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그런데 이때 임건우의 차 뒤 범퍼가 한 차와 세게 부딪혔다.“뭐야? 지금 뒤 차랑 박은 거 아니야? 야! 그러니깐 내가 운전 잘하라고 했지?” 여윤아가 이때다 싶어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녀는 지금 이 상황이 어떻게 된 상황인지 전혀 파악이 되지 않았다. 이때 또 다른 큰 차가 역주행하면서 임건우의 차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앞의 밝은 헤드라이트 때문에 그 둘은 차마 눈을 뜰 수가 없었다.“악!”여윤아는 본능적으로 크게 소리를 질렀다.만약 이 큰 대형 차와 부딪히게 된다면, 아무리 M8이라도 얼마 버티지 못하고 햄버거의 패티처럼 납작해지게 될 것이다.바로 이때 임건우는 가속페달을 밟았다. 그렇게 위험한 방식으로 큰 차를 가까스로 피하였다. 왼쪽으로 급히 회전하면서 큰 차의 앞부분과 M8의 뒤 범퍼가 살짝 스쳐 지나갔다. 큰 차는 임건우를 거쳐 뒤에 있는 검은색 차량과 세게 부딪혔다.“쾅…..”큰 소리가 대로변에서 울려 퍼졌다.임건우는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가속페달을 밟고 앞으로 돌진하였다.여윤아는 마침내 정신을 차렸는지, 임건우를 향해 소리쳤다. “방금 차 사고가 났어. 너 차랑 부딪혔다고! 근데 지금 왜 도망치는 거야? 뺑소니라고 누명이라도 쓰게 된다면 어쩌려고 그래?”임건우는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대답하였다. “방금 사고는 누군가 일부로 낸 사고야.”그의 머릿속에는 순간 김수정과 임봉이 스쳐 지나갔다.“뭐? 누가 고의적으로 낸 사고라고?” 여윤아는 몇 초간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다가, 잠시 뒤 버럭 화를 냈다. “당장 돌아가! 난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야겠어!”임건우는 그런 그녀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너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뭐라고?”“앞을 봐.”여윤아가 눈을 똑바로 뜨고 보니, 앞에는 수많은 차들이 역주행을 하며 그들을 따라붙고 있었다.“가자!”임건우는 급커브를 돌면서 골목길로 들어섰다. 그는 골목길로 들어서고 나서도, 미친 듯이 차를 몰았다.“끼익…끼이익!”
차가 30미터 높이의 대교에서 떨어지는 것은 무슨 느낌일까?상상조차 되질 않는다.“쿠웅…” 큰 소리가 대교 주변으로 울려 퍼졌다.대교 주변은 부서진 차의 부품들로 가득하였다.차의 에어백은 이미 터진 후였다.여윤아는 그대로 기절해버렸다.다리 위에서 지나가던 차들은 하나같이 멈춰 서서 떨어진 차를 구경하였다. 몇몇 사람들은 경찰에 신고전화를 걸고 있었다. 그 차들 중 한 여자가 마스크와 모자를 쓴 채 내렸다.이 사람은 바로 김수정이다.그녀는 다리 쪽으로 가서 아래를 몇 번이고 확인하였다.곧 그녀는 전용 무전기를 들고 명령했다. “강 주변을 계속해서 감시해. 그들이 떠오르면 바로 나한테 연락하고. 3번과4번은 어서 물에 들어가 화물을 건져낼 준비를 해. 다른 지상 인원들은 우선 자리를 뜨도록 해. 경찰들에게 걸리지 않게 조심해. 곧 경찰이 현장에 올 거야.”김수정은 명령을 내린 후, 다시 차를 향해 터벅터벅 걸어갔다.그런 다음 승용차에 몸을 싣고 서둘러 그 자리를 벗어났다.곧 다리 위에 있던 세 대의 검은색 차량이 빠르게 사라졌다.김수정이 배치해두었던 사람들도 그 자리에서 재빠르게 철수했다.......30분 후.3번과 4번이 김수정에게 임건우의 차 안에는 사람이 없었다고 보고하였다. 또한, 그들이 경매에서 가지고 갔던 인삼 또한 없었다고 말했다.“뭐?”“그럴 리가 없잖아?”한 호화로운 별장에서 김수정은 이 소식을 접하자마자 벌떡 일어섰다. 그녀는 무수한 인력들을 투입하였지만, 조금의 수확도 없었다.“사람이 없다는 게 말이 돼? 너희들 다 눈뜬 장님들이야?”그 이백 년 된 인삼과 약재들은 그녀가 꼭 필요로 했던 것들이다. 그녀는 그 약재들을 포기할 수 없었다. 아니, 절대 잃어버릴 수 없었다.이때 한 수하가 입을 열었다. “저희는 확실히 사람을 보내 계속해서 강 주변을 살피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강에서 나오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당시 바람이 세게 불고 있었고, 물살이 매우 강했습니다. 아마도, 그들은 가까스로 목숨
전화가 끊어지자마자 대머리 남자는 옆에서 꽥꽥 소리를 질렀다. “너 또 그 늙은 노인네한테 가는 거야? 그냥 죽여버려. 자기는 충분히 그럴 수 있잖아.”김수정은 대답하였다. “안 돼. 아직 이놈은 이용할 가치가 있어.”......철벅…철벅…강 북쪽에서 임건우는 여윤아를 안은 채 엉금엉금 물에서 기어 나왔다.물 밖으로 나온 뒤, 그는 즉시 여윤아에게 다가가 심폐소생술을 하였다. 그가 심폐소생술을 한지 채 1분도 안 되어 그녀는 콜록거리며 깨어났다.“우리 지금 살아있는 거야?”“정말 죽을 뻔했어.” 임건우는 힘겨워 하면서 겨우 바닥에 앉았다.정말 아까 상황을 다시 생각하면 눈앞이 아찔하다.차의 모든 에어백이 터진 상태였기 때문에, 그들은 차에서 탈출하는 데 있어 큰 어려움을 겪었다. 심지어는, 충돌로 인해 차 앞 범퍼가 크게 변형되어 있었고, 여윤아의 다리는 그 사이에 끼어 있었다.그들은 젖 먹던 힘까지 다 쓰고 나서야 차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생각지도 못하게, 강한 강물이 그들을 휩쓸어 가기까지 하였다.그들은 그렇게 겨우 살아서 기어 나오게 된 것이다.여윤아는 아랫입술을 어루만지며,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너…설마 내 입술에 뽀뽀했어?”“뭐? 뽀뽀? 난 인공호흡을 했을 뿐이야.”“너…이 나쁜 자식!” 여윤아는 울먹거렸다.“너 지금 사리분별이 안 돼??목숨보다 중요한 게 뭐가 있어? 지금 네 말은 너의 깨진 첫 키스가 목숨보다 중요하다는 거야?”임건우는 어이가 없었다. MZ 세대와의 세대 차이는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 더 컸다.임건우는 덧붙여서 말했다. “지금 그 상황에서도 난 너와 이 약재들을 구했어. 지금 이것들을 구하려고 내 차 한 대를 잃었으니, 네가 무조건 배상해야 해, 알겠어?”“난 첫 키스를 잃었다니깐?”“나는 무슨 차를 원하냐면…”“알았어. 내일 차 한 대 뽑아주면 되잖아.”임건우가 집에 돌아왔을 때는 이미 밤 11시가 넘은 시각이었다.우나영과 유화는 거실에서 TV를 보면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아들,
다음 날 아침.일곱 시가 채 되기 전에 두 대의 차량이 태운 별장 앞에 당도했다.최신형 포르쉐에 탄 사람은 다름 아닌 임호진 임청, 감미연, 고수아였다. 임호진은 다친 팔이 아직 채 낫지 않았기에 임청이 운전대를 잡았다.그리고 뒤에는 관을 실은 트럭이 그들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 임호진은 너무 흥분한 탓에 어젯밤에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해서 눈에 핏발이 서 있었다.하지만 기분은 무척 좋아 보였다.임건우가 죽은 마당에 관을 들고 우나영을 찾아가 한바탕 수모를 퍼부어줄 생각을 하니 흥분이 가라앉지 않았다. 여자와 뜨거운 밤을 보낼 때보다 더 짜릿한 느낌이었다.사실 저번에 슈퍼모델과 뜨거운 밤을 준비했다가 밤새 실패한 뒤로 약간의 트라우마가 남은 임호진이었다.최근에도 시도를 해보았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뒷좌석에 앉은 두 여자들은 뭐가 그렇게 기분 좋은지 잔뜩 들뜬 목소리로 수다를 떨었다.“우나영 그 여자 전에는 집안에서 온갖 잘난 척을 다 하더니 이런 날이 올 줄은 몰랐겠죠?”“그러니까요. 식물인간이 되었으면 가만히 누워서 죽을 날이나 기다리면 되지 굳이 깨어나서 이 야단법석이네요. 남편 죽고 아들까지 죽었는데 차라리 따라서 죽는 게 더 속 편하죠. 하늘나라에서 가족 상봉이라도 하게.”그들이 이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별장 관리인이 그들의 차를 막아나섰다.차 문을 내린 임청이 기고만장하게 말했다.“저는 임씨 그룹 2세 임청이에요. 안에 들어가야겠으니까 당장 문 열어요.”하지만 관리인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주인의 허락 없이는 들여보낼 수 없습니다. 들어가시려거든 집 주인분께 허락을 받고 오세요.”결국 임호진이 같은 주택단지에 사는 친구에게 연락해서 가구 선물하러 왔다고 설명해서야 그들은 단지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임건우의 태운 별장은 주택단지에서도 가장 안쪽에 위치해 있었다. 임호진은 안으로 들어갈수록 흥분을 금치 못했다.“임호진, 도착했어. 벨 누르고 들어갈까?”임청의 질문에 임호진이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벨
두 명의 무인이 트럭에서 원목 관을 들어 바닥에 내팽개치듯 내려놓았다. 그 바람에 흙먼지가 사방으로 튀었다.“악!”아무리 실력자인 유화라도 관을 보자 새된 비명을 질렀다.선물로 관을 준비하는 건 누가 봐도 해괴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우나영도 얼굴이 파랗게 질려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임호진이 광기 어린 웃음을 터뜨리며 의기양양하게 말했다.“어때요? 선물은 마음에 드시나요? 이거 특별히 장인에게 부탁해서 원목으로 특별제작한 거예요. 건우 형 건강했는데 이렇게 돼서 정말 안타깝네요. 유씨 가문에서 머슴 취급을 당하면서 정작 마누라랑은 합방 한번 못해보고 좁은 다락방에서 살다가 갔잖아요. 생전에 그 고생을 해서 관 살 돈도 없을 것 같아서 제가 대신 제작해 왔지 뭐예요. 큰어머니도 너무 상심하지 마세요!”우나영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고함을 질렀다.“임호진, 이 나쁜 자식아! 방에서 잘만 자고 내 아들을 왜 죽었다고 저주하는 거야!”고수아까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형님, 정말 모르고 계셨나 보네요. 건우 사고로 죽었어요. 뉴스까지 났는데 어떻게 엄마로서 그것도 모르셨어요?”순간 우나영은 가슴이 철렁했다.이들이 장난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건우에게 정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하지만 분명히 어제 잔다고 방에 들어가는 것을 확인했던 그녀였다.정신을 번쩍 차린 유화가 다급히 말했다.“방에 가서 확인해 볼게요.”잠시 후, 유화가 불안한 얼굴로 돌아왔다.“방에는 없어요. 지하실에도 없고. 집안을 다 뒤졌는데 못 찾았어요.”우나영도 덩달아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설마 어젯밤에 몰래 나갔다가 사고를 당한 걸까?주차장으로 가보니 아니나 다를까 차는 보이지 않았다.전화를 해도 받지 않았다.우나영은 섬뜩한 모양을 한 관에 눈길이 갔다. 다리에서 힘이 풀리고 서 있는 것조차 힘들었다.“이제 믿겠어요?”감미연은 건방진 표정으로 바닥에 쓰러진 우나영을 내려다보며 의기양양하게 말했다.“그러게 내가 진작 그랬잖아. 당신은 존재 자체가 재수가
손에 샌드위치 주머니를 든 임건우가 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아침에 운동하러 나갔다가 마침 샌드위치 가게가 보여서 사 들고 오는 길이었다.그런데 돌아와 보니 대문은 뜯겨져 있고 커다란 관 하나가 마당에 버티고 있을 줄이야!말은 담담하게 했지만 눈빛만큼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누군가가 자신의 관을 가져왔는데 기분 좋을 사람은 없었다.“아들!”우나영은 한걸음에 달려가서 아들을 품에 안았다. 참고 있던 눈물이 흘러내렸다.조금 전 정말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그녀는 다시는 친족을 잃은 아픔을 경험하고 싶지 않았다.“어머니, 무슨 일이에요? 저 멀쩡하게 여기 있잖아요? 매일 일찍 일어나셔서 아침 준비를 하는 게 힘드실 것 같아서 아침을 사 왔어요.”임건우가 웃으며 말했다.그 모습을 바라보는 임호진 일행의 얼굴에는 당황함과 공포가 서렸다.“이럴 수가! 이건 꿈일 거야!”“너 죽었잖아? 네가 어떻게 아직도 살아 있어?”이성을 잃은 임호진이 악에 받쳐 소리쳤다.“내가 죽어?”임건우는 우나영의 품에서 나와 임호진에게 다가갔다.마당에 덩그러니 놓인 관을 지날 때, 그는 손가락으로 관을 쓰다듬는 여유까지 보여주었다.임청을 비롯한 여자들은 겁을 먹고 뒷걸음질 쳤다.며칠 전, 손바닥으로 탁자 하나를 산산조각내던 임건우의 충격적인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했다. 일반인인 그들이 그런 위력을 당해낼 수 있을 리 없었다.유화가 그에게 다가가며 말했다.“이 인간들, 아침부터 찾아와서 문을 부수고 마당에 관을 내려놓지 뭐야! 오빠가 사고를 당했다면서!”“그런 일이 있었어?”임건우는 아직도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임호진을 바라보며 고개를 흔들었다.“저번 일이 있은 뒤로 좀 얌전해지나 했더니 아직도 주제를 모르고 덤비네?”감미연은 다급히 달려와서 아들의 앞을 가로막으며 소리쳤다.“임건우, 허튼짓하지 마. 우린 그냥 네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그래도 가족이라고 관을 가져온 거야. 오해였다는 게 밝혀졌으니 이제 그만 가볼게.”말을 마친 그녀는 임호진을 부축
일을 마무리한 유화는 손을 털며 자랑스럽게 말했다.“오빠, 끝났어.”반면 우나영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임건우에게 말했다.“건우야, 저러다 숨 막혀 죽는 거 아니야? 아무리 그래도 친척인데 가벼운 응징 정도로 끝내. 정말 사람이라도 죽으면 큰일이야.”임건우는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어머니, 걱정하지 마세요. 별일 없을 거예요.”그는 손가락으로 관에 공기가 잘 통하도록 구멍을 뚫었다.“유화 너는 어머니 좀 돌봐줘. 나는 이 관짝을 돌려보내야겠으니까.”우나영은 여전히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아들을 바라보았다.“건우야, 나랑 같이 가.”유화도 기대에 찬 표정으로 임건우를 바라보았다.“그… 그래요. 일단 아침부터 먹고 출발해도 늦지 않아요!”임씨 가문 저택.벤츠 한대가 대문 앞에서 멈춰 섰다.임국과 가문 경호원들은 조심스럽게 임원중을 부축해서 차에서 내렸다.임원중은 중풍을 맞아 몸에 마비가 온 뒤로 홀로 일어서기도 힘들 지경이 되었다. 원래 병원에 입원해야 하지만 간호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서 퇴원을 고집하는 통에 어쩔 수 없이 집에 돌아오게 되었다.안으로 들어간 임원중은 휠체어에 앉아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미연이랑 수아 어디 갔어? 내가 오늘 퇴원하는데 며느리라는 것들이 나와 보지도 않아? 내가 병신이 됐다고 무시하는 거야?”임국은 다급히 노인을 달랬다.“아버지, 그런 거 아니에요.”“그런 거 아니면 뭔데?”“어젯밤에 건우가 사고로 죽었거든요. 호진이가 관을 하나 제작해서 그 집에 배달한다고 갔어요. 집사람이랑 제수씨도 따라갔고요.”“뭐라고?”임원중은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슬픔은 전혀 찾아볼 수 있었다. 잠시 후, 노인네가 웃음을 터뜨렸다.“잘됐네. 잘 죽었어! 그 버르장머리 없는 자식이 드디어 죽었네. 그놈은 세상에 살아 있어 봐야 우리 가문 얼굴에 먹칠할 뿐이야. 그런 무능한 놈은 빨리 죽는 게 도와주는 거라고! 우나영 그년은 어떻게 됐어? 아직도 숨이 붙어 있어?”임국이 식은땀을 훔치며 대답했다.“아직 살아 있
그 시각 임봉은 아침 회의를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가고 있었다.사무실에 돌아온 그는 관을 들고 우나영의 집을 방문했을 아내와 아들을 떠올렸다.그는 형수인 우나영을 극도로 증오했다.임우진이 살아 있을 때, 우나영은 임씨 그룹 재무팀을 꽉 잡고 있었다. 임봉은 그녀의 밑에서 일했는데 어찌나 깐깐한지 회사 장부에 손대기조차 어려웠다.매번 뒤에서 무슨 짓을 했다가 들키는 날에는 사람들 앞에서 온갖 꾸중을 들었다. 임봉은 그때마다 수치심을 느꼈고 언젠가는 저 여자를 납치해서 이 수모를 돌려주겠다고 이를 갈았다.오늘 이사회 때문에 그 자리에 함께하지 못한 것이 그는 못내 아쉬웠다.그래서 사무실에 돌아오자마자 아들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아무도 받지 않았다.“이 자식이 무슨 일인데 전화를 안 받아? 설마 우나영 그년을 괴롭히느라 전화벨 소리도 못 들은 건가?”이때, 김수정이 안으로 들어왔다. 성숙미가 물씬 풍기는 세련된 검은색 정장에 굽 높은 하이힐을 신은 그녀는 요염한 몸짓으로 따뜻한 커피를 책상에 내려놓았다.“대표님, 커피 드세요.”임봉은 커피잔에 손을 가져가는 대신, 그녀를 와락 끌어안아 자신의 무릎에 앉혔다.“호진이가 오늘 관을 제작해서 임건우 그놈 집에 가져갈 거야. 우나영이 어떤 표정을 지을지 너무 궁금한데 같이 가볼까?”그러자 김수정도 생긋 미소를 지었다.“우나영이요? 좋죠!”김수정 역시 과거 우나영 눈치를 보며 일하던 직원 중 하나였다. 그녀에게 심한 자격지심을 느꼈던 김수정이었기에 우나영의 처참한 꼴을 볼 거라 생각하니 당연히 기분이 좋았다.두 사람이 기분 좋게 회사를 나서는데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너 지금 어디야? 당장 집으로 와! 큰일 났어!”“형님, 무슨 일인데 그래요?”“와보면 알아. 빨리 와!”임국은 무슨 기분 안 좋은 일이 있는지 목소리에 기운이 없었다.하지만 임봉은 전혀 개의치 않았고 괜찮냐고 묻지도 않았다. 그는 둘째 형인 임국을 무능하고 호들갑을 떤다고 속으로 무시했다. 그래서 임우진이 임씨 가문 핏줄이
임건우는 말문이 막혔다.‘유전자라니, 그거 DNA 말하는 거잖아?’그들이 어떻게 확인하는지는 몰랐지만, 3분 뒤 그 여자가 다시 내려왔다.“확인해봤더니 둘이 정말 부녀 사이 맞아! 차에 타. 남수야, 이 장애인 좀 부축해줘. 아이는 내가 안을게. 차 안에 삼록 우유도 있어.”“뭐라고요? 삼록 우유?”임건우가 깜짝 놀라 외쳤다.삼록이라니 그거 독이 든 우유 아니었나?여자가 대답했다.“삼록 우유 맞아. 삼록은 4등급 요수인데 영양이 엄청 풍부해. 인공 분유보다 훨씬 낫지.”그러자 임건우는 이 세계에도 인공 분유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하지만 어떤 브랜드인지는 알 수 없었다.차에 타면서 임건우는 자세히 살폈다.이건 진짜 배가 아니었다.겉모양만 배 같을 뿐이었다.이 물건은 바퀴가 달려 있었고 그 아래에서 계속해서 영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즉 이 차는 일종의 영기 엔진으로 움직이고 있었다.“냄새가 고약하네요. 혹시... 바지에 똥이라도 쌌어요?”붕이가 임건우를 보며 말했다.“바지에 싼 게 아니라 목에 묻은 거예요. 냄새 맡아볼래요?”임건우는 솔직하게 대답했다.차... 아니, 배처럼 생긴 이 차는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임건우는 다시 작은 숲 쪽을 돌아봤다.미친 할머니는 여전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임건우는 마음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약간의 실망을 느꼈다.정말 죽은 걸까?그렇다면 그녀는 대체 왜 딸을 데려간 걸까?미친 할머니는 워낙 기이한 사람이었기에 이 질문에는 답이 없을 터였다.임건우는 아가씨의 품에 안긴 딸을 보았다.못생긴 얼굴의 이 여자는 의외로 아이를 좋아하는 듯했다.마치 자기 아이를 보는 것처럼 모성애가 가득했다.“진짜 냄새나잖아!”붕이는 임건우의 목을 가까이 들이대고 냄새를 맡더니 입을 틀어막았다.“어떻게 똥을 목에 묻히고 다녀요?”“...아이를 낳아보면 알 거예요.”임건우는 점점 긴장이 풀리는 걸 느꼈다.부상도 빠르게 회복 중이었고 이 일행의 수련 경지도 그다지 높지 않았다.아가씨가 가
그 아가씨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지금 아내를 데려가는 게 얼마나 비싼지 알아? 일만 영석도 안 된다면 아내를 맞이할 수 없다고! 데릴사위면 모를까.하물며 다리가 없는 사람은 아마 그 누가 받아들여 줄지도 의문이잖아?임건우는 그 아가씨가 자신을 바라보며 동정하는 눈빛을 보며 마음속으로 씁쓸해졌다. 이 여자가 너무도 솔직해서 그런지, 뭔가 이상한 감정이 들었다.그리고 그녀가 보며 눈에 띄게 이상한 점이 있었다.임건우의 두 다리는 무릎부터 밑이 온전하지 않게 끊어져 있었고 그 길이도 다르고 각도도 달랐다.“그... 당신 딸은 왜 나무에 걸려 있는 거죠?”“어, 그게...”임건우는 잠시 머뭇거리며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그때 아가씨가 먼저 말했다.“알겠어요. 도둑을 만난 거죠? 이 길이 좁고 인적도 드물어서 도적들이 자주 들락날락해요. 당신도 분명 외지인이죠?”임건우는 그 길이 30미터를 넘는 큰 도로인 걸 보고는 내심 의아해하며 생각했다.‘이 도로가 작은 거라고? 아마 그 여자는 좁은 길을 본 적이 없을 거야.’임건우는 갑자기 생각이 스쳤다.‘혹시 미친 할머니가 나를 지구에서 데려온 건가?’“아, 네. 맞아요, 저는 도둑을 만났어요!”임건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아가씨, 정말 예리하시네요... 그럼 제 딸을 좀 내려주실 수 있나요?”그때 갑자기 배에서 몇 명이 내려왔다.하나는 궁수 복장을 한 시녀였고, 두 명은 호위무사처럼 보였다.“아가씨! 조심하세요! 이 근처에 도적이 많아요!”시녀가 활을 겨누며 임건우를 향해 소리쳤다.“괜찮아!”아가씨는 손을 흔들며 대답했다.“그냥 다리가 없는 불쌍한 사람일 뿐이야. 이곳에서 도적을 만난 거지.”‘헉!’임건우는 심각히 불쾌했다.이 아가씨는 정말 말이 거칠고 상대방 기분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아무렇게나 말하는 것 같았다.그렇게 말하면서도 딸을 안고 내려놓기 시작했다.딸은 여전히 울고 있었다.“애가 왜 그러죠?”시녀가 물었다.“배고파서 그래요!”임건우가 대답했
“허공수? 그게 뭔데요?”“엄청 강하잖아? 할머니, 잘 버텨주겠죠?”임건우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급히 딸을 찾아 나섰다.그제야 이곳이 이미 불사족의 영토를 벗어났음을 알게 되었다.여기는 작은 숲 가장자리였고 백여 미터쯤 앞에는 큰 길이 보였다.그때는 햇볕이 쨍쨍 내리쬐고 있었다.임건우의 딸은 열 미터쯤 떨어진 나무 위에 걸려 있었다.나뭇가지에 몸이 낀 채 울음을 터뜨리고 있었다.“하나야, 아빠 지금 다리가 없어서 너한테 갈 수가 없구나. 아빠 좀 쉬게 해줘. 네가 잠깐만 울고 있어라!”임건우는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말했다.그러고는 공간 반지에서 약을 한 움큼 꺼내 입에 털어 넣었다.곧바로 치료에 들어갔다.임건우의 두 다리는 허공의 균열에 잘려나간 상태였다.하지만 천의도법의 신비로운 치유 능력으로 살린 자를 다시 살리고 뼈도 붙일 수 있었다. 다만, 시간이 조금 걸릴 뿐이었다.그래도 살아 돌아왔으니 다행이었다.“미친 할머니, 정말 좋은 사람이네!”“만약 돌아가셨다면 나한테 꼭 알려줘야 해. 초하루 보름마다 딸 데리고 가서 향이라도 피울 테니까!”임건우는 강렬한 고마움을 느끼며 지금쯤이면 당연히 자신을 걱정하고 있을 당자현과 백옥을 떠올렸다.급히 핸드폰을 꺼내 당자현의 번호를 눌렀다.그러나 곧 신호가 전혀 잡히지 않는 것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큰길에서 소리가 들려왔다.차량이 오는 듯했다.임건우는 속으로 기뻐하며 생각했다.사람만 지나가면 됐다.병원에 데려다주는 건 물론, 딸의 분유와 기저귀도 사야 했다.치료를 멈추고 온 힘을 다해 몸을 일으켜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그러나 임건우가 본 광경은 차라리 농약이라도 마신 기분을 들게 했다.“저게 뭐야?”“저게... 배인가?”임건우는 눈을 비벼 확인했다.그러나 분명히 보였다.큰길 저쪽에서 정말로 배 한 척이 다가오고 있었다.게다가 그 배의 디자인은 아주 특이했다.배에는 상자가 잔뜩 실려 있었고 천천히 전진하고 있었다.“와, 도로에서
“와, 진짜 손으로 틈새를 찢어서 억지로 공간을 넘는다고요?”“할머니! 아니, 선배님! 저희 부녀를 죽이시려는 거예요? 멈춰요, 제발 멈추라고요!”임건우는 혼이 쏙 빠질 정도로 겁에 질렸다.이건 너무도 무서운 상황이었다.아까까지만 해도 겨우 전에 열렸던 통로를 통해 불사족 영토로 넘어갔는데도 거의 죽을 뻔했다.그런데 지금은 통로도 없는 상태에서 억지로 공간을 건너려 하다니!그 과정에서 받아야 할 공간 압박은 이전의 백 배는 더 강할 터였다.게다가 공간 틈새는 아주 불안정하다.조금만 잘못해도 몸이 반으로 잘려나갈 수 있다.임건우는 미친 할머니의 몸에서 고대 문자로 가득한 에너지 구체가 뿜어져 나와 자신과 임하나를 감싸는 것을 보았다.하지만 임건우는?그녀가 임건우의 손만 겨우 감쌌을 뿐이었다.틈새를 만난 에너지 구체는 충돌하자마자 그 힘에 밀려 흩어져 사라졌다.임건우는 그 광경을 목격하며 충격에 말을 잇지 못했다.하지만 그 에너지 구체가 뚫린 부분을 통해 공간의 틈새들이 임건우의 온몸으로 돌진해 오는 것을 보자 입 밖으로 욕설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이 미친 할망구야! 구체를 조금만 더 크게 만들어서 내 머리까지 좀 감싸주면 안 돼?”그리고 임건우의 눈앞에는 무려 백여 개나 되는 공간 틈새들이 일제히 몰려오고 있었다.임건우는 서슴없이 미친 할머니의 치마 속으로 몸을 웅크렸다.할머니가 만든 에너지 구체는 구형이었다.그리고 딸은 구체의 중심에 잘 보호되어 있었지만, 임건우는 그 딸 바로 아래 틈에 몸을 구겨 넣을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두 다리는 들어갈 공간이 없었다.슛!밖으로 드러난 두 다리에 통증이 느껴졌다.그리고... 뭔가 중요한 게 없어졌다는 기분이 들었다.임건우는 고개를 빼내 확인했다.“젠장! 내 발이 없어졌잖아!”공간 틈새에 그대로 잘려나가 알 수 없는 어딘가로 사라져버린 것이었다.고통이 엄습해왔다.피도 쉴 새 없이 흘러내렸다.임건우는 황급히 진원으로 상처를 감싸 지혈했다.발이 없는 건 그래도 참을 만했
임건우는 고통에 눈앞이 캄캄해졌다.우선 딸을 옆에 조심스레 내려놓고 눈앞의 무덤을 살펴봤다.이 무덤은 다른 것들에 비해 규모가 상당히 작았다.위치도 가장자리에 있었고 심지어 묘비조차 없는 작은 흙무더기에 불과했다.임건우는 견곤검을 꺼내 들고 바로 파헤치기 시작했다.3~5분 정도 지나자, 임건우는 무덤 속에서 돌로 된 관 하나를 발견했다.그 관을 열어 본 순간, 그는 멍해졌다.안에는 살아 있는 듯한 여자가 누워 있었다.불타오를 듯한 붉은 고풍스러운 장포를 입고 있었으며 오밀조밀한 이목구비와 허리까지 흘러내린 긴 머리를 가진 여인이었다.심지어 눈까지 뜬 채였다.“뭐야, 설마 진짜 살아 있는 거야?”오랫동안 살펴봤지만 그녀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그제야 안심한 임건우는 그녀의 손에 쥐어진 흙 한 덩어리가 혼돈 나무를 흥분시키는 원인임을 알아차렸다.‘이게 대체 무슨 흙이지? 혼돈 나무를 이렇게까지 들뜨게 하다니?’혼돈 나무의 투영이 임건우의 자복궁으로 돌아가더니 직접 뿌리 하나를 뻗어 그 흙을 감아올려 가져갔다.그때 임건우의 시선이 여자의 손목으로 옮겨갔다.손목에는 붉은 끈이 매여 있었고 그 끈에 매달린 보랏빛 신비로운 옥 조각이 눈에 들어왔다.자세히 보면 이 옥 안에는 고대 문자가 새겨져 있는 듯했지만, 정확히 알아보긴 어려웠다.임건우는 중얼거렸다.“이런 보물이 이렇게 묻혀있다니 너무 아깝잖아.”“차라리 내가 더 나은 주인을 찾아주는 게 낫겠네.”천신의 무덤에 묻힌 자들은 대부분 대단한 인물들이었고, 그들과 함께 묻힌 물건도 보통 물건이 아니었다.임건우는 여자의 관을 다시 닫고 흙으로 덮어 원래대로 돌려놓았다.그리고는 다른 무덤도 파보기로 했다.그는 대흑신족, 흑천신왕의 무덤을 찾아내고 힘차게 파헤쳤다.그러나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무덤이 전혀 파이지 않았다.강력한 규칙의 보호를 받는 듯했고 무리하게 파내려다가는 오히려 그 규칙의 반동으로 치명상을 입을 뻔했다.그는 다른 무덤들도 몇 번 시도해봤지만, 결과는 똑같았다.
임건우는 임하나를 안고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갔다.점점 가까워지자, 임건우가 바라본 궁전은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이 궁전은 뼈로 지어진 궁전이었고 곳곳에 해골이 가득 차 있었다.그 해골들은 기괴한 대문을 형성하고 있었다.문 앞에는 거대한 비석이 하나 서 있었다.비석 위에는 천신의 무덤이라는 고풍스러운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천신의 무덤?’이게 무슨 뜻일까?임건우는 이해할 수 없었다.하지만 그의 자복궁 안에서 강한 진동이 일어났다.마치 혼돈 구슬이 무언가를 찾은 듯 흥분한 느낌이었다.한편으로는 여기서 일어나는 폭풍이 더욱 거세졌다.모래바람이 얼굴에 맞아 아프기 그지없었다.임건우는 어쩔 수 없이 딸의 얼굴을 자신의 품에 묻고 진원을 돌려 딸을 보호했다. 하지만 이 폭풍은 단순한 모래바람이 아니었다.그것은 죽음의 기운과 다양한 부정적인 에너지를 담고 있었고 피부를 베는 듯한 아픔을 안겨주었다.붉은 달이 서서히 내려가며 폭풍은 더욱 거세졌다.“방법이 없겠군!”“그렇다면 안으로 들어가야겠다!”임건우는 깊은숨을 들이쉬고 백골 궁전 안으로 발을 들였다.순간, 임건우는 끝없는 원망과 분노가 그를 덮치는 걸 느꼈다.슬프고 비통한 신음이 임건우의 의식 속을 채우고 있었다.정신력은 이전에 겪어본 적 없는 강한 충격을 받았다.임건우는 딸이 걱정되어 바로라도 빠져나가려고 했지만, 그 순간 해골 대문이 갑자기 쾅! 하고 닫혔다.뒤를 돌아보니 그 대문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마치 아예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으앙!”갑자기 딸이 큰 울음소리를 질렀다.임건우는 깜짝 놀라 딸이 혹시 원령의 영향을 받아 불편해하는 건 아닌지 걱정했지만, 곧 그 이유를 깨달았다.딸의 울음소리에는 어떤 신비한 힘이 담겨 있었다.정확히 말하자면 그것은 신격의 힘이었다.딸의 신격이 원망의 기운을 전부 흡수하고 소멸시킨 것이다.딸의 이마에 있는 신격에서 희미한 녹색의 빛이 퍼져나와 두 사람을 감쌌다.“착한 내 딸, 아빠를 구해줬구나!”임건우는 기쁨에 못 이겨
“이거 큰일이네!”임건우는 뒤쫓아오는 불사족들이 점점 강해지고 있음을 뚜렷이 느낄 수 있었다.그동안 도망치면서도 수많은 불사족을 베어냈지만, 시간이 갈수록 상대가 점점 더 강해졌다.바로 직전에는 인간과 비슷한 크기의 불사족 두 마리를 상대했는데 그들은 단순한 해골이 아니라 온몸이 가시와 고깃막으로 뒤덮인 괴물이었고 방어력이 엄청나게 강했다. 임건우는 간신히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지금 이 순간, 뒤쫓아오는 불사족의 기운이 점점 더 강력해지는 것이 느껴졌다.그 모습을 확인한 임건우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이런 젠장, 또 불사의 왕좌가 나왔네.”더 충격적인 건 이번엔 그 왕좌가 여성이었다는 사실이었다.“설마 저놈의 여자 친구인가?”“지금 내 상태로는 도저히 상대할 수가 없어.”처음에는 싸워볼 생각도 했지만, 상대를 보자마자 임건우는 마음을 접었다.저 여왕좌는 입만 벌리면 거대한 진공청소기처럼 모든 걸 빨아들일 것처럼 보였고 힘의 격차가 어마어마했다.“나모 아미타불, 도라 야야!”임건우는 바로 종이인형 하나를 꺼내 던졌다.그것은 바람을 타고 커지더니 황금빛 부처로 변했다.임건우는 딸을 안고 서둘러 도망쳤다.그러나...뒤따라오던 여왕좌는 금신의 허상을 단숨에 깨부수고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그를 추격해왔다.“젠장, 이러다 잡히겠네!”임건우가 초조하게 도망치는 순간, 갑자기 그의 자복궁에 있던 혼돈 나무가 진동하기 시작했다.모든 혼돈 구슬이 빠르게 떨려왔다.이 익숙한 감각은 임건우에게 명확히 알려주고 있었다.‘이건 뭔가 좋은 물건이 근처에 있거나, 아니면 다른 혼돈의 파편을 발견했을 때의 반응이야. 이 정도로 강하게 떨리는 걸 보니 아마 후자겠지.’“혼돈의 파편이라고?”“제발 좋은 일이 생기길 바란다!”어차피 곧 잡힐 상황이었다.임건우는 이를 악물고 도박을 걸기로 했다.혼돈 나무가 떨리는 방향을 따라 혼돈의 파편을 찾아 나선 것이다.그 앞에는 안개가 자욱하게 깔렸었다.거기에 더해 거센 바람이 일으킨 모래폭풍까지 휘몰
“딸아, 이 낯선 곳에서 내가 어디서 젖을 먹일 사람을 찾겠어?”임건우는 딸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주변은 끝없이 황량한 땅뿐이었고 그 광경을 보며 마음이 복잡해졌다.하지만 곧 임건우는 뒤에서 다가오는 소리를 들었다.불사족이 쫓아오는 게 확실했다.대지가 흔들리며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젠장, 이렇게 멀리 도망쳤는데 또 쫓아오다니?”“정말 끈질기게 따라붙네.”임건우는 어쩔 수 없이 딸을 안고 다른 방향으로 전력 질주했다.가던 길을 계속 바꾸며 피했지만, 너무나 답답했다.분명히 한 번은 떨쳐냈는데 곧 불사족이 다시 나타났다.이런 상황이 몇 번이고 반복되었다.임건우는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곰곰이 생각해보니...“젠장!”이곳은 영기조차 없고 공기 속엔 죽음의 기운만이 가득했다.그 죽음의 기운을 막기 위해 자신의 금단이 계속 돌아가며 대위신력의 에너지도 끊임없이 빠져나갔다.그 외에도 딸의 자연신격이 자동으로 그녀를 보호하며 희미한 녹색의 빛을 발하고 있었다.그들은 이 불사의 땅에서 마치 바다 위의 등대와도 같았다.“어떻게 해야 하지?”하지만 방법은 없었다.이곳에서 살아남으려면 대위신력과 자연신격 없이는 정말 힘들었다.그리고 더 큰 문제는 가나절의 통로 문을 원래 자리에 두고 나온 것이다.예전에 전소은을 쫓아가기 위해 가나절의 전송문을 통해 만요곡으로 갔는데 그 문을 그대로 두고 온 것이다.만약 그 문이 함께 왔다면 지금처럼 이렇게 힘겹게 도망치진 않았을 것이다.딸의 울음소리는 임건우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그러던 중, 문득 임건우의 머리에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아, 그렇지! 생명의 신천이 있었지!”“젖을 먹일 사람은 없지만, 물이라도 마시며 좀 진정시켜야겠다.”임건우는 예전에 생명의 우물에서 모은 신천을 떠올렸다.이제 그 신천이 딸에게 필요한 순간이었다.딸은 자연의 여신이 될 존재이기에 생명의 신천은 거부할 리 없을 것이다.임건우는 그녀에게 조금만 마시게 해줬다.그러자, 딸은 울음을 멈추고 행복한
거의 동시에 임건우의 몸속에 있는 진혼종이 슬픈 울음을 토해내며 그의 자복궁으로 쑥 들어가 버렸다.이 불교의 법보이자 지장왕이 준 신기는 차원의 붕괴한 공간 속에서 큰 타격을 입었고, 앞으로 상당히 오랜 시간 동안 사용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였다.“휴...”임건우가 눈을 뜨자마자 보인 첫 장면은 엄청나게 커다란 붉은빛 달이었다.주위 모든 것이 어두운 붉은빛으로 물들어 있는 기묘한 풍경이었다.그제야 임건우는 자신이 높은 하늘에서 직선으로 추락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속도가 엄청나게 빨랐다.“이런 젠장!”임건우가 옆을 돌아보자마자 깜짝 놀랐다.“여기가 대체 어디야?”임건우가 떨어지고 있는 아래쪽을 바라보니 수없이 많은 해골 병사와 불사족의 괴물들이 빽빽하게 모여 있었다.“아이코, 맙소사!”“차원 통로가 붕괴하면서 내가 불사의 땅으로 빨려 들어온 건가? 여기 아마도 불사의 문을 통과하려는 불사 대군들이 모여 있는 곳일 거야! 그런데 나랑 딸아이가 이런 곳에 떨어지다니 그야말로 호랑이 굴에 들어온 꼴 아니야?”임건우는 급히 견곤검을 소환해 검에 올라타고 비행하며 이곳을 벗어나려 했다.하지만 곧바로 깨달았다.이 괴이한 장소는 비행이 금지된 지역이라는 것을.견곤검 위에 서 있어도 움직일 수 없었고 발밑으로는 엄청난 중력이 임건우를 끌어당기고 있었다.강력한 인력이 임건우와 그의 딸을 땅으로 내리쳤다.쾅!엄청난 굉음과 함께 임건우는 딸을 꼭 안은 채로 땅에 세차게 떨어졌다.그 충격으로 수많은 불사 대군을 깔아뭉개며 커다란 구덩이가 생겼다.갑작스러운 사태는 이곳에 있던 불사 대군도 예상치 못한 듯했다.주위에 있던 적어도 수만 개의 눈이 일제히 임건우를 주시했다.“아이고, 이거 큰일 났네.”임건우의 마음이 순식간에 무거워졌다.그다음 순간, 굉음과 함께 거대한 포효 소리가 울려 퍼졌다.앞쪽에 있는 거대한 불사의 존재가 모습을 드러냈다.아마도 장군급의 존재인 듯했으며 해골 형태의 그것은 입을 벌려 알 수 없는 언어로 무언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