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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0화

“지금 나한테 도움을 청하는 건가요?”

박민정이 되물었다.

이 녀석은 너무 도도했다. 분명히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인데 도와달라는 말을 하려 하지 않는다.

유남준은 한참 동안 입술을 오므리고 있다가 한 글자를 내뱉었다.

“응.”

“사람한테 도움을 청하는 게 당신 같은 말투가 아닐 텐데요? 예의 바르게 다시 말해봐요. 나한테 뭘 부탁하려는 거예요?”

박민정은 모처럼 그를 괴롭힐 기회가 생겼는데 그냥 넘어가고 싶지 않았다. 그러면 상처받은 자신에게 미안할 것 같았다.

유남준은 지금 서다희의 월급을 깎아주고픈 심정이 너무 컸다. 자신을 박민정한테 내팽개친 채 내버려 두고 있으니 말이다.

그는 가벼운 결벽증이 있어서 씻지 않고는 전혀 잠을 이루지 못한다. 그것도 낯선 곳에서 말이다.

그가 씻지 않는다고 해도 화장실까지 안 갈 수는 없다.

박민정은 불난 틈을 타서 부채질하는 것이다.

“나를 화장실로 데려가서 씻겨줘.”

유남준은 말을 꺼내자마자 후회했다.

그는 지금까지 다른 사람의 위협을 받은 적이 없다. 예전 같으면 박민정은 끝장이 났을 것이다.

근데 방금, 그는 그렇게 자신도 모르게 말이 나왔다.

박민정은 이미 그의 한계를 몇 번이나 깼다.

그가 기분이 나빠질 때 박민정은 이미 그에게 다가왔다.

“당신을 도와주기 전에 당신은 나한테 사과해야 해요.”

유남준은 의아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물었다.

“사과?”

내가 유남우와 사귄다고 모함한 거 사과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나는 그때 묘지에 쓰러졌어요. 그 사람이 나를 구해준 거예요.”

박민정은 좀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당신은 내 남편으로서 왜 밤새 돌아오지 않았느냐고 묻지도 않았어요. 그리고는 내가 바람피운다고 누명을 씌웠죠. 심지어 나보고 두 아이의 양육권을 포기하고 당신과 이혼하라고 강요했어요.”

그녀의 말에 유남준은 저도 모르게 되물었다.

“그럼 네가 나한테 손찌검을 한 건?”

그는 말을 마치기도 전에 덧붙였다.

“당신도 내가 당신 남편이라고 했지? 그럼 당신이 밤새 돌아오지 않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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