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남준은 침실 안 침대에 누워 두 눈을 질끈 감고 있었다.유석진은 안으로 들어가 유남준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자신의 무서운 조카가 지금 바보가 되어 눈까지 안 보이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그는 손을 뻗어 유남준을 세게 흔들었다. “일어나.”유남준은 시끄러워서 잠에서 깬 듯 눈을 비볐다.“누구야?”그가 눈을 떴는데 눈빛은 흐렸다. 마치 잘 보이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남준아, 큰아버지야. 큰아버지 목소리 기억 안 나니?”“큰아버지?”유남준은 다시 침대에 누워 이불을 머리까지 꼭 뒤집어썼다. “모르겠는데요.”어린아이 같은 그의 행동에 유석진은 유남준이 정말 소문대로 무슨 일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그가 병을 앓고 있는 것을 알게 된 유석진은 방금의 부드러운 표정을 더는 하지 않았다. 이불을 꼭 덮고 있는 유남준을 싸늘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남준아, 계속 바보로 있어. 그게 우리 모두를 위한 거야.”유남준이 바보가 되지 않았어도 그는 돌아오려고 준비했었다.요 몇 년 동안 외국에서 쌓은 경험으로 분명히 유남준을 이길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유석진이 모르는 것은 자기가 금방 떠났는데 서다희가 한쪽 구석에서 나왔다.“이 늙은이가 외국에 가만히 있지 않고 돌아왔네요.”유남준도 자리에서 일어나 앉았다. “어떻게든 해외에 있는 저 사람의 회사를 다 조사해. 이젠 회수해야 할 때가 됐어.”“알겠습니다.”“요즘 호산 그룹은 어때?”유남준이 물었다.서다희는 웃으며 말했다. “지금 다들 유남우의 결혼식에 정신이 팔렸어요. 우리는 이미 호산 그룹의 많은 사업을 따냈어요. 유남우가 결혼하는 날 비슷하게 알게 될 것 같아요.”유남준은 고개를 끄덕였다.“그 사업을 다 빼앗겼으니 아무리 정수미가 도와준다고 하더라도 호산 그룹 대표의 자리는 내놓아야 할 것이에요.”서다희가 또 말했다.“호산 그룹에 오래된 주주들에게 연락해. 내일 그들을 만나야겠어.”“네.”...다음날, 박민정과 진서연은 통화 중이었다.진서연은 방은정을 보여주며 말했다.
“서연 씨, 민정 씨 전남편의 집은 어디에요?”설인하가 물었다.진서연은 박민정의 과거를 잘 모른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알겠어요.”설인하는 좀 안타까웠다.민수아가 걸어왔다. “유씨 가문 옛 저택 알아요? 바로 우리 진수에서 가장 비싼 땅에 있죠.”“유씨 가문이요?”설인하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네, 맞아요.”민수아는 그녀가 왜 그렇게 놀라는지 안다.유씨 가문은 진수에서 권력과 세력이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설인하가 놀란 건 유씨 가문이 권세 있어서가 아니라 남편인 방성원과 유씨 가문의 유남준이 친구이기 때문이다.“수아 씨, 민정 씨 남편이 우씨 가문 누구예요?”설인하는 설마 그런 우연은 없을 거로 생각했다.“유남준이요.”이 말을 듣고 그녀는 순간 멍해졌다. 믿어지지 않았다.“그럴 리가.”설인하가 혼잣말했다.민수아는 좀 이상했다. “왜 그래요, 난 진작 알고 있는 줄 알았어요.”박민정이 유남준 아내라는 것은 인터넷에 검색하면 바로 나오는 것이니 말이다.설인하는 한참 후에야 정신을 차렸는데 머릿속이 복잡했다.“잠깐 나갔다 올게요.”설인하는 분유를 놓고 도우미의 품에 안긴 아이를 받아 안고서는 밖으로 나갔다.진서연과 민수아는 바로 따라 나갔다. “어디 가는 거예요?”“산책 좀 하고 올게요.”설인하는 거짓말을 했다.“같이 가요. 아이를 안는 게 힘들 거예요. 우리가 도와줄게요.”민수아가 말했다.그러나 지금의 설인하는 경계심이 가득했다. “아니에요. 제가 혼자 아이를 데리고 산책하고 싶어요.”그녀의 차가운 말투에 민수아와 진서연은 더는 말할 게 없어서 그녀가 아이를 데리고 떠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설인하는 밖에 가서 산책만 하려는 것이 아니다.그녀는 차를 잡아서 운전기사보고 이곳을 떠나라고 했다.가는 길에 설인하는 불안했다. 박민정이 유남준의 전 부인이라면 그녀는 자신의 신분을 알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면서 말이다. 심지어 자신이 방성원의 아내라는 것을 알고 자신을 집에 있으라고 한 것이
한참을 조사하다가 설인하가 차를 타고 옆 도시로 갔다는 것을 운전사의 입을 통해 알게 되었다.그녀는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라서 기사보고 자기를 그쪽까지 데리고 가달라고 했다.진서연은 그녀를 따라 차에 올랐다. “보스, 저도 같이 가요.”“그래.”둘이 같이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민수아는 집에서 그녀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밖에 비가 주룩주룩 흐르고 그 시각 박민정과 진서연은 매우 불안했다.한편, 설인하는 또 준비가 안 돼 있었다. 그녀는 지금 돈이 별로 없는데 심지어 그것도 박민정이 준 것이다. 차비와 방값을 내면 그녀는 돈이 없을 것이다.품에 안긴 아이는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설인하는 아이를 두고 갈 수도 없어서 아이를 데리고 각종 필요한 것을 사러 갔다.“아가야, 울지 마. 울지 마...”설인하는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남을 돌보는 일을 한 적이 없다. 아이를 어떻게 돌보고 살림을 어떻게 꾸리는지 가르쳐 주는 사람은 더더욱 없었다.그녀는 얼마 안 가서 돈을 다 썼다. 호텔 방에 틀어박혀 아이를 봐야 했다.그녀도 계속 이렇게 지낼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반드시 내일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그런데 아직 백일도 지나지 않은 아이를 데리고 있는 여자가 일자리를 구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일이다. 설인하는 머리가 아파 났다. 왜 전에 아무것도 배우지 않았는지 후회했다. 으르렁. 천둥소리가 났다.설인하는 깜짝 놀라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본능적으로 품에 안긴 아이를 꼭 껴안았다.박민정이 설인하를 찾았을 때는 이미 밤 9시였다.그녀가 노크하자 설인하는 무방비로 문을 열었는데 박민정이 온 것을 보고 바로 문을 닫으려 했다.진서연이 먼저 막았다. “인하 씨, 무슨 일이에요? 아무 말 없이 여기에 왜 온 거예요? 우리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요?”그녀는 이렇게 배은망덕한 사람을 처음 보았다.박민정과 진서연은 설인하랑 아이한테 무슨 일이 생긴 줄 알고 최선을 다해서 그녀를 찾아냈다. 진서연은 설인하를 보면
“우리가 사귄 것은 옳지 않은 선택이었어요. 그 사람은 우리 가문의 모든 사람을 죽였어요. 저는 그 사람에게 시집가고 싶지 않았고 줄곧 그 사람을 떠나고 싶었어요. 설인하가 말했다.진서연은 옆에서 이 말을 듣고 입을 크게 벌렸다.이건 그야말로 소설의 줄거리 같았다. 방성원은 도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다른 가문의 온 가족을 죽일 수 있는 건지 생각했다. 설인하는 과거를 언급하기 꺼리는 듯 자세히 말하지 않았다.“민정 씨, 이 정도밖에 말해줄 수 없어요. 미안해요. 오늘 수아 씨가 민정 씨 전남편이 유남준이라는 말을 들었어요. 난 민정 씨가 진작에 내가 방성원의 아내라는 것을 알고 그 사람이 시켜서 나를 감시하는 줄 알았어요. 그래서 도망친 거예요.”박민정은 그제야 이유를 알았다. “우리가 잘 왔네요. 이 오해를 풀지 않았으면 제가 나쁜 사람이 될뻔했어요.” 그러자 설인하는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당신이 방성원과 같은 편이었어도 난 당신이 정말 고마운걸요. 당신이 아니었다면 나와 은정이는 이미 살아있는 목숨이 아니었을 수도 있어요.”설인하는 좀 머뭇거리다가 계속 말했다. “난 다시는 박성원한테 돌아가고 싶지 않아서 도망간 거예요. 제가 능력이 있게 되면 아이를 데리고 가서 감사 인사를 하려고 했어요.”박민정은 이 말을 듣고 자신의 호의가 헛되이 되지 않은 것에 대해 조금 위안을 느꼈다.“그럼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에요?”설인하는 잠시 침묵했다. “내일 일자리를 찾으러 나가려고요.”“산후조리도 잘 안 됐고 아이까지 데리고 있는데 어떻게 일자리를 구해요?”진서연이 물었다.설인하는 진지하게 말했다. “괜찮아요. 설거지하든 바닥을 닦든 다 할 수 있어요. 아이도 이제 곧 백일이니까 아이를 업고 일할 수 있어요.”그녀의 말을 듣고 박민정과 진서연은 모두 방성원이 그녀한테 잘 못 대해준다고 생각했다.그렇지 않으면 산후조리도 못 한 여자가 아이를 업고 힘든 일을 하고 싶어 하지 않을 거로 생각했다.“나랑 같이 가요. 이제 좀 지나서 서
유남준은 박민정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뭐해?]하지만 답장은 오지 않았다. 박민정은 오늘 하루 정말 너무 바빴다. 새벽 한 시가 되어서야 자택에 돌아와 대충 씻고서 바로 잤다.휴대폰을 아예 보지 않아서 유남준이 자신에게 메시지를 보낸 것도 몰랐다.유남준은 그녀의 답장을 기다리며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이튿날 아침 일찍 모두가 일어났다. 남자가 여자 쪽으로 신부를 맞으러 가야 했다.고영란은 윤우보고 들러리를 하라고 했다. 박윤우는 정장을 차려입었는데 잘생기고 귀여운 외모를 뽐냈다.박예찬도 김훈을 따라왔는데 고영란은 큰손자를 보고 더욱 기뻐했다. “예찬아, 어서 할머니한테로 와. 우리 예찬이 좀 보자.”그녀도 김훈의 건강상태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박예찬이 김씨 가문에 머무는 것을 신경 쓰지 않았다.박예찬은 고영란을 향해 걸어갔는데 더없이 평온한 표정으로 덤덤하게 말했다. “할머니.”“아이고, 우리 예쁜 강아지.”고영란이 박예찬을 안으려 했는데 박예찬이 비켜섰다. 그는 할머니에게 안기는 것이 싫었다.그는 고영란보다 자신을 엄청나게 아끼는 김훈을 더 좋아한다.고영란의 손은 허공에 뻣뻣하게 굳어져 있다가 조금 서운한 듯 손을 내렸다.집사가 와서 전했다. “사모님, 신부가 곧 올 것 같아요.”“그래.”고영란은 먼저 결혼식을 준비하러 갈 수밖에 없다.김훈은 박예찬이 고영란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을 눈치채고 다가가서 물었다. “예찬아, 할머니한테 왜 그렇게 차가운 거야?”“증조할아버지, 저와 동생은 어릴 때부터 엄마 손에 자랐어요. 할머니랑 별로 안 친해요.”박예찬이 또박또박 말했다. “그렇구나.”김훈은 박예찬을 나무라지 않고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그럼 나는 예외네.”박예찬은 김훈을 정말로 좋아했다. 사람을 진심으로 대하면서 당당한 성격이고 나쁜 꿍꿍이가 없는 마음씨 착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그런 것이다. “예찬아.”멀리서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조하랑의 아버지였다. 그는 박예찬을 반짝이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러자 박민정이 웃으며 말했다. “그럼 빨리 좋아하는 사람 만나서 결혼해. 그리고 아이를 낳으면 되잖아.”조하랑은 아이를 낳는다는 말에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했다.“아니야. 난 다른 사람의 아이를 놀리는 게 재밌는 거 같아.”그녀는 아이를 낳는 고통을 참을 수 없었고 아이를 돌볼 인내심도 없었다.“민정이 네가 몰라서 그래. 원래 남의 집 아이가 더 귀여운 법이야. 아이를 돌볼 필요가 없으니까 말이야.”조하랑은 민수아를 비롯한 그녀들보다 아이를 돌보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안다.전에 해외에 있을 때, 조하랑은 방학하면 박민정을 도와 아이를 돌봤었다. 한두 살의 아이를 돌보는 것은 그야말로 힘들었다.그녀의 말을 듣고 박민정은 뭐라 하지 않았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박민정은 누구보다 잘 알았다.윤소현과 유남우의 결혼식은 꽤 성대하게 준비해서 많은 명문 귀족들이 참석했다.방성원도 박민정 앞으로 다가가 말했다. “형수님, 오랜만이에요.”박민정은 그의 점잖은 얼굴을 보고 자기 집에 있는 설인하가 생각났다.정말 사람이 겉모습만 봐서는 안 된가고 생각했다. 설인하가 말하는 방성원은 참 악랄하기 짝이 없는 사람이다.“오랜만이네요. 도련님.”박민정이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자기의 아내와 아이가 모두 박민정과 같이 있는 것을 아는 방성원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물었다.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박민정한테 물은 것이지만 사실은 설인하와 방은정이 궁금한 것이었다.박민정은 그의 뜻을 알아챘다.“잘 지내고 있어요.”방성원이 또 무엇을 말하려 했는데 김인우가 걸어왔다. “성원아. 술 마시러 가자.”그는 또 조하랑을 쳐다보며 물었다. “그쪽은 왜 왔어요?”“왜요? 그쪽은 올 수 있는데 내가 오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어요? 정말 웃기네요.”조하랑이 쏘아붙였다.김인우는 그녀의 말에 한마디도 대꾸하지 못했다. 그저 언짢은 표정으로 방성원과 부잣집 도련님들을 찾아 술을 마시러 갔다.그들이 떠나자 하객도 점점 많아졌다.조하랑
“뭐라고?”박민정은 방금 자기 아들을 해치겠다고 협박하는 여자에게 다가갔다.여자는 저도 모르게 박민정의 아우라에 겁을 먹고 뒤로 물러섰는데 재수 없는 말투는 여전하였다. “내 말은 너보고 처신 똑바로 하고 다니라고.”박민정은 주먹을 움켜쥐었다.눈앞의 여자가 누군지 박민정은 안다. 유남준의 먼 친척인데 집에 작은 회사를 차리고 있다.유남준이 이렇게 됐다고 이런 사람도 감히 나와서 자신을 괴롭히고 자기 아들까지 위협할 줄은 정말 몰랐다.그녀가 가장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 바로 다른 사람이 자신의 주변 사람을 건드리는 것이다. “왜? 겁먹었어?”여자는 박민정이 자기를 빤히 쳐다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박민정이 자기를 무서워하는 줄 알았다.박민정은 간신히 화를 참았다. 겉으로는 평온해 보였지만 속으로는 이미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 두었다.“방금 한 말을 후회하지 마.”“후회할 게 뭐 있어? 내가 겁먹을 거로 생각하지 마.”그러자 박민정 곁에 있던 조하랑이 그 여자를 보며 비아냥거렸다. “그래? 겁주는 게 아니라 너에게 한 가지 알려줄 것이 있어. 우리 민정이 두 아들 중 한 명을 김훈 어르신께서 증손자로 받아들였다. 방금 네가 한 말은 내가 어르신께 곧이곧대로 말할 거야.”김훈 어르신의 얘기를 듣고 여자의 안색이 순식간에 변했다.진주시에서 살아서 이 사실을 아는 다른 한 여자가 그녀의 옷깃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이런 일이 있긴 해. 어르신께서 그 아이를 되게 이뻐하셔.”여자는 속으로는 무서웠지만 겉으로는 대수롭지 않은 척하며 말했다. “그게 뭐 어때서? 증손자로 여기는 거지 친손자도 아니잖아.”“그럼 김씨 가문의 미래 며느리인 나도 안 무서워?”조하랑도 이 신분을 쓰고 싶지 않았는데 여자들이 너무 심하게 괴롭혀서 하는 수가 없었다.여자는 유씨 가문에 별로 와본 적이 없고 조하랑이 누군지도 몰랐다. 이 말을 듣고 옆 사람을 쳐다보았는데 사실인 거로 확인되자 여자는 순간 풀이 죽었다.“됐어. 그만하자. 입만 열면
“새언니, 둘째 사촌 오빠 곧 결혼한다고 들어서 결혼식에 참석하러 왔어요. 새언니한테 감사 인사도 드릴 겸으로요.”추경은이 웃으며 말했다.“감사 인사요?”박민정은 그녀가 무슨 꿍꿍이인지 몰랐다.“맞아요, 고마워요. 새언니가 나에게 오빠를 양보하지 않은 덕분에 셋째 도련님을 만났으니까요.”추경은은 말하면서 손을 내밀어 박민정과 조하랑에게 자기의 비둘기 알보다 큰 보석 반지를 보여주며 말했다. “셋째 도련님께서 주신 건에요. 예쁘죠?”박민정은 정말 어이가 없었다.옆에 있던 조하랑은 더욱 어이없어했다. 추경은을 미친 사람으로 보았다. 물건 양보하는 건 들어봤는데 남편 양보하는 건 난생처음 듣는다. 정말 생각하는 게 문제가 있는 사람인 것 같았다. “예쁘네요. 축하해요.”박민정은 그녀가 자랑하는 것에 신경을 쓰지 않고 축하해줬다.박민정은 고영란이 자신의 친조카를 불구덩이에 밀어 넣을 리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게다가 지난번 고영란이 말했다시피 셋째 도련님은 절대 치정 남이 아니다.추경은은 박민정이 자기를 조금도 자신을 부러워하지 않는 것을 보고 재미없어했다.그녀는 박민정이 자기가 더 좋은 남자를 만나는 것을 보고 화가 날 거라고 생각했다. “새언니, 사실 너그러운 척할 필요 없어요. 다 여자끼리. 저는 지금 남준 오빠가 바보로 되고 눈도 안 보이게 돼서 언니가 얼마나 힘들지 알아요.”박민정은 어이기 없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데요?”추경은은 말문이 막혔다.“저는 그냥 새언니가 무슨 일이든 마음속에 숨겨두지 말고 털어놓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거예요. 임신 중인데 남준 오빠가 그렇게 됐으니 힘들겠죠. 그걸 털어놓아야지 참으면 병이 생길 것 같아요.”그녀는 겉으로 박민정을 생각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박민정이 화나 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 것이었다. 그럼으로써 자신을 만족시키고 싶었다. 박민정은 당연히 그녀가 원하는 대로 해주려 하지 않았다. “걱정하지 마요. 힘든 거 없어요. 매일 잘 먹고 잘살고 있으니까. 참, 우리 시어
선생님이 다가와서는 의아해서 물었다. “예찬 어머니, 왜 혼자 여기에 서서 계세요? 팀 안 짜세요?”박민정은 조금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말했다. “선생님 사람들이 저희랑 팀을 짜려 하지 않아요.”“네...”선생님은 난처해하더니 다른 팀에게 물어보았다.그 팀의 엄마들은 고개를 숙이고 있었는데 누군가가 입을 열었다. “우리 팀은 이미 사람이 찼어요.”그리고 몇 명의 아이 아빠도 왔는데 모두 최현아에게 빌붙고 싶어 해서 말했다.“선생님, 팀을 짜지 못한 사람들은 경기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맞아요. 어차피 이미 인원수가 충분하잖아요.”“몇 분은 그냥 쉬세요. 게다가 임신 중인데 경기는 무리이지 않나요?” 한 남자가 박민정의 배를 가리키며 말했다. 박민정은 당연히 자신이 경기를 못 한다는 것을 안다.“저 말고 다른 엄마들은 경기에 나갈 수 있잖아요. 어떻게 못 나가게 막을 수 있어요?”그녀가 나서서 말했다.그러자 남자는 비아냥거렸다. “그냥 경기일 뿐이잖아요. 굳이 당신들이 참석하지 않아도 되잖아요?”다른 엄마들도 맞장구를 쳤다. “맞아요. 시간 낭비하지 말고 시작하자고요.”최현아는 옆에 서서 박민정을 비롯한 그녀의 라인의 사람들이 망신을 당하는 모습을 만족한 표정으로 보고 있었다.선생님은 조금 난처해했다. “아니면 여러분 팀당 한 명씩만 더하세요. 이렇게 하면 딱 맞을 거예요.”총 네 팀이고 남은 사람도 네 명이니 말이다. “딱 맞다니요. 이분은 임신했으니까 대회 나가기 불편하잖아요. 누구 팀에 가면 그 팀이 질 게 뻔하죠.”한 여자의 목소리였다.다른 사람들도 맞장구를 쳤다.홀로 있는 네 명의 엄마와 네 명의 아이들이 함께 있으니 유난히 눈에 띄었다.예찬이를 제외한 나머지 세 아이는 분명히 기분이 언짢았다.“엄마...”지원이는 엄마의 옷깃을 잡아당겼다.손연서는 이 사람들이 정말 사람을 너무 무시한다고 느꼈지만 사실 그렇게 경기를 하고 싶어서도 아니다. 다 아이들을 위해서이다.“민정 씨, 됐어요. 우리는
차는 넓지 않아서 다른 엄마들은 성훈이의 말을 들었다. 그러자 다들 곁눈질하며 손연서를 보며 놀렸다.이 사람 중 대부분은 주부다.손연서는 그녀들과 달리 친정 손씨 가문의 사업을 도맡고 있다.그래서 많은 엄마가 그녀를 부러워하고 질투한다.지금 그녀가 사생아 때문에 이렇게 골머리를 앓는 것을 보니 마음이 좀 편해졌다.성훈이는 아직도 내키지 않는다는 듯이 손연서를 조롱했다.“우리 엄마한테 들었어요. 당신이 아이를 낳을 수 없어서 나를 아들로 받아들인 거라고. 하지만 나는 영원히 당신을 엄마로 받아들이지 않을 거예요. 나는 당신이 싫어요. 내가 커서 우리 아버지의 회사를 인수하면 당신을 쫓아낼 거예요. 그때 되면 당신은 아무도 원하지 않는 할머니로 되겠죠.”손연서는 안색이 안 좋았지만 아이와 따지고 싶지 않았다.박민정은 손연서를 비아냥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서 바로 말했다. “연서 씨, 나하고 같이 앉아요. 예찬이보고 성훈이랑 앉게 하고요.”박예찬도 유난히 눈치가 빠르고 철이 들었다.“연서 아줌마, 우리 엄마랑 같이 앉아요. 우리 엄마가 아줌마랑 얘기 나누고 싶대요.”손연서는 그들 모자를 고마워하며 예찬이와 자리를 바꾸었다.박예찬이 옆에 앉자 성훈이는 순식간에 착한 아이로 변해 말도 안 하고 얌전히 앉아 있었다. 핸드폰도 하지 않고 말이다. 성훈이의 모습을 보고 손연서는 박민정에게 말했다. “참 웃기죠?”박민정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연서 씨가 하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그러니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하지 말아요. 자기 생각도 하면서 말이에요.”이렇게 어린아이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을 봐서 커서도 별로 의지가 될 수 있는 아이가 아닐 거라고 그녀는 생각했다.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이 맞는다. 친자식도 기댈 수 있을지 말 지인데 사생아는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손연서는 그녀의 뜻을 이해했다.“할 수만 있다면 당연히 내 아이와 진짜 가족을 갖고 싶죠. 하지만 이런 건 지금의 나에게 너무 사치에요.”모두 자신의
“지훈아, 빨리 이리 와!”그녀는 박민정을 외면한 채 아들에게 소리쳤다.유지훈은 박민정의 뒤에 숨은 채 고개를 가로저었다. “싫어요. 가면 때릴 거잖아요.”이 말을 들은 최현아는 화가 났다. 최현아는 박민정이 보는 앞에서 망신을 당할까 봐 무서워서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지훈아. 엄마가 방금 너무 급했어. 이리 와봐. 절대 때리지 않겠다고 약속할게.”유지훈은 여전히 그녀한테로 가려 하지 않았고 최현아를 경계하는 눈빛이었다.“싫어요. 안 믿어요. 흥.”그는 말을 마치고 쏜살같이 달아났다.최현아는 자신이 이런 아들을 만났다는 것에 화가 났다. 그녀는 화를 참으며 유지훈을 따라갔는데 일부러 박민정의 어깨를 세게 치면서 지나갔다. 박민정은 어이가 없었지만 최현아를 외면하고 손연서를 비롯한 그녀들을 찾아갔다.그녀들은 박민정을 보자마자 손을 흔들었다.최현아의 포섭을 받은 엄마들은 박민정을 외면한 채 못 본 척했다.그녀들은 호산 그룹의 이인자인 최현아의 시아버지가 돌아왔다는 것만 알고 있다. 유남우가 자리에서 물러나면 그 자리는 당연히 최현아 시아버지의 것이다.그래서 그녀들은 최현아한테 잘 보이려 했다. “민정 씨, 이리 와서 앉아요. 이따 같이 차를 타고 교외로 가요.”손연서가 말했다.“좋아요.”박민정이 가서 앉았다.지원 엄마는 참지 못하고 말했다. “예찬 엄마, 방금 최현아가 다른 엄마들이랑 말한 게, 예찬 엄마를 왕따 시키면 그 사람들의 남편이 호산 그룹과 합작할 방법을 찾겠다고 했어요.”지원 엄마는 전에 어느 라인에 서야 할지 몰랐지만 지금은 안다. 그녀는 박민정이 보통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최현아는 박민정의 상대가 아니라고 생각했다.“전에 아이를 왕따시킨 것도 모자라 이제는 부모까지 왕따시키네요.”박민정은 다른 엄마들을 봤다. 이 사람들은 웃고 떠들고 있었는데 박민정이 자기들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 바로 입을 다물고 멀리 피했다. 도한 엄마가 말했다. “신경 쓰지 말아요.”솔직히 말해서 이 세상 대부분
[여러분 남편은 같이 가나요?]단톡방에서 한 사람이 물었다.다른 사람들이 답장을 보냈다. [제 남편이 너무 바빠서 못 갈 걸요?][맞아요. 우리 남편도 주말엔 회사 일로 바빠요.][우리 엄마들끼리 가면 되죠. 남편은 일하라고 하고요.][...]사람들은 저마다 한마디씩 했다. 대부분 사람의 남편이 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것을 알고 박민정은 마음이 놓였다. 그런데 밤에 그녀가 자고 있을 때 유남준이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내왔다.[뭐 해요?][이제 자려고요.]박민정이 물었다. [무슨 일 있어요?]유남준은 아직 방성원과 함께 있다. 두 사람의 아내가 모두 박씨 가문 저택에 있으니 불쌍한 남자 둘이서 말이 잘 통하는 것 같았다. 그는 박민정의 무뚝뚝한 답장에 좀 섭섭했다. [아니야. 자.]이 메시지를 보고 박민정은 잘 준비를 했다. 근데 문뜩 생각해보니, 예찬의 아버지인 유남준도 친자 활동에 대해 알아야 할 것 같았다.[저기, 예찬이 유치원에서 내일 친자 활동이 있어요. 시간이 있으면 오고 시간이 없으면 오지 않아도 돼요. 잘게요.]그녀는 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바로 누워 잤다.유남준이 가든 말든 어쨌든 그녀는 아들의 친자 활동에 참여할 것이다.이튿날 아침 일찍 박민정은 일어나서 셰프와 함께 여러 가지 음식을 준비했다.진서연은 하품하며 걸어 나왔다. “보스, 왜 이렇게 일찍이 일어나서 음식을 직접 만드는 거예요?”“오늘 예찬이 유치원에서 친자 활동이 있어. 거기 갈 때 가지고 갈 것이야.”박민정이 말했다.“그렇군요.”진서연은 눈을 비비며 씻으러 갔다.집의 세 여자가 모두 일어났다. 박민정은 이미 먹을 것을 준비해 두었고 그녀들의 것도 남겨 주었다.그녀가 유치원으로 가려 할 때 손연서와 도한 엄마가 메시지를 보내왔다. [민정 씨, 오늘 와요?][당연하죠.][잘됐네요. 우리 오랫동안 못 봤잖아요.][근데 조심해야 해요. 오늘 최현아가 좀 이상한 것 같아요.]먼저 어린이집에 온 손연서는 최현아가 수많은 아줌마와 사석에서
“아니에요. 별장 청소와 정리는 가정부가 하면 돼요.”박민정의 말에 설인하가 고집을 부렸다.“안 돼요. 그 얘기는 이미 청소는 모두 제가 하기로 했잖아요. 그대로 해요. 민정 씨, 나와 방성원의 관계 때문이라면 이러지 않아도 돼요. 그리고 제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긴 하지만 전부 처음부터 배울 거예요.”설인하는 박민정이 거절할까 봐 박민정이 다른 말을 하기도 전에 청소하기 시작했다.박민정은 설인하의 모습을 보고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별장 관리인을 불러서 앞으로 매월 급여 발급할 때 설인하에게도 주라고 지시했다.사실 박민정이 설인하에게 별장 청소를 시키지 않은 것은 방성원과의 관계 때문이 아니라 현재 그녀의 몸 상태가 감당을 못할까 봐서였다.게다가 박민정이 설인하에 대해 조사를 했는데 그녀도 예전에는 부잣집 딸로서 아무 일도 해본 적이 없이 자랐었다.설인하가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녀가 결혼한 후 어떤 일을 겪었을지를 생각하며 마음 아파했다.설인하는 집 안 청소도 하고 또 주동적으로 진서연을 찾아서 업무상의 일을 시작했다.박민정은 소파에 앉아서 휴식하고 있었는데 진서연이 언제 나갔었는지 밖에서 들어오며 말했다.“보스, 정민기 씨가 찾아요.”“알았어.”박민정은 소파에서 일어나서 밖으로 나가자, 정민기가 손에 서류 더미를 들고 있었다.“전에 조사하라고 한 함미현에 관한 자료예요. 출생한 병원과 그때 혈액 등 기록들이에요. 서류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면 함미현은 정수미의 친딸이 아니에요.”박민정이 서류를 받아보자, 거기에는 함미현의 출생 관련 기록들이 그대로 있었다. 만약 염혜란이 입양한 거라면 이런 내용을 모두 만들었을 수는 없을 것이다.“최근에 염혜란 씨에 대한 소식은 없어요?”박민정의 물음에 정민기가 신중한 표정으로 변하며 말했다.“사람을 시켜서 염혜란 씨 집 근처 CCTV를 모두 조사했는데 그중 한 카메라에서 종적을 찾았는데 옆으로 차 한 대가 지나가면서 염혜란 씨도 같이 화면에서 사라졌어요. 그 차를 조
박민정은 전혀 여지를 주지 않았다.“그건 무슨 말이에요? 우린 이혼했으니 같은 집에서 살면 안 되는 거잖아요.”유남준은 고개를 숙여 박민정의 등의 양양한 표정을 보더니 다시 고개를 돌려 박윤우를 불렀다.“윤우야.”박윤우는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유남준을 보며 물었다.“아빠, 왜요?”박민정은 순식간에 당황하며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갈 곳이 없는 것도 아니면서 이렇게 유치하게 할 거예요?”유남준이 말했다.“윤우야, 아빠는 이제 갈게.”박윤우가 의아한 표정으로 말했다.“아빠, 우리랑 같이 살지 않을 거예요?”박민정은 유남준이 겁먹은 척 자기를 바라보는 모습이 어이가 없고 화가 났지만, 박윤우 때문에 목소리를 낮추었다.“정말 그렇게 유치하게 아이를 이용할 거예요?”유남준은 모르는 체하며 대답했다.“이용한다고 말하면 안 되지. 윤우는 내 아들이고, 지금 그 금쪽같은 아들이 한 가족이 화목하게 함께 살기를 바라는 거잖아.”그는 또 고개를 돌려 박윤우를 보며 말했다.“윤우야, 아빠도 윤우랑 같이 살고 싶어. 그런데...”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박윤우의 눈빛이 변하는 모습을 보고 박민정이 말했다.“아빠도 우리와 같이 살고 싶지만 지금 서연 이모와 수아 이모 그리고 인하 이모까지 우리 집에서 살고 있어서 아빠가 갑자기 들어오면 모두 불편할 거야.”결국 유남준은 박민정의 이유로 쫓겨날 수밖에 없었다.박윤우는 비록 박민정과 유남준이 함께 살기로 바랐지만, 세 명의 예쁜 여인들 때문에 하는 수 없이 포기했다.“아빠, 조금만 더 참아요.”그는 유남준 곁에 가서 속삭였다.순간 유남준은 마음이 따뜻해졌다.“그래, 알았어. 윤우만 믿고 있을게.”이 말은 박윤우에게 아주 효과가 있었다.“걱정하지 마세요.”유남준을 떠나보낸 후, 박윤우는 자기를 믿는다고 한 말에 더 책임감을 느꼈다.박민정이 의아해하며 물었다.“윤우야, 방금 아빠와 무슨 말을 한 거야?”“별거 아니에요. 아빠한테 엄마를 잘 돌봐달라고 했어요.”“그래.”박민정
박윤우의 말에 박민정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윤우야, 모든 엄마와 아빠들의 표현 방식이 다 같은 건 아니란다.”옆에 있던 유남준이 갑자기 말을 이었다.“그래서 나에 대한 표현 방식은 내가 싫다는 거네? 손을 잡는 것도 싫을 만큼?”박민정이 당황해하며 대답했다.“그렇게 말한 적 없어요.”그녀의 말에 박윤우가 눈을 크게 뜨고 기대하는 표정으로 말했다.“엄마, 그럼 아빠를 안아주고 뽀뽀해요.”박민정은 순식간에 얼굴이 붉어졌다.“윤우야...”“결국 나와 형은 온전한 가족을 수가 없네요. 우리 반 옥미의 엄마와 아빠도 처음에는 서로 안고 뽀뽀하는 것을 싫어하다가 나중에 이혼했고 또 서로 다른 사람을 찾아 아이도 낳았대요.”말을 마친 박윤우가 고개를 숙이자 눈물이 흘러내렸다.“엄마와 아빠도 이혼하고 지금 저를 속이는 거예요? 그리고 나중에 다른 동생들이 생기면 나와 예찬이 형은 신경도 안 쓸 거예요?”박윤우의 우는 모습은 유난히 보는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박민정은 다른 것에 신경 쓸 겨를이 없이 휴지를 꺼내 그의 눈물을 닦아주며 달랬다.“윤우야, 말도 안 되는 생각하지 마. 엄마와 아빠가 왜 너랑 예찬이를 모르는 체하겠어?”그러고는 유남준을 보며 물었다.“그렇죠?”유남준은 박민정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했다.“우리가 계속 이렇게 지내면 정말로 우리의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우우우...”박윤우가 더욱 크게 울음을 터뜨리는 것을 보고 유남준이 그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윤우야, 걱정하지 마. 아빠는 절대 다른 여자와 결혼하지 않을 거야. 그리고 엄마가 너를 원하지 않아도 아빠가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박민정이 얼굴을 찡그리며 소리쳤다.유남준은 조금도 동요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내가 틀린 말 했어? 윤우와 예찬이는 너의 마음속에서 연지석 씨와 에리 씨가 나보다 더 중요하다는 걸 다 알고 있어.”이건 질투였다.박민정은 유남준이 시력을 회복한 후 제일 처음
박민정은 유남준이 주는 것을 덥석 받았다가 나중에 후회하기 싫었다.게다가 두 사람은 이미 남남인데 이런 귀중한 것을 받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유남준은 박민정이 이렇게 단호하게 거절할 줄 몰랐다.“정말 싫어?”박민정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너무 커요.”“그럼 내가 예찬이와 윤우에게 주는 거라고 생각해. 얘들이 아직 어리고 양육권은 당신에게 있으니, 그들의 후견인으로 잠시 보관하는 거로 하면 되잖아.”박민정은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말했다.“그런 거라면 얘들이 큰 다음에 직접 주면 되잖아요.”차 안의 분위기가 더 살벌해졌다.앞 좌석에 앉아 있던 서다희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사모님, 제 생각에는 사모님이 지금 받으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대표님께서 지금은 얘들에게 준다고 했지만, 나중에는 주지 않을 수도 있잖아요. 만약 대표님이 나중에 다른 분하고 결혼해서 아이가 생겨서 그 아이에게 주면 어떡해요. 그렇게 되면 예찬 도련님과 윤우 도련님에게는 너무 큰 손실이잖아요.”“...”유남준은 너무 어이가 없어서 할 말을 잃었다.박민정도 당황해하더니 마음속으로는 서다희의 말에 도리가 있는 것 같았다.‘맞아, 아빠가 애들에게 주겠다는데 거절할 필요 없잖아.’“좋아요. 그럼 예찬이와 윤우 대신해서 먼저 받을게요.”박민정은 서류를 받았다.그들이 서류로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 어느덧 차는 유치원에 도착했다. 박윤우는 워낙 귀엽고 잘생긴 데다가 얼마 전에 유씨 가문 차에서 내리는 것을 본 학부모들이 아이들에게 박윤우와 같이 놀라고 했기 때문에 현재 인기가 대단했다.“윤우야, 오늘 너의 엄마 아빠가 같이 데리러 오는 거야?”한 아이가 묻자, 박윤우가 고개를 연거푸 끄덕였다.“응.”“엄마 아빠가 같이 데리러 온다니 부럽다.”박윤우는 기쁨을 감추지 않고 환하게 웃고 있다가 유남준의 차를 발견하고는 달려가지 않고 오히려 박민정에게 전화했다.“엄마, 아빠 손잡고 여기로 와주시면 안 될까요?”박민정은 아들이 왜 굳이 유남준의
이지원을 금방 보내고 난 박민정은 조하랑의 말에 깜짝 놀랐다.“뭐라고? 결혼? 누구랑 하는데?”“김인우 씨일 것 같아.”‘같아?’박민정은 순간 충격에 멍해졌다가 겨우 정신을 가다듬고 물었다.“하랑아, 너 인우 씨 할아버지 때문에 잠시 동의한 거지 절대 결혼은 하지 않을 거라고 하지 않았어?”“오늘 할아버지가 위독하셨는데 유일한 소원이 나와 김인우 씨가 결혼하는 것을 보고 싶다고 하셔서 할아버지를 실망하게 해드리고 싶지 않아 결혼하기로 했어.”조하랑이 설명했다. 그녀는 어차피 지금 당장 좋아하는 사람도 없었기에 누구든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나중에 할아버지가 떠나가신 후에 두 사람이 안 맞으면 그때 다시 이혼하면 된다는 생각이었다.박민정은 조하랑의 대답에 어이가 없어서 말했다.“하랑아, 결혼은 그렇게 간단한 거 아니야. 너의 의지가 중요한 거야. 절대 그 할아버지의 말에 흔들려서 억지로 하면 안 돼.”“괜찮아. 억지로 하는 거 아니야. 아빠 말씀처럼 김씨 가문에 시집가면 하루아침에 재벌이 되는 거잖아.”조하랑이 아무렇지 않은 척 말했다.“민정아, 걱정하지 마. 사실 따지고 보면 내가 이득 보는 거잖아.”조하랑은 오래전에 사랑을 포기했다.과거에 그녀도 강연우와 깊은 사랑을 했었지만 결국은 강연우가 그녀를 배신하고 떠나버렸기 때문에 지금 그녀는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결혼할 수 있었다. 어차피 김인우를 사랑하지 않기에 배신도 없을 것이고 따라서 슬프지 않을 것이다.“하랑아, 어찌 됐든 내 말은 네가 원하지 않은 건 절대 하지 마.”“알았어. 끊을게.”조하랑은 전화를 끊고 화장실에서 나오다가 김인우와 마주쳤다.그녀만 보면 말을 비꼬아서 하던 김인우가 갑자기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할아버지는 절대 빨리 돌아가시지 않을 거니까 걱정하지 말고 후회되면 지금 가서 얘기해요.”조하랑은 이미 결심을 굳혔다는 표정으로 말했다.“걱정하지 말아요. 절대 후회하지 않을 거예요. 만약 인우 씨가 후회되면 언제든지 얘기해요. 인우 씨의 선택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