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고? 우리 임씨 가문의 기세가 하늘을 찌르고 있는데 감히 임씨 가문의 회사에서 퇴사를 해?”임옥희를 포함한 임씨 가문의 사람들은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앞으로 임씨 가문이 어떻게 발전할지 모르는 건가?왜 하필 이때 퇴사하는 것인지!이는 임씨 가문의 발목을 잡는 것과 같았다. 게다가 중요한 것은 퇴사를 한 사람들이 백운 그룹의 핵심 멤버라는 것이었다. 그들이 떠나면 백운 그룹은 전혀 돌아가지 않는다. 임옥희가 미간을 찌푸리고 있을 때 임영빈의 핸드폰이 또 울렸다. “뭐? 또 고위급 임원들이 퇴사를 해요?! 인사팀 부장인 당신도 퇴사하겠다고요? 나한테 연락해 주는 것도 고마운 줄 알라고!?”임영빈은 어이가 없었다. 전화를 끊자마자 또 통화가 들어왔다. “뭐요?! 백운 별장 프로젝트의 시공팀이 우리와의 협업을 취소하겠다고요?! 사람들이 아예 떠나갔다고요?! 뭐라고요?! 집 지키는 개까지 목줄을 끊고 도망쳤다고요?!”놀란 임영빈은 입을 딱 벌렸다. 하루아침에 이렇게 많을 일이 일어날 줄 상상도 하지 못했다. 이번에는 임영빈이 직접 보고할 필요가 없었다. 임옥희는 이미 사건의 엄중성을 알았다. 백운 별장 프로젝트는 백운 그룹의 생명줄이다. 백운 별장 프로젝트가 엎어지면 백운 그룹도 끝이다. “회장님, 얼른 방법 좀 생각해 보세요. 지금 제일 무서운 건 백운 별장을 샀던 사람들이 환불하러 오는 거라고요! 계약서를 보면 그들이 환불하러 오면 우리는 3배의 위약금을 내야 해요!”이때 임영빈의 휴대폰이 또 울렸다. 급한 임영빈은 또 전화를 받았다. “뭐?! 이번에는 사람들 데리고 와서 분양사무실을 부숴요? 우리 백운 그룹이 사기를 쳤다고?! 시공 팀도 떠났으니 빨리 돈을 돌려달라고요?!”진짜 말이 씨가 되는 현장이었다. 그 전화를 받은 임영빈은 멘탈이 붕괴될 것만 같았다. 그는 확실히 해외에서 경영에 대해 배웠다. 하지만 이런 난장판은 처음이었다. 애초에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몰랐다. 문제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임씨 가문 사람들이 다들 현장으로 가 어떻게 된 일인지 겨우 알아냈다. “정민아가 백운 그룹의 시공을 빨리 진행하기 위해서 맹목적으로 대량의 자금을 투자했습니다. 지금 회사에는 돈이 한 푼도 없어요. 그 임원들도 월급을 받지 못해 다 퇴사한 겁니다. 시공팀에서도 돈을 받지 못해 그대로 멈췄다고 합니다.”“게다가 지금 백운 그룹이 빚이 많다는 소문이 돌아서 별장을 산 사람들도 와서 환불을 요청하는 것 같습니다.”“말한 계약서도 진짜 존재합니다. 정민아가 회사 이름으로 CY그룹과 한 계약인데 이건 정민아가 대표가 되는 조건으로 쓴 것이라고 합니다.”“결국에는 이게 다 정민아 때문입니다. 이 비겁한 년, 회사를 난장판으로 만들어 버리고 우리한테 던져준 겁니다!”“어쩐지 일이 쉽게 돌아간다고 했어요!”어찌 된 일인지 잘 알아본 임씨 가문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불만을 토로했다.이때 벤츠 한대가 임씨 가문의 저택에 들어왔다. 깔끔하게 정장을 차려입은 남자들이 엄숙한 표정으로 들어왔다. “여기, 임씨 가문의 책임자 계십니까?”“제가 책임자입니다. 당신들은...”임옥희는 일이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지만 어쩔 수 없이 나섰다. “안녕하십니까, 무슨 일이냐면요. 계약서대로라면 오늘까지 10년 치 빌딩 임대료인 400억을 보내주셔야 하는데 아직 보내주시지 않아 찾아왔습니다. 임씨 가문이 3일 안에 돈을 보내주시면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저희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계약 위반 시 10배의 위약금을 내야 합니다. 이건 우리 쪽 변호사가 쓴 고소장입니다. 먼저 읽어보셔도 됩니다.”그 사람들은 서류를 남기고는 사라졌다. 임옥희는 떨리는 손으로 서류들을 들고 쳐다보았다. 눈앞이 깜깜해지는 기분에 하마터면 쓰러질 뻔했다. 서류에는 백운 그룹이 임대료를 내지 않아 계약대로 임대료를 내지 않는다면 10배의 위약금을 내야 한다고 했다. 바로 4천억이었다. 임옥희는 놀라서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 임씨 가문의 사람들도 서류를 보고는
임씨 가문이 입이 닳도록 사정하자, 결국 중소 주주들은 임씨 가문이 자금을 조달할 시간을 주기로 했다.하지만 요 며칠 벌어진 일로 임씨 가문은 100억 정도의 위약금도 따로 물어야 하는 상황이다.눈앞이 캄캄했지만 당장 코앞에 벌어진 일들을 수습하기 위해 임씨 가문은 어쩔 수 없이 알겠다고 답했다.중소 주주들이 모두 돌아간 후에야 임씨 가문은 적막을 찾을 수 있었다.모든 사람 이마가 땀으로 범벅이었고 표정을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일그러졌다.모든 일들이 일단락된 줄 알았는데 갑자기 또 픽업트럭 몇십 대가 밖에 줄지어 들어왔다.곧이어 한눈에 봐도 건들건들한 불량배가 우르르 나왔다.이들은 건축 자재 공급업자들이다.평소 백운 그룹은 주급으로 자재비를 지불했고, 게다가 현금으로 결제했었다.하지만 이번에 결제 날짜가 한참이나 지났는데도 자재비가 들어오지 않아 이들이 바로 찾아온 것이다.“빨리 돈 내놔!”“현금으로 자재비 안 주면 우리가 너희 임씨 가문 가만 안 둘 거야!”이 자재 공급업자들은 하나 같이 모두 체격이 큰 인부 열댓 명을 데리고 와서는 순식간에 임씨 가문을 둘러쌌다.이전에 왔던 사람들은 점잖게 말로 얘기하고 갔었다면, 이번에 온 이들은 모두 사납고 거칠었다.잔뜩 겁먹은 임영빈은 아무렇지 않은 척 앞으로 나와 말했다.“저기, 너희 돈 안 갚은 사람은 정민아야. 우리와 아무 관련이 없으니까, 우리 말고 정민아 찾아가!”“아. 네가 백운 그룹 새 대표잖아. 우리가 모를 것 같아? 우리가 백운 그룹이랑 계약했는데 너 안 찾으면 누굴 찾아가라는 거야. 우리가 바보로 보이니?”“그리고 너희 임씨 가문이랑 정민아랑 인연 끊었다면서 이 일이 정민아랑 무슨 관계가 있는데?”“빨리 똑바로 돈이나 갚아! 안 그러면 오늘 우리가 너희 다 가만 안 둘 거야!”자재 공급업자들은 모두 화가 단단히 났다.이때 임영운이 걸어 나와 차갑게 말했다.“모두 안 나가? 너희 내가 성남 경찰서 삼인자인 거 다 알고 있지? 계속 그렇게 안 가면 서에 연락해서
“우선 사과하고, 그리고 돈을 갚자!”여문성은 이를 꽉 깨물고 말했다.임영운은 정말 그러기 싫었다.그래도 성남 경찰서 삼인자보고 자재 공급업자들에게 머리 숙여 사과하라니. 너무 창피한 일이다!이때 임옥희가 나와 침착하게 말했다.“영운아, 작은 일을 참지 못하면 더 큰 일이 생기는 법이야. 어서 가서 사과해라!”임영운과 임영빈은 죽어도 싫었지만, 임옥희의 표정이 좋지 않아 어쩔 수 없이 해야 했다.결국, 임영운은 이를 꽉 깨물고 공급업자들한테 머리 숙여 잘못을 인정했다.임영빈은 은행으로 가 임씨 가문 통장에 있는 몇억 원을 빼냈고, 심지어 어쩔 수 없이 임씨 가문의 차량 몇 대도 담보로 걸어 겨우 20억을 만들어 자잿값을 갚았다.이 자재 공급업자들은 임씨 가문 앞에서 돈을 하나하나 세보고, 돈이 맞자 그제야 떠났다.그러나 문을 나설 때 한 자재 공급업자가 뒤돌아 말했다.“맞다. 이걸 까먹고 말을 안 했네. 계약서에 따라서 남은 한 달도 우리는 계속 자재를 현장에 보낼 거니까 늦지 않게 돈 지불해!”이 말을 듣고 임씨 가문은 모두 눈앞이 깜깜해져 왔다.임영빈이 화가 나 말했다.“우리 현장은 모두 공사 중단했는데. 너희 자재 가져다가 우리보고 뭐 하라고?”자재 공급업자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공사가 중단됐든 말든 그게 우리랑 무슨 상관이야. 됐고, 어쨌든 다 계약대로 진행할 거니까 결제 안 하면 바로 경기도 기관 문 앞에서 피켓 들고 시위할 거야!”“맞아! 우린 잃을 게 없어서 무서울 게 딱히 없어!”“너희 가문에 누가 경기도 삼인자라며? 그때 가서 누가 창피당하는지 보자고!”자재 공급업자들은 협박하고는 냉소를 지으며 떠났다.임씨 가문 사람들은 하나 같이 표정이 좋지 않았다.임씨 가문은 원래 기관 출신이지 사업하는 집안이 아니기 때문에 잔액이 많지 않았다.그리고 방금 자재비를 갚기 위해 이미 임씨 가문이 힘들게 모은 돈도 다 뺐다.임씨 가문 사람들은 전부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졌다.더 중요한 건 앞으로 이 자재 공급업자들이
“왜? 돈 받을 때는 누구보다 적극적이었으면서, 지금 임씨 가문이 위기가 찾아오니까 모두 벙어리가 된 거야?”화가 난 임옥희는 들고 있던 용머리가 박힌 지팡이를 바닥에 던지며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모두 고개를 푹 숙이며 아무도 대답할 수가 없었다.왜냐하면 이번 일은 처음 예상과는 너무 달랐다! “다들 입이 있으면 말을 해봐! 다 쓰러져 가는 이 회사 어떻게 수습할 거야!”임옥희는 계속 소리쳤다.“할머니, 제 생각에는 이번 일은 우리가 정민아, 그 계집애한테 한 방 먹은 것 같습니다! 생각해 보세요! 처음에 우리가 김예훈을 살리고 싶으면 모든 지분을 가져오라고 했잖아요. 그런데 문제는 시가총액이 4천억인데, 그 남자가 그 정도의 가치가 있진 않잖아요? 그런데 정민아는 바로 지분을 우리에게 넘겼어요! 분명 일부러 그런 거예요. 그때 정민아는 이미 백운 그룹이 다 쓰러져 가는 회사라는 걸 알고 우리에게 바로 넘긴 거예요!”“그리고 그때 정민아는 아쉬워하지도 않고, 계약서를 작성할 때는 오히려 홀가분했어요! 그때는 우리가 전혀 눈치 못 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 이상해요!”“정민아는 너무 침착했어요! 보통 사람이 4천억을 잃으면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일 텐데 정민아 표정은 오히려 신나 있었어요!”임씨 가문 사람들은 지금 자기들 멋대로 생각하고 입을 놀리기 바빴다.표정이 좋지 않은 임옥희는 찻잔을 꽉 쥐어 잡고 한참 생각을 한 후에 차갑게 말했다.“그렇다면, 정민아, 이 계집애가 자기가 회사가 감당이 안 되니까 우리한테 넘긴 거네! 그리고 우린 그대로 한 방 먹었고! 지금 보니까 우리가 계획을 세우고 있던 게 아니라 우리 임씨 가문이 정민아네 가족 손에 놀아난 거잖아! 우린 그냥 그 집안 총알받이였잖아!”임효가 차갑게 말했다.“할머니, 제가 예전부터 말했잖아요, 정민아, 이 계집애 예쁘다고 좋아하셨는데, 사실은 검은 속내를 숨기고 있어요! 정민아는 그냥 우리 임씨 가문을 벼랑 끝으로 떨어뜨리려는 속셈이에요!”화가 머리끝까지 난 임혹희는 온몸
임씨 가문이 어떻게 이 골칫거리들을 정민아한테 떠넘길까 생각하고 있을 때 정민아는 어떤 업종으로 다시 새 사업을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김예훈은 옆에서 계속 응원하며 정민아에게 성남시 시장이 얼마나 크고 기회가 얼마나 많은지 알려줬다.그리고 정민아는 원래부터 강했기 때문에 넘어져도 어떻게든 일어나 끝내 올라간다.김예훈의 응원을 받고 정민아는 다시 사업을 할 생각을 다잡았다.정민아는 프리미엄 가든에서 계획을 세우며 엔젤 투자자를 찾을 준비를 했다.이때 임옥희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정민아, 이 나쁜 계집애야! 우리 임씨 가문이 너한테 못 해준 적 있어? 근데 네가 감히 우리 임씨 가문을 속여? 넌 천하의 죽일 년이야! 그때 임은숙이 너 가졌을 때 지우라고 안 한 게 후회가 돼! 그때 널 지웠으면 우리 임씨 가문이 지금, 이 지경까지 몰락하지 않았어!”전화를 받자마자 임옥희는 정민아에게 욕을 퍼부었다.그러나 정민아는 그래도 공손하게 대답했다.“외할머니, 무슨 일 생겼어요? 저는 임씨 가문한테 아무 짓도 안 했어요.”정민아의 말을 듣자, 전화기 너머로 임옥희의 욕설이 쏟아져 나왔다.“우리한테 아무것도 안 했다고? 백운 그룹 고위급 임원이랑 직원들을 모두 나가게 하고! 자재 공급업자들이 우리한테 와서 돈 받아 가게 하고! 시공팀은 공사 중단시키고! 지금 CY그룹이랑 중소 주주들조차도 모두 자금을 철회한다는데! 지금 이게 너랑 아무 관련이 없다는 말이 나와? 어디서 착한 척을 하고 있어!”이 말을 들은 정민아도 충격이었다. 정민아가 회사에 있을 때 백운 그룹의 성장 속도는 눈에 띄게 빨랐다.당신 백운 그룹은 성남시 부동산 업계에서 떠오르는 샛별이었다.그런데 정민아가 회사를 떠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백운 그룹은 거의 파산 직전이 됐다.“외할머니, 혹시 백운 그룹이 보유한 현금을 다 빼서 이런 일이 발생한 건 아니죠.?정민아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정민아가 보기에 이런 일이 일어날 이유는 임씨 가문밖에 없었다.“너...! 우리 임씨
임옥희는 정의로운 사람처럼 말했다.정의로워 보이는 임옥희는 사실 전혀 아니었다.임옥희는 정민아의 성격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정민아는 마음이 여려서 혈연을 중요하게 생각했다.임씨 가문 사람들은 돈과 자기 이익 앞에서는 혈연 따위 필요도 없지만 정민아는 절대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임옥희는 정민아가 김예훈과 이혼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에서 이점을 파악했다.만약 임효라면 이딴 남편은 진작에 내다 버렸을 것이다.“민아야, 이거 할머니가 주는 마지막 기회야. 네가 돌아오기만 하면 모든 일이 해결될 거야! 너만 생각하지 말고 너희 엄마도 생각해 봐. 그리고 난 너희 엄마의 엄마잖아!”임옥희는 아까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친절하게 말했다.완전히 병 주고 약 주기다.그러나 이 말은 정민아의 마음을 흔들었다.사실 정민아는 지금 백운 그룹을 신경도 안 쓰고 있었다. 하지만 임씨 가문과 계속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건 정민아가 바라던 것이다.왜냐하면 정민아는 임은숙이 밤마다 몰래 우는 걸 이미 몇 번이나 봤기 때문이다.정민아는 할 수만 있다면 엄마가 계속 우울해하지 않았으면 했다.마음이 약해진 정민아가 대답하려 했다.“민아야, 만약 알겠으면 지금 임씨 가문으로 와. 할머니가 많이 보고 싶어!”임옥희는 이미 모든 걸 꿰뚫고 정민아가 마음이 약해진 지금, 이 순간을 기다렸다.“할머니, 저...”정민아가 알겠다고 말을 하려 할 때 김예훈이 걸어와 정민아의 전화를 뺏어 담담하게 말했다.“우리 집 보험 가입 안 해요. 수고하세요.”“김예훈! 나야!”임옥희는 조금 화가 났지만 차마 화를 낼 수가 없었다.“나가 누군데요? 저랑 만난 적 있나요? 저 근데 죄송하지만 일도 없으면서 전화해 우리 와이프 괴롭히지 마세요! 지금 사업 때문에 바빠요!”차갑게 웃으면서 말을 한 김예훈은 그대로 끊어 버리고 차단했다.이때 정군이 걸어 나와 말했다.“예훈아, 무슨 일이야?”김예훈이 웃으며 말했다.“임씨 가문 사람이 우리가 대신 돈 갚게 꼬드기고 있어서
정민아는 입을 잘근 씹다 한숨을 쉬더니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정민아는 선한 사람이지만 바보는 아니기 때문에 임씨 가문의 의도를 모르지 않는다.그저 마음에 걸리는 걸 못 참을 뿐이다.그러나 김예훈의 말을 듣고 마음속에 가지고 있던 부담이 조금은 내려갔다.“여보, 고마워. 임씨 가문이 나를 수단으로만 사용하려는 거 이제 알았어. 앞으로 그쪽 말 안 들을게. 임씨 가문 알아서 해결하라 해.”말은 이렇게 했지만, 정민아는 아직도 조금 걸렸다.그러나 김예훈은 임씨 가문에 기회를 줄 생각이 없었다.김예훈은 대학교 탐방을 이유로 임은숙과 정군을 데리고 성남을 떠나 부산과 서울에서 쉬다 오도록 정소현을 시켰다.이런 상황에서 임씨 가문은 정군과 임은숙에게 연락할 생각도 하지 않았다....임씨 가문.임씨 가문 사람들은 전화를 하도 많이 걸어 휴대 전화가 폭발할 지경이었지만 정민아 가족과 연락이 닿지 않았다.이때, 임영운이 다급하게 돌아왔다.“어르신, 방금 제가 사람을 시켜 알아봤는데, 정군, 임은숙, 정소현이 한 시간 전에 비행기 타고 성남시를 떠났대요. 들어보니 대학교 탐방을 위해 몇몇 대도시에 가서 최소 보름은 지나야 돌아온다고 합니다. 그리고 정민아랑 김예훈은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어요. 아예 자취를 감췄어요! 프리미엄 가든 초인종을 죽어라 눌렀는데도 아무도 나오지 않아요!”이 상황을 듣자 임씨 가문 사람들은 당황했다.이들은 원래 정민아만 믿고 있어서 정민아가 돌아와 수습만 하면 임씨 가문은 살아남을 기회가 있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지금 또 일이 이 꼴이 됐다.임옥희는 하도 울어 더 이상 눈물도 안 나오는 상태로 기침만 할 뿐이다.“모두 김예훈 이 녀석 때문이야! 정민아는 원래 오려고 했어! 정민아, 그 집안에서 데릴사위 따위가 실세일지 누가 알았겠어! 나쁜 녀석! 김예훈 이놈을 죽이고 싶어 미치겠어!”임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미쳐 돌아버릴 지경이었다.이때 차량 두 대가 또 임씨 가문 대문에 도착했다.“먼저 소개부터 하겠습니다.
양상철이 덤덤하게 말했다.“일본인이 말 잘하는 걸로 유명하던데 오늘 그걸 직접 경험할 줄이야. 대한민국 무신이 나한테 이런 말을 했으면 분명 믿었을 거야. 그런데 입만 번지르르하고 배신에 익숙한 일본인이 한 말을 어떻게 믿으라고. 내가 곧 죽을 나이가 된 건 맞지만 알건 다 알아. 남양국과 대한민국 간의 분쟁은 통제 가능한 범위 내에 있어. 그런데 만약 언젠가 일본이 목적을 달성하는 날이 다가온다면 우리 남양국도 좋은 날이 없을 건 확실해. 공과 사를 불문하고 내가 너의 반대편에 서 있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설득에 실패한 아마미네 토시로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러면 끝까지 해보자는 거야? 얼마든지 덤벼. 지옥으로 보내줄 거니까.”아마미네 토시로는 표정이 심각해지더니 속으로는 김예훈을 죽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진주·밀양에 온 지 얼마나 되었다고? 어떻게 이 짧은 시간에 이렇게 많은 세력을 자기편으로 만들 수 있는 거지? 김예훈을 죽이지 않았다간 앞으로 일본인이 진주·밀양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할 거야.”“불가능할 텐데? 지금은 물론 전성기 시절에도 나를 죽이지 못했을 거야. 나를 죽이려면 아마 야마자키파 전 수장인 야마모토 타케시를 모셔 와야 할 거야.”양상철은 태연하기만 했다.“넌 아직 그럴만한 자격이 없어.”아마미네 토시로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분은 더 이상 속세의 일에 관여하지 않기로 했어. 너 같은 잡것들이 어르신을 방해하지 않게 내가 노력할 수밖에.”아마미네 토시로는 또 알약을 하나 삼켰다.알약을 삼키자마자 그는 근육이 수축하면서 눈동자가 새빨개지기 시작했다.다음 순간 양상철을 향해 비수를 날렸다.양상철은 넓은 소매를 휘둘러 비수를 한쪽으로 내팽개쳤다.펑.거대한 굉음이 울려 퍼지면서 숲속에 불꽃이 튀겼다.이 모습에 양상철은 속으로 일본인이 정말 뻔뻔하다고 욕했다.‘한 시대의 무신이자 검신이 정정당당한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옆길로 샐 궁리만 한다니. 정말 염치가 없네.’공격을 피한 양상철은 앞으로 나
오륜 사찰 금지구역.아마미네 토시로는 복부 상처를 감싸 쥔 채 얼굴이 일그러져있었다.그는 곧 알약 하나를 삼키고는 절벽 끝에 엎드려 망원경으로 아래쪽 상황을 지켜보았다.잠시 후 그는 얼굴이 약간 창백해지더니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혜선 스님이 아직 저 자식을 죽이지 않았다니. 역시 여자 등이나 처먹는 기생오라비가 맞았어. 여자들마다 아까워서 죽이지 못하잖아.”아마미네 토시로는 조심스럽게 일어나 이곳에 남긴 흔적을 없애고는 이곳을 떠나려고 했다.그런데 일어서는 순간 뒤에서 바스락 소리가 들려왔다.아마미네 토시로는 무언가를 짐작한 듯 재빨리 거즈로 상처를 감싸고는 검을 쥐고 심각한 표정으로 뒤쪽을 바라보았다.1분 1초가 흘러가면서 주변 공기는 점점 무겁게 가라앉았다.이 순간은 1분이 마치 1년처럼 느껴졌다.잠시 후, 마침내 숲속에서 어떤 노인이 뒷짐을 쥐고 서서히 걸어 나왔다.그는 어마어마한 기세를 뿜어내면서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아마미네 토시로를 쳐다보았다.아마미네 토시로는 맞은편에 있는 노인을 보더니 피식 웃었다.“남양 무신 양상철?”양상철이 덤덤하게 말했다.“나를 알아봤으면 너의 아들보고 너한테 전하라고 한 말도 들었을 텐데. 지금 보니 내 말을 귓등으로 흘린 모양이군. 왜. 10년 동안 너무 조용하게 지냈더니 나를 잊은 거야?”남양 무신 양상철을 알고 있는 아마미네 토시로는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남양국이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섬라국과 화국에 의해 멸망하지 않은 것도, 심지어 동해 해역에서 꽤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양상철 덕분이라고 할 수 있었다.전해지기로는 대한민국 출신인 그의 조상님이 남양국으로 이주한 뒤 혼자 힘으로 이 나라를 일궈냈다고 했다.남양 무신은 남양인들의 존경을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남양국을 쥐락펴락할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기도 했다.간단히 말해서 남양국에는 무신이 한 명뿐이지만 단 한 명으로 모든 적을 물리칠 수 있었다.적어도 아마미네 토시로는 지금 상태로는 절대 그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총사령관님은 젊고 멋있는 분이야. 포스까지 장난 아니라고. 그분은 우리 대한민국 국방부의 살아있는 전설이라고. 무슨 염치로 자기가 총사령관이라고 하는 거야? ‘총사령관’이라는 이름을 더럽혔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혜선 스님은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이 이유만으로도 난 네가 너무 싫어졌어. 오륜 사찰에 사람을 함부로 죽여서는 안 되는 규칙만 없었더라면 넌 오늘 살아서 나가지도 못했을 거야.”김예훈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내가 한 말은 다 사실인데 믿든 말든 마음대로 해.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그런 말을 하다니. 정말 쓸모없는 인간이네.”혜선 스님은 김예훈이 우상인 총사령관의 이름을 더럽혔다는 생각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녀는 뒤로 한 걸음 물러서며 말했다.“김예훈을 쫓아내. 저 자식이 원하든 말든 진주 밖으로 쫓아내라고. 그리고 앞으로 김예훈이 총사령관이라고 자칭하거나 진주·밀양에 발을 내딛는 순간 오륜 사찰에서 죽여버릴 거라는 공식적인 입장도 전해.”혜선 스님은 말을 끝내자마자 뒤돌아 떠나려고 했다.다음 순간, 열몇 명의 오륜 사찰 제자들이 나타나 검으로 김예훈을 겨냥했다.그중 한 명이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김예훈, 꺼져.”김예훈은 이들을 무시한 채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혜선 스님을 바라보며 말했다.“혜선 스님,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여전해. 나를 오륜 사찰에서 쫓아내는 건 상관없는데 진주·밀양에서 쫓아낼 생각은 하지도 마. 내가 총사령관이 아니라고 생각된다면 한마디만 물을게. 김현민이 곧 9대 국방부 총사령관이 될 거라는 소문이 돌고 있는데 걔가 과연 전설 속 당도 부대 총사령관일까? 나이, 실력은 막론하고, 정말 김현민이 총사령관이라고 생각해? 총사령관님은 유라시아 전쟁에서 5대 강국을 단숨에 제압하고 혼자 힘으로 일본의 수많은 검신, 음양 대가들을 물리치신 분이야. 총사령관님 같은 분이 굳이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수장 자리를 탐내서 일본인에게 굽신거릴까? 솔직히 말해서 김현민 같은 사람한테 총사령관이라는
“24시간 내로 진주에서 꺼져주시면 예전에 있었던 일을 따지지도 않을게요. 어쩌면 저희가 약간의 혜택도 드릴 수 있어요.”혜선 스님의 진지한 말투에 김예훈은 피식 웃고 말았다.“성녀님, 저희 오늘 두 번째로 만나는 거 아니에요? 제가 그렇게도 싫으세요? 제가 정말 진주를 떠났으면 좋겠어요?”“네. 김예훈 씨가 진주에 오고부터 세상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어요.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내부에서도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고요.”혜선 스님은 차분한 모습으로 제자가 건넨 차를 마시며 말했다.“안동 김씨 가문은 진주·밀양의 기둥과도 같아요. 김예훈 씨 존재만으로도 진주·밀양에 피바람이 불고 있는데 하루빨리 떠났으면 좋겠어요. 안동 김씨 가문을 위한, 진주·밀양을 위한, 김예훈 씨 자신을 위한 일이라 생각하고 이 간단한 조건을 들어주시면 안 될까요?”김예훈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웃는 얼굴로 말했다.“혜선 스님,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안 들어요? 이렇게 많은 일이 벌어진 걸 보면 김현민이 수장 자리에 앉을 자격이 없는 거 아니겠어요? 제가 있든 없든 수장 자리를 지켜낼 자격이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말인데 저랑 아무런 연관도 없는 일이 아닐까요? 이런 일로 제가 진주 떠나는 일은 절대 없을 거예요.”혜선 스님이 눈살을 찌푸리며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씨, 왜 그렇게 고집을 부리는 거예요?”“고집을 부리는 게 아니라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해서 그래요. 제가 왜 진주를 떠나야 하는 거죠?”김예훈은 어깨를 으쓱이며 직설적으로 말했다.“이곳이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제 자유 아닌가요? 아무도 저한테 뭐라 할 자격이 없는 것 같은데요? 오륜 사찰이 아직 저한테 해명해야 할 것이 있는 건 둘째치고, 그런 일이 없었다 하더라도 제가 실수로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봤다고 꺼지라는 거예요? 혜선 스님, 장사를 너무 잘하시네요. 오히려 제가 그 보잘것없는 몸매를 보고 눈을 버릴 뻔했는데도요? 서로 없었던 일로 하는 건 괜찮은데 이걸로 저를 협박해서 진주에서 쫓아내려
옷을 갈아입고 나온 혜선 스님은 정말 선녀와 다를 바 없었다.그녀는 유리알 같은 눈동자로 김예훈을 차갑게 쳐다보면서 말했다.“제 목욕탕에 무단 침입했으니 김예훈 씨를 죽일 수도 있었어요. 그런데 전에 선재 스님 사건 때 저희 오륜 사찰에 해명을 요구했었죠? 이제 서로 빚진 것이 없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혜선 스님.”오륜 사찰 여제자들은 하나같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성녀님의 알몸까지 봤는데 이대로 넘어간다고? 아, 선재 스님 사건을 해명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러면 누가 손해 보는 거지?’이때 한 여제자가 무의식적으로 혜선 스님을 힐끔 쳐다보며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설마 오륜 사찰과 맨날 사이가 안 좋던 저 자식을 성녀님이 인정해버린 걸까?’김예훈은 그저 어이없기만 했다.그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 같은 이 여자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하지만 오늘은 어쨌든 잘못한 것이 있으니 천천히 목욕탕에서 나와 혜선 스님이 살벌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는 가운데 향긋한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냈다.그의 아무렇지 않은 행동에 한 제자가 말했다.“그건 성녀님께서 몸 닦는 수건인데...”퍽.제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혜선 스님은 얼굴이 빨개지면서 앞으로 걸어가 김예훈의 가슴팍을 쳤다.퍽.김예훈은 재빨리 손으로 막았지만 뻘쭘한 마음에 별로 힘을 쓰지도 않았다.다시 정신을 차려보니 혜선 스님이 이미 수건을 빼앗아 간 후였다.혜선 스님의 표정은 다시 냉랭해지면서 김예훈을 차가운 시선으로 쳐다보았다.“이제 저희 오륜 사찰에 볼일 없을 것 같은데 이만 가시죠.”김예훈은 상대방의 분노를 느끼고 눈꺼풀이 살짝 떨렸다.더 이상 도망가지 않으면 그녀가 칼을 빼 들고 죽일 것만 같았다.김예훈은 피식 웃으며 돌아서서 말했다.“가긴 가겠지만 한마디만 할게요. 오늘 이 일이 정말 우연이라면 제가 해명해야 되겠지만...”김예훈은 말을 하다 말고 눈빛이 차가워지고 말았다.“만약에 오륜 사찰이 일본인과 손잡고 저를 함정에
“성녀님? 도포? 오륜 사찰? 당신이 바로 혜선 스님이에요?”보지 말아야 할 모습까지 다 봐버린 김예훈은 표정이 일그러져있었다.오륜 사찰의 성녀인 혜선 스님의 목욕탕에 빠질 줄은 상상도 못 했다.티끌 하나 없이 깨끗한 얼굴을 보니 왜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라고 하는지 이해할 것만 같았다.‘성녀의 목욕탕에 빠뜨리는 것이 바로 아마미네 토시로의 계획이었나? 정말 그의 계획이라면 김현민이 자기를 죽일까 봐 걱정되지도 않았을까? 그리고 내 기억이 맞는다면 김현민 그 자식이 성녀 혜선 스님을 마음에 품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혜선 스님은 약간 당황하긴 했지만 애써 감정을 추스르면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잠시 후, 갑자기 자기 목욕탕에 나타난 이 건방진 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이때 혜선 스님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김예훈 씨?”“뭐? 몇 번이고 우리 오륜 사찰의 얼굴에 먹칠하고 경매회까지 망친 그 김예훈?”“선재 스님을 해친 것도 모자라 3일 안에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으라고 하지 않았어?”“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어.”“성녀님, 저 자식이 이곳에 나타난 건 성녀님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모욕이에요. 죽여야 한다고요.”오륜 사찰의 한 제자가 분노에 가득 찬 얼굴로 곧장 달려들어 김예훈을 검으로 찌르려 했다.퍽.이때 혜선 스님이 손가락을 튕겨서 검을 날려버리고는 뒤돌아 병풍 뒤로 가서 옷을 갈아입으며 말했다.“진주에 어쩌다 천연 온천이 생겼는데 여기서 피를 볼 순 없지.”제자들 모두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성녀님, 저희가 너무 성급했나 봐요. 지금 바로 저 자식을 데리고 나가서 죽여버릴게요.”제자들은 검을 빼 들고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아직 목욕탕에서 나오지 않은 김예훈을 째려보았다.‘계속 우리 오륜 사찰을 건들던 놈이 감히 성녀님 목욕탕에 뛰어들다니. 죽고 싶어서 환장했나 보네.’“툭하면 죽이느니 마느니 하지 말고 제 설명 좀 들어보면 안 될까요?”김예훈은 한숨을 내쉬었다.아무리 그래도 여자 목욕탕에 뛰어들어 못 볼 꼴
쨕.아마미네 토시로는 옆으로 날아가더니 세게 바위에 부딪히면서 피를 뿜어냈다.그는 얼굴이 일그러진 채 눈빛이 어두워지면서 긴장하기 시작했다.비록 처음부터 온갖 함정까지 파놓으면서 김예훈을 평생의 적으로 대했지만 김예훈이 이런 상황에서도 전혀 흔들리지 않고 침착함을 유지할 줄 몰랐다.연기까지 하면서 겨우 이곳까지 끌고 왔는데 김예훈을 죽이지도 못하고 오히려 뺨 맞을 줄은 더더욱 몰랐다.‘정말 괴물이네.’퍽.아마미네 토시로는 얼굴에 뺨 자국이 나 있는 채로 이를 꽉 깨물더니 말없이 공중으로 뛰어올라 검을 휘둘렀다.칼날은 마치 하늘에서 떨어지는 유성처럼 빠르고도 정확했다.김예훈도 무심한 표정으로 검을 휘둘렀다.‘쨍’하는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은 또다시 스쳐 지나갔다. 김예훈은 절벽 끝에 서 있었고, 아마미네 토시로는 울창한 숲 변두리에 서 있었다.“대단한데?”아마미네 토시로는 칼날을 만지작거리면서 험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너 같은 사람은 몇 년 더 지나면 아마 내가 너의 상대가 안 될지도 몰라. 하지만 지금은 널 얼마든지 죽일 수 있어.”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정말 자신 있었다면 왜 이런 꼼수를 부린 거지? 일본인은 무신 경지에 이르렀어도 결국엔 본성을 잃지 못하네. 네가 도망치려고 바다에 뛰어든 순간부터 넌 영원히 나를 따라잡을 수 없었어. 지금까지 너를 죽이지 않았던 이유도 네가 또 어떤 꼼수를 준비했는지 알고 싶어서였어. 그런데 너무 실망이네.”“실망하긴 아직 이른 것 같은데?”아마미네 토시로는 피식 웃고 말았다.“김예훈, 여기가 어딘지는 알고 있어? 여기에 있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냐고. 모르고 있었다면 내가 알려줄까?”아마미네 토시로는 검으로 힘껏 바닥을 내리쳤다.쿵.격렬한 진동이 울리면서 김예훈이 서 있던 절벽이 순식간에 갈라졌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손에 쥐고 있던 검을 앞으로 던졌다.“풉.”몸에 검이 제대로 꽂힌 아마미네 토시로는 전혀 후회되지 않는 듯 미친 듯이 웃으며 뒤로 물러났다.반면으로
“풉!”핏덩이를 토해낸 아마미네 토시로는 한숨을 내쉬었다.“김예훈, 역시 대단해. 어린 나이에 탑 무신 급 경지에 이르다니. 내 눈으로 직접 보지 않았으면 절대 믿지 않았을 거야. 너 같은 사람이 우리 일본의 귀족이라면 얼마나 좋았을까.”김예훈이 덤덤하게 말했다.“아마미네 토시로, 아무리 쓸데없는 소리를 해도 난 널 살려줄 마음이 없어. 요트에 있을 때 이미 이 구역 통신을 차단하라고 했거든. 간단히 말해서 네가 방금 나 몰래 보낸 메시지, 아무도 볼 수 없다는 뜻이야.”아마미네 토시로는 얼굴이 살짝 굳으며 무의식적으로 핸드폰을 꺼냈다. 그런데 몇 분 전에 보낸 구조 요청 메시지가 발신 실패로 떠 있는 것이다.“이런 제기랄!”이 순간 아마미네 토시로는 본능적으로 고함을 질렀다.“정말 나랑 끝까지 해보자는 거야? 받아라! 불사참!”아마미네 토시로는 분노의 함성을 지르며 양손에 들고 있던 검을 힘껏 내리쳤다.칼날이 얼마나 매서운지 마치 귀신이 울부짖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김예훈은 아무런 무기도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미간을 찌푸린 채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하지만 아마미네 토시로가 이 기세를 몰아 검을 휘두를 거라 생각하고 있을 때, 김예훈을 스쳐 지나 산꼭대기 쪽으로 달려가는 것이다.김예훈은 어리둥절하기만 했다.‘무신이라는 놈이 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지? 공격하는 척하면서 또 도망쳐?’“아마미네 토시로, 그만 도망치지?”김예훈이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그만 쫓아오지?”아마미네 토시로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계속 울창한 숲을 이용해 김예훈을 따돌리려 했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아마미네 토시로의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전혀 급할 거 없이 10미터 정도의 거리를 유지했다.한 사람은 도망치고, 한 사람은 쫓아가는 것이 마치 사냥꾼이 사냥감을 쫓는 듯했다.곧 두 사람은 산 정상에 가까운 한 공터에 도착하게 되었다.먼저 땅에 발이 닿은 아마미네 토시로의 얼굴에는 음산한 기운이 가득했다.다음 순간 그는 땅을 구르더니 미리
야마자키파 검신, 일본 무신, 황실 어의인 아마미네 토시로는 분명 눈치가 있는 놈이었다.오늘 여덟 명의 바람의 아들들까지 불러내면서 만반의 준비를 했는데 한 방에 무너질 줄 몰랐다.이런 상황에서 아마미네 토시로가 정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한 남아서 김예훈과 맞서 싸울 일은 없었다.그래서 상대를 존중하는 척 부하의 뺨까지 때리고, 부하의 시체로 요트 엔진을 고장 내서야 쥐도 새도 모르게 도망친 것이다.게다가 도망치는 경험까지 풍부해서 바다 한가운데에 있던 그는 눈 깜짝할 사이에 바닷가에 도착해 있었다.김예훈은 요트 위에 남아있는 잔병들을 힐끔 쳐다보았다.이들은 하나같이 정신이 혼미해져 마치 어떤 신념이 완전히 무너진 듯했다.이들과 말 섞기도 싫은 김예훈은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내고는 곧바로 바다에 뛰어들어 아마미네 토시로가 도망친 방향으로 쫓아갔다.어쨌든 한 시대의 무신이자 검신이었기에 아무리 겁을 먹었다고 해도 실력이 있는 것은 분명했다.김예훈은 오늘로써 한 방에 끝내고 싶었다.아니면 어딘가 숨어서 언제 또 습격할지 몰랐다. 김예훈은 상관없었지만 주변 사람들의 안전 또한 고려해야 했다.아마미네 토시로도 김예훈이 놔줄 생각이 없어 보이자 속도를 내 바닷가의 울창한 숲속으로 뛰어들었다.이 지역은 진주 태산 뒷산으로 진주 상류 인사들이 휴양하는 곳이라 절대 개발이 허락되지 않았다.이곳은 산짐승이 많은 것으로 유명한데 진주에서 보기 드문 한적한 곳이었다.아쉽게도 지금의 아마미네 토시로는 전혀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할 여유가 없었다.얼마나 많은 노력을 들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온 힘을 다했더니 마침내 절벽 끝에 오래 방치된 정자 하나를 발견했다.그런데 숨을 돌리기도 전에 멀지 않은 숲속에서 김예훈이 뒷짐을 쥔 채 태연하게 걸어 나왔다.“김예훈, 내가 이렇게까지 멀리 왔는데 좀 쉬면 안 돼? 요트에 그 많은 사람의 목숨으로는 부족했어? 왜 하필 나를 따라다니는 거야. 노인을 공경할 줄도 몰라?”아마미네 토시로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