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현욱은 동혁이 자신을 발견하기를 원하지 않았다. 그런데 하필이면 걱정이 현실이 되었다. 동혁이 마침 그를 본 것이다. 대열 안에서 모두가 고개를 높이 치켜세우며 동혁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은 가장 또렷한 정신 상태를 동혁에게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그 순간 단 한 사람만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래서 더욱 동혁의 눈에 띄지 않을 수 없었다. 도현욱은 동혁과 같은 군복으로 갈아입어서, 동혁은 상대가 누구인지 알아보지 못한 채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거기 병사, 고개를 숙이고 지금 뭐 하고 있지? 고개 들어!” 쓱! 순간 도현욱은 자신을 향해 무수한 시선이 꽂히는 것을 느꼈다. 지금 도현욱은 죽고 싶은 심정을 느꼈다. 그는 긴장한 나머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보, 보고 합니다. 전신님, 제, 제가 무서워서 그만...” 무의식적으로 도현욱이 이 말을 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말이 군인들 사이의 큰 금기를 어겼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동혁의 얼굴에 분노의 표정이 나타났다. “내가 뭐가 무섭다는 거야? 당장 고개 들어!” 동혁의 목소리는 청천벽력과도 같았다. 도현욱은 놀라서 그대로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았고, 그때 머리 위의 모자가 벗겨져 떨어지며 그대로 멍하니 동혁을 바라보았다. ‘알고 보니 이 녀석이었군.’ 동혁은 잠깐 웃다가 갑자기 표정이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내가 무서워?” “저는...” 도현욱은 너무 놀라서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동혁이 콧방귀를 뀌더니 갑자기 노호했다. “설전룡, 이런 겁쟁이가 어떻게 예선 참가 자격을 얻었지?” 갑자기 수많은 경멸의 시선들이 도현욱에게 쏠렸다.“정말 세상에 별일을 다 보네. 이 전신의 모습에 놀라 땅바닥에 주저앉다니. 나는 신병 훈련소에서도 저런 겁쟁이를 본 적이 없어.” “전신님 말씀이 맞아. 저런 인간이 어떻게 예선에 참가할 자격이 있는 거지? 뭔가 수상한데?” “저 쓸모없는 자식과 함께 있는 것 자체가 우리에 대한 모욕이야. 제발
모든 병사들 사이에서 정적이 흘렀다. 국외 전장이 얼마나 잔혹한지 설전룡 몸의 흉터들을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 “다시 입어.” 동혁이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제군들 방금 보았나? 너희들의 대도독들은 왜 아직도 독신일까? 옷만 벗어도 상대 여자를 놀라게 할까 봐 두렵기 때문이야.” 마치 조롱하는 것 같이 들렸다. 그러나 아무도 웃을 수 없었다. “국외 전장은 기회의 땅이 아니야. 그곳에 간다고 해서 출세가 보장되지도 않아. 목숨을 걸고 필사적으로 살아남아야 하는 곳이 국외 전장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출세를 하고 부자가 되고 싶으면 다른 곳으로 가. 목숨이 아깝고 죽음이 두렵다면 이곳에 들어오지 마라.” 동혁은 진지한 음성으로 이 말을 남기고 몸을 돌려 갔다. 훈련장. 모든 병사들이 오랫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 그동안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형님, 갑자기 너무 엉뚱하신 거 아닙니까? 이번에 어린 저놈들에게 알몸까지 보여주고 제 이미지가 말이 아니에요.” 설전룡이 옷을 입고 쫓아오며 말했다. 방금 전 동혁이 명령을 내리자, 설전룡은 병사들 앞이라 두말없이 옷을 벗었다. 그리고 이제야 동혁을 원망하는 소리를 했다. “쓸데없는 소리 그만해.” 동혁이 설전룡을 장난스럽게 발로 찼다. 요 몇 년 동안 동혁은 줄곧 천화의 얼굴에 발랐던 그 신약을 동료들에게 사용하도록 권했다. 설전룡의 경우 오래된 상처는 다 나았지만 그 위로 새로운 상처가 생겨서 좀 무서워 보인 것뿐이었다. 사실 그것도 조만간 다 회복될 수 있었다.이때 설전룡이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끊고 설전룡이 웃으며 말했다. “천화와 형님 사촌 여동생이 사법부 애들에게 끌려가 지금 놀라서 엉엉 울고 있다는데요?” “내가 데리러 가야겠군.” 동혁은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두 사람은 군부 주둔지로 들어갔다. 막 사법부 밖에 도착했을 때였다. 여러 사무실들 중 한 사무실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우리 Z시 육씨 가문은 유구한 역사를 가진 명문가로 조상
“가자, 내가 너희들을 데리고 군부 견학을 시켜주마. 이번에는 정식으로 보고했으니 여기로 다시 붙잡혀 오지 않을 거야.” 설전룡이 천화의 머리를 두드리며 말했다. 그는 동혁을 존경했고, 동혁의 가족을 각별하게 대했다. 그래서 천화를 마치 친동생같이 여겼다. “저희를 이렇게 도와주러 와주셔서 고마워요.” 천화는 순간 마음이 놓였다. 하지만 이내 다른 걱정이 들었다. “아, 형님. 저희 매형은요? 매형이 저지른 일이 심각한 건가요?” “그분이 무슨 일을 저질렀어?” 설전룡은 당황해하며 말했다. 현소가 물었다. “그럼 사법부 사람이 어떻게 형부를 찾아온 거죠?” “그러게 상황 파악을 좀 해야겠는데?” 설전룡은 대충 말을 얼버무렸다. “그럼 이동혁이 우리를 신고해서 우리가 잡혀온 거 아니야?” 현수가 갑자기 작은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 설전룡은 그를 노려보았다. “네놈은 네 매형에게 좀 더 예의가 있어야지. 다음에 또 그런 식으로 말하면 내 이 손으로 널 따끔하게 혼내줄 거야.” ‘요 장현수가 형님을 엄청 싫어하나 보네.’ 현수는 겁에 질려 안색이 하얗게 변했고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천화가 말했다. “아, 알겠다. 매형이 그 도련님들을 신고한 거야. 그래서 이번에 그 사람들이 잡힌 거라고. 그래야 다시는 우리를 괴롭힐 수 없을 테니까.” “맞아. 그놈들이 계속 설치게 놔두면 나중에 당해도 아무 소리도 못하잖아.” 현소도 화를 내며 작은 주먹을 휘둘렀다. 사실 육문재 등이 붙잡히면서 현소 등도 덩달아 붙잡혔을 뿐이었고 동혁은 설전룡에게 현소 등을 도와주라고 시켰다. 그 외에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이동혁, 네가 우리를 신고했지?”다른 사무실. 동혁이 들어서자 육문재 등이 책상을 내리치며 그를 성난 눈으로 쳐다보았다. “어? 넌 육문재? 몰골이 왜 그래?” 동혁은 한 사람을 가리키며 말했는데 여러 번 자세히 살펴보고 나서야 그가 육문재인지 겨우 알아볼 수 있었다. 육문재의 얼굴은 이미 잔뜩 부어올라
“아까 전에 날 때린, 그래, 너 개X식, 내가 저놈도 똑같이 때려야 계산이 끝나는 거야.” “내가 누군 줄 알아? N도 도지사의 아들, 곽진한이야. 그런데 너희들이 감히 나를 이렇게 대해? 반드시 H시 군부가 이번 일에 대해 내게 분명히 해명해야 할 거야.” 한 무리의 윤문재 등이 소란을 피웠다. 곽진한조차 도지사의 아들로서 점잖게 굴던 태도는 어디로 갔는지 차가운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도 아까 전 다른 사람 못지않게 많이 맞았기 때문이다. ‘도지사의 아들로서 한 번도 당한 적 없는 이런 굴욕을 당하다니.’ 그때 동혁이 담담하게 말했다. “곽진한, 내가 네 아버지에게 여기로 너를 데리러 오라고 할까?” “네놈이 뭔데? 우리 아버지께서 얼마나 업무가 많으신데 여기까지 날 데리어 오실 필요가 어디 있어? 그래, 이 일은 설전룡이 직접 내게 해명하도록 해야 할 거야.” 곽진한은 동혁을 신경 쓰지도 않았다. 곽원산은 설전룡과 함께 최고위 공무원이다. 하나는 한 도를 책임지고, 다른 하나는 큰 군부를 장악하고 있다. 물론 근무처가 같지는 않았다. 그래서 지위에서 누가 높고 누가 낮다고 말할 수 없었다. “현욱아, 예선 다 치렀어?” 바로 그때 갑자기 육문재가 사무실 밖을 향해 소리쳤다. 그는 도현욱이 사법부로 들어오는 것을 발견했다. “역시 현욱이야. 우리가 이곳에 갇혀 있는 걸 알고 데리러 오다니.” “그러게 현욱이네. 예선을 통과한 게 틀림없어. 거기다 뒤쪽에 사람들까지 데려 오다니.” 그들은 도현욱의 뒤로 몇 명의 장교들이 따라오는 것을 보고 그가 사람들을 시켜 자신들을 데리러 온 줄 알았다. “현욱아, 이동혁 그 개X식도 여기 있어. 빨리 이리로 와서 이놈 손 좀 봐주고 우리 복수를 해줘.” 육문재 등은 반가운 기색을 하며 도현욱에게 동혁의 위치를 가리키며 알렸다. 이 말을 들은 도현욱이 순간 깜짝 놀라 고개를 돌리자, 동혁이 사무실에 서 있는 것을 보았다. “악!” 그는 비명을 지르며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
“이동혁, 네놈은 영락없는 개X식이야.” “너 딱 기다려! 도씨 가문이 네놈을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 당연히 우리도 마찬가지고. 이제 와서 무릎 꿇고 사과해도 아무 소용없어.” 비록 라이벌이었지만 도현욱의 처참한 최후를 보면서 육문재 등은 안타까우면서 애통한 마음이 들었다. 그들은 모두 동혁이 원망스러웠다. “그래, 그럼 너희 가문들이 내게 복수하는 날을 기다릴게.” 동혁은 더 이상 바보 같은 육문재 등을 상대하기가 귀찮아지자 고개를 저으며 사법부의 사람들에게 손짓을 했다. “저놈들이 가고 싶지 않다고 하면 계속 가둬둬. 하지만 간다고 하면 저들 아버지에게 직접 와서 데려가라고 해.” 동혁은 말을 마치고 그대로 떠났다. “이동혁, 네가 뭐라고 감히? 우리 아버지가 설전룡에게 전화 한 통만 하면 우리를 얌전히 풀어줘야 한다고.” 곽진한는 분노를 억제할 수 없었다. 그건 다른 육문재 등도 마찬가지였다. ‘이동혁, 저 개X식이 우리를 대놓고 모욕하다니.’ ‘나가면 반드시 내가 죽여 버릴 거야.’ 동혁은 사법부를 떠나 설전룡과 군부 내 견학을 하고 있는 천화 일행을 찾았다. 그리고 잠시 견학에 동참했다. 사실 동혁은 H시 군부 주둔지를 자세히 둘러본 적이 없었다. “와, 저건 백야특수부대잖아요? 저도 저런 곳의 특전사가 되고 싶어요.” 천화의 두 눈이 빛났다. 그는 요즘 류혜진에게 특전사가 되겠다며 허락을 구하고 있었다. 당연히 류혜진은 동의하지 않았다. “아저씨 계급이 엄청 높으신가 봐요? 길가에 지나가는 군인들도, 전차에 타고 있는 군인들도 모두 경례를 하잖아요.” 현소가 궁금해하며 물었다. “네 형부에게 경례하는 거야.” “에이 설마요. 아저씨 지금 저희 놀리는 거죠?”현소가 힐끗 째려보았다. 설전룡은 그간 진지한 모습을 별로 보이지 않고 그들을 많이 놀렸었다. 그래서 모두 설전룡이 농담을 하는 줄 알았다. 동혁은 천화 등이 견학을 하며 실컷 구경을 다 한 후에 그들을 데리고 군부를 나섰다. “아저씨, 우리
동혁은 항난그룹 사람들을 쫓아내려는 사람들을 보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당장 이 사람들 멈추게 하고 다 데리고 꺼져.” “이동혁, 아무 쓸모없는 인간 주제에 네놈이 날 쫓아낼 자격이 있어?” 천원용은 화를 내며 말했다. 짝! 동혁이 손바닥으로 그를 후려갈겨 바닥에 쓰러뜨렸다. “어때? 꼭 맞아야 정신 차리지?” “이 자식.” 천원용은 고통에 끙끙거리고 뺨을 만지며 동혁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하지만 그는 동혁에게 두려움을 느꼈다. “가자.” 그는 일어나 부하들과 함께 떠났다. 사무실을 나가기 전에 그는 고개를 돌려 동혁을 응시하며 말했다. “딱 기다려, 우리 도련님들이 돌아오면 내가 네놈을 꼭 밟아 죽여주마.” “꺼져.” 동혁은 한마디로 응대했다. 달갑지 않은 천원용은 콧방귀를 뀌며 격노하여 나가버렸다. 수소야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방금 전 저희가 재무 보고서를 조사할 때 천 사장이 방해했어요. 아무래도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괜찮아요. 천천히 확인하세요. 저놈은 분명히 또 돌아올 테니까.” 동혁은 천원용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을 알았지만 별로 그 사실을 마음에 두지 않았다. 수소야는 고개를 끄덕이고 사람들을 데리고 옆 사무실로 갔다. 한편 분한 천원용이 이를 악물고 태성쇼핑센터를 나서자 고급 차들이 줄지어 다가와 멈춰 섰다. 그리고 육문재를 비롯한 명문가 도련님들이 차들에서 내렸다. 그들뿐만 아니라 차에서 한 중년 남자가 내렸는데 기세가 남달랐다. “문재 도련님, 얼굴이?”천원용은 얼른 마중하며 얼굴이 퉁퉁 부은 육문재를 의아하게 바라보았다. “아버지, 이곳이 태성쇼핑센터입니다.” “육씨 가문 가주, 육 회장님!” 천원용이 놀라 소리쳤다. 그는 육문재의 아버지가 Z시 육씨 가문의 가주인 육원진이라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가 직접 H시에 올 줄은 생각지 못했다. 그는 이어서 뒤에 있는 차들을 보았다. 하나같이 얼굴들이 부은 도련님들 옆에 기개가 남다른 중년 남자들이 각각 서 있었다
대회의실. 천원용은 문 앞에 도착하자마자 동혁이 정중앙 의자에 다리를 꼬고 앉아 담배를 피우며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 뻥! 천원용은 문을 발로 차며 소리쳤다. “이동혁, 도련님들의 아버지들께서 오셨는데 빨리 튀어와서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하지 않고 뭐 하고 있어?” 그는 거들먹거리며 동혁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뒤에 있던 많은 사람들은 그의 말을 듣고 얼굴색이 갑자기 변했다. 동혁이 고개를 들어 천원용 쪽을 바라보았다. “왔어?” 대충 대답하고는 다시 고개를 숙여 휴대폰을 보았다. “이동혁, 네놈이 무례하게.” 천원용은 눈을 부릅뜨고 소리쳤다. “여기 도지사님과 여러 명문가에서 어른들이 오셨는데 감히 가만히 앉아있어?” “입 좀 다물지 그래?” 갑자기 천원용의 뒤에서 곽원산의 싸늘한 목소리가 들렸다. 천원용은 긴장하며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는 자신의 경솔함을 탓하며 자신의 뺨이라도 한 대 때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도지사님 앞에서 내가 너무 말을 많이 했나?’ “도, 도지사님, 죄송합니다...” 천원용은 급히 한쪽으로 비켜서며 사과했다. 곽원산은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성큼성큼 걸어가 곧장 동혁의 앞으로 다가갔다. “전신님, 이번일은 정말 죄송합니다. 집안의 망나니 같은 놈이 총애를 받아서 버릇이 나빠졌습니다. 제가 이놈과 함께 직접 사과드립니다.” 곽원산이 자신을 노려보는 것을 보고는 곽진한이 서둘러 다가왔다. “전, 전신님, 죄송합니다.”N도 제일의 도련님으로 불리는 도지사의 아들 곽진한이 지금 두려워 온몸을 떨고 있었다. 그는 친구들과 아무렇게나 입에 오르내리며 쓸모없는 인간이라고 욕했던 사람이 뜻밖에도 전신일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황급히 군부로 자신을 데리러 온 곽원산의 입에서 이 사실을 듣고 곽진한은 매우 어리둥절했다. 쇼핑센터로 오는 도중에도 계속 혼란스러운 나머지 지금까지도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동혁은 담배를 끄고 일어나 곽원산과 악수를 나누며 말했다. “어린아
동혁은 불필요하게 번거로운 일을 더하고 싶지 않았다. 사람들은 이미 동혁이 H시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앞으로 여러 가지 이유로 그를 찾아올 가능성이 있었다. 예전 석훈의 취임식 날 동혁의 신분을 밝혀야 할 때, 진씨 가문은 전신을 만나기 위해 2000억을 들여 참석 자리를 산 것만 봐도 그것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동혁은 미리 언질을 해두는 것이다. “전신께서는 안심하세요. N도에서 이 기밀을 잘 유지하도록 조처하겠습니다.” 곽원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다른 명문가의 거물들도 두려움을 느끼며 동혁에 관한 일은 절대로 한 마디도 누설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풀썩! 곽원산 등이 떠나자마자 천원용이 무릎을 꿇었다. 그는 무릎을 꿇은 채 앞으로 기어가 동혁 앞으로 다가갔다. “이 선생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가 눈이 있어도 태산도 몰라보고, 그저 사람을 얕보기나 하고, 저 같은 놈은 좀 맞아야 합니다.” 천원용은 울부짖으며 스스로 자신의 뺨을 후려갈겼다. 막 회의실에 들어온 수소야 등이 이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녀를 포함해 모든 항만그룹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게 무슨 일이지?’ ‘아까까지 엄청 날뛰며 이동혁을 밟아 죽이겠다고 큰소리치던 그 천원용이 왜 저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거야?’ 동혁은 가만히 앉아서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다가 천원용이 스스로 뺨을 때려 얼굴이 붓자 고개도 들지 않고 말했다. “그만 때려. 괜히 계속 때리다 피라도 나면 바닥이 더러워질 수 있으니까.” “이 선생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이후로 전 선생님의 충견이 돼서 시키는 건 뭐든지 하겠습니다.” 천원용은 손을 멈추고 입으로 횡설수설했다. “내 충견이 된다고? 당신에게 그럴 자격이 있을까?” 동혁이 웃었다. 천원용은 말문이 막혔다. 그는 지금 속으로 크게 후회하며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 어젯밤에 동혁은 이미 그의 조력자가 되어주겠다고 약속했었다.하지만 보는 눈이 없었던 천원용은 줏대 없이 굴어 자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