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권수혁도 믿을 수 없다는 시선을 보냈다. 그는 바로 이곳에서 도망치고 싶은 심정이었다.푹. 김예훈이 오른발로 바닥의 쇠 파이프를 차자 날아오른 쇠 파이프가 바로 권수혁의 가슴을 뚫어버렸다. “다 같이 덤벼라!”“덤벼!”그 후, 비명이 얼마간 들리더니 모든 사람들이 바닥에 쓰러졌다. 오직 박동휘만이 떨리는 두 다리로 서 있었다.김예훈은 걸어가 박동휘의 얼굴을 가볍게 두드리며 담담하게 얘기했다.“내가 왜 당신을 살려뒀는지 알아?”“알... 알고 있습니다!”털썩.박동휘는 말을 더듬다가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김 고문님, 제가 보는 눈이 없어서 문제입니다. 감히 김 고문님을 앞에 두고 이런 일을 벌이다니, 다 제 탓입니다. 한 번만 살려주세요!”김예훈은 담담하게 얘기했다.“두 가지 일을 네가 해줘야 해. 첫째, 청별 그룹에 가서 알려. 가져간 것들은 바로 성남에게 돌려줘라고. 그렇지 않으면 내가 끝까지 가서 가져올 거라고. 둘째, 3일 안에 차에 관련한 일을 처리해. 이건 내 아내에게 줄 거니까.”말을 마친 김예훈은 그대로 몸을 돌려 떠났다. 이혁은 이상한 시선으로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가 크게 심호흡하며 평정을 되찾으려고 노력했다.김예훈이 일반인은 아닐 것이라 생각했었지만 이토록 날렵할 줄은 몰랐다.“예훈 형님, 이 형사들은 어떻게 할까요?”이혁은 바닥에 널브러진 형사들을 보며 머리가 아팠다.“가까운 병원으로 이송시켜서 치료받게 해. 난 처리할 일이 있어서. 이따가 갈게.”말을 마친 김예훈은 바로 떠났다....로얄 가든 그룹.정민아가 퇴근하려고 할 때, 주차장에 있는 처음 보는 롤스로이스에 그녀는 조금 놀란 눈치였다.게다가 김예훈이 오후에 이 차를 핑크색으로 도색해서 한눈에 띌 정도였다.“여보, 이건 어디서 가져온 거야?”정민아가 놀라서 물었다.“상대방이 배상한 거야.”김예훈이 담담하게 얘기했다.“뭐? 배상을 해? 그 사람들이 차를 배상할 것 같지는 않았는데?”“맞는 도리로 설득하면 배상을 해주는 거야
이혁은 조급한 표정으로 응급실 앞에서 걸어 다녔다. 그러다 김예훈을 본 그는 낮은 소리로 얘기했다.“예훈 형님, 일이 조금 복잡해졌습니다.”“무슨 일인데?”김예훈이 미간을 찌푸렸다.“사람은 다 데리고 왔어요. 간호사가 돈부터 내라고 해서 돈도 이미 냈고요. 그런데 여태까지 와보는 의사가 단 한 명도 없어요. 제가 여러 번 얘기했지만 여전히 이 상황입니다. 제가 무능해서 죄송합니다. 제 탓입니다, 예훈 형님.”이혁은 죄책감 가득한 표정이었다. 김예훈은 분명 이 일을 잘 해결하도록 자신에게 맡겼을 텐데, 해결하기는커녕 다시 김예훈에게 도움을 청하고 있으니 말이다.김예훈은 손을 뻗어 이혁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이혁에게 잘못은 없다. 다 김예훈이 세심하지 못한 탓이다. 이런 일은 성남 경찰서에 전화하기만 하면 바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조금 전, 레이 리조트에서 일어난 일 때문에 이혁은 마음에 걸려 경찰서에 연락하지 못했다.“내가 처리할게.”김예훈은 바로 간호사들이 있는 곳으로 가서 위급상황을 알리는 버튼을 눌렀다. 3분 동안이나 눌렀지만 여전히 나타나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김예훈은 이혁처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버튼을 눌렀다.그러자 얼마 지나 의사 한 명과 간호사 몇 명이 다가왔다.입을 비죽 내민 여자 의사의 가슴에는 호현주라고 이름이 쓰인 명패가 달려져 있었다. “누가 응급 버튼을 누르고 있는 거예요?! 한 번만 누르면 되는 거 몰라요? 뭐가 그리 급해요? 급하면 먼저 죽어서 다시 태어나든가. 지금 우리 오후 휴식 시간인 거 몰라요?”호현주는 삐딱한 표정으로 소리치고 있었다. 마치 예민함이 극도에 달한 사람 같았다. 간호사들은 옆에 서 있던 이혁을 보고 짜증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 “당신이 계속 응급 버튼을 누른 거예요? 아무리 급한 일이라고 해도 우리 호현주 의사 선생님이 충분히 휴식한 후에 처리하는 게 우리의 규칙이에요! 그것도 모르면서 감히 우리 에드워드 병원에 발을 들여요?!”표정이 어두워진 이
호현주는 뺨을 맞고 바닥에서 몇 바퀴나 굴렀다. 하얀 의사 가운은 어느새 더러워졌다. 얼굴에는 손바닥의 자국이 그대로 나 있었는데 보기 흉측했다. 그녀는 겨우 몸을 움직여 일어나 믿을 수 없다는 시선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에드워드 병원은 해외 투자를 받은 프리미엄 개인 병원이다. 이곳의 사람들은 모두 매너 있고 예의 있는 부자였다.게다가 이 병원 의사들의 기술도 좋으니 에드워드 병원의 명성은 나날이 높아져만 갔다. 하지만 명성이 높아진 후, 호현주와 같은 사람은 부자가 아닌 사람들을 진료하기 싫어했다. 부자가 아니면 그럴 자격도 없다고 생각했다.그러니 이혁과 김예훈 앞에서도 태도가 좋지 않았다.하지만 의사들이 어떤 태도였든지, 여태까지 에드워드 병원 내부에서 이렇게 막 나가는 사람은 없었다. 얼굴을 부여잡은 호현주는 손거울을 꺼내 보더니 소리를 질렀다.“사람을 때려요! 여기 사람이 의사를 때려요! 경비! 경비원은 어딨어!”몇몇 간호사들이 호현주를 에워싸고 김예훈을 가리키며 욕설을 퍼부었다.“어디서 굴러먹다 온 양아치야! 당신은 끝장이야! 당신 지금 큰 실수를 한 거야!”그녀들의 눈에 평범하게 입은 김예훈은 아무것도 아니었다.그런 아무것도 아닌 남자가 감히 고귀한 에드워드 병원의 의사를 때리다니, 무조건 벌을 받아야 한다. “당신 속이 새까만데. 이렇게 더러운 인성으로 감히 의사를 해?”김예훈이 차갑게 웃었다.이런 병원에 계속 있을 이유도 없었다. 김예훈은 이 사람들과 말싸움을 계속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바로 응급실의 대문을 박차고 들어갔다. 조금 놀란 이혁이 움찔거리다가 같이 걸어 들어갔다.김예훈은 침대 위에 누워있는 형사들을 발견했다. 이 형사들의 몸에는 심한 상처들이 가득했는데 다행히 다 찰과상이어서 바로 죽을 정도는 아니었다.이혁이 달려오며 물었다.“예훈 형님, 이제 어떻게 합니까?”김예훈이 얘기했다.“휠체어 몇 개를 찾아 와. 사람을 다 데리고 나간다. 이따가 성남 대병원의 구급차를 부를 테니 사람들을 다
박정옥은 김예훈을 한번 훑어보았다. 그의 옷과 손목에 있는 낡은 시계를 보던 그녀는 차갑게 얘기했다.“모든 경비를 불러와요. 병원에서 일을 벌이는 사람이 있다고 해요. 이건 보너스를 받을 기회라고 얘기하세요.”박정옥은 사람들을 데리고 도도한 표정으로 김예훈 앞에 와서 김예훈을 깔보았다.이혁의 경비 옷을 본 그녀는 더욱 멸시하는 시선으로 그들을 쳐다보았다. 박정옥의 눈에 경비원은 사회의 하층 서민이다. 그러니 경비원과 같이 다니는 사람도 하층 서민일 것이 뻔했다.다친 형사들도 사복을 입고 있으니, 박정옥의 눈에는 그저 몸싸움을 하다가 이곳에 온 양아치나 다름없었다. 그러니 박정옥의 눈에, 이들은 전부 먼지보다 못한 존재들이었다.박정옥은 차가운 시선으로 김예훈과 이혁을 보며 얘기했다.“만약 우리의 의술이나 효율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면 잔말하지 않고 바로 다른 병원으로 이송해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의사의 자격이 없다고요?! 장난하지 마십쇼! 우리 에드워드 병원이 어떤 병원인지 아십니까? 우리는 서울 박씨 가문 명의의 병원입니다. 전국 각지에 우리 병원의 분원이 있어요. 그리고 우리는 항상 뛰어난 기술로 환자들을 진료하고 있어요! 그런데 우리 에드워드 병원의 의사들은 자격이 없다고요? 일부러 에드워드 병원에 와서 일을 벌이는 것은 아닌지 의심되네요. 입만 열면 저희 병원을 모함하려고 드니. 어디에서 나온 용기입니까? 무슨 자격으로 그런 말을 해요?!”차가운 표정의 박정옥이 얘기했다. 그녀도 에드워드 병원에서 일을 벌이는 사람은 처음 봤다. “모함이라니, 이건 사실입니다!”이혁은 화가 났다.“환자를 데리고 온 지 30분이 지났어요. 돈부터 내라고 해서 돈도 일단 냈고요. 하지만 30분이 지날 때까지 의사는커녕 간호사도 나타나지 않았어요! 응급 버튼을 눌렀더니 본인들 오후 휴식 시간이라고 하지 않나?! 당신들이 오후 휴식 시간을 즐기고 있을 때 환자는 아파서 죽어가고 있습니다! 그런 환자를 그대로 내버려 두는 사람들이 어떻게 의사 자격이 있습니까!?”
에드워드 병원이 어떤 곳인가! 이런 하층 서민이 함부로 발을 들일 수 있는 곳인가? 어이가 없었다.화가 난 이혁은 큰 소리로 외쳤다.“정말 법을 우습게 보는군요! 당신들이 어디 의사 같습니까?! 반드시 당신들을 신고할 겁니다!”짝. 박정옥이 앞으로 다가와 바로 이혁의 뺨을 쳤다. 그리고 차갑게 얘기했다.“신고해요! 어디 한번 신고해 봐요! 이렇게 날 위협하면 내가 무서워할 것 같아요?”갑자기 뺨을 맞은 이혁은 놀라서 몸이 굳어버려 그대로 바닥에 쓰러질 뻔했다. 얼굴을 부여잡은 그의 모습은 조금 불쌍할 정도였다.퍽.그와 동시에, 김예훈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앞으로 다가가 박정옥의 배를 걷어찼다.“악!”비명을 지르는 박정옥이 멀리 날아가 버렸다.“사람이 의사를 때려요! 일을 벌이고 있어요!”예쁜 얼굴의 간호사들이 정신을 잃고 소리 지르고 있었다. 표정이 구겨진 경비원들도 놀라서 이 상황을 지켜보았다. 이런 상황이 닥치리라 생각하지 못한 것이 분명했다. 박정옥은 에드워드 병원의 원장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서울 박씨 가문의 사람이었다. 박씨 가문은 언제나 다른 사람들을 버러지 보듯 하며 다른 사람들의 머리 위에 군림하는 것을 좋아했다. 어떤 사람이든지 박정옥 앞에서는 머리를 조아리곤 했다. 전에 어떤 일류 가문의 후계자가 병원에서 박정옥을 성추행했는데 결국 박정옥이 직접 그의 손과 발을 부숴버렸다고 한다. 하지만 그 일류 가문에서는 찍 소리도 내지 못했다고 한다. 박씨 가문이 뒤바쳐주고 있으니 박정옥의 권력은 두말할 것 없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가 하층 서민에게 얻어맞았다. 믿을 수 없는 일이다. 박정옥의 힘과 권력으로는 성남을 흔들어 놓을 수도 있었다. 박정옥뿐만이 아니라 이곳의 경비원들도 김예훈을 바로 때려버릴 수 있었다. 놀란 박정옥은 잠시 굳어버린 채 서 있다가 꿈틀거리며 일어섰다. 그리고 배를 부여잡은 채 분노에 찬 시선으로 김예훈을 노려보며 얘기했다.“네가, 감히 날 때려?! 내가 누군지 알아!?”박정옥은
주변 사람들의 얼굴색이 변하는 것을 본 박정옥의 얼굴에는 의기양양한 표정이 드러났다. 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며 얘기했다.“우리 에드워드 병원의 배후가 바로 서울 4대 도련님 중의 박씨 도련님이야! 감히 그분의 구역에서 나대? 간이 배 밖으로 나왔나? 네가 아니라 경기도 일인자인 하정민이 와도 찍소리 못할 거야! 그러니 지금 당장 무릎 꿇고 사과해. 그리고 2억, 아니 이제는 4억을 배상해. 그렇지 않으면 오늘 일을 평생 후회하게 될 거야!”김예훈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얘기했다.“설마 박씨 도련님이라는 이름 하나만으로 나를 겁줄 생각이었어? 장난하나.”김예훈의 비웃는 표정을 본 박정옥은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과거에 어떤 사람을 만나든지, 그녀가 서울 4대 도련님 중 박씨 도련님의 이름을 꺼내면 상대는 무서워서 줄행랑을 쳤다.하지만 지금 김예훈은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있다.이건 박정옥에게 수치일 뿐만이 아니라 박씨 도련님, 나아가서 박씨 가문에게 수치를 안겨주는 것이다. 박정옥은 이미 화가 나서 김예훈을 가리키며 소리쳤다.“가! 얼른 저 자식을 혼내줘! 숨만 붙어있으면 돼. 나머지는 다 내가 책임 진다.”그 말에 덩치가 큰 경비원 몇십 명이 괴이한 웃음을 지으며 다가왔다. 이혁은 이 상황을 보고 미간을 찌푸리며 얘기했다.“형님, 제가 나서겠습니다.”“내가 나선다. 넌 형사들을 지키고 있어.”김예훈이 한 발 앞으로 나섰다.김예훈이 자발적으로 앞으로 나서자 호현주와 일행들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저 자식은 이제 끝장이야.”다른 간호사들도 말을 붙였다.“당연히 끝장나야죠.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고, 얼마나 무서운지 오늘 알려줘야죠.”가장 앞에 서 있는 경비원은 웃으면서 김예훈에게 얘기했다.“너 이 자식, 감히 우리 구역에서 날뛰어? 눈이 제대로 붙어있지 않고서야 그럴 리가 없는데. 여기는 네가 맞아 죽어도 시체를 거둬줄 사람이 없어.”퍽.경비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김예훈이 주먹을 날렸다.그리고 그 경비원은 그대로
“너... 아직 웃을 때가 아니야.”김예훈이 주먹 한 방으로 이 경비원들을 모두 기절시켰다. 박정옥이 아무리 바보라도 김예훈이 제압하기 힘든 사람이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놀란 그녀는 뒤로 몇 걸음 물러났다. 하지만 정신을 차렸을 때는 자신의 지위가 위협받았다는 생각이 들었다.박정옥은 이를 꽉 깨물고 김예훈을 노려보며 얘기했다.“호현주, 가서 임 부대표님께 연락해. 우리 에드워드 병원에서 감히 날뛰는 사람이 있다고 전해.말을 마친 박정옥은 김예훈을 가리키며 얘기했다.“네가 아무리 강하고 싸움을 잘한다고 해도 경찰서의 사람들까지 때리지는 못하겠지. 얌전히 감옥에 갈 준비나 해.”김예훈은 그 말을 듣고 눈썹을 치켜들었다. 이 박정옥은 정말이지 너무 귀찮은 사람이다. 이런 버러지 같은 사람을 죽이는 데는 흥미가 없었다. 하지만 박정옥의 행위는 계속해서 죽여달라고 목을 들이미는 것과 같았다. 정말 물에 빠져도 입만 동동 뜰 사람이었다.김예훈의 표정을 본 박정옥은 차갑게 웃었다. 그녀는 김예훈이 겁을 먹었다고 생각했다.“무서워? 지금 무릎 꿇고 살려달라고 빌면 용서해 줄게. 그렇지 않으면 남은 생은 감옥에서 보내야 할 거야. 네가 감옥에 들어가기만 하면 살아있는 지옥이 어떤 것인지 보여줄게.”말을 마친 박정옥은 적지 않은 병원의 사람들을 불러왔다. 의사, 간호사 심지어 청소부까지. 하여튼 그렇게 많은 사람들로 복도를 막아버렸다. 이 사람들은 평소에도 의기양양한 태도여서 바닥에 쓰러져 있는 경비원들을 보고도 기세가 사그러 들지 않았다.박정옥은 차갑게 웃으며 얘기했다.“거지 자식, 얼른 무릎 꿇고 사과해. 그렇지 않으면 오늘의 일은 백 배, 천 배로 갚아야 할 거야.”이혁은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다친 형사들을 챙겨주었다.김예훈은 그런 이혁을 보고는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이혁은 확실히 괜찮은 인재이다. 이런 사람에게 더 높은 곳에 오를 기회를 주고 싶었다.하지만 지금은 눈앞의 일을 먼저 처리해야 한다. 김예훈이 박정옥을 보며 담담하게 얘기했
이혁이 걱정하며 얘기했다.“예훈 형님, 경찰서의 사람이 온다면 일이 복잡하게 될 텐데요.”김예훈은 담담하게 웃으면서 얘기했다.“걱정하지 마. 나만 잘 따르면 아무 일도 없을 거다.”이혁은 잠시 굳어버렸다가 다시 하하 웃으며 얘기했다.“당연히 형님이 대단하신 분이라는 걸 알죠. 앞으로 형님만 따르겠습니다. 형님이 죽어라고 하면 죽는시늉까지 할게요.”얼마 지나지 않아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 경찰차 몇 대가 빠르게 병원 입구를 막아버렸다.차 문이 열리고 그곳에서는 제복을 입은 남자들이 걸어 나왔는데 허리춤에는 총알이 담긴 총이 꽂혀 있었다.가장 앞에 선 남자는 하얀 제복을 입고 있었는데 살기를 뿜으며 사람들을 밀쳐내고 박정옥 옆으로 와 물었다.“박 원장님, 누가 병원에서 날뛰고 있다는 게 사실입니까? 도대체 어떤 바보 같은 녀석이, 설마 에드워드 병원의 배후가 누구인지 모르는 겁니까? 신성한 병원에서 마구 날뛰다니. 그런 놈에게는 법의 매운 맛을 보여줘야 합니다.하얀 제복을 입은 남자를 본 박정옥은 환한 얼굴로 웃으면서 얘기했다.“형사 부반장님! 마침 잘 오셨어요! 이 두 양아치들이 우리 병원의 사람들은 의사 자격이 없다고 모욕하고 또 사람까지 때렸어요. 꼭 우리 에드워드 병원을 위해 우리를 지켜주시고 저들은 감옥에 보내야 합니다! 이번 일은 제가 위에 보고할 겁니다!”박정옥은 바로 김예훈을 가리키며 애처로운 여왕처럼 얘기했다.이때 호현주와 일행들도 벌떡 일어나서 하나같이 김예훈을 가리키며 그가 진상 손님이라고, 병원의 규칙을 어겼다고 얘기했다.“뭐라고요? 감히 박 원장님을 때려요? 훤한 대낮에 싸움이라니. 도덕도 없고 법을 지키려는 마음도 없어 보이는군요!”성남 경찰서의 이인자, 부서장인 임성휘가 눈을 무섭게 뜨고 김예훈이 있는 곳으로 걸어왔다.“젊은 사람이 이런 곳에서 날뛰다니. 결과를 감당할 수는 있...”말을 마치지 못한 임성휘의 몸이 그대로 굳더니 얼굴은 공포로 가득 찼다.그리고 겨우 입을 열고 말을 뱉었다.“김...
장현준은 힘겹게 일어나 숨을 헐떡이며 김예훈과 동하임을 째려보았다.“기다려. 반드시 후회할 날이 올 거야!”그는 가슴에 손을 얹고 맹세했다.“반드시 동씨 가문을 진주 1인자 위치에서 끌어내릴 것이고, 오늘의 행동에 대해 후회하게 할 거야! 나는 전직 총독으로서 그만한 힘을 가지고 있어. 이 일을 영국 황실에 알리면 너희는 끝장이야!”동하임은 피식 웃고 말았다.“영국이요? 저희가 끝장날 거라고요?”김예훈은 서서히 장현준 앞으로 다가가 비웃음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어디 전화해 보세요. 영국에서 어디 저희 대한민국 일에 간섭할 수 있는지. 저희 대한민국은 이미 세계 정상에 서있는데 어르신은 아직도 서양인의 그림자 밑에서 살고 계시네요. 당신 같은 사람이 전직 총독이라고요? 어이가 없어서. 어르신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저 서양인에게 길들어진 개일 뿐이에요.”김예훈은 또 한 번 발로 걷어찼다.장현준은 서양 격투기를 배워서 그런지 반응이 빨라서 김예훈이 발로 차는 순간에 최선을 다해 피했다.하지만 손을 들기도 전에 복부에 통증을 느끼며 의자와 함께 저 멀리 날아가고 말았다.“악!”비명이 퍼져나가고, 장현준은 네 발이 하늘을 향해 뒤집어져 마치 뒤집힌 거북이처럼 초라하기 그지없었다.“얼른 전화해 보세요. 어르신을 지켜줄 수 있는지 어디 한번 지켜보자고요.”김예훈은 피식 웃었다.“어르신께서 말은 힘이 무엇인지 확인해야겠어요.”류서우 등은 이 순간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뻔뻔한 자식. 동하임이 장현준 어르신을 다치게 한 틈을 타 진주에서 존경받는 전직 총독님을 공개적으로 모욕하다니. 정말 완전히 무시하는 거잖아!’“김 회장!”장현준은 힘겹게 일어나 김예훈에게 삿대질하면서 말했다.“감히 나한테 손을 대?”쨕!김예훈은 장현준의 뺨을 때려 바닥에 쓰러뜨렸다.다음 순간, 머리가 세게 바닥에 부딪힌 장현준의 얼굴은 온통 먼지투성이가 되고 말았다.화가 났지만 두려움과 절망감이 앞섰다.충분히 자기도 고수라고 생각했는데 김예훈의 움직임을 전
“너...”용현성은 김예훈을 죽여버리고 싶었지만, 극심한 통증 때문에 어질어질한 상태였다.그는 용문당 집법 부대의 부당주이며 용씨 가문의 사람인데 말이다.그동안 무송과 용문당에서 항상 높은 자리에 있으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를 추앙하고 존경했는지 모른다.그는 어디에서든 자신감이 넘쳤고, 심지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그런데 오늘 김예훈한테 체면이 짓밟힌 것도 모자라 큰 손해를 보게 될 줄 몰랐다.어린놈의 발에 체면과 존엄이 짓밟힌 지금, 용현성은 벽에 머리를 박아 죽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괴로웠다.하지만 김예훈이 또 움직일까 봐 소리치지도 못했다.“보아하니 이제는 사태 파악이 되셨나 보네요.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무슨 말을 하면 안 되는지 아시겠죠?”김예훈은 억울한 표정을 짓고 있는 용현성을 쳐다보고는 그를 발로 차버렸다.“오늘 교훈을 잘 기억하길 바랄게요. 안 그러면 언젠가 터질 정도로 얻어맞을 거니까요. 제가 마음이 약해서 그렇지. 김현민이었다면 진작에 죽었을 거예요. 무송으로 돌아가 집법 부대 사람들한테 알라세요. 앞으로 일을 처리할 때는 옳고 그름을 잘 판단하고 행동하라고요. 일본인의 말에 개처럼 달려오지 말고요. 한 명씩 올 때마다 본때를 보여줄 거니까요. 알겠어요?”용현성은 비틀거리며 일어서서 얼굴은 일그러진 채 처참한 모습으로 분노로 들끓고 있었다.이순간 그는 김예훈에게 도전할 용기가 없어 애써 진정해 보려고 들숨·날숨을 쉬었다.“김 회장, 하임 씨, 정말 너무하는 거 아니야?”용현성이 이 정도로 다친 모습을 보자 장현준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여기가 어디라고. 여긴 국제 대도시인 진주이자 이곳만의 법이 있다고! 전직 총독의 신분으로 요구하는데 당장 당주님께 사과하고 처벌을 받아! 안 그러면 내 한마디로 진주 감옥에서 평생을 보내게 될 줄 알아. 내 말 믿어 안 믿어.”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못 믿겠는데요? 저도 한 말씀 드릴까요? 제 앞에서 나이를 내세우면서 우쭐대면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생
김예훈의 발에 짓밟힌 용현성은 끊임없이 몸부림쳤고, 얼굴에는 발자국과 손자국이 나있는 채로 무척이나 비참한 모습이었다.그는 필사적으로 몸부림쳤지만 김예훈의 발에서 벗어날 수 없었고, 그저 부들부들 떨고만 있었다.많은 사람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비비기도 하고, 꿈인지 생시인지 몰라 자기 뺨을 때리기도 했다.특히 집법 부대 제자들은 하나같이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아무도 김예훈이 이 정도로 대담하게 행동할 줄 몰랐다.용현성의 뺨을 때린 것도 모자라 그의 얼굴을 바닥에 짓밟다니.이는 용문당 장관회의 체면을 짓밟은 것도 모자라 용씨 가문의 체면을 짓밟은 것과도 같았다.모두가 정신이 혼미한 가운데, 장현준이 제일 먼저 반응하고 소리쳤다.“김 회장, 지금 무례하게 뭐하는 짓이야! 감히 당주님을 건드려?”김예훈이 용현성마저 무시할 줄 몰랐는지 류서우는 순간 화가 치밀어올랐다.그녀는 혈기가 솟구쳐 김예훈에 대한 두려움도 잊었다. 이때 그녀의 손짓하나에 한 무리의 집법 부대 제자들이 무기를 꺼내 분노에 차서 앞으로 돌진해 왔다.똑같이 동하임의 손짓에도 동씨 가문 정예 부하들이 사방에서 나와 집법 부대 사람들을 가로막았다.집법 부대 사람들은 의심할 여지 없이 모두 강력한 시력을 갖추고 있었지만, 이곳은 동씨 가문의 구역이라 인원이 더 많은 건 사실이었다.힘이 균형을 이룬 쌍방은 서로 대치 상태에 들어섰다.류서우는 또 한 번 누군가에게 가로막힐 줄 몰랐는지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동하임 씨, 지금 뭐 하자는 거예요?”동하임이 냉랭하게 말했다.“김예훈 도련님을 해치려면 제 시체부터 먼저 밟고 가세요!”“너희들!”류서우는 이 모습을 보면서 어금니를 꽉 깨물더니 김예훈을 노려보면서 말했다.“김 회장님, 당주님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다 함께 묻어버릴 거예요!”김예훈을 직접 베어버리고 싶었지만 동씨 가문 정예 부하들이 너무 많이 도저히 다가갈 수가 없었다.이때 장현준이 기세등등한 말투로 말했다.“김 회장, 하임 씨, 지금 이러는 거, 어떤
이때 용현성의 손짓 한에 몇몇 부하들이 앞으로 나서서 칼을 뽑아 들고 김예훈을 노려보았다.이 장면은 동하임의 얼굴을 순간적으로 어두워지게 했다.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부당주님, 패쪽은 당주님이 저한테 맡긴 거라 누구도 가져갈 수 없고, 저보고 일본인에게 사과하라고요? 가능하다고 생각하세요? 일본인이 저의 사과를 받을 자격이나 있다고 생각하세요?”“왜? 네가 그렇게 대단해?”용현성의 얼굴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김예훈, 내가 너의 다리를 부러뜨리지 않고 일본에 보내는 것으로 끝내는 것도 당주님의 체면을 세워주는 것이야. 그러니까 너무 잘난 척하지 마. 내가 나이 들어서 성격이 좋아져서 다행이지, 젊을 때였으면 너는 이미 머리가 날아가고 온 가족이 살해당했을 거야.”이 순간, 용현성은 언제든지 일어나 김예훈을 한방에 쳐 죽일 것만 같았다.“김 회장, 당주님은 용문당 내부에서 덕망이 높고 권력 있는 분인데 이런 말을 하는 것도 많은 배려를 한 거라고.”장현준은 비꼬는 말투로 말했다.“그러니까 절대 나대지 마. 당주님이 화를 내는 순간 너는 끝장이라고. 회장 패쪽을 내놓아야 할 뿐만 아니라 사과용으로 너의 사지를 부러뜨려 일본에 버릴 거라고. 너의 가족 또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야. 당주님은 단순히 용문당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용씨 가문도 대표하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 대한민국 전국 10대 명문가 중의 하나인 용씨 가문!”장현준은 소파에 편안히 기대어 앉아 말했다.“우리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패쪽을 내놓고 스스로 손발을 묶어. 내가 당주님을 위해 두번째 즐길 거리를 마련했는데 말이야. 당주님이 즐기는 데 방해가 되는 순간 네가 어떻게 수습할지 지켜볼 거야.”류서우도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얼른 패쪽을 내놓고 무릎 꿇고 용서를 빌어요. 아니면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요.”김예훈은 웃으며 말했다.“류서우, 지금 날 협박해?”류서우는 눈가를 파르르 떨긴 했지만, 여전히 냉랭하게 말했다.“그렇게 이해하셔도 좋아요.”류
“나오키가 너를 죽일 수 있었는데 네가 용문당 이름으로 압박하는 바람에 생각에 잠겨있는 틈을 타 습격해서 죽였다는 것도 알아. 김예훈, 너는 정말 얼굴이 너무 두꺼운 거 아니야? 왜 그렇게 염치가 없는 거냐고.”용현성은 김예훈에게 삿대질하면서 화가 잔뜩 나 있었다.김예훈은 멈칫하더니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류서우를 힐끔 쳐다보았다.류서우 뒤에 서 있던 집법 부대 제자들은 김예훈의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에 본능적으로 시선을 피했다.이로써 류서우가 용현성을 데려오기 위해 일부 진실을 숨겼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예를 들어 김예훈이 혼자서 타케이 가문을 모조리 때려눕혔다는 사실을 숨긴 채 김예훈이 용문당을 이용해 타케이 가문을 압박했다고 말했다.만약 용현성이 김예훈이 직접 나오키를 죽였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감히 올 용기도 없었을 것이다.“부 당주님, 한 번만 더 설명해 드릴게요. 타케이 가문은 자결한 것이 맞아요. 용기가 대단해 일본 천황이 큰 상을 내리기로 했다니까요?”김예훈은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이미 진주 사람들이 다 아는 사실이에요. 일본대사관 측에서도 이 주장을 받아들였고요. 부당주님께서 만약 불만이 있으시면 그들을 상대로 소송을 걸어도 좋아요. 소송에서 이기면 다시 이야기해 볼까요?”“너!”용현성은 화가 나서 할 말을 잃었다.‘김예훈 이 자식, 실력 있는 것도 모자라 말솜씨도 대단해.’김예훈이 일본대사관까지 거들먹거려 한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바로 이때, 장현준이 웃으면서 말했다.“김 회장, 어떻게 자결했는지는 김 회장이 나보다 더 잘 알잖아. 동씨 가문이 이 사건에 얼마나 많은 힘을 쏟아부었는지 김 회장도 모를 리가 없잖아. 굳이 밝혀봤자 재미도 없을 것 같고. 실력이 뛰어난 데다 동씨 가문이 뒤를 봐주고 있어서 자신감이 넘치는 거 알아. 하지만 김 회장도 알겠지만, 이 세상에서 많은 일은 단순히 싸우고 죽이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아. 이 바닥에서는 예의를 갖춰야 해.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는데 당주님과 맞서
장현준이 봤을 때 자기가 진주에서 가지고있는 능력과 배경에 용현성의 세력까지 더하면 김예훈을 짓밟아 죽이는 것은 식은 죽 먹기라고 생각했다.어쨌든 본때를 보여주기 전에 중요한 일부터 처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이때 동하임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그러게요. 어르신들, 싸우려고 저희 동씨 가문에 사람을 불러달라고 한 건 아니죠? 먼저 일부터 해결하는 거 어떨까요?”용현성은 그제야 분노가 가라앉는 듯싶었다.하지만 그는 여전히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면서 삿대질했다.“김예훈, 장현준 어르신과 동씨 가문이 네 편을 들어줘서 오늘 운이 좋은 줄 알아. 아니면 내가 뺨 한 대로 너같이 무례한 인생 후배를 죽여버렸을 거야. 그동안 내 손에 죽은 젊은이가 아마도 천명은 안 되어도 팔백 명은 될 거야.”용현성은 오른손 손바닥을 드러내면서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허세 그만 부리시고. 저를 살려주셔서 감사하다고 하면 될까요?”김예훈은 어이가 없었다.“할 말이 있으면 하시고, 없으면 이만 가볼게요. 저는 아직 배가 고파서 야식 먹으러 가려고요.”“너!”한 무리의 집법 부대 제자들은 하나같이 화를 냈다.거만한 사람은 얼마든지 봤어도 이 정도로 거만한 사람은 처음이었다.‘용현성 어르신 체면을 전혀 지켜주지 않네!’“그래. 본론으로 들어가지.”용현성은 이번에는 화를 억누르고 류서우 등을 말리면서 김예훈을 냉랭하게 쳐다보았다.“김예훈, 네가 부산 용문당 회장인 점을 이용해서 진주·밀양에서 함부로 행동하고 사람을 괴롭혔다면서? 심지어 일본 야마구치파도 모자라 타케이 가문까지 죽였다지? 야마구치파에서 이미 연락이 왔어. 용문당에서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으라고. 네가 상대방과 어떤 원한을 가지고 있든, 야마구치파에서 책임을 따지기 시작한 이상 네가 반드시 책임져야 해.”용현성은 위엄이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내가 명령하는데 회장 패쪽을 넘기고 야마구치파에 사과하도록 해! 우리 용문당에서 문제를 일으키지 말고!”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그런
“류서우, 우리 회장님한테 무례하면 안 되지.”장현준이 말했다.김예훈과 동하임을 발견했을 때 멈칫하더니 곧바로 이 두 사람을 알아보았다.비록 첫 만남이었지만 용현성을 응원하러 오는 것이었기에 김예훈의 자료를 미리 확인했었다.장현준은 배시시 웃으면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류서우, 이분은 전설 속의 김예훈 회장이라고 해. 경기도 김 세자라고도 불리는데 신분이 어마어마할 정도라니까. 이런 분은 집법 부대에서 감히 맞설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고.”장현준이 류서우를 꾸짖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 비난의 뜻은 없고 오히려 비꼬는 듯했다.김예훈의 신분을 알고는 있었지만 별로 존중의 뜻은 없었다.진주 사람이 봤을 때 경기도 김세자든 부산 용문당 회장이든 그렇게 대단해 보이지도 않았다.진주에서는 바짝 엎드려 다녀야 한다고 생각했다.이번에 상대해야 할 사람이 눈앞에 서있는 사람인 것을 확인한 용현성은 자연스레 시선을 김예훈에게 돌렸다.류서우의 눈물겨운 호소를 듣고, 사진도 보고, 자료도 확인했지만, 실물을 보니 평범하디 평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옷차림이나 분위기, 모두 다 평범했다.김현민과 비교하면 정말로 하늘과 땅 차이였다.용현성은 김예훈이 류서우 앞에서 어떻게 타케이 가문을 죽였는지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다.이때 용현성이 담담하게 말했다.“류서우, 얼른 우리 김예훈 회장에게 사과해. 이따 시작되기도 전에 회장님이 홧김에 너를 죽여도 난 너를 지켜줄 수 없어.”“하긴, 김 회장님이 막무가내의 사람이라 당주님 앞에서 살인과 방화를 저지르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죠.”류서우는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저 류서우, 회장님께 사과를 드릴게요. 죄송해요.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부디 저를 죽이지 말아주세요. 저 죽기 싫어요.”말 속에 가시가 있고, 비꼬는 말투를 보니 전혀 진심이 담겨있지 않았다.류서우의 말에 집법 부대 제자들도 김예훈을 흘겨보았다.‘이 모양 이 꼴을 하고서 왜 억울한 표정을 짓고 있지? 정말 염치가 없
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영국 황실에서 일했다고요? 황실 공주도 제 앞에서 체면을 세우지 못하는데 하인 주제에 내 앞에서 나이가 많다고 꼰대 짓을 하다니. 저는 절대 체면을 세워주지 않을 거예요.”김예훈은 말을 마치고 먼저 앞으로 걸어갔다.이 둘은 곧 엘리베이터를 타고 제일 꼭대기에 있는 공중 화원에 도착했다.150평 정도 되는 이곳에는 사방이 푸르른 식물로 둘러싸여 있었다.가장 가운데는 60평 정도의 회의실이 있었는데 벽에는 유명한 화가가 그린 그림도 걸려있었고, 주위에는 온통 고급 목재로 만들어진 가구들이 배치되어 있었다.우아하게 꾸며진 이곳은 꽤 정교하여 보기 드문 곳이었다.하지만 그렇게 정교하던 회의실이 지금은 엉망이었다.비싼 소파와 테이블은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고, 바닥에는 유리 조각들도 널려있었다.그 중심에는 두 명의 노인이 앉아있었다.한 명은 삼베옷을 입고, 수염과 머리가 하얗고, 네모난 얼굴에 위엄이 가득한 용현성이었다.다른 한 명은 외국인으로 턱시도를 입고 눈이 움푹 들어가 있었다. 살짝 술에 취한 것 같은데 그래도 기품은 좋았다.이 사람은 바로 총독을 하기도 하고 영국 황실에서 일했던 장현준이었다.그들의 뒤에는 열몇 명의 사람이 서 있었는데 가장 앞에 서있는 사람은 류서우였다.보아하니 모두 집법 부대의 사람들인 것 같았다.하나같이 태도가 거만하고 콧대가 높은 것이 다른 사람은 안중에도 없었다.특히 류서우는 용현성이 뒤를 봐주자, 모든 사람을 무시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이런 제기랄. 김예훈이랑 동하임은 왜 아직도 안 오는 거야.”이때 누군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장현준은 동씨 가문 하인인 줄 알고 욕설을 퍼부었다.“우리가 누군지 모르는 거야? 우리를 십몇 분이나 기다리게 해놓고,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아나 봐.”장현준은 진주 1인자 포스를 풍기면서 차가운 표정으로 질문했다.“동씨 가문 사람들은 예의를 모르나? 그리고 김예훈이라는 놈은 자기 분수도 모르나 봐. 내가 오는 줄 알았으면 미리 와서 기다렸어야
김예훈이 놀라며 말했다.“대한민국 전국 10대 명문가 중의 하나인 용씨 가문의 사람이라고요?”동하임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서 좀 복잡하다는 거예요. 용씨 성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용문당 당주님과 같은 연배라 심지어 당주님이 형이라고 부른다고 했어요.”김예훈은 피식 웃고 말았다.“재밌네요. 당주님의 형님이 집법 부대 부당주님이라니. 관계가 복잡하긴 하네요.”“그런데 류서우 씨가 그분을 총알받이로 이용하려고 하고 있어요. 제가 집법 부대의 체면을 세워줄 리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면 평화를 위해서 가장 먼저 깃발부터 내려고 소란을 멈춰야 했지만 순진한 사람이더라고요. 용현성 같은 사람이 짓밟을 수 있었다면 저는 이미 몇 번이고 죽었을 거예요.”김예훈이 무표정으로 담담하게 말했다.“보아하니 류서우 씨 아직 수준이 낮은 것 같네요. 용문당 류씨 가문도 별거 없네요.”동하임이 한숨을 내쉬었다.“말은 이렇게 해도 조심하는 것이 좋을 거예요. 류서우 씨는 무시해도 용현성 씨는 젊은 시절에 진주를 휩쓸고 다니면서 인맥이 아주 넓거든요. 용문당 권력자들도 깍듯이 대할 정도라니까요. 진주·밀양 용문당 수장도 겸손한 것 같아 보여도 진주·밀양 지리적 위치 때문에 그러는 거예요. 용현성 씨가 체면을 차리지 않고 진주·밀양 용문당 수장의 인력을 직접 끌어와서 도련님을 상대하는 것도 아주 복잡한 일이에요.”동하임은 계속해서 말했다.“그런데 도련님께서는 안심하셔도 돼요. 저희 동씨 가문은 어떻게든 도련님 편에 서 있을 거니까요.”김예훈은 고개를 돌리며 웃었다.“하임 씨, 걱정하지 마세요. 삼촌인 저만 믿으세요.”동하임은 흰자를 뒤집긴 해도 그의 자신감에 정신이 황홀해지는 느낌이었다.유럽 여자들은 감정에 있어서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는데 동하임도 반쯤 유럽인이라 그런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하지만 이전에 김예훈의 자료를 본 적 있는데 이미 그에게 아내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늘 감정에 있어서 적극적이던 동하임은 아쉬울 따름이다.‘이런 사람은 김현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