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알기론 부산 기관에서 임씨 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임강호 어르신뿐인데 설마 방금 연락한 사람이 임강호 어르신은 아니지?”변장우는 틈을 노리려고 차가운 표정으로 김예훈을 아래위로 훑어보았다.“만약 전화 받은 사람이 임강호 어르신이라면 이 전화를 씹어먹을 거야!”옆에 있던 두 명의 경찰도 가소롭게 쳐다보았다.‘살인 용의자 주제에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아나 봐? 전화 한 통으로 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해? 웃겨!’김예훈은 굳이 부정하지 않으면서 담담하게 말했다.“임강호 어르신께 연락드린 거 맞아요. 어르신께서 이 일을 해결해 줄 만한 사람을 보내준다네요?”“뭐라고? 너 같은 놈이 감히 내 앞에서 허세를 부려?”변장우는 한껏 무시하는 말투였다.“임강호 어르신이 아무리 부산 일인자라고 해도 경찰서 일에 관여하지는 못해. 경찰서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만한 사람을 찾고 싶다면 유홍기 서장님을 찾아야지! 염치도 없어! 어떻게 자기 입으로 임강호 어르신께 전화드렸다고 말할 수 있어? 정말 웃겨!”사람들은 저마다 김예훈을 비웃었다.‘감히 우리 앞에서 수작을 부려? 상대를 가려가면서 해야지! 어떻게 모두가 다 아는 임강호 어르신을 입에 오르내릴 수 있어? 부산 일인자가 이렇게 사소한 일까지 챙길 정도로 한가해 보여?’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믿든 말든 제가 한 말은 모두 사실이에요. 굳이 핸드폰을 씹어 드시겠다는데 나중에 정말 지켜볼 거예요.”변장우가 콧방귀를 꼈다.“그래. 죄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해도 상관없어. 남는 게 시간이거든! 일단 밥 먹고 나서 다시 얘기해. 그동안 자수할지 말지 잘 생각해 봐. 얻어 맞는 것보다 순순히 죄를 인정하는 것이 낫겠지? 아, 그리고 임강호 어르신께서 보내신 사람이 누군지 기대해 볼 거야! 분명 네가 그 입으로 임강호 어르신께 연락드렸다고 했어!”변장우 등은 웃으면서 심문실에서 나갔다.김예훈은 차가운 표정으로 이들을 무시한 채 계속 눈감고 휴식을 취했다.변장우 등은 심문실에서 나가자마
심문실.김예훈은 아무런 감정도 없이 평온한 표정으로 차를 마셨다.경찰 서장 유홍기는 그의 앞에서 공손하게 예의를 갖췄다.“김 도련님, 저는 임강호 어르신께서 보내신 사람입니다. 어르신께서는 오늘 마침 서울에 회의가 잡혀있는 바람에 오시지 못했습니다. 섭섭해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어떻게든 최선을 다해 도련님을 도와드리라고 말씀하셨으니 걱정하지 마시기 바랍니다.”유홍기는 임강호의 최측근으로 오래전부터 김예훈에 대해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심지어 임강호 부부가 김예훈에게 큰 빚을 졌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그래서인지 아무리 관직이 높은 경찰서 서장이라고 해도 굽신거릴 뿐이다.멀리 떨어진 곳에서 지켜보던 변장우 등은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은 지경이었다. 김예훈이 이렇게 대단한 사람과 친하다는 것을 알았다면 그의 앞에서 센척하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김예훈은 피식 웃더니 유홍기에게 심문실 안에 있는 녹음기를 꺼달라는 무언의 눈빛을 보냈다.“유 서장님, 굳이 말을 돌려서 하지 않겠습니다. 혹시 이 사건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저의 현재 처지가 어떤지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유홍기는 살짝 고개를 쳐들더니 한숨을 내쉬었다.“김 도련님께서 곤란한 상황에 처해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인증을 보든 물증을 보든 모두 김 도련님께 불리한 상황입니다. 특히 20 몇 명이나 되는 사람들 앞에서 피해자를 협박한 것도 존재하지 않는 일은 아니잖아요. 비록 재판장님께서 법대로 하실 테지만 이 부분이 행실이 바르지 못한 것도 사실입니다.”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서장님께서 높은 곳에 오르기까지 분명 많은 것을 겪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사건을 조사할 때 사실을 왜곡해서는 안 된다는 걸 아시잖아요. 제가 어떤 장소,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 그런 말을 했는지는 조사해 보셨나요?”유홍기가 멈칫하고 말았다.“아니요.”“그러면 그 많은 증인 중에 사건 발생 전과 후를 언급한 사람은 없을까요?”김예훈의 계속되는 물음에 유홍기는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흔들었다.“
김예훈은 태양혈을 문지르더니 한숨을 내쉬었다.두 가지 증거 모두 확실한 증거가 될 수 없었지만 두 가지가 합쳐지면 완벽한 알리바이가 형성되는 것이다.방호철이 파놓은 함정은 꽤 재미있었다.유홍기는 갑자기 무언가 생각난 듯 말했다.“아, 김 도련님. 어제 경찰서에 이상한 일이 발생하긴 했어요.”김예훈은 계속해서 말해보라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유홍기가 미간을 찌푸리면서 말했다.“어제 서울 4대 도련님 중의 한 명인 방호철 도련님께서 나타나신 적이 있습니다. 모든 인맥을 동원하여 김 도련님을 구해내겠다고 했죠. 심지어 김 도련님을 위해 진술마저 바꿔드릴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그 조건이 바로 하은혜 씨와 저녁 식사 한 끼 하는 것이고요.”이 말에 김예훈은 멈칫하더니 피식 웃고 말았다.“방 도련님은 역시 저를 실망시키지 않네요. 살인의 여파로 이제는 흔들리기 시작하네요.”유홍기가 슬쩍 물었다.“김 도련님, 무슨 말씀이죠?”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은혜 씨가 그 거래를 받아들이면 아마도 제가 경찰서를 나서는 순간 기자들이 몰려들 것입니다. 그러면 제 이미지가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고 저의 편을 들어준 임강호 어르신께서도 따라서 그 대가로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야 할 것입니다. 그야말로 일석이조인 거죠!”유홍기는 상상만 해도 소름이 끼쳤다.김예훈의 말이 맞았다. 이런 일이 발생하는 순간 전체 부산 기관의 명예와 공신력이 타격을 입을 것이었다.아무리 강서 임씨 가문이 대단하다고 해도 이 일을 잠재우려면 임강호가 큰 대가를 치러야 했다.유홍기는 똑똑한 사람이라 순간 모든 것을 알아차렸다.“김 도련님, 솔직히 방금 들어오면서 도련님을 의심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도련님께서 서양인 행세를 하는 일본인한테 관심 없다는 말을 믿을 수 있을 것 같네요. 피해자의 죽음은 도련님과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봅니다. 하지만 지금은 함정에 깊숙이 빠진 상태라 저는 물론 임강호 어르신께서도 아무리 도련님을 믿는다고 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을 거예요. 최소한 지금은
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현재 알리바이를 봤을 때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순 없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너무 한 가지만 붙잡고 늘어지는 느낌이네요. 제가 의심된다고 무턱대고 저만 조사하잖아요. 왜 아무도 후지와라 미유 씨를 조사해 볼 생각을 안 할까요? 피해자의 몸에 다른 증거가 남아있을지 어떻게 알아요. 가끔은 죽은 사람이 입을 열기도 한답니다.”김예훈은 자기 생각을 절대 다른 사람한테 말하지 않는 스타일이다.그런데 유홍기라는 사람이 믿을 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지 말하기로 했다.“죽은 사람이 입을 열어요?”유홍기는 이해가 안 되는지 멈칫하고 말았다.김예훈은 손가락에 물을 묻혀 테이블 위에 글을 적었다.유홍기는 처음에는 어리둥절하던 것이 느끼는 바가 있는지 미소를 활짝 지었다.“김 도련님은 역시 계획이 있으신 분이네요! 임강호 어르신께서 이곳에 올 때 부담을 느끼지 말라고 한 이유가 있었네요. 그저 김 도련님께서 시키는 대로 하면 되겠네요. 제가 알아서 잘 처리할 테니 좋은 소식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퍽!유홍기가 짐을 챙기고 이곳을 떠나려고 할 때, 누군가 심문실 문을 힘껏 걷어찼다.뒤이어 열몇 명의 정장을 입은 남성들이 성큼성큼 걸어들어왔다.변장우는 한쪽에서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김예훈은 고개를 쳐들어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어디서 본 듯한 얼굴이었지만 어디서 봤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50살 남짓한 나이, 건장한 체격, 훤칠한 키, 위엄이 넘치는 얼굴을 보면 심상찮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그가 나타나자마자 심문실 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어 숨도 쉬기 어려울 정도였다.소리도 내지 못하는 변장우와는 다르게 유홍기는 자세를 고쳐잡더니 허리를 숙였다.“심 도련님, 어떻게 오셨어요?”김예훈은 호칭을 듣고서야 이름이 생각났다.이 사람은 바로 부산 2인자 심택연이었다.그는 부산 2인자일 뿐만 아니라 경상 재벌 심현섭의 첫째 아들이자 하은혜의 외삼촌이었다.괜히 익숙한 느낌
김예훈이 피식 웃었다.“부산 2인자 분께서 저를 아신다니 정말 영광이네요.”심택연이 냉랭하게 말했다.“웃지 마! 난 네가 은혜랑 있었던 일을 전부 다 알고 있어. 너 때문에 은혜가 심씨 가문을 등지고 방 도련님과 혼인을 맺지 않으려고 하는 거잖아! 예전이었다면 젊은이들이 어떻게 하든 전혀 신경 쓰지 않았을 텐데 지금은 달라. 너는 살인 용의자잖아. 그러니까 지금부터 은혜랑 거리를 멀리했으면 좋겠어. 죽고 싶으면 혼자 죽든가!”심택연의 표정은 차갑기만 했다.‘성남에서 운 좋게 돈 좀 벌었다고 유세를 떠는 촌놈 주제에 사실대로 진술할 것이니 감히 인맥을 통해 빠져나가려고?’심택연은 이런 사람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심택연을 유심히 훑어보고는 말했다.“심 도련님께서 어떻게 생각하실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이 두 가지 사실을 설명해 드려야겠습니다. 첫째, 저는 이 사건과 연관 없는 사람입니다. 둘째, 저랑 은혜 씨가 무슨 사이든 심 도련님께서 알 바가 아닌 것 같습니다.”“이 자식이... 입만 살아서!”심택연의 표정은 말이 아니었다.‘기생오라비처럼 생겨가지고 살인죄를 인정 안 해? 이 세상이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거야!’김예훈이 어깨를 으쓱하더니 말했다.“심 도련님께서 믿든 말든 제가 유 서장님을 뵙자고 한 건 공평하게 법대로 진행해달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서였습니다. 아무도 저의 죄를 없애기 위해 거짓 증언을 해서도 안 되고, 아무도 저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려고 증거를 위조해서도 안 됩니다. 사사로운 감정에 얽매여 법을 어기는 일 없이 공평 공정하기만을 원하고 있습니다.”“어디서 헛소리하고 있는 거야!”심택연은 김예훈을 바보 취급했다.“너의 번지르르한 언변에 속은 임 어르신 빼고 누가 너의 말을 믿어줄 것 같아? 그리고 또 누가 너의 죄를 씻어준다고 그래! 유 서장한테 풀어달라고 부탁한 거잖아. 그래 놓고 뭐? 공정하게 법대로 진행해달라고? 우리가 너처럼 멍청한 것 같아? 이대로 쉽게 넘어갈 것 같아? 젊은 나이
심택연은 어느샌가 이곳을 떠났다.임강호가 서울에서 진행되는 회의에 참석하는 동안 부산 2인자인 심택연이 부산 전면적인 업무를 책임지게 되었다.그의 한마디는 유홍기의 말보다 훨씬 힘 있었다.공정하게 법대로 진행하겠다는 말에 아무도 태클을 걸지 못했다.김예훈은 빨리 이곳에서 풀려나기를 원하지도 않았다. 그저 이 기회에 이 사건에 연루된 자들이 누군지 알고 싶었다.공평 공정을 고집하는 심택연이 나타남으로써 마침 흐름이 원했던 대로 흘러갈 수 있었다.표정이 어두운 심택연과 유홍기가 떠난 뒤로 변장우 등은 김예훈의 수갑을 풀어준 것도 모자라 푸짐한 아침 식사까지 대접했다.잘난 척 텃세를 부리지 못하고 이제는 겸손한 태도였다.고위층들이 어떻게 싸우든 김예훈의 능력과 인맥을 무시하고 원래처럼 막 나갔다는 경찰제복을 벗어야 할지도 몰랐다.상대방의 우호적인 태도에 김예훈 역시 조사에 성실히 임했다.김에훈은 그날 저녁에 있었던 일들, 후지와라 미유가 자기 방에 와서 했던 말까지 빠짐없이 했다.1호 팬의 대우라든지, 남자는 손해 보는 일이 아니라는지 등등.변장우 이들한테는 그야말로 신선한 충격이었다.김예훈의 죄가 확실하다고 생각했지만 그의 진술을 들어보니 더 진실에 가깝고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김예훈의 신분과 사회적지위를 봐서는 전혀 애를 쓰지 않아도 원하는 여자를 쉽게 얻을수 있었다.하지만 명확한 증거 없이는 함부로 김예훈을 풀어줄 수도 없었다.김예훈이 공평하게 법대로 처리해달라면서 무례하게 행동하지도 않는 모습에 변장우 등은 골치가 아팠다.너무나도 덤덤한 모습에 마치 심문받는 사람은 오히려 자신들 같았다.…김예훈이 심문실에서 차를 마시고 있을 때, 무도관이 즐비한 부산 내, 야마자키파 개인용 고급 무도관.방호철이 일본 장칼을 휘두르자 허공에 새하얀 빛이 반짝거렸다. 이어 맞은편에 있던 말뚝에 깊숙한 칼자국이 나면서 그대로 부러지고 말았다.이로써 방호철의 검도 실력이 최고의 경지에 달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그의 뒤에는 똑같이 검도
사쿠라가 피식 웃었다.“저는 아닙니다. 심옥연 세자님께서 아침에 슬쩍 언급하셨는데 심택연 씨가 바로 사람을 데리고 부산 제1 경찰서로 향한 것입니다. 방금 들은 소식인데, 임강호 씨의 조력자인 유홍기 씨가 더는 김예훈의 일을 간섭하지 못하게 되었답니다. 임강호 씨와 임시아 씨는 현재 서울에 있고요. 그쪽 일이 좀 복잡해서 당분간은 돌아오지 못할 것입니다. 김예훈이 아무리 힘 있고 사회적지위가 높다고 해도 평생 감옥에서 썩어야 할 것입니다.”사쿠라는 원래부터 심옥연을 마음에 들어 했다.“심옥연 세자님께서는 정말 김예훈을 짓밟아 놓으려는 건가 봐요!”방호철이 담담하게 말했다.“사쿠라, 정말 속담 같은 거 몰라? 도대체 못 알아듣는 거야 아니면 모르는 척하는 거야! 도움이 되기는커녕 하는 일마다 망치고 있다고! 이래도 못 알아듣겠어?”사쿠라는 아직도 어리둥절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좋은 일 아닌가?’방호철은 표정이 차갑기만 했다.“심택연을 이 사건에 개입시키지 말았어야 했어.”사쿠라가 멈칫하고 말았다.“방 도련님, 저는 정말 모르겠어요. 부산 2인자가 나서지 않으면 부산 1인자의 최측근인 유홍기 씨가 언젠가 김예훈을 풀어줄 거 아니에요. 그러면 저희가 계획한 거 모두 물거품이 될 거잖아요.”방호철이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첫째, 심택연이 주동적으로 나섰든, 등 떠밀려 나섰든 우리가 김예훈한테 심씨 가문과 이익을 전제로 손잡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거잖아. 둘째, 김예훈을 감옥에 집어넣는 건 어렵지 않아. 어려운 건 평생 다시 일어설 수 없게 만드는 거지. 그러니까 나는 임강호가 유홍기한테 사적인 일 때문에 권력을 남용하게 만든 것도 두렵지 않아. 이것이 바로 나의 목적이라고 볼 수 있지. 유홍기가 권력을 남용하는 순간 임강호도 책임을 져야 할 거야. 이대로라면 임강호를 끌어내리고 그 자리에 우리랑 사이좋은 사람을 앉힐 수 있는 거지.”방호철이 한숨을 내쉬었다.“그런데 네가 쓸데없는 짓을 한 바람에 임강호도 끌어내리지 못하고 우리가 심씨 가
방호철은 겉으론 웃고 있었지만 하는 말마다 소름이 끼쳤다.그는 사쿠라의 턱에서 손을 떼고 창가로 걸어가 멀지 않은 곳에 우뚝 서 있는 부산 센터를 쳐다보았다.“그리고 한가지. 심씨 가문과 심택연이 절대 같은 편이라는 생각을 하지 마. 심택연은 일에만 몰두하는 스타일이라 그만큼 진급도 빨랐던 거야. 어떤 능력과 배경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든 전혀 체면도 세워주지 않고 공평하게 법대로 처리하기로 소문난 사람이야. 10대 가문이든 일반인이든 그 사람한테는 다 똑같은 거야. 그런 사람을 개입시켰으니 우리한테는 좋은 점이 하나도 없어. 글쎄 임강호가 관여하지 못하게 알리바이를 잘 보존하겠지만 우리는 여기서 멈춰야 해. 더는 흔적이나 실수를 남겨서는 안 돼! 심택연한테 잡히는 순간 이중으로 손해 볼 거야. 지금 알리바이를 확보했다고 해도 뒤집어엎기는 쉬워. 지금 이 사람들이 한 치 앞을 못 보고 한 가지에만 신경 써서 그래. 이럴 때일수록 섣불리 움직여서는 안 돼. 그 실수를 만회하려고 했다간 심택연한테 일부러 김예훈을 모함했다고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 될 거야.”방호철은 모든 것을 훤히 꿰뚫고 있었다.하지만 아무리 완벽한 사람이라고 해도 실수하기 마련이었다. 최대한 빈틈없이 계획한다고 했지만 원하는 대로 흘러갈지는 하느님의 뜻을 봐야 했다.옆에서 듣고 있던 사쿠라는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한숨을 내쉬었다.일본이 몇 년 동안 왜 한국을 접수하지 못했는지 이제야 알 것만 같았다.방호철이 직접 말하지 않았다면 그의 계획을 알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사쿠라는 심지어 두렵기도 했다.방호철은 소문처럼 여색을 탐하고 비현실적으로 지나친 이상만 추구하는 그런 사람은 아니었다.소문대로라고 해도 서울 4대 도련님이 된 것만 봐도 그의 능력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었다.“이번엔 저희의 실수였습니다. 방 도련님께서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사쿠라는 한마디 변명 없이 깔끔하게 잘못을 인정했다.방호철이 한참 동안 말하지 않자 물었다.“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정말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