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에리가 물었다.민수아는 볼을 붉히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괜찮아.”잘생긴 남자 앞에서는 누구나 얼굴이 빨개진다.민수아는 서다희도 멋있다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위로했다.그녀가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서다희와 유남준이 이미 차를 몰고 온 줄 몰랐다.차에서도 서다희는 유남준에게 설명하고 있었다. “그냥 연예인인 기생오라비예요. 요즘 회사 일이 너무 많고 바빠서 걔를 깜빡 잊었어요. 이 틈을 타 몰래 아프리카에서 왔나 봐요.”그는 이 말을 할 때만 해도 차분했다. 근데 산기슭에 도착해서 자신의 약혼녀가 그 기생오라비의 부축을 받고 볼이 벌겋게 달아오른 것을 멀리서 보고는 눈빛이 이글거렸다.“이 사람이!”서다희는 유남준을 돌볼 겨를도 없이 말했다. “대표님, 저 먼저 내려가서 일을 좀 처리할 테니 잠시만 기다리세요.”“그래.”서다희는 차에서 내려 민수아를 향해 곧장 달려갔다.지금 그 두 사람은 이미 부축하던 손을 놓았다. 민수아는 서다희가 화가 나서 다가오는 것을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고마워요, 에리 씨.”그녀는 좀 쑥스러운 듯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다. 에리는 역시 톱스타 같았다. 사람이 너무 좋았고 전혀 톱스타 티를 내지 않았다.“이 정도로 고맙긴…”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주먹 하나가 그를 향해 갔는데 그의 얼굴을 스쳐 지나갔다. 에리가 평소에 운동했으니 마련이지, 이 주먹에 맞았더라면 그는 틀림없이 얼굴을 망가뜨렸을 것이다.“기생오라비!”서다희는 지금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 주먹을 들고 또 그를 치려 했다.서다희를 본 민수아는 그를 대뜸 껴안았다. “다희야, 뭐 하는 거야?”서다희가 잠시 멈춰서 물었다. “수아야, 방금 둘이 뭐 하고 있었어?”“아까 넘어질 뻔했는데 에리가 도와줘서 괜찮았어. 근데 왜 오자마자 사람을 때린 거야?”이쪽의 떠들썩한 소리는 박민정을 포함한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조하랑과 김인우도 더는 싸우지 않았다. “왜 그래?”모두 다가와 물었다.“서 비서님이 여긴 어쩐
남자는 잘 짜인 슈트에 키가 크고 몸매가 좋았는데 카리스마도 대단했다.에리는 유남준이 이쪽으로 오는 것을 보고 있었다. 분명히 유남준의 눈도 보이지 않는데 이상하게 압박감을 느꼈다. “남준아.”김인우가 소리쳤다.“응.”유남준이 대답했다.왠지 모르게 그가 오자마자 이곳은 순식간에 썰렁해졌다.박민정은 의아해했다. 처음에는 서다희가 수아가 마음이 안 놓여서 온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 그게 아닌 것 같다. 에리가 보는 앞에서 박민정은 유남준이 왜 왔는지 직접 묻기는 곤란했다. 박민정이 말했다. “우리 지금 어디 가서 좀 쉴까요?”에리가 먼저 말했다. “앞으로 좀 가면 제가 묵는 호텔이 있어요. 자리를 예약해 드렸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몰릴 줄은 몰랐어요. 공간이 좀 작을지도 몰라요.”“괜찮아.”조하랑은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은 듯 선뜻 말했다. “김인우 씨, 서다희 씨, 유남준 씨, 당신들은 모두 후에 온 사람들이니, 셋은 나가서 자세요.”세 남자는 순간 안색이 나빠졌다.조하랑이 앞장서자 서다희는 저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저는 수아를 한방 쓰면 돼요.”민수아는 싫어해서 말했다. “누가 너랑 같이 잔대?”“수아야.”“내 이름 부르지 마.”민수아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두 사람은 이미 고향에서 약혼했다. 연말에 결혼하기로 약속했지만 아직 결혼은 하지 않았다.박윤우도 말했다. “우리 아빠는 엄마랑 같이 자면 돼요.”유남준과 박민정의 안색은 순식간에 변했다.박윤우는 한마디 보탰다. “왜 그래요? 전에 항상 같이 안고 잤잖아요.”박민정은 침묵했다. 박예찬은 그를 살짝 터치하며 말했다. “네가 말을 안 해도 아무도 너를 벙어리라고 생각 안 해.”박윤우는 입을 삐죽 내밀었다.지금 가장 난처한 사람은 김인우뿐이다.서다희는 민수아가 있고, 남준이는 박민정이 있다. 오직 김인우만이...김인우는 조하랑을 바라보았다. 말을 건네기도 전에 조하랑이 먼저 입을 열었다. “당신 자리를 뺏지 않을게요.”“누가 당신이랑
“일단 식사부터 하세요.”사장님이 말했다.한 무리의 사람들이 1층 레스토랑에 갔는데 식탁에는 간단한 가정 요리들이 차려져 있었다. 음식들은 모두 맛있어 보였다.에리가 입을 열었다. “오늘은 일단 여기서 먹고 내일은 산에 올라가 텐트를 치고 캠핑하러 가죠.”여자들은 그의 계획이 마음에 들었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정교한 음식이 산 아래에서 배달되었다.김인우가 말했다. “에리 씨 혼자 사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 먹을 것을 좀 시켰어요.”에리는 씩 웃더니 마스크를 벗었다. 혼혈인 같은 얼굴이 눈에 띄었다.“좋아요, 그럼 사양하지 않겠습니다.”김인우는 그의 그런 모습을 좋아하지 않았다.식사를 마친 뒤 그는 사석에서 유남준과 말했다. “남준아 조심해, 이 에리 생긴 게...”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라서 그는 에리를 연지석과 비교해서 말했다.“연지석보다 더 잘생겼어. 스물다섯도 안 돼 보이던데?”유남준은 기억을 잃기 전이나 후나 에리가 어떻게 생겼는지 본 적이 없다. 에리가 처음 귀국했을 때 그의 눈은 이미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아이돌이 잘생긴 건 당연한 거잖아. 걱정할 필요 없어.”유남준은 박민정이 바보만 아니라면 자신과 에리 중 누가 더 믿을만한지 알 거라고 생각했다.에리 같은 스타의 생활은 얼마나 어지러운지 모른다.“하긴, 네 말이 맞아. 내가 생각이 짧았어.”“너는 생각이 짧아도 괜찮아.”유남준이 말했다.김인우는 그의 말이 이해가 안 됐다. 유남준은 더는 그에게 말을 걸지 않고 서다희한테 얘기했다. “오늘 여기에서 쓰는 모든 돈을 지불해.”그는 결코 남의 은혜를 받고 싶지 않았다.“네.”서다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사실 대표님이 말하지 않아도 그는 계산하러 갈 것이다.호텔 주인은 아홉 자리의 수표 한 장을 보고 넋이 나갔다. 그는 돈이 부족하지 않는데 이렇게 돈을 헤프게 쓰는 사람도 보지 못했다.그는 에리를 옆으로 불러서 그에게 수표를 보여주었다.“너희들이 하룻밤을 묵으면서 저의 1년 치 봉급을 줬
이 말을 들은 유남준이 저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그들은 내 아들이에요. 난 당연히 참을성 있게 잘해줄 거고요.”박민정은 그제야 비로소 안심하고 아이를 돌보러 갔다.밤이 되었다.모두들 방으로 돌아가서 쉬려 했는데 박윤우는 유남준의 허벅지를 껴안았다. “아빠, 오늘 밤 아무 데도 가지 말고 우리 네 식구가 함께 자요, 네?”그가 이 말을 꺼내자 주위 사람들이 모두 쳐다보았다.유남준이 대답하기도 전에 박예찬이 말했다. “박윤우, 너 아직 어린애야? 에리 아저씨가 이미 우리의 방을 마련해 줬어. 우리 둘이 같이 자자.”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박예찬이 박윤우보고 어린애라고 하는 말에 조하랑은 피식 웃었다. “예찬아, 너랑 윤우랑 나이가 같잖아.”박예찬은 그녀를 흘겨보았다.조하랑은 박예찬이 점점 귀엽지 않게 변한다고 생각했다.박윤우는 눈에 문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나는 엄마 아빠랑 잘 거야. 형은 어른이니까 혼자 자.”박예찬은 박윤우 때문에 정말 화가 났다.“너 이리 와.”“안 갈 거야.”유남준을 안은 박윤우의 손은 더 조여왔다. “아빠, 빨리 도와주세요, 형이 저를 때리려고 해요.”유남준은 어렸을 때 박예찬과 같이 성숙해서 애교가 없었고 애교 부리는 것을 싫어했다. 그는 박윤우처럼 애교를 부리는 사내아이를 싫어해야 하는 개 맞다. 하지만 그는 박윤우를 한 손에 껴안았다. “가자, 아빠랑 같이 자자.”“좋아요.”박윤우의 두 눈이 순간 반짝반짝 빛났다.박예찬은 어이가 없었다. 이 상황을 보던 박민정도 울며 겨자 먹기로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떠나가는 사람들을 말없이 지켜보던 에리는 아무런 표정 변화가 없이 다른 숙소를 마련한다.지금 방이 두 개 더 생겼으니 서다희와 김인우는 한 사람당 한방을 쓸 수 있다.다만 서다희는 낯가죽이 두꺼워서 방안에 머문 지 얼마 되지 않아 민수아의 방문을 두드렸다.그들 옆방은 바로 유남준네 네 식구다.박민정은 두 아이더러 씻은 뒤에 침대에 누우라고 했다.사장은 그들 가족이 한방을 쓰는
“지금 나한테 도움을 청하는 건가요?”박민정이 되물었다.이 녀석은 너무 도도했다. 분명히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인데 도와달라는 말을 하려 하지 않는다.유남준은 한참 동안 입술을 오므리고 있다가 한 글자를 내뱉었다. “응.”“사람한테 도움을 청하는 게 당신 같은 말투가 아닐 텐데요? 예의 바르게 다시 말해봐요. 나한테 뭘 부탁하려는 거예요?”박민정은 모처럼 그를 괴롭힐 기회가 생겼는데 그냥 넘어가고 싶지 않았다. 그러면 상처받은 자신에게 미안할 것 같았다. 유남준은 지금 서다희의 월급을 깎아주고픈 심정이 너무 컸다. 자신을 박민정한테 내팽개친 채 내버려 두고 있으니 말이다.그는 가벼운 결벽증이 있어서 씻지 않고는 전혀 잠을 이루지 못한다. 그것도 낯선 곳에서 말이다. 그가 씻지 않는다고 해도 화장실까지 안 갈 수는 없다. 박민정은 불난 틈을 타서 부채질하는 것이다.“나를 화장실로 데려가서 씻겨줘.”유남준은 말을 꺼내자마자 후회했다.그는 지금까지 다른 사람의 위협을 받은 적이 없다. 예전 같으면 박민정은 끝장이 났을 것이다.근데 방금, 그는 그렇게 자신도 모르게 말이 나왔다. 박민정은 이미 그의 한계를 몇 번이나 깼다.그가 기분이 나빠질 때 박민정은 이미 그에게 다가왔다. “당신을 도와주기 전에 당신은 나한테 사과해야 해요.”유남준은 의아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물었다. “사과?”내가 유남우와 사귄다고 모함한 거 사과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나는 그때 묘지에 쓰러졌어요. 그 사람이 나를 구해준 거예요.”박민정은 좀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당신은 내 남편으로서 왜 밤새 돌아오지 않았느냐고 묻지도 않았어요. 그리고는 내가 바람피운다고 누명을 씌웠죠. 심지어 나보고 두 아이의 양육권을 포기하고 당신과 이혼하라고 강요했어요.”그녀의 말에 유남준은 저도 모르게 되물었다.“그럼 네가 나한테 손찌검을 한 건?”그는 말을 마치기도 전에 덧붙였다. “당신도 내가 당신 남편이라고 했지? 그럼 당신이 밤새 돌아오지 않았으면
“그런 건 아니에요. 만약 환경을 바꾸지 않았다면 남준 씨 기억력이 워낙 좋으니까 3일 정도 설명하면 내 도움 없이도 어떤 물건이 어디 있는지 다 기억할 수 있을 거예요.”박민정이 이렇게 말하더니 칫솔을 유남준의 손에 들려주며 한마디 덧붙였다.“얼른 양치하고 자요.”유남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양치하기 시작했다.세수까지 마친 유남준이 이렇게 말했다.“일단 먼저 나가 봐.”박민정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왜요?”“나 샤워 좀 할게.”박민정이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처음도 아닌데요 뭐.”유남준이 손을 내밀어 박민정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뭐라고?”“아무것도 아니에요.”박민정이 바로 부인했다.유남준은 잘못 들은 줄 알고 손을 놓으려는데 갑자기 옆방에서 이상한 대화 소리와 물소리가 들려왔다.“서다희, 이 나쁜 놈. 꺼져.”민수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크지는 않았지만 어렴풋이 들려왔다.다들 성인이었기에 옆방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건지 바로 알아챌 수 있었다.박민정의 얼굴이 빠른 속도로 빨개졌다. 그녀는 지금 유남준에게 안긴 채로 옆방에서 들어오는 소리를 들으며 얼굴이 불덩이처럼 뜨거워졌다.유남준도 다 들었는지 호흡이 흐트러지더니 천천히 박민정을 풀어줬다.“나가. 샤워하고 알아서 방으로 돌아갈게.”“그래요.”박민정은 당장이라도 여기를 떠나고 싶었다.침대에 돌아오니 더는 옆방에서 나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아마 민수아와 서다희도 지금 욕실에 있는 것 같았다.지금 두 아이가 잠들었으니 망정이지 들었으면 정말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10여 분 뒤.유남준이 샤워를 끝내고 욕실에서 나왔다. 그러고는 옆에 있는 침대에서 잠이 들었다.박민정도 이때 방안의 불을 껐다.두 아이는 단잠에 빠진 상태였다. 하지만 박민정과 유남준은 잠이 오지 않았다. 다른 이유가 아니라 서다희와 민수아가 다시 방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벽을 하나 사이에 두고 있었기에 방음이 좋지 않았다. 다행히 소리가 너무 크지 않아서 아이들의 숙면은 영향
김인우가 마른기침하자 방안이 갑자기 조용해졌다. 그러더니 조하랑을 끌고 자기가 있는 방으로 향했다.순간 당황한 조하랑이 소리를 질렀다.“김인우 씨, 다짜고짜 이게 뭐 하는 짓이에요? 신고라도 할까요?”김인우가 미간을 찌푸리더니 그녀를 놓아주고는 방문을 닫았다.“아직 그렇게 굶주리지는 않아요.”조하랑은 그제야 한시름 놓았다.하긴 늘 그녀를 성에 차지 않아 했던 김인우였기에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지는 않았다.“그러면 왜 방으로 데려온 건데요?”김인우가 자리에 앉더니 고개를 들고 보기 드물게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조하랑 씨. 어찌 됐든 간에 다른 사람이 보기에 우리는 약혼한 사이에요. 그러니 최대한 다른 구설수는 만들지 말았으면 하거든요.”“정말 그 기생오라비가 좋다면 할아버지한테 직접 말씀드려요.”조하랑은 그제야 김인우가 오해하고 있음을 알아챘다.“무슨 생각하는 거예요? 내 방에 포트가 없어서 사장님한테 물어봤더니 에리 방에 남는 거 있다고 해서 간 거예요.”“포트는요?”김인우는 조하랑의 말을 믿지 않았다. 포트를 가지러 간 거라면 나올 때 그렇게 주변을 두리번거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였다.조하랑은 김인우가 오해하는 건 딱히 두렵지는 않았지만 그가 사처에 소문을 내고 다닐 것 같아 계속 설명을 이어갔다.“에리가 문을 닫지 않았더라고요. 내가 들어갈 때 샤워 중이었어요.”‘그래서 그런 거였구나.’김인우는 그제야 이해했다. 하지만 조하랑이 변태적이던 게 떠올랐다.“내 방에 있는 거 써요. 어차피 나는 안 쓰니까.”김인우는 보기 드물게 젠틀했다.조하랑은 포트를 들고 김인우에게 고맙다고 인사하더니 바로 방에서 나갔다.조하랑이 가고 옆방도 조용해졌다. 김인우는 드디어 단잠을 잘 수 있게 되었다.이튿날 아침.민수아와 서다희를 제외하고 옆방에 지낸 다른 사람은 많이 피곤해 보였다.조하랑도 하품을 연거푸 해댔다. 다들 알면서도 입 밖에 꺼내지는 않았다.“오늘 캠핑 하러 가기로 했지?”조하랑이 물었다.“응. 캠핑에 필요한
“흑흑, 역시 우리 예찬이가 제일 좋다니까.”조하랑은 전혀 거리낌 없이 들고 있던 가방을 박예찬에게 건네주었다.박윤우도 조하랑에게 다가와 이렇게 말했다.“이모, 내가 물 들어줄게.”“아이고, 내 새끼들 예뻐라.”박민정이 두 아들을 돌아봤다. 어린 나이에 여자를 돌볼 줄 안다는 게 참 좋은 것 같았다.그러다 두 아이의 확대 버전인 유남준에게로 시선이 향했다. 등산하러 여기까지 왔으면서 시종일관 얼굴을 굳힌 채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었다.‘어떻게 이렇게 다르지?’“민정아, 얼른 와. 이 꽃 너무 예쁘다. 같이 사진 찍자.”이미 한참 멀리까지 걸어간 조하랑이 박민정을 불렀다.“그래. 지금 갈게.”“천천히 가. 급해하지 말고.”에리가 귀띔했다.박민정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알았어. 걱정하지 마.”진주산은 높지 않았기에 걸어오는 내내 가파른 곳이 없이 꽤 평탄했다.에리가 따라가려다 핸드폰이 울렸다. 매니저였다.“에리, 위에서 에리가 어딨는지 알아버렸어.”에리는 지금 매니저가 가리키는 위가 유남준이라는 걸 모르고 있었다.“그럴 리가? 나 대중들 앞에 나타난 적이 없는데?”에리가 앞으로 걸어가며 전화를 받았다.“어젯밤에 전화를 잘 받지 않아서 그런가 봐. 위에서 빨리 다시 아프리카로 돌아가라고, 아니면 고소할 거라고 그랬대.”“뭐로 고소한대? 업무 태만 아니면 무단이탈?”에리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업무에 지장을 주는 바람에 회사의 발전에 영향을 줬다고 고소한대. 지금 IM이 어떤 추세인지 알지? 매장당하고 싶지는 않을 거 아니야?”매니저는 에리가 사태 파악을 했으면 싶어서 주저리주저리 설명을 늘어놓았다.“그래. 내일 돌아갈게.”“안 돼. 지금 당장 돌아와. 안 그러면 진짜 끝이야. 너는 은퇴해도 된다고 생각하겠지만 나는 아니야. 나는 이 밥그릇 소중해.”에리는 이를 들으며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박민정을 바라봤다.“그래, 알았어.”에리가 전화를 끊더니 박민정을 향해 걸어갔다.“민정아, 미안. 갑자기 업무 연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