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혁, 그놈도 이번에 화를 피할 수 없을 겁니다. 그놈과 연관된 그룹과 깡패들이 모두 사고를 당했으니까요. 거기다 지금껏 그놈을 비호하던 전 시장 하세량까지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이동혁이 이번 위기를 넘기다면 제 손에 장을 지지요.” “하동해 새 시장이 이동혁과 그 일당들을 아주 제대로 혼내주고 있어요. 공권력 앞에 장사 없다니까요.” “역시 제 회장님과 이 회장님 두 분 대단하십니다, 직접 나서지 않고 시장 자리만 바꿔서 H시를 이렇게 바꾸시다니.” 두 가문에 주를 선 사람들이 동혁의 일을 듣고 고소해했다. 동시에 속에서는 기대감이 꿈틀댔다. ‘이렇게 이동혁과 연관된 그룹들이 망하면, 제씨, 이씨 가문과 함께 우리도 제법 괜찮은 이익이 생길 거야.’ “하하, 이동혁, 네놈이 이번에 어떻게 이 위기를 넘기는지 두고 보자.” 청운각에서 제원화와 이심이 앉아서 차를 마시고 있었다. 두 사람은 이런저런 소식들을 받고서 마치 승기를 잡은 듯 함박웃음을 짓고 있었다. “제 회장님, 슬슬 준비하세요. 이제 곧 잘 차려진 밥상이 나올 겁니다. 자, 그전에 먼저 차를 마시고 위장을 깨끗이 해야죠.” 이심은 술 대신 차로 제원화와 축배를 들었다. 마치 자신들의 승리를 미리 축하하는 모양새였다. “바보 같기는. 이동혁의 그 무리들이 왜 이렇게 허무하게 당한 거야? 하나같이 쓸모없는 놈들뿐이군. 이럴 줄 알았다면 우리도 제씨와 이씨 가문에 줄을 설 걸 그랬어.” 일부 중립적인 인사들도 고개를 가로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외부에서는 사람들의 의견이 분분했다. 한편 세방그룹 회장실. 연기가 피어올랐다. “콜록! 콜록!” 담배 냄새를 견디지 못한 세화가 코 앞에서 손을 휘두르며 소파에 앉아 담배를 물고 연기를 뿜어대는 젊은 남자에게 정중히 말했다. “선일 도련님, 제가 담배 알레르기가 있어서 그런데 잠시 나가서 피워주실 수 있을까요?” 담배를 피우는 남자의 이름은 하선일, 하동해의 아들이다. 예전 H시에서 유명한 도련님이었다. “왜요
“진 회장님, 저희 소비자보호국에서는 세방그룹이 악의적인 경쟁을 해서 시장 질서를 교란한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아무래도 진 회장님께서 저희와 함께 조사를 받으러 가셔야 할 거 같습니다.” “도시관리부에서는 내셔널센터 옥상에 계류장을 불법으로 만들어 심각한 안전상의 문제가 생겼다는 제보를 받았습니다. 철거를 명령합니다. 또한 그 기간 동안 내셔널센터 내는 영업정지를 해야 합니다. 아마 1달 내지는 3 달이면 될 거 같군요.” “...” 하선일의 뒤에서 행정 관련 부서 사람들이 하나둘씩 나와서 각 부서의 결정을 이야기했다. 모든 결정이 세방그룹에게 치명적이었다. 게다가 한꺼번에 상황이 터졌다. 어떤 그룹이든 정부로부터 이런 표적을 받으면 완전히 무너질 수밖에 없다. 지금이 세방그룹 창사 이래 최대 위기라고 할 수 있었다. 찰칵! 하선일이 다시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가 연기를 길게 내뿜으며 천천히 말했다. “진 회장님, 제가 여기 온 이유가 마음에 드시나요? 아직 부족하다면 사람을 더 부를 수도 있어요.” “선일 도련님, 대체 이게 무슨 짓입니까?” 세화는 애써 화를 참았지만 말투에서는 약간의 분노가 느껴졌다. ‘분명 하선일이 일부러 나를 겨냥해 쳐들어 온 거야.’ “어이, 그것 좀 드려.” 하선일이 손을 내저었다. 그의 여비서가 몇 가지 서류를 가지고 와 세화에게 건네주었다. 서류를 받아 뒤적거린 세화의 예쁜 얼굴이 갑자기 굳어졌다. “이건 제가 가지고 있는 세방그룹과 혜성그룹 주식을 도련님이 운영하는 회사에 1원에 넘기라는 건가요?” 세화는 너무 화가 나서 몸이 떨렸다. 그녀는 심지어 자신이 잘못 본 건 아닌지 눈을 의심하기까지 했다. ‘하선일의 조건은 말이 안 돼!’ “도련님, 지금 제게 농담하시는 거죠?” “건방지시네요. 저희 하 사장님은 시장님의 아드님이신데 누가 그런 말투로 말을 하라고 했습니까?” 하선일의 여비서가 정색을 하며 호통을 쳤다. 세화는 그녀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하선일을 차갑게 쳐다보았다.
“소비자보호원에서 저희의 악의적인 경쟁이 시장 질서를 어지럽힌다고 했는데 증거가 있습니까? 그렇지 않다면 저는 당신들을 고소하겠습니다.” “그리고 도시관리부라고 했죠? 빌딩 옥상의 계류장은 H시 군부에서 군사훈련용으로 건설한 겁니다. 그럼 제가 백야특수부대의 고동성 대장님을 불러드릴 테니 당신들이 그분을 직접 조사하시죠.” “...” 세화도 이제는 더 이상 뒤로 물러날 수 없었다. 여러 행정 부서들의 결정에 대해 강력하게 의문을 제기했다. 그녀의 반박은 합리적이면서 근거가 있었기 때문에 각 부서의 대표자들은 화가 나도 재반박을 할 방법이 없었다. 가란은행의 대출금은 상환 기간이 아직 끝나지 않았고 자금지원을 신청한 사업도 아직 진행되지 않았다. 악의적인 경쟁은 더더욱 사실무근이었다. 그리고 옥상에 있는 헬기 계류장은 동혁이 세화의 안전을 위해서 H시 군부에게 군사훈련을 용이하게 한다는 명목으로 건설하게 한 것이다. 그 어느 쪽이든 세방그룹에게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없었다. 짝! 짝! 짝! 하선일이 손바닥을 치고 일어서서 크게 웃으며 세화에게 다가갔다. “오늘 드디어 진 회장님의 진면목을 알게 되는군요. 위기상황에서도 정말 침착하고 냉정하십니다.” 하선일은 세화를 칭찬하더니 갑자기 표정으로 굳히고 냉소하며 말했다. “하지만 진 회장님, 당신은 이것으로 각 부서의 대표들 눈 밖에 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도 앞으로 H시에서 여전히 사업을 잘할 수 있을 거 같습니까?” “설사 그렇다고 해도 하씨 가문에 제 지분을 넘기지 않을 겁니다.” 세화도 날카롭게 맞서며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녀는 속에서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어쨌든 하선일은 이미 본색을 드러내서 내게 주식을 내놓으라고 협박했어.’ ‘그냥 참고 모욕을 당하느니 차라리 제대로 따지는 것이 낫지.’ “진 회장님, 저희 하씨 가문이 정말로 당신의 지분을 원해서 이런다고 생각합니까?” 하선일이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 “솔직히 말씀드릴까요? 저희가 아니라 제씨와
“그럼 도련님, 편히 얘기 나누세요. 저희는 밖에서 기다리겠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시시덕거리며 밖으로 나갔다. “짐승 같은 놈, 이거 못 놔?” 세화는 하선일에게 손목을 붙잡혀 발버둥 쳐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다급해진 그녀는 고개를 숙여 하선일의 손목을 세게 물었다. “아!” 하선일은 비명을 지르고 화가 나서 세화의 뺨을 세게 때렸다. 짝! 세화는 머리가 풀어헤쳐지며 뒤로 넘어져 책상 가장자리에 부딪였다. 그녀의 허리춤에서 심한 통증이 전해졌다. “이년이 감히. 오늘 내가 기어코 네년의 버릇을 고쳐주마.” 하선일이 분노하며 다가왔다. 세화는 무서워서 책상 위의 사무용품을 잡아 그의 얼굴에 던졌다. 그녀는 하선일이 피하는 틈을 타서 창문 앞으로 달려가 고개를 돌려 단호하게 소리쳤다. “하선일, 당신이 다시 나를 건드리겠다고 하면 여기서 뛰어내릴 거야. 그러면 당신은 감옥에 가게 될 거라고.” “감옥? 사람이 뭐 그리 순진해?” 하선일은 오히려 느긋하게 말했다. “뛰어내리면 스스로 그런 거지. 내가 언제 밀기라도 했어? 누가 나 때문에 당신이 거기서 뛰어내린 걸 증언하겠데? 게다가 우리 아버지는 시장이야. 누가 감히 가문이 망할걸 무릅쓰고 나와서 증언하겠어?” “하선일, 이 짐승 같은 놈.” 세화는 절망적으로 소리를 질렀다. “뛸 거면 빨리 뛰어. 아니면 순순히 이리 와서 내 말을 듣든지.” 하선일이 냉혹하게 웃으며 창문 아래를 살펴보았다. “여긴 3층이야. 뛰어내려서 죽으면 다행인데, 만약 죽지 않고 그저 팔과 다리가 부러져 병상에 누워있게 된다면, 네 가족들과 당신의 그 바보 남편이 나에게 당하는 것을 보게 해 줄게. 그때는 아무도 너를 도와줄 수 없을...” 하선일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사무실 문이 쾅하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에 의해 걷어차여 열렸다. “여보!” 동혁은 세화가 건물에서 뛰어내리려 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한 모습을 보고서 분노로 눈이 충혈되었다. “이야, 네 바보 남편이 당신을 구하려고 왔나 보네.
“야, 이동혁, 아니 이 선생님 이러시면 안 됩니다. 감옥에 가실 거예요.” 하선일이 미친 듯이 비명을 지르며 울부짖었다. “감옥? 사람이 왜 이렇게 순진해?” 동혁이 냉혹하게 말했다. “넌 내가 간헐적으로 정신병이 발병한다는 거 몰랐어? 딱 지금 병이 돋았네.” 동혁이 아래층 거리를 살펴보니 햇볕이 너무 세서 아무도 돌아다니지 않았다. “여기는 3층이라 그리 높지 않아. 그러니 운이 좋으면 살 수 있을 거. 그래도 난 네가 살기를 바래.” 하선일은 너무 놀라서 미친 듯이 소리쳤지만 제대로 된 말 한마디를 하지 못했다. 바닥에 쓰러져 있던 그의 여비서가 소리쳤다. “안돼. 그러면 안돼. 그분 아버지는 시장님...” 그때 동혁이 손을 놓았다. 퍽! 아래층에서 둔탁하게 바닥에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미친, 저 바보 놈!” 여비서 등이 비명을 지르며 일어나 재빨리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아래층은 말 그대로 엉망진창이었다. 곧바로 큰 사이렌 소리가 들리더니 앰뷸런스와 경찰이 모두 도착했다. 동혁은 이 모습을 천천히 보고서 세화가 간 다른 사무실로 들어갔다. “동혁 씨, 하선일에게 무슨 일 생겼어? 방금 경보음 같은 게 들린 거 같은데? ” “내가 하선일, 그놈을 아래층으로 내던져버렸어.” “뭐? 당신 왜 그랬어?” 세화의 얼굴에서 핏기가 순식간에 사라지더니 안색이 종이처럼 하얗게 바뀌었다. “동혁 씨, 당신 이번에 정말 큰 사고를 친 거야. 하선일이 죽든 말든 그의 아버지는 당신을 가만두지 않을 거라고. 일단 당신 먼저 피해. 난 내가 했다고 자수할게.” 세화는 울부짖으며 일어나 아래층으로 내려가려고 했다. “왜 그렇게 바보 같아?” 동혁은 세화를 다시 붙잡아 데려와서 서인영의 손에서 작은 상자를 받아 그 안에 든 연고로 직접 세화에게 약을 발라주었다. “저놈에게 시장 아버지가 있으면 당신에게는 바보 남편이 있어. 내가 병이 돋아서 저놈을 밀쳐냈다고 하면 그만이야. 아무 문제없어, 괜찮아. ” 세화는 그제야 동혁의
“이동혁, 그놈을 감옥에 가둔 다음 자기 아내가 회사를 빼앗기고 가문이 망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그놈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자괴감에 빠질 것을 상상하니 아주 통쾌하군요.” 이심은 미친 듯이 크게 웃었다. 그의 핏발 선 두 눈에서는 광기가 솟아올랐다. 그는 아직도 병석에 누워 있는 아들 이천기를 생각하자 동혁이 뼈저리게 미웠다. “하하, 저도 통쾌합니다.” 제원화는 이심의 마음과 마찬가지로 그들이 서로 대화한 동혁의 모습이 너무나도 보고 싶었다. 한편. 동혁이 하선일을 3층에서 떨어뜨려 경찰에 연행되었다는 소식은 빠르게 퍼졌다. 이미 그 소식은 H시의 상류층에 까지 이르렀다. 사건 현장에 구급차와 경찰차가 모두 출동한 터라 비밀로 할 수 없었다. “이동혁, 그놈은 역시 쓸모없는 놈이야. 하동해가 자신에게 보복할 줄 알면서 감히 그렇게 일을 버리다니. 이제 아무도 막을 수 없을 거야.” “그런데 하선일이 죽지 않아서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던데, 불쌍하게도 이제 하 시장이 분명 이동혁과 그의 가족에게 미친 듯이 복수하려 할걸.” 누군가는 동혁의 일을 고소해하고 누군가는 안타까워하며 동정했다. 하지만 이번에 경찰에 연행된 동혁이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두 명문가의 조력을 받는 이상 하동해는 아무 거리낌 없이 이동혁을 철저하게 짓밟으려 할 테지.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거야.’ “시장님, 지시하신 대로 이동혁을 잡아서 시경찰서로 데려가는 길입니다. 다른 지시는 없으신가요?” 경찰차에서 왕양건이 하동해에게 전화로 보고했다. 휴대폰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지만 말투나 행동이 아주 깍듯했다. 조동래가 하동해에 의해 해임되자마자 왕양건은 곧바로 하동해에게 자신을 의탁했다. 그리고는 어젯밤 김대이와 박용구의 사업소를 몇 곳을 단숨에 쓸어버렸다. 하동해는 그의 업무 처리 능력을 매우 만족해하며 즉시 그를 시경찰서 서장으로 발탁했다. [시청으로 직접 데려와. 그를 심문할 또 다른 사건도 있으니까
“이동혁, 네놈과 네 아내의 가족들이 모두 땅을 치며 후회하게 만들 거야. 최악이 뭔지 알려주마.” 시청의 홀. 하동해가 동혁을 가리키며 험상궂은 표정으로 말했다. 동혁이 말했다. “어, 마침 말 한번 잘했어. 나도 너와 하씨 가문 전체가 그런 기분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거든.” 동혁은 하동해의 말에 완전히 격노했다. ‘분명 잘못은 하선일이 했어. 이번에 하마터면 세화가 빌딩에서 뛰어내려 죽을 뻔했고.’ ‘그런데 지금 하동해, 이 인간이 세화가 죽어도 싸?’ ‘그리고 내가 건드리지도 말았어야 했고 그놈을 3층에서 떨어뜨리지도 말았어야 했다고?’ ‘이게 무슨 헛소리 같은 논리야?’ “하하하, 이동혁, 네놈도 지금 내 손에 잡혀있는 주제에? 네놈이 아직 그런 말을 할 여유가 있나 보네.” 하동해는 미친 듯이 웃으며 동혁의 말을 무시했다. “나는 시장이고 두 명문가가 내 뒤를 받치고 있어. 그럼 넌 무엇으로 이런 나와 싸우겠다는 거지? 공권력 앞에 장사 없다는 말 알아? 곧 내가 너에게 잘 이해시켜 줄 게. 시장의 눈 밖에 나게 되면 너와 네 가족들이 얼마나 처참하고 절망적인지 똑똑히 보라고.” ‘이곳에 잡혀온 주제에, 이동혁, 네놈이 감히 내게 대들어?’ 하동해는 마음속에 원한이 컸고 세화 가족에 미친 듯이 복수하기로 결심했다. “왕 경사, 잠깐 이리 와봐.” “예, 시장님, 뭐 다른 지시라도 있으신가요?” 왕양건이 알랑거리며 다가와서 굽실거렸다. 하동해가 동혁을 보고 냉소했다. “저놈에게 천화라는 처남이 있다고 들었는데, 최근에 무술을 연마하고 있다지? 지난번에 사람들과 싸움이 일어나서 너희 경찰서에 잡혀간 적이 있어. 가서 그놈을 잡아와.” “네?” 왕양건은 어리둥절했다. “시장님, 말씀하신 천화의 사건은 지난번에 이미 종결된 일입니다. 다시 잡아들일 명분이 없어요.” “명분? 명분은 만들면 그만 아니야?” 하동해는 바보 같다는 듯이 왕양건을 쳐다보았다. “아무 깡패나 찾아서 시비를 걸게 해. 그러다 저쪽에서 때리면
동혁은 죽일 듯이 하동해를 노려만 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동해는 동혁에게 무시당하는 것 같아 화가 나서 다시 한마디 말을 하려 했다. 바로 그때 도청 행정부 부장 나건호가 냉정한 얼굴의 사람들 몇 명을 데리고 다가왔다. “하 시장님, 지금 죄수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겁니까? 빨리 심문을 시작하세요. 사건처리를 빨리 끝내고 저도 도청으로 돌아가야 하니까요.” 나건호가 동혁을 힐끗 쳐다보았는데 그의 눈에는 경멸이 가득 담겨 있었다. 마치 보잘것없는 징그러운 벌레 한 마리를 보는 듯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바로 심문을 시작하죠.” 하동해는 몇몇 부하 직원들을 향해 손짓을 했다. “이놈 데리고 들어가.” 그러자 몇 사람이 와서 동혁을 붙잡았다. 동혁은 그들이 대체 무엇을 심문하고 싶어 하는지 보고 싶어서 그들이 임시로 마련한 심문실에 순순히 끌려갔다. 옆쪽에도 다른 심문실이 있었는데 경찰 두 명이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 동혁을 데리고 도착했을 때 정장을 입은 직원이 문을 열고 안에서 나왔다. 무표정한 얼굴에 근엄한 표정이 H시 군부 사법부 사람들과 분위기가 비슷했다. 문이 닫히기 전 이 직원은 문 안쪽을 향해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 “하세량 씨, 당신이 우리 도청 형사부의 업무에 잘 협조하고 많은 것들을 자백했지만 우리가 지금 당신의 동료를 통해 모두 사실인지 검증할 겁니다. 만약 그 사람이 말한 것과 맞지 않으면 당신에 대한 처벌이 더 무거울 테니 그렇게 아세요.” 문안에서는 다른 응답이 없었다. 동혁은 다른 심문실로 끌려갔다. 방금 전 그 직원이 들어와서 유리 한 장을 사이에 두고 동혁을 냉정하게 쳐다보았다. “먼저 제 소개를 하겠습니다. 도청 형사부 부장 오민수입니다.” 동혁은 수갑을 찬 채 의자에 앉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오민수가 심문서류를 집어 들며 말했다. “이번에 당신이 하세량에게 뇌물을 준 사건을 조사하라는 지시를 받았는데, 우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잠깐만요.” 동혁이 갑자기 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