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아는 그의 말을 듣고 뭔가 깨달았다.“알겠어요, 아버님. 앞으로 성혁 씨와 잘 살게요. 하지만 아버님께서 빨리 성혁 씨를 찾아서 그 사람한테도 주의를 시키세요.”상류사회에서의 결혼은 모두 비즈니스다. 진실성을 논하기에는 말이 안 된다.유석진은 본처가 있지만 밖에 다른 여자도 있었다. 유성혁이 바로 신분 배경이 없는 여자가 낳은 아이다. 그 여자는 고영란과 비교할 수가 없다. “그래. 그럼 됐어. 난 이미 사람을 보내서 성혁이를 찾으라 했어.”두 사람은 지금 유성혁의 처지가 얼마나 안 좋은지 모른다.늦은 밤, 외진 교외 지역에서 유남준은 검은 비옷을 걸치고 있었는데 멀리서 개 짖는 소리가 들렸다.서다희는 그의 뒤를 따랐다.오늘 밤, 유남준은 특별히 유성혁을 보러 왔다.“유성혁이 개를 그렇게 많이 키워 뭘 하는지 모르겠네.”서다희는 혼잣말했다.이렇게 많은 개가 지금쯤은 유성혁의 악몽이겠지 하고 생각했다.유성혁은 지금 위험한 개 무리 속에 있는데 온몸이 물린 상처였고 머리는 헝클어져 있었다. 몽둥이를 들고 있는 그의 모습은 더없이 불쌍해 보였다.어디선가 빛이 밝았을 때, 그는 개 짖는 소리를 따라 보았는데 유남준을 보았다. 그는 순간 다리가 풀려 무릎을 꿇었다.“남준아, 제발 나 좀 풀어줘. 내가 정말 잘못했어. 미안해. 제발 날 풀어줘.”유성혁은 콧물과 눈물로 얼굴을 가렸다. 도련님의 느낌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유남준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지금 풀어주면 또 나와서 사람을 괴롭힐 거잖아.”“아니야. 정말 다시는 안 그럴게.”유성혁은 정말 무서웠다. 그는 이 개들과 함께 깜깜한 곳에 갇혀서 매일매일을 고통스럽게 보내고 있다.그는 지금 자기가 왜 얌전히 도련님 삶을 살지 않고 유남준을 건드렸는지 매우 후회하고 있다.“네 아버지가 돌아오셨어.”유남준은 잠시 멈칫하다가 또 말했다. “지금 너를 찾고 있어.”그 말을 들은 유성혁은 뭔가 희망이 보였다. “나를 풀어준다면 절대로 아버지에게 이 일을 말하지 않
유남준은 침실 안 침대에 누워 두 눈을 질끈 감고 있었다.유석진은 안으로 들어가 유남준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자신의 무서운 조카가 지금 바보가 되어 눈까지 안 보이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그는 손을 뻗어 유남준을 세게 흔들었다. “일어나.”유남준은 시끄러워서 잠에서 깬 듯 눈을 비볐다.“누구야?”그가 눈을 떴는데 눈빛은 흐렸다. 마치 잘 보이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남준아, 큰아버지야. 큰아버지 목소리 기억 안 나니?”“큰아버지?”유남준은 다시 침대에 누워 이불을 머리까지 꼭 뒤집어썼다. “모르겠는데요.”어린아이 같은 그의 행동에 유석진은 유남준이 정말 소문대로 무슨 일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그가 병을 앓고 있는 것을 알게 된 유석진은 방금의 부드러운 표정을 더는 하지 않았다. 이불을 꼭 덮고 있는 유남준을 싸늘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남준아, 계속 바보로 있어. 그게 우리 모두를 위한 거야.”유남준이 바보가 되지 않았어도 그는 돌아오려고 준비했었다.요 몇 년 동안 외국에서 쌓은 경험으로 분명히 유남준을 이길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유석진이 모르는 것은 자기가 금방 떠났는데 서다희가 한쪽 구석에서 나왔다.“이 늙은이가 외국에 가만히 있지 않고 돌아왔네요.”유남준도 자리에서 일어나 앉았다. “어떻게든 해외에 있는 저 사람의 회사를 다 조사해. 이젠 회수해야 할 때가 됐어.”“알겠습니다.”“요즘 호산 그룹은 어때?”유남준이 물었다.서다희는 웃으며 말했다. “지금 다들 유남우의 결혼식에 정신이 팔렸어요. 우리는 이미 호산 그룹의 많은 사업을 따냈어요. 유남우가 결혼하는 날 비슷하게 알게 될 것 같아요.”유남준은 고개를 끄덕였다.“그 사업을 다 빼앗겼으니 아무리 정수미가 도와준다고 하더라도 호산 그룹 대표의 자리는 내놓아야 할 것이에요.”서다희가 또 말했다.“호산 그룹에 오래된 주주들에게 연락해. 내일 그들을 만나야겠어.”“네.”...다음날, 박민정과 진서연은 통화 중이었다.진서연은 방은정을 보여주며 말했다.
“서연 씨, 민정 씨 전남편의 집은 어디에요?”설인하가 물었다.진서연은 박민정의 과거를 잘 모른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알겠어요.”설인하는 좀 안타까웠다.민수아가 걸어왔다. “유씨 가문 옛 저택 알아요? 바로 우리 진수에서 가장 비싼 땅에 있죠.”“유씨 가문이요?”설인하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네, 맞아요.”민수아는 그녀가 왜 그렇게 놀라는지 안다.유씨 가문은 진수에서 권력과 세력이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설인하가 놀란 건 유씨 가문이 권세 있어서가 아니라 남편인 방성원과 유씨 가문의 유남준이 친구이기 때문이다.“수아 씨, 민정 씨 남편이 우씨 가문 누구예요?”설인하는 설마 그런 우연은 없을 거로 생각했다.“유남준이요.”이 말을 듣고 그녀는 순간 멍해졌다. 믿어지지 않았다.“그럴 리가.”설인하가 혼잣말했다.민수아는 좀 이상했다. “왜 그래요, 난 진작 알고 있는 줄 알았어요.”박민정이 유남준 아내라는 것은 인터넷에 검색하면 바로 나오는 것이니 말이다.설인하는 한참 후에야 정신을 차렸는데 머릿속이 복잡했다.“잠깐 나갔다 올게요.”설인하는 분유를 놓고 도우미의 품에 안긴 아이를 받아 안고서는 밖으로 나갔다.진서연과 민수아는 바로 따라 나갔다. “어디 가는 거예요?”“산책 좀 하고 올게요.”설인하는 거짓말을 했다.“같이 가요. 아이를 안는 게 힘들 거예요. 우리가 도와줄게요.”민수아가 말했다.그러나 지금의 설인하는 경계심이 가득했다. “아니에요. 제가 혼자 아이를 데리고 산책하고 싶어요.”그녀의 차가운 말투에 민수아와 진서연은 더는 말할 게 없어서 그녀가 아이를 데리고 떠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설인하는 밖에 가서 산책만 하려는 것이 아니다.그녀는 차를 잡아서 운전기사보고 이곳을 떠나라고 했다.가는 길에 설인하는 불안했다. 박민정이 유남준의 전 부인이라면 그녀는 자신의 신분을 알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면서 말이다. 심지어 자신이 방성원의 아내라는 것을 알고 자신을 집에 있으라고 한 것이
한참을 조사하다가 설인하가 차를 타고 옆 도시로 갔다는 것을 운전사의 입을 통해 알게 되었다.그녀는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라서 기사보고 자기를 그쪽까지 데리고 가달라고 했다.진서연은 그녀를 따라 차에 올랐다. “보스, 저도 같이 가요.”“그래.”둘이 같이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민수아는 집에서 그녀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밖에 비가 주룩주룩 흐르고 그 시각 박민정과 진서연은 매우 불안했다.한편, 설인하는 또 준비가 안 돼 있었다. 그녀는 지금 돈이 별로 없는데 심지어 그것도 박민정이 준 것이다. 차비와 방값을 내면 그녀는 돈이 없을 것이다.품에 안긴 아이는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설인하는 아이를 두고 갈 수도 없어서 아이를 데리고 각종 필요한 것을 사러 갔다.“아가야, 울지 마. 울지 마...”설인하는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남을 돌보는 일을 한 적이 없다. 아이를 어떻게 돌보고 살림을 어떻게 꾸리는지 가르쳐 주는 사람은 더더욱 없었다.그녀는 얼마 안 가서 돈을 다 썼다. 호텔 방에 틀어박혀 아이를 봐야 했다.그녀도 계속 이렇게 지낼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반드시 내일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그런데 아직 백일도 지나지 않은 아이를 데리고 있는 여자가 일자리를 구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일이다. 설인하는 머리가 아파 났다. 왜 전에 아무것도 배우지 않았는지 후회했다. 으르렁. 천둥소리가 났다.설인하는 깜짝 놀라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본능적으로 품에 안긴 아이를 꼭 껴안았다.박민정이 설인하를 찾았을 때는 이미 밤 9시였다.그녀가 노크하자 설인하는 무방비로 문을 열었는데 박민정이 온 것을 보고 바로 문을 닫으려 했다.진서연이 먼저 막았다. “인하 씨, 무슨 일이에요? 아무 말 없이 여기에 왜 온 거예요? 우리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요?”그녀는 이렇게 배은망덕한 사람을 처음 보았다.박민정과 진서연은 설인하랑 아이한테 무슨 일이 생긴 줄 알고 최선을 다해서 그녀를 찾아냈다. 진서연은 설인하를 보면
청명,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날, 병원 문 앞에서.박민정은 가녀린 몸에 수척한 손으로 병원 임신 테스트 보고서를 들고 있었는데 보고서에는 임신이 아니라는 문구가 뚜렷하게 적혀 있었다!“결혼한 지 3년인데 아직도 임신 못 했어? 왜 이렇게 쓸모가 없니? 너 계속 임신 안 되면 유씨 일가에서 쫓겨나는 수가 있어. 그땐 우리 집안더러 어떡하라는 거야?”한수민은 하이힐을 신고 화려한 옷차림에 실망 가득한 표정으로 박민정에게 삿대질했다.박민정은 두 눈이 퀭하고 가슴에 꽉 막혔던 그 말들이 결국 한 마디로 함축되었다.“미안해요.”“엄마는 미안하단 말을 원하는 게 아니야. 얼른 남준의 아이를 낳으란 말이야. 알겠니?”박민정은 목이 확 메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결혼한 3년 동안 남편 유남준은 단 한 번도 그녀에게 곁을 안 주는데 어떻게 아이가 생길까?한수민은 약해빠진 딸의 모습을 바라보며 왜 저를 닮지 않았는지 원망스러울 따름이었다.그녀는 차가운 이 한마디를 내뱉었다.“도저히 안 되겠다 싶으면 남준이한테 여자 한 명 찾아줘. 걔도 그럼 너한테 고마워할 거 아니야.”박민정은 못 믿겠다는 표정으로 떠나가는 엄마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봤다.친엄마란 자가 딸에게 지금 남편을 위해 여자를 찾아주란 말이나 내뱉고 있다니.그녀의 마음에 순간 찬바람이 휘몰아쳤다....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박민정의 머릿속엔 온통 엄마의 마지막 말만 감돌았다.문득 귓가에 굉음이 한바탕 울렸다.그녀는 자신의 병이 더 심해진 걸 알고 있다.이때 문득 휴대폰 문자 벨 소리가 울렸다.유남준의 3년을 하루 같이 보낸 문자였다.“오늘 밤 집에 안 가.”결혼한 이 3년 동안 그는 단 한 번도 집에서 밤을 지새운 적이 없다.아내인 그녀를 터치한 적은 더더욱 없고.3년 전 신혼 첫날밤에 유남준이 했던 말을 그녀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너희 집안에서 감히 사기 결혼을 감행했으니 넌 인제 평생 고독하게 살 각오해.”평생 고독하게 살라고...3년 전 박씨 일가와
「남준 오빠, 그동안 잘 못 지냈죠? 그 여자 안 사랑하는 거 알아요. 우리 오늘 밤 만나요. 오빠 너무 보고 싶어요.」휴대폰 화면이 어두워질 때까지 박민정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택시 타고 유남준의 회사로 가는 길에서 박민정은 창밖을 물끄러미 내다봤다. 비는 그칠 새도 없이 주룩주룩 흘러내렸다.유남준은 그녀가 회사로 찾아오는 걸 별로 반기지 않는다. 올 때마다 박민정은 뒷문에 있는 화물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니까.유남준의 전담 비서 서다희도 그녀를 보더니 차갑게 말했다.“오셨어요, 민정 씨.”유남준의 주변 사람들은 아무도 그녀를 사모님으로 인정하지 않는다.그녀는 항상 떳떳하지 못한 존재니까.박민정이 휴대폰 주러 회사까지 찾아오자 유남준은 미간이 확 구겨졌다.그녀는 늘 이런 식이다. 점심 도시락, 서류, 옷, 우산까지 유남준이 놓친 걸 전부 회사로 보내온다.“말했잖아, 일부러 내 물건 주러 회사 안 와도 된다고.”박민정은 흠칫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미안해요, 깜빡했어요.”언제 기억력이 이렇게 나빠졌지?아마도 이지원이 보낸 문자를 보고 덜컥 겁이 나서 그랬나 보다.유남준이 갑자기 사라지기라도 할까 봐...떠나기 전 박민정은 고개 돌려 유남준을 바라보더니 끝내 참지 못하고 물었다.“남준 씨, 아직도 이지원 씨 좋아해요?”유남준은 요즘 들어 박민정이 참 이상했다.자꾸 뭘 까먹지 않나, 이상한 질문만 해대질 않나, 그의 아내가 되기엔 턱없이 부족한 모습이었다.유남준은 귀찮다는 듯이 대답했다.“그렇게 심심하면 뭐라도 할 일 좀 찾아.”박민정은 결국 정확한 대답을 듣지 못했다.그녀도 전에 일자리를 구해봤지만 유씨 일가 어르신들이 그녀가 얼굴을 내비치면 가문의 체면만 깎는다고 단호하게 차단해 버렸다.유남준의 어머니 고영란은 그녀에게 거리낌 없이 쏘아붙였다.“너 정녕 온 세상에 알릴 생각이니? 우리 남준이가 청력에 문제 있는 장애인 아내를 찾았다고?”장애인 아내라...집에 돌아온 후 박민정은 최대한 바삐 돌아쳤다.먼지 하나 안
“아직 제대로 된 사랑도 못 해봤죠? 남준 오빠는 나랑 있을 때 밥도 직접 차리고 또 내가 아플 땐 제일 먼저 달려왔어요. 나한테 했던 가장 달콤한 말은 바로 ‘지원아, 난 네가 영원히 행복하길 바라’ 이 말이었어요... 오빠가 민정 씨한테는 사랑한다는 말 한 적 있어요? 전에 나한테 엄청 자주 했는데 그때마다 내가 오빠 유치하다고 항상 틱틱거렸거든요...”박민정은 묵묵히 들으며 이 3년 동안 유남준과 함께한 나날들을 되새겨보았다.그는 단 한 번도 음식을 차려본 적이 없다.그녀가 아플 때 관심의 말 한마디조차 없다.사랑한다는 말은 가당치도 않은 일이다.박민정은 그녀를 바라보며 담담하게 물었다.“할 얘기 다 했어요?”이지원은 흠칫 놀랐다. 그녀가 너무 차분해서인지 아니면 그녀의 맑은 눈동자가 사람 마음을 훤히 꿰뚫어 볼 것만 같아서인지 이유는 알지 못했다.그렇게 박민정이 떠난 후에야 정신을 가다듬었다.왠지 모르게 이지원은 지금 이 순간 꼭 마치 박씨 일가의 후원을 받던 가난한 고아 때로 돌아간 기분이 들었다.박씨 일가의 귀한 따님 뒤에서 이지원은 영원히 웃음 팔이 피에로 역할이었다....박민정이라고 그녀의 말을 듣고 아무렇지 않을 수가 있을까?12년이나 좋아했던 남자인데, 한때 그녀도 아이처럼 누군가를 좋아했었는데, 순수한 마음으로 뜨겁게 사랑했었는데...박민정은 문득 또다시 두 귀가 아파서 보청기를 빼내더니 그제야 선홍빛 핏물이 고인 걸 발견했다.그녀는 습관처럼 보청기에 묻은 핏자국을 깨끗이 닦고는 옆에 내려놓았다.잠이 오질 않아 휴대폰을 가져와 인스타그램을 열었는데 상단 스토리에 이지원 계정이 보란 듯이 초록색 테두리로 되어 있었다.클릭해 보니 박민정을 ‘친한 친구 리스트’에 넣어 오직 그녀에게만 보여주는 사진들이었다.첫 장은 대학교 때 이지원과 유남준이 함께 찍은 사진이었다. 둘은 나란히 서 있었고 유남준의 눈빛은 한없이 부드러웠다.두 번째 장은 둘의 카톡 대화 내용을 캡처한 사진이었다. 유남준은 너무나도 상냥한 말투로 이
인제 보니 아빠는 유남준이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 걸 진작 알아챘나 보다.하지만 딸의 행복을 위해 유씨 일가와 계약을 체결했고 박민정도 소원대로 유남준에게 시집갈 수 있었다.그리고 아무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두 사람이 결혼식도 올리기 전에 아빠가 갑작스럽게 교통사고를 당하셨다.만약 아빠가 돌아가시지 않았다면 남동생과 엄마도 계약을 위반하지 않을 텐데...박민정은 재산 양도 수속을 전부 장 변호사에게 건넨 후 집에 돌아가는 길에 길옆에서 이지원의 홍보 포스터들을 보게 됐다.포스터 속 그녀는 더없이 눈부시고 아름답고 해맑은 모습이었다.‘이젠 놓아줄 때가 됐어. 남준 씨도 나도 자유를 되찾아야지.’두원 별장에 도착한 그녀는 짐 정리를 마쳤다.결혼한 3년 동안 그녀의 짐이라곤 고작 캐리어 하나에 다 들어갔다.이혼합의서는 작년에 이미 장 변호사에게 부탁해 작성해달라고 했다.유남준 앞에만 서면 한없이 작아지고 자괴감이 들고 마음이 약해진다.그녀는 진작 알아챘다. 둘 사이의 감정은 조만간 끝이 닿는다는 걸, 그래서 일찌감치 떠날 채비를 했다...저녁 시간, 유남준의 문자는 없었다.박민정은 용기 내어 그에게 먼저 문자를 보냈다.「오늘 밤 시간 돼요? 당신한테 할 얘기 있어요.」상대는 한참 동안 아무런 답장이 없었다.박민정은 어두운 얼굴로 생각했다.‘이젠 문자로 답장하는 것조차 싫은가 보네. 내일 아침에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야지 어쩌겠어.’그 시각 유앤케이 그룹 대표이사 사무실 안.유남준은 문자를 확인하곤 휴대폰을 옆에 내려놓았다.절친 김인우가 소파에 앉아 그를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끝내 못 참고 물었다.“민정 씨 문자야?”유남준이 묵인했고 김인우는 거리낌 없이 비난해 댔다.“이 귀머거리가 진짜! 제가 정말 유씨 가문의 사모님이라도 된 줄 아나? 어딜 감히 남편을 감시해? 남준아, 너 설마 걔랑 평생 시간 끌려는 건 아니지? 박씨 일가는 인제 아무것도 아니야. 걔 남동생 박민호는 회사도 운영할 줄 모르는 바보 멍청이라고. 얼마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