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우재현은 이미 김예훈을 굳게 믿고 있었다. 그는 걸어가서 김예훈이 고른 열몇 개의 골동품을 들고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몸을 숙이고 물었다.“예훈 형님,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김예훈은 그중 아무 청자기를 쥐고 가격표를 가리키며 말했다.“청나라의 청자기라고 1억이라고 가격을 매겼죠. 확실히 좋은 물건이지만...”쨍그랑.고막을 가르는 날카로운 소리가 들렸다.김예훈은 그 청자기를 바로 바닥에 버렸다.그 모습을 본 사람들은 모두 놀랐다. 이게 뭐 하는 짓인가!김예훈은 깨진 파편들 사이에서 동그란 받침대를 골라내 담담하게 얘기했다.“사실 진짜 값진 물건은 도자기 자체가 아니라 이 안의 물건입니다.”말을 하며, 김예훈은 그 받침대를 두 동강 냈다.그러자 갈라진 밑바닥 사이에서 빈 공간이 드러났다. 그리고 그 공간에는 옥석같지만 옥석은 아닌 물건이 감춰져 있었다. “김 고문님, 이건...”다들 궁금해했다.사람들은 이게 무조건 좋은 옥석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전히 그것이 무엇인지는 모르고 있었다.그러자 김예훈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이건 전설 속의 태세옥입니다. 고대의 왕들은 이것으로 불로장생할 수 있는 약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했죠.”태세옥이라는 말을 들은 곽연우는 차갑게 웃으며 얘기했다.“김예훈 씨, 허세 그만 부리세요. 저도 태세옥에 대해서 잘 압니다. 색이 투명하고 안에는 혈관 같은 무늬가 있습니다. 이 물건은 투명도가 높지 않아 보이는데, 이게 태세옥이라니, 바보입니까?”김예훈은 의아한 눈빛으로 곽연우를 보더니 얘기했다. “당신 같은 돌팔이도 태세옥에 대해 알고 있었군요. 당신의 말이 틀린 건 아니에요. 하지만 이 태세옥이 왜 불투명한가면... 당시 이 보석을 감췄던 사람이 밖에 도자기를 입힌 후 저 받침대 안에 구워 넣었기 때문입니다. 또, 이 껍데기는 손으로 부술 수 있죠.”말을 마친 김예훈이 오른손에 힘을 주자 껍데기가 부서지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깨끗하고 투명한 옥석이 드러났다. 그 옥석 안에는 혈관
소한미의 얼굴은 부자연스럽게 구겨졌고 낯빛은 매우 어두웠다. 곽씨 골동품 가게는 이미 끝장났다. 이 말은 곧 진주 4대 도련님의 손실이 거의 몇조가 될 것이라는 뜻이다. 그 생각에 소한미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리고 분노의 시선으로 김예훈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얘기했다.“김예훈 씨, 이번 일은 꼭 복수할 겁니다. 어디 한번 기대해 보세요.”떠나려던 김예훈은 그 말을 듣고 몸을 돌려 담담하게 물었다.“다시 한번 얘기해 봐요.”“이번 일은 꼭 복수할 거라고요! 당신뿐만 아니라 당신의 아내와 가족, 모두 다 우리의 복수 대상이 될 겁니다. 앞으로 당신 가족은 마음 편히 쉴 날이 없을 겁니다, 영원히...”퍽.소한미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김예훈은 이미 그녀의 뺨을 세게 쳤다.분노로 가득 찬 소한미는 뺨을 맞고 날아가더니 그대로 골동품 진열대에 부딪혀 버렸다. 그러자 많은 골동품들이 그대로 떨어져 깨졌다.소한미는 그 골동품들을 맞고 어리둥절했다. 게다가 뺨을 맞은 자리까지 후끈거렸다. 이게 무슨 상황인지 머리가 돌아가지 않았다. 감히 고고한 신분인 그녀의 뺨을 때리다니, 생각하지도 못한 일이었다.그녀는 블랙 위도우 소한미였다!그녀의 뒤에는 진주 4대 도련님이 있었고 진주 4대 제일의 명문가가 있었다.이런 힘과 권력으로는 다른 일반인을 겁주기 충분했다.하지만 손톱 만한 성남에서, 감히 그녀의 뺨을 때리는 사람이 있다니? 소한미는 입가의 피를 닦은 후 비틀거리며 일어서 분노에 찬 눈으로 김예훈을 노려보며 얘기했다.“김예훈, 네가 감히 날 때려!?”퍽. 김예훈은 또 뺨을 때렸고 소한미는 다리를 후들후들 떨며 뒷걸음질 쳤다.“때리는 게 뭐가 어때서. 어디 한번 또 협박해 봐. 바로 여기에서 죽여줄 테니까.”김예훈은 휴지를 꺼내 손을 닦으며 차갑게 입을 열었다.장내는 정적만이 맴돌았다. 모든 사람들이 눈을 크게 뜨고 입을 떡 벌린 채 김예훈을 쳐다보았다.골동품을 감별할 때도 예리한 모습을 보여주더니, 주먹을 쓸 때는 더욱 야만적이고 폭력적
곽연우는 얼른 핸드폰을 찾아내 연락처를 뒤지며 성남에서 힘이 되어줄 만한 사람을 찾았다. 그리고 직원들은 하나같이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김예훈은 확실히 골동품을 보는 눈이 좋았지만 곽씨 골동품 가게에 막대한 손실을 가져다주었다.골동품 검증에 능력이 있어봤자다. 진정한 권력 앞에서 그의 능력은 아무것도 아니다. 이 데릴사위가 이 가게에서 이득을 보고 지금 당장 도망간다고 해도 직원들은 어쩔 방법이 없었다.하지만 지금 그는 남아서 또 허세를 부리고 있었다.무식하면 무서운 것도 없다더니. 호랑이 굴에 제 발로 들어가는 것과 같은 짓이 아닌가!“기다려, 바로 사람을 부를 테니! 그분들이 오면 당신들은 모두 내 앞에서 기어야 할 거야!”곽연우는 분노에 찬 표정으로 김예훈을 보며 이를 뿌득뿌득 갈고 얘기했다.오늘 이렇게 큰 사고가 일어난 것은 소한미에게 책임이 있었지만 곽연우도 책임을 피할 수는 없었다.그러니 오늘 김예훈을 무조건 해결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진주로 돌아가 빅토리아 항구에 던져질지도 몰랐다.김예훈은 차가운 표정으로 얘기했다.“많이 불러봐. 날 실망하게 하지 말고.”곽연우는 차갑게 웃으며 얘기했다.“그런 걱정은 붙들어 매. 절대 실망하지 않을 테니까!”어느새 전화가 연결되었고 곽연우는 공손한 표정과 행동으로 얘기했다.“곽 소장님, 접니다. 네, 오늘 누가 우리 곽씨 골동품 가게에 와서 난동을 부렸습니다. 네, 네. 우리 가게를 부쉈을 뿐만 아니라 소한미 씨도 때렸습니다...”전화를 끊은 곽연우는 차가운 표정으로 돌아왔다.“기다려, 내가 부른 사람이 이미 왔으니. 오늘 일은 꼭 당한 대로 돌려주지. 사람을 때리는 것으로 모자라서 우리 곽씨 골동품 가게를 모함했으니, 파산될 준비나 하고 있어!”김예훈이 뭐라고 얘기하려는데 선우재현이 어두워진 표정으로 낮게 얘기했다.“김 대표님, 일이 조금 복잡하게 됐습니다. 저들이 부른 사람은 아마도 골동품 업계에서 유명한, 유적 관리소의 소장인 곽휘재인 것 같습니다.
곽휘재는 유적 관리소의 소장일 뿐이지만 그의 손에 쥐어진 권력은 작지 않았다. 골동품 가게 하나, 혹은 골동품 업계의 사람 한 명을 망치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전에 서예 작품을 파는 가게가 있었는데 그에게 선물을 보내지 않아 곽휘재는 그들의 서예 작품 안에 금지품이 있다고 모함하여 그 가게를 폐쇄하고 물건을 전부 압류하였다.가게의 사장은 고소도 해봤지만 소용이 없어 결국 강에 뛰어들어 자살했다.하지만 곽휘재는 전혀 죄책감을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증거를 날조해 그 사장이 금지품을 팔고 있다고 얘기했다.그러고는 압류한 서예 작품들을 몰래 진주로 팔아넘겨 떼돈을 벌었다.그래서 사람들은 남의 피를 빨아먹는 곽휘재를 곽모기라고 부르기도 했다. 현장에 있던 골동품 업계의 사람들은 그런 곽휘재를 보고 표정이 굳어졌다.“곽 소장님, 드디어 와주셨군요! 바로 저 사람입니다. 그리고 옆의 사람도요! 두 사람이 우리의 가게를 망치러 왔습니다. 무슨 방법을 쓴 것인지 모르겠지만 우리 가게에서 옥석이 들어있는 원석을 50개나 골라냈고 또 열몇 개의 진품도 골라냈습니다. 그리고 진품들은 자기가 다 사가고 나머지는 다 짝퉁이라고 얘기하며 우리를 모함했습니다. 이는 명백히 시장의 질서를 파괴한 것입니다. 우리 곽씨 골동품 가게를 파업시키려는 겁니다! 그러니 꼭 우리의 편을 들어주셔야 합니다!”곽연우는 거의 곽휘재의 다리에 매달려서 얘기하고 있었다.“게다가 먼저 소한미 씨를 때리기까지 했어요. 정말 법이 무서운 줄 모르는 사람들이라니까요!”소한미도 차갑게 얘기했다.“곽 소장님, 오늘 일은 꼭 저희의 편을 들어주셔야 합니다!”곽휘재는 그들을 가엾이 여기며 얘기했다.“한미 씨는 걱정하지 말아. 내 구역에서 일어난 일이니 무조건 두 사람의 편을 들어주지. 그래, 어디 간이 배 밖으로 나와서 나, 곽휘재의 구역에서 소란을 피운 사람이 누군지 볼까? 죽고 싶은 모양이지? 당신들 손에 있는 골동품과 옥석들, 다 금지품으로 의심되니까 당장 내려놓고 검사받아. 그리고 당장 매 사람
소한미도 말을 보탰다.“김예훈, 당신 아내 덕을 보면서 살더니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아? 고문이라는 신분이 잘난 줄 알아?! 내가 얘기했지, 고문이라는 신분은 정말 대단한 사람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그저 종이호랑이일 뿐이야!”김예훈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고문이라는 신분이 쓸모 있는지 없는지는 곧 알게 될 거야.”“그래, 어디 한번 계속 허세를 떨어봐.”소한미가 냉소를 흘렸다. “호랑이 없는 산에서 여우가 왕 노릇을 한다고, 고작 데릴사위 따위가 왕 노릇을 하는 격이네!”곽휘재도 이를 꽉 물고 얘기했다.“김예훈, 소용없어. 골동품 업계는 이미 내가 왕인 곳이야. 네가 성남의 일인자인 양정국을 데리고 온다고 해도 난 너를 해치워 버릴 수 있어.”“양정국이라니, 네까짓 게 감히?”요즘 무슨 일인지, 개나 소나 다들 성남의 일인자를 우습게 보고 있었다. 이때 곽씨 골동품 가게 앞에 차량 몇 대가 들어왔다. 그리고 차에서 제복을 입은 남자들이 내렸다. 가장 앞에 선 사람은 금색 테두리 안경을 쓰고 있었는데 기세가 장난이 아니었다.“양정인 님, 여긴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금색 테두리 안경을 쓴 남자를 본 곽휘재는 분노로 가득 찼던 표정에서 갑자기 온화한 표정으로 바뀌었고 바로 그 남자를 향해 뒤뚱거리며 달려가 인사를 올렸다. 성남 문화재 관리계통의 일인자인 양정인은 동시에 곽휘재의 상사이기도 했다. 소한미와 곽연우 등 사람들도 급하게 공손한 태도로 그를 맞이했다. 성남의 골동품 업계에서 살아남으려면 이분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했다. 사람들은 곽휘재의 행동을 보며 김예훈은 이제 끝장났다고 생각했다. 문화재 관리계통의 일인자까지 모셔 오다니. 김예훈은 더 이상 도망칠 곳도 없었다.두 사람에게는 그냥 죽음만이 남아있었다. 선우재현도 이 상황에 표정이 얼음처럼 차가워졌다. 양정인까지 왔으니 이 일은 쉽게 무마할 수가 없었다. 양정인은 뒤뚱거리며 걸어온 곽휘재를 가볍게 무시한 채 현장을 한번 둘러보더니 김예훈를 보고 빠르게 달려
곽휘재의 얼굴은 바로 어두워졌다. 김예훈의 말투는 상사가 부하한테 얘기하는 말투가 아닌가!더욱 놀라운 것은, 양정인이 바로 고개를 숙인 것이었다.“김 대표님, 죄송합니다. 제가 부하들을 제대로 교육하지 못했습니다. 이번 일은 꼭 만족할 만한 결과를 가져다드리겠습니다.”말을 마친 그는 바로 몸을 돌려 곽휘재 등 사람 앞에 왔다.곽휘재와 그의 곁에 있는 사람들은 이미 두려움에 벌벌 떨고 있었다.“양정인 님, 이건 오해입니다. 전 김예훈이 양정인 님의 친구인 줄 몰랐습니다. 제발 기회를 한 번만 주십쇼!”곽휘재는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바로 꿇고 양정인의 다리에 매달린 채 울부짖었다. 아까 같은 기세는 전혀 없었다. 이 사람은 그의 상사다. 말 한마디로 그의 직장 생활을 끝낼 수도 있다. 그를 해고하는 것은 그냥 말 한마디의 일이었다.퍽.“유적 관리소의 곽 소장이라고?”퍽.“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아?”퍽.“게다가 200억 벌금까지?”양정인은 전혀 봐주지 않고 그의 뺨을 갈겼다.매우 세게 뺨을 쳤기에 이 사람들은 어느새 얼굴이 빨갛게 부어올랐고 코에서도 피가 줄줄 새어 나왔다.“첫째, 당신들은 모두 해고야. 오늘부터 우리 문화재 관리계통에서 나가. 둘째, 일주일 안에 200억을 모아서 김 고문님께 배상해. 셋째, 앞으로 성남에서 내 눈에 띄지 마.”양정인이 얘기하며 손을 휘둘러 사람들에게 곽휘재의 다리를 부러뜨리게 하고 바로 차에 던져버렸다.김예훈은 담담하게 소한미와 곽연우를 보더니 얘기했다.“당신들이 불러온 사람이 영 힘을 못 쓰는 것 같은데.”소한미와 곽연우의 눈가 근육이 파르르 떨렸다.그들은 원래 김예훈의 고문이라는 신분이 별다른 실권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보니 그래도 만만치 않은 모양이었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한미는 패배를 인정할 생각이 없었다.양정인의 시선이 어느새 소한미와 곽연우에게 닿았다.“김 대표님, 저자들도 같이 처리할까요?”“그럴 필요 없습니다. 그저 광대일 뿐이니까요.”김예훈이 담담하게 입
소한미가 주먹질을 당했다는 말을 들은 전화기 너머의 공문철은 목소리가 갑자기 엄숙하게 변했다.“간이 배 밖으로 나온 자식이군요. 감히 진주 4대 도련님의 사람에게 손을 대다니! 진주 4대 도련님이 곧 경기도에 투자를 하게 되면 경기도 기관의 사람들과 같은 위치에 놓일 텐데. 그런 분들의 사람에게 손을 대는 것은 저, 공문철에게 손을 대는 것과 같고 경기도 기관의 심기를 건드리는 것과 같습니다. 소한미 씨, 그 사람들, 그곳에 붙잡아 놓으세요. 제가 바로 달려가겠습니다.”소한미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대답했다.“공문철 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들은 도망치지 못할 겁니다. 공문철 님이 오셔서 이곳을 정리해 주세요!”말을 마친 소한미가 그대로 전화를 끊었다. 그녀는 오만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보며 얘기했다.“계속 허세를 떨어봐! 조금 있으면 경기도의 이인자가 올 테니까. 그때 가서 두고 보자고! 우리 진주 4대 도련님이 성남의 시장에 들어오기 위해 경기도 기관과 투자유치 계약서를 썼어. 그 계약서가 있는 한, 경기도 기관은 우리 편이야. 김예훈, 넌 성남 기관의 고문이라며? 성남의 기관에서 지위가 그렇게 높다면서? 제발 우리 경기도 기관의 사람처럼 대단했으면 좋겠네.”말을 마친 소한미는 득의양양한 표정이었다.곽연우와 직원들도 멸시의 시선으로 김예훈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광대 따위가 능력이 조금 있고 배후가 조금 세니 자기가 왕인 줄 아는 건가?무슨 소꿉놀이도 아니고. 선우재현의 얼굴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공문철이라니.경기도의 이인자 공문철? 소한미 등 사람들의 배후가 이렇게 강하다고?양정인은 여유롭다는 듯 입가에 미소를 걸고 있었다.공문철은 확실히 강하긴 했다. 양정인을 가뿐히 밟고 양정국도 밟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하지만 김예훈이 이곳에 버티고 있는데, 공문철이 와도 뭘 할 수 있는가.얼마 지나지 않아 입구에서 급박한 브레이크 소리가 들렸다. 차량 번호가 00002인 아우디가 멈춰 섰다. 운전기사가 조심스레 차 문을 열자 기세등등한 노인
“김김김김...”공문철은 순간 말까지 더듬었다. 그는 죽었다 깨나도 눈앞의 사람이 김예훈이라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김예훈은 그제야 담담히 입을 열었다.“날 어르신이라고 부르지 말아요. 난 이런 불효 손자가 없으니까.”쿵.장내는 물 뿌린 듯 조용해졌다.김예훈은 작정하고 공문철을 망신 주는 것이었다.사람들은 다 공문철이 바로 일어나 김예훈의 뺨을 치리라 생각했다.하지만 공문철의 강렬했던 포식자의 기운은 온데간데없고 비열한 표정만이 남았다.“김 대표님, 죄송합니다. 제가 옳고 그름을 구분하지 못했습니다. 이 일은 꼭 만족하실 만한 대답을 드리겠습니다.”공문철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렸다. 그는 김예훈의 신분을 잘 알고 있었다.그가 지금 경기도 이인자 겸 대구 공씨 가문의 사람이지만 절대로 눈앞의 이 사람을 건드릴 수는 없다. 소한미 등 사람은 입을 막고 비명을 지를 뻔한 것을 간신히 참았다.경기도의 이인자가 김예훈한테 고개를 숙이다니?김예훈은 도대체 무슨 사람인가!무슨 신분인가!김예훈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얘기했다.“어떻게 처리할 겁니까? 경기도의 이인자로서 가장 기본적인 시비도 가리지 못하고 눈앞의 이익에 눈이 멀어서 이런 일을 저지르다니! 기관의 대표로서 다른 지역의 사람들에게 허리를 굽히다니, 기관의 이미지를 심하게 훼손했어요! 게다가 오늘 내가 아닌 다른 평범한 시민이었다면 아마도 당신한테 심하게 당했을 겁니다. 감옥에 던져놓고 옥살이를 시킬 생각이었죠? 저번에 당신 조카를 만났을 때는 그저 우연인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 대구 공씨 가문은 간이 배 밖으로 나온 것 같습니다.”공문철은 번개를 맞은 것처럼 몸을 떨었다. 그는 바로 몸을 돌리더니 소한미의 얼굴을 세게 내리쳤다. 그리고 고함을 질렀다.“오늘부터 우리 경기도 기관은 진주 4대 가문과의 모든 합작을 취소합니다. 잘 기억하세요. 모든 합작입니다.”공문철의 말에 소한미의 일행은 모두 놀랐다.진주 4대 가문이 얼마나 노력해서 겨우 성남의 시장에 들어서게 되었는데!하지만
잠시 후, 용현성과 장현준은 처참한 모습으로 이곳을 떠났다.동하임은 손에 든 2,000억 원의 수표를 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김 도련님, 이번 만남은 정말 실패네요. 아무쪼록 아무 일 없이 지나갈 줄 알았는데 저들에게 본때를 보여줬냬요. 이 2,000억 원, 더 두 분이 여기저기 연락해서 겨우 모은 거예요.”동하임은 여전히 한숨이 나왔다.‘그렇게 거들먹거리더니 돈도 별로 없는 사람들이었어. 2,000억 원을 울며불며 여기저기서 빌려야 한다니.’김예훈은 그들에게 2,000억 원을 내놓으라고 한 것은 그들의 뺨을 때리는 것보다도 더 심했다.그들의 노후 자금마저 탈탈 턴 것과도 같았다.이로써 쌍방은 지금, 이 순간부터 더 이상 평화롭게 지낼 수가 없었다.“괜찮아요. 저희가 얼굴을 붉히지 않았다고 해도 저를 죽이고 싶어 안달이었을 거예요. 어차피 저들 눈에는 제가 죽어야 마땅한 존재니까요.”김예훈은 다시 의자에 앉아 차를 마시며 공진해가 보내온 자료를 확인했다.“소식에 따르면 용현성은 특별한 능력 없이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어요. 암암리에 일본 쪽과 연락하는 것 같더라고요. 류서우가 초대하지 않았더라도 일본인들에게 제대로 된 설명을 해주기 위해 무조건 문제를 일으키러 왔을 거예요. 장현준은 원래부터 식민지 시대 때 영국에서 기르던 개였을 뿐이에요. 평생 무릎 꿇고 개처럼 살더니 외국인이 하느님인 줄 아나 봐요. 이런 사람은 아무리 체면을 세워주고, 또 기회를 줘봤자 절대 만족하지 않을 거예요. 아무튼 제가 회장 패쪽을 내놓지 않고, 또 그들의 요구에 따라 일본에 가서 사죄하지 않는 한 둘 중 하나는 죽는 운명이었다고요.”김예훈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계속해서 말했다.“어차피 죽고 못 살 판에 2,000억 원을 배상하라고 한 것도 많이 봐준 거예요. 오늘 이렇게 많은 눈이 지켜보지 않았다면 저 사람들 오늘 이곳을 벗어나지도 못했어요.”김예훈의 담담한 말투에는 살기가 가득했다.그에게는 외국과 은밀히 연락하고 국민을 해치려는 비겁한 자
“영국 사람을 등에 업으면 대단한 사람인 줄 알았어요? 아니면 모든 사람이 어르신처럼 외국인을 언급하면 바로 무릎 꿇을 줄 알았어요?”쨕!말할수록 화가 난 김예훈은 장현준의 뺨을 때려 저 멀리 날려 보냈다.김예훈에게 얻어맞아 얼굴이 퉁퉁 부어오르고 정신이 혼미해진 장현준이 바닥에서 일어나려고 했을 때, 김예훈이 또다시 접근해 오자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났다.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지금 사과할 기회를 드릴게요. 아니면 오늘 갈 생각도 하지 마세요. 내년 오늘이 어르신과 부당주님의 기일일 줄 아세요.”“너...”장현준은 화가 나서 부들부들 떨면서도 얼굴을 부여잡은 채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도 하고싶은 말을 다시 삼킬 수밖에 없었다.비록 이 시대에서는 권력, 힘, 돈, 인맥이 모든 것이라고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주먹이 강한 사람이 승자였다.용현성이 이미 김예훈에게 짓밟힌 것도 모자라 장현준도 뺨을 맞고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장현준은 지금껏 의지해 온 영국이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자 더 이상 김예훈과 맞서지도 못했다.이 순간, 장현준은 깊이 숨을 들이마시면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미안하네.”쨕!“그렇게 사과하는 거 맞아요?”쨕!“영국에서 제대로 가르치지 않던가요?”쨕!“사과는 존중의 의미로 무릎부터 꿇어야 한다는 거 몰라요?”연이은 뺨에 장현준은 비틀거리기 시작했다.그는 분노의 극치에 도달해 표정마저 일그러졌다.손을 쓰고 싶었지만 차마 용기가 없어 어금니를 꽉 깨문 채 떨리는 몸으로 결국 무릎을 꿇었다.“김 회장님, 죄송합니다. 오늘은 제가 잘못했습니다.”장현준 같은 사람은 무릎 꿇는 것이 그렇게 굴욕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그의 인식 속에서는 외국인을 만나면 무릎을 꿇어야 하지만 외국인은 김예훈에게 무릎 꿇을 자격이 없었다.“어르신같이 비겁한 자가 무릎을 꿇는다고 해도 아무런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지만, 저는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거든요.”김예훈은 휴지로 손가락을 닦으면서 담담하게 말했다.“가보세요. 다음부터 저를
장현준은 힘겹게 일어나 숨을 헐떡이며 김예훈과 동하임을 째려보았다.“기다려. 반드시 후회할 날이 올 거야!”그는 가슴에 손을 얹고 맹세했다.“반드시 동씨 가문을 진주 1인자 위치에서 끌어내릴 것이고, 오늘의 행동에 대해 후회하게 할 거야! 나는 전직 총독으로서 그만한 힘을 가지고 있어. 이 일을 영국 황실에 알리면 너희는 끝장이야!”동하임은 피식 웃고 말았다.“영국이요? 저희가 끝장날 거라고요?”김예훈은 서서히 장현준 앞으로 다가가 비웃음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어디 전화해 보세요. 영국에서 어디 저희 대한민국 일에 간섭할 수 있는지. 저희 대한민국은 이미 세계 정상에 서있는데 어르신은 아직도 서양인의 그림자 밑에서 살고 계시네요. 당신 같은 사람이 전직 총독이라고요? 어이가 없어서. 어르신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저 서양인에게 길들어진 개일 뿐이에요.”김예훈은 또 한 번 발로 걷어찼다.장현준은 서양 격투기를 배워서 그런지 반응이 빨라서 김예훈이 발로 차는 순간에 최선을 다해 피했다.하지만 손을 들기도 전에 복부에 통증을 느끼며 의자와 함께 저 멀리 날아가고 말았다.“악!”비명이 퍼져나가고, 장현준은 네 발이 하늘을 향해 뒤집어져 마치 뒤집힌 거북이처럼 초라하기 그지없었다.“얼른 전화해 보세요. 어르신을 지켜줄 수 있는지 어디 한번 지켜보자고요.”김예훈은 피식 웃었다.“어르신께서 말은 힘이 무엇인지 확인해야겠어요.”류서우 등은 이 순간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뻔뻔한 자식. 동하임이 장현준 어르신을 다치게 한 틈을 타 진주에서 존경받는 전직 총독님을 공개적으로 모욕하다니. 정말 완전히 무시하는 거잖아!’“김 회장!”장현준은 힘겹게 일어나 김예훈에게 삿대질하면서 말했다.“감히 나한테 손을 대?”쨕!김예훈은 장현준의 뺨을 때려 바닥에 쓰러뜨렸다.다음 순간, 머리가 세게 바닥에 부딪힌 장현준의 얼굴은 온통 먼지투성이가 되고 말았다.화가 났지만 두려움과 절망감이 앞섰다.충분히 자기도 고수라고 생각했는데 김예훈의 움직임을 전
“너...”용현성은 김예훈을 죽여버리고 싶었지만, 극심한 통증 때문에 어질어질한 상태였다.그는 용문당 집법 부대의 부당주이며 용씨 가문의 사람인데 말이다.그동안 무송과 용문당에서 항상 높은 자리에 있으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를 추앙하고 존경했는지 모른다.그는 어디에서든 자신감이 넘쳤고, 심지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그런데 오늘 김예훈한테 체면이 짓밟힌 것도 모자라 큰 손해를 보게 될 줄 몰랐다.어린놈의 발에 체면과 존엄이 짓밟힌 지금, 용현성은 벽에 머리를 박아 죽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괴로웠다.하지만 김예훈이 또 움직일까 봐 소리치지도 못했다.“보아하니 이제는 사태 파악이 되셨나 보네요.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무슨 말을 하면 안 되는지 아시겠죠?”김예훈은 억울한 표정을 짓고 있는 용현성을 쳐다보고는 그를 발로 차버렸다.“오늘 교훈을 잘 기억하길 바랄게요. 안 그러면 언젠가 터질 정도로 얻어맞을 거니까요. 제가 마음이 약해서 그렇지. 김현민이었다면 진작에 죽었을 거예요. 무송으로 돌아가 집법 부대 사람들한테 알라세요. 앞으로 일을 처리할 때는 옳고 그름을 잘 판단하고 행동하라고요. 일본인의 말에 개처럼 달려오지 말고요. 한 명씩 올 때마다 본때를 보여줄 거니까요. 알겠어요?”용현성은 비틀거리며 일어서서 얼굴은 일그러진 채 처참한 모습으로 분노로 들끓고 있었다.이순간 그는 김예훈에게 도전할 용기가 없어 애써 진정해 보려고 들숨·날숨을 쉬었다.“김 회장, 하임 씨, 정말 너무하는 거 아니야?”용현성이 이 정도로 다친 모습을 보자 장현준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여기가 어디라고. 여긴 국제 대도시인 진주이자 이곳만의 법이 있다고! 전직 총독의 신분으로 요구하는데 당장 당주님께 사과하고 처벌을 받아! 안 그러면 내 한마디로 진주 감옥에서 평생을 보내게 될 줄 알아. 내 말 믿어 안 믿어.”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못 믿겠는데요? 저도 한 말씀 드릴까요? 제 앞에서 나이를 내세우면서 우쭐대면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생
김예훈의 발에 짓밟힌 용현성은 끊임없이 몸부림쳤고, 얼굴에는 발자국과 손자국이 나있는 채로 무척이나 비참한 모습이었다.그는 필사적으로 몸부림쳤지만 김예훈의 발에서 벗어날 수 없었고, 그저 부들부들 떨고만 있었다.많은 사람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비비기도 하고, 꿈인지 생시인지 몰라 자기 뺨을 때리기도 했다.특히 집법 부대 제자들은 하나같이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아무도 김예훈이 이 정도로 대담하게 행동할 줄 몰랐다.용현성의 뺨을 때린 것도 모자라 그의 얼굴을 바닥에 짓밟다니.이는 용문당 장관회의 체면을 짓밟은 것도 모자라 용씨 가문의 체면을 짓밟은 것과도 같았다.모두가 정신이 혼미한 가운데, 장현준이 제일 먼저 반응하고 소리쳤다.“김 회장, 지금 무례하게 뭐하는 짓이야! 감히 당주님을 건드려?”김예훈이 용현성마저 무시할 줄 몰랐는지 류서우는 순간 화가 치밀어올랐다.그녀는 혈기가 솟구쳐 김예훈에 대한 두려움도 잊었다. 이때 그녀의 손짓하나에 한 무리의 집법 부대 제자들이 무기를 꺼내 분노에 차서 앞으로 돌진해 왔다.똑같이 동하임의 손짓에도 동씨 가문 정예 부하들이 사방에서 나와 집법 부대 사람들을 가로막았다.집법 부대 사람들은 의심할 여지 없이 모두 강력한 시력을 갖추고 있었지만, 이곳은 동씨 가문의 구역이라 인원이 더 많은 건 사실이었다.힘이 균형을 이룬 쌍방은 서로 대치 상태에 들어섰다.류서우는 또 한 번 누군가에게 가로막힐 줄 몰랐는지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동하임 씨, 지금 뭐 하자는 거예요?”동하임이 냉랭하게 말했다.“김예훈 도련님을 해치려면 제 시체부터 먼저 밟고 가세요!”“너희들!”류서우는 이 모습을 보면서 어금니를 꽉 깨물더니 김예훈을 노려보면서 말했다.“김 회장님, 당주님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다 함께 묻어버릴 거예요!”김예훈을 직접 베어버리고 싶었지만 동씨 가문 정예 부하들이 너무 많이 도저히 다가갈 수가 없었다.이때 장현준이 기세등등한 말투로 말했다.“김 회장, 하임 씨, 지금 이러는 거, 어떤
이때 용현성의 손짓 한에 몇몇 부하들이 앞으로 나서서 칼을 뽑아 들고 김예훈을 노려보았다.이 장면은 동하임의 얼굴을 순간적으로 어두워지게 했다.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부당주님, 패쪽은 당주님이 저한테 맡긴 거라 누구도 가져갈 수 없고, 저보고 일본인에게 사과하라고요? 가능하다고 생각하세요? 일본인이 저의 사과를 받을 자격이나 있다고 생각하세요?”“왜? 네가 그렇게 대단해?”용현성의 얼굴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김예훈, 내가 너의 다리를 부러뜨리지 않고 일본에 보내는 것으로 끝내는 것도 당주님의 체면을 세워주는 것이야. 그러니까 너무 잘난 척하지 마. 내가 나이 들어서 성격이 좋아져서 다행이지, 젊을 때였으면 너는 이미 머리가 날아가고 온 가족이 살해당했을 거야.”이 순간, 용현성은 언제든지 일어나 김예훈을 한방에 쳐 죽일 것만 같았다.“김 회장, 당주님은 용문당 내부에서 덕망이 높고 권력 있는 분인데 이런 말을 하는 것도 많은 배려를 한 거라고.”장현준은 비꼬는 말투로 말했다.“그러니까 절대 나대지 마. 당주님이 화를 내는 순간 너는 끝장이라고. 회장 패쪽을 내놓아야 할 뿐만 아니라 사과용으로 너의 사지를 부러뜨려 일본에 버릴 거라고. 너의 가족 또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야. 당주님은 단순히 용문당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용씨 가문도 대표하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 대한민국 전국 10대 명문가 중의 하나인 용씨 가문!”장현준은 소파에 편안히 기대어 앉아 말했다.“우리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패쪽을 내놓고 스스로 손발을 묶어. 내가 당주님을 위해 두번째 즐길 거리를 마련했는데 말이야. 당주님이 즐기는 데 방해가 되는 순간 네가 어떻게 수습할지 지켜볼 거야.”류서우도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얼른 패쪽을 내놓고 무릎 꿇고 용서를 빌어요. 아니면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요.”김예훈은 웃으며 말했다.“류서우, 지금 날 협박해?”류서우는 눈가를 파르르 떨긴 했지만, 여전히 냉랭하게 말했다.“그렇게 이해하셔도 좋아요.”류
“나오키가 너를 죽일 수 있었는데 네가 용문당 이름으로 압박하는 바람에 생각에 잠겨있는 틈을 타 습격해서 죽였다는 것도 알아. 김예훈, 너는 정말 얼굴이 너무 두꺼운 거 아니야? 왜 그렇게 염치가 없는 거냐고.”용현성은 김예훈에게 삿대질하면서 화가 잔뜩 나 있었다.김예훈은 멈칫하더니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류서우를 힐끔 쳐다보았다.류서우 뒤에 서 있던 집법 부대 제자들은 김예훈의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에 본능적으로 시선을 피했다.이로써 류서우가 용현성을 데려오기 위해 일부 진실을 숨겼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예를 들어 김예훈이 혼자서 타케이 가문을 모조리 때려눕혔다는 사실을 숨긴 채 김예훈이 용문당을 이용해 타케이 가문을 압박했다고 말했다.만약 용현성이 김예훈이 직접 나오키를 죽였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감히 올 용기도 없었을 것이다.“부 당주님, 한 번만 더 설명해 드릴게요. 타케이 가문은 자결한 것이 맞아요. 용기가 대단해 일본 천황이 큰 상을 내리기로 했다니까요?”김예훈은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이미 진주 사람들이 다 아는 사실이에요. 일본대사관 측에서도 이 주장을 받아들였고요. 부당주님께서 만약 불만이 있으시면 그들을 상대로 소송을 걸어도 좋아요. 소송에서 이기면 다시 이야기해 볼까요?”“너!”용현성은 화가 나서 할 말을 잃었다.‘김예훈 이 자식, 실력 있는 것도 모자라 말솜씨도 대단해.’김예훈이 일본대사관까지 거들먹거려 한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바로 이때, 장현준이 웃으면서 말했다.“김 회장, 어떻게 자결했는지는 김 회장이 나보다 더 잘 알잖아. 동씨 가문이 이 사건에 얼마나 많은 힘을 쏟아부었는지 김 회장도 모를 리가 없잖아. 굳이 밝혀봤자 재미도 없을 것 같고. 실력이 뛰어난 데다 동씨 가문이 뒤를 봐주고 있어서 자신감이 넘치는 거 알아. 하지만 김 회장도 알겠지만, 이 세상에서 많은 일은 단순히 싸우고 죽이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아. 이 바닥에서는 예의를 갖춰야 해.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는데 당주님과 맞서
장현준이 봤을 때 자기가 진주에서 가지고있는 능력과 배경에 용현성의 세력까지 더하면 김예훈을 짓밟아 죽이는 것은 식은 죽 먹기라고 생각했다.어쨌든 본때를 보여주기 전에 중요한 일부터 처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이때 동하임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그러게요. 어르신들, 싸우려고 저희 동씨 가문에 사람을 불러달라고 한 건 아니죠? 먼저 일부터 해결하는 거 어떨까요?”용현성은 그제야 분노가 가라앉는 듯싶었다.하지만 그는 여전히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면서 삿대질했다.“김예훈, 장현준 어르신과 동씨 가문이 네 편을 들어줘서 오늘 운이 좋은 줄 알아. 아니면 내가 뺨 한 대로 너같이 무례한 인생 후배를 죽여버렸을 거야. 그동안 내 손에 죽은 젊은이가 아마도 천명은 안 되어도 팔백 명은 될 거야.”용현성은 오른손 손바닥을 드러내면서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허세 그만 부리시고. 저를 살려주셔서 감사하다고 하면 될까요?”김예훈은 어이가 없었다.“할 말이 있으면 하시고, 없으면 이만 가볼게요. 저는 아직 배가 고파서 야식 먹으러 가려고요.”“너!”한 무리의 집법 부대 제자들은 하나같이 화를 냈다.거만한 사람은 얼마든지 봤어도 이 정도로 거만한 사람은 처음이었다.‘용현성 어르신 체면을 전혀 지켜주지 않네!’“그래. 본론으로 들어가지.”용현성은 이번에는 화를 억누르고 류서우 등을 말리면서 김예훈을 냉랭하게 쳐다보았다.“김예훈, 네가 부산 용문당 회장인 점을 이용해서 진주·밀양에서 함부로 행동하고 사람을 괴롭혔다면서? 심지어 일본 야마구치파도 모자라 타케이 가문까지 죽였다지? 야마구치파에서 이미 연락이 왔어. 용문당에서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으라고. 네가 상대방과 어떤 원한을 가지고 있든, 야마구치파에서 책임을 따지기 시작한 이상 네가 반드시 책임져야 해.”용현성은 위엄이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내가 명령하는데 회장 패쪽을 넘기고 야마구치파에 사과하도록 해! 우리 용문당에서 문제를 일으키지 말고!”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그런
“류서우, 우리 회장님한테 무례하면 안 되지.”장현준이 말했다.김예훈과 동하임을 발견했을 때 멈칫하더니 곧바로 이 두 사람을 알아보았다.비록 첫 만남이었지만 용현성을 응원하러 오는 것이었기에 김예훈의 자료를 미리 확인했었다.장현준은 배시시 웃으면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류서우, 이분은 전설 속의 김예훈 회장이라고 해. 경기도 김 세자라고도 불리는데 신분이 어마어마할 정도라니까. 이런 분은 집법 부대에서 감히 맞설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고.”장현준이 류서우를 꾸짖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 비난의 뜻은 없고 오히려 비꼬는 듯했다.김예훈의 신분을 알고는 있었지만 별로 존중의 뜻은 없었다.진주 사람이 봤을 때 경기도 김세자든 부산 용문당 회장이든 그렇게 대단해 보이지도 않았다.진주에서는 바짝 엎드려 다녀야 한다고 생각했다.이번에 상대해야 할 사람이 눈앞에 서있는 사람인 것을 확인한 용현성은 자연스레 시선을 김예훈에게 돌렸다.류서우의 눈물겨운 호소를 듣고, 사진도 보고, 자료도 확인했지만, 실물을 보니 평범하디 평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옷차림이나 분위기, 모두 다 평범했다.김현민과 비교하면 정말로 하늘과 땅 차이였다.용현성은 김예훈이 류서우 앞에서 어떻게 타케이 가문을 죽였는지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다.이때 용현성이 담담하게 말했다.“류서우, 얼른 우리 김예훈 회장에게 사과해. 이따 시작되기도 전에 회장님이 홧김에 너를 죽여도 난 너를 지켜줄 수 없어.”“하긴, 김 회장님이 막무가내의 사람이라 당주님 앞에서 살인과 방화를 저지르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죠.”류서우는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저 류서우, 회장님께 사과를 드릴게요. 죄송해요.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부디 저를 죽이지 말아주세요. 저 죽기 싫어요.”말 속에 가시가 있고, 비꼬는 말투를 보니 전혀 진심이 담겨있지 않았다.류서우의 말에 집법 부대 제자들도 김예훈을 흘겨보았다.‘이 모양 이 꼴을 하고서 왜 억울한 표정을 짓고 있지? 정말 염치가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