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외 여러 명문가의 도련님들. 동혁은 한 명 한 명을 가리키며 물었다. 모두 굳은 얼굴로 대답을 하지 않았다. “보라고. 너희들 모두 다 못 꺼내잖아. 나는 꺼낼 수 있어. 그래서 너희들을 쓸모없다고 한 거야. ” 동혁이 말을 멈추었다. 모여 있는 육문재 등은 무시한 채 수소야에게 손짓을 했다. “수 사장님, 계약준비하세요.” “계약이라니? 누가 너희에게 판다고 했어?” 천원용이 마침내 말할 기회를 찾았고 동혁을 노려보며 냉소했다. “쇼핑센터의 지분이 내 손에 있어. 그걸 누구에게 팔지는 내가 결정하는 거야.” “이동혁, 그러니 일찌감치 단념해. 계약도 이미 끝나서 한발 늦었다고.” 안아린이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그래.” 천원용이 계약서를 가지고 와서 동혁 앞에 흔들어 보였다. “여기 설희 아가씨 서명. 방금 전에 직접 사인하셨어.” “봤지? 난 네놈한테 팔지 않을 거야. 약 오르겠어.” 천원용은 동혁을 보고 과장되게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을 보고 육문재 등도 모두 웃었다. ‘방금 이 개X식한테 조롱을 받아서 짜증이 났는데.’ ‘이제야 조금 풀리는 기분이네.’ “어디 한번 볼까?” 동혁이 손을 내밀었다. 천원용은 비웃으며 동혁에게 직접 계약서를 건넸다. “볼 것도 없어. 계약서에 서명하면 바로 효력이 발생하는 거야. 네가 확인해 봤자 아무 소용없다고.” 육문재 등이 냉소를 연발했다. “웃기고 있네.”동혁은 갑자기 계약서를 둘로 찢어 바닥에 던졌다. 천원용이 펄쩍펄쩍 뛰며 소리쳤다. “이동혁 너 이게 무슨 짓이야? 감히 내 계약서를 찢어버리다니. 그걸 찢으면 계약이 없어지는 줄 알아?” “멍청하긴.” 육문재 등도 웃음을 터뜨렸다. “천원용, 태성쇼핑센터의 주식은 줄곧 우리 3대 가문 손에 있었고 넌 단지 위탁관리를 맡았을 뿐이었어. 심지어 등록도 하지 않았으니 네가 체결한 계약은 처음부터 무효야.” 바로 이때 3대 가문의 가주들이 성큼성큼 걸어 들어왔다. 천원용은 어리둥절해하더니 안색이
육문재 등이 두 눈을 부라리며 동혁을 노려보았다. 동혁 말을 듣고 분노하여 볼이 경련을 일으켰다. ‘우리가 인쇄비를 낭비했다고?’ ‘그깟 인쇄하는 데 돈이 얼마나 든다고?’ ‘이동혁, 저 개X식이 지금 우리를 또 조롱하는 거야!’ 10여 명의 육문재 등이 각지에서 H시로 달려왔다. 그들은 제설희를 위해 신속하게 일처리를 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헛수고로 끝났다. 태성쇼핑센터를 인수해 항난그룹의 체면을 구기겠다는 것도 그저 우스갯소리가 되어 버렸다. “천원용, 네놈이 감히 남의 물건을 자기 것처럼 팔면서 우리를 속이다니. 두고 봐.” 육문재는 천원용에게 분노하여 소리쳤다. ‘우리가 여기서 이런 망신을 당할 줄이야. 모두 이 개X식 때문이야.’ “문재 도련님, 잠시만요. 제가 저 세 늙은이들을 싹 정리하겠습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시면 제가 바로 암흑가 사람에게 가서 저 놈들 손 좀 봐주도록 조처할게요.” 천원용은 죽을 듯이 놀라더니 악랄한 눈으로 천정윤 등을 가리켰다. “너희 세 늙은이 딱 기다려.” 하지만. 천정윤 등은 냉소를 금치 못했다. ‘이 선생님이 우리 곁에 있는데 우가 감히 우리를 건드려?’ 동혁도 천원용의 말을 듣고 웃었다. “천원용. 난 네가 H시에서 이렇게 오랫동안 있었는데, 그동안 뭘 하고 있었는지 정말 모르겠네.” “무슨 말이지?” 천원용은 동혁을 증오의 눈빛으로 노려보며 원망하고 있었다. 동혁이 웃으며 말했다. “심천미와 내 아내의 관계는 모든 사람들이 다 잘 알고 있어. 그런데 지금 네가 내 앞에서 암흑가 사람을 찾아서 일을 처리한다고?” 동혁은 천미가 자신의 지시를 듣는다고 말하지 않았다. 말을 해도 믿을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화를 언급했다. 동혁의 말을 듣고 당황한 천원용의 안색이 변했다. 염동철은 도망갔고, 장해조는 은퇴했다. 그 후 천미는 현재 H시 암흑가의 최고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며칠 전 천미는 R시 암흑가의 최고 고수 이정산까지 접수했다. 천미의 현재 기세는 암
“먼저 스스로 뺨 10대를 때려서 설희의 마음을 풀어줘.” “네놈이 뭔데 우리 설희를 때린 건데? 감히 손을 함부로 놀려?” “뺨 10대는 그저 시작일 뿐이야. 오늘 네 버릇을 똑똑히 고쳐주지 않는다면 우리가 여기까지 온 게 모두 헛수고지.” “만약 감히 말을 듣지 않겠다면 그 결과는 네가 감당해야 할 거야. 여기 중 어느 한 사람의 가문이라도 너 하나쯤은 쉽게 짓밟을 수 있으니까.” 사무실 안에 다른 도련님들이 연이어 입을 열었다. ‘오늘 모처럼 제설희를 위해 나섰는데 그저 가만히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지.’ ‘한 친구가 말한 것처럼.’ ‘저놈 버릇을 똑똑히 고쳐주지 않으면 우리가 H시에 온 게 다 헛수고인 셈이니까.’ 천화는 생각지도 못했다. ‘이미 계약이 끝난 마당에 저 사람들이 매형을 가만두지 않겠다고?’ ‘저렇게 살기등등하게 매형을 때려죽이겠다는 기세로 소리치다니.’ 천화는 너무 놀라서 얼굴이 하얗게 떴다. “당신들이 권세만 믿고 남을 괴롭히다니, 가문만 좋으면 뭘 해요?” 현소는 눈물을 훔치며 육문재 등을 향해 울부짖었다. “가문이 얼마나 좋은지를 떠나 우리 같은 사람들은 학벌, 능력면에서도 뛰어나, 우리와 비교하면 이동혁은 발끝에도 못 미쳐.” “그런데 누가 이런 우리가 좋아하는 여자에게 감히 손찌검이야?” “이동혁 같은 쓸모없는 인간들이나 감히 여자를 무시하고서 때리는 거야. 그러니 설희도 때렸겠지. 정말 남자로서 내가 다 창피해.” 육문재 등이 냉소했다. “당신들이 동혁 씨가 여자를 때린 것에 대해 지금 뭐라고 하는 건가요? 어젯밤 일에 대해 잘 알기나 해요?” 수소야는 분을 삭이지 못하고 어젯밤 제설희와의 일을 이야기하려고 나섰다. 그러면서 차가운 목소리로 육문재 등에게 물었다. “어린 여자 아이를 치고도 사과 한마디 없었어요. 거기다 아이스크림 조금 묻었다고 뺨을 때리겠다고 얼굴을 대라고 하는데 가만히 있어요?” “저와 제 딸도 여자예요. 동혁 씨가 우리를 보호하려고 나선 건데 뭐가 잘못입니까?”
동혁에게 멍청이라는 일갈을 당했다. 순간 도련님들의 안색이 좀 어둡게 변했다. “그래, 맞아. 우리는 가문을 믿고 널 깔보는 거야. 우리 중 누구의 가문이라도 네 놈쯤은 손가락 하나로도 죽일 수 있어. 그런데 우리 10여 명이 동시에 너를 찾아왔잖아. 영광으로 생각하라고.” “얼른 뺨이나 때려. 쓸데없는 소리는 그만하고. 어차피 오늘 너는 우리에게 맞아 죽을 운명이니까.” 육문재 등은 거만하게 동혁을 바라보았다. 안아린과 유준기도 동혁에게 시간을 끌지 말라며 계속 재촉했다. 제설희는 여전히 여신 캐릭터를 유지하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동혁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은 유난히 차가웠다. “제설희, 어젯밤에 내가 뭐라고 했는지 기억해?” 동혁은 갑자기 제설희를 보며 앞으로 걸어왔다. 제설희는 동혁의 뜻을 이해 못 해서 의아해하며 눈살을 찌푸렸다. “이동혁, 더 이상 시간 끌지 마. 오늘 여기서 아무도 널 구할 수 없다고. 당장 네 뺨 10대나 갈겨.” 안아린과 유준기가 외쳤다. 동혁은 두 사람의 말을 무시하고 계속 제설희의 곁으로 다가갔다. “내가 어제 너의 추종자들의 면전에서 네 뺨을 때리겠다고 말했는데, 그걸 이렇게 빨리 잊었어?” 동혁은 말과 함께 제설희를 덥석 잡아당겼다. “지. 지금 뭐 하는 거야?” 제설희가 화를 내며 소리쳤다. 그녀는 자신의 많은 추종자들 앞에서 동혁이 이렇게 대담하게 나와 자신을 때리려 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래서 아무런 대응도 못하고 동혁의 손에 그대로 잡혔다. 제설희가 격렬하게 발버둥 치며 저항했지만 동혁에 손에서 헤어 나올 수 없었다. “이 자식이, 당장 설희 못 놔? 만약 네가 다시 설희를 때린다면 너뿐만 아니라 네놈 가족들 모두 불행하게 만들어 버릴 거야.” 안아린과 유준기가 소리를 지르며 동혁을 밀쳐내려고 했다. “꺼져!” 동혁은 한 발로 두 사람을 차서 땅바닥에 쓰러뜨렸다. “이동혁, 당장 그 손에서 설희를 놔. 네놈이 감히 설희의 머리카락 한 올이라도 건드린다면
몇몇 도련님들도 뒤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그들의 눈빛 깊은 곳에서는 분노가 솟구치고 있었다. 지금 동혁에 대한 그들의 대처는 임시방편에 불과했다. ‘제설희가 안전해지만 하면 이동혁, 저 자식을 반드시 죽여버릴 거야.’ “날 보내주고, 더 괴롭히지 않겠다고?” 동혁이 냉소했다. “너희들 정말 거만하군. 누가 너희 같은 쓸모없는 것들이 내게 그런 식으로 말해도 된다고 했지?” 동혁은 말을 마치면서 손바닥으로 제설희의 뺨을 때렸다. “너!” 사람들이 놀라며 분노했다. ‘이 바보가 이렇게 무지막지하게 굴 줄이야.’ ‘우리가 그냥 보내주고 더 괴롭히지도 않겠다고 했는데 뜻밖에 설희의 뺨을 한 대 더 때리다니.’ “그래, 방금 우리의 태도가 정말 거만했어. 사과할게.” 육문재는 억지로 웃음을 짜내며 동혁에게 조금의 호감이라도 느끼게 하려 했다. “사과하면 끝인가?” 동혁은 육문재를 흘겨보았다. 예일권이 말했다. “다른 조건이 있으면 얼마든지 말해.” “뭐 조건은 간단해. 너희가 말한 거야.” 동혁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말했다. “모두들 쇼핑센터 입구 앞에 가서 벌로 3시간 동안 서 있고 그동안 아이스크림을 배 터질 때까지 다 먹는 거야.” “말도 안 돼. 그러다 잘못되면 사람 죽는다고.” 예일권이 화를 냈다. 그들은 이전에 동혁을 모욕하기 위해 이 두 가지 요구를 했었다. 그런데 지금 동혁이 뜻밖에도 다시 그들에게 동일한 요구를 했다. 사무실 안 육문재 등은 그저 성난 눈으로 동혁을 쳐다보며 뭐라 대답은 할 수 없었다. 동혁은 냉소했다. “그렇다면 너희들은 내가 쇼핑센터 입구에서 죽어도 된다고 생각했단 말이야?” 동혁은 손을 들어 다시 제설희의 뺨을 때렸다. “왜 또 설희를 때리는 거야? 지금 이게 설희와 무슨 관계가 있다고? 그 생각은 우리가 한 거잖아.” 육문재 등이 노호했다. 동혁은 웃으며 말했다. “너희들 한 명 한 명 모두 명문가 도련님들이잖아. 내가 감히 너희들을 건드릴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제설희는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며 온갖 악독한 말로 동혁을 욕했다. 이제 그녀는 지금까지의 시크한 여신의 이미지를 완전히 집어던졌다. 그 모습을 보고 곽진한 등은 눈살을 찌푸렸다. 모두 제설희가 지금 매우 화가 나고 흥분한 상태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 ‘설희 입에서 저런 욕설과 독설이 나온다고? 평소 때의 제설희와는 완전 딴판이야.’ “드디어 본색을 보이는군.” 동혁은 웃었다. “내가 왜 계속 네 뺨을 때린 지 알아? 바로 네 저 추종자들에게 마음속의 여신의 정체가 대체 어떤지 보여주려는 거야.” 동혁은 말을 마치면서 들고 있던 손바닥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울부짖던 제설희도 놓아주었다. “자, 이제 뺨 10대를 다 때렸네.” 동혁은 손을 털며 분노로 힘줄이 솟구치는 육문재 등을 바라보았다. “너희들이 내게 스스로 뺨 10대를 치라고 해서, 내가 제설희의 뺨 10대를 때렸어. 어때 이제 만족해?” 열받아 흥분한 육문재 등의 안색이 더 어두워졌다. 제설희는 자리에 주저앉아 미친 듯이 소리를 질러댔다. “이동혁, 이 독한 놈. 네놈 아내의 할아버지 가족은 이미 제씨 가문의 사람이 됐어. 내가 매일매일 그 사람들을 괴롭혀 주겠어. 제씨 가문의 개가 되는 것이 어떤 것인지 똑똑히 알게 할 거야.” “아, 그럼 나야 정말 고맙지.” 동혁은 웃으며 대답했다. “으, 그럼 네 아내에게 복수해 주마.” 제설희는 화가 나서 소리쳤다. 동혁은 얼굴을 무표정하게 바꾸며 제설희를 바라보았다. “죽고 싶으면 그렇게 해.” “너희들은 설희를 데리고 병원에 가서 약 좀 발라.” 육문재가 갑자기 안아린과 유준기 등 몇 명을 향해 손짓을 했다. 그들은 육문재의 말에 따라 아직 울부짖고 있는 제설희를 데리고 나갔다. 동혁이 육문재를 힐끗 쳐다보았다. “너흰 아직도 꺼질 생각이 없어?” “너를 밟아 죽일 때까지는 우리가 여길 떠날 수 없지.”육문재는 증오하는 눈빛으로 동혁을 주시했다. 주변의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문재야, 비켜
곽진한 등은 모두 도현욱이 동혁을 호되게 혼내 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그가 전화 한 통을 받고 급히 가려고 했다. ‘대체 무슨 예선이길래 우리의 여신인 설희 일보다 더 중요하다는 거야?’ “예선? H시 군부에서 국외 전장으로 가는 군인 선발을 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각 지역 군대의 뛰어난 군인들이 모두 참가하고 싶어도 정원이 너무 적어 경쟁률이 엄청나다던데?” “특전사 생활을 오래 한 우리 사촌 형도 떨어졌는데 현욱이 네가 예선을 한다고?” 육문재는 놀라며 도현욱을 쳐다보았다. 도현욱은 육문재를 쳐다보지도 않고 거만하게 말했다. “예선에 드는 게 뭐가 어렵다고? 네 사촌 형이 너무 부족해서 그런 거겠지.” 육문재는 콧방귀를 뀌었지만 그렇다고 반박할 수도 없었다. 도현욱은 N도 군부의 특수부대에서 근무하면서 군부의 최고지휘기관에 직속으로 소속되어 있었다. 그곳에 속해 있다는 것 자체가 도현욱이 군인으로서 이미 자질이 남보다 뛰어나다는 뜻이다. 도현욱은 그런 용맹한 군인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에 속해있었고, 거기다 중대장도 맡고 있는 일반적인 군인이 아니었다. 그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현욱아, 이번에 예선을 통과하고 뒤에 남은 몇 차례의 선발전을 잘 통과하여 국외 전장으로 나갈 자격을 얻게 된다면 네 위세가 정말 하늘을 찌를 거야.” “맞아, 나도 들었어. 이번 선발은 예전과 달리 매우 특별하다며? 이 전신이 직접 지시한 거라 일단 자격을 얻으면 이 전신의 직속이나 다름없다고 하더라고. 그럼 앞으로 승승장구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지.” 그러자 몇몇 도련님들이 도현욱을 부러워하며 말했다. “그 심석훈 총지휘관도 그런 경우잖아.” 자만심이 흘러넘치는 곽진한조차 인정했다. “심 총지휘관은 이 전신의 훈련소 출신 병사로 수많은 공을 세웠어. 그런 경력이 있으니 젊은 나이에 N도 군부 총지휘관으로 취임한 거겠지. 평소에 도에서 큰 회의가 있을 때마다 우리 아버지와도 나란히 앉아.”주위 도련님들이 더욱 도현
도현욱은 거만한 얼굴로 이번 예선 통과에 자신감을 보였다. “그렇게 자신 있어? 예선을 통과할 수 있다고?” 동혁은 약간의 미소를 지며 말했다. ‘이놈들 봐라?’ ‘많은 사람들이 이번 선발을 오해해서 국외 전장 파견 자격을 얻으면 자신들이 승승장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보네.’ 동혁은 이런 잘못된 생각을 바로잡기로 결정했다. ‘이럴 때는 본보기가 필요하지.’ ‘눈앞의 이 도현욱이라는 놈이 아주 좋겠어.’ “나는 우리 특수부대의 에이스야. 가문에서도 많은 지원을 해주고 있어서 실력에 더해 연줄도 있지. 그러니 예선 통과는 당연하지.” 도현욱은 자신감이 넘쳤다. 그의 가문에서는 이미 그를 위해 안배를 해두었다. 그래서 그가 적당히 실력발휘만 한다면 예선을 통과하는 것은 거의 확실한 일이었다. 그다음 있을 몇 차례 선발 경쟁 역시 가문에서 당연히 힘을 쓸 것이다. “그럼, 곧 알게 되겠네. 현실이 얼마나 가혹한지.” 동혁은 도현욱의 말을 무시하며 설전룡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예선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지? 있다가 내가 가서 한번 보자.” [예? 형님은 결선을 하면 오시겠다고 하지 않았어요?] 설전룡이 의아해했다. 동혁이 말했다. “진짜 좋은 인재가 예선에서 탈락할까 걱정돼서.” 동혁은 자신이 이전에 선발 경쟁을 너무 쉽게 생각했다는 것을 인정했다. ‘역시 이득이 있는 곳은 어디든 부패가 있기 마련이니까.’ [그럼, 형님이 오시면 시작하겠습니다.] 설전룡도 눈치가 있어서 동혁이 단순히 예선을 참관하기 위해 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하하!” 동혁이 휴대폰을 내려놓자 육문재 등이 웃음을 터뜨렸다. “네가 먼저 군부 주둔지에 들어가고서 그런 얘기를 해라. 한번 가봐. 그곳이 무슨 네 집처럼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는 곳인 줄 알아?” “대체 어떻게 자신이 이 전신인 척할 수 있지? 뭐? 좋은 인재가 탈락할까 봐 걱정돼?” “자기 코가 석자라고, 그게 딱 너 같은데? 지금 남 걱정할 시간에 네 걱정부터 하시지.”
류성중을 둘러싸고 있던 많은 사람들이 한눈에 그녀를 알아보고 바로 달려들었다. “혜성그룹의 진 회장 아니십니까? 회장님도 오늘 연회에 참석하신 건가요?” “진 회장님, 혜성그룹이 최근 아주 잘 나간다고 들었습니다. 하 선생님까지 태백산장의 홍보대사를 맡기로 하셨다지요?” 세방그룹과 혜성그룹을 경영하는 세화는 H시의 재계에서 이제는 위치가 달라졌다. 현장에 있는 여러 의료보건시스템의 리더들조차도 그녀 앞에서 감히 거만하게 굴지 못했다. 병원의 원장이나 제약회사의 사장은 말할 것도 없었다. 이 사람들은 최근 H시에서 두각을 보이는 세화와 어떻게든 관계를 맺어 협업할 수 있기를 바랐다. “네. 감사합니다.” 세화는 의젓하게 모여든 사람들과 인사를 하며 절도 있게 행동했다. 사실 그녀는 대부분의 사람들 이름도 몰랐다. “쾅!” 사람들이 계속 세화에게 아부를 하려고 할 때 뒤에서 차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정장 차림의 동혁이 차 뒤편에서 돌아 나왔다. 사람들이 그를 보자 소란스러웠던 현장이 곧바로 조용해졌다. 동혁도 분명 H시에서 만큼은 유명인사에 속했다. 그래서 현장에는 동혁을 아는 사람이 적지 않다. 설사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다른 사람이 조금만 귀띔해 주면 동혁이 진씨 가문의 그 소문난 데릴사위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 세화가 자신의 남편인 데릴사위를 함께 데려왔다는 사실에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모든 사람들이 머릿속에서 동혁 같은 사람은 근본적으로 오늘 밤과 같은 수준 높은 모임에 참가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세화의 신분 때문에 아무도 나서서 뭐라고 하지는 못했다. 세화가 있음에도 사람들의 얼굴에는 다소 동혁을 혐오스럽게 바라보는 표정이 있었다. 그래서 그녀의 마음이 좀 불편했다. 세화는 사람들을 무시하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서 있는 류성중 앞으로 다가갔다. 그녀는 먼저 허리를 굽혀 인사하고 준비해 온 이청백의 서예 작품을 선물로 내밀었다. “외삼촌 안녕하세요. 이건 제가 준비한 작은 선물이에요
“세화야, 지금은 네 외삼촌이 가문에서 힘이 있으니 되도록 좋은 말 많이 하고 기분 좀 맞춰드려.” 이모인 류혜연도 세화와 동혁에게 당부했다. 그녀는 류성중이 류씨 형제자매 중 막내라 해도 가문에서 그의 지위가 자신보다 높다고도 알려주었다. 류씨 가문의 류호천은 옛 사상을 가진 사람으로 막내아들인 류성중을 가장 좋아했다. “이모, 알았어요.” 세화는 류혜진과 류혜연의 말을 듣고는 동혁을 데리고 문을 나섰다. 그녀는 먼저 동혁과 혜성그룹에 가서 류성중에게 줄 선물을 고르려고 했다. 세화의 사무실에는 협업에 대해 이야기하러 온 회사 사장님들이 두고 간 좋은 선물들이 많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다지 비싸지도 않았고 성의로 생각해서 세화는 그 선물들을 그냥 받았었다. 세화는 그중 N도 서예의 대가인 이청백의 서예 작품을 골라서 동혁과 함께 명성호텔로 향했다. 류성중은 이번에 H시에 와서 이씨 가문을 대신해 동혁에게 이천성을 돌려보낼 것을 전하려고 했다. 그는 N도 의료공단의 부이사장으로 이번에 H시를 방문한 김에 여러 의료 기관에 대한 감독과 지도를 수행했다. 마치 감찰관과 같은 위치라 아랫사람들은 당연히 깍듯이 그를 대우했다. 그래서 오늘 밤에 H시의 의료 관련 시설에 있는 몇몇 사람들은 그를 명성호텔에 초대해 연회를 열기로 했다. 그중에는 병원의 대표도 있었고 의료 관련 회사 사장들도 많았다. 류성중이 아우디 A6를 타고 명성호텔에 도착하자 호텔 입구에 모여있는 사람들에게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누군가는 자발적으로 와서 차 문을 당겨 열었고 다른 손으로는 그의 정수리를 보호했다. “류 부이사장님, 부딪히지 않게 조심히 내리세요.” “부이사장님은 의료공단에서도 전문적이면서 기술까지 뛰어난 리더 아니십니까? 만약 무슨 문제라도 생긴다면 우리 N도 의료보건 시스템에 큰 손실이지요.” 문을 여는 사람의 말 한마디에 류성중은 기분이 아주 좋았다.류씨 가문은 의학 가문으로 가족들이 대대로 의학을 연구했다. 그도 원래는 의학을 공부했지만 졸
“외삼촌이 H시에 왔는데, 동혁 씨를 만나고 싶다고 한다고요?” 세화가 얼굴을 찡그리며 의아하게 동혁을 바라보았다. 외가 쪽 친척에 대해서 별로 호감이 없는 세화였다. 애초에 류씨 가문에서는 류혜진이 진씨 가문에 시집가는 것을 그다지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두 가문의 왕래가 적었고, 그로 인해 세화는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류씨 가문의 친척들을 만난 경우가 그리 많지 않았다. 세화가 동혁과 결혼하기로 하자 류씨 가문은 잠시 진씨 가문과 왕래가 잦아졌다. 그러다 나중에 동혁이 사고를 당했고, 류혜진은 의료사고로 해고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그때세화의 외할아버지인 류호천은 류혜진이 류씨 가문의 명성을 망쳤다는 이유로 그녀를 다시는 류씨 가문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게 했다. 사실상 가문에 류혜진을 쫓아낸 셈이었다. 그 일은 류혜진의 가슴에 영원한 상처로 남았다. 이후 세화의 가족과 류씨 가문 사이의 왕래는 완전히 끊어졌다. 오로지 막내 이모인 류혜연의 가족과 몰래 연락을 주고받는 게 다였다. 세화의 외삼촌 이름은 류성중이다. 세화는 류성중이 N도 의료보건시스템의 리더라는 것만 알고 그 외 나머지는 잘 몰랐다. “여보, 그렇게 쳐다보지 마. 나도 무슨 이유인지 모르니까.” 동혁 역시 의아하게 생각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류혜진이 바로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모른 척하지 마. 이것도 다 너 때문에 생긴 일이니까.” “세화야, 외삼촌이 그러는데 자기는 N도 이씨 가문의 부탁을 받고 밤새 H시에 와서 사람을 치료했다고 하더라고.” “네 외삼촌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더라면 너도 동혁이가 몰래 뒤에다 얼마나 많은 일을 숨겼는지 몰랐을 거야.” 류혜진이 화를 내며 동혁을 가리켰다. “지난번에 이 놈이 도지사 어른께 선물을 보내 드렸었잖아. 그래서 사람들이 이놈을 따라 했는데 그때 이씨 가문에 이천성이 붙잡혔어.” “이씨 가문이 하세량 시장에게 가서 이천성을 풀어달라고 요청했는데, 글쎄 이놈이 시장에게 무슨 말을 어떻게 했는지, 동혁이가 풀어주라고 해
동혁은 또 무슨 일이 생겼는지 몰랐지만 재빨리 현소 남매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도착해 보니 집안의 분위기가 좀 무거웠다. 세화의 막내 이모인 류혜연이 류혜진에게 무언가를 말하며 싱글벙글 웃다가 고개를 돌려 동혁과 현소 남매를 보고 일순간 표정이 굳었다. “아이고, 우리 현수, 잠깐 나갔다 온다더니, 왜 이래? 넘어진 거야? 아니면 누구한테 맞았어?” 류혜연이 달려들어 현수를 살폈다. 가까이 가자 현수의 양쪽 뺨이 모두 새빨갛고 입가에는 피가 묻은 것이 보였다. 몸에는 지저분한 발자국이 나 있었는데 밖에서 얻어맞았다면 가볍게 볼 수 일이 아니었다. “아이고, 이런, 우리 아들 어떻게 하면 좋아?” 류혜연은 현수를 껴안고 한바탕 울부짖었다. 그러고 나서 고개를 돌려 동혁을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 “동혁이 이 죽일 놈, 우리 현수가 너랑 같이 나가서 이렇게 괴롭힘을 당했는데 넌 매형이 되어서 그걸 그냥 보고만 있었어?” “이 쓸모없는 놈, 대체 생각이 있어?” “우리 현수에게 만일 무슨 큰 일이라도 생겼다면 난 너하고 아주 끝장을 봤을 거야.” 동혁은 혼자 물을 따라 마시며 변명하기 귀찮아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지금은 내가 현수 매형이라고 하는 거야?’ ‘그럼 진작에 현수에게 매형인 내 말을 잘 들으라고 가르치던지?’ 사실 류혜연은 현수가 얼굴을 맞고 발로 차인 것을 보고 아무 이유 없이 동혁에게 화부터 낸 것이었다. 현소가 나서서 동혁을 대신해 변명했다. “엄마, 다짜고짜 형부에게 욕부터 하지 마요. 현수가 아는 그 스승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그래요?” “용비무술학교교장 아들인데, 아주 제멋대로 날뛰는 못된 놈이에요.” “강제로 절 추행한 것도 모자라, 현수가 화를 내니 그놈이 때렸다고요.” “오늘 밤 형부가 나서서 상대방을 처리하지 않았다면 지금 우리가 이렇게 집에도 못 왔을걸요?”현소의 말에 류혜연과 류혜진은 놀라 서로를 쳐다보았다. ‘동혁이가 정말 그 정도로 대단해?’ 그녀들은 믿을 수 없었다. 류혜진이
바닥에 내동댕이쳐진 청년도 일어나 동혁을 노려보았다. “네가 반석 도련님이 말한 그 쓸모없는 데릴사위 놈이지?” “흥, 감히 기습을 하고 내 뺨까지 때려?” “당장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잘못을 빌어. 그렇지 않으면 반석 도련님이 나와서 네놈을 죽일 거야.” 청년은 독기 가득하게 동혁을 향해 소리쳤다. 동혁은 인상을 찌푸리더니 두말없이 다시 뺨을 날렸다. “짝!” 청년은 이번에 맞아서 피를 토하며 날아갔다. “짝! 짝!” 동혁은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남녀를 막론하고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모든 사람들의 뺨을 때려서 날렸고 맞은 사람들은 비명소리를 질렀다. “한 번만 더 앞을 막으면 이번엔 손바닥으로 때리지 않을 거야.” 동혁은 차갑게 한마디 하고 현소를 데리고 갔다. 현수가 그 뒤를 따라가며 물었다. “매형, 오반석은요?” 현수는 방금 나오기 전 동혁이 왕범현을 시켜 오반석을 때리는 것을 보았다. 현수의 눈에 동혁은 이번에 큰일을 저질렀다. ‘어쨌든 그 오반석의 아버지는 리성투자회사의 부사장님이야. 분명 가만있지 않고 매형에게 미친 듯이 복수하려 할 거야.’ ‘그런데 잠깐, 매형이 이렇게 멀쩡히 걸어 나왔는데 오반석의 모습은 왜 보이지 않는 거지?’ ‘뭔가 이상한데?’ “그래, 반석 도련님 어디 계시지?” “도련님만 나오셔봐. 데릴사위 네놈을 죽여서 우리 복수를 해 주실 거야.” 뺨을 맞은 남녀들이 일어나며 뺨을 가린 채 원망스럽게 소리쳤다. “잠시 비켜주세요. 길 막지 마세요.” 바로 그때 연이은 고함소리와 함께 골드스타필드 입구에 몰려 있던 사람들이 갑자기 양쪽으로 갈라졌다.사람들이 보니 무술학교 학생 몇 명이 피투성이가 된 사람의 팔과 다리를 각각 잡아 들고 뛰쳐나와 길가에 던졌다. 그리고 피투성이가 된 사람은 고통으로 여전히 계속 비명을 질렀다. “뭐지? 이 목소리가 왜 도련님 같지?” 오반석의 불량스러운 남녀 친구들은 완전히 어리둥절해졌다. “반석 도련님이 맞아.” “도련님, 괜찮으세요? 이건? 두
고통으로 기절할 것 같은 오반석을 보고 왕범현은 잠시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와 동시에 다시는 남 앞에서 함부로 허세를 부리는 일은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동혁 삼촌처럼 실력을 감추고 나서지 않는 사람을 또 만난다면 다음번에는 내가 오반석 같은 운이 나쁜 사람이 될 수 있어.’ “끌고 나가. 구급차 불러서 데려가라고 하고 리성투자회사에 이 사실을 알려주고.” 왕범현이 손짓을 하자 무술학교 학생들이 오반석을 들어 올렸다. 몸을 억지로 움직이자 오반석은 큰 고통에 다시 울부짖기 시작했다. 한편 동혁은 아무런 미련 없이 골드스타필드를 나섰다. 입구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아까 전 용비무술학교에서 온 거의 100명에 달하는 학생들이 클럽 안으로 들어왔을 때 손님들은 폭력사태라도 일어나 불똥이라도 튈까 봐 모두 겁에 질려 뛰쳐나왔다. 사람들은 모두 무슨 일인지 궁금하며 안을 두리번거리면서 서로 의견이 분분했다. 다행히 일은 2층에서 벌어져서 동혁이 나오는 모습을 사람들을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사람들은 겉보기에는 평범해 보이는 동혁이 오늘 밤의 유혈사태를 일으킨 장본인 줄도 몰랐다. 동혁은 눈썰미 좋게 길가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현소, 현수 남매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 그 둘 남매에게 문제 생겼다. 한 무리의 젊은 남녀들이 두 사람을 둘러싸 못 가게 막고 현소를 보며 웃고 있었다. 동혁이 나오기 전부터 서로 실랑이가 벌어졌던 듯 현수의 몸에는 이미 더러운 발자국이 나 있었고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얼굴을 감싸고 있었다. “비켜요. 왜 우리를 막고 내 동생까지 때리는 건데요?” 현소는 날카롭게 소리치며 분노한 큰 눈으로 사람들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현소의 이런 반응은 상대에게 위압감보다는 귀엽다는 인상을 더 많이 줄 뿐이었다. 한 무리의 젊은 남녀들은 여전히 웃으며 그녀가 소리쳐도 전혀 무서워하지 않았다. “네가 바로 그 현소지? 반석 도련님이 네 사진을 보여주며 오늘 밤 호텔로 데려간다고 자랑하던데?” “도
오반석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왕범현에게 맞아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쓰러졌다. 퍽!왕범현은 이어서 한 발로 오반석의 아랫배를 걷어찼고 독기 가득 욕을 퍼부었다. “우리 삼촌은 이씨 가문의 도련님이라도 혼을 내주는 분이야. 하지만 네놈 아버지는 이씨 가문에서 기르는 그저 개 한 마리에 불과하지. 뭣도 아닌 주제에, 감히!” “자기 체면 좀 세우겠다고 이 개X식이 날 이용해?” 동혁은 아까 전 자신이 이천기를 혼내줬다고 직접 언급했다. 이 말을 기억했던 왕범현은 과감하게 오반석에게 손을 댔다. 어차피 문제가 생겨도 동혁이 해결해 줄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주저함 없이 왕범현은 오반석을 붙잡아 또다시 발길질을 했다. 그는 동혁과 아무런 원한관계도 없었는데 오반석의 지시로 인해 동혁의 손에 맞아 상처투성이가 되었다. 왕범현은 마음속에 있는 이런 모든 분노와 원한을 오반석에게 발산했다. 1분 후, 오반석은 만신창이가 되어 숨을 쉬기도 어려웠다. “너, 너희들 두고 봐. 우리 아버지가 너희를 그냥 둘 거 같아? 이씨 가문에서도 네놈들을 가만두지 않을 거야.” 엉망이 된 오반석은 여전히 굴복하지 않고 거만하게 소리쳤다. 동혁은 오반석의 오기에 감탄했다. 그는 일어나 다가와서는 웅크리고 앉아 오반석의 얼굴을 때리며 말했다. “네가 현소를 노리고 왕범현에게 충동질한 거 맞지?” “그래, 내가 그랬어. 그게 뭐가 어때서?” “이동혁, 잘 들어. 오늘 내가 이렇게 당했지만 다음에도 네놈이 운이 좋을까?” 오반석이 날카롭게 말했다. “분명히 말하는데 네놈에게 다음은 없을 거야.” “이제 네놈에게 허락된 시간이 3시간도 안 남았어. 지금이라도 빨리 천성 도련님을 N도로 돌려보내는 게 좋아. 안 그러면 이씨 가문이 네놈에게 엄청난 복수를 할 테니까. ” “물론 네놈이 무릎을 꿇고 내 신발을 핥으며 부탁한다면 내가 아버지께 말 좀 해달라고 해줄 수도 있...” 짝!동혁은 오반석의 뺨을 때려 말을 끊고 일어나 왕범현에게 말했다. “이
현수린은 현소가 자신들을 용서할 줄 알고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는데 의외의 대답을 할 줄은 생각지 못했다. 그녀는 너무 화가 나서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흥분한 현수린은 아랑곳하지 않고 바로 욕설을 퍼부었다. “현소, 이 가식덩어리 같은 년. 겉으로는 순진한 척하면서 속은 구렁이로 가득한 년이...” “짝!” 나선호가 따끔하게 현수린의 뺨을 내리치자 머리가 풀어헤쳐진 그녀가 비명을 질렀다. 동혁은 배경문 등을 째려보고 차갑게 말했다. “그럼 내가 직접 때려줄까?” 짝!배경문 등이 흠칫 놀라 두 손을 번쩍 들어 스스로 좌우로 얼굴을 미친 듯이 때리기 시작했다. 현수린은 나선호에게 머리채를 잡힌 채 맞았다. 잠시 동안 사람들 사이에서 뺨을 때리는 큰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곧 배경문 등의 얼굴은 부어 엉망이 되었다. “왕 사장, 그 쓸모없는 데릴사위 놈 약하지? 그렇다고 설마 죽인 건 아니지?” 그때 누군가 계단을 올라오며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오반석이 거들먹거리면서 2층으로 올라와 웃으며 다가왔다. 바로 그는 무릎을 꿇고 있는 왕범현과 한쪽에서 자신들의 뺨을 마구 때리고 있는 배경문 등을 발견했다. 계획대로라면 왕범현의 자리에 있어야 할 동혁이 지금 멀쩡하게 소파에 앉아 있었다. 오반석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2층의 모습은 그가 예상한 것과 완전히 달랐다. 동혁은 가만히 미소를 지으며 오반석에게 조롱하듯 물었다. “도련님 오셨나? 근데 뭘 그리 놀라는 거지? 너무 예상밖이라서?” 잠시 멈칫했던 오반석이 반응했다. 그는 불쾌한 표정으로 동혁을 노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하, 이동혁, 네놈이 제법 실력이 있나 보네? 저렇게 왕 사장을 처리하다니.” “그래서 나보고 올라오라고 한 게 이걸 보여주려고 그런 거야?” “왜? 고작 별것도 아닌 인간 하나를 무릎 꿇렸다고 이 오반석이 놀랄 것 같아?” 깔보는 듯한 오반석의 말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고 있던 왕범현이 순간 고개를 들어 분노의 눈빛으로 오반석을 노려
왕범현은 욕을 먹고는 당황하여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갑자기 그는 심한 고통에도 몸을 뒤척여 일어나 “풀썩” 소리와 함께 바닥에 유리 조각 더미 위에 무릎을 꿇었다. 바로 무릎에 여러 개의 상처가 났다. “윽.” 왕범현은 너무 아파 숨을 제대로 쉴 수도 없었지만 온몸의 심한 통증을 계속 참으며 동혁에게 정중하게 고개 숙여 엎드렸다. “동혁 삼촌, 제가 잘못했어요. 저를 원하시는 만큼 때려주세요. 제가 조금이라도 저항하면 제 성을 바꿀게요. ” 이 순간 왕범현은 동혁에게 완전히 굴복했다. 동혁은 의외라고 생각하며 눈썹을 치켜올렸다. “보아하니 너도 그리 미련한 놈은 아니구나.” “그래 좋아. 이제라도 잘못을 알았다면 무릎을 꿇고 있어.” “아, 그리고 참고로 뭐 좀 묻자.”나선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 선생님의 말을 들으니 범현이가 겨우 목숨은 건진 것 같구나.’ 왕범현은 더 이상 동혁에게 반항할 마음이 없어서 얌전히 말했다. “삼촌, 얼마든지 물어보세요.” 동혁은 소파에 앉아 물을 따라 천천히 마시며 물었다. “오반석이 너보고 나를 귀찮게 하라고 시켰어?” “맞아요. 그 개X식이 저를 속였어요. 이전에 삼촌이 자기에게 잘못했다면서...” 왕범현이 설명하려고 하자 동혁이 손을 내저으며 그의 말을 막았다. ‘건방진 부자 도련님이 다른 사람을 괴롭혀 달라면서 뭐라 했을지는 뻔하지. 틀림없이 오반석, 그놈은 나를 만만한 데릴사위라고 하면서 왕범현에게 부탁했을 거야.’ 동혁이 나선호를 힐끗 쳐다보면서 지시했다. “사람을 시켜서 오반석을 데려오라고 해요.” “너, 다녀와.”나선호는 두말없이 학생 하나를 지목했다. 오반석을 기다리는 동안 동혁은 가만히 있지 않고 배경문, 현수린 등을 차가운 눈빛으로 훑어보았다. 그들은 마치 맹수에게 먹잇감으로 찍히는 듯한 공포를 느끼고는 절로 무릎을 꿇었다. “동혁 삼촌,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아까까지 왕범현을 믿고 거들먹거리던 남녀가 지금은 일말의 도도한 표정도 없이 미친 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