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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1화

박민정은 두 눈을 질끈 감은 채 몸을 살짝 떨었다.

그제야 그녀가 잠들지 않았다는 걸 깨달은 유남준은 흠칫 놀라더니 그대로 행동을 멈췄다.

어느새 박민정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잔뜩 고였고, 그가 멈추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깊은 밤.

박민정을 품에 안고서도 여전히 잠이 오지 않았던 유남준은 아예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이른 아침, 그녀가 잠에서 깨어났을 때 유남준은 더 이상 곁에 없었다.

어젯밤의 모든 일이 마치 꿈처럼 공허하게 다가왔지만 신경 쓰지 않고 씻으러 갔다.

거울 앞에 서서 감정을 추스르려고 애쓰던 박민정은 한참이 지나서야 침실을 나섰고, 서재 앞을 지나며 열린 문틈으로 고개를 돌리자 반듯하게 의자에 앉아있는 유남준이 한눈에 들어왔다.

그는 평소의 싸늘함을 되찾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서류를 훑어보고 있었다.

순간 계획이 떠오른 박민정은 자존심을 내려놓고 앞으로 다가가 문을 두드렸다.

“무슨 일이야?”

유남준은 고개조차 들지 않았다.

“어제는 내가 실수했어요.”

박민정은 뜬금없이 사과했다.

“너무 억울해서 본의 아니게 그런 말을 한 것 같아요.”

손에 서류를 든 유남준의 시선은 줄곧 첫 번째 단어에 머물러 있었고 전혀 일에 집중할 수 없었다.

곧이어 그는 서류를 내려놓더니 고개를 들어 박민정을 바라봤다.

사복을 입고 있는 그녀의 얼굴은 창백하게 질려있었고 거기에 헝클어진 머리까지 더해지자 괜스레 측은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런 모습은 예전과 매우 흡사하면서도 어딘가 달랐다.

뭐가 다른지 말로 형용할 수 없지만 그냥 본능적으로 그런 느낌이 들었다.

“이리 와.”

박민정은 그에게 다가갔다.

“이제 그만 저택으로 돌아가요. 혜림 씨한테 사과하고 싶어요.”

유남준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그녀를 훑어보더니 얇은 입술을 깨물며 입을 열었다.

“사과하고 싶은 게 맞아? 뭔가 이상한데?”

박민정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솔직히 말하면 사과하고 싶지 않은데 남준 씨를 위해서라면 이 정도는 해야죠.”

그는 주의깊게 박민정을 훑어보았다.

예전에는 그녀의 비굴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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