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란은 처음에 기분이 좋지 않았다가 윤우의 말을 끝까지 듣고 정신이 들었다.“세 사람이라고?”박윤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엄마 배에 동생 두 명이 있대요.”고영란은 너무 기뻤다.전부터 손자를 갖고 싶었는데 박민정이 먼저 쌍둥이 데리고 돌아왔을 뿐만 아니라 또 쌍둥이를 임신했다.배 속의 애가 태어나면 고영란은 손주를 네 명이나 보는 셈이 된다.고영란은 이 기쁜 감정을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그리고 당장 일어나 박민정을 보면서 얘기했다.“임신한 몸으로 오래 서 있으면 안 돼. 얼른 앉아.”박민정은 고영란이 그녀에게 유씨 가문 며느리가 되어달라고 할 때 빼고 이런 대우를 처음 받아본다.그리고 지금 고영란이 이러는 이유가 배 속의 아이 때문이라는 것도 잘 알았다.박민정은 걸어와서 고영란과 멀리 떨어진 곳에 앉았다.“내일 영양사를 고용해올게. 전에 전문적으로 나를 케어하던 사람이야.”고영란이 말했다.“괜찮아요. 집에 셰프가 있어요.”박민정이 거절했다.고영란은 미간을 약간 찌푸리고 말했다.“셰프랑 영양사는 완전히 달라.”말을 마친 고영란은 자리에서 일어나 박민정에게는 기회도 주지 않고 말했다.“됐어. 난 이만 간다. 내일 영양사가 올 거야.”고영란은 별장을 나가서 차에 탔다.박민정은 고영란이 말한 영양사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어차피 와도 변할 것은 없었다.하지만 이튿날 아침 여덟 시 반. 유남준과 박윤우가 떠난 후, 영양사가 박민정의 방에 들어와 그녀를 깨웠다.박민정은 아직 잠에서 덜 깬 채 단정하게 정장을 입은, 머리가 희끗한 50대의 여자가 서 있었다.“사모님, 이미 여덟 시 반입니다. 일제 일어나셔야죠. 너무 많이 자면 태아에 안 좋습니다.”태아에 안 좋다니...“영양사님이에요?”“네, 맞습니다. 고영란 사모님께서 직접 보내셨습니다.”잠에서 깬 박민정은 다시 잠에 들 수가 없어서 아예 일어나기로 했다. 박민정이 아래층에 도착했을 때, 식탁에 놓인 음식이 모두 계란과 육류라는 것을 발견했다. 왜 고기
박민정은 손가락을 매만지다가 차가운 시선으로 장연정을 쳐다보았다.“유씨 가문의 아이라뇨? 내 배 속에 있으니 내 아이예요. 아이한테 좋은지 나쁜지는 내가 잘 알아요. 난 아이들의 엄마로서 그 누구보다 아이들을 관심하고 사랑해요. 난 아이를 위해 죽을 수도 있어요. 당신은 그렇게 할 수 있어요? 그리고 내 얼굴은 당신이랑 아무 상관도 없어요. 내가 성형을 하고 싶으면 하는 거지, 당신이 이래라저래라 할 일이 아니에요.”장연정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장연정은 유씨 가문의 며느리가 나약한 성격의 소유자라고 들었다. 하지만 오늘 보니 소문과는 달라보였다.박민정은 몸을 일으키고 장연정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핸드폰 돌려줘요.”장연정은 박민정을 길들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장연정은 손을 높게 들었다.박민정이 장연정이 핸드폰을 돌려주려는 건가 생각하고 있을 때, 장연정이 손에 힘을 탁 풀었다. 핸드폰이 그대로 떨어져 바닥에 쿵 떨어졌다. 보지 않아도 액정이 깨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어머, 죄송합니다, 사모님. 제가 나이가 들어서 손이 미끄러졌네요.”박민정은 화를 내면 몸에 좋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화를 내지 않고 허리를 굽혀 핸드폰을 주우려고 했다.그리고 박민정은 핸드폰을 주우면서 차갑게 얘기했다.“나이가 들었으면 양로원에 가세요.”말을 마친 후, 그녀는 핸드폰을 들고 나갔다.장연정이 따라가면서 물었다.“사모님, 어디 가세요?”박민정은 그런 장연정을 무시하고 정민기더러 운전해서 데려다 달라고 했다.박민정은 오늘 그 아이 엄마와 만나기로 했다. 하지만 핸드폰이 고장 났으니 먼저 핸드폰을 고쳐야 한다. 그리고 밖에서 아침을 먹을 생각이었다.장연정은 일을 크게 벌이는 사람이니 어떻게든 보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너무 복잡해진다. 이러다가 언젠가는 장연정 때문에 혈압이 올라서 쓰러질지도 모른다. 그러면 아이한테 좋지 않을 것이다.박민정이 떠나자마자 장연정은 얼른 고영란에게 고자질했다.장연정은 박민정의 행동을 과장해서 얘기하면
최현아는 윤소현이 올 때 전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못하고 물었다.“무슨 일이야?”최현아는 윤소현의 웃어른으로서 이런 거만한 태도로 윤소현을 대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그래서 윤소현이 저번에 한 말도 까맣게 잊어버렸다.윤소현은 그녀의 태도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형수님, 그냥 지훈이 보러 온 거예요. 지금은 괜찮죠?”아들을 떠올린 최현아는 하고 싶은 말이 가득했다. 최현아는 자리에 앉아 얘기했다.“오늘 유치원에 갔어. 의사가 말하기를 이렇게 다친 건 앞으로 꼭 주의해야 한대.”최현아는 또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지훈이 하나밖에 없어. 지훈이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나는 어떡해?”“박민정 씨는 도대체 아들을 어떻게 가르친 건지. 어떻게 지훈이를 속여서 산에 가서 밤을 지새울 수 있어요? 어린 나이에 이렇게 독한 마음을 품다니.”윤소현은 그렇게 얘기하고 또 입을 열었다.“그런 사람이 이번에 또 쌍둥이를 임신했다잖아요.”마지막 말이 중점이었다. 그렇게 되면 앞으로 유지훈이 그룹을 물려받기 더욱 어려워진다.최현아는 박민정이 쌍둥이를 임신한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이 말을 듣자마자 하늘이 무너진 것 같았다.최현아는 병원에서 시험관으로 겨우 임신해서 유지훈을 낳았는데, 박민정은 이렇게 쉽게 또 쌍둥이를 임신하다니.윤소현은 이만하면 된 것 같다고 생각한 후 아무 핑계나 대고 자리를 떴다....다른 한편. 박민정은 핸드폰을 수리한 후 아침을 먹고 애 엄마들의 모임으로 갔다.호화로운 룸 안에서, 애 엄마들이 함께 쉬고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예찬이 엄마는 정말 손이 커요. 현아 씨보다 많이 나아요.”한 사람이 얘기했다.“그러게요. 현아 씨는 항상 집으로 부르는데 매번 자랑만 하거든요.”다른 사람이 얘기했다.“하지만 예찬이 엄마가 우리를 불러서 뭘 하려는 건지 모르겠어요. 그냥 물건을 주면 되는 거 아니에요?”다들 입을 모아 얘기했다. 오직 지원이 엄마만이 박민정이 하려는 일을 눈치챘다.지원이 엄마는 박민정에게 다음 주 월
바로 도한이 엄마였다. 그녀는 아주 진지한 눈빛으로 얘기했다.“예찬이 엄마, 난 지지합니다! 꼭 예찬 엄마를 투표할게요!”도한 엄마가 앞장서서 얘기하자 다른 학부모들도 다들 동의했다.그들은 최현아처럼 강압적이고 오만한 사람을 회장으로 선거하고 싶지 않았다.모든 것은 순조로웠다. 집에 돌아갈 때, 박민정은 이상함을 느꼈다.하지만 집에 가서 어떻게 장연정을 마주할지가 문제였다. 그래서 학부모의 일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어떻게 쫓아내지?”박민정은 눈을 감고 중얼거렸다.아침 여덟 시 반에 일어났더니 점심에 되니 피곤해졌다.정민기는 운전하다가 그 말을 듣고 물었다.“누구를 쫓아내시게요?”“장연정이라고 시어머니가 보내준 영양사가 있어요.”장연정을 떠올린 박민정은 정민기더러 차를 세우라고 하고 밖에서 점심을 먹고 다시 들어갔다.밥을 먹을 때, 박민정은 참지 못하고 정민기에게 장연정의 얘기를 했다.정민기는 고민하다가 얘기했다.“해결 방법은 간단해요.”“뭔데요?”“유 대표님이 나서게 하는 겁니다.”박민정은 고개를 저었다. 유남준에게 부탁하기가 약간 꺼려졌다. 두 사람은 아직 어색한 사이다. 그러니 부탁을 하기는 약간 어려웠다.하지만 정민기가 얘기해주는 덕분에 박민정은 묘책이 떠올랐다.“유남준 씨한테 부탁하지 않고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떠올랐어요.”정민기는 박민정을 보면서 더 묻지 않았다.그는 항상 듣는 입장이었다. 상대방이 얘기하지 않으면 먼저 묻는 법이 없었다.집에 돌아간 박민정은 장연정이 셰프에게 이것저것 시키는 것을 발견했다.박민정은 주방으로 가서 얘기했다.“장연정 씨.”장연정은 박민정이 돌아온 것을 보고 바로 기선제압을 하려고 했다.“사모님, 이게 지금 몇 시인데 아직도 안 돌아와요? 지금 온 걸 보니까, 설마 밖에서 점심을 먹은 거예요?”장연정을 보면서, 박민정은 이한석 집사가 떠올랐다.“저녁은 장연정 씨 말대로 먹을게요.”박민정이 얘기했다.장연정은 자기가 고영란한테 고자질한 게 통한 줄 알고 의기양양해
장연정이 바로 달려 나왔다.“도련님, 사모님은 주방에서 식사 중입니다. 명령하실 게 있으면 알려주세요.”“주방?”유남준은 약간 의아해했다.“왜 주방에서 먹는 거죠? 오라고 해요.”당근을 먹기 싫어서 혼자 주방에서 먹는 건가?“도련님, 이건 우리의 규칙입니다. 여자는 집안의 남자와 겸상할 수 없어요.”장연정이 대답했다.유남준은 멍해졌다.박윤우도 믿을 수가 없었다. 지금이 무슨 시대인데.장연정은 유남준을 위해 음식을 내오면서 말했다.“도련님, 걱정하지 마세요. 사모님께 많은 음식을 준비해 드렸으니까 말이에요.”“그럼 이건...”유남준이 말을 다 하기도 전에 장연정이 입을 열었다.“다 제가 준비한 겁니다.”그 순간, 유남준의 표정이 더 굳었다.하지만 그는 반백 살이 된 사람과 말다툼을 하고 싶지 않았기에 얘기했다.“박민정을 불러와요. 여기서 먹으라고 해요.”솔직히, 유남준은 박민정이 장연정의 말을 들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그건...”장연정은 박민정을 부르러 갈 생각이 전혀 없었다.박윤우는 장연정을 쉽게 무시하고 걸상에서 내려가 주방에 왔다.박민정은 주방의 조그마한 의자에서 쌀밥을 먹고 있었다.그리고 그녀의 앞에는 흰 고기가 가득했다.볶은 게 아니라 다 삶아낸 것이었다. 소금을 제외하면 그 어떤 조미료도 들어가지 않았다.장연정은 삶은 고기가 임산부의 몸에 더 좋고 영양이 더 많다고 했다.간단하게 쌀밥을 몇 입 먹은 박민정은 더 먹지 않았다.박윤우는 눈앞의 광경을 보면서 갑자기 마음이 아팠다.“엄마.”박민정은 고개를 들어 박윤우를 쳐다보았다.“윤우야, 여긴 왜 왔어. 얼른 가서 밥 먹어.”박윤우는 고개를 젓고 박민정의 앞에 왔다.“엄마, 우리 나가서 먹자.”“안 돼. 영양사 할머니가 여기서 먹으라고 했어. 둘이서 먹어.’박민정은 박윤우를 향해 눈을 찡긋거렸다.박윤우는 바로 알아듣고 눈물을 펑펑 흘렸다.“엄마, 이건 개도 안 먹을 거야! 엄마가 왜 이런 걸 먹어!”박민정은 박윤우가 이렇게 연기를 잘
박민정이 빠르게 얘기했다.“장연정 씨, 내가 말했잖아요. 움직이면 안 된다고. 남준 씨는 앞이 안 보인다고요! 가구를 다 움직였으니 결국 넘어지잖아요!”장연정은 순간 멍해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얼른 반박했다.“사모님이...”하지만 박민정이 장연정의 말을 끊었다. “나는 매번 조심히 한단 말이에요. 의자를 사용하고 원래 자리에 되돌려 놓는데. 왜 내 말을 안 듣고 위치를 옮기냔 말이에요. 아무리 시어머니 말씀만 듣는 사람이라고 해도 남준 씨도 생각해 주셔야죠.”박윤우가 바로 옆에서 거들었다.“아빠가 넘어지면 책임질 거예요?”장연정은 얼굴이 파리하게 질렸다. 두 사람의 말에 장연정은 어떻게 반박해야 할지 몰랐다. 유남준은 두 사람이 연기 중이라는 것을 눈치챘지만 까밝히지 않고 박민정이 원하는 대로 얘기했다.“장연정 씨. 돌아가세요. 다시는 오지 마세요.”장연정은 뭐라고 해명하고 싶었으나 1분도 되지 않아 경호원이 와서 장연정을 끌고 나갔다.박민정과 박윤우는 몰래 손뼉을 쳤다.유남준은 기뻐하는 두 사람의 인기척을 눈치채고 미간을 약간 찌푸렸다.그는 입구에 기대에 서서 물었다.“내가 먹을 거, 따로 만들어 줄 수 있어?”모두 당근이 들어간 음식이라서 유남준은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내 거 먹을래요?”박민정이 장난을 치며 얘기했다.유남준은 약간 실망했다. 이용할 대로 다 이용하고 이제는 상관하지 않겠다는 건가.유남준은 바로 몸을 돌렸다.그러자 박민정이 그를 불러세웠다.“됐어요, 장난이에요. 셰프한테 당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해놓으라고 했어요.”유남준은 그제야 발걸음을 멈추고 테이블에 다시 앉았다.박민정이 음식을 내와서 그에게 짚어주었다.“됐어요. 많이 먹어요.”거실로 가려고 할 때, 유남준이 입을 열었다.“앞으로 부탁할 게 있으면 바로 얘기해. 이렇게 공을 들일 필요 없어.”박민정은 멍하니 있다가 약간 쑥스러워져서 대답했다.“고마워요.”감사 인사를 한 후 그녀는 거실로 가서 테이블과 의자를 원래 위치로 돌려놓았다.본
장연정은 약간 의외라고 생각했다.윤소현은 장연정을 따로 불러서 얘기했다. 무슨 말을 했는지, 장연정은 빠르게 승낙했다.이튿날.장연정이 없으니 박민정은 기분 좋게 잠을 자고 일어났다. 그리고 곡을 쓰고 휴식을 취하며 책도 봤다.지금은 크게 할 일이 없었다. 그저 한수민과의 소송 결과와 다음 주 월요일에 있을 학부모 위원회를 기다릴 뿐이었다. 오후가 되었을 때, 전화 한 통이 박민정의 여유로운 시간을 방해했다.구치소에서 온 전화였는데 한수민이 박민정을 만나고 싶다고 했단다.“알겠어요.”박민정은 전화를 끊고 한 시간 만에 구치소에 도착했다.한수민이 잘 못 살고 있을 줄 알았는데 막상 만나보니 옷이 바뀐 것 빼고는 변화가 크게 없었다. 심지어 헤어스타일마저 바뀌었다.“왜 날 찾은 거예요?”박민정이 차갑게 물었다.한수민은 박민정 얼굴의 상처를 보면서 감정 변화 하나 없이 입을 열었다.“얼마면 소송을 취하할 거야?”“당연히 아빠의 유산 전부를 받아야죠.”“장난해? 네 아빠의 유산 절반은 무조건 나한테 줘야 해. 우리는 부부야. 넌 많아봤자 남은 절반을 민호와 나눠 가지는 수밖에 없어.”한수민이 못을 박으며 얘기했다.박민정은 부부라는 단어를 들으면서 낯설다는 생각을 했다.“부부? 잊으셨나 본데 바움 그룹은 결혼 전의 재산이에요. 절반을 가져갈 생각은 꿈도 꾸지 말아요. 결혼 후 바움 그룹의 수익 정도만 가져갈 수 있을 거예요.”한수민은 목이 막히는 것만 같았다.“꼭 나랑 네 동생을 궁지로 밀어붙여야만 속이 편하니? 난 네 친엄마야! 민호는 네 친동생이고!”박민정을 말로 이기지 못하자 한수민은 감성팔이를 시작했다.“만약 내가 죽으면, 네 가족이 몇 명이나 있을 것 같니. 게다가 네 아빠가 나랑 민호를 그렇게 예뻐했는데, 하늘에서 네 모습을 보면 좋아할 것 같아?”박민정은 무표정으로 한수민의 말을 듣다가 한수민이 다 말했을 때 입을 열었다.“알아요. 윤소현은 당신의 친딸이죠. 저보다 한 살 크죠. 아버지가 얘기했을 때, 두 사람은 결
친엄마한테서 지옥으로 가라는 저주를 받는 건 무슨 기분일까. 아마도 칼로 심장을 찔리고 짓밟히는 기분이 아닐까.박민정은 아무렇지 않은 척, 괜찮은 척했지만 사실 가슴이 약간 아팠다. 아니, 심하게 아팠다. 이런 고통은 그녀가 좌지우지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박민정은 애써 웃으면서 말했다.“한수민 씨. 지금은 어떻게 감옥에서 남은 생을 보낼지나 생각해요. 그리고 내가 아빠의 유산을 돌려받은 후, 당신과 당신의 딸인 윤소현이 어떤 삶을 살게 될지. 나는 윤씨 가문의 모든 것을 알아요. 대부분 바움 그룹의 돈으로 기초를 닦았더군요.”말을 마친 박민정은 화를 내는 한수민을 신경 쓰지 않고 몸을 일으켜 떠났다. 박민정이 몇걸음 떼자 뒤에서 갑자기 큰 소리가 들려왔다.고개를 돌리니 한수민이 의자에서 쓰러져 눈을 뒤집으며 아랫배를 꽉 누르고 다리를 덜덜 떨고 있었다.박민정은 멍하니 한수민을 보면서 이게 무슨 상황인지 이해하려고 했다.또 아픈 척하는 건가?얼마 있다가 의사가 달려와 한수민을 병원으로 이송했다.박민정은 걸어 나오면서 기분이 복잡해졌다.장명철은 바로 밖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민정아, 한수민 씨가 너랑 뭐라고 한 거야?”“얼마를 주면 소송을 취하할 건지 물어보던데요.”“은정숙 씨를 죽이고 박 대표님의 모든 유산을 몰래 빼돌렸으면서 소송을 취하하라고? 웃기는 소리네.”장명철은 쭉 한수민을 좋아하지 않았다.하지만 박형식은 한수민을 사랑했다. 그러다가 죽기 직전에야 정신을 차리고 유산을 박민정에게 물려준 것이다.박민정은 고개를 끄덕이고 장명철에게 한수민이 아까 발작하면서 쓰러졌다고 했다.“또 아픈 척하는 거야?”장명철은 저도 모르게 그렇게 생각했다.박민정도 몰라서 고개를 저었다.“걱정하지 마. 어떻게 해도 감옥살이는 피할 수 없을 테니까.”장명철은 박민정이 한수민에 대해 희망을 품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요즘 조사한 것에 대해 알려주었다.“예전부터 한수민에 대해 조사했었는데 항상 박 대표님의 죽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