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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6화

유남준은 길을 잘 알고 있지만 눈이 안 보여서 길을 지나다닐 때마다 사람을 부딪치기 일쑤였다. 길을 더듬으면서 다니기도 싫어하는데 맹인 안내봉을 들고 다닐 리가 없었다.

병원문 앞에 차가 많이 놓여있어서 기사님은 차를 겨우 길옆에 세웠다. 유남준은 한참 서서 차가 오길 기다렸다.

유남준은 한가지 깨달은 바가 있다. 바로 밖에서 박민정 또는 임산부를 화나게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기사님은 박민정이 시력을 잃은 유남준을 밖에 혼자 내버려 둘 줄 몰랐다. 그도 처음 유남준이 그렇게 불쌍하게 서 있는 것을 보았다. 무슨 일이라도 생겼으면 어쩔뻔했냐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대표님, 괜찮으세요?”

기사님은 빠른 걸음으로 유남준을 데리러 갔다.

유남준은 오래 기다려서 살짝 지친 듯했지만 화는 내지 않았다.

“다음부터는 일찍 좀 다녀.”

“죄송합니다, 대표님… 차를 길옆에 세우기 어려워서…”

유남준은 더 이상 물어보지 않았다.

기사님은 한숨을 돌리고 유남준을 데리고 차 쪽으로 길을 안내했다.

두 사람이 도착해보니 길옆에 세워져 있던 차가 사라졌다. 기사님은 금방 바닥에 있는 벌금 딱지를 봤다. 그리고 옆에 있던 차주들이 투덜대며 말했다.

“요금 내려고 잠깐 세웠는데 차가 견인되었네. 에잇, 진작 알았으면 안 세웠지.”

기사님은 그 말을 듣고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유남준한테 이 사실을 알려줬다.

“대표님… 차가 견인됐답니다…”

유남준은 얼굴빛이 어두워졌다.

기사님은 해고될 각오를 했지만 생각 밖으로 유남준은 덤덤하게 택시를 부르라고 말했다.

기사님은 놀란 듯 말했다.

“예?”

유남준이 말했다.

“택시 부를 줄 몰라?”

유남준은 택시를 부를 줄 모른다. 박민정이 전에 택시를 탄다고 말한 것을 들어본 게 전부였다. 그래서 한번 타보려고 했다.

유남준의 말에 기사님은 한시름 놓고 마음속으로 유남준이 이젠 사람도 챙길 줄 아나 싶었다.

박민정은 유남준이 택시를 타고 올 줄 몰랐다. 그녀는 사실 아직도 화가 풀리지 않았다. 밖에서 꽃에 물을 주고 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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