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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6화

비록 코트를 입고 있었지만 서늘한 찬바람이 불어오자 여전히 춥게만 느껴졌다.

정민기는 주변의 CCTV에 주의를 기울이며 그녀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야윈 모습의 박민정이 나타났고 그는 곧바로 차에서 내려 문을 열어줬다.

“고마워요.”

박민정은 앞으로 나서며 고맙다고 인사를 전했다.

차에 올라탄 정민기는 자상하게 히터를 켰다.

박민정이 해외로 나간 이후로 줄곧 옆에서 지켜주며 시간을 보낸 덕분에 자연스레 그녀가 추위를 탄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어디로 갈까요?”

박민정은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잠시 생각에 잠겼다.

“두원 별장으로 가요.”

그녀가 떠났다는 사실은 유남준도 곧 알게 될 것이기에 분명히 여기저기 들쑤시다가 찾아올 게 뻔하다.

“알겠습니다.”

정민기는 경치가 좋은 길을 택했다.

차창 밖의 풍경을 바라보던 박민정은 얼마 지나지 않아 입을 열었다.

“지난번에 급한 일 있다며 집으로 돌아갔잖아요. 이제는 괜찮아요?”

핸들을 꽉 움켜쥔 손과 달리 그의 목소리는 아무렇지 않은 듯 태연했다.

“약혼녀랑 파혼했어요.”

그의 말에 박민정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보디가드라는 직업 특성상 그들은 남에게 사적인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는다. 하여 박민정은 그에게 약혼녀가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고, 갑작스럽게 듣게 된 파혼 소식에 당황함을 감추지 못하더니 난처한 기색을 드러내며 물었다.

“일 때문인가요?”

정민기처럼 책임감 있는 보디가드는 정말 흔치 않다. 그는 박민정이 찾는 한 늘 그녀의 곁을 지켰고 몇 시가 됐든 달려 나왔다.

그는 눈을 질끈 감더니 뭔가를 망설이는 듯 선뜻 입을 열지 못했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대요.”

이 말 한마디에 차 안은 쥐 죽은 듯한 정적이 찾아왔다.

박민정은 그를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몰랐다.

“죄송해요. 정말 몰랐어요...”

하지만 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전화벨이 울렸고 발신자를 확인해 보니 유남준이었다.

순간 자신을 홀대하는 유씨 집안 사람들이 떠오른 박민정은 이를 무시한 채 벨소리를 무음으로 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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