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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7화

작가: 윤지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04-04 19:00:00
“오랜만이네. 너무 많이 변해서 못 알아볼 뻔했어.”

최현아는 손을 내밀었지만, 박민정은 이를 무시하고 그저 예의 바른 웃음을 지었다.

“그쪽은 변한 게 없네요.”

순간 표정이 굳어버린 최현아는 손을 거두었다.

“나가서 얘기 좀 할래?”

최현아는 박민정보다 일찍 유씨 가문에 시집왔다.

박민정이 유남준과 약혼 얘기가 오가던 와중에 최현아는 친한 언니처럼 시간 있을 때마다 찾아와 수다를 떨었다.

두 사람이 결혼한 후, 박형식이 세상을 뜨고 박씨 가문이 점점 무너지자, 그녀는 비로소 본모습을 드러냈다.

타고난 연기파라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바깥의 오솔길을 걸으며 최현아는 상냥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그거 알아? 5년 전에 네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밤새 한숨도 못 잤어. 심지어 그때 지훈이를 임신하고 있었는데 하마터면 유산할 뻔했다니까?”

진심은 일도 없는 가식 섞인 말인 걸 알면서도 모르는 척 넘어가야 하는 게 현실이다.

“왜요? 무서웠어요?”

박민정은 농담인 척하며 태연하게 물었다.

“설마 밤에 찾아올까 봐 두려웠던 건 아니겠죠?”

그녀는 박민정의 결혼 생활에서 발목잡는 걸림돌 같은 존재였다.

유남준이 해외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중 실종된 적이 있었다. 그때 박민정은 유앤케이 그룹이 휘청거리지 않도록 유씨 가문의 친인척과 임원들을 일일이 찾아가 도움을 청했다.

모든 사람이 유남준은 죽었다고 단정하는 와중에도 희망의 끝을 놓지 않은 채 홀로 그를 찾기 위해 두바이로 떠났다.

운 좋게 그곳에서 유남준의 비즈니스 파트너를 만나 계약을 성사했을 뿐만 아니라 유명훈의 눈에 들어 성공적으로 유씨 가문에 시집오게 되었다.

하지만 이 모든 걸 최현아가 망쳐버렸다. 그녀는 박민정이 두바이에서 부자를 꼬셨다는 루머를 여기저기 퍼뜨렸다.

그 얘기를 듣고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유명훈은 곧바로 벌을 내렸고, 그렇게 박민정은 사당에서 무릎을 꿇은 채 하루 밤낮을 보냈다.

이런 일은 약과에 불과했으니 그동안 얼마나 잔인한 수단과 방법으로 그녀를 괴롭혀왔는지 짐작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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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현아의 말을 되새기던 박민정은 눈앞의 정원을 바라보며 마치 귀신에 홀린 듯 넋을 잃고 안으로 들어섰다.정원은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고 계수나무 한 그루에서 풍기는 향이 매우 익숙하게 느껴졌다. 시간이 많이 흘러 잊었을 수도 있겠지만 박민정은 자신이 이곳에 와본 적이 있다고 확신했다.어릴 적 그녀는 아버지와 함께 자주 유씨 가문을 방문했다.박민정은 계수나무 아래에 서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주홍색의 가옥을 바라보며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 손을 뻗어 문을 열었다.삐걱-!문이 천천히 열리자, 그녀는 내부의 모든 것을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방안의 모든 가구와 물건들은 뭔가 비밀을 숨기고 있는 듯 흰 천으로 덮여있었다.최현아는 도대체 뭘 보여주려고 이곳으로 데려온 걸까?그녀는 의혹을 가득 품은 채 흰 천 하나를 들어 올렸다.쨍그랑!뭔가 바닥에 떨어졌다.앞으로 다가가 보니 액자 하나가 놓여있었고 허리 숙여 그것을 들어 올린 박민정은 액자 속의 사진을 보고 충격을 금치 못했다.사진 속에는 똑같이 생긴 아이 둘이 나란히 서 있었는데, 한 명은 싸늘한 분위기를 풍기는 반면 다른 한 명은 반달 눈웃음을 짓고 있었다.사진 맨 아래에는 자그마한 글씨체로 뭔가가 적혀있었다.[형 유남준, 동생 유남우.]유남준? 유남우?순간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불길한 예감이 밀려오면서 가슴이 답답해진 박민정은 재빨리 다른 흰 천을 젖혀 사진 몇 장을 더 찾았다.여전히 두 사람이 같이 찍은 사진이었는데 어렸을 때가 아니라 성인이 된 모습이었다.정장 차림으로 무심한 표정을 짓고 있는 오른쪽 남자와 달리 왼쪽에 서 있는 남자는 캐주얼한 옷차림에 온화한 눈빛을 띠고 있었다.비록 똑같이 생겼지만 풍기는 분위기로만 봤을 땐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역시나 이 사진 아래에도 자그마한 글씨체로 적혀 있었다.[형 유남준, 동생 유남우.]싸늘함을 풍기는 남자가 유남준, 온화한 모습을 하고 있는 게 유남우다.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밀려오며 박민정은 머리를 한 대 맞은 듯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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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229화

    유남준은 망연자실한 박민정의 표정을 보며 뭔가 사고를 칠 것 같은 느낌이 밀려와 재빨리 사람을 시켜 그녀를 방으로 데려갔다.방으로 돌아온 후.유남준은 옷 한 벌을 꺼내 그녀에게 걸쳤다.“확인하고 싶은 게 뭔데?”“쌍둥이 동생 있어요?”박민정은 사진을 손에 꽉 움켜쥔 채 보여주지 않았다.동생이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표정이 어두워지고 눈빛이 싸늘하게 돌변한 유남준은 그녀를 잡고 있던 손을 놓으며 단호하게 말했다.“맞아.”박민정은 쉴 틈 없이 물었다.“왜 지금까지 한 번도 얘기 안 했어요? 그 사람 지금 어디에 있는데요?”유남준은 입술을 깨문 채 감정을 추슬렀으나 싸늘함을 머금은 눈에는 분노가 가득했다.“갑자기 찾아와서 묻고 싶었던 게 고작 이거야?”박민정은 뚫어져라 그를 바라봤다.“집안일이니까 넌 알 필요 없어.”잔인한 독설은 비수처럼 날아와 가슴에 꽂혔고 선을 긋는 말을 들으니 그의 입에서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겠다는 확신이 들었다.한편으로는 사진을 보여주지 않고 주머니에 숨긴 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알려주면 다시는 이 얘기를 꺼내지 않을게요.”유남준의 눈빛에는 당최 이해할 수 없다는 의아함이 가득했다.“갑자기 왜 그걸 알고 싶은 건데?”동생 유남우는 유씨 가문에서 금기시되는 거나 다름없었기에 누구도 감히 언급할 엄두가 없었다.심지어 유남우의 존재를 알고 있는 도우미마저도 행여나 말실수로 유남준의 심기를 건드릴까 봐 절대 입 밖에 내지 않았다.유남준은 계속하여 따졌다.“누가 뭐라고 얘기해줬어?”박민정은 사실대로 말하지 않고 대충 둘러댔다.“지난번에 어머님이랑 대화하는 걸 엿듣고 쌍둥이 동생이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마침 밖에서 산책하고 돌아오면서 누군가 그 얘기를 하고 있길래 갑자기 생각나서 물어본 것뿐이에요.”이런 어설픈 거짓말에 유남준이 속을 리가 없다.더군다나 얼마나 다급하게 자신을 찾았는지, 얼마나 넋이 나갔는지 직접 봤기 때문에 분명히 큰일이 일어난 게 틀림없다고 생각했다.“미안해요. 마음이 급해서 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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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230화

    연회장에서 겪은 갖가지 구설수로 기분이 조금 상했지만 지금 이 순간 전부 부질없게 느껴졌다.그는 박민정을 깨우지 않고 그대로 품에 안았다.바로 이때 그녀의 이마가 평소보다 뜨겁다는 걸 알아챘다.“너 지금 열나.”그의 움직임에 잠이 깬 박민정은 머리가 아픈 듯 표정이 일그러졌다.“왔어요?”“응, 너 열 나니까 의사 선생님 모셔 올게.”유남준은 그녀를 내려놓고 휴대폰을 가지러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런데 이때 박민정이 갑자기 그를 껴안았다.“싫어요. 해열제 먹으면 되니까 굳이 그럴 필요 없어요.”보름동안 임신 여부를 확인할 시간조차 없었는데 괜히 의사가 뭔가를 알아챈다면 모든 계획이 수포가 되는 거나 다름없다.적극적으로 품에 안기는 그녀의 모습에 유남준은 온갖 피로가 눈 녹듯 사라졌다. “내 말 들어.”박민정은 결코 그의 손을 놓지 않았다.“의사 선생님을 만나고 싶지 않아요. 제발요. 정말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마요.”부드러운 그녀의 목소리에 마음이 약해졌지만, 이성의 끈을 놓지 않았다.“오늘 왜 이래?”박민정은 평소에 애교를 부리는 사람이 아니었다. 특히나 해외에서 돌아온 이후에는 그 빈도가 더 줄어들었고 부탁할 일이 있을 때만 가끔 애교를 부리곤 한다.자신을 의심하는 유남준의 눈빛에 박민정은 머리를 그의 품에 파묻고 나지막하게 말했다.“아빠가 병원에서 돌아가셨어요. 아이도요. 의사 선생님을 만나는 게 무서워요.”아버지와 아이 얘기를 꺼내자, 유남준도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약 가져다줄게.”그는 몸을 일으켜 해열제를 가지러 갔다.소파에 웅크리고 있던 박민정은 훤칠한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왠지 모르게 허무하다는 느낌이 밀려왔다.곧 유남준이 다가와서 따뜻한 물과 약을 건넸고 그녀는 약을 받고 꿀꺽 삼킨 후 애써 밝은 미소를 지었다.“약 먹으면 바로 괜찮아질 거야.”“네.”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유남준은 그녀가 괜찮다고 말하는 걸 듣고서도 걱정이 끊이지 않았다.저녁.여전히 미열이 남아있던 박민정은 샤워하고 약을 먹은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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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231화

    박민정이 실망하지 않았으면 해서였을까? 유남준은 결국 그녀를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길고 길었던 비가 드디어 그치고 휘영청 밝은 달이 하늘에 걸렸다.유남준은 박민정이 안내하는 대로 연못에 도착했다. 도착해보니 연못은 어느새 인공 호수가 되어 있었고 주위는 큰 공원으로 변해 있었다.지금 시간대는 다행히 사람이 없었고 박민정은 외투를 걸치고 차에서 내렸다. 아직 겨울이 온 것도 아니지만 그녀는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이 껴입었다.유남준이 그녀 곁으로 다가가 물었다.“여기야?”“네, 변화가 크네요.”유남준은 이곳에 대한 기억이 없다. 어릴 적 박씨 저택에 몇 번 찾아온 적은 있지만, 뒷산까지 온 적은 없었고 그러니 당연하게도 이곳에 연못이 있었다는 것도 모른다.박민정은 나무다리 위 한가운데 서서 달을 바라보았다. 이러고 있으니, 마치 어렸을 때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그때 두 사람은 함께 소원을 빌었다. 그리고 박민정의 당시 소원은 유남준과 결혼하는 것이었고 결과적으로 소원은 이룬 셈이다.유남준은 멀지 않은 곳에 서서 다리 위 여인의 얼굴을 그저 바라보고만 있었다. 달빛이 드리워진 그녀의 얼굴은 무척이나 단아하고 예뻤으며 자연과 어우러져 예쁜 풍경화 같기도 했다.그때 박민정이 그를 향해 외쳤다.“왜 안 와요?”유남준은 한참을 멍하니 바라보다 천천히 그녀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고 가까이 다가가서는 그녀의 두 손을 움켜쥐었다.“손이 왜 이렇게 차가워?”박민정은 예쁘게 웃으며 답했다.“손이 차면 마음은 따뜻하다잖아요.”이 어린아이 같은 말은 유남준이 어릴 때 그녀에게 해줬던 말이다.하지만 눈앞에 있는 남자는 그 말에 아무런 반응도 없었고 그저 그녀가 춥지 않도록 꼭 끌어안을 뿐이었다.“딱 1분 줄게. 1분 뒤에 집으로 돌아가자.”“정말 이러고 끝이에요?”박민정은 유남준이 어릴 때 일을 조금이라도 떠올리기를 바랐다. 아주 작은 기억이라도 좋으니...하지만 아쉽게도 그는 아무것도 기억해 내지 못했다.그는 어릴 적 이곳에서 두 사람이 같이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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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민정은 결국 최현아에게서 아무런 정보도 얻지 못했다. 그렇다고 그녀의 조언대로 멍청하게 고영란을 찾아가지도 않았다.방으로 돌아와 휴대폰을 확인해 보니 연지석이 보낸 문자가 와 있었다.[문자 보면 나한테 연락 줘.]박민정이 바로 전화를 걸자 금세 통화가 연결되었다.“요즘 어때?”“윤우가 있는 곳 지도를 얻었어. 다음번에 윤우 만나러 갈 때 몰래 데리고 나올 생각이야.”“시간 정해지면 얘기해줘. 너 혼자 하는 건 아무래도 걱정이 돼서.”연지석이 이러는 건 아마 그녀 혼자 윤우를 데리고 나오다가 잡힐 것을 염려해서 일 것이다.“걱정하지 마. 윤우 데리고 나오면 너부터 찾아갈게.”말은 이렇게 했지만, 그 과정에서 유남준과 연지석의 충돌이 생길까 봐 걱정된다. 그녀의 도망을 도운 연지석에서 유남준이 어떤 식으로 나올지 모르는 노릇이니까.“응, 알겠어.”연지석은 잠시 뜸을 들이다 옆에 있는 남자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전에 네가 부탁한 일, 성공했어. 임수호는 이제 이지원이 어떤 여자인지 확실히 알아. 그러니까 임수호를 시켜 유남준에게 진실을 알려도 되고 이지원에게 대가를 치르게 해도 돼.”솔직히 임수호가 몇 번이나 이곳에서 도망쳐 이지원을 찾으러 가려 했을 때는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게다가 어제는 실제로 도망에 성공을 해버렸으니 말이다.하지만 병원에 있는 이지원을 찾아갔을 때 임수호는 미친놈 취급을 당하며 쫓겨났다.마지막까지 그녀를 믿었던 결과가 이것이니 충격이 컸을 것이다.하여 이지원이 원하는 게 자신의 죽음이라면 똑같이 되돌려 주겠다는 게 임수호가 내린 결론이었다.박민정이 생각에 빠져있을 때 또 다른 휴대폰의 알림이 울렸다.“잠시만.”연지석에게 양해를 구하고 휴대폰을 확인하자 마침 그건 이지원이 보낸 문자였다.그녀가 보낸 사진을 보니 거기에는 아티스트 트로피를 들고 있는 이지원이 있었고 그 뒤에는 유남준도 서 있었다.‘오늘 볼일이 있다고 했던 게 이지원을 만나기 위한 일이었나 보네.’이지원은 사진을 보낸 후 메시지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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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지원이 이런 말을 꺼낸 건 유남준이 질투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함도 있고 실제로 다른 사람을 만날 생각도 있었기 때문이다.이곳 진주에는 권력도 있고 돈도 있는 남자들이 많이 있다.그녀의 외모와 지금 연예계에서의 지위라면 부자한테 시집가는 건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언제까지고 유남준에게 목매달 수 없는 노릇이기도 하니까.“그래.”유남준은 얼굴색 하나 변치 않은 채 차에 올라탔다.이지원은 눈앞에서 사라진 차량을 보며 강렬한 모멸감이 들었다.그때 뒤에서 하예솔이 하이힐 소리를 내며 다가와 물었다.“어떻게 됐어? 남준 씨가 뭐래?”이지원은 잔뜩 가라앉은 얼굴로 거짓말했다.“아무 말도 안 했어. 내가 그런 말 해서 화났나 봐.”“아직 너한테 마음이 있는 건 맞나 보네. 그 귀머거리만 돌아오지 않았어도 진작에 너와 결혼했을 텐데.”박민정이 사라진 4, 5년 동안 유남준은 이지원과 결혼할 생각 따위 없었다.“오빠와 내가 결혼하는 일은 없을 거야. 오빠는 나 같은 고아와는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니까.”이지원의 눈에는 실망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하예솔도 똑같은 생각이다. 유남준이 이지원에게 잘해주는 건 맞지만 여태 결혼하지 않은 건 어쩌면 정말 신분 차이일지도 모르니까.“지원아, 그런 생각하지마. 아무도 너 그렇게 생각 안 해. 우리는 부모들 덕에 호화로운 생활을 누리는 거지만 너는 네 실력으로 여기까지 올라온 거잖아. 너는 대단한 사람이야. 남준 씨와 결혼을 못 하면 또 어때? 너와 결혼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천지인데.”하예솔의 위로에 이지원도 고개를 끄덕였다.그때 잘 빠진 링컨 한 대가 두 사람 앞에 멈춰 섰고 차창이 내려가자 잘생긴 남자의 얼굴이 보였다.“나는 남자친구가 데리러 와서 이만 가볼게, 안녕.”하예솔은 환하게 웃으며 차량으로 다가갔다.이지원은 친구가 차에 올라타는 것을 빤히 바라보더니 옆에 서 있는 매니저를 향해 물었다.“방금 본 예솔이 남자친구, 누군지 알아?”“권씨 가문 셋째 도련님인 권진하 씨네요. 아버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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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실에서 퇴원할 생각 없이 늦게까지 떠나지 않는 진서연 일행. 남자인 유남준은 당연히 그들과 할 얘기가 없어 다른 방에서 계속 일했고 그들이 떠나자마자 그는 밖으로 나왔다. 박윤우는 이미 피곤함에 지쳐 잠들어 있었고 그걸 본 유남준이 박민정 곁으로 다가왔다. “피곤하지 않아? 좀 누워있을래?” 박민정은 매번 누울 때마다 그가 이것저것 장난치는 걸 떠올리며 얼굴이 붉어졌다. “안 피곤해요, 좀 더 앉아있고 싶어요.”“출산이 얼마 안 남았는데 가서 좀 누워있자. 응?” 유남준이 다정하게 달랬고 결국 박민정은 그의 끈질긴 설득에 못 이겨 함께 누웠다.불을 끄자 밖의 희미한 불빛만이 방 안으로 스며들었다.“함미현네는 괜찮아요?” 박민정이 물었다. 유남준은 그녀를 품에 안았다. “걱정 마, 내가 몰래 사람을 붙여뒀어.” “네...” 박민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그 가족에게 무슨 일이 생기는 걸 보고 싶지 않았다.“정수미는 왜 저렇게 잔인한 걸까요?” 박민정은 자신과 박예찬이 그녀 손에 죽을 뻔했던 걸 떠올렸다. 또 함미현네 일을 생각하니 그 사람이 무서워졌다. 함미현의 일은 자업자득이지만, 자신은? 그저 윤소현의 미움을 샀다는 이유로 몇 번이나 죽을 뻔했다. 이런 사람이 자신의 친어머니라니!“여자가 그 자리까지 올라가려면 어느 정도 수단은 필요하지.” 유남준이 대답했다. 박민정도 그의 말에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고민이에요. 그분을 엄마로 받아들여야 할지...”“사실 진실을 말해도 좋을 것 같아. 그 뒤는 자연스럽게 흘러가게 하면 되고.” 유남준이 말했다. 박민정은 그 말을 듣고 결심이 선 듯했다. “좋아요, 내일 가서 얘기해 볼게요.” 어차피 이 문제는 언젠가는 해결해야 했다.“응.” 유남준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의 손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순간 박민정의 얼굴이 화끈거렸다. “남준 씨!” 유남준은 또 ‘응’하고 대답했는데 목소리가 쉰 듯했다.좋아하는 여자가 곁에 있으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405화

    이지원도 함미현의 일에 대해 들은 적이 있었지만 윤소현이 이토록 잔인할 줄은 몰랐다.그녀가 알기로는 함미현에게 어린아이가 있지 않았던가.윤소현이 전화를 끊자 그녀는 부드럽게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윤소현은 그녀를 보면서 자신과 같은 부류라는 것, 둘 다 박민정을 싫어한다는 것을 떠올리고는 잠시 생각한 끝에 숨기지 않기로 했다.“함미현이 어떤 비밀을 알고 있는데, 만약 이 비밀이 정수미의 귀에 들어가면 우리 둘 다 큰일 날 거예요.”이지원이 의아해했다. “무슨 비밀인데요?”“내가 어떻게 지원 씨랑 정수미의 친자 감정 결과를 혈연관계가 있는 것처럼 만들 수 있었는지 알아요? 박민정이 바로 정수미의 친딸이기 때문이에요.” 윤소현이 한 글자 한 글자 말하며 이지원의 표정 변화를 주시했다.과연 이지원의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변했고 머릿속이 윙윙거렸다.“그럴 리가 없어요...”“왜 없겠어요? 박민정도 고아잖아요. 진주시 보육원에서 한수민이 입양했고 마침 태어난 날도 폭설이 내렸어요. 지원 씨랑 박민정의 나이도 딱 맞지 않아요?” 윤소현의 말에 이지원은 한참을 정신을 못 차렸다.왜? 그녀는 자신이 정씨 가문의 귀한 딸이 되어 이제는 박민정이 따라올 수 없는 존재가 됐다고 생각했는데, 왜?왜 박민정이 정수미의 딸인 거지?세상의 모든 좋은 일들은 왜 그녀가 다 차지하는 걸까?이지원은 분하기만 했다. 꽉 쥔 주먹의 손톱이 손바닥 깊숙이 파고들었다.“지원 씨, 괜찮아요?”윤소현은 그녀가 한참을 말이 없자 일부러 그녀를 불렀다.이지원은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어 그녀를 보았다. “...괜찮아요.”“함미현이 아마 박민정에게 진실을 이미 말했을 것 같아요. 그렇지 않다면 박민정이 왜 정씨 가문과 적이 되는 길을 선택하고 그 여자를 구해줬겠어요.” 이지원이 말했다. “소현 씨, 지금 사람을 보내 함미현 일행을 쫓는 건 너무 늦었을 것 같네요.”윤소현도 그런 가능성을 생각해 봤다.“만약 아닐 수도 있잖아요? 박민정이 진실을 알았다면 지금쯤 벌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404화

    함미현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네, 감사합니다.”박민정은 이때 가정부에게 동하와 동하 아빠를 불러오라고 했다.두 사람은 곧 아동방에서 나왔고 온몸에 상처가 가득한 함미현을 보고 물었다.“미현아, 어쩌다 이렇게 다친 거야?”“엄마, 많이 아파요?”함미현이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 우리 먼저 떠나자. 민정 씨한테 더 폐를 끼치지 말자고.”“그래.”동하의 아빠는 아들을 안고 함미현과 함께 박민정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떠났다.동하는 떠나면서도 잊지 않고 말했다. “아줌마, 감사해요. 윤우 형이 나으면 저랑 놀게 해주세요.”박민정은 그를 향해 미소 지었지만 대답하지는 않았다. 확실하지 않은 일이라 아이에게 거짓말하고 싶지 않았으니까.이쪽에서 박민정이 함미현 일가의 일을 잘 처리했을 때 정수미도 곧 소식을 받았고 함미현과 동하가 떠났다는 걸 알게 됐다.“누가 한 짓이지?”감히 그녀에게 맞서다니!부하가 말했다. “박민정과 유남준인 것 같습니다.”정수미가 주먹을 꽉 쥐었다. “또 박민정 그 여자야. 지난번 교훈을 잊은 모양이구나?”그녀가 말하는 중에 윤소현도 급히 왔다.“엄마, 들으셨어요? 박민정이 사람을 시켜 동하를 데려갔대요. 함미현도 병원에 없고요.”윤소현은 지금 누구보다도 초조하고 두려웠다. 박민정이 무언가를 알게 된 걸까? 그렇지 않다면 왜 함미현과 동하를 데려갔을까?이런 망할!그녀는 옆에서 정수미의 일을 전담하는 사람을 보며 꾸짖었다. “너희들 일찍부터 알고 있었던 거지? 뭘 하고 있었던 거야? 왜 쫓아가 데려오지 않은 거야?”“그게...”부하들이 정수미를 쳐다보았다.정수미도 윤소현이 이렇게 격앙될 줄은 몰랐다. “소현아, 그만두자. 그 집안을 놓아줘. 어차피 함미현 어머니도 돌아가셨으니 용서할 만한 건 용서하는 게 좋아.”“안 돼요.” 윤소현이 단번에 거절했다. “엄마, 함미현은 엄마의 친딸인 척했잖아요. 우리가 그 여자를 감옥에 보내지 않은 것만 해도 감지덕지해야 할 텐데 어떻게 자비를 베풀어 용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403화

    박씨 집안에서.박민정은 어제 늦게 자서 아침에도 늦게 일어났다.밖에 나오자 정민기가 아래층에서 기다리고 있는 게 보였고 정민기 곁에는 동하라는 아이가 있었다.“동하야, 날 기억하니?” 박민정은 정민기가 동하를 데리고 나온 것을 보고 안심하며 인사했다.동하의 눈이 반짝였다. “아줌마, 윤우 엄마시죠.”역시 아이들끼리는 더 잘 기억하는 법이었다.“그래.”박민정이 동하 앞으로 와서 정민기에게 물었다. “어디서 데리고 나온 거예요?”“병원에서요. 의사 선생님 말씀으로는 동하 의료비와 입원비를 내는 사람이 없다고 해서요. 제가 미납금을 내고 데리고 나왔습니다.” 정민기가 말했다.박민정은 정씨 가문 사람들이 이런 짓을 할 줄은 정말 몰랐다. 아이어머니를 가두고 아이는 혼자 병원에 버려둔 채 전혀 신경 쓰지 않다니...“그럼 동하 아빠는요?”“정씨네 회사에서 해고당했어요. 지금은 일자리를 찾으면서 함미현 씨와 동하를 찾고 있죠.” 정민기가 답했다.동하는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며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손을 들어 박민정의 손을 잡고 흔들었다. “아줌마, 전 엄마 아빠가 보고 싶어요. 저를 데려다주실 수 있어요? 소현 아줌마가 우리 엄마 아빠가 저를 버렸대요.”말하면서 그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박민정은 서둘러 몸을 낮춰 그를 달랬다. “동하야, 아줌마가 지금 널 네 엄마 아빠한테 데려다주려고 하는 거야.”“그분들이 어떻게 너를 버릴 수 있겠니?”그녀는 윤소현과 정씨 가문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잔인할 줄은 몰랐다!먼저 엄혜란을 죽이더니 이제 또 이런 짓을 하다니...“그런데 왜 엄마 아빠가 병원에 절 보러 안 오셨어요?” 동하의 눈에는 실망감이 가득했다.“두 분이 일하느라 바빠서 그랬어. 이제 시간이 나셔서 아줌마보고 널 데리러 오라고 하신 거야.” 박민정이 부드럽게 설명하자 동하는 그제서야 조금 기뻐졌다.“윤우 형은요?”박윤우 얘기가 나오자 박민정은 슬퍼졌다. “윤우는 아파서 지금 병원에 있어.”“아, 윤우 형도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402화

    “하지만 증조할아버지, 이 일은 반드시 비밀로 해주세요.” 박예찬이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그는 하랑 이모가 자신이 할아버지에게 연기를 가르쳐 사람들을 속였다는 걸 알면 자신을 가만두지 않을 거란 걸 알았다.사실 그도 어쩔 수 없었다.김훈이 어느 순간부터 조하랑을 마음에 들어 하더니 꼭 손자며느리로 삼고 싶어 했다. 그러나 방법이 없어서 고민하던 차에 박예찬에게 이 어려운 임무를 맡겼다.박예찬은 할아버지가 이런 어려운 임무를 자신에게 맡길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자신의 도움을 얻기 위해 온갖 부탁을 했는데 할아버지의 도움을 받으면서 그는 거절할 수 없었고 그래서 이런 꾀를 내게 된 것이다.신혼 방에서 김인우와 조하랑은 나란히 누웠지만 감시당할까 봐 말도 못 꺼냈다.“자요.” 김인우가 어색하게 기침을 했다.“네.” 조하랑이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감았지만 역시나 잠이 오지 않았다.김인우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내일 아침 일찍 노인네가 방에 설치해 둔 도청 장치를 반드시 제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면 이 방에서 살 수 없을 것 같았다....한편, 강씨 가문에서 강연우가 황예지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온몸이 상처투성이인 황예지가 누워서 그를 바라보며 미안하다는 눈빛을 보냈다. “미안해.”강연우는 그녀의 사과를 듣고 눈시울이 붉어졌다.“왜 나한테 사과해? 왜 이런 바보 같은 짓을 한 거야?”황예지가 깊게 숨을 들이쉬고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말했다. “난 이 세상을 떠나고 싶었어. 당신에게 짐이 되기 싫었거든. 내가 죽으면 당신은 자유로워질 수 있잖아. 사랑하는 사람을 찾을 수도 있고.”강연우는 그제서야 그녀가 왜 갑자기 이런 바보 같은 짓을 했는지 알게 됐다. 바로 자신이 한 말 때문이었다.죽음만이 두 사람을 갈라놓을 수 있었다.“무슨 농담을 하는 거야?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바로 당신이야. 당신이 떠나버리면 내가 어떻게 자유로워질 수 있겠어?”강연우가 그녀의 손을 잡고 부드럽게 입 맞췄다.“당신은 정말 바보야.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401화

    본래 김인우도 이 말을 하려 했는데 뜻밖에 조하랑이 먼저 말해버렸다. 그는 약간 불쾌했다. 마치 자신이 조하랑에게 미움이라도 받는 것 같아서.“방에는 침대 하나뿐인데 어떻게 따로 자죠? 전 소파나 바닥에서는 안 자요.” 김인우가 일부러 그렇게 말했다. 조하랑이 어떻게 할지 보려고 말이다.조하랑은 이 상황을 보고 말없이 베개를 들었다. “괜찮아요, 제가 소파에서 자면 돼요. 소파도 꽤 편하게 잘 수 있어요.”어렸을 때 혼자 방에서 자는 게 무서워서 자주 소파에서 잤었다. 그래서 별로 신경 쓰이지 않았다.김인우는 할 말을 잃었다. 잠시 후 조하랑이 누워서 눈을 감고 있는 걸 본 그는 깊게 한숨을 쉬고 겉옷을 벗고 침대에 누웠다.사실 조하랑은 전혀 잠이 오지 않았다. 첫째는 어젯밤 일 때문이고 둘째는 김인우와 한방에 있어서였다. 둘은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그녀는 여전히 약간 불편했다.김인우가 불을 끄고 한참을 잠들지 못했다.“하랑 씨.” 그가 참지 못하고 부르자 조하랑은 의아해하며 대답했다. “왜요?”“내 옆에서 잘래요?” 김인우는 여자를 소파에서 재우는 건 너무 비인간적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조하랑은 이 말을 마치 유혹으로 들었다. “싫어요, 제가 분명히 말씀드렸잖아요? 우리는 할아버지를 위해서 결혼한 거예요. 우리 사이에는 어떤 스킨십도 없어야 해요, 알겠죠?”김인우의 얼굴이 시커멓게 변했다.“당신과 뭘 하려는 게 아니에요. 그저 침대가 큰데 우리가 각자 한쪽에서 자면 서로 닿지도 않을 것 같아서요. 싫다면 그만두죠.”그제서야 조하랑은 자신이 그를 오해했다는 걸 깨달았다.“죄송해요, 제가 방금 오해했네요. 괜찮아요, 전 침대에서 안 자도 돼요.” 그녀는 다시 눈을 감았다.두 사람이 모두 조용해졌을 때 텅 빈 방에서 예상치 못한 소리가 들려왔다.“이 요망한 것들, 감히 이 늙은이를 속이다니? 응?”김훈이었다.조하랑이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할아버지, 여기 감시 카메라를 설치하신 거예요?”“하랑아, 내가 그렇게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400화

    운전기사는 함미현이 있는 정신병원으로 핸들을 틀었다.이번에 다시 가면서 박민정은 예전보다 경비가 더 삼엄해졌다는 것을 실감했다. 그래도 유남준 덕분에 두 사람은 쉽게 안으로 진입할 수 있었다.박민정이 함미현이 있는 병실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 보니 함미현은 온몸에 상처를 입은 채 멍하니 허공만 응시하고 있었다.인기척에 놀란 그녀는 곧장 구석으로 몸을 움츠리며 머리를 감싸고 중얼거렸다.“제발 때리지 마세요. 다시는 그런 말 안 할게요, 제발 때리지만 마세요.”그 말을 하는 함미현의 눈에는 눈물까지 맺혀 있었다.그녀의 모습을 미루어 보았을 때, 함미현은 분명 수 없는 고통을 겪은 게 분명했다.박민정은 한 걸음씩 그녀에게 다가가며 말했다.“미현 씨, 저예요. 박민정.”함미현은 박민정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희망 어린 눈빛으로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민정 씨, 저 구하러 오신 거예요? 이젠 제 말을 믿으실 거죠? 제발 저 좀 구해주세요... 아니 제 아들 좀 구해주세요. 그 어린애한테는 아무 죄가 없잖아요.”그런 함미현을 보는 박민정의 마음도 편치 않았다.“여기까지 오는 길에 동하 찾아달라고 사람 보내놨어요.”그 말을 듣자 무겁기만 하던 함미현의 마음이 한층 가벼워졌다.“저는 묻고 싶은 게 있어서 왔어요.”“뭐든 물어보세요. 제가 아는 선에서 다 얘기해드릴게요.”박민정은 그녀에게서 정수미가 딸을 잃어버린 다음부터 염혜란과 함께 보육원을 찾았던 일을 들었다.그 내용은 전과 똑같았고, 이것을 통해 그녀의 말에는 거짓이 없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박민정은 옅게 고개를 숙이며 중얼거렸다.“정말 그랬던 거구나, 정말로...”그녀는 계속해서 혼잣말을 이어나갔다.유남준이 그녀의 곁으로 다가와 물었다.“무슨 일이야, 민정아?”박민정은 붉어진 눈시울로 유남준을 꼭 끌어안았다.“남준 씨, 나 친엄마를 찾은 것 같아요. 정수미가 내 친엄마였어요.”그 말에 유남준은 충격을 받은 나머지 숨이 턱 막혀왔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믿기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399화

    전화를 받은 강연우의 눈빛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무슨 일인데요?”“일단 빨리 와, 와 보면 알게 돼.”강연우는 더 이상 아무것도 묻지 못하고 전화를 끊어야 했다. 그는 조하랑을 슬쩍 쳐다보더니 말했다.“갑자기 일이 생겨서, 먼저 가 볼게.”“그래.”조하랑은 그렇게 강연우가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두 사람의 대화는 지나가던 김인우의 눈에까지 들어왔다.김인우는 최대한 평소의 성질을 억누르며 순간적인 분노를 가까스로 참고 앞으로 다가가 물었다.“안 만나겠다고 하지 않았나요? 왜 몰래 만난 거예요?”조하랑이 설명하려던 순간, 박민정에 방에서 나왔다.“인우 씨, 오해하지 마요. 몰래 만난 게 아니라 나도 여기 같이 있었으니까.”조하랑은 박민정이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그녀가 아니었다면 아무리 설명해도 믿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박민정이 방 안에 같이 있었다는 것을 몰랐던 김인우는 뒤늦게 나타난 박민정의 존재에 마음이 풀렸다.“미안해요, 방금은 오해했네요.”김인우는 곧장 사과를 건넸다. 적어도 그는 자신의 잘못이 명확해지는 순간 바로 사과부터 하는 성격이었다.조하랑도 화를 내지 않았다.“괜찮아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니까. 하지만 걱정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제 나는 김인우의 와이프고, 우리 둘이 함께 살아가는 거잖아요. 나는 절대 인우 씨한테 미안할 행동 하지 않을 거예요.”김인우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걱정 마요, 나도 하랑 씨가 하는 대로 따를 테니까.”그 말인즉슨 네가 먼저 나에게 미안한 일을 하지 않는다면, 나도 너에게 미안할 짓을 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박민정은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바라보며 어쩌면 이 둘이 잘 어울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결혼식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박민정과 유남준은 함께 집으로 돌아가며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내가 봤을 인우 씨랑 하랑이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그 말에 유남준도 거들었다.“걱정 마, 인우는 분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398화

    조하랑의 동공이 흔들렸다. 그녀 역시 자신의 결혼식에 강연우가 등장할 줄은 미처 몰랐다.그녀의 머릿속에는 또다시 황예지의 말이 떠올랐지만 이내 그 생각을 떨쳐내기 위해 고개를 빠르게 저었다.이미 김인우와 결혼하기로 한 이상, 다른 사람을 마음에 두어서는 안 될 것 같았다.김인우 역시 조하랑의 시선을 따라가다가 강연우를 발견하고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만나고 싶어요?”그는 애써 관대한 척 물었다.조하랑이 고개를 저었다.“됐어요.”“그럼 차에 타요.”김인우는 그 대답에 마음이 어느 정도 편해졌다.솔직히 말해 그는 조하랑이 어젯밤 겪은 일 정도는 받아들일 수 있었지만 그녀가 자신과 함께 있으면서도 강연우를 생각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었다.한쪽은 강제적으로 어쩔 수 없이 당한 것이지만 다른 한쪽은 자발적인 행동이었으니 두 문제의 본질은 완전히 달랐다.차에 올라탄 후, 조하랑은 단 한 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신부 측 하객으로 온 사람들은 조하랑이 탄 차의 뒤차에 타 함께 김인우의 집으로 향했다.김인우의 집에 도착한 후, 결혼식은 예정대로 진행되었고 김훈과 조석천도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결혼식이 끝난 후, 조하랑은 여전히 우울한 표정으로 방에 가만히 앉아 있었고, 그런 그녀의 곁을 박민정이 지켜주었다.어떤 말로 위로를 건네야 할지 몰랐던 박민정이 해줄 수 있는 것은 그저 말없이 곁에 있어 주는 것뿐이었다.그 순간, 누군가가 방문을 두드렸다.“누구세요?”박민정이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었다.문 앞에 서 있던 사람은 다름 아닌 강연우였다.“저예요.“박민정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강연우 씨? 연우 씨가 여린 왜 온 거예요? 오늘 하랑이 결혼식인 거 알죠? 굳이 민폐 끼치지 말고 얼른 돌아가세요.”조하랑도 밖에서 들려오는 대화 소리에 자리에서 일어나 박민정의 뒤로 다가갔다.“연우야, 우리 더 할 얘기 없잖아. 다 끝난 사이에. 아버지가 무슨 짓을 했는지도 다 알았고, 네가 원하는 게 뭐든 다 보상해줄게.”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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