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도윤은 웃으면서 얘기했다. “제가 듣기로는 성남시 일류 가문인 선우 가문이 항상 CY그룹과 합작하고 김예훈과도 교류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게다가 차갑기만 한 선우정아 아가씨와도 그렇고 그런 사이라고 하던데, 혹시나 모르니 일단 선우 가문부터 노리는 것이 어떻습니까?” 임해가 고개를 끄덕였다.“좋습니다.”이번 일은 임해가 나서는 것이지만 임도윤이 옆에 있으니 임해는 본인의 위치가 어디인지 잘 알고 있었다. 임도윤은 임씨 가문의 세자 후보자 중 한 명이고, 임해는 그저 지위가 높지 않은 하인일 뿐이다. 그래서 임도윤이 선을 넘는 행동을 하지 않는 이상, 임해는 이렇게 작은 일에서는 그의 말에 따를 것이었다. …선우 저택.선우 가문의 높은 사람들이 모두 모였다. 요즈음에 성남에 자꾸만 들이닥치는 변화는 골동품만 연구하던 선우 가문에게 여러 가지 비즈니스를 가져다주었다. 몇 개월의 수익이 수십 년의 것을 합친 것보다 많았다. 지금의 선우 가문은 자산이 거의 10조는 넘을 정도로 커졌다. 이 속도로 나간다면 선우 가문은 곧 명문가가 될 것이다! 하지만 선우건이는 확실하게 알고 있었다. 그들이 이렇게까지 빠르게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줄을 잘 서서라는 것을. 그렇지 않으면 그들은 진작에 윤씨 가문, 복씨 가문, 나씨 가문, 손씨 가문 등 일류 가문처럼 역사에서 곧 사라질 것이었다. 선우건이는 정중앙의 위치에 앉아 손에 쥔 회계자료를 보며 가볍게 얘기했다. “정아야, 요즘 김예훈을 만나러 간 적이 있니? 너희 둘은 친한 사이였잖니.”선우정아는 잠시 멈칫하더니 작게 고개를 저었다. 그녀가 김예훈을 만나러 가기 싫었던 게 아니라 김예훈을 만나러 갈 때마다 사이좋은 김예훈과 정민아를 봤기에 자존심이 극도로 센 선우정아는 이런 상황에 끼고 싶지 않았다. 선우건이는 보물단지 같은 손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지만 그저 길게 한숨을 내뱉고 얘기했다. “지금 사람들이 김예훈이 김 고문인 것을 알았으니 다들 그분의 환심을 사려고 노력하고
두 사람 외에도, 그 두 사람의 뒤에 덩치가 제각각인 남자 셋이 서 있었다. 바트는 속옷만 입고 온몸에 붕대를 감은 채 서 있었는데 표정이 차갑기 그지없었다. 츠바사는 도복을 입은 채 손에는 금속 구를 몇 개 쥐고 가끔 손에서 돌리며 미소를 지었다. 마지막으로 유타는 오른손을 허리춤에 있는 검 손잡이에 두고 언제라도 검을 뺄 것 같은 자세를 취했다. 이 세 사람의 눈만 봐도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기세에 선우 가문 사람들은 하마터면 숨도 못 쉴 뻔했다. 이때 성남 임씨 가문 사람들이 입을 열었다. “선우건이, 여기부터 소개하지! 이분은 리카 제국 임씨 가문의 세자 후보자인 임도윤 도련님이다! 그리고 이분은 임수환 어르신의 양아들, 임해 도련님이다!”“뭐라고?!”두 사람의 신분을 알게 되자 담담해 보이던 선우건이도 흠칫 몸을 떨며 표정을 구겼다. 두 사람은 별것 아닐지 몰라도 그들 뒤의 임수환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무서운 사람이다! 임수환은 미국 국방부의 유일한 한국계 리카 제국인 대대장이고 독사부대의 대대장이다! 그는 유라시아 전쟁의 전설적인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임수환이 십여 년을 폐관 수련하다가 갑자기 모습을 드러내다니!선우건이는 황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얘기했다. “임수환 어르신께서는 어떻게 지냈는지요. 이미 성남에 오셨습니까?”임도윤이 담담하게 웃으며 얘기했다. “CY그룹 김세자와 김 고문 덕분에 어르신께서는 얼마 전 성남에 도착했습니다. 지금은 성남 임씨 저택에서 깨달음을 얻고 있죠.”“네?! 임수환 어르신이 벌써 성남에 오셨습니까?!”선우건이는 놀라서 몸을 흠칫 떨었다. 임수환이 성남에 직접 오다니, 앞으로 성남에 큰 변화가 있을 모양이다! “그리고 제 양아버지께서 두 가지 일을 분부하셨습니다. 첫째, CY그룹은 더 이상 존재할 필요가 없다. 둘째, 김예훈은 무조건 죽어야 한다!”이번에는 임해가 입을 열었다. 그는 웃고 있었지만 그의 웃음은 보는 사람이 소름돋게 했다.이때 임
선우청민의 말을 들은 선우건이는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다. 막고 싶었지만 이미 늦었다. 선우청민같이 젊은 사람이 리카 제국 임씨 가문의 임수환이 어떤 사람인지 알 리가 없었다. “왜?! 겁이 나? 지금 당장 경비 불러서 한바탕 해볼래?!”퍽. 이때 바트가 등장해 귀찮다는 표정으로 주먹을 휘둘렀다. “으악!”선우청민의 목이 툭 꺾였다. 그리고 괴상한 자세로 360도 비틀어졌다. 그의 몸은 털썩하고 바닥에 꿇어앉아 온갖 구멍에서 피를 쏟고 있었다. 죽은 것이다! 바트라는 제2병장이 한 주먹에 선우청민의 목을 비틀어버려 사람을 죽였다! 현장은 바늘 떨어지는 소리도 들릴 만큼 조용해졌다.선우 가문의 사람들은 믿을 수 없다는 듯 굳어버렸다. 그들은 감히 누군가가 선우 가문에 와서 살인할 줄은 몰랐다. “당신들 대체 누구야? 감히 내 아들을 죽이다니… 가만두지 않겠어!”선우청민의 아버지인 선우우혁이 일어서서 크게 소리쳤다. 그리고 바로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할 준비를 했다. 푹.츠바사가 손바닥으로 선우우혁을 내치더니 이내 다섯 손가락으로 그를 쥐어짜듯 잡았다. 공기 중에는 보이지 않는 무형의 공기 파가 형성되었는데 마치 거대한 기류가 선우우혁을 앞뒤로 미는 기분이었다. “쿨럭…”선우우혁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지더니 바로 새빨간 피를 쏟아냈다. 내장의 파편까지 목구멍을 통해 흘러나왔다. 그리고 선우우혁도 바닥에 꿇어앉은 채 명을 달리했다. 일본의 가라테였다! 그러자 선우 가문의 사람들은 모두 놀라서 굳어버렸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오만하던 사람들은 지금 다 벌벌 떨고 있다. 무서웠다! 너무도 무서웠다! 임도윤 뒤의 성남 임씨 가문 사람들과 견후 등 사람들도 임도윤과 임해 두 사람의 일 처리 방식에 놀라버렸다. 두 사람은 전혀 대화로 풀어나갈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저 자신의 힘으로 상대를 누를 생각이었다. 이게 바로 임수환의 일 처리방식이다. 바로 리카 제국 임씨 가문의 진정한 일 처리 방식이다!문명의 탈을 벗은 이 가문
그 말을 들은 선우 가문의 사람들은 모두 낯빛이 어두워졌다. 선우건이는 더욱 표정을 구겼다.임도윤이 말하는 시중이 어떤 시중인지 말하지 않아도 알 것만 같았다. 물론, 그의 일 처리 방식대로라면 선우정아가 어쩔 수 없이 그와 밤을 보내도록 할 것이다. 비슷한 수법은 꽤 많았다. 예를 들면 그녀가 거절한다면 선우 가문의 모든 사람을 죽인다거나. 선우건이는 깊이 숨을 들이쉬고 빠르게 얘기했다. “임도윤 도련님, 우리 손녀는 아직 눈치도 없고 철이 들지 않아 차 시중을 들게 하기에는 부족합니다. 원하시는 스타일이 있다면 모델이든지 연예인이든지 다 지금 당장 데려오도록 하겠습니다. 어떻습니까?”선우 가문의 사람들도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임도윤 도련님만 좋다면 어떤 여자라도 다 데려올 수 있습니다.”임도윤은 선우건이를 보며 미소를 짓고 얘기했다. “그런 싸구려들한테 관심은 없어요. 오직 선우정아 아가씨를 원합니다.”“안 됩니다, 아가씨는 절대로 안 돼요! 차라리 다른 사람을 가지세요!”선우 가문의 사람들은 벌벌 떨고 있었지만 여전히 입을 여는 사람이 없었다. 선우정아는 선우 가문에서의 명망이 높았다. 그래서 선우 가문 사람들의 보호를 받는 편이었기에 이런 상황에서도 사람들은 선우정아를 지키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퍽. 임도윤의 뒤에 있던 임해가 앞으로 나와 바로 입을 연 사람의 뺨을 내리쳤다. “기회를 줄 때 잡아야지. 도련님께서. 여자를 선택하신 건 선우 가문에게 기회를 주는 겁니다. 뭐라도 되는 것처럼 떠들지 마세요!”선우 가문의 사람들은 다 벌벌 떨고 있었다. 하지만 선우건이가 손짓하자 경호원들이 몰려왔다. 다른 사람이면 몰랐지만 이 경호원들은 선우정아만큼은 목숨 걸고 지켜내리라 생각했다. 그만큼 선우정아가 평소에 그들을 잘 대해줬기 때문이다. 무조건 지켜내야 한다!챙.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있던 유타가 나서서 허리춤의 검을 빼 들었다. 그러자 그 검은 빛을 받아 반짝 빛났다.일본의 검술이었다!푹. 그 검
선우 가문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고 하나같이 말문이 막힌 채 치욕스러운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눈앞의 상황 속에서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반항? 반항해도 결국은 죽을 것이다. 선우 가문은 그저 골동품만 중시하던 가문이었다. 그래도 비즈니스 업계에서 상대가 마음먹고 그들과 싸우려 한다면 그들은 그에 맞설 힘이라도 있다.하지만 리카 제국 임씨 가문의 이러한 강압적인 태도에 그들은 전혀 방법이 없었다. 결국 선우 가문 사람들은 저택에서 쫓겨나 대문 밖에서 온몸을 떨었다. 선우건이의 얼굴에도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하지만 겨우 진정한 그가 얘기했다.“얼른, 아직 정아가 무사할 때 빨리 김예훈을 찾아가! 우리를 도울 수 있는 건 김예훈 밖에 없어!”선우 가문의 유일한 희망은 김예훈이었다. 그의 마음속에서 오직 김예훈만이 리카 제국 임씨 가문과 싸워서 이길 수 있었다. 게다가 선우건이는 김예훈이 임재훈을 죽였다는 소식을 입수했기에 더욱 그를 믿고 있었다. 이때 견후가 걸어 나오며 말했다.“김예훈의 도움을 받는다고요? 그러세요. 상관없습니다. 이번에 임도윤 도련님과 임해 님은 바로 김예훈을 처리하기 위해 이곳에 온 것입니다. 김예훈의 도움을 받고 싶으면 빨리 움직이는 게 좋을 겁니다. 그렇지 않으며 기회는 두 번 다시 없을 테니까요. 하지만 이곳을 떠나려면 두 발이 아닌 네발로 기어나가야 할 겁니다!”말을 마친 견후가 박수를 치자 부산 견씨 가문의 경호원들이 나와 차갑게 선우 가문의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부산 견씨 가문!”선우건이는 이를 꽉 깨물고 결국 털썩 꿇었다. 그리고 치욕스럽게 기어서 나갔다. 가장 중요한 것은 목숨을 부지하는 것이다.그리고 리카 제국 임씨 가문과 부산 견씨 가문을 동시에 상대하기에 선우 가문은 아직 그렇게 강하지 않았다. 그들의 반항이 불러오는 것은 결국 멸문뿐이다! 선우건이 등 사람들이 기어서 나가는 것을 확인한 견후의 얼굴에는 괴이한 웃음이 걸렸다. 임도윤이 선우정아에게 손을 대는
견후는 생각하다가 또 대답했다. “임도윤 도련님, CY그룹 김세자의 비서인 하은혜도 범상치 않은 미녀입니다. 정민아와 다를 바 없습니다!”“하은혜?!”임도윤은 사람을 시켜 자료를 꺼냈다. 그리고 하은혜의 사진을 확인한 그의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 “좋아요, 좋습니다! CY그룹의 하은혜, 로열 가든 그룹의 정민아, 그리고 우리의 선우정아 아가씨까지! 두 시간을 줄 테니 사람을 다 데려오세요!”견후는 일부러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임도윤 도련님, 전 당신과 다릅니다. 도련님은 유능한 고수들이 옆에 있지만 제 주변에는 별로 쓸만한 사람이 없으니 사람을 데려올 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전 김예훈한테도, 김세자한테도 당한 적이 있습니다!”“쓸모없는 놈! 부산 견씨 가문은 한국의 10대 제일 명문가라고 하면서 이딴 일도 제대로 못 합니까?!”임도윤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사나웠다. 그리고 그가 손을 저으며 말했다. “츠바사를 데려가세요. 무조건 두 시간 안에 사람을 데려와야 합니다! 이봐라, 와서 선우정아를 방에 데려가 쉬게 해라. 절대로 도망가게 해서는 안 된다!”임도윤이 크게 소리 내 웃었다. 리카 제국 코라를 떠난 후, 그는 아랫도리를 마음대로 놀리는 습관을 고치지 못했다. 하지만 임해는 그 모습을 보고도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그의 눈에 여자 몇 명을 가지고 노는 것은 아무런 일도 아니었다. 게다가 이번에는 김세자와 김예훈 때문에 온 것이니 그들의 여자를 노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프리미엄 가든 옆 동네, 이곳은 성남에서 두 번째로 비싼 동네이자 하은혜가 사는 곳이었다. 금방 헬스를 끝낸 하은혜는 샤워한 후 뉴스를 보며 CY그룹의 일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바로 이때, 그녀 방의 창문이 약간씩 움직이더니 듣기 싫은 소리를 냈다. “고양이인가?”그녀는 낮은 층에 살고 있었기에 가끔 고양이가 창문으로 넘어오는 일이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러나 이때 커다란 그림자가 담을
김예훈은 무조건 죽어야 한다!그리고 정민아는 무조건 짓밟혀져야 한다! 이게 바로 견후가 가장 원하고 있는 일이다.물론 이 일에는 부산 견씨 가문이 깊게 관여해서는 안 된다. 지금처럼 리카 제국 임씨 가문 뒤에서 그의 힘을 빌려 김예훈을 처리하는 것은 너무도 좋은 일이다. 그렇다면 김예훈의 배후가 누구든지, 부산 견씨 가문은 여전히 그 자리에 가만히 있을 수 있었다. “츠바사 선생님, 앞으로 우리가 가야 할 곳은 조금 위험한 곳입니다.”견후가 갑자기 입을 열며 이상한 표정을 얼굴에 지었다. 츠바사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위험?”견후가 고개를 작게 끄덕이며 얘기했다. “맞습니다. 츠바사 님도 우리 부산 견씨 가문의 뒷산에 금지구역이 있다는 것을 알고 계시겠지요? 바로 수련을 하는 곳입니다. 그곳의 제자들은 전에 정민아의 남편인 김예훈의 부하들한테 크게 당한 적이 있습니다. 제 주변의 사람들은 그만한 실력자가 없었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리카 제국 임씨 가문이 나서기 전에 이미 김예훈과 정민아를 처리했을 겁니다. ”견후는 일부러 두려움에 질린 표정으로 말했다. 츠바사는 차가운 얼굴로 담담하게 대답했다. “일본 가라테는 세계에서 가장 센 무술입니다. 한국인들이 백 년을 연습해도 우리 같은 가라테 고수 눈에는 다 쓰레기입니다.”말이 끝나고 츠바사는 프리미엄 가든으로 향하는 길에 접어들었다. 그 모습을 본 견후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김예훈이 얼마나 상대하기 어려운 사람인지, 그는 잘 알았다.하지만 츠바사는 임수환의 부하인 4대 병장 중의 한 명이었다. 시체 더미 속에서 살아남은 사람이다! 이런 사람을, 김예훈은 절대로 상대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견후는 이미 김예훈이 츠바사의 일격에 죽는 모습을 상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프리미엄 가든에 도착해 대문을 박차고 들어갔을 때, 내부에는 아무도 없었다. 견후가 한 바퀴 둘러보고 미간을 찌푸리며 얘기했다.“사람이 없으니 제가 먼저 둘러보겠습니다, 츠바사 님.”
선우 가문의 사람들이 떠나자 김예훈이 오정범을 불러왔다. “무슨 일인지 알아봤어?”오정범이 진중한 말투로 얘기했다. “김 대표님, 지금 알아본 데 의하면 하은혜 아가씨를 잡아간 것도 이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지금 선우 가문의 정원에 모여있습니다. 선우 가문의 사람들이 그곳을 떠날 때도 기어서 떠났다고 합니다. 이 사람들의 목적은 명확합니다. 바로 김 대표님을 노리고 있는 겁니다.”김예훈이 낮게 얘기했다. “그들이 얼마나 강한데.”오정범이 대답했다. “임수환이라는 자는 리카 제국 국방부의 유일한 한국계 대대장이고 독사부대의 대대장이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부하인 4대 병장이 있는데 다 전쟁터에서 독하게 살아남은, 으뜸가는 실력을 갖추고 있는 고수들입니다.”김예훈은 그 말을 다 듣고 냉랭하게 얘기했다.“그래, 그렇게 놀고 싶다는데 같이 놀아줘야지. 박인철과 송준을 불러와.”“네, 알겠습니다!”...선우 가문의 정원. 임도윤은 샤워가운을 걸친 채, 소파의 중앙에 앉아있었다.그의 옆에서는 임해가 세 병장을 데리고 서 있었다. 이 네 사람의 주변에서는 차가운 기운이 뿜어져 나왔는데 바로 살기였다. “당신들 뭐 하는 사람이에요? 이렇게 행동한 결과가 뭔지 알기나 해요?!”하은혜는 선우정아 옆에 던져졌다. 이제야 정신을 차린 하은혜는 눈앞의 낯선 남자를 보며 이성을 되찾으려고 애쓰며 진중하게 입을 열었다. “성격 하나 화끈하네요. 이래야 재미있지.”임도윤은 다리를 꼰 채 앉아있었다. “내 소개를 하죠. 난 리카 제국 임씨 가문의 임도윤, 앞으로 임세자가 될 남자입니다. 오늘 밤 하은혜 아가씨를 모셔 온 것은 오직 한가지 목적뿐입니다. 바로 하은혜 아가씨가 직접 저의 시중을 드는 것입니다.”하은혜의 낯빛이 순식간에 변했다.“미쳤어요?! 당신은 수치심도 없어요?!”“하하하. 저는 낯짝이 두꺼운 사람이 아니라 수치스러운 일은 하지 않습니다! 보세요, 옆의 선우정아 아가씨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저의 시중을 들어주려고 하잖아요. 그리고 당신도
양상철이 덤덤하게 말했다.“일본인이 말 잘하는 걸로 유명하던데 오늘 그걸 직접 경험할 줄이야. 대한민국 무신이 나한테 이런 말을 했으면 분명 믿었을 거야. 그런데 입만 번지르르하고 배신에 익숙한 일본인이 한 말을 어떻게 믿으라고. 내가 곧 죽을 나이가 된 건 맞지만 알건 다 알아. 남양국과 대한민국 간의 분쟁은 통제 가능한 범위 내에 있어. 그런데 만약 언젠가 일본이 목적을 달성하는 날이 다가온다면 우리 남양국도 좋은 날이 없을 건 확실해. 공과 사를 불문하고 내가 너의 반대편에 서 있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설득에 실패한 아마미네 토시로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러면 끝까지 해보자는 거야? 얼마든지 덤벼. 지옥으로 보내줄 거니까.”아마미네 토시로는 표정이 심각해지더니 속으로는 김예훈을 죽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진주·밀양에 온 지 얼마나 되었다고? 어떻게 이 짧은 시간에 이렇게 많은 세력을 자기편으로 만들 수 있는 거지? 김예훈을 죽이지 않았다간 앞으로 일본인이 진주·밀양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할 거야.”“불가능할 텐데? 지금은 물론 전성기 시절에도 나를 죽이지 못했을 거야. 나를 죽이려면 아마 야마자키파 전 수장인 야마모토 타케시를 모셔 와야 할 거야.”양상철은 태연하기만 했다.“넌 아직 그럴만한 자격이 없어.”아마미네 토시로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분은 더 이상 속세의 일에 관여하지 않기로 했어. 너 같은 잡것들이 어르신을 방해하지 않게 내가 노력할 수밖에.”아마미네 토시로는 또 알약을 하나 삼켰다.알약을 삼키자마자 그는 근육이 수축하면서 눈동자가 새빨개지기 시작했다.다음 순간 양상철을 향해 비수를 날렸다.양상철은 넓은 소매를 휘둘러 비수를 한쪽으로 내팽개쳤다.펑.거대한 굉음이 울려 퍼지면서 숲속에 불꽃이 튀겼다.이 모습에 양상철은 속으로 일본인이 정말 뻔뻔하다고 욕했다.‘한 시대의 무신이자 검신이 정정당당한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옆길로 샐 궁리만 한다니. 정말 염치가 없네.’공격을 피한 양상철은 앞으로 나
오륜 사찰 금지구역.아마미네 토시로는 복부 상처를 감싸 쥔 채 얼굴이 일그러져있었다.그는 곧 알약 하나를 삼키고는 절벽 끝에 엎드려 망원경으로 아래쪽 상황을 지켜보았다.잠시 후 그는 얼굴이 약간 창백해지더니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혜선 스님이 아직 저 자식을 죽이지 않았다니. 역시 여자 등이나 처먹는 기생오라비가 맞았어. 여자들마다 아까워서 죽이지 못하잖아.”아마미네 토시로는 조심스럽게 일어나 이곳에 남긴 흔적을 없애고는 이곳을 떠나려고 했다.그런데 일어서는 순간 뒤에서 바스락 소리가 들려왔다.아마미네 토시로는 무언가를 짐작한 듯 재빨리 거즈로 상처를 감싸고는 검을 쥐고 심각한 표정으로 뒤쪽을 바라보았다.1분 1초가 흘러가면서 주변 공기는 점점 무겁게 가라앉았다.이 순간은 1분이 마치 1년처럼 느껴졌다.잠시 후, 마침내 숲속에서 어떤 노인이 뒷짐을 쥐고 서서히 걸어 나왔다.그는 어마어마한 기세를 뿜어내면서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아마미네 토시로를 쳐다보았다.아마미네 토시로는 맞은편에 있는 노인을 보더니 피식 웃었다.“남양 무신 양상철?”양상철이 덤덤하게 말했다.“나를 알아봤으면 너의 아들보고 너한테 전하라고 한 말도 들었을 텐데. 지금 보니 내 말을 귓등으로 흘린 모양이군. 왜. 10년 동안 너무 조용하게 지냈더니 나를 잊은 거야?”남양 무신 양상철을 알고 있는 아마미네 토시로는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남양국이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섬라국과 화국에 의해 멸망하지 않은 것도, 심지어 동해 해역에서 꽤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양상철 덕분이라고 할 수 있었다.전해지기로는 대한민국 출신인 그의 조상님이 남양국으로 이주한 뒤 혼자 힘으로 이 나라를 일궈냈다고 했다.남양 무신은 남양인들의 존경을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남양국을 쥐락펴락할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기도 했다.간단히 말해서 남양국에는 무신이 한 명뿐이지만 단 한 명으로 모든 적을 물리칠 수 있었다.적어도 아마미네 토시로는 지금 상태로는 절대 그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총사령관님은 젊고 멋있는 분이야. 포스까지 장난 아니라고. 그분은 우리 대한민국 국방부의 살아있는 전설이라고. 무슨 염치로 자기가 총사령관이라고 하는 거야? ‘총사령관’이라는 이름을 더럽혔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혜선 스님은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이 이유만으로도 난 네가 너무 싫어졌어. 오륜 사찰에 사람을 함부로 죽여서는 안 되는 규칙만 없었더라면 넌 오늘 살아서 나가지도 못했을 거야.”김예훈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내가 한 말은 다 사실인데 믿든 말든 마음대로 해.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그런 말을 하다니. 정말 쓸모없는 인간이네.”혜선 스님은 김예훈이 우상인 총사령관의 이름을 더럽혔다는 생각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녀는 뒤로 한 걸음 물러서며 말했다.“김예훈을 쫓아내. 저 자식이 원하든 말든 진주 밖으로 쫓아내라고. 그리고 앞으로 김예훈이 총사령관이라고 자칭하거나 진주·밀양에 발을 내딛는 순간 오륜 사찰에서 죽여버릴 거라는 공식적인 입장도 전해.”혜선 스님은 말을 끝내자마자 뒤돌아 떠나려고 했다.다음 순간, 열몇 명의 오륜 사찰 제자들이 나타나 검으로 김예훈을 겨냥했다.그중 한 명이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김예훈, 꺼져.”김예훈은 이들을 무시한 채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혜선 스님을 바라보며 말했다.“혜선 스님,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여전해. 나를 오륜 사찰에서 쫓아내는 건 상관없는데 진주·밀양에서 쫓아낼 생각은 하지도 마. 내가 총사령관이 아니라고 생각된다면 한마디만 물을게. 김현민이 곧 9대 국방부 총사령관이 될 거라는 소문이 돌고 있는데 걔가 과연 전설 속 당도 부대 총사령관일까? 나이, 실력은 막론하고, 정말 김현민이 총사령관이라고 생각해? 총사령관님은 유라시아 전쟁에서 5대 강국을 단숨에 제압하고 혼자 힘으로 일본의 수많은 검신, 음양 대가들을 물리치신 분이야. 총사령관님 같은 분이 굳이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수장 자리를 탐내서 일본인에게 굽신거릴까? 솔직히 말해서 김현민 같은 사람한테 총사령관이라는
“24시간 내로 진주에서 꺼져주시면 예전에 있었던 일을 따지지도 않을게요. 어쩌면 저희가 약간의 혜택도 드릴 수 있어요.”혜선 스님의 진지한 말투에 김예훈은 피식 웃고 말았다.“성녀님, 저희 오늘 두 번째로 만나는 거 아니에요? 제가 그렇게도 싫으세요? 제가 정말 진주를 떠났으면 좋겠어요?”“네. 김예훈 씨가 진주에 오고부터 세상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어요.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내부에서도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고요.”혜선 스님은 차분한 모습으로 제자가 건넨 차를 마시며 말했다.“안동 김씨 가문은 진주·밀양의 기둥과도 같아요. 김예훈 씨 존재만으로도 진주·밀양에 피바람이 불고 있는데 하루빨리 떠났으면 좋겠어요. 안동 김씨 가문을 위한, 진주·밀양을 위한, 김예훈 씨 자신을 위한 일이라 생각하고 이 간단한 조건을 들어주시면 안 될까요?”김예훈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웃는 얼굴로 말했다.“혜선 스님,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안 들어요? 이렇게 많은 일이 벌어진 걸 보면 김현민이 수장 자리에 앉을 자격이 없는 거 아니겠어요? 제가 있든 없든 수장 자리를 지켜낼 자격이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말인데 저랑 아무런 연관도 없는 일이 아닐까요? 이런 일로 제가 진주 떠나는 일은 절대 없을 거예요.”혜선 스님이 눈살을 찌푸리며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씨, 왜 그렇게 고집을 부리는 거예요?”“고집을 부리는 게 아니라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해서 그래요. 제가 왜 진주를 떠나야 하는 거죠?”김예훈은 어깨를 으쓱이며 직설적으로 말했다.“이곳이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제 자유 아닌가요? 아무도 저한테 뭐라 할 자격이 없는 것 같은데요? 오륜 사찰이 아직 저한테 해명해야 할 것이 있는 건 둘째치고, 그런 일이 없었다 하더라도 제가 실수로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봤다고 꺼지라는 거예요? 혜선 스님, 장사를 너무 잘하시네요. 오히려 제가 그 보잘것없는 몸매를 보고 눈을 버릴 뻔했는데도요? 서로 없었던 일로 하는 건 괜찮은데 이걸로 저를 협박해서 진주에서 쫓아내려
옷을 갈아입고 나온 혜선 스님은 정말 선녀와 다를 바 없었다.그녀는 유리알 같은 눈동자로 김예훈을 차갑게 쳐다보면서 말했다.“제 목욕탕에 무단 침입했으니 김예훈 씨를 죽일 수도 있었어요. 그런데 전에 선재 스님 사건 때 저희 오륜 사찰에 해명을 요구했었죠? 이제 서로 빚진 것이 없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혜선 스님.”오륜 사찰 여제자들은 하나같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성녀님의 알몸까지 봤는데 이대로 넘어간다고? 아, 선재 스님 사건을 해명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러면 누가 손해 보는 거지?’이때 한 여제자가 무의식적으로 혜선 스님을 힐끔 쳐다보며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설마 오륜 사찰과 맨날 사이가 안 좋던 저 자식을 성녀님이 인정해버린 걸까?’김예훈은 그저 어이없기만 했다.그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 같은 이 여자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하지만 오늘은 어쨌든 잘못한 것이 있으니 천천히 목욕탕에서 나와 혜선 스님이 살벌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는 가운데 향긋한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냈다.그의 아무렇지 않은 행동에 한 제자가 말했다.“그건 성녀님께서 몸 닦는 수건인데...”퍽.제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혜선 스님은 얼굴이 빨개지면서 앞으로 걸어가 김예훈의 가슴팍을 쳤다.퍽.김예훈은 재빨리 손으로 막았지만 뻘쭘한 마음에 별로 힘을 쓰지도 않았다.다시 정신을 차려보니 혜선 스님이 이미 수건을 빼앗아 간 후였다.혜선 스님의 표정은 다시 냉랭해지면서 김예훈을 차가운 시선으로 쳐다보았다.“이제 저희 오륜 사찰에 볼일 없을 것 같은데 이만 가시죠.”김예훈은 상대방의 분노를 느끼고 눈꺼풀이 살짝 떨렸다.더 이상 도망가지 않으면 그녀가 칼을 빼 들고 죽일 것만 같았다.김예훈은 피식 웃으며 돌아서서 말했다.“가긴 가겠지만 한마디만 할게요. 오늘 이 일이 정말 우연이라면 제가 해명해야 되겠지만...”김예훈은 말을 하다 말고 눈빛이 차가워지고 말았다.“만약에 오륜 사찰이 일본인과 손잡고 저를 함정에
“성녀님? 도포? 오륜 사찰? 당신이 바로 혜선 스님이에요?”보지 말아야 할 모습까지 다 봐버린 김예훈은 표정이 일그러져있었다.오륜 사찰의 성녀인 혜선 스님의 목욕탕에 빠질 줄은 상상도 못 했다.티끌 하나 없이 깨끗한 얼굴을 보니 왜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라고 하는지 이해할 것만 같았다.‘성녀의 목욕탕에 빠뜨리는 것이 바로 아마미네 토시로의 계획이었나? 정말 그의 계획이라면 김현민이 자기를 죽일까 봐 걱정되지도 않았을까? 그리고 내 기억이 맞는다면 김현민 그 자식이 성녀 혜선 스님을 마음에 품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혜선 스님은 약간 당황하긴 했지만 애써 감정을 추스르면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잠시 후, 갑자기 자기 목욕탕에 나타난 이 건방진 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이때 혜선 스님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김예훈 씨?”“뭐? 몇 번이고 우리 오륜 사찰의 얼굴에 먹칠하고 경매회까지 망친 그 김예훈?”“선재 스님을 해친 것도 모자라 3일 안에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으라고 하지 않았어?”“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어.”“성녀님, 저 자식이 이곳에 나타난 건 성녀님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모욕이에요. 죽여야 한다고요.”오륜 사찰의 한 제자가 분노에 가득 찬 얼굴로 곧장 달려들어 김예훈을 검으로 찌르려 했다.퍽.이때 혜선 스님이 손가락을 튕겨서 검을 날려버리고는 뒤돌아 병풍 뒤로 가서 옷을 갈아입으며 말했다.“진주에 어쩌다 천연 온천이 생겼는데 여기서 피를 볼 순 없지.”제자들 모두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성녀님, 저희가 너무 성급했나 봐요. 지금 바로 저 자식을 데리고 나가서 죽여버릴게요.”제자들은 검을 빼 들고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아직 목욕탕에서 나오지 않은 김예훈을 째려보았다.‘계속 우리 오륜 사찰을 건들던 놈이 감히 성녀님 목욕탕에 뛰어들다니. 죽고 싶어서 환장했나 보네.’“툭하면 죽이느니 마느니 하지 말고 제 설명 좀 들어보면 안 될까요?”김예훈은 한숨을 내쉬었다.아무리 그래도 여자 목욕탕에 뛰어들어 못 볼 꼴
쨕.아마미네 토시로는 옆으로 날아가더니 세게 바위에 부딪히면서 피를 뿜어냈다.그는 얼굴이 일그러진 채 눈빛이 어두워지면서 긴장하기 시작했다.비록 처음부터 온갖 함정까지 파놓으면서 김예훈을 평생의 적으로 대했지만 김예훈이 이런 상황에서도 전혀 흔들리지 않고 침착함을 유지할 줄 몰랐다.연기까지 하면서 겨우 이곳까지 끌고 왔는데 김예훈을 죽이지도 못하고 오히려 뺨 맞을 줄은 더더욱 몰랐다.‘정말 괴물이네.’퍽.아마미네 토시로는 얼굴에 뺨 자국이 나 있는 채로 이를 꽉 깨물더니 말없이 공중으로 뛰어올라 검을 휘둘렀다.칼날은 마치 하늘에서 떨어지는 유성처럼 빠르고도 정확했다.김예훈도 무심한 표정으로 검을 휘둘렀다.‘쨍’하는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은 또다시 스쳐 지나갔다. 김예훈은 절벽 끝에 서 있었고, 아마미네 토시로는 울창한 숲 변두리에 서 있었다.“대단한데?”아마미네 토시로는 칼날을 만지작거리면서 험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너 같은 사람은 몇 년 더 지나면 아마 내가 너의 상대가 안 될지도 몰라. 하지만 지금은 널 얼마든지 죽일 수 있어.”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정말 자신 있었다면 왜 이런 꼼수를 부린 거지? 일본인은 무신 경지에 이르렀어도 결국엔 본성을 잃지 못하네. 네가 도망치려고 바다에 뛰어든 순간부터 넌 영원히 나를 따라잡을 수 없었어. 지금까지 너를 죽이지 않았던 이유도 네가 또 어떤 꼼수를 준비했는지 알고 싶어서였어. 그런데 너무 실망이네.”“실망하긴 아직 이른 것 같은데?”아마미네 토시로는 피식 웃고 말았다.“김예훈, 여기가 어딘지는 알고 있어? 여기에 있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냐고. 모르고 있었다면 내가 알려줄까?”아마미네 토시로는 검으로 힘껏 바닥을 내리쳤다.쿵.격렬한 진동이 울리면서 김예훈이 서 있던 절벽이 순식간에 갈라졌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손에 쥐고 있던 검을 앞으로 던졌다.“풉.”몸에 검이 제대로 꽂힌 아마미네 토시로는 전혀 후회되지 않는 듯 미친 듯이 웃으며 뒤로 물러났다.반면으로
“풉!”핏덩이를 토해낸 아마미네 토시로는 한숨을 내쉬었다.“김예훈, 역시 대단해. 어린 나이에 탑 무신 급 경지에 이르다니. 내 눈으로 직접 보지 않았으면 절대 믿지 않았을 거야. 너 같은 사람이 우리 일본의 귀족이라면 얼마나 좋았을까.”김예훈이 덤덤하게 말했다.“아마미네 토시로, 아무리 쓸데없는 소리를 해도 난 널 살려줄 마음이 없어. 요트에 있을 때 이미 이 구역 통신을 차단하라고 했거든. 간단히 말해서 네가 방금 나 몰래 보낸 메시지, 아무도 볼 수 없다는 뜻이야.”아마미네 토시로는 얼굴이 살짝 굳으며 무의식적으로 핸드폰을 꺼냈다. 그런데 몇 분 전에 보낸 구조 요청 메시지가 발신 실패로 떠 있는 것이다.“이런 제기랄!”이 순간 아마미네 토시로는 본능적으로 고함을 질렀다.“정말 나랑 끝까지 해보자는 거야? 받아라! 불사참!”아마미네 토시로는 분노의 함성을 지르며 양손에 들고 있던 검을 힘껏 내리쳤다.칼날이 얼마나 매서운지 마치 귀신이 울부짖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김예훈은 아무런 무기도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미간을 찌푸린 채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하지만 아마미네 토시로가 이 기세를 몰아 검을 휘두를 거라 생각하고 있을 때, 김예훈을 스쳐 지나 산꼭대기 쪽으로 달려가는 것이다.김예훈은 어리둥절하기만 했다.‘무신이라는 놈이 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지? 공격하는 척하면서 또 도망쳐?’“아마미네 토시로, 그만 도망치지?”김예훈이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그만 쫓아오지?”아마미네 토시로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계속 울창한 숲을 이용해 김예훈을 따돌리려 했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아마미네 토시로의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전혀 급할 거 없이 10미터 정도의 거리를 유지했다.한 사람은 도망치고, 한 사람은 쫓아가는 것이 마치 사냥꾼이 사냥감을 쫓는 듯했다.곧 두 사람은 산 정상에 가까운 한 공터에 도착하게 되었다.먼저 땅에 발이 닿은 아마미네 토시로의 얼굴에는 음산한 기운이 가득했다.다음 순간 그는 땅을 구르더니 미리
야마자키파 검신, 일본 무신, 황실 어의인 아마미네 토시로는 분명 눈치가 있는 놈이었다.오늘 여덟 명의 바람의 아들들까지 불러내면서 만반의 준비를 했는데 한 방에 무너질 줄 몰랐다.이런 상황에서 아마미네 토시로가 정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한 남아서 김예훈과 맞서 싸울 일은 없었다.그래서 상대를 존중하는 척 부하의 뺨까지 때리고, 부하의 시체로 요트 엔진을 고장 내서야 쥐도 새도 모르게 도망친 것이다.게다가 도망치는 경험까지 풍부해서 바다 한가운데에 있던 그는 눈 깜짝할 사이에 바닷가에 도착해 있었다.김예훈은 요트 위에 남아있는 잔병들을 힐끔 쳐다보았다.이들은 하나같이 정신이 혼미해져 마치 어떤 신념이 완전히 무너진 듯했다.이들과 말 섞기도 싫은 김예훈은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내고는 곧바로 바다에 뛰어들어 아마미네 토시로가 도망친 방향으로 쫓아갔다.어쨌든 한 시대의 무신이자 검신이었기에 아무리 겁을 먹었다고 해도 실력이 있는 것은 분명했다.김예훈은 오늘로써 한 방에 끝내고 싶었다.아니면 어딘가 숨어서 언제 또 습격할지 몰랐다. 김예훈은 상관없었지만 주변 사람들의 안전 또한 고려해야 했다.아마미네 토시로도 김예훈이 놔줄 생각이 없어 보이자 속도를 내 바닷가의 울창한 숲속으로 뛰어들었다.이 지역은 진주 태산 뒷산으로 진주 상류 인사들이 휴양하는 곳이라 절대 개발이 허락되지 않았다.이곳은 산짐승이 많은 것으로 유명한데 진주에서 보기 드문 한적한 곳이었다.아쉽게도 지금의 아마미네 토시로는 전혀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할 여유가 없었다.얼마나 많은 노력을 들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온 힘을 다했더니 마침내 절벽 끝에 오래 방치된 정자 하나를 발견했다.그런데 숨을 돌리기도 전에 멀지 않은 숲속에서 김예훈이 뒷짐을 쥔 채 태연하게 걸어 나왔다.“김예훈, 내가 이렇게까지 멀리 왔는데 좀 쉬면 안 돼? 요트에 그 많은 사람의 목숨으로는 부족했어? 왜 하필 나를 따라다니는 거야. 노인을 공경할 줄도 몰라?”아마미네 토시로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