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한미가 주먹질을 당했다는 말을 들은 전화기 너머의 공문철은 목소리가 갑자기 엄숙하게 변했다.“간이 배 밖으로 나온 자식이군요. 감히 진주 4대 도련님의 사람에게 손을 대다니! 진주 4대 도련님이 곧 경기도에 투자를 하게 되면 경기도 기관의 사람들과 같은 위치에 놓일 텐데. 그런 분들의 사람에게 손을 대는 것은 저, 공문철에게 손을 대는 것과 같고 경기도 기관의 심기를 건드리는 것과 같습니다. 소한미 씨, 그 사람들, 그곳에 붙잡아 놓으세요. 제가 바로 달려가겠습니다.”소한미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대답했다.“공문철 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들은 도망치지 못할 겁니다. 공문철 님이 오셔서 이곳을 정리해 주세요!”말을 마친 소한미가 그대로 전화를 끊었다. 그녀는 오만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보며 얘기했다.“계속 허세를 떨어봐! 조금 있으면 경기도의 이인자가 올 테니까. 그때 가서 두고 보자고! 우리 진주 4대 도련님이 성남의 시장에 들어오기 위해 경기도 기관과 투자유치 계약서를 썼어. 그 계약서가 있는 한, 경기도 기관은 우리 편이야. 김예훈, 넌 성남 기관의 고문이라며? 성남의 기관에서 지위가 그렇게 높다면서? 제발 우리 경기도 기관의 사람처럼 대단했으면 좋겠네.”말을 마친 소한미는 득의양양한 표정이었다.곽연우와 직원들도 멸시의 시선으로 김예훈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광대 따위가 능력이 조금 있고 배후가 조금 세니 자기가 왕인 줄 아는 건가?무슨 소꿉놀이도 아니고. 선우재현의 얼굴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공문철이라니.경기도의 이인자 공문철? 소한미 등 사람들의 배후가 이렇게 강하다고?양정인은 여유롭다는 듯 입가에 미소를 걸고 있었다.공문철은 확실히 강하긴 했다. 양정인을 가뿐히 밟고 양정국도 밟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하지만 김예훈이 이곳에 버티고 있는데, 공문철이 와도 뭘 할 수 있는가.얼마 지나지 않아 입구에서 급박한 브레이크 소리가 들렸다. 차량 번호가 00002인 아우디가 멈춰 섰다. 운전기사가 조심스레 차 문을 열자 기세등등한 노인
“김김김김...”공문철은 순간 말까지 더듬었다. 그는 죽었다 깨나도 눈앞의 사람이 김예훈이라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김예훈은 그제야 담담히 입을 열었다.“날 어르신이라고 부르지 말아요. 난 이런 불효 손자가 없으니까.”쿵.장내는 물 뿌린 듯 조용해졌다.김예훈은 작정하고 공문철을 망신 주는 것이었다.사람들은 다 공문철이 바로 일어나 김예훈의 뺨을 치리라 생각했다.하지만 공문철의 강렬했던 포식자의 기운은 온데간데없고 비열한 표정만이 남았다.“김 대표님, 죄송합니다. 제가 옳고 그름을 구분하지 못했습니다. 이 일은 꼭 만족하실 만한 대답을 드리겠습니다.”공문철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렸다. 그는 김예훈의 신분을 잘 알고 있었다.그가 지금 경기도 이인자 겸 대구 공씨 가문의 사람이지만 절대로 눈앞의 이 사람을 건드릴 수는 없다. 소한미 등 사람은 입을 막고 비명을 지를 뻔한 것을 간신히 참았다.경기도의 이인자가 김예훈한테 고개를 숙이다니?김예훈은 도대체 무슨 사람인가!무슨 신분인가!김예훈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얘기했다.“어떻게 처리할 겁니까? 경기도의 이인자로서 가장 기본적인 시비도 가리지 못하고 눈앞의 이익에 눈이 멀어서 이런 일을 저지르다니! 기관의 대표로서 다른 지역의 사람들에게 허리를 굽히다니, 기관의 이미지를 심하게 훼손했어요! 게다가 오늘 내가 아닌 다른 평범한 시민이었다면 아마도 당신한테 심하게 당했을 겁니다. 감옥에 던져놓고 옥살이를 시킬 생각이었죠? 저번에 당신 조카를 만났을 때는 그저 우연인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 대구 공씨 가문은 간이 배 밖으로 나온 것 같습니다.”공문철은 번개를 맞은 것처럼 몸을 떨었다. 그는 바로 몸을 돌리더니 소한미의 얼굴을 세게 내리쳤다. 그리고 고함을 질렀다.“오늘부터 우리 경기도 기관은 진주 4대 가문과의 모든 합작을 취소합니다. 잘 기억하세요. 모든 합작입니다.”공문철의 말에 소한미의 일행은 모두 놀랐다.진주 4대 가문이 얼마나 노력해서 겨우 성남의 시장에 들어서게 되었는데!하지만
눈보라가 몰아치는 북쪽에 비하면 진주는 겨울에도 여전히 봄처럼 따뜻했다.빅토리아 항구 쪽의 건물 꼭대기에서 헬기 한 대가 천천히 내려왔다.아래의 휴게소에서 길쭉한 두 그림자가 걸어 나왔다.그들은 헬기 주차장의 끝으로 걸어왔다. 발아래는 매우 높은 빌딩이지만 두 사람은 보지도 못한 것처럼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빌딩의 끝으로 걸어갔다.만약 재경 신문의 기자가 이 자리에 있었다면 두 사람의 신분에 놀랄 것이다. 앞장선 사람은 진주 4대 도련님으로 갓 올라온 진주 이씨 가문의 김병욱이다. 그리고 다른 한 사람은 진주 4대 도련님 중 가장 거침없는 진주 곽씨 가문의 곽영현이었다.곽영현은 길고 가는 담배를 입에 물었다. 칼날같이 날카로운 얼굴에는 진중함이 드러났다.“왜, 무슨 일이라도 있습니까?”김병욱은 멀지 않은 곳의 남이도를 보며 평온한 표정으로 물었다,곽영현은 담담하게 웃으며 대답했다.“큰일은 아닙니다. 성남으로 뻗은 가지가 다른 사람에 의해 잘렸을 뿐입니다. 성남은 정말 재밌는 곳이네요.”김병욱이 담담하게 얘기했다.“제가 얘기했었죠. 성남에는 김세자가 있어서 철통 보안이라고요. 우리 네 사람이 그 안에 들어가는 건 어려운 일입니다.”곽영현은 김병욱을 보더니 대수롭지 않은 얼굴로 얘기했다.“김병욱 씨, 난 당신과 달라요. 당신은 성남을 떠난 순간부터 이미 용기를 잃은 겁니다. 그리고 나는 어떻게 김세자라는 남자를 재밌게 처리할지 고민 중입니다.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우리 진주 4대 도련님을 건드린 인간은 그가 처음이거든요. 그를 저승에 보내주지 못하면 우리 진주 4대 도련님의 이름에 먹칠을 하는 것입니다.”곽영현의 눈에는 흥미진진함이 엿보였다.만약 서울, 부산, 금릉의 세자나 도련님이었다면 곽영현은 조금 머뭇거렸을 것이다.하지만 이제 나타난 지 몇 년밖에 되지 않는 김세자가 뭐가 두려울 게 있겠는가.김병욱은 천천히 대답했다.“김세자는 생각처럼 그렇게 쉬운 상대가 아닙니다. 그는 재력도 많고 권력도 강합니다. 지금은 하정민도 그의
곽영현이 한숨을 쉬고 있을 때, 갑자기 그의 핸드폰이 진동했다. 누군가가 그에게 문자를 보낸 것이었다.문자를 확인한 곽영현은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재밌는 소식이 들려왔어요. 우리의 김세자가 인도의 청별 그룹의 성남 재산을 모두 CY그룹 명의로 옮겨놨다고 해요. 이 소식이 이미 북쪽에도 전해졌다고 해요. 그래서 청별 그룹 한국 대표인 이대정이 사람을 데리고 성남으로 와 직접 김세자를 죽일 생각이라고 하네요.”“청별 그룹...”김병욱의 눈이 반짝이더니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다.“김세자는 정말 죽음이 두렵지 않은가 봐요. 진주 4대 도련님을 건드렸을 뿐만 아니라 이대정까지 건드리다니. 죽을 목숨이네요.”김병욱과 이대정은 몇 번의 교류가 있었다.북쪽 비즈니스계를 씹어먹은 이 대표는 바보가 아니었다. 그가 한 사람을 상대하기 위해서 온갖 능력을 동원해 힘을 아끼지 않고 끌어모을 것이다. “보아하니 우리가 손을 쓰지 않아도 김세자는 곧 죽겠군요.”곽영현이 미소를 지었다.“이대정은 북쪽의 비즈니스 업계의 악어입니다. 그가 오랜 시간 동안 축적한 청별 그룹의 힘으로 강하게 밀어붙인다면 김세자 하나 죽이는 것쯤은 식은 죽 먹기입니다.”“그걸로는 부족하죠.”김병욱이 입꼬리를 끌어올려 미소를 지었다.“사자는 토끼를 잡을 때도 최선을 다합니다. 우리 진주 4대 도련님도 당한 것이 있는데, 이대로 손 놓고 보고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우리는 김세자가 더욱 처참하게 죽도록 해야 합니다.”곽영현이 몸을 돌려 김병욱을 몇 초간 바라보다가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그렇다면 김병욱 씨가 직접 성남에 다녀오는 것이 어떻습니까?”김병욱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대답했다.“제가 가면 훗일이 걱정됩니다. 진주 이씨 가문의 힘을 완전히 장악하지 못했으니까요.”곽영현은 풉하고 소리 내 웃다가 담담하게 대답했다.“무서우면 무섭다고 할 것이지. 무슨 핑계가 많아요. 도대체 당신이 무슨 재주가 있어서 이일매의 마음에 든 것인지. 그렇지 않았다면 당신 같은 쓰레기가 어떻게
인도의 이름 없는 산꼭대기에서.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인이 뒷짐을 쥔 채 벼랑 끝에 서 있었다. 그는 연세와 달리 맑은 정신을 갖고 있었는데 도를 닦는 사람처럼 보였다.그리고 이 노인의 몸에는 신기한 기운이 있는 것 같았다. 그의 주위로 알 수 없는 기운이 맴돌았는데 그가 숨을 쉴 때 따라 같이 움직이는 듯했다.기와 함께 어우러진다는 것이 이런 장면일까 싶었다.이때 그의 뒤에서 급박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곧이어 태권도 도복을 입은 남자가 나는 듯이 달려와 황공한 표정으로 얘기했다.“어르신, 큰일 났습니다. 어르신의 제자 이형택이 한국에서 살해당했다고 합니다!”“뭐?!”노인이 손을 홱 젓자 주변의 연기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마치 무형의 폭탄이 그의 뒤에서 터진 것만 같았다.주위의 새들도 놀라서 바로 바닥에 떨어졌고 수많은 나뭇잎이 바르르 떨렸다.이곳의 모든 사람들이 놀랐다.박용진은 이미 세속을 벗어난 사람이다. “이대정 씨께서 연락이 오셨습니다. 어르신과 함께 한국으로 가서 대의를 함께 하고 싶답니다. 첫째로는 우리 인도를 위해 길을 열어놓는 것이고 둘째로는 이형택 씨를 위해 복수하는 것입니다.”박용진 뒤에 꿇어있던 사람이 급하게 입을 열었다.털썩.그 뒤에는 수백 명의 사람이 있었는데 산의 중간쯤까지 덮은 채 꿇어앉아 있었다.“청별 그룹이 박용진 어르신께 부탁드립니다! 한국으로 가서 이 혼란을 해결해 주십쇼!”“어르신은 만 명도 쓰러뜨릴 수 있고 한국을 바로 발아래에 밟을 수 있습니다!”주위에서 퍼지는 소리의 울림이 그대로 전해졌다. 이 사람들은 모두 바닥에 꿇어앉아 머리를 박고 있었다.박용진은 인도 태권도의 일인자이자 인도 국방부의 총사령관이었다.하지만 수년 전, 유라시아 전쟁에서 전설 속의 그 사람에게 패배한 후, 그는 계속 폐관 수련을 했다.박용진의 눈이 반짝이더니 한참 후에 한숨을 뱉고 얘기했다.“저는 나이를 먹었으니 이제 세상에 나서지 않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인도의 일이니 그럼 저는 그 총사령관의 고향으
박용진이 산에서 내려와 한국에 온다는 소식은 청별 그룹 임원들에 의해 은폐되었다.이는 청별 그룹의 의견이 아니라 박용진 자신이 요구했기 때문이다. 오직 유라시아의 전쟁에 참전한 자들만이 한국이 어떤 곳인지 알 수 있었다. 전쟁에 참전한 사람들에게는 한국에 전설 속 그 사람이 존재하는 한, 그곳은 아마 모든 군사의 금지 구역이기에 만약 들어가는 자가 있다면 그것은 단연코 죽음을 자초한 일일 것이다!그뿐만 아니라 5대 강국들의 연합군도 그 한 사람의 힘으로 모두 제압된 적이 있었다! 그러니 박용진은 더더욱 한국에 오는 일을 대대적으로 떠벌리고 싶지 않았다. 만에 하나 총사령관의 귀에 들어가기라도 한다면 그땐 더 큰 불상사가 일어날지도 모를 일이다. 마음을 졸이고 있던 박용진은 무사히 한국에 입국하고 나서야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입국 심사에서 그의 출입을 막지 않은 걸 보니 아마 그를 발견하지 못한 것이 분명했다.더욱이 그가 다음 장소로 이동할 곳은 서울, 부산, 금릉 등 곳이 아닌 경기도 성남이기에 총사령관과 마주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었다. 생각에 잠긴 것도 잠시, 박용진의 얼굴에는 한순간 씁쓸함이 묻어났다. ...북쪽 강릉 국제공항.이대정의 지시하에 공항 절반이 봉쇄되었다. 공항 전체가 알록달록하게 장식되어 있었고 태권도 도복을 입은 수천 명의 인도 사람들이 옴짝달싹 못 하고 서 있었다.공항 밖에는 같은 계열의 롤스로이스가 일렬로 줄지어져 있었는데 이 광경은 그야말로 가관이었다.VIP 통로로 나온 박용진은 눈앞의 광경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너무 으리으리해!’‘너무 거창하다고!’박용진은 최대한 조용히 입국하려 했건만 이대정의 이런 행동들은 오히려 자신을 불판 위에 올려놓는 격이 아닌가!“어르신, 한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현장에 있던 인도 사람들은 박용진의 숨고 싶은 심정도 모른 채 큰 목소리로 환호했다.그들의 마음속에 박용진은 태권도계의 일인자로서 무적의 존재에 가까웠기 때문이다!그런 그가 한국에 왔다는 것은 청별
“오, 그럼 세 가지 모두 보내주세요. 특히 병부는 꼭 손에 넣어야겠어요.”박용진은 강한 흥미를 보였다.“이 물건들을 순조롭게 손에 넣기만 한다면 당신이 한국에서의 모든 어려움은 제가 직접 해결하도록 하죠. ”“알겠습니다! 염려 마세요. 어르신. 이번 일은 제게 맡겨만 주세요.”이대정은 박용진의 이 말만을 기다려 왔다.더욱이 아들을 위해 복수할 수만 있다면 이번 일은 더할 나위 없이 쉬운 일이었다. “성남, 곽씨 경매회...”이대정의 표정은 한껏 차가워졌다. 이대정처럼 많은 일이 엮여있는 인물은 함부로 북쪽을 벗어나 남쪽으로 갈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와 연결된 크고 작은 일들이 너무 많았고 그의 작은 움직임은 큰 여론을 불러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박용진은 이번 행차에 그의 직속 제자인 안재석을 이대정의 조력자로 함께 데려왔다. 이대정은 곧바로 안재석에게 한국지사 청별 그룹의 부사장 자리를 내어주었다. ...성남.선우재현이 공손한 자세로 김예훈 앞에 서 있었는데 사뭇 정중해 보였다.“김 대표님, 한가지 보고드릴 것이 있습니다.”김예훈은 궁금해하며 되물었다.“무슨 일이지?”“지난번 곽씨 골동품 가게에서 있었던 일 기억 나시죠. 대표님과의 일로 곽씨 골동품 가게가 성남에서는 평판이 나빠져 바닥을 쳤습니다.”“그럼 좋은 일 아닌가?”김예훈이 물었다.“평판은 나빠도 골동품 가게의 배후인 성남 곽씨 가문의 곽씨 도련님께서 이대로는 물러서기를 달가워하지 않는 눈치이기에 하여 내일 저녁, 경매회를 진행한다고 합니다. 이번 경매회에는 저희 가문 아무도 참여하지 않는 걸로 되어있지만 곽씨 도련님께서 집안 대대로 전해져 내려온 진귀한 보물 세 점을 경매에 내놓는다고 하십니다. 할아버지께서 도감을 보고서 꼭 대표님에게 보고하라 하셨습니다. 왜냐면 이번 경매회에서 곽 씨 골동품 가게가 수많은 해외 유명 인사들을 초대했습니다. 만약 이번 보물들이 낙찰되어 해외로 나간다면 국보를 잃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하셨습니다!”“진주 곽씨 도련님. 도가 지나치군
“여기서 대형 국제 경매회를 진행하려나 봐. 오늘 지인이 나에게도 초대장을 주던데, 당신도 여기서 뭘 사려고?”정민아는 김예훈이 보물 감정에 안목이 있는 것을 알고 있기에 호기심이 생겼다.“그저 구경하러 온 거야. 견문도 넓힐 겸.”김예훈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만약 곽씨 골동품 가게의 전설 속 인물인 곽씨 도련님께서 국보를 해외로 팔아넘길 의향이라면 김예훈은 기필코 그에게 평생 잊지 못할 교훈을 주려고 다짐했다. 경매장 내부.이 시각 곽연우는 전화를 붙잡고 공손하게 서 있었다. 전화 건너편에서는 서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제저녁, 청별 그룹의 이대정 사장이 그 세 가지 경매품에 큰 관심이 있다고 나에게 친히 전화를 주셨네. 대면 선물로 경매품들을 청별 그룹에 선물하고 싶은데 준비해 주게.”곽연우는 식은땀을 훔치며 말했다. “영현 도련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런 일쯤이야 식은 죽 먹기죠. 오늘 경매장에 참석하는 인원들은 제가 직접 엄선하여 세 가지 경매품을 살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제가 미리 언질을 주었습니다! 만약 청별 그룹에서 충분한 돈이 준비돼 있다면, 세 가지 경매품은 무조건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입니다!”어쩌면 이번 경매회 목적은 곽씨 골동품 가게의 명성을 날리고 일전에 김예훈이 불러온 영향을 제거함과 더불어 곽씨 골동품 가게에는 진귀한 보물이 많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는 것이다. 이 기세를 몰아 청별 그룹에 인심을 산다면 곽영현한테는 일석이조였다.설령 그것이 국보든 아니든 곽영현은 관심이 없었다. 그에게는 체면이 무엇보다도 중요했다. 성남에서 누군가 그의 체면을 깎아내렸으니 기필코 돌려놓아야만 했다. ...그 시각, 김예훈과 정민아는 순조롭게 경매장에 들어섰다. 이번 경매장에는 사람들로 북적였고 해외인사들도 적지 않았다. 김예훈과 정민아의 초대장 좌석은 상대적으로 뒤쪽 편이었는데 느낌상 인수를 채우기 위함인 것 같았다. 심지어 오늘 참석한 대부분의 사람도 비슷해 보였다. 입찰자는 미리 정해져 있었고 곽씨
잠시 후, 용현성과 장현준은 처참한 모습으로 이곳을 떠났다.동하임은 손에 든 2,000억 원의 수표를 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김 도련님, 이번 만남은 정말 실패네요. 아무쪼록 아무 일 없이 지나갈 줄 알았는데 저들에게 본때를 보여줬냬요. 이 2,000억 원, 더 두 분이 여기저기 연락해서 겨우 모은 거예요.”동하임은 여전히 한숨이 나왔다.‘그렇게 거들먹거리더니 돈도 별로 없는 사람들이었어. 2,000억 원을 울며불며 여기저기서 빌려야 한다니.’김예훈은 그들에게 2,000억 원을 내놓으라고 한 것은 그들의 뺨을 때리는 것보다도 더 심했다.그들의 노후 자금마저 탈탈 턴 것과도 같았다.이로써 쌍방은 지금, 이 순간부터 더 이상 평화롭게 지낼 수가 없었다.“괜찮아요. 저희가 얼굴을 붉히지 않았다고 해도 저를 죽이고 싶어 안달이었을 거예요. 어차피 저들 눈에는 제가 죽어야 마땅한 존재니까요.”김예훈은 다시 의자에 앉아 차를 마시며 공진해가 보내온 자료를 확인했다.“소식에 따르면 용현성은 특별한 능력 없이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어요. 암암리에 일본 쪽과 연락하는 것 같더라고요. 류서우가 초대하지 않았더라도 일본인들에게 제대로 된 설명을 해주기 위해 무조건 문제를 일으키러 왔을 거예요. 장현준은 원래부터 식민지 시대 때 영국에서 기르던 개였을 뿐이에요. 평생 무릎 꿇고 개처럼 살더니 외국인이 하느님인 줄 아나 봐요. 이런 사람은 아무리 체면을 세워주고, 또 기회를 줘봤자 절대 만족하지 않을 거예요. 아무튼 제가 회장 패쪽을 내놓지 않고, 또 그들의 요구에 따라 일본에 가서 사죄하지 않는 한 둘 중 하나는 죽는 운명이었다고요.”김예훈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계속해서 말했다.“어차피 죽고 못 살 판에 2,000억 원을 배상하라고 한 것도 많이 봐준 거예요. 오늘 이렇게 많은 눈이 지켜보지 않았다면 저 사람들 오늘 이곳을 벗어나지도 못했어요.”김예훈의 담담한 말투에는 살기가 가득했다.그에게는 외국과 은밀히 연락하고 국민을 해치려는 비겁한 자
“영국 사람을 등에 업으면 대단한 사람인 줄 알았어요? 아니면 모든 사람이 어르신처럼 외국인을 언급하면 바로 무릎 꿇을 줄 알았어요?”쨕!말할수록 화가 난 김예훈은 장현준의 뺨을 때려 저 멀리 날려 보냈다.김예훈에게 얻어맞아 얼굴이 퉁퉁 부어오르고 정신이 혼미해진 장현준이 바닥에서 일어나려고 했을 때, 김예훈이 또다시 접근해 오자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났다.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지금 사과할 기회를 드릴게요. 아니면 오늘 갈 생각도 하지 마세요. 내년 오늘이 어르신과 부당주님의 기일일 줄 아세요.”“너...”장현준은 화가 나서 부들부들 떨면서도 얼굴을 부여잡은 채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도 하고싶은 말을 다시 삼킬 수밖에 없었다.비록 이 시대에서는 권력, 힘, 돈, 인맥이 모든 것이라고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주먹이 강한 사람이 승자였다.용현성이 이미 김예훈에게 짓밟힌 것도 모자라 장현준도 뺨을 맞고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장현준은 지금껏 의지해 온 영국이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자 더 이상 김예훈과 맞서지도 못했다.이 순간, 장현준은 깊이 숨을 들이마시면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미안하네.”쨕!“그렇게 사과하는 거 맞아요?”쨕!“영국에서 제대로 가르치지 않던가요?”쨕!“사과는 존중의 의미로 무릎부터 꿇어야 한다는 거 몰라요?”연이은 뺨에 장현준은 비틀거리기 시작했다.그는 분노의 극치에 도달해 표정마저 일그러졌다.손을 쓰고 싶었지만 차마 용기가 없어 어금니를 꽉 깨문 채 떨리는 몸으로 결국 무릎을 꿇었다.“김 회장님, 죄송합니다. 오늘은 제가 잘못했습니다.”장현준 같은 사람은 무릎 꿇는 것이 그렇게 굴욕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그의 인식 속에서는 외국인을 만나면 무릎을 꿇어야 하지만 외국인은 김예훈에게 무릎 꿇을 자격이 없었다.“어르신같이 비겁한 자가 무릎을 꿇는다고 해도 아무런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지만, 저는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거든요.”김예훈은 휴지로 손가락을 닦으면서 담담하게 말했다.“가보세요. 다음부터 저를
장현준은 힘겹게 일어나 숨을 헐떡이며 김예훈과 동하임을 째려보았다.“기다려. 반드시 후회할 날이 올 거야!”그는 가슴에 손을 얹고 맹세했다.“반드시 동씨 가문을 진주 1인자 위치에서 끌어내릴 것이고, 오늘의 행동에 대해 후회하게 할 거야! 나는 전직 총독으로서 그만한 힘을 가지고 있어. 이 일을 영국 황실에 알리면 너희는 끝장이야!”동하임은 피식 웃고 말았다.“영국이요? 저희가 끝장날 거라고요?”김예훈은 서서히 장현준 앞으로 다가가 비웃음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어디 전화해 보세요. 영국에서 어디 저희 대한민국 일에 간섭할 수 있는지. 저희 대한민국은 이미 세계 정상에 서있는데 어르신은 아직도 서양인의 그림자 밑에서 살고 계시네요. 당신 같은 사람이 전직 총독이라고요? 어이가 없어서. 어르신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저 서양인에게 길들어진 개일 뿐이에요.”김예훈은 또 한 번 발로 걷어찼다.장현준은 서양 격투기를 배워서 그런지 반응이 빨라서 김예훈이 발로 차는 순간에 최선을 다해 피했다.하지만 손을 들기도 전에 복부에 통증을 느끼며 의자와 함께 저 멀리 날아가고 말았다.“악!”비명이 퍼져나가고, 장현준은 네 발이 하늘을 향해 뒤집어져 마치 뒤집힌 거북이처럼 초라하기 그지없었다.“얼른 전화해 보세요. 어르신을 지켜줄 수 있는지 어디 한번 지켜보자고요.”김예훈은 피식 웃었다.“어르신께서 말은 힘이 무엇인지 확인해야겠어요.”류서우 등은 이 순간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뻔뻔한 자식. 동하임이 장현준 어르신을 다치게 한 틈을 타 진주에서 존경받는 전직 총독님을 공개적으로 모욕하다니. 정말 완전히 무시하는 거잖아!’“김 회장!”장현준은 힘겹게 일어나 김예훈에게 삿대질하면서 말했다.“감히 나한테 손을 대?”쨕!김예훈은 장현준의 뺨을 때려 바닥에 쓰러뜨렸다.다음 순간, 머리가 세게 바닥에 부딪힌 장현준의 얼굴은 온통 먼지투성이가 되고 말았다.화가 났지만 두려움과 절망감이 앞섰다.충분히 자기도 고수라고 생각했는데 김예훈의 움직임을 전
“너...”용현성은 김예훈을 죽여버리고 싶었지만, 극심한 통증 때문에 어질어질한 상태였다.그는 용문당 집법 부대의 부당주이며 용씨 가문의 사람인데 말이다.그동안 무송과 용문당에서 항상 높은 자리에 있으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를 추앙하고 존경했는지 모른다.그는 어디에서든 자신감이 넘쳤고, 심지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그런데 오늘 김예훈한테 체면이 짓밟힌 것도 모자라 큰 손해를 보게 될 줄 몰랐다.어린놈의 발에 체면과 존엄이 짓밟힌 지금, 용현성은 벽에 머리를 박아 죽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괴로웠다.하지만 김예훈이 또 움직일까 봐 소리치지도 못했다.“보아하니 이제는 사태 파악이 되셨나 보네요.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무슨 말을 하면 안 되는지 아시겠죠?”김예훈은 억울한 표정을 짓고 있는 용현성을 쳐다보고는 그를 발로 차버렸다.“오늘 교훈을 잘 기억하길 바랄게요. 안 그러면 언젠가 터질 정도로 얻어맞을 거니까요. 제가 마음이 약해서 그렇지. 김현민이었다면 진작에 죽었을 거예요. 무송으로 돌아가 집법 부대 사람들한테 알라세요. 앞으로 일을 처리할 때는 옳고 그름을 잘 판단하고 행동하라고요. 일본인의 말에 개처럼 달려오지 말고요. 한 명씩 올 때마다 본때를 보여줄 거니까요. 알겠어요?”용현성은 비틀거리며 일어서서 얼굴은 일그러진 채 처참한 모습으로 분노로 들끓고 있었다.이순간 그는 김예훈에게 도전할 용기가 없어 애써 진정해 보려고 들숨·날숨을 쉬었다.“김 회장, 하임 씨, 정말 너무하는 거 아니야?”용현성이 이 정도로 다친 모습을 보자 장현준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여기가 어디라고. 여긴 국제 대도시인 진주이자 이곳만의 법이 있다고! 전직 총독의 신분으로 요구하는데 당장 당주님께 사과하고 처벌을 받아! 안 그러면 내 한마디로 진주 감옥에서 평생을 보내게 될 줄 알아. 내 말 믿어 안 믿어.”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못 믿겠는데요? 저도 한 말씀 드릴까요? 제 앞에서 나이를 내세우면서 우쭐대면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생
김예훈의 발에 짓밟힌 용현성은 끊임없이 몸부림쳤고, 얼굴에는 발자국과 손자국이 나있는 채로 무척이나 비참한 모습이었다.그는 필사적으로 몸부림쳤지만 김예훈의 발에서 벗어날 수 없었고, 그저 부들부들 떨고만 있었다.많은 사람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비비기도 하고, 꿈인지 생시인지 몰라 자기 뺨을 때리기도 했다.특히 집법 부대 제자들은 하나같이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아무도 김예훈이 이 정도로 대담하게 행동할 줄 몰랐다.용현성의 뺨을 때린 것도 모자라 그의 얼굴을 바닥에 짓밟다니.이는 용문당 장관회의 체면을 짓밟은 것도 모자라 용씨 가문의 체면을 짓밟은 것과도 같았다.모두가 정신이 혼미한 가운데, 장현준이 제일 먼저 반응하고 소리쳤다.“김 회장, 지금 무례하게 뭐하는 짓이야! 감히 당주님을 건드려?”김예훈이 용현성마저 무시할 줄 몰랐는지 류서우는 순간 화가 치밀어올랐다.그녀는 혈기가 솟구쳐 김예훈에 대한 두려움도 잊었다. 이때 그녀의 손짓하나에 한 무리의 집법 부대 제자들이 무기를 꺼내 분노에 차서 앞으로 돌진해 왔다.똑같이 동하임의 손짓에도 동씨 가문 정예 부하들이 사방에서 나와 집법 부대 사람들을 가로막았다.집법 부대 사람들은 의심할 여지 없이 모두 강력한 시력을 갖추고 있었지만, 이곳은 동씨 가문의 구역이라 인원이 더 많은 건 사실이었다.힘이 균형을 이룬 쌍방은 서로 대치 상태에 들어섰다.류서우는 또 한 번 누군가에게 가로막힐 줄 몰랐는지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동하임 씨, 지금 뭐 하자는 거예요?”동하임이 냉랭하게 말했다.“김예훈 도련님을 해치려면 제 시체부터 먼저 밟고 가세요!”“너희들!”류서우는 이 모습을 보면서 어금니를 꽉 깨물더니 김예훈을 노려보면서 말했다.“김 회장님, 당주님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다 함께 묻어버릴 거예요!”김예훈을 직접 베어버리고 싶었지만 동씨 가문 정예 부하들이 너무 많이 도저히 다가갈 수가 없었다.이때 장현준이 기세등등한 말투로 말했다.“김 회장, 하임 씨, 지금 이러는 거, 어떤
이때 용현성의 손짓 한에 몇몇 부하들이 앞으로 나서서 칼을 뽑아 들고 김예훈을 노려보았다.이 장면은 동하임의 얼굴을 순간적으로 어두워지게 했다.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부당주님, 패쪽은 당주님이 저한테 맡긴 거라 누구도 가져갈 수 없고, 저보고 일본인에게 사과하라고요? 가능하다고 생각하세요? 일본인이 저의 사과를 받을 자격이나 있다고 생각하세요?”“왜? 네가 그렇게 대단해?”용현성의 얼굴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김예훈, 내가 너의 다리를 부러뜨리지 않고 일본에 보내는 것으로 끝내는 것도 당주님의 체면을 세워주는 것이야. 그러니까 너무 잘난 척하지 마. 내가 나이 들어서 성격이 좋아져서 다행이지, 젊을 때였으면 너는 이미 머리가 날아가고 온 가족이 살해당했을 거야.”이 순간, 용현성은 언제든지 일어나 김예훈을 한방에 쳐 죽일 것만 같았다.“김 회장, 당주님은 용문당 내부에서 덕망이 높고 권력 있는 분인데 이런 말을 하는 것도 많은 배려를 한 거라고.”장현준은 비꼬는 말투로 말했다.“그러니까 절대 나대지 마. 당주님이 화를 내는 순간 너는 끝장이라고. 회장 패쪽을 내놓아야 할 뿐만 아니라 사과용으로 너의 사지를 부러뜨려 일본에 버릴 거라고. 너의 가족 또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야. 당주님은 단순히 용문당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용씨 가문도 대표하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 대한민국 전국 10대 명문가 중의 하나인 용씨 가문!”장현준은 소파에 편안히 기대어 앉아 말했다.“우리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패쪽을 내놓고 스스로 손발을 묶어. 내가 당주님을 위해 두번째 즐길 거리를 마련했는데 말이야. 당주님이 즐기는 데 방해가 되는 순간 네가 어떻게 수습할지 지켜볼 거야.”류서우도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얼른 패쪽을 내놓고 무릎 꿇고 용서를 빌어요. 아니면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요.”김예훈은 웃으며 말했다.“류서우, 지금 날 협박해?”류서우는 눈가를 파르르 떨긴 했지만, 여전히 냉랭하게 말했다.“그렇게 이해하셔도 좋아요.”류
“나오키가 너를 죽일 수 있었는데 네가 용문당 이름으로 압박하는 바람에 생각에 잠겨있는 틈을 타 습격해서 죽였다는 것도 알아. 김예훈, 너는 정말 얼굴이 너무 두꺼운 거 아니야? 왜 그렇게 염치가 없는 거냐고.”용현성은 김예훈에게 삿대질하면서 화가 잔뜩 나 있었다.김예훈은 멈칫하더니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류서우를 힐끔 쳐다보았다.류서우 뒤에 서 있던 집법 부대 제자들은 김예훈의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에 본능적으로 시선을 피했다.이로써 류서우가 용현성을 데려오기 위해 일부 진실을 숨겼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예를 들어 김예훈이 혼자서 타케이 가문을 모조리 때려눕혔다는 사실을 숨긴 채 김예훈이 용문당을 이용해 타케이 가문을 압박했다고 말했다.만약 용현성이 김예훈이 직접 나오키를 죽였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감히 올 용기도 없었을 것이다.“부 당주님, 한 번만 더 설명해 드릴게요. 타케이 가문은 자결한 것이 맞아요. 용기가 대단해 일본 천황이 큰 상을 내리기로 했다니까요?”김예훈은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이미 진주 사람들이 다 아는 사실이에요. 일본대사관 측에서도 이 주장을 받아들였고요. 부당주님께서 만약 불만이 있으시면 그들을 상대로 소송을 걸어도 좋아요. 소송에서 이기면 다시 이야기해 볼까요?”“너!”용현성은 화가 나서 할 말을 잃었다.‘김예훈 이 자식, 실력 있는 것도 모자라 말솜씨도 대단해.’김예훈이 일본대사관까지 거들먹거려 한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바로 이때, 장현준이 웃으면서 말했다.“김 회장, 어떻게 자결했는지는 김 회장이 나보다 더 잘 알잖아. 동씨 가문이 이 사건에 얼마나 많은 힘을 쏟아부었는지 김 회장도 모를 리가 없잖아. 굳이 밝혀봤자 재미도 없을 것 같고. 실력이 뛰어난 데다 동씨 가문이 뒤를 봐주고 있어서 자신감이 넘치는 거 알아. 하지만 김 회장도 알겠지만, 이 세상에서 많은 일은 단순히 싸우고 죽이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아. 이 바닥에서는 예의를 갖춰야 해.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는데 당주님과 맞서
장현준이 봤을 때 자기가 진주에서 가지고있는 능력과 배경에 용현성의 세력까지 더하면 김예훈을 짓밟아 죽이는 것은 식은 죽 먹기라고 생각했다.어쨌든 본때를 보여주기 전에 중요한 일부터 처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이때 동하임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그러게요. 어르신들, 싸우려고 저희 동씨 가문에 사람을 불러달라고 한 건 아니죠? 먼저 일부터 해결하는 거 어떨까요?”용현성은 그제야 분노가 가라앉는 듯싶었다.하지만 그는 여전히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면서 삿대질했다.“김예훈, 장현준 어르신과 동씨 가문이 네 편을 들어줘서 오늘 운이 좋은 줄 알아. 아니면 내가 뺨 한 대로 너같이 무례한 인생 후배를 죽여버렸을 거야. 그동안 내 손에 죽은 젊은이가 아마도 천명은 안 되어도 팔백 명은 될 거야.”용현성은 오른손 손바닥을 드러내면서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허세 그만 부리시고. 저를 살려주셔서 감사하다고 하면 될까요?”김예훈은 어이가 없었다.“할 말이 있으면 하시고, 없으면 이만 가볼게요. 저는 아직 배가 고파서 야식 먹으러 가려고요.”“너!”한 무리의 집법 부대 제자들은 하나같이 화를 냈다.거만한 사람은 얼마든지 봤어도 이 정도로 거만한 사람은 처음이었다.‘용현성 어르신 체면을 전혀 지켜주지 않네!’“그래. 본론으로 들어가지.”용현성은 이번에는 화를 억누르고 류서우 등을 말리면서 김예훈을 냉랭하게 쳐다보았다.“김예훈, 네가 부산 용문당 회장인 점을 이용해서 진주·밀양에서 함부로 행동하고 사람을 괴롭혔다면서? 심지어 일본 야마구치파도 모자라 타케이 가문까지 죽였다지? 야마구치파에서 이미 연락이 왔어. 용문당에서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으라고. 네가 상대방과 어떤 원한을 가지고 있든, 야마구치파에서 책임을 따지기 시작한 이상 네가 반드시 책임져야 해.”용현성은 위엄이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내가 명령하는데 회장 패쪽을 넘기고 야마구치파에 사과하도록 해! 우리 용문당에서 문제를 일으키지 말고!”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그런
“류서우, 우리 회장님한테 무례하면 안 되지.”장현준이 말했다.김예훈과 동하임을 발견했을 때 멈칫하더니 곧바로 이 두 사람을 알아보았다.비록 첫 만남이었지만 용현성을 응원하러 오는 것이었기에 김예훈의 자료를 미리 확인했었다.장현준은 배시시 웃으면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류서우, 이분은 전설 속의 김예훈 회장이라고 해. 경기도 김 세자라고도 불리는데 신분이 어마어마할 정도라니까. 이런 분은 집법 부대에서 감히 맞설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고.”장현준이 류서우를 꾸짖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 비난의 뜻은 없고 오히려 비꼬는 듯했다.김예훈의 신분을 알고는 있었지만 별로 존중의 뜻은 없었다.진주 사람이 봤을 때 경기도 김세자든 부산 용문당 회장이든 그렇게 대단해 보이지도 않았다.진주에서는 바짝 엎드려 다녀야 한다고 생각했다.이번에 상대해야 할 사람이 눈앞에 서있는 사람인 것을 확인한 용현성은 자연스레 시선을 김예훈에게 돌렸다.류서우의 눈물겨운 호소를 듣고, 사진도 보고, 자료도 확인했지만, 실물을 보니 평범하디 평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옷차림이나 분위기, 모두 다 평범했다.김현민과 비교하면 정말로 하늘과 땅 차이였다.용현성은 김예훈이 류서우 앞에서 어떻게 타케이 가문을 죽였는지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다.이때 용현성이 담담하게 말했다.“류서우, 얼른 우리 김예훈 회장에게 사과해. 이따 시작되기도 전에 회장님이 홧김에 너를 죽여도 난 너를 지켜줄 수 없어.”“하긴, 김 회장님이 막무가내의 사람이라 당주님 앞에서 살인과 방화를 저지르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죠.”류서우는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저 류서우, 회장님께 사과를 드릴게요. 죄송해요.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부디 저를 죽이지 말아주세요. 저 죽기 싫어요.”말 속에 가시가 있고, 비꼬는 말투를 보니 전혀 진심이 담겨있지 않았다.류서우의 말에 집법 부대 제자들도 김예훈을 흘겨보았다.‘이 모양 이 꼴을 하고서 왜 억울한 표정을 짓고 있지? 정말 염치가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