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 옆에 있던 태권도 검은띠 8단의 인도 고수들은 더는 참지 못했다.갑자기 세 명이 나타나더니 김예훈을 향해 발차기를 날렸다.“죽여버릴 거야! 내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너를 죽여버릴 거야!”세 명의 태권도 고수들은 이미 준비를 마친 듯했다. 그리고 그들은 김예훈에게 죽임을 당할 수도 있다는 각오를 했다.김예훈을 죽일 수만 있다면 그들은 몸을 던질 생각이었다.권수혁이 그 모습을 보더니 실눈을 뜨고는 그들을 말리지 않았다.그도 김예훈이 죽기를 바랐기 때문이다.세 사람이 김예훈에게 덮치기도 전에 김예훈은 오른발을 휘두르더니, ‘쿵쿵쿵’ 소리와 함께 세 사람이 멀리 날아가고는 피를 토했다. 너무나도 처참히 패배했다.“푸흡!”세 사람은 허우적거리며 바닥에서 몸을 일으키고는 믿을 수 없는 얼굴을 보였다.그들은 모두 태권도 검은띠 8단 고수들이었다.그런데 그런 그들이 김예훈의 한 방도 견뎌내지 못하다니.세 사람은 다시 자리에서 일어서려고 했는데 김예훈은 이미 그들 앞에 다가가고는 다시 한번 오른 다리를 뻗었다.“퍽!”이번에는 세 사람의 가슴뼈가 부러졌다. 그들은 모두 땅바닥에 뒹굴면서 비명을 질렀다.박동휘를 비롯한 사람들은 그 모습을 지켜보더니 등골이 오싹했다.그들의 안색은 모두 어두워졌다.김예훈은 그들이 상상한 이상으로 무서운 실력을 갖추고 있는 듯했다.세 명의 태권도 고수들은 모두 겁에 질린 얼굴을 보였다.그들은 그래도 인도를 휩쓸고 다니던 인물들이었다. 하지만 김예훈 앞에서 공격 한 번 펼쳐보지 못하다니.김예훈에 대한 원한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고, 지금은 오직 두려운 감정만이 남았다.나머지 열댓 명의 태권도 검은띠 8단 고수들은 섣불리 움직이지 못했다. 그들은 그저 어금니를 깨물며 김예훈을 뚫어지게 바라볼 뿐이었다.“아직도 안 꺼져? 내가 죽일 때까지 기다릴 거야?”김예훈이 덤덤하게 말했다.“난 오늘 배상 받으러 온 거지, 사람 죽이러 온 거 아니라니까. 그러니까 다행인 줄 알아.”김예훈이 덤덤한 어조로 사실을 말
“당신의 지위와 당신의 나라가 결정한 거야. 당신은 어떻게 기어올라도 결국은 내 발바닥 아래라고. 김예훈, 너 두고 봐. 내가 반드시 널 죽이고 말 테니까! 널 죽이지 못한다면 네 아내부터 죽이고 네 처제를 죽이고 네 온 가족을 죽일 거다!”이성택은 더 이상 생각해 낼 수 있는 방법이 없었지만 그의 말투는 여전히 자신감이 넘쳤다.고작 한국에서! 고작 한국인이! 감히 위대한 인도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닌 한국이! 그리고 박동휘를 포함한 청별 그룹의 임원들도 다 차가운 얼굴로 김예훈을 보고 있었다. 지금의 김예훈은 이성택의 수족을 다 쳐낼 정도로 기세가 가득하지만 결국 목숨까지는 가져가지 못하는 겁쟁이였다. 청별 그룹 사람들이 더욱 불리한 모습이었지만 김예훈이 화를 억누르는 모습을 보니 그들은 속이 좀 편해진 기분이었다.몸을 돌린 김예훈은 이성택을 쳐다보며 말했다.“내 아내와 처제, 내 가족을 건드리겠다고?”“그래, 네 가족을 건드릴 거야!”이성택은 광기 어린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며 저주를 퍼부으며 화를 냈다.“너는 싸움도 잘하고 뒷배도 대단해서 너를 건드리기는 힘들지만 네 가족은 그렇지 않지. 네가 그들 곁에 항상 있어 줄 건 아니잖아? 사람을 시켜서 가족들을 지키려고 해도, 그 사람들이 과연 너만큼 대단할까? 네 가족이 혼자 있을 때가 없을까? 한눈을 팔 때가 없을까? 지금부터 나는 그 기회를 노려서 직접 그들을 죽여버릴 거야!”이성택은 이미 이성을 잃은 지 오래되었다. 그는 오늘 처음으로 이렇게 큰 고통을 느꼈고 체면까지 다 구겨졌다. 그가 믿던 8대 천왕 중 권수혁도 이미 패배했다. 그토록 오만하던 이성택이 이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지금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얼마 남지 않은 자존심을 지키는 것이다. 하지만 그의 말도 틀린 것은 아니었다. 김예훈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그의 가족 곁에 24시간 붙어 있을 수는 없었다. 그러니 이성택이 손을 쓸 기회는 적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청별 그룹의 힘으로는 정민아와 임은숙
“너!”권수혁도 믿을 수 없다는 시선을 보냈다. 그는 바로 이곳에서 도망치고 싶은 심정이었다.푹. 김예훈이 오른발로 바닥의 쇠 파이프를 차자 날아오른 쇠 파이프가 바로 권수혁의 가슴을 뚫어버렸다. “다 같이 덤벼라!”“덤벼!”그 후, 비명이 얼마간 들리더니 모든 사람들이 바닥에 쓰러졌다. 오직 박동휘만이 떨리는 두 다리로 서 있었다.김예훈은 걸어가 박동휘의 얼굴을 가볍게 두드리며 담담하게 얘기했다.“내가 왜 당신을 살려뒀는지 알아?”“알... 알고 있습니다!”털썩.박동휘는 말을 더듬다가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김 고문님, 제가 보는 눈이 없어서 문제입니다. 감히 김 고문님을 앞에 두고 이런 일을 벌이다니, 다 제 탓입니다. 한 번만 살려주세요!”김예훈은 담담하게 얘기했다.“두 가지 일을 네가 해줘야 해. 첫째, 청별 그룹에 가서 알려. 가져간 것들은 바로 성남에게 돌려줘라고. 그렇지 않으면 내가 끝까지 가서 가져올 거라고. 둘째, 3일 안에 차에 관련한 일을 처리해. 이건 내 아내에게 줄 거니까.”말을 마친 김예훈은 그대로 몸을 돌려 떠났다. 이혁은 이상한 시선으로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가 크게 심호흡하며 평정을 되찾으려고 노력했다.김예훈이 일반인은 아닐 것이라 생각했었지만 이토록 날렵할 줄은 몰랐다.“예훈 형님, 이 형사들은 어떻게 할까요?”이혁은 바닥에 널브러진 형사들을 보며 머리가 아팠다.“가까운 병원으로 이송시켜서 치료받게 해. 난 처리할 일이 있어서. 이따가 갈게.”말을 마친 김예훈은 바로 떠났다....로얄 가든 그룹.정민아가 퇴근하려고 할 때, 주차장에 있는 처음 보는 롤스로이스에 그녀는 조금 놀란 눈치였다.게다가 김예훈이 오후에 이 차를 핑크색으로 도색해서 한눈에 띌 정도였다.“여보, 이건 어디서 가져온 거야?”정민아가 놀라서 물었다.“상대방이 배상한 거야.”김예훈이 담담하게 얘기했다.“뭐? 배상을 해? 그 사람들이 차를 배상할 것 같지는 않았는데?”“맞는 도리로 설득하면 배상을 해주는 거야
이혁은 조급한 표정으로 응급실 앞에서 걸어 다녔다. 그러다 김예훈을 본 그는 낮은 소리로 얘기했다.“예훈 형님, 일이 조금 복잡해졌습니다.”“무슨 일인데?”김예훈이 미간을 찌푸렸다.“사람은 다 데리고 왔어요. 간호사가 돈부터 내라고 해서 돈도 이미 냈고요. 그런데 여태까지 와보는 의사가 단 한 명도 없어요. 제가 여러 번 얘기했지만 여전히 이 상황입니다. 제가 무능해서 죄송합니다. 제 탓입니다, 예훈 형님.”이혁은 죄책감 가득한 표정이었다. 김예훈은 분명 이 일을 잘 해결하도록 자신에게 맡겼을 텐데, 해결하기는커녕 다시 김예훈에게 도움을 청하고 있으니 말이다.김예훈은 손을 뻗어 이혁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이혁에게 잘못은 없다. 다 김예훈이 세심하지 못한 탓이다. 이런 일은 성남 경찰서에 전화하기만 하면 바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조금 전, 레이 리조트에서 일어난 일 때문에 이혁은 마음에 걸려 경찰서에 연락하지 못했다.“내가 처리할게.”김예훈은 바로 간호사들이 있는 곳으로 가서 위급상황을 알리는 버튼을 눌렀다. 3분 동안이나 눌렀지만 여전히 나타나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김예훈은 이혁처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버튼을 눌렀다.그러자 얼마 지나 의사 한 명과 간호사 몇 명이 다가왔다.입을 비죽 내민 여자 의사의 가슴에는 호현주라고 이름이 쓰인 명패가 달려져 있었다. “누가 응급 버튼을 누르고 있는 거예요?! 한 번만 누르면 되는 거 몰라요? 뭐가 그리 급해요? 급하면 먼저 죽어서 다시 태어나든가. 지금 우리 오후 휴식 시간인 거 몰라요?”호현주는 삐딱한 표정으로 소리치고 있었다. 마치 예민함이 극도에 달한 사람 같았다. 간호사들은 옆에 서 있던 이혁을 보고 짜증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 “당신이 계속 응급 버튼을 누른 거예요? 아무리 급한 일이라고 해도 우리 호현주 의사 선생님이 충분히 휴식한 후에 처리하는 게 우리의 규칙이에요! 그것도 모르면서 감히 우리 에드워드 병원에 발을 들여요?!”표정이 어두워진 이
호현주는 뺨을 맞고 바닥에서 몇 바퀴나 굴렀다. 하얀 의사 가운은 어느새 더러워졌다. 얼굴에는 손바닥의 자국이 그대로 나 있었는데 보기 흉측했다. 그녀는 겨우 몸을 움직여 일어나 믿을 수 없다는 시선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에드워드 병원은 해외 투자를 받은 프리미엄 개인 병원이다. 이곳의 사람들은 모두 매너 있고 예의 있는 부자였다.게다가 이 병원 의사들의 기술도 좋으니 에드워드 병원의 명성은 나날이 높아져만 갔다. 하지만 명성이 높아진 후, 호현주와 같은 사람은 부자가 아닌 사람들을 진료하기 싫어했다. 부자가 아니면 그럴 자격도 없다고 생각했다.그러니 이혁과 김예훈 앞에서도 태도가 좋지 않았다.하지만 의사들이 어떤 태도였든지, 여태까지 에드워드 병원 내부에서 이렇게 막 나가는 사람은 없었다. 얼굴을 부여잡은 호현주는 손거울을 꺼내 보더니 소리를 질렀다.“사람을 때려요! 여기 사람이 의사를 때려요! 경비! 경비원은 어딨어!”몇몇 간호사들이 호현주를 에워싸고 김예훈을 가리키며 욕설을 퍼부었다.“어디서 굴러먹다 온 양아치야! 당신은 끝장이야! 당신 지금 큰 실수를 한 거야!”그녀들의 눈에 평범하게 입은 김예훈은 아무것도 아니었다.그런 아무것도 아닌 남자가 감히 고귀한 에드워드 병원의 의사를 때리다니, 무조건 벌을 받아야 한다. “당신 속이 새까만데. 이렇게 더러운 인성으로 감히 의사를 해?”김예훈이 차갑게 웃었다.이런 병원에 계속 있을 이유도 없었다. 김예훈은 이 사람들과 말싸움을 계속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바로 응급실의 대문을 박차고 들어갔다. 조금 놀란 이혁이 움찔거리다가 같이 걸어 들어갔다.김예훈은 침대 위에 누워있는 형사들을 발견했다. 이 형사들의 몸에는 심한 상처들이 가득했는데 다행히 다 찰과상이어서 바로 죽을 정도는 아니었다.이혁이 달려오며 물었다.“예훈 형님, 이제 어떻게 합니까?”김예훈이 얘기했다.“휠체어 몇 개를 찾아 와. 사람을 다 데리고 나간다. 이따가 성남 대병원의 구급차를 부를 테니 사람들을 다
박정옥은 김예훈을 한번 훑어보았다. 그의 옷과 손목에 있는 낡은 시계를 보던 그녀는 차갑게 얘기했다.“모든 경비를 불러와요. 병원에서 일을 벌이는 사람이 있다고 해요. 이건 보너스를 받을 기회라고 얘기하세요.”박정옥은 사람들을 데리고 도도한 표정으로 김예훈 앞에 와서 김예훈을 깔보았다.이혁의 경비 옷을 본 그녀는 더욱 멸시하는 시선으로 그들을 쳐다보았다. 박정옥의 눈에 경비원은 사회의 하층 서민이다. 그러니 경비원과 같이 다니는 사람도 하층 서민일 것이 뻔했다.다친 형사들도 사복을 입고 있으니, 박정옥의 눈에는 그저 몸싸움을 하다가 이곳에 온 양아치나 다름없었다. 그러니 박정옥의 눈에, 이들은 전부 먼지보다 못한 존재들이었다.박정옥은 차가운 시선으로 김예훈과 이혁을 보며 얘기했다.“만약 우리의 의술이나 효율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면 잔말하지 않고 바로 다른 병원으로 이송해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의사의 자격이 없다고요?! 장난하지 마십쇼! 우리 에드워드 병원이 어떤 병원인지 아십니까? 우리는 서울 박씨 가문 명의의 병원입니다. 전국 각지에 우리 병원의 분원이 있어요. 그리고 우리는 항상 뛰어난 기술로 환자들을 진료하고 있어요! 그런데 우리 에드워드 병원의 의사들은 자격이 없다고요? 일부러 에드워드 병원에 와서 일을 벌이는 것은 아닌지 의심되네요. 입만 열면 저희 병원을 모함하려고 드니. 어디에서 나온 용기입니까? 무슨 자격으로 그런 말을 해요?!”차가운 표정의 박정옥이 얘기했다. 그녀도 에드워드 병원에서 일을 벌이는 사람은 처음 봤다. “모함이라니, 이건 사실입니다!”이혁은 화가 났다.“환자를 데리고 온 지 30분이 지났어요. 돈부터 내라고 해서 돈도 일단 냈고요. 하지만 30분이 지날 때까지 의사는커녕 간호사도 나타나지 않았어요! 응급 버튼을 눌렀더니 본인들 오후 휴식 시간이라고 하지 않나?! 당신들이 오후 휴식 시간을 즐기고 있을 때 환자는 아파서 죽어가고 있습니다! 그런 환자를 그대로 내버려 두는 사람들이 어떻게 의사 자격이 있습니까!?”
에드워드 병원이 어떤 곳인가! 이런 하층 서민이 함부로 발을 들일 수 있는 곳인가? 어이가 없었다.화가 난 이혁은 큰 소리로 외쳤다.“정말 법을 우습게 보는군요! 당신들이 어디 의사 같습니까?! 반드시 당신들을 신고할 겁니다!”짝. 박정옥이 앞으로 다가와 바로 이혁의 뺨을 쳤다. 그리고 차갑게 얘기했다.“신고해요! 어디 한번 신고해 봐요! 이렇게 날 위협하면 내가 무서워할 것 같아요?”갑자기 뺨을 맞은 이혁은 놀라서 몸이 굳어버려 그대로 바닥에 쓰러질 뻔했다. 얼굴을 부여잡은 그의 모습은 조금 불쌍할 정도였다.퍽.그와 동시에, 김예훈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앞으로 다가가 박정옥의 배를 걷어찼다.“악!”비명을 지르는 박정옥이 멀리 날아가 버렸다.“사람이 의사를 때려요! 일을 벌이고 있어요!”예쁜 얼굴의 간호사들이 정신을 잃고 소리 지르고 있었다. 표정이 구겨진 경비원들도 놀라서 이 상황을 지켜보았다. 이런 상황이 닥치리라 생각하지 못한 것이 분명했다. 박정옥은 에드워드 병원의 원장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서울 박씨 가문의 사람이었다. 박씨 가문은 언제나 다른 사람들을 버러지 보듯 하며 다른 사람들의 머리 위에 군림하는 것을 좋아했다. 어떤 사람이든지 박정옥 앞에서는 머리를 조아리곤 했다. 전에 어떤 일류 가문의 후계자가 병원에서 박정옥을 성추행했는데 결국 박정옥이 직접 그의 손과 발을 부숴버렸다고 한다. 하지만 그 일류 가문에서는 찍 소리도 내지 못했다고 한다. 박씨 가문이 뒤바쳐주고 있으니 박정옥의 권력은 두말할 것 없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가 하층 서민에게 얻어맞았다. 믿을 수 없는 일이다. 박정옥의 힘과 권력으로는 성남을 흔들어 놓을 수도 있었다. 박정옥뿐만이 아니라 이곳의 경비원들도 김예훈을 바로 때려버릴 수 있었다. 놀란 박정옥은 잠시 굳어버린 채 서 있다가 꿈틀거리며 일어섰다. 그리고 배를 부여잡은 채 분노에 찬 시선으로 김예훈을 노려보며 얘기했다.“네가, 감히 날 때려?! 내가 누군지 알아!?”박정옥은
주변 사람들의 얼굴색이 변하는 것을 본 박정옥의 얼굴에는 의기양양한 표정이 드러났다. 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며 얘기했다.“우리 에드워드 병원의 배후가 바로 서울 4대 도련님 중의 박씨 도련님이야! 감히 그분의 구역에서 나대? 간이 배 밖으로 나왔나? 네가 아니라 경기도 일인자인 하정민이 와도 찍소리 못할 거야! 그러니 지금 당장 무릎 꿇고 사과해. 그리고 2억, 아니 이제는 4억을 배상해. 그렇지 않으면 오늘 일을 평생 후회하게 될 거야!”김예훈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얘기했다.“설마 박씨 도련님이라는 이름 하나만으로 나를 겁줄 생각이었어? 장난하나.”김예훈의 비웃는 표정을 본 박정옥은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과거에 어떤 사람을 만나든지, 그녀가 서울 4대 도련님 중 박씨 도련님의 이름을 꺼내면 상대는 무서워서 줄행랑을 쳤다.하지만 지금 김예훈은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있다.이건 박정옥에게 수치일 뿐만이 아니라 박씨 도련님, 나아가서 박씨 가문에게 수치를 안겨주는 것이다. 박정옥은 이미 화가 나서 김예훈을 가리키며 소리쳤다.“가! 얼른 저 자식을 혼내줘! 숨만 붙어있으면 돼. 나머지는 다 내가 책임 진다.”그 말에 덩치가 큰 경비원 몇십 명이 괴이한 웃음을 지으며 다가왔다. 이혁은 이 상황을 보고 미간을 찌푸리며 얘기했다.“형님, 제가 나서겠습니다.”“내가 나선다. 넌 형사들을 지키고 있어.”김예훈이 한 발 앞으로 나섰다.김예훈이 자발적으로 앞으로 나서자 호현주와 일행들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저 자식은 이제 끝장이야.”다른 간호사들도 말을 붙였다.“당연히 끝장나야죠.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고, 얼마나 무서운지 오늘 알려줘야죠.”가장 앞에 서 있는 경비원은 웃으면서 김예훈에게 얘기했다.“너 이 자식, 감히 우리 구역에서 날뛰어? 눈이 제대로 붙어있지 않고서야 그럴 리가 없는데. 여기는 네가 맞아 죽어도 시체를 거둬줄 사람이 없어.”퍽.경비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김예훈이 주먹을 날렸다.그리고 그 경비원은 그대로
양상철이 덤덤하게 말했다.“일본인이 말 잘하는 걸로 유명하던데 오늘 그걸 직접 경험할 줄이야. 대한민국 무신이 나한테 이런 말을 했으면 분명 믿었을 거야. 그런데 입만 번지르르하고 배신에 익숙한 일본인이 한 말을 어떻게 믿으라고. 내가 곧 죽을 나이가 된 건 맞지만 알건 다 알아. 남양국과 대한민국 간의 분쟁은 통제 가능한 범위 내에 있어. 그런데 만약 언젠가 일본이 목적을 달성하는 날이 다가온다면 우리 남양국도 좋은 날이 없을 건 확실해. 공과 사를 불문하고 내가 너의 반대편에 서 있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설득에 실패한 아마미네 토시로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러면 끝까지 해보자는 거야? 얼마든지 덤벼. 지옥으로 보내줄 거니까.”아마미네 토시로는 표정이 심각해지더니 속으로는 김예훈을 죽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진주·밀양에 온 지 얼마나 되었다고? 어떻게 이 짧은 시간에 이렇게 많은 세력을 자기편으로 만들 수 있는 거지? 김예훈을 죽이지 않았다간 앞으로 일본인이 진주·밀양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할 거야.”“불가능할 텐데? 지금은 물론 전성기 시절에도 나를 죽이지 못했을 거야. 나를 죽이려면 아마 야마자키파 전 수장인 야마모토 타케시를 모셔 와야 할 거야.”양상철은 태연하기만 했다.“넌 아직 그럴만한 자격이 없어.”아마미네 토시로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분은 더 이상 속세의 일에 관여하지 않기로 했어. 너 같은 잡것들이 어르신을 방해하지 않게 내가 노력할 수밖에.”아마미네 토시로는 또 알약을 하나 삼켰다.알약을 삼키자마자 그는 근육이 수축하면서 눈동자가 새빨개지기 시작했다.다음 순간 양상철을 향해 비수를 날렸다.양상철은 넓은 소매를 휘둘러 비수를 한쪽으로 내팽개쳤다.펑.거대한 굉음이 울려 퍼지면서 숲속에 불꽃이 튀겼다.이 모습에 양상철은 속으로 일본인이 정말 뻔뻔하다고 욕했다.‘한 시대의 무신이자 검신이 정정당당한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옆길로 샐 궁리만 한다니. 정말 염치가 없네.’공격을 피한 양상철은 앞으로 나
오륜 사찰 금지구역.아마미네 토시로는 복부 상처를 감싸 쥔 채 얼굴이 일그러져있었다.그는 곧 알약 하나를 삼키고는 절벽 끝에 엎드려 망원경으로 아래쪽 상황을 지켜보았다.잠시 후 그는 얼굴이 약간 창백해지더니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혜선 스님이 아직 저 자식을 죽이지 않았다니. 역시 여자 등이나 처먹는 기생오라비가 맞았어. 여자들마다 아까워서 죽이지 못하잖아.”아마미네 토시로는 조심스럽게 일어나 이곳에 남긴 흔적을 없애고는 이곳을 떠나려고 했다.그런데 일어서는 순간 뒤에서 바스락 소리가 들려왔다.아마미네 토시로는 무언가를 짐작한 듯 재빨리 거즈로 상처를 감싸고는 검을 쥐고 심각한 표정으로 뒤쪽을 바라보았다.1분 1초가 흘러가면서 주변 공기는 점점 무겁게 가라앉았다.이 순간은 1분이 마치 1년처럼 느껴졌다.잠시 후, 마침내 숲속에서 어떤 노인이 뒷짐을 쥐고 서서히 걸어 나왔다.그는 어마어마한 기세를 뿜어내면서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아마미네 토시로를 쳐다보았다.아마미네 토시로는 맞은편에 있는 노인을 보더니 피식 웃었다.“남양 무신 양상철?”양상철이 덤덤하게 말했다.“나를 알아봤으면 너의 아들보고 너한테 전하라고 한 말도 들었을 텐데. 지금 보니 내 말을 귓등으로 흘린 모양이군. 왜. 10년 동안 너무 조용하게 지냈더니 나를 잊은 거야?”남양 무신 양상철을 알고 있는 아마미네 토시로는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남양국이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섬라국과 화국에 의해 멸망하지 않은 것도, 심지어 동해 해역에서 꽤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양상철 덕분이라고 할 수 있었다.전해지기로는 대한민국 출신인 그의 조상님이 남양국으로 이주한 뒤 혼자 힘으로 이 나라를 일궈냈다고 했다.남양 무신은 남양인들의 존경을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남양국을 쥐락펴락할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기도 했다.간단히 말해서 남양국에는 무신이 한 명뿐이지만 단 한 명으로 모든 적을 물리칠 수 있었다.적어도 아마미네 토시로는 지금 상태로는 절대 그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총사령관님은 젊고 멋있는 분이야. 포스까지 장난 아니라고. 그분은 우리 대한민국 국방부의 살아있는 전설이라고. 무슨 염치로 자기가 총사령관이라고 하는 거야? ‘총사령관’이라는 이름을 더럽혔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혜선 스님은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이 이유만으로도 난 네가 너무 싫어졌어. 오륜 사찰에 사람을 함부로 죽여서는 안 되는 규칙만 없었더라면 넌 오늘 살아서 나가지도 못했을 거야.”김예훈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내가 한 말은 다 사실인데 믿든 말든 마음대로 해.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그런 말을 하다니. 정말 쓸모없는 인간이네.”혜선 스님은 김예훈이 우상인 총사령관의 이름을 더럽혔다는 생각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녀는 뒤로 한 걸음 물러서며 말했다.“김예훈을 쫓아내. 저 자식이 원하든 말든 진주 밖으로 쫓아내라고. 그리고 앞으로 김예훈이 총사령관이라고 자칭하거나 진주·밀양에 발을 내딛는 순간 오륜 사찰에서 죽여버릴 거라는 공식적인 입장도 전해.”혜선 스님은 말을 끝내자마자 뒤돌아 떠나려고 했다.다음 순간, 열몇 명의 오륜 사찰 제자들이 나타나 검으로 김예훈을 겨냥했다.그중 한 명이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김예훈, 꺼져.”김예훈은 이들을 무시한 채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혜선 스님을 바라보며 말했다.“혜선 스님,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여전해. 나를 오륜 사찰에서 쫓아내는 건 상관없는데 진주·밀양에서 쫓아낼 생각은 하지도 마. 내가 총사령관이 아니라고 생각된다면 한마디만 물을게. 김현민이 곧 9대 국방부 총사령관이 될 거라는 소문이 돌고 있는데 걔가 과연 전설 속 당도 부대 총사령관일까? 나이, 실력은 막론하고, 정말 김현민이 총사령관이라고 생각해? 총사령관님은 유라시아 전쟁에서 5대 강국을 단숨에 제압하고 혼자 힘으로 일본의 수많은 검신, 음양 대가들을 물리치신 분이야. 총사령관님 같은 분이 굳이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수장 자리를 탐내서 일본인에게 굽신거릴까? 솔직히 말해서 김현민 같은 사람한테 총사령관이라는
“24시간 내로 진주에서 꺼져주시면 예전에 있었던 일을 따지지도 않을게요. 어쩌면 저희가 약간의 혜택도 드릴 수 있어요.”혜선 스님의 진지한 말투에 김예훈은 피식 웃고 말았다.“성녀님, 저희 오늘 두 번째로 만나는 거 아니에요? 제가 그렇게도 싫으세요? 제가 정말 진주를 떠났으면 좋겠어요?”“네. 김예훈 씨가 진주에 오고부터 세상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어요.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내부에서도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고요.”혜선 스님은 차분한 모습으로 제자가 건넨 차를 마시며 말했다.“안동 김씨 가문은 진주·밀양의 기둥과도 같아요. 김예훈 씨 존재만으로도 진주·밀양에 피바람이 불고 있는데 하루빨리 떠났으면 좋겠어요. 안동 김씨 가문을 위한, 진주·밀양을 위한, 김예훈 씨 자신을 위한 일이라 생각하고 이 간단한 조건을 들어주시면 안 될까요?”김예훈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웃는 얼굴로 말했다.“혜선 스님,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안 들어요? 이렇게 많은 일이 벌어진 걸 보면 김현민이 수장 자리에 앉을 자격이 없는 거 아니겠어요? 제가 있든 없든 수장 자리를 지켜낼 자격이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말인데 저랑 아무런 연관도 없는 일이 아닐까요? 이런 일로 제가 진주 떠나는 일은 절대 없을 거예요.”혜선 스님이 눈살을 찌푸리며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씨, 왜 그렇게 고집을 부리는 거예요?”“고집을 부리는 게 아니라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해서 그래요. 제가 왜 진주를 떠나야 하는 거죠?”김예훈은 어깨를 으쓱이며 직설적으로 말했다.“이곳이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제 자유 아닌가요? 아무도 저한테 뭐라 할 자격이 없는 것 같은데요? 오륜 사찰이 아직 저한테 해명해야 할 것이 있는 건 둘째치고, 그런 일이 없었다 하더라도 제가 실수로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봤다고 꺼지라는 거예요? 혜선 스님, 장사를 너무 잘하시네요. 오히려 제가 그 보잘것없는 몸매를 보고 눈을 버릴 뻔했는데도요? 서로 없었던 일로 하는 건 괜찮은데 이걸로 저를 협박해서 진주에서 쫓아내려
옷을 갈아입고 나온 혜선 스님은 정말 선녀와 다를 바 없었다.그녀는 유리알 같은 눈동자로 김예훈을 차갑게 쳐다보면서 말했다.“제 목욕탕에 무단 침입했으니 김예훈 씨를 죽일 수도 있었어요. 그런데 전에 선재 스님 사건 때 저희 오륜 사찰에 해명을 요구했었죠? 이제 서로 빚진 것이 없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혜선 스님.”오륜 사찰 여제자들은 하나같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성녀님의 알몸까지 봤는데 이대로 넘어간다고? 아, 선재 스님 사건을 해명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러면 누가 손해 보는 거지?’이때 한 여제자가 무의식적으로 혜선 스님을 힐끔 쳐다보며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설마 오륜 사찰과 맨날 사이가 안 좋던 저 자식을 성녀님이 인정해버린 걸까?’김예훈은 그저 어이없기만 했다.그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 같은 이 여자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하지만 오늘은 어쨌든 잘못한 것이 있으니 천천히 목욕탕에서 나와 혜선 스님이 살벌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는 가운데 향긋한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냈다.그의 아무렇지 않은 행동에 한 제자가 말했다.“그건 성녀님께서 몸 닦는 수건인데...”퍽.제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혜선 스님은 얼굴이 빨개지면서 앞으로 걸어가 김예훈의 가슴팍을 쳤다.퍽.김예훈은 재빨리 손으로 막았지만 뻘쭘한 마음에 별로 힘을 쓰지도 않았다.다시 정신을 차려보니 혜선 스님이 이미 수건을 빼앗아 간 후였다.혜선 스님의 표정은 다시 냉랭해지면서 김예훈을 차가운 시선으로 쳐다보았다.“이제 저희 오륜 사찰에 볼일 없을 것 같은데 이만 가시죠.”김예훈은 상대방의 분노를 느끼고 눈꺼풀이 살짝 떨렸다.더 이상 도망가지 않으면 그녀가 칼을 빼 들고 죽일 것만 같았다.김예훈은 피식 웃으며 돌아서서 말했다.“가긴 가겠지만 한마디만 할게요. 오늘 이 일이 정말 우연이라면 제가 해명해야 되겠지만...”김예훈은 말을 하다 말고 눈빛이 차가워지고 말았다.“만약에 오륜 사찰이 일본인과 손잡고 저를 함정에
“성녀님? 도포? 오륜 사찰? 당신이 바로 혜선 스님이에요?”보지 말아야 할 모습까지 다 봐버린 김예훈은 표정이 일그러져있었다.오륜 사찰의 성녀인 혜선 스님의 목욕탕에 빠질 줄은 상상도 못 했다.티끌 하나 없이 깨끗한 얼굴을 보니 왜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라고 하는지 이해할 것만 같았다.‘성녀의 목욕탕에 빠뜨리는 것이 바로 아마미네 토시로의 계획이었나? 정말 그의 계획이라면 김현민이 자기를 죽일까 봐 걱정되지도 않았을까? 그리고 내 기억이 맞는다면 김현민 그 자식이 성녀 혜선 스님을 마음에 품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혜선 스님은 약간 당황하긴 했지만 애써 감정을 추스르면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잠시 후, 갑자기 자기 목욕탕에 나타난 이 건방진 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이때 혜선 스님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김예훈 씨?”“뭐? 몇 번이고 우리 오륜 사찰의 얼굴에 먹칠하고 경매회까지 망친 그 김예훈?”“선재 스님을 해친 것도 모자라 3일 안에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으라고 하지 않았어?”“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어.”“성녀님, 저 자식이 이곳에 나타난 건 성녀님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모욕이에요. 죽여야 한다고요.”오륜 사찰의 한 제자가 분노에 가득 찬 얼굴로 곧장 달려들어 김예훈을 검으로 찌르려 했다.퍽.이때 혜선 스님이 손가락을 튕겨서 검을 날려버리고는 뒤돌아 병풍 뒤로 가서 옷을 갈아입으며 말했다.“진주에 어쩌다 천연 온천이 생겼는데 여기서 피를 볼 순 없지.”제자들 모두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성녀님, 저희가 너무 성급했나 봐요. 지금 바로 저 자식을 데리고 나가서 죽여버릴게요.”제자들은 검을 빼 들고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아직 목욕탕에서 나오지 않은 김예훈을 째려보았다.‘계속 우리 오륜 사찰을 건들던 놈이 감히 성녀님 목욕탕에 뛰어들다니. 죽고 싶어서 환장했나 보네.’“툭하면 죽이느니 마느니 하지 말고 제 설명 좀 들어보면 안 될까요?”김예훈은 한숨을 내쉬었다.아무리 그래도 여자 목욕탕에 뛰어들어 못 볼 꼴
쨕.아마미네 토시로는 옆으로 날아가더니 세게 바위에 부딪히면서 피를 뿜어냈다.그는 얼굴이 일그러진 채 눈빛이 어두워지면서 긴장하기 시작했다.비록 처음부터 온갖 함정까지 파놓으면서 김예훈을 평생의 적으로 대했지만 김예훈이 이런 상황에서도 전혀 흔들리지 않고 침착함을 유지할 줄 몰랐다.연기까지 하면서 겨우 이곳까지 끌고 왔는데 김예훈을 죽이지도 못하고 오히려 뺨 맞을 줄은 더더욱 몰랐다.‘정말 괴물이네.’퍽.아마미네 토시로는 얼굴에 뺨 자국이 나 있는 채로 이를 꽉 깨물더니 말없이 공중으로 뛰어올라 검을 휘둘렀다.칼날은 마치 하늘에서 떨어지는 유성처럼 빠르고도 정확했다.김예훈도 무심한 표정으로 검을 휘둘렀다.‘쨍’하는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은 또다시 스쳐 지나갔다. 김예훈은 절벽 끝에 서 있었고, 아마미네 토시로는 울창한 숲 변두리에 서 있었다.“대단한데?”아마미네 토시로는 칼날을 만지작거리면서 험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너 같은 사람은 몇 년 더 지나면 아마 내가 너의 상대가 안 될지도 몰라. 하지만 지금은 널 얼마든지 죽일 수 있어.”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정말 자신 있었다면 왜 이런 꼼수를 부린 거지? 일본인은 무신 경지에 이르렀어도 결국엔 본성을 잃지 못하네. 네가 도망치려고 바다에 뛰어든 순간부터 넌 영원히 나를 따라잡을 수 없었어. 지금까지 너를 죽이지 않았던 이유도 네가 또 어떤 꼼수를 준비했는지 알고 싶어서였어. 그런데 너무 실망이네.”“실망하긴 아직 이른 것 같은데?”아마미네 토시로는 피식 웃고 말았다.“김예훈, 여기가 어딘지는 알고 있어? 여기에 있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냐고. 모르고 있었다면 내가 알려줄까?”아마미네 토시로는 검으로 힘껏 바닥을 내리쳤다.쿵.격렬한 진동이 울리면서 김예훈이 서 있던 절벽이 순식간에 갈라졌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손에 쥐고 있던 검을 앞으로 던졌다.“풉.”몸에 검이 제대로 꽂힌 아마미네 토시로는 전혀 후회되지 않는 듯 미친 듯이 웃으며 뒤로 물러났다.반면으로
“풉!”핏덩이를 토해낸 아마미네 토시로는 한숨을 내쉬었다.“김예훈, 역시 대단해. 어린 나이에 탑 무신 급 경지에 이르다니. 내 눈으로 직접 보지 않았으면 절대 믿지 않았을 거야. 너 같은 사람이 우리 일본의 귀족이라면 얼마나 좋았을까.”김예훈이 덤덤하게 말했다.“아마미네 토시로, 아무리 쓸데없는 소리를 해도 난 널 살려줄 마음이 없어. 요트에 있을 때 이미 이 구역 통신을 차단하라고 했거든. 간단히 말해서 네가 방금 나 몰래 보낸 메시지, 아무도 볼 수 없다는 뜻이야.”아마미네 토시로는 얼굴이 살짝 굳으며 무의식적으로 핸드폰을 꺼냈다. 그런데 몇 분 전에 보낸 구조 요청 메시지가 발신 실패로 떠 있는 것이다.“이런 제기랄!”이 순간 아마미네 토시로는 본능적으로 고함을 질렀다.“정말 나랑 끝까지 해보자는 거야? 받아라! 불사참!”아마미네 토시로는 분노의 함성을 지르며 양손에 들고 있던 검을 힘껏 내리쳤다.칼날이 얼마나 매서운지 마치 귀신이 울부짖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김예훈은 아무런 무기도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미간을 찌푸린 채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하지만 아마미네 토시로가 이 기세를 몰아 검을 휘두를 거라 생각하고 있을 때, 김예훈을 스쳐 지나 산꼭대기 쪽으로 달려가는 것이다.김예훈은 어리둥절하기만 했다.‘무신이라는 놈이 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지? 공격하는 척하면서 또 도망쳐?’“아마미네 토시로, 그만 도망치지?”김예훈이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그만 쫓아오지?”아마미네 토시로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계속 울창한 숲을 이용해 김예훈을 따돌리려 했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아마미네 토시로의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전혀 급할 거 없이 10미터 정도의 거리를 유지했다.한 사람은 도망치고, 한 사람은 쫓아가는 것이 마치 사냥꾼이 사냥감을 쫓는 듯했다.곧 두 사람은 산 정상에 가까운 한 공터에 도착하게 되었다.먼저 땅에 발이 닿은 아마미네 토시로의 얼굴에는 음산한 기운이 가득했다.다음 순간 그는 땅을 구르더니 미리
야마자키파 검신, 일본 무신, 황실 어의인 아마미네 토시로는 분명 눈치가 있는 놈이었다.오늘 여덟 명의 바람의 아들들까지 불러내면서 만반의 준비를 했는데 한 방에 무너질 줄 몰랐다.이런 상황에서 아마미네 토시로가 정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한 남아서 김예훈과 맞서 싸울 일은 없었다.그래서 상대를 존중하는 척 부하의 뺨까지 때리고, 부하의 시체로 요트 엔진을 고장 내서야 쥐도 새도 모르게 도망친 것이다.게다가 도망치는 경험까지 풍부해서 바다 한가운데에 있던 그는 눈 깜짝할 사이에 바닷가에 도착해 있었다.김예훈은 요트 위에 남아있는 잔병들을 힐끔 쳐다보았다.이들은 하나같이 정신이 혼미해져 마치 어떤 신념이 완전히 무너진 듯했다.이들과 말 섞기도 싫은 김예훈은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내고는 곧바로 바다에 뛰어들어 아마미네 토시로가 도망친 방향으로 쫓아갔다.어쨌든 한 시대의 무신이자 검신이었기에 아무리 겁을 먹었다고 해도 실력이 있는 것은 분명했다.김예훈은 오늘로써 한 방에 끝내고 싶었다.아니면 어딘가 숨어서 언제 또 습격할지 몰랐다. 김예훈은 상관없었지만 주변 사람들의 안전 또한 고려해야 했다.아마미네 토시로도 김예훈이 놔줄 생각이 없어 보이자 속도를 내 바닷가의 울창한 숲속으로 뛰어들었다.이 지역은 진주 태산 뒷산으로 진주 상류 인사들이 휴양하는 곳이라 절대 개발이 허락되지 않았다.이곳은 산짐승이 많은 것으로 유명한데 진주에서 보기 드문 한적한 곳이었다.아쉽게도 지금의 아마미네 토시로는 전혀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할 여유가 없었다.얼마나 많은 노력을 들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온 힘을 다했더니 마침내 절벽 끝에 오래 방치된 정자 하나를 발견했다.그런데 숨을 돌리기도 전에 멀지 않은 숲속에서 김예훈이 뒷짐을 쥔 채 태연하게 걸어 나왔다.“김예훈, 내가 이렇게까지 멀리 왔는데 좀 쉬면 안 돼? 요트에 그 많은 사람의 목숨으로는 부족했어? 왜 하필 나를 따라다니는 거야. 노인을 공경할 줄도 몰라?”아마미네 토시로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