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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5화

유남우와 약혼을 한 이후 윤소현은 더 이상 결혼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형 입에서 결혼 두 글자를 들은 유남우는 자기도 모르게 박민정한테 눈길을 돌렸다. 하지만 그는 얼굴색이 태연한 박민정을 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래. 그건 내가 알아서 잘할게.”

이렇게 얘기한 후 유남우는 윤소현이 껴안은 팔짱을 뿌리쳤다.

“형, 임신 검사받으러 가 봐. 우리도 이만 갈게.”

유남우가 떠나고서야 박민정은 정신을 차렸다.

유남준은 박민정의 손을 꼭 잡은 채 목소리를 낮추어 물었다.

“속상해?”

박민정은 조금 어리둥절했다.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예요?”

박민정은 그제야 유남준이 언제 자신의 손을 잡았으며 그것도 아주 꽉 잡고 있다는 걸 발견했다.

“남준 씨 손 놔요.”

유남준은 손을 놓지 않았다.

“벌써 화 난 거야?”

박민정은 고개를 숙여 유남준의 손을 물었다.

유남준은 진작에 익숙해져서 여전히 그녀의 손을 놓지 않았다. 오히려 주변을 지나다니던 의사와 환자들이 그들을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박민정은 몹시 난처해하며 입을 떼고 똑바로 섰다.

사실 박민정이 넋을 놓았던 건 속상해서가 아니라 믿어지지 않아서였다.

왜냐하면 얼마 전까지 만해도 유남우는 박민정한테 다시 예전처럼 함께 하고 싶다고 했었다. 근데 지금은 윤소현과 결혼하지도 않았는데 아이까지 생겼다.

그러고 보니 아무리 사랑을 논한다 해도 사실상 다들 엄청 현실적이었다.

“난 그저 두 사람한테 이렇게 빨리 아이가 생긴 게 놀라웠던 거지 다른 생각은 하나도 없어요.”

박민정은 손을 뿌리쳐 보았지만, 여전히 손을 빼내지 못했다.

‘남준 씨는 도대체 뭐로 만들어진 거지, 왜 아픔을 느끼지 못하는 거지?’

유남준은 박민정의 변명을 믿지 않았지만, 더 묻지도 않았다. 더 캐묻다가 박민정이 화낼 게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박민정을 검사실에 들여보낸 후 유남준은 밖에서 기다렸다.

병원 문 앞, 윤소현과 유남우 두 사람이 차에 탄 후 윤소현은 머리를 숙인 채 말했다.

“남우 씨, 도와줘서 고마워요.”

윤소현 배 속의 아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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