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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1화

주변이 삽시에 조용해지고 바람이 나뭇잎을 휩쓸고 가는 소리가 들렸다.

박민정은 익숙한 유남준의 얼굴을 보면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결국 어색해하면서 입을 열었다.

“미안해요. 난 이제...”

그녀가 말을 다 하기도 전에 유남준이 끼어들었다.

“너랑 낳겠다는 게 아니었어.”

박민정은 놀라서 동공이 떨렸다. 그의 차갑고 모진 말이 그녀의 고막을 때렸다.

“어떤 남자가 자기를 배신하고 다른 남자의 아이를 낳은 여자와 계속 아이를 낳고 싶겠어.”

유남준은 박민정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방으로 걸어갔다.

자기 방에 도착한 그는 짜증스레 외투를 벗어 던졌다.

아이를 갖고 싶다고 했을 때, 박민정이 거절하려고 하자 유남준은 그제야 자기가 얼마나 우스운 짓을 했는지 깨달았다. 그리고 오늘 그가 얼마나 황당한 일을 저질렀는지도 알게 되었다.

하루 동안 그 아이의 아빠 역할을 해주다니.

얼마나 아이를 갖고 싶었으면 다른 아이의 아빠를 해줬을까.

별장 밖.

박민정은 홀로 바람 속에 서 있었다.

머리에는 유남준이 한 말이 맴돌았다.

“어떤 남자가 자기를 배신하고 다른 남자의 아이를 낳은 여자와 계속 아이를 낳고 싶겠어.”

그녀는 담담한 표정으로 거실에 들어갔다.

거실에는 그녀뿐이어서 더욱 크게 느껴졌다. 그러자 박민정은 저도 모르게 5년 전의 일들이 떠올랐다.

홀로 이렇게 넓은 곳에 있고 싶지 않았던 박민정은 얼른 방으로 돌아갔다.

그녀는 핸드폰을 꺼내 음악을 틀었다.

부드러운 선율에 박민정의 마음이 약간 풀렸다.

쿠쿵~

창밖에서 갑자기 우레가 치더니 번개가 하늘을 갈랐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소나기가 멈추지 않을 기세로 쏟아졌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박민정은 빗소리를 들으면서 거의 잠자리에 들려고 했다. 그때 마침 밖에서 차량 엔진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이윽고 대문 벨소리가 들렸다.

‘이 시간에 누구지?’

박민정은 유남준이 잠에 들었는지 몰라 일단 나가보았다. 문을 열자 환자복을 입은 이지원이 목에는 붕대를 하고 비에 맞아 쫄딱 젖은 채, 핏기 하나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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