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어떻게...”추경은이 억울한 표정으로 말했다.“내가 뭘요? 내가 그 댁 식구라도 돼요? 추씨 가문과 유씨 가문과 알고 지내는 사이일지 몰라도 김씨 가문과는 아무 관계가 없지 않나요? 정 마음에 안 들면 김인우 씨한테 찾아오라고 해요.”조하랑은 주제도 모르고 설치는 여자를 가만둘 리가 없었다.추경은은 조하랑이 매섭게 쏘아붙이자 말문이 막혔는지 박민정에게 도와달라는 눈빛을 보냈다.“새언니.”박민정이 친구를 두고 추경은을 도울 일은 없었다. 하여 못 들은 척 민수아와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세 사람은 아예 추경은을 상대하려 하지 않았다.추경은은 하는 수 없이 꼬치를 들고 남자들이 앉은 쪽으로 향했다. 제일 먼저 유남준에게 물었지만 유남준이 거절했다. 그러자 추경은은 포기하지 않고 서다희와 정민기에게로 향했다.“다희 오빠. 전에는 내가 잘못했어요. 인제 그만 화 풀어요. 이건 내가 금방 구운 거예요.”서다희는 그런 추경은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미안한데 이미 배가 다 차서요.”너무 민망했던 추경은이 정민기에게 건네주었다.“민기 씨, 먹을래요? 맛있어요.”“괜찮아요.”정민기가 차가운 말투로 대답했다.이에 추경은은 목표를 아이들에게로 돌리는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그들에게 다가가기도 전에 박윤우가 이렇게 말했다.“경은 이모, 우리도 싫어요.”추경은은 얼마를 가져갔으면 그대로 다시 가져갔다.김인우도 딱히 놀라지는 않았다.“다 먹었대? 우리 더 구워? 말아?”“괜찮아. 더 굽지 뭐. 저녁에 야식으로 먹어도 되잖아.”추경은이 억울한 표정으로 말했다.김인우가 추경은의 표정을 보고는 물었다.“왜? 기분이 별로인 것 같은데?”추경은이 고개를 푹 숙인 채 눈물을 뚝뚝 떨궜다.“오빠, 왜 그러는지 모르겠는데 다들 나 싫어하는 것 같아. 다들 나 쪽 주고 왕따시키려 들어.”이 말에 김인우가 주변을 빙 둘러보더니 말했다.“에이, 착각한 거 아니야?”“만약에 사람들이 다 너를 싫어하고 괴롭히는 거라면 네가 뭘 잘못한 건 아닌지 고민해
추경은이 갑자기 카메라 앞에 나타나 시청자들에게 손을 흔들었다.“안녕하세요.”댓글이 터지기 시작했다.[윤우 도련님, 이 예쁜 언니는 누구야?][예찬 도련님, 이제 우리는 뒷전인 거야?][엄청 예쁜데?]댓글은 칭찬으로 가득했다.추경은이 입꼬리를 올리며 설명했다.“저는 예찬이의...”“우리 집 가사 도우미에요. 엄마 배 속에 동생이 생겨서 엄마를 보살피러 온 이모에요.”박윤우가 정신을 가다듬고 추경은의 말을 잘라버리더니 이렇게 말했다.추경은의 얼굴이 그대로 굳어버렸다.‘뭐? 가사도우미?’비록 박민정과 유남준을 보살핀다는 명목으로 오긴 했지만 가사 도우미라고 불리긴 싫었다. 그것도 라이브 방송을 보고 있는 시청자들 앞에서 말이다.추경은이 라이브 화면을 쓱 훑어봤다. 시청자가 족히 800만은 넘었다.라이브 화면에 댓글이 빠르게 올라가고 있었다.[아, 가사도우미였구나. 역시 예찬이는 타고나길 도련님이라니까. 어떻게 가사도우미까지 이렇게 예뻐?][근데 예찬 도련님 엄마가 더 예쁜 것 같지 않아? 가사 도우미는 어리기만 했지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아.][그러네. 임산부를 돌보려면 좀 나이 많고 경험도 많은 사람을 찾아야 하는 거 아닌가? 저 언니는 애도 안 낳은 걸로 보이는데?]추경은의 안색이 점점 어두워졌다.‘얼굴이 망가진 늙은 여자랑 나를 비교해? 그것도 나보다 예쁘다고? 눈이 어떻게 된 거 아니야?’박윤우도 당연히 추경은의 기분이 잡쳤다는 걸 알았지만 일부러 추경은에게 물었다.“이모, 우리 엄마 보살펴주러 가야죠.”추경은이 멈칫하더니 말했다.“그래, 지금 바로 가야지.”추경은이 미련 가득한 표정으로 자리를 떴다.라이브 시청자는 여자가 대부분이었기에 한눈에 추경은이 좋은 물건은 아니라는 걸 알아채고는 박윤우에게 말했다.[윤우 도련님, 조심해. 아빠한테 가사 도우미 좀 바꿔 달라고 해.][그래. 바꾸는 게 좋아. 아무리 봐도 믿음직스럽지 못한 것 같아.]시청자들은 어린이에게 상처 주고 싶지 않아 돌려서 말했다.하지만
텐트는 총 5개가 있었다. 정민기 하나, 김인우 하나, 박민정과 유남준, 그리고 아이들 하나, 민수아와 서다희 하나, 조하랑 하나 이렇게 모두 5개였다.다들 텐트로 돌아가 잠을 청하려 하자 추경은이 김인우의 팔을 잡고는 말했다.“오빠, 나는 텐트가 없어.”“산으로 캠핑 오면서 텐트도 안 가져왔어?”김인우는 이제 슬슬 어이가 없었다. 하필 이때 비가 조금씩 떨어졌다.다른 사람은 이미 텐트로 들어간 상태였다. 어두운 불빛 아래 추경은만 김인우의 팔을 잡은 채 불쌍한 표정으로 말했다.“산에 파는 거 있는 줄 알고 안 가져왔어.”김인우가 이를 듣더니 추경은을 데리고 조하랑의 텐트로 향했다.조하랑은 오늘 캠핑 분위기를 즐기기 위해 남포등까지 켜둔 상태였다.남포등에 불을 붙이자마자 텐트 지퍼가 열리고 김인우의 잘생겼지만 한 대 쥐어박아 주고 싶은 얼굴이 나타났다.“용건 있어요?”조하랑이 퉁명스럽게 말했다.김인우가 조하랑의 핑크색 텐트를 빙 둘러봤다. 크지는 않았지만 여자 둘이 지내기엔 문제없을 것 같았다.“경은이가 잘 곳이 없다는데 같이 자요.”“네?”조하랑은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추경은이 김인우의 뒤에서 고개를 내밀었다.“언니. 밖에 비 내리는데 들어가서 얘기하면 안 될까요?”조하랑은 정말 자기가 무림 고수가 아닌 게 원망스러울 정도였다. 만약 그녀가 무림 고수였다면 겁도 없이 덤비는 김인우와 온갖 착한 척은 다 하는 추경은을 같이 뻥 차버렸을 것이다.“나가요. 어림도 없는 소리하지 말고. 추경은 씨가 어디서 자든 나랑 무슨 상관인데요. 김인우 씨랑 같이 자도 상관없으니까 들어올 생각은 하지도 마요. 부정 타니까.”처음 만난 사람과 같이 잔다는 것도 말이 안 되지만 추경은은 오늘 알게 모르게 그녀를 여러 번 깎아내렸기에 조하랑은 지금 약이 잔뜩 올라 있었다. 이런 상태에서 같이 잔다면 아마 화병 나서 죽어버렸을지도 모른다.김인우는 조하랑이 이렇게까지 흥분할 줄은 몰랐다.“싫으면 싫은 거지 왜 화를 내고
“추경은, 어르신께서 너에게 자중이 뭔지 가르쳐 주신 적 없어?”유남준이 얇은 입술로 입을 열었다. 그의 가벼운 목소리는 크지 않지만 날카로운 칼날과 같이 그녀의 마음을 후벼팠다.그리고 추경은은 순간 멍해지고 말았다.“남준 오빠, 이건 오해예요. 전 그런 뜻이 아니었어요...”유남준이 그동안 그녀의 만행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것은 단지 추재훈의 체면을 생각해 가만히 있었던 것이다.그런데 지금 보니 이 여자는 정말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 같았다.“그런 뜻이 아니라면 더 조심했어야지.”다른 여자에게 이런 말을 듣는 것은 상관없었지만 막상 자신이 좋아하던 유남준에게 이런 말을 들으니 추경은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빨갛게 달아올랐다.자신이 성급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추경은이 다급하게 해명을 늘어놓았다.“미안해, 오빠, 그리고 새언니. 부모님이 워낙 일찍 돌아가셔서 나에게 이런 걸 가르쳐줄 사람이 없었어. 정말 미안해. 오늘 밤은 내가 밖에서 당신들을 위해 밤을 지새울게. 나 오늘 안 잘 거야.”그렇게 말을 마치고 추경은은 재빨리 자리를 피했다. 마치 박민정이 그녀를 괴롭히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박민정은 추경은의 뻔뻔한 태도에 감탄하며 마침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려는데 유남준이 그녀의 움직임을 눈치채고 물었다.“어디 가?”“잠깐 나가보려고요.”“밖에 비 와. 나가지 마. 별로 볼 것도 없어.”“비가 온다고요?”손을 뻗어보니 과연 가랑비가 내리고 있었다.유남준은 비록 앞을 볼 수 없지만 청력은 일반인보다 더 좋아진 모양이다.하지만 유남준과 달리 박민정은 줄곧 보청기에 의지하고 있다. 손끝에 닿은 빗물을 느끼며 고개를 내밀자 김인우 앞에 서서 흐느끼며 무언가를 하소연하고 있는 추경은이 눈에 들어왔다.이미 자리에 누운 박윤우와 박예찬 두 형제는 방금 유남준이 추경은을 쫓아내는 것을 보며 두 사람 모두 그에 대한 호감도가 조금 더 상승했다.“정말 비가 오네요. 이만 자요.”박민정이 가장자리에 누웠다.그리고 두 아이는 두 사람 사
이쯤 되니 김인우는 진심으로 추경은이 멍청하다고 생각했다.진주산 정상은 도심에서 한 네댓 시간 거리 떨어져 있는데 인제 와서 사람을 불러오라니...김인우가 추경은을 떠나보내려고 하는 그때, 조하랑이 램프를 들고 텐트 밖에 나타났고 그녀의 손에는 휴대폰을 들고 있었다.“여기에는 어쩐 일이에요?”어리둥절한 김인우가 물었다.“어르신께서 전화하셨어요.”“할아버지께서 이 시간에 무슨 일로 전화를 합니까?”그러나 조하랑은 안색이 좋지 않았고 추경은도 곁에 있는 것을 보아 말을 꺼내기 난감해져 김인우에게 눈짓했다.“무슨 일입니까, 그냥 말씀하세요.”그러자 조하랑도 어쩔 수 없이 사실대로 털어놓았다.“어르신께서 인우 씨가 왜 제 텐트 안에서 저와 함께 자고 있지 않냐고 물으셨어요.”순간 난처해진 김인우가 추경은에게 손짓을 해 보였다.“먼저 나가주면 안 될까?”“알겠어.”추경은은 나가고 싶지 않았지만 결국 반강제로 자리를 비켜줄 수밖에 없었다.그냥 말하라고 할 땐 언제고... 인제 와서 난처해지니까 사람을 내보내?“그리고 할아버지께서 또 뭐라고 하셨어요?”그런데 하필이면 이때, 김인우의 휴대폰 벨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고 발신자는 다름 아닌 김훈이었다.“예찬이가 곁에 없어서 잠이 오지 않는다고 저희와 얘기 좀 나누재요. 그래서 저희더러 먼저 함께 누워있으라고 하셨고요...”“이 늙은 영감탱이가 진짜.”김인우는 어이가 없었다.그러나 조하랑도 어쩔 수 없었다.어르신은 정말 진심으로 그녀에게 잘해 주셨고 그동안 어딜 가든 항상 맛있는 먹거리와 재밌는 물건을 선물해 주시곤 했다.게다가 그저께 경매에 나갔는데 조하랑이 예쁘다고 한 목걸이를 사기 위해 역대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해 인기 검색어에 오르기도 했다.정말 친할아버지보다 더 가까운 존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어서 받으세요. 그렇지 않으면 할아버지께서 또 이상한 생각 하시겠어요.”그 말에 김인우도 마지못해 전화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왜 이제야 전화를 받는 것이냐?”핸드폰 저 너
같은 시각, 바깥에 쫓겨난 추경은은 추위에 온몸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아무리 기다려도 돌아오라는 김인우의 답이 없자 초조해진 추경은이 참다못해 김인우의 텐트 앞으로 걸어갔지만 텐트의 지퍼가 모두 안에서 닫혀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그리고 램프까지 꺼진 것을 보아 안에 있는 사람들은 분명히 잠자리에 들었을 것이다.순간 화가 치밀어 오른 추경은이 발을 동동 굴렀다.하지만 조하랑이 이곳에서 자고 있다는 건 추경은에게도 남은 텐트가 생겼다는 것이다. 하여 그녀는 재빨리 그 텐트를 찾아 안으로 쏙 들어갔다.침낭을 가져오지 않았더니 산이 엄청 추워요.추경은은 텐트 안에 웅크리고 앉아 자신이 가지고 있는 옷 몇 벌로 겨우 몸을 녹일 수 있었다.살면서 정말 오늘처럼 비참한 적이 없었다.게다가 하필이면 옆 텐트 안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는데 다름 아닌 서다희와 민수아였다.“젠장...”이에 추경은은 더욱 견디기 힘들어졌다.한편, 박민정은 무서운 이야기를 들려주며 두 아이를 재우고는 도저히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바깥에는 매서운 바람이 윙윙 휘몰아쳤고 그 소리는 마치 사람이 울부짖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그녀는 침낭 안에서 도무지 잠을 이룰 수 없어 이리저리 뒤척였다.“이리로 올래?”유남준이 갑자기 말을 건넸다.“네?”유남준 역시 박민정의 두려움을 눈치채고 먼저 제안을 건넸다.“와서 내 옆에서 자.”“싫어요.”그러나 박민정은 고민할 겨를도 없이 단칼에 거절해버렸다.유남준도 별로 권하지는 않았다.그렇게 다시 눈을 감았다. 1분이 지나고, 2분, 10분이 지나도 잠이 오지 않았다.박민정이 목소리를 낮추어 입을 열었다.“남준 씨, 자요?”“아직.”“남준 씨도 무서운 거예요?”유남준이 대답하기도 전에 박민정이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곁으로 갔다.“무서워하지 마세요. 세상에 귀신은 없어요.”유남준은 그녀 자신을 위로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를 위로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박민정의 말에 저도 모르게 입꼬리를 올렸다.원래는 무섭지 않다고
확인해보니 조하랑이 묵고 있는 텐트에서 들려온 소리였다.아직 그 텐트 안에 있는 사람이 추경은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는 박민정이 있다는 것 즉시 그쪽으로 달려갔다.“하랑아, 왜 그래?”그러나 말이 끝나자마자 튀어나온 사람은 뜻밖에도 추경은이었다.추경은은 놀란 눈으로 텐트 안을 가리키며 황급히 말했다.“안에 뱀이 있어요.”그녀의 비명소리에 다른 텐트 안의 사람들도 잇달아 깨어났고 하나둘 텐트 밖으로 나왔다.“무슨 일입니까?”첫 번째로 나온 사람은 정민기였다.이미 단정하게 차려입은 것을 보니 일찍 일어났을 텐데도 다들 아직 잠에서 깨지 않은 것을 보고 텐트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그러자 추경은은 박민정은 아예 안중에도 없는 듯 정민기를 향해 달려갔다.“민기 오빠, 텐트 안에 뱀이 있어요.”물론 박민정도 추경은의 이런 행동을 아랑곳하지 않았고 그녀는 어젯밤 조하랑이 선심을 써 추경은과 함께 묵었다고 생각했다.그런데 추경은이 뛰쳐나왔다면 조하랑은 아직 안에 있다는 말인데 만약 뱀에게 물리면 어떡한단 말인가?“하랑아.”박민정이 텐트를 조심스럽게 열어보았다.그러나 조하랑은 안에 없었고 지퍼를 열자마자 텐트 안의 맹독성 우산뱀만 한눈에 보일 뿐이다.그녀는 곧 눈치를 보며 뒤로 물러서더니 재빨리 텐트 지퍼를 다시 잠가버리고 추경은을 돌아보며 물었다.“하랑이는요?”그러나 추경은이 대답하기도 전에 박민정은 조하랑이 얼굴을 붉히며 김인우와 함께 그의 텐트 안에서 나오는 것을 보게 되었다.“민정아, 내가 설명할게. 우리 둘 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요.”그러자 김인우가 눈살을 찌푸렸다.“설명할 게 뭐가 있어? 우린 엄연히 약혼 사이인데 같이 자는 건 정상이잖아.”그 순간, 조하랑이 김인우의 발을 콱 밟아버렸다.바깥 기척에 잠이 깬 서다희와 민수아도 텐트 안에서 슬금슬금 기어 나왔다.“무슨 일이에요?”민수아가 졸린 눈을 비비며 물었다.조하랑이 무사하다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박민정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텐트 안을 가리켰다.“안에 독사
몸을 피하기에도 너무 늦어버렸기에 박민정은 즉시 자리에서 물러섰다.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아무런 고통도 느껴지지 않았고 박민정의 몸은 커다란 품에 안겨 있었다.눈 깜짝할 사이에 유남준은 어느새 박민정 앞에 달려들어 위험을 무릅쓰고 그녀를 껴안았다.유남준은 아무것도 볼 수 없었지만 단지 방금 박민정이 말한 반대 방향으로 그녀가 있는 위치를 판단했고 다행히도 그의 감은 틀리지 않았다.그리고 뱀의 위치도 알 수 없었기에 박민정의 앞을 통째로 막아야 했다.그리고 유남준의 품에 안긴 박민정은 눈앞의 상황을 믿을 수가 없었다.그러나 뱀도 박민정에게 달려들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같은 시각, 정민기가 자신을 끌어안고 있던 추경은을 발로 걷어차 뱀의 자리로 내던졌기 때문이다.추경은은 포물선을 그리며 바닥에 내동댕이쳤고 하마터면 뱀의 몸에 부딪힐 뻔했다.그리고 뱀은 갑작스러운 큰 충격에 놀라 쏜살같이 풀숲으로 몸을 숨겼다.현장에 있던 사람들도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추경은은 흙과 풀을 한입 가득 머금고 허리 통증을 호소하며 순간적으로 울음을 터뜨렸다.“흑흑, 어떻게 감히 나를 걷어차요?”그러나 그녀의 투정에도 정민기의 눈동자는 그저 싸늘하기만 했고 비굴하지도 거만하지도 않았다.“저의 직책은 아가씨를 보호하는 것이지 당신을 보호하는 것이 아닙니다.”추경은은 그 말을 듣고 더욱 목이 메었다.방금 만약 조금이라도 틀어졌다면 그 뱀은 틀림없이 그녀를 물었을 것이다.이 경호원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랬단 말인가?조하랑과 다른 이들도 조금 전의 위험한 상황에서 천천히 빠져나왔고 그들 역시 추경은에 대해 조금의 동정심도 품지 않았다.“추경은 씨가 민기 씨를 탓할 면목이 있습니까? 원래 가려던 뱀을 왜 굳이 소란을 피워서 다시 돌려놔요? 뱀이 정말 민정이를 물어뜯기라도 바랬습니까?”조하랑도 정말 합세하여 그녀를 몇 발 걷어차고 싶었다.이에 민수아도 동참했다.“너 마음이 너무 악랄하신 것 아니야? 크게 말하면 안 된다니까 일부러 더 크게 소리를 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