 사람이야. 상류사회 부잣집 따님 중에서 가장 성격이 있고 똑똑하다고 볼수 있지. 분명 김예훈을 걱정하고 있으면서, 내가 거래를 제의했을 때 마음이 흔들렸어도 결국엔 거절했어. 내가 보기엔 김예훈을 사랑하거나 미워하는 게 아니야. 자신이 있는 거지. 자기가 굳이 나서지 않아도 김예훈이 알아서 풀려날 거라고 믿고 있는 거지. 우리한테는 좋은 일이 아니야.”방호철은 한껏 아쉬운 표정이었다. 비록 하은혜가 왜 자신만만해 있는지 몰랐지만 마음에 걸리는 것이 사실이었다.그는 김예훈이 절대 이 큰 부산에서 판을 뒤집어 놓을 능력이 못 된다고 생각했다.국내외 수많은 시선이 오고 가는 부산에서 꼼수를 부리기란 성남에서보다 훨씬 어려웠다.사쿠라가 잠깐 생각하더니 미간을 찌푸렸다.“방 도련님, 설마 은혜 씨가 저희의 의도를 알아차린 건 아닐까요?”방호철이 담담하게 말했다.“의도를 파악하기 어렵진 않지만 이런 유혹을 물리치기란 쉽지 않아. 우리의 계획대로라면 내가 제의한 거래가 위험하다는 걸 알면서도 받아들여야 했어. 그런데 거절하는 바람에 김예훈을 짓밟을 기회를 잃어버린 거지. 너무 아깝잖아!”사쿠라는 살짝 고개를 쳐들더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분위기가 다시 심각해지고, 사쿠라는 한참 후에야 다시 본모습으로 돌아오면서 미소를 지었다.“방 도련님, 저희 앞으로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면 되나요? 그렇다면 저랑 함께 일본에 다녀오는 건 어떠세요? 방 도련님께서 좋아할 만할 곳을 봐뒀거든요.”방호철이 껄껄 웃었다.“아무것도 안 해도 된다는 것은 강 건너 불 보듯 하란 말이 아니야.”그는 천장을 유심히 쳐다보더니 서서히 입을 열었다.“후지와라 미유가 죽긴 했어도 내 기억엔 걔한테 돈에 미친 엄마가 있다고 들었어. 이런 존재가 나타나면 우리가 직접 나서기보다 천배, 만 배는 나아. 그러니까 이 사건에 우리가 개입했던 흔적이 남아서는 안 돼. 내 말 무슨 말인지
“내 딸을 다시 살려내! 살려내라고! 세상에 어떻게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부모가 있을 수 있어! 살인자 김예훈을 엄하게 처벌하라!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돈이 있으면 다야?”커다란 글씨가 쓰여있는 현수막 외에 스크린에도 후지와라 미유의 동영상들과 김예훈한테 잡혔던 장면까지 방송되고 있었다.순간 사람들의 시선이 한곳에 집중되고, 어떤 여행객들은 심지어 촬영하려고 핸드폰을 꺼냈다.구경거리를 좋아하는 것이 사람의 본성이라 어쩔 수 없었다.몇몇 아줌마들은 확성기에 대고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내 딸을 살려내! 살려내라고!”애타게 울부짖는 목소리는 불쌍하기 그지없었다.어떤 아줌마들은 훌쩍거리면서 후지와라 미유의 사진을 돌리기 시작했다.그러다 결국 소문이 퍼져 기자들이 몰려오기까지 했다.여론을 이용해 일을 크게 만들어 경찰서에 부담을 줘서 이 사건을 하루빨리 종결시키려는 의도였다.증거가 불충분한 상황에서 현재 알리바이를 봤을 땐 김예훈에게 엄청 불리한 상황이었다.단순하고 유치한 방법이었지만 확실히 효과는 있었다.사람은 약자를 동정하기 마련이었다. 이런 일이 밝혀지면 여론조성 때문에 경찰서에서도 하루빨리 이 사건을 종결시키려고 할 것이 뻔했다.“제기랄! 도대체 어디서 나타난 아줌마들이야! 분명 회장님을 궁지로 몰아가려는 거잖아!”“그리고 이 타이밍에 우리 부산 용문당 회장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기 일쑤라고!”소식을 듣자마자 달려온 최산하의 얼굴은 어둡기 그지없었다.그는 흥분한 나머지 몇십 명의 부하를 데리고 현장을 발칵 뒤집고 싶었다.“산하 씨! 흥분하지 마!”조용히 구석에 세워져 있던 마이바흐 차량에서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낀 우현아가 내렸다.그녀는 사람 몇몇을 데리고 와서 최산하를 진정시켰다.“기자들이 보는 앞에서 이대로 뛰어 들어갔다가 김예훈을 더 난처하게 만들려고? 빨리 죽는 꼴 보고 싶어서 그래?”최산하가 냉랭하게 말했다.“현아 씨, 제가 예전에 무슨 일을 했던 사람 같아요? 길거리에서 시위하는 건 제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