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화의 가족. 모두의 이목이 그리로 집중되었다. 여러 해 동안 연락도 없었던 장애인이 된 진창하에게 제원화는 웃는 얼굴로 마주하고 있었다. ‘설마 이건 하 선생님의 얼굴을 봐서 이러는 건가?’ 세화 가족들은 의아해했다. “치료 방법은 아직 모르겠어요. 선생님께서는 수술 때문에 외지로 나가셨고요. 어차피 제 다리는 부러진 지 오래됐으니 이젠 급하지도 않아요.” 진창하는 예의 바르게 대답하고 다시 물었다. “외종할아버지께서는 하 선생님과는 아는 사이이신가요?” “하하, 알지는 못해. 개인적으로 하 선생임을 존경해 온 터라 기회가 되면 꼭 찾아뵙고 싶어서.” 제원화는 류혜진과 몇 마디 더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역시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그다음 그의 시선은 세화와 천화 남매에게 돌아갔다. “안녕하세요. 외종할아버지.” 두 사람 모두 공손히 인사했다. 제원화는 몇 마디로 천화를 칭찬하며 세화를 바라보았다. “세화야, 듣자니 네가 아주 제법이던데? 젊은 나이에 세방그룹과 혜성그룹, 두 그룹의 회장이 되다니.” “예전에 네 외할머니가 너를 무척 아껴서 너를 후계자로 키웠다고 들었어.” “역시 우리 누님이 확실히 안목이 있어. 절대 사람을 잘못 보지 않거든. 여러 젊은 세대 중에서도 너보다 뛰어난 인재를 찾기 어려울 거야.” 주변의 부러운 시선들이 세화에게 향했다. ‘제씨 가문의 막내 어른이 저렇게 인정해 주니 정말 좋겠어.’ “칭찬해 주셔서 감사해요. 하지만 전 아직 부족한 점이 많아요.” 세화는 겸손하게 말했다. 동시에 긴장됐던 그녀의 마음이 조금 편안해졌다. “자만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조급하지도 않으니 아주 좋아.” 제원화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서 그는 갑자기 화제를 돌렸다. “누님이 죽고 매형이 눈이 멀어서 사사건건 너희 가족을 괴롭혔을 뿐만 아니라, 친손녀인 너를 원수처럼 여기다니. 거기다 지금은 네 가족을 가문에서 쫓아내기까지 하고 정말 내가 안타깝더구나.” 제원화는 조금 화가 나 보였다. 제원화는 화가 섞인 목소
“저희 할머니는 제씨 가문의 사람이셨어요. 그러니 저 역시 이미 제씨 가문과 한 식구나 마찬가지예요. 그러니 성 씨를 바꾸지 않아도 돼요.” 세화는 웃으며 제원화의 제안을 완곡하게 거절했다. 누구도 세화의 이런 반응을 생각하지 못했다. ‘이렇게 매력적인 조건을 앞에 두고도 진 회장이 그걸 거절하다니.’ ‘가문의 일원이 되면 명문가를 바로 장악할 기회인데 그걸 포기해?’ ‘진 회장의 할아버지나 큰아버지 가족들과는 완전 딴판이군.’ 제원화는 얼굴 표정이 굳어지며 말했다. “세화야, 우리 명문가 제씨 가문이 마음에 안 들어서 그런 거야?” 세화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제원화가 직접적으로 화를 낸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말투가 조금만 바뀐 것으로도 상당한 압력이 느껴졌다. 방금까지 떠들썩하던 연회장도 금세 쥐 죽은 듯 다시 조용하게 변했다. 모두들 아직 잊지 않았다. 아까 제원화가 제한영과 그 가족들 앞에서 어떤 모습을 보였었는지. 제원화가 표정만 바꿔도 상대방이 허리를 굽혀 고개를 숙이고 긴장감으로 숨조차 쉴 수 없을 정도였다. ‘제씨 가문의 막내 어른이라는 제원화 이 사람은 분명 윗사람으로서 아랫사람의 마음을 다루는 방법을 잘 알고 있는 것 같아.’ “제씨 가문이 마음에 안 들면 뭐가 어때서요?” 동혁이 갑자기 앞으로 나오더니 세화 곁에 서서 제원화를 바라보았다. “이미 진씨 가문 사람들의 성을 바꿨으면 됐지, 왜 괜찮다는 다른 사람을 붙잡고 성을 바꾸라 마라 합니까?” 제원화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동시에 세화 가족도 당황하여 안색이 변했다. “동혁아, 함부로 나서지 마.” 연회장의 손님들도 모두 놀랐다. 동혁이 이렇게 당당하게 나와서 제원화에게 뭐라 할지 몰랐다.게다가 동혁은 제씨 가문이 마음에 안 든다고 큰소리쳤다. “여보, 말리지 마. 내 말 다 사실이잖아.” 동혁은 세화를 붙잡고 그녀의 손을 잡아당겼다. “제원화라고 했나요? 당신들이 이렇게 다른 사람 성 씨를 바꾸는 것을 좋아하니 저도 당신들의 성 씨를
동혁은 웃으며 제원화를 도발하듯 흘끗 쳐다보기도 했다. 세화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동혁의 말을 듣고 제원화의 진짜 속셈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하마터면 정말 제씨 가문의 사람으로 성을 바꾸겠다고 약속할뻔했어. 그러면 내 소유의 회사는 제씨 가문 사람들이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되겠지?’ ‘진씨 가문 사람들을 보고서도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모두 세화의 바보 남편으로 알고 있던 동혁이 이렇게 통찰력이 있는 줄 몰랐다. ‘이놈 정말 외부에 알려진 것처럼 쓸모없는 바보 맞아?’ 놀란 제원화의 눈꺼풀이 흔들렸다. 그는 동혁이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계획을 폭로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러나 그는 다시 평정을 되찾았다. “우리 손녀사위가 오해했군. 우리 제씨 가문은 사람의 도리를 아는 가문이야. 그런 악랄한 속셈은 없어.” 제원화가 웃으며 말했다. “나는 진심으로 세화를 아껴서, 세화가 제씨 가문으로 돌아오길 바라는 거야.” 동혁이 눈썹을 추켜올렸다. ‘제원화, 아주 속이 깊은 늙은 여우구만.’ ‘어쩐지 수작을 부려, 장인어른을 놀라게 하더라니.’ ‘하지만.’ ‘이런 사람을 상대하는 데는 또 나만의 방식이 있지.’ “외종할아버지의 말이 사실이길 바래요. 뭐, 상관은 없어요. 어차피 누가 제 아내 뒤통수를 손으로 때리면 제가 그 손을 부러뜨릴 것이고 목을 치려고 하면 제가 먼저 상대 목을 비틀어 버리면 그만이에요.” “설령 명문가라 할지라도 패가망신하게 하면 되죠.” 동혁은 웃으며 말했지만, 그 의미는 살벌했다. 그가 제원화를 염두에 두고 말했다는 것을 누구나 다 알 수 있었다. ‘저 바보가 계속 제원화를 두고 도발을 하네.’ ‘너무 간이 부은 거 아니야?’ 제원화는 동혁을 힐끗 쳐다보고는 갑자기 연회장을 둘러보았다. “제 조카손녀사위의 말이 맞아요. 전 당신들 중에 예전에 세화와 부딪혔던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저 제원화가 분명히 말하죠. 세화는 저희 제씨 가문의 가족입니다. 만약
연회가 시작된 후. 많은 사람들이 와서 진창하에게 술을 권하고 아첨하는 말을 했다. 그리고 예외 없이. 화제는 모두 세화에게로 옮겨졌다. 진창하는 평소에 가끔 술 한 잔 정도만 마시며 양을 조절했었다. 하지만 오늘 그는 술을 거절하지 않았다. 아무도 술을 권하지 않을 대는 오히려 스스로 잔을 기울였다. 눈물을 흘리면서 자작을 했다. “여보, 놀라게 왜 그래?” 류혜진이 그를 붙잡았다. “불행을 그저 슬퍼할 뿐 화가 나도 어찌할 수 도 없고...” 진창하는 쉰 목소리로 슬프게 말했다. 함께 있던 하객들은 모두 뜬금이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세화의 가족들은 진창하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고 있었다. ‘할아버지와 가족들이 제원화에게 하인처럼 이리저리 끌려다니다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쫓겨났으니.’ ‘아들로서 면목이 없겠지.’ 진창하는 아들로서 제한영의 무정을 깊이 원망하며 슬픔에 잠겼다. 이어서. 온 식구도 답답함에 속이 꽉 막혔다. 맛있는 음식을 입에 넣었지만 맛은 고무를 씹는 것 같았다. 그간 진씨 가문의 괴롭힘을 당한 세화도. 가족들이 그렇게 당하는 것을 보고 기분이 좋지 않았다. 마음만 조금 아파왔다. “불쌍해도 어쩔 수 없지, 다 자기들이 초래한 거니까.” 동혁은 담담하게 한마디 했다. 동혁의 말 한마디면 진씨 가문은 쉽게 명문가가 될 수 있었다. 사실 그는 많은 기회를 주었었다. 그러나 그들은 그 기회들을 모두 잡지 못했다.오히려 가산을 탕진하고 성 씨를 바꿔 조상을 팔아 많은 사람이라며 욕을 당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명문가가 된 줄 알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명문가의 개만 되었다. ‘이제 와서 누구를 탓할 거야?’ 연회가 끝났다. 제원화에게 인사를 하고서 세화 가족은 다이너스티호텔을 나섰다. 동혁은 이미 마리와 함께 옷을 사러 가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세화 등과 입구에서 헤어졌다. 태성그룹의 쇼핑센터가 다이너스티호텔 근처에 있어서 걸어서 가기로 했다. “양아빠, 이따가 마리 인형
정장 차림의 사내들의 체구는 건장했다. 한눈에 봐도 전문 보안 회사에서 훈련시킨 경호원들이다. 거기에 얼굴은 거칠고 험하게 생겼다. 그래서 사람들은 위압감을 더 크게 느꼈다. “VIP께서 쇼핑하신다고 이 태성쇼핑센터를 전세 냈으니 당장 떠나 주세요.” 경호원들은 거만한 태도로 사람들은 무시했다. 그들은 큰소리로 손님들에게 즉시 떠나라고 소리쳤다.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쇼핑센터에 범죄자가 잠입했거나 화재 같은 긴급한 사건이 발생한 줄 알 정도였다. VIP가 쇼핑을 한다고 자신들 모두를 쫓아낼 줄은 몰랐다. 쇼핑을 하던 고객들은 화를 터뜨리며 잇달아 불만을 제기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밥을 절반밖에 먹지 못한 손님들의 불만이 가장 컸다. “당신들이 밥을 다 안 먹은 게 뭐가 그리 대수라고. VIP께서 지불한 돈으로 당신들에게 보상도 해주겠다는데 대체 뭐가 문제입니까?” 경호원들이 여전히 거만하게 말했다. 이런 태도 때문에 사람들은 더욱 화가 났다. “우리가 그까짓 밥값도 못 낼 정도로 가난한 줄 알아? 대체 얼마나 대단하신 분이 왔다고 이 난리야? 이거 너무 막무가내잖아. 돈이면 다냐고?” 성질이 급하고 사나운 남자 손님이 화가 나 소리쳤다. “하, 이 손님 아직도 이해를 못 하시네.” 경호원은 소리친 남자 앞으로 다가와 때리지는 않고 그저 손가락으로 코를 가리켰다. “VIP께서 그래도 예의가 있어서 손님들에게 손대지 말라고 우리에게 신신당부하신걸 다행인 줄 알아. 평소라면 우리 VIP를 얼마나 대단하냐며 욕하는 당신 같은 사람에게 내가 뺨을 벌써 한 대 쳤을 테니까.” 이 말을 들고 사람들은 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다. ‘자기가 쇼핑을 한다고 다른 사람들을 모두 밖으로 내쫓는데.’ ‘이게 지금 예의가 있다고?’ “내가 욕하면 뭐가 어때서. 젠장, VIP 개X식!” 남자 손님은 겁도 없이 대뜸 욕설을 퍼부었다. “지금 당신이 욕하는 그 VIP가 누군지 알아? 명문가 제씨 가문의 설희 아가씨야.” 경호원이 음흉하게 웃으며 말
동혁은 아무렇지 않게 말을 했다. 그러나 모두들 입을 다물고 조용히 밖으로 나가는 순간 동혁의 말을 듣게 되었다. 순간. 쇼핑센터의 많은 손님들이 놀라며 동혁이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저 사람이 누구지?’ ‘감히 제씨 가문 아가씨에게 H시에서 꺼지라고 하다니. 여기서 돈 자랑하지 말라고?’ “아저씨, 조심해요. 그렇게 함부로 말하다 큰일 나면 어쩌려고요? 명문가 제씨 가문의 아가씨예요. 이 경호원들의 얼굴 좀 봐요. 그 아가씨가 성질이 또 얼마나 나쁘겠어요?” “맞아요. 그냥 참고 넘어가는 게 상책이에요. 우리는 그저 평범한 시민이니 괜히 건드려서 좋을 게 없어요.” “그냥 빨리 애 데리고 나가자고요.” 많은 사람들이 동혁을 설득했다. 비록 동혁의 말로 속이 다 시원했지만 그들은 동혁이 괜히 제설희의 경호원들과 충돌할까 봐 더 걱정했다. ‘평범한 시민이라.’ ‘어떻게 제설희 같은 사람을 건드릴 수 있냐고?’ 동혁은 웃으며 사람들에게 말했다. “괜찮아요. 다들 그냥 태성쇼핑센터에 계세요. 옷도 사실 분은 계속 옷을 사시고, 밥을 드실 분들은 계속 밥을 드셔도 돼요.” 동혁은 이 말을 하고는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경호원들에게 다시 말했다. “제설희에게 꺼지라고 해요. 여기는 돈 자랑하는 곳이 아니니까.” “당신이 누구라고 감히 우리 아가씨를 내쫓는 거지? 지금 이게 얼마나 무례한 짓인지 알고는 있어?” 경호원이 동혁을 노려보며 거만하게 말했다. “나요? 난 오늘 당신들 아가씨 뺨을 때린 사람이에요. 제설희에게 가서 말하면 내가 누군지 알 거예요.” 동혁은 가볍게 한마디 하고는 마리를 불렀다. “마리야 이라와 봐. 이 양아빠가 계속 인형을 뽑아서 네게 줄게.” “아빠, 저 곰돌이 좀 잡아주세요.” 마리는 귀여운 곰돌이 인형들을 가리켰다. 다른 손님들은 동혁이 아무렇지도 않게 어린 소녀에게 인형을 뽑아주는 것을 보고 어이가 없었다. ‘이 사람 대체 누구야?’ ‘자기가 오늘 제씨 가문 아가씨 뺨을 때렸다고?’ 다들 동혁
“당연하지!” 바닥에 쓰러진 경호원은 화가 나서 고함을 지르며 손을 떼었고, 그의 뺨에는 손바닥 자국이 선명하게 찍혀있었다. 다른 경호원들은 놀라서 동혁이 만만한 인물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쳐!” 경성철이 손짓을 하자 뒤에 있던 경호원들이 모두 동혁에게 몰려갔다. 짝! 짝! 짝! 연달아 몇 차례 손뼉 치는 소리가 났고 그때마다 비명이 터져 나왔다. 동혁에게 달려들었던 경호원들이 줄줄이 쓰러지며 인간 탑을 만들었다. 헉! 이번에는 경성철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동혁은 마치 머리에 뒤에 눈이 달린 것처럼 자신에게 달려드는 경호원들마다 모기 다루듯 손바닥으로 내리쳐 바닥에 내동댕이 쳤다. 그러면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그의 다른 한 손은 인형 뽑기 기계에서 떠나지 않았다. 심지어 지금 또 아기 공룡 인형을 잡아서 뽑았다. ‘말도 안 돼!’ 선두에 선 경성철만 놀란 게 아니라 주변 손님들도 아연실색했다. “와, 양아빠 점점 더 잘 뽑아요.” 마리는 기뻐서 어쩔 줄을 몰라했다. “이 양아빠는 마법을 부릴 줄 알아서 그래.” 동혁은 웃으며 말했고, 이미 인형 뽑기 기계에 완전히 적응한 상태였다. 그는 시선을 계속 인형 뽑기 기계에 둔 채 말했다. “다 찍었나요? 그럼 제설희에게 보여 주고 당장 꺼지라고 전해요.” 난처하면서 화가 난 경성철의 안색이 울그락불그락해졌다. 바로 그때 그의 휴대폰이 울렸다. [경성철, 너 이 자식 지금 뭐 하고 있어? 쇼핑센터 비우라고 한지가 언제인데 왜 아직 이렇게 사람이 많아? 이 쓸모없는 놈 같으니라고.] 전화로 제설희가 욕을 퍼부었다.화가 너무 난 그녀는 곧바로 폭발할 것 같은 분위기였다. “아, 그게 설희 아가씨, 이곳에 조금 문제가 생겨서요.” [무슨 문제? 이런 사소한 일도 제대로 처리 못할 거면 때려치워, 당장!] 경성철은 당황해 안절부절못하며 말했다. “그게 아가씨, 아까 전 아가씨를 때린 그놈이 아이를 데리고 쇼핑센터에서 인형을 뽑고 있습니다. 그놈이 저희 사람들을 모
[회장님, 태성쇼핑센터는 삼룡그룹의 사장 천원용의 소유이지만 3대 가문이 그간 뒤를 봐주고 있었어요.] [태성쇼핑센터는 수익성이 좋아요. 그래서 3대 가문이 무너지자 천원용 사장은 쇼핑센터를 구매하는 것과 동시에 자신의 조력자가 돼줄 사람을 찾고 있어요.] [지금 이씨 가문과 제씨 가문이 서로 인수하려고 하는데 천 회장은 둘 중 한 가문을 선택하면 다른 가문 눈밖에 날까 망설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선우설리는 역시 능력이 대단한 비서였다. 조사할 것도 없이 바로 태성쇼핑센터의 현재 상황을 정확히 언급했다. “그럼 선우 사장, 최원우를 시켜서 천원용에게 연락해 나에게 팔면 내가 그의 조력자가 돼주겠다고 전해.” 동혁은 말을 마치고 전화를 끊었다. ‘제씨 가문과 이씨 집안이 동시에 태성쇼핑센터를 노리고 있다고?’ ‘그럼 당연히 더 두 가문에게 넘겨줄 수 없지.’ “무슨 조력자 타령이야? 오늘 하느님이 네 조력자라도 널 지켜줄 수 없어.” 경성철은 동혁이 무슨 일을 했는지 모르고 계속 거들먹거리며 말했다. “빨리 무릎을 꿇고 설희 아가씨가 오시기를 기다려.” 동혁은 시선을 돌려 그를 힐끗 보았다. “꺼져!” 상대의 머릿속까지 울리게 하는 듯한 낮은 음성이었다. 위협을 느낀 경성철은 새파랗게 겁에 질린 채 뒤로 몇 걸음 물러섰다. 그는 놀라서 얼떨떨하게 동혁을 쳐다보았다. 다른 손님들은 여전히 동혁에게 이곳을 떠나라고 권했다. 제설희가 도착하면 피할 방법이 없다고도 경고했다. “여러분의 호의는 고맙게 받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장담하건대 제설희는 태성쇼핑센터 문턱도 넘을 수 없어요.” “그러니 여러분, 옷 사실 분들은 계속 옷을 사시고 밥 드실 분들은 밥을 드세요.” 동혁은 이 말을 하고서 마리를 앉아서 들었다. “마리야, 이번에는 네가 직접 인형을 뽑아 볼래?” “네, 좋아요. 나 저 꽃게 인형 잡을래요.” 동혁이 또 아무렇지 않게 몸을 돌려 아이와 인형을 뽑는 것을 보고 다른 손님들은 어이가 없었다. ‘이 사람 뭐지? 뭐
류성중을 둘러싸고 있던 많은 사람들이 한눈에 그녀를 알아보고 바로 달려들었다. “혜성그룹의 진 회장 아니십니까? 회장님도 오늘 연회에 참석하신 건가요?” “진 회장님, 혜성그룹이 최근 아주 잘 나간다고 들었습니다. 하 선생님까지 태백산장의 홍보대사를 맡기로 하셨다지요?” 세방그룹과 혜성그룹을 경영하는 세화는 H시의 재계에서 이제는 위치가 달라졌다. 현장에 있는 여러 의료보건시스템의 리더들조차도 그녀 앞에서 감히 거만하게 굴지 못했다. 병원의 원장이나 제약회사의 사장은 말할 것도 없었다. 이 사람들은 최근 H시에서 두각을 보이는 세화와 어떻게든 관계를 맺어 협업할 수 있기를 바랐다. “네. 감사합니다.” 세화는 의젓하게 모여든 사람들과 인사를 하며 절도 있게 행동했다. 사실 그녀는 대부분의 사람들 이름도 몰랐다. “쾅!” 사람들이 계속 세화에게 아부를 하려고 할 때 뒤에서 차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정장 차림의 동혁이 차 뒤편에서 돌아 나왔다. 사람들이 그를 보자 소란스러웠던 현장이 곧바로 조용해졌다. 동혁도 분명 H시에서 만큼은 유명인사에 속했다. 그래서 현장에는 동혁을 아는 사람이 적지 않다. 설사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다른 사람이 조금만 귀띔해 주면 동혁이 진씨 가문의 그 소문난 데릴사위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 세화가 자신의 남편인 데릴사위를 함께 데려왔다는 사실에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모든 사람들이 머릿속에서 동혁 같은 사람은 근본적으로 오늘 밤과 같은 수준 높은 모임에 참가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세화의 신분 때문에 아무도 나서서 뭐라고 하지는 못했다. 세화가 있음에도 사람들의 얼굴에는 다소 동혁을 혐오스럽게 바라보는 표정이 있었다. 그래서 그녀의 마음이 좀 불편했다. 세화는 사람들을 무시하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서 있는 류성중 앞으로 다가갔다. 그녀는 먼저 허리를 굽혀 인사하고 준비해 온 이청백의 서예 작품을 선물로 내밀었다. “외삼촌 안녕하세요. 이건 제가 준비한 작은 선물이에요
“세화야, 지금은 네 외삼촌이 가문에서 힘이 있으니 되도록 좋은 말 많이 하고 기분 좀 맞춰드려.” 이모인 류혜연도 세화와 동혁에게 당부했다. 그녀는 류성중이 류씨 형제자매 중 막내라 해도 가문에서 그의 지위가 자신보다 높다고도 알려주었다. 류씨 가문의 류호천은 옛 사상을 가진 사람으로 막내아들인 류성중을 가장 좋아했다. “이모, 알았어요.” 세화는 류혜진과 류혜연의 말을 듣고는 동혁을 데리고 문을 나섰다. 그녀는 먼저 동혁과 혜성그룹에 가서 류성중에게 줄 선물을 고르려고 했다. 세화의 사무실에는 협업에 대해 이야기하러 온 회사 사장님들이 두고 간 좋은 선물들이 많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다지 비싸지도 않았고 성의로 생각해서 세화는 그 선물들을 그냥 받았었다. 세화는 그중 N도 서예의 대가인 이청백의 서예 작품을 골라서 동혁과 함께 명성호텔로 향했다. 류성중은 이번에 H시에 와서 이씨 가문을 대신해 동혁에게 이천성을 돌려보낼 것을 전하려고 했다. 그는 N도 의료공단의 부이사장으로 이번에 H시를 방문한 김에 여러 의료 기관에 대한 감독과 지도를 수행했다. 마치 감찰관과 같은 위치라 아랫사람들은 당연히 깍듯이 그를 대우했다. 그래서 오늘 밤에 H시의 의료 관련 시설에 있는 몇몇 사람들은 그를 명성호텔에 초대해 연회를 열기로 했다. 그중에는 병원의 대표도 있었고 의료 관련 회사 사장들도 많았다. 류성중이 아우디 A6를 타고 명성호텔에 도착하자 호텔 입구에 모여있는 사람들에게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누군가는 자발적으로 와서 차 문을 당겨 열었고 다른 손으로는 그의 정수리를 보호했다. “류 부이사장님, 부딪히지 않게 조심히 내리세요.” “부이사장님은 의료공단에서도 전문적이면서 기술까지 뛰어난 리더 아니십니까? 만약 무슨 문제라도 생긴다면 우리 N도 의료보건 시스템에 큰 손실이지요.” 문을 여는 사람의 말 한마디에 류성중은 기분이 아주 좋았다.류씨 가문은 의학 가문으로 가족들이 대대로 의학을 연구했다. 그도 원래는 의학을 공부했지만 졸
“외삼촌이 H시에 왔는데, 동혁 씨를 만나고 싶다고 한다고요?” 세화가 얼굴을 찡그리며 의아하게 동혁을 바라보았다. 외가 쪽 친척에 대해서 별로 호감이 없는 세화였다. 애초에 류씨 가문에서는 류혜진이 진씨 가문에 시집가는 것을 그다지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두 가문의 왕래가 적었고, 그로 인해 세화는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류씨 가문의 친척들을 만난 경우가 그리 많지 않았다. 세화가 동혁과 결혼하기로 하자 류씨 가문은 잠시 진씨 가문과 왕래가 잦아졌다. 그러다 나중에 동혁이 사고를 당했고, 류혜진은 의료사고로 해고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그때세화의 외할아버지인 류호천은 류혜진이 류씨 가문의 명성을 망쳤다는 이유로 그녀를 다시는 류씨 가문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게 했다. 사실상 가문에 류혜진을 쫓아낸 셈이었다. 그 일은 류혜진의 가슴에 영원한 상처로 남았다. 이후 세화의 가족과 류씨 가문 사이의 왕래는 완전히 끊어졌다. 오로지 막내 이모인 류혜연의 가족과 몰래 연락을 주고받는 게 다였다. 세화의 외삼촌 이름은 류성중이다. 세화는 류성중이 N도 의료보건시스템의 리더라는 것만 알고 그 외 나머지는 잘 몰랐다. “여보, 그렇게 쳐다보지 마. 나도 무슨 이유인지 모르니까.” 동혁 역시 의아하게 생각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류혜진이 바로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모른 척하지 마. 이것도 다 너 때문에 생긴 일이니까.” “세화야, 외삼촌이 그러는데 자기는 N도 이씨 가문의 부탁을 받고 밤새 H시에 와서 사람을 치료했다고 하더라고.” “네 외삼촌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더라면 너도 동혁이가 몰래 뒤에다 얼마나 많은 일을 숨겼는지 몰랐을 거야.” 류혜진이 화를 내며 동혁을 가리켰다. “지난번에 이 놈이 도지사 어른께 선물을 보내 드렸었잖아. 그래서 사람들이 이놈을 따라 했는데 그때 이씨 가문에 이천성이 붙잡혔어.” “이씨 가문이 하세량 시장에게 가서 이천성을 풀어달라고 요청했는데, 글쎄 이놈이 시장에게 무슨 말을 어떻게 했는지, 동혁이가 풀어주라고 해
동혁은 또 무슨 일이 생겼는지 몰랐지만 재빨리 현소 남매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도착해 보니 집안의 분위기가 좀 무거웠다. 세화의 막내 이모인 류혜연이 류혜진에게 무언가를 말하며 싱글벙글 웃다가 고개를 돌려 동혁과 현소 남매를 보고 일순간 표정이 굳었다. “아이고, 우리 현수, 잠깐 나갔다 온다더니, 왜 이래? 넘어진 거야? 아니면 누구한테 맞았어?” 류혜연이 달려들어 현수를 살폈다. 가까이 가자 현수의 양쪽 뺨이 모두 새빨갛고 입가에는 피가 묻은 것이 보였다. 몸에는 지저분한 발자국이 나 있었는데 밖에서 얻어맞았다면 가볍게 볼 수 일이 아니었다. “아이고, 이런, 우리 아들 어떻게 하면 좋아?” 류혜연은 현수를 껴안고 한바탕 울부짖었다. 그러고 나서 고개를 돌려 동혁을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 “동혁이 이 죽일 놈, 우리 현수가 너랑 같이 나가서 이렇게 괴롭힘을 당했는데 넌 매형이 되어서 그걸 그냥 보고만 있었어?” “이 쓸모없는 놈, 대체 생각이 있어?” “우리 현수에게 만일 무슨 큰 일이라도 생겼다면 난 너하고 아주 끝장을 봤을 거야.” 동혁은 혼자 물을 따라 마시며 변명하기 귀찮아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지금은 내가 현수 매형이라고 하는 거야?’ ‘그럼 진작에 현수에게 매형인 내 말을 잘 들으라고 가르치던지?’ 사실 류혜연은 현수가 얼굴을 맞고 발로 차인 것을 보고 아무 이유 없이 동혁에게 화부터 낸 것이었다. 현소가 나서서 동혁을 대신해 변명했다. “엄마, 다짜고짜 형부에게 욕부터 하지 마요. 현수가 아는 그 스승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그래요?” “용비무술학교교장 아들인데, 아주 제멋대로 날뛰는 못된 놈이에요.” “강제로 절 추행한 것도 모자라, 현수가 화를 내니 그놈이 때렸다고요.” “오늘 밤 형부가 나서서 상대방을 처리하지 않았다면 지금 우리가 이렇게 집에도 못 왔을걸요?”현소의 말에 류혜연과 류혜진은 놀라 서로를 쳐다보았다. ‘동혁이가 정말 그 정도로 대단해?’ 그녀들은 믿을 수 없었다. 류혜진이
바닥에 내동댕이쳐진 청년도 일어나 동혁을 노려보았다. “네가 반석 도련님이 말한 그 쓸모없는 데릴사위 놈이지?” “흥, 감히 기습을 하고 내 뺨까지 때려?” “당장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잘못을 빌어. 그렇지 않으면 반석 도련님이 나와서 네놈을 죽일 거야.” 청년은 독기 가득하게 동혁을 향해 소리쳤다. 동혁은 인상을 찌푸리더니 두말없이 다시 뺨을 날렸다. “짝!” 청년은 이번에 맞아서 피를 토하며 날아갔다. “짝! 짝!” 동혁은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남녀를 막론하고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모든 사람들의 뺨을 때려서 날렸고 맞은 사람들은 비명소리를 질렀다. “한 번만 더 앞을 막으면 이번엔 손바닥으로 때리지 않을 거야.” 동혁은 차갑게 한마디 하고 현소를 데리고 갔다. 현수가 그 뒤를 따라가며 물었다. “매형, 오반석은요?” 현수는 방금 나오기 전 동혁이 왕범현을 시켜 오반석을 때리는 것을 보았다. 현수의 눈에 동혁은 이번에 큰일을 저질렀다. ‘어쨌든 그 오반석의 아버지는 리성투자회사의 부사장님이야. 분명 가만있지 않고 매형에게 미친 듯이 복수하려 할 거야.’ ‘그런데 잠깐, 매형이 이렇게 멀쩡히 걸어 나왔는데 오반석의 모습은 왜 보이지 않는 거지?’ ‘뭔가 이상한데?’ “그래, 반석 도련님 어디 계시지?” “도련님만 나오셔봐. 데릴사위 네놈을 죽여서 우리 복수를 해 주실 거야.” 뺨을 맞은 남녀들이 일어나며 뺨을 가린 채 원망스럽게 소리쳤다. “잠시 비켜주세요. 길 막지 마세요.” 바로 그때 연이은 고함소리와 함께 골드스타필드 입구에 몰려 있던 사람들이 갑자기 양쪽으로 갈라졌다.사람들이 보니 무술학교 학생 몇 명이 피투성이가 된 사람의 팔과 다리를 각각 잡아 들고 뛰쳐나와 길가에 던졌다. 그리고 피투성이가 된 사람은 고통으로 여전히 계속 비명을 질렀다. “뭐지? 이 목소리가 왜 도련님 같지?” 오반석의 불량스러운 남녀 친구들은 완전히 어리둥절해졌다. “반석 도련님이 맞아.” “도련님, 괜찮으세요? 이건? 두
고통으로 기절할 것 같은 오반석을 보고 왕범현은 잠시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와 동시에 다시는 남 앞에서 함부로 허세를 부리는 일은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동혁 삼촌처럼 실력을 감추고 나서지 않는 사람을 또 만난다면 다음번에는 내가 오반석 같은 운이 나쁜 사람이 될 수 있어.’ “끌고 나가. 구급차 불러서 데려가라고 하고 리성투자회사에 이 사실을 알려주고.” 왕범현이 손짓을 하자 무술학교 학생들이 오반석을 들어 올렸다. 몸을 억지로 움직이자 오반석은 큰 고통에 다시 울부짖기 시작했다. 한편 동혁은 아무런 미련 없이 골드스타필드를 나섰다. 입구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아까 전 용비무술학교에서 온 거의 100명에 달하는 학생들이 클럽 안으로 들어왔을 때 손님들은 폭력사태라도 일어나 불똥이라도 튈까 봐 모두 겁에 질려 뛰쳐나왔다. 사람들은 모두 무슨 일인지 궁금하며 안을 두리번거리면서 서로 의견이 분분했다. 다행히 일은 2층에서 벌어져서 동혁이 나오는 모습을 사람들을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사람들은 겉보기에는 평범해 보이는 동혁이 오늘 밤의 유혈사태를 일으킨 장본인 줄도 몰랐다. 동혁은 눈썰미 좋게 길가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현소, 현수 남매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 그 둘 남매에게 문제 생겼다. 한 무리의 젊은 남녀들이 두 사람을 둘러싸 못 가게 막고 현소를 보며 웃고 있었다. 동혁이 나오기 전부터 서로 실랑이가 벌어졌던 듯 현수의 몸에는 이미 더러운 발자국이 나 있었고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얼굴을 감싸고 있었다. “비켜요. 왜 우리를 막고 내 동생까지 때리는 건데요?” 현소는 날카롭게 소리치며 분노한 큰 눈으로 사람들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현소의 이런 반응은 상대에게 위압감보다는 귀엽다는 인상을 더 많이 줄 뿐이었다. 한 무리의 젊은 남녀들은 여전히 웃으며 그녀가 소리쳐도 전혀 무서워하지 않았다. “네가 바로 그 현소지? 반석 도련님이 네 사진을 보여주며 오늘 밤 호텔로 데려간다고 자랑하던데?” “도
오반석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왕범현에게 맞아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쓰러졌다. 퍽!왕범현은 이어서 한 발로 오반석의 아랫배를 걷어찼고 독기 가득 욕을 퍼부었다. “우리 삼촌은 이씨 가문의 도련님이라도 혼을 내주는 분이야. 하지만 네놈 아버지는 이씨 가문에서 기르는 그저 개 한 마리에 불과하지. 뭣도 아닌 주제에, 감히!” “자기 체면 좀 세우겠다고 이 개X식이 날 이용해?” 동혁은 아까 전 자신이 이천기를 혼내줬다고 직접 언급했다. 이 말을 기억했던 왕범현은 과감하게 오반석에게 손을 댔다. 어차피 문제가 생겨도 동혁이 해결해 줄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주저함 없이 왕범현은 오반석을 붙잡아 또다시 발길질을 했다. 그는 동혁과 아무런 원한관계도 없었는데 오반석의 지시로 인해 동혁의 손에 맞아 상처투성이가 되었다. 왕범현은 마음속에 있는 이런 모든 분노와 원한을 오반석에게 발산했다. 1분 후, 오반석은 만신창이가 되어 숨을 쉬기도 어려웠다. “너, 너희들 두고 봐. 우리 아버지가 너희를 그냥 둘 거 같아? 이씨 가문에서도 네놈들을 가만두지 않을 거야.” 엉망이 된 오반석은 여전히 굴복하지 않고 거만하게 소리쳤다. 동혁은 오반석의 오기에 감탄했다. 그는 일어나 다가와서는 웅크리고 앉아 오반석의 얼굴을 때리며 말했다. “네가 현소를 노리고 왕범현에게 충동질한 거 맞지?” “그래, 내가 그랬어. 그게 뭐가 어때서?” “이동혁, 잘 들어. 오늘 내가 이렇게 당했지만 다음에도 네놈이 운이 좋을까?” 오반석이 날카롭게 말했다. “분명히 말하는데 네놈에게 다음은 없을 거야.” “이제 네놈에게 허락된 시간이 3시간도 안 남았어. 지금이라도 빨리 천성 도련님을 N도로 돌려보내는 게 좋아. 안 그러면 이씨 가문이 네놈에게 엄청난 복수를 할 테니까. ” “물론 네놈이 무릎을 꿇고 내 신발을 핥으며 부탁한다면 내가 아버지께 말 좀 해달라고 해줄 수도 있...” 짝!동혁은 오반석의 뺨을 때려 말을 끊고 일어나 왕범현에게 말했다. “이
현수린은 현소가 자신들을 용서할 줄 알고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는데 의외의 대답을 할 줄은 생각지 못했다. 그녀는 너무 화가 나서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흥분한 현수린은 아랑곳하지 않고 바로 욕설을 퍼부었다. “현소, 이 가식덩어리 같은 년. 겉으로는 순진한 척하면서 속은 구렁이로 가득한 년이...” “짝!” 나선호가 따끔하게 현수린의 뺨을 내리치자 머리가 풀어헤쳐진 그녀가 비명을 질렀다. 동혁은 배경문 등을 째려보고 차갑게 말했다. “그럼 내가 직접 때려줄까?” 짝!배경문 등이 흠칫 놀라 두 손을 번쩍 들어 스스로 좌우로 얼굴을 미친 듯이 때리기 시작했다. 현수린은 나선호에게 머리채를 잡힌 채 맞았다. 잠시 동안 사람들 사이에서 뺨을 때리는 큰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곧 배경문 등의 얼굴은 부어 엉망이 되었다. “왕 사장, 그 쓸모없는 데릴사위 놈 약하지? 그렇다고 설마 죽인 건 아니지?” 그때 누군가 계단을 올라오며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오반석이 거들먹거리면서 2층으로 올라와 웃으며 다가왔다. 바로 그는 무릎을 꿇고 있는 왕범현과 한쪽에서 자신들의 뺨을 마구 때리고 있는 배경문 등을 발견했다. 계획대로라면 왕범현의 자리에 있어야 할 동혁이 지금 멀쩡하게 소파에 앉아 있었다. 오반석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2층의 모습은 그가 예상한 것과 완전히 달랐다. 동혁은 가만히 미소를 지으며 오반석에게 조롱하듯 물었다. “도련님 오셨나? 근데 뭘 그리 놀라는 거지? 너무 예상밖이라서?” 잠시 멈칫했던 오반석이 반응했다. 그는 불쾌한 표정으로 동혁을 노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하, 이동혁, 네놈이 제법 실력이 있나 보네? 저렇게 왕 사장을 처리하다니.” “그래서 나보고 올라오라고 한 게 이걸 보여주려고 그런 거야?” “왜? 고작 별것도 아닌 인간 하나를 무릎 꿇렸다고 이 오반석이 놀랄 것 같아?” 깔보는 듯한 오반석의 말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고 있던 왕범현이 순간 고개를 들어 분노의 눈빛으로 오반석을 노려
왕범현은 욕을 먹고는 당황하여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갑자기 그는 심한 고통에도 몸을 뒤척여 일어나 “풀썩” 소리와 함께 바닥에 유리 조각 더미 위에 무릎을 꿇었다. 바로 무릎에 여러 개의 상처가 났다. “윽.” 왕범현은 너무 아파 숨을 제대로 쉴 수도 없었지만 온몸의 심한 통증을 계속 참으며 동혁에게 정중하게 고개 숙여 엎드렸다. “동혁 삼촌, 제가 잘못했어요. 저를 원하시는 만큼 때려주세요. 제가 조금이라도 저항하면 제 성을 바꿀게요. ” 이 순간 왕범현은 동혁에게 완전히 굴복했다. 동혁은 의외라고 생각하며 눈썹을 치켜올렸다. “보아하니 너도 그리 미련한 놈은 아니구나.” “그래 좋아. 이제라도 잘못을 알았다면 무릎을 꿇고 있어.” “아, 그리고 참고로 뭐 좀 묻자.”나선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 선생님의 말을 들으니 범현이가 겨우 목숨은 건진 것 같구나.’ 왕범현은 더 이상 동혁에게 반항할 마음이 없어서 얌전히 말했다. “삼촌, 얼마든지 물어보세요.” 동혁은 소파에 앉아 물을 따라 천천히 마시며 물었다. “오반석이 너보고 나를 귀찮게 하라고 시켰어?” “맞아요. 그 개X식이 저를 속였어요. 이전에 삼촌이 자기에게 잘못했다면서...” 왕범현이 설명하려고 하자 동혁이 손을 내저으며 그의 말을 막았다. ‘건방진 부자 도련님이 다른 사람을 괴롭혀 달라면서 뭐라 했을지는 뻔하지. 틀림없이 오반석, 그놈은 나를 만만한 데릴사위라고 하면서 왕범현에게 부탁했을 거야.’ 동혁이 나선호를 힐끗 쳐다보면서 지시했다. “사람을 시켜서 오반석을 데려오라고 해요.” “너, 다녀와.”나선호는 두말없이 학생 하나를 지목했다. 오반석을 기다리는 동안 동혁은 가만히 있지 않고 배경문, 현수린 등을 차가운 눈빛으로 훑어보았다. 그들은 마치 맹수에게 먹잇감으로 찍히는 듯한 공포를 느끼고는 절로 무릎을 꿇었다. “동혁 삼촌,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아까까지 왕범현을 믿고 거들먹거리던 남녀가 지금은 일말의 도도한 표정도 없이 미친 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