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잠시 어리둥절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이동혁, 네가 누구를 또 속이려고? 이 전신께서 방금 떠나셨다고 다시 그분을 사칭하는 거야? ” 동혁에 대한 깊은 편견을 가진 화란은 당연히 동혁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아무리 세화라도 그건 마찬가지였다. 동혁이 담담하게 말했다. “여보, 내가 어제 에메랄드정원에 왔을 때, 항남의 의관총으로 쓰겠다고 조씨 가문에게 오늘 에메랄드정원을 내놓으라고 했잖아.” “그리고 3대 가문 모두 출석해 상복을 입고 항남을 애도하라고 했을 때도 다들 내가 허풍을 떨고 있다고 생각했지? 아니야?” 동혁은 세화에게 자신의 정체를 숨길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동혁의 아내이기 때문이다. 설령 세화가 동혁이 전신이라는 것을 알게 되더라도 동혁이 세화에게 비밀을 지키라고 당부하면 그녀는 외부에 절대 발설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해야 H시가 안전하기 때문이다. 방금 세화가 실망하는 모습을 보고 동혁은 진실을 말하고 싶었다. “맞아.” 세화, 현소 등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동혁이 말한 건 모두 그들이 어제 직접 본 사실이었다. “그럼 지금은?” 동혁은 웃으며 물었다. “내가 말했던 허풍이 다 그대로 이루어졌잖아?” “설마? 형부가 설마 진짜 이 전신인 거예요? 맞아, 두 분 성이 모두 이씨잖아요? ” 현소는 놀라 다소 과장되게 작고 붉은 입을 손으로 틀어막고는 두 눈을 반짝이며 동혁을 바라보았다. “어쩐지 형부가 한 말이 다 이루어져서 귀신이라도 들린 줄 알았어요.” “우리 아빠에게 기밀수칙을 백 번 베껴 쓰게 하겠다고 했는데, 바로 백 번 베껴 썼어요.” “전화 한 통에 아빠가 군부사법부에게 잡혀 감금되었고요.” “정말로 허풍 같던 모든 말이 다 이루어졌어요.” “전 국민이 형부가 이 전신을 사칭한 것을 알고 있는데도 이 전신이 3대 가문은 벌하고 형부를 벌하지는 않았잖아요.” “그렇다면 형부가 이 전신이 아니고서야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해요?” 류혜연이 현소를 매섭게 쏘아보았다.
세화는 오히려 동혁을 탓하지 않았다.동혁이 오늘 무사히 재난을 넘긴 것만으로도 그녀는 만족했다.‘한가족의 평안보다 더 중요한 게 뭐가 있어?’“가요, 집으로.”두 가족은 함께 하늘 거울 저택으로 돌아왔다.점심을 먹을 때.H시 지역 텔레비전 뉴스는 오늘 에메랄드정원에서의 장례식에 대해 장황하게 보도했다.이번 장례식의 후폭풍은 아직 가라앉지 않은 듯 했다.[왕조희의 단독 콘서트가 취소되어 많은 팬들이 공연장으로 몰려와 환불을 요구하자 소속사는 성명을 내고 그녀와의 메니지먼트 계약을 해지했습니다.][왕조희는 자진해서 자수했고 백항남 회장의 성폭행 사건은 3대 가문의 지시로 조작되어 이루어진 것이라고 시인했습니다.][노무식, 하명설, 소우진 등 많은 사람이 연이어 자수했습니다...][또한 조씨 가문의 가족 백여 명이 이미 에메랄드정원에서 집단 이주한 사실도 알려졌습니다.][3대 가문이 장악하고 있던 독점 산업과 그들 명의의 부동산과 토지들이 적극적으로 환수되었고 조만간 시청에서 그에 대한 경매가 진행될 것입니다.][시청 책임자는 이 전신이 H시의 재정으로 반환한 2조의 자금은 H시에서 양질의 산업 육성과 좋은 산업 환경을 조성하는 데 쓰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3대 가문의 재산을 환수한 것은 물론 동혁의 뜻이다.이것이 그가 3대 가문을 놓아주는 조건이었다.이제 3대 가문과 관련된 모든 산업들이 없어졌다.그렇게 3대 가문은 H시의 역사에서 완전히 물러나게 되었다.“2조의 자금을 전부 산업 지원에 쓰다니, 시청에서 이번에는 정말 큰 결정을 했네.”세화는 기대 섞인 눈빛을 하며 말했다.‘우리 세방그룹도 이 기회에 지원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면 좋을거야.’“자금이 문제가 아니야. 3대 가문의 명의로 된 그 산업들, 만약 세화, 네가 그중 일부를 낙찰받는다면 그룹이 더 크게 성장할 수 있을거야.”줄곧 과묵했던 진창하가 모처럼 의견을 밝혔다.그러나 곧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우리 그룹이 아직 너무 작아서 한몫을 나누어 갖기가
황지강은 선우설리의 전화를 받았다. 그는 즉시 사람을 보내 동혁의 말을 N도 이씨 가문에 전달했다. N도 이씨 가문 본가. 오늘 이씨 가문의 중요한 가족들이 모두 여기에 모였다. H시를 공략하는 일에 대해 상의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던 중에 그들은 H시에서 전갈을 받았다. “H시의 그 쓸모없는 놈이 한 경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이씨 가문의 가주 이연은 흥분해하며 사람들을 보고 있었다. “형님, 이동혁은 이제 쓸모없는 놈이라고 그냥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이씨 가문의 둘째인 이심이 말했다. “저희가 입수한 정확한 정보에 따르면 녀석은 백항서라는 가명을 쓰고 3대 가문의 눈앞에서 항난그룹을 재건했어요.” “현재 3대 가문이 이 전신에 의해 처벌되었고 일부는 재산은 공공자산으로 환수되었답니다. 또 일부는 백항남 가족에게 주어져 항난그룹이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우리가 또다시 이 놈을 정신병자로 취급하고 무시하다가는 오히려 당할 수 있습니다.” 이심의 말을 들은 많은 사람들의 눈에서 동혁에 대한 무시가 사라졌다. 동혁은 백항서로 이름을 바꾸었다. 그리고 보름도 안 돼 항난그룹이 완전히 탈바꿈되리라고는 그들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동혁은 뒤에 숨어서 겉으로는 허세를 부리는 척하며 다양한 방법으로 도왔다. 3대 가문은 방심했다. 그 순간 우연처럼 어디선가 이 전신이 나타나 개입했다. 이러한 일들로 인해 항난그룹은 빠르게 성장했다. 동혁이 보여준 이런 수단은 마치 6년 전 그들 이씨 가문의 성장을 이끌었던 모습과 유사했다. ‘그야말로 사업의 귀재였지.’ 그러나 당시 동혁이 약을 먹고 미치게 된 이후로 양측은 서로 손해를 보았고 지금은 원수가 되었다. “그럼 우리 이씨 가문 사람들이 H시에 가서 무릎을 꿇고 그놈 아내의 가족에게 사과라도 해야 한다는 말인가요?”이씨 가문 이연의 딸 이천홍이 이를 갈며 말했다. “어쨌든 저는 받아들일 수 없어요. 저는 이 잡종 같은 놈을 죽여버릴 거예요.” 지난번 그녀의 생일 파티 때.
지난 보름 동안 이천기는 늘 동혁을 직접 죽여버리고 싶었다. 대리점 총회에서 자신을 망신시킨 동혁에게 복수해 원한을 풀고 싶었다. 이천기는 즉시 팀을 이끌고 H시로 향했다. 그날 밤 이천기는 N도 이씨 가문을 대표하여 다이너스티 호텔에서 만찬을 열었다. H시의 권력가와 부유한 사업가들이 모두 초대장을 받았다. 이 만찬의 목적은 명백했다. 그건 바로 N도 이씨 가문이 H시로 돌아왔다는 것을 분명히 알리기 위해서 이다. 이씨 가문은 H시에서 시작한 명문가이다. 시간이 6년 지났지만. H시에서의 그들의 입김과 영향력은 계속 유지되고 있었다. 분명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N도 이씨 가문은 H시의 최고 지배세력이었다. 그의 비하면 3대 가문은 단지 이씨 가문의 지시를 받는 상대적으로 작은 지배세력에 불과했다. 초대장을 받은 사람은 만찬에 안 갈 수 없었다. “동혁 씨, 이천기가 만찬을 연 거 알지? 세방그룹에도 초대장을 보냈는데 우리 둘을 초대했어.” 저녁에 세화가 회사에서 돌아와 금빛 초대장을 내밀며 말했다. “가자고, 못 갈 이유가 없잖아. 안 그래도 이천기를 보고 싶었는데. ” 동혁이 눈에서 의미심장한 빛이 번쩍였다. ‘내 경고를 받고도 복귀를 선언하는 만찬을 대대적으로 벌이며 나를 초대까지 한다고?’ ‘뻔하지, 나를 일부러 도발하려는 거지.’ “됐어, 그냥 가지 말자. 틀림없이 가도 별로 좋을 것이 없어.” 세화는 초대장을 한쪽으로 던져버렸다. 그녀는 이천기의 그 괴팍하고 광적인 성격을 생각하고는 그가 동혁을 보면 분명 모욕과 조롱을 할 것이라고 짐작했다. ‘그런 곳에 가서 괜히 화낼 필요가 없지.’ “알았어, 여보. 당신 말 들을게.” 동혁은 세화가 가기 싫어하자 참석하려던 생각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잠시 후 동혁은 수소야의 전화를 받았다. [회장님, 항남그룹으로 이천기의 초대장이 왔는데, 여기 초대하는 사람으로 회장님을 지명했고 거기에 회장님의 진짜 이름을 썼어요.] “이씨 가문은 내가 백항서라는 가명을
사실은 이러했다. 태휘와 화란이 이천기를 만나러 온 것은 바로 진한영이 지시한 것이다. 3대 가문이 해체되면서 진한영은 자신도 한몫을 챙기지 못한 아쉬움을 견딜 수 없었다. 하지만 진성그룹은 빈껍데기만 남았고 사람들은 모두 세방그룹으로 달려갔다. 결국 진씨 가문에는 사람도 없고 돈도 없게 되었다. 그런데 마침 이씨 가문이 세화 가족을 처리하려 한다는 것을 알고 진한영은 주동적으로 태휘 남매를 이천기에게 보냈다. “음, 가문에서 돕는다면 훨씬 손쉽게 일을 처리할 수 있겠어. 너희 말이 일리가 있는데?” 이천기는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그래 그럼 말해봐. 진씨 가문이 요구하는 조건이 뭐지?” 대답을 듣고 매우 기쁜 진태휘는 굽신거리며 이천기에게 다가갔다. “저희는 천기 도련님께서 N도 이씨 가문을 대표하여 진씨 가문의 위해 몇 마디 힘 좀 보태주셔서 진씨 가문이 이번 3대 가문이 해체되는 과정에서 한몫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 정도면 괜찮군. 좋아, 내가 너희들을 위해 말 좀 넣어 놓지.” 이천기가 흔쾌히 승낙했다. 태휘 남매가 진씨 가문에 이 소식을 알리자 진한영은 매우 기뻐했다. ... 만찬장에서 이천기가 한 말은 곧바로 동혁에게 전해졌다. 동혁은 이천기 같은 햇병아리에 대해 조금도 신경이 쓰이지 않았고, 별로 관심도 없었다. 반면 세화 가족은 매우 불쾌했다. 하지만 이천기 뒤에는 N도 이씨 가문이 있었다.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해도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화를 참는 것뿐이다. “동혁아, 바보 같은 너 때문에 우리 식구들이 얼마나 다른 사람들 입에 오르내려? 너 같은 사위가 대체 어디 있어?” 류혜진은 동혁에게 괜한 화풀이를 했다. 세화는 자신도 별로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애써 동혁을 위로했다. “이천기가 한 말들은 마음에 두지 마. 그냥 우리 끼지 잘 지내면 된 거야.” “응.”동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방에 가서 샤워를 한 동혁은 세화 방에 아직 불이 켜져 있는 것을 보고 그녀 방으로 들어갔는
세화 맞은편에 안경을 쓴 중년 남자가 있다. 남자는 점잖아 보이는 것이 마치 학자다운 풍모를 지녔다. 이 사람은 N도대학의 교수이자 박사과정을 지도하고 있는 엄봉석이다. 이번에 자금지원 심사위원회의 위원장 겸 수석 심사위원으로 초빙되었다. 그래서 그의 발언권은 큰 힘이 있었다. “왜 그러시죠? 진 회장님, 지금 내 전문성을 의심하는 겁니까?” 엄봉석은 갑자기 얼굴을 찌푸리며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 세화는 재빨리 사과했다. “죄송해요. 제가 너무 흥분해서 그만 실수했습니다. 엄 교수님께서는 덕망이 높은 대학자이신데 제가 감히 어떻게 교수님의 판단을 의심하겠어요?” “아니라면 됐습니다.” 엄봉석은 그제야 안색이 좀 누그러졌다. 그는 안경을 고쳐 끼며 말했다. “저희 심사위원회의 심사 결과는 공평하고 공정합니다. 아무 문제없으니 나가주세요.” “알겠습니다.” 세화는 실망하며 돌아섰다. “잠깐만요.” 그때 등 뒤에서 엄봉석의 목소리가 들렸다. 세화가 돌아서자 엄봉석은 고개도 들지 않은 채 담담하게 말했다. “심사도 사람이 하는 이상 실수가 있을 수 있죠. 제가 나중에 사람들에게 회장님 그룹의 계획을 재검토하라고 하겠습니다. 혹시 변경사항이 있다면 다시 통지할 수도 있으니 연락처 하나 남겨주세요.” “감사합니다.” 세화는 기쁜 마음으로 전화번호를 남겼다. ‘기회가 다시 있으니 다행이야.’ 그녀가 심사사무실에서 내려갔을 때, 많은 진씨 가문의 사람들이 대기 구역에 있는 것을 발견했다. ‘지원금을 신청하러 왔나?’ 세화를 본 진한영의 안색이 금세 안 좋아졌다. “세화야, 너희 세방그룹이 1차 심사도 통과하지 못하다니. 네 능력도 별거 아니구나? 그룹 회장을 빨리 그만둬야 할 것 같네.” 화란이 고소해하며 말했다. 진씨 가문 사람들은 세방그룹의 심사 결과를 이미 알고 있었다. 세화는 콧방귀를 뀌었다. “화란아, 너무 일찍부터 우쭐대지 마. 이번 심사위원회의 위원장은 N도대학에서 온 엄봉석교수님이야. 원래 업무에 매우 엄격
“그리고 심사위원회에 지원금 4000억을 받으면 1000억을 수수료로 돌려주겠다고 개인적으로 약속했어.” 화란은 세화가 진씨 가문의 이런 추잡한 비리를 알고 진씨 가문의 일을 폭로할까 봐 전혀 두렵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녀는 세화가 이씨 가문의 눈 밖에 나는 일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화란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거 알아? 이씨 가문에서도 8000억의 지원금을 받았어.” 세화는 놀라 의아해하며 눈을 크게 떴다. 동혁은 H시에게 2조의 자금을 돌려주었다. 원래 의도는 H시의 발전과 건설을 지원해 H시의 모든 시민들이 이익을 얻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지금 이게 무슨 소리지?’ ‘이씨와 진씨 가문이 뒷거래로 총 1조 2000억을 나누어 가졌다고?’ ‘이렇게 되면 이 자금은 3대 가문의 기존 사업을 나누어 차지하는 데 필요한 자금이 될 거야.’ 세화는 분노했다. ‘이씨와 진씨 가문이 이렇게 파렴치하다니.’ ‘H시에 대한 이 전신의 노고가 모두 무가치하게 변해 버렸어.’ “하하, 우리는 남은 3000억을 사용해 경매로 3 대 가문의 사업을 차지할 거고 그렇게 진씨 가문의 부를 눈덩이처럼 크게 부풀릴 거야.” “세화, 넌 가만히 우리가 도랑치고 가재 잡는 걸 잘 지켜봐, 아니, 우리가 H시의 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것을 보라고. 하하하.” “세화는 빽도 없고, 일처리도 안 되니, 이제 뭘 가지고 우리와 싸우겠어?” 진씨 가문 사람들은 세화를 한동안 조롱하고 거들먹거리며 떠났다. 이어서 또 한 무리의 회사 사장들이 화를 내며 걸어 나왔다. “젠장, 2조의 지원 자금이 있으면 뭐 해? 단번에 이씨와 진씨 두 가문에 1조 2000억을 분배하고서 배경이 든든한 사람에게 높은 평가 점수를 주고, 우리 같은 배경 없는 창업 회사는 눈곱만큼도 지원이 없다니. 정말 세상에 믿을 사람 아무도 없어!” “난 이제 이 전신도 더 이상 믿을 수 없어. 말만 번지르르하게 뭐? H시 건설을 지원해 H시 전체 시민이 해택을 얻도록 하겠다
“네, 엄 교수님, 무슨 일이세요?” 심사위원회의 겉과 속이 다른 모습을 생각하니 세화의 말투는 평소보다 다소 냉랭했다. [진 회장님, 세방그룹의 그 계획서를 저희 위원회에서 다시 검토해 보니 지원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었습니다.] [이러면 어떻습니까? 회장님이 다시 한번 와서 함께 얘기를 해보는 게.] 세화는 엄봉석이 자신의 일을 적당히 얼버무리려고 하는 건지 알지 못했다. ‘정말로 심사 자료를 다시 한번 검토한 거야?’ ‘이렇게 책임감을 가지고 일을 하신다고?’ ‘설마, 내가 엄 교수님을 지금까지 오해한 건가?’ ‘교수님은 그 두 가문과 야합한 것이 아니라, N도 이씨 가문에 눈밖에 날까 봐 어쩔 수 없이 그랬던 건가?’ “예, 감사해요.” 세화는 감격하여 전화를 끊었다. “엄 교수가 누구야?” 동혁이 물었다. 세화가 기뻐하며 말했다. “심사위원장인 N도대학 교수님이신데, 우리 계획서를 다시 검토했더니 지원금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데.” “그래? 그럼 같이 가보자.” 동혁은 일어나 차 열쇠를 집었다. ‘마침 나도 심사위원회의 일을 처리하러 가려던 참이었는데 잘됐어.’ “동혁 씨, 밖에서 기다려.” 시청에 도착하자마자 세화는 혼자 엄봉석이 있는 사무실로 들어갔다. “회장님, 아까 전화로 한 말은 생략하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습니다.” 염봉석은 안경을 추켜올리며 말했다. “회장님의 세방그룹이 신청한 지원금을 승인할 수 있습니다.” “아주 잘됐네요. 엄 교수님, 감사합니다.” 세화는 너무 기뻤다. 세방그룹은 1000억의 자금지원을 신청했었다. 하지만 세화는 처음부터 이렇게 많이 지원받을 줄은 기대하지 않았고 단 200억 도 괜찮다고 생각했다.2조의 자금이 많은 것처럼 보이지만 지원이 필요한 회사 역시 많았다. 현재 1조 2000억이 이씨와 진씨 두 가문에게 분배된 상황이었다. 남은 8000억을 다른 회사들이 나누어 지원받는다면 당연히 그 액수도 적을 것이 분명했다. “이 1000억의 지원자금을 저희 세방그룹이
우대평은 이미 동혁에게 맞아서 정신이 혼미했다.소파에 멍하니 앉은 채 동혁의 손바닥이 매번 뺨을 때려도 그저 가만히 있었다.“이동혁, 그만해! 또 때리면, 회장님은 너한테 산 채로 맞아서 죽을 거야!”나건성의 두려움과 공포가 섞인 고함 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저 쓰레기는 자기 은사가 맞고 있는데도, 감히 가까이 오지도 못하고 멀리 숨어 있네.’ 방금 동혁에게 뺨을 맞았기에, 나건성은 동혁의 손이 얼마나 매운지 깨달았다.‘이미 60세가 다 된 우대평이 얼마나 맞고 견딜 수 있을까?’동혁은 당연히 자신의 힘을 당연히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었다. 비록 우대평의 얼굴이 아릴 정도로 아팠지만, 그렇다고 맞아 죽을 정도는 아니었다.그러나 우대평이 맞아서 정신을 못 차리는 데다가, 이제는 동혁도 화가 많이 풀렸기에 때리던 손을 멈췄다.털썩!동혁이 손을 멈추자 우대평은 곧장 바닥으로 쓰러졌다.원래 동혁이 백핸드로 끊임없이 때리면서 우대평의 몸이 균형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우대평은 일찌감치 쓰러졌을 것이다.동혁이 더는 손을 대지 않는 걸 본 뒤에야 우시연과 나건성이 허둥지둥 달려왔다. 그리고 땅바닥에 엎어진 채 간신히 숨만 붙어 있는 우대평을 일으켜 세웠다.“큰아버지, 괜찮으세요? 제발 죽지 마세요, 흑흑...”“회장님 제발 버티세요. 제가 바로 구급차를 부를게요!”우시연과 나건성은 우대평의 늙은 몸을 끊임없이 흔들었다.한쪽에 서서 냉담하게 방관하던 동혁도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어서 담담하게 말했다.“이 뻔뻔한 늙은이, 너도 사람을 볼 면목이 없을 때가 있어?”“또 죽은 척하면서 나한테 누명을 덮어씌우려는 거지? 내가 두 대만 더 때려봐야겠어!”“어?”우시연과 나건성은 그 말을 듣고 멍해졌다.‘무슨 소리야, 우대평이 진짜 죽어가는 게 아니라 죽은 척하는 거야?’그런데 영혼이 없는 산송장처럼 보였던 눈꺼풀이 떨리더니, 우대평이 갑자기 눈을 떴다.우대평은 감히 더 이상 엄살을 부리지 못했다.“아아! 이 개자
동혁의 말을 듣고 우대평만 아니라 현장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우대평!H시에서 가장 오래 된 기업가이자 1세대 갑부! H시의 많은 기업가들의 존경을 받는 H시상공회의소 회장!‘동혁 씨가 아무리 간이 배밖에 나왔다 해도, 우대평에게 손을 대겠다는 터무니없는 말을 내뱉다니!’“동혁 씨, 하지 마...”세화가 동혁을 막으려고 무의식적으로 입을 열었다. 동혁이 정말 그렇게 한다면, 틀림없이 큰 파문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했기에.‘지금 여론이 이미 동혁 씨한테 온통 욕설을 퍼붓고 있는데, 또 일을 저지르면 큰일이야!’“괜찮아, 여보, 그저 아무 능력도 없는데, 늙은 티를 내며 거만하게 행세하는 걸 좋아하는 늙은이일 뿐이야. 때리면 때리는 거지.”동혁은 고개를 돌리지도 않은 채 세화를 안심시키면서, 우대평을 향해 계속 다가갔다.그때 갑자기 나건성이 달려들어 우대평의 앞을 가로막았다.“이동혁, 네 주제를 똑똑히 파악해! 네가 뭔데 감히 회장님에게 손을 대겠다는 거야!”“네가 회장님에게 폭언을 하고 불경한 짓을 한다면, 너는 더 이상 H시에서 설 곳이 없어!”나건성은 동혁에게 삿대질을 하면서 성난 목소리로 질책했다.“말 다 했어? 말 다 했으면 꺼져.”동혁은 나건성을 힐끗 보고는 손을 들어 따귀를 때렸다.‘내가 방에 들어왔을 때부터 이 나건성은 줄곧 성가시게 굴었지.’동혁은 줄곧 상대하지 않았다.그러나 지금 또 앞으로 달려 나와서 난리를 치자, 동혁도 더 이상 사양하지 않았다.“아...”피를 토하며 날아간 나건성이 땅바닥에 떨어졌다.이제 동혁은 아무 장애물도 없이 우대평과 얼굴을 맞대게 되었다!우대평은 무의식 중에 손에 든 찻잔을 움켜쥐었다.그러나 동혁의 앞에서 비겁한 모습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기에, 여전히 그대로 앉아 있었다.우뚝 솟은 산처럼 굳건한 모습은 그래도 꽤나 기백이 있어 보였다.심지어 동혁을 쳐다보지도 않았다.고개를 숙인 채 천천히 찻잔을 들고서, 우대평이 무심코 말했다.“어린 놈이 감히 내게 손
“이동혁, 어서 무릎을 꿇고 시연 양에게 사과하고, 회장님에게 사과해. 어쩌면 회장님의 용서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몰라!”이 말을 들은 세화가 바로 나건성을 노려보았다.‘나도 맞았는데 왜 동혁 씨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하라는 거야?’동혁은 나건성을 보지도 않고 담담하게 물었다.“우 회장, 이것도 당신의 뜻이야?”“당연하지.”동혁이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자, 우대평은 다시 소파에 앉았다.옆에 있던 찻잔을 들고 천천히 음미하면서 담담하게 말했다.“일을 잘못했는데, 또 다른 사람의 용서를 얻으려면 당연히 대가를 치러야 해.”“하지만 무릎을 꿇고 시연이에게 사과하는 건 네가 방금 뺨을 때린 것에 대한 대가일 뿐이야.”“내가 너를 용서할지 말지는 너의 후속 태도와 표현에 달려 있지.”짧디짧은 2분 간의 접촉에서 우대평은 동혁이 오만불손한 사람이라는 걸 알아냈다.그래서 이 기회를 빌어서 동혁의 성질을 고치고 길들일 생각이었다.‘그러면 나중에는 내가 시킨 대로 성실하게 리성투자회사와 천용훈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겠지.’‘그러면 오한민이 내게 신세를 지게 되는 거야.’“잘못했다고? 내가 뭘 잘못했는데?”동혁이 냉담하게 말했다.“우 회장, 당신 수하가 당신은 정직하고 덕망이 높다고 하던데, 그럼 내가 오히려 우 회장에게 묻고 싶은데.”“내 아내가 우시연에게 뺨을 맞았을 때 당신은 뭘 하고 있었지?”“이 H시 상공회의소의 당당한 회장이 나와서 막을 수 있었을 텐데?”“그리고 저 우시연은 스타공익재단의 책임자지만, 내 아내는 두 그룹의 회장이야.” “나는 저 여자가 무슨 백이 있길래 내 아내의 뺨을 때렸는지 모르겠어. 도대체 누구의 힘을 믿는 거야!”“우시연이 맞으니까, 그제서야 튀어나와서 신분과 경력으로 사람을 억누르겠다고?”“그게 바로 정직하고 덕망이 높다는 거야?”동혁은 냉혹하고 매서운 말투로 연거푸 질문했다.동혁이 결국 자신을 깎아내리는 말을 하자, 우시연이 갑자기 불쾌한 듯이 욕설을 퍼부었다.“개X 끼, 내가 네 마누라를 때렸는데
“시연아!”조카딸이 뺨을 맞고 날아가는 모습을 보자, 소파에 단정하게 앉아 있던 우대평이 놀라 울부짖었다.그리고 탁자를 치고 일어나서 찢어질 듯한 시선으로 동혁을 노려보았다.“어디서 온 나쁜 놈이 감히 우리 H시 상공회의소에서 건방지게 굴어!”“여보, 아파?”동혁은 우대평을 보지도 않은 채 세화의 손을 잡고 애틋한 목소리로 물었다.“괜찮아.”볼을 만지면서 바닥에 뻗은 우시연을 본 세화는, 맞은 얼굴이 덜 아픈 것처럼 느껴졌다.동혁이 자신을 무시하자, 화가 난 우대평은 이를 악물고 나지막하게 말했다.“여보? 이 나쁜 새끼, 바로 진세화의 폐물 데릴사위 남편 이동혁이야?”“늙은이, 너는 또 뭐야?”동혁이 차가운 눈빛으로 우대평을 바라보았다.우대평의 안색이 어두워지자, 우시연을 부축하던 나건성이 바로 고함을 쳤다.“건방지게! 이 분은 우리 H시상공회의소의 우 회장님이셔! 감히 회장님에게 불경을 저지르다니!”“우 회장이라, 당신이 우대평이야?”우시연을 힐끗 본 동혁이 큰 소리로 물었다.“저 천한 년도 성이 우씨던데, 당신 사생아야?”“이동혁, 너 건방지게!”분노한 나건성이 고함을 쳤다.“시연 양은 우리 회장님의 조카딸이야! 정직하고 덕망이 높으신 우리 회장님을 네가 이렇게 중상모략하다니! 절대 용서할 수 없어!”“빨리 회장님께 잘못을 빌지 못해!”“아, 내가 착각한 모양이네.”동혁은 고개를 끄덕이자,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있던 우대평의 표정이 약간 누그러졌다. 자신의 신분을 알았으니 동혁이 복종할 걸로 생각한 것이다.그러나 동혁은 갑자기 말머리를 돌렸다.“저 천한 년이 무지막지하게 날뛰면서 설치길래, 나는 집에서 가르치는 사람이 없어서 그런 걸로 생각했지. 바깥에 대놓고 내놓을 수 없는 사생라서 그런 줄 알았지.”“누가 가르친 모양이네... 그런데 어떻게 저따위로 가르쳤지?”동혁의 조롱하는 눈빛이 우대평의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 위로 떨어졌다.“피식!”세화는 바로 웃음이 나왔지만 얼른 입을 막았다.우시연에게 맞은 뺨이
“죄송합니다, 회장님. 저는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옳고 그름을 견지할 뿐입니다.”“이 세상을 비록 흑백 논리로 구분할 수 없다고 해도, 때로는 무조건 옳거나 틀린 경우도 있으니까요!”세화는 변함없이 우대평을 존중했지만 그 말투는 단호했다.우대평은 마치 발작할 듯한 기세로 코웃음을 쳤다.바로 그때, 안경을 쓴 여자가 잔뜩 화가 난 모습으로 뛰어들었다.“큰아버지, 제 화를 좀 풀어주세요!”“큰아버지, 그 이동혁이라는 폐물 데릴사위가 얼마나 날뛰는지 아세요?” “제가 그자를 자원봉사자에서 제명했을 때, 그 인간이 뜻밖에도 저를 위협했어요. 오늘이 제가 스타공익재단의 책임자로 있는 마지막 날이 될 거라고요!”“그 인간은 큰아버지를 정말 우습게 여기는 거예요. 정말 화가 나 미치겠어요!”여자는 세화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우대평의 앞에 와서 눈노를 쏟아냈다.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앞서 동혁을 자원봉사자 명단에서 제명했던 우시연이다.스타공익재단은 H시상공회의소가 출자해서 설립한 재단으로, 당연히 큰아버지 우대평 덕분에 우시연이 책임자가 될 수 있었다. 그 말을 듣자마자 우대평의 눈에서 노기를 드러냈다.“이동혁이 정말 그렇게 말했단 말이야?”“제가 큰아버지를 왜 속이겠어요! 그렇게 많은 자원봉사자 앞에서 저를 아주 우습게 여겼어요.” “큰아버지가 저를 도와주시지 않으면, 이 분노를 해소할 수 없을 거예요!”우대평의 옷자락을 붙잡고 하소연하던 우시연은, 문득 고개를 돌려 세화를 보고는 잠시 우두커니 바라보았다. “어, 저 사람은 누구에요, 큰아버지?”세화를 처음 봤지만 우시연의 마음속에서는 질투가 일었다.‘이 여자 너무 예쁜데.’ 세화의 온몸에 넘치는 자신감과, 속세를 벗어난 듯한 고귀한 기질에 우시연은 열등감이 폭발할 수밖에 없었다.“시연아, 저 여자는 바로 그 폐물 이동혁의 아내이자 혜성그룹의 회장인 진세화 씨야.”나건성이 마치 환심이라도 사려는 듯이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우시연이 줄곧 큰아버지 우대평의 총애를 받고 있기에
나건성은 세화에게 전혀 예의를 갖추지 않았다.고압적인 태도가 계속 이어지자, 곧 세화는 심한 압박감을 느꼈다.우대평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하면서 세화가 말했다.“회장님, 상공회의소에 끼친 손실에 대해서 깊이 사과를 드립니다. 그저 죄송하다는 말씀밖에 드릴 수가 없네요.”우대평은 가만히 앉은 채 가타부타 태도를 표명하지 않았다.나건성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진 회장님, 이 자리에서 개인적으로 사과를 해도 소용없습니다.” “지금 리성투자회사에서는 당신의 남편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라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당신의 남편은 무법천지처럼 행동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스타공익재단을 통해서 원화투자회사로 연락하여 사과하라고 했습니다만 당신의 남편은 거절하고 항난그룹을 찾았습니다.”“더군다나 우리를 거들떠보지도 않았습니다. 허, 정말 우리 H시상공회의소를 안중에도 두지 않다니.”“당신의 남편은 회원이 아니기에 어쩔 수 없다 해도, 진 회장 당신은 다릅니다.” “당신은 우리 H시 상공회의소의 정식 회원입니다. 솔선수범해서 회원으로서의 책임을 다해야 하지 않겠습니까?”이 말에 세화는 반박할 수가 없었다.H시상공회의소 회원이 확실하기에.앞서 H시상공회의소에서 찾아와서 입회 서류를 작성하게 했다.원래 세화는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비즈니스계에서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늘 온갖 협회와 단체에 가입할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지금은 입회 서류 한 장 때문에 H시상공회의소에서 자신에게 요구할 수 있는 명분을 가지게 된 것이다.“H시상공회의소에서 제게 뭘 요구하는지 모르겠습니다만?”세화는 염치불구하고 물을 수밖에 없었다.나건성이 간단하게 대답했다.“아주 간단합니다. 남편분이 천용훈 씨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도록 진 회장님이 나서서 얘기하시면 됩니다!”세화가 우대평을 힐끗 쳐다봤지만, 우대평은 여전히 말이 없었다.무표정한 얼굴이라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진 회장님, 이런 작은 일에 뭘 망설입니까? 되든 안 되든 말을 해야지요!”
‘사해상공회의소의 욕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S시 재계의 거두가 되려고 할 뿐만 아니라, 지금은 또 영향력을 확장하기 위해서 다른 도시들의 상공회의소에 손을 대기 시작했어.’그러나 이것은 동혁이 걱정할 문제가 아니다.“그래, 알았어.”전화를 끊은 동혁은 바로 선우설리가 보낸 주소로 달려갔다.H시상공회의소의 사무실은 다이너스티호텔에 있다.6층을 모두 사용하고 있는데, 장기적으로 보면 업무뿐만 아니라 접대와 회의에도 편리했다.세화는 동혁보다 조금 먼저 도착했다.직원의 안내로 회장실로 오자, 검은색 가죽 소파에는 우대평 회장이 단정하게 앉아 있었다.“후배 진세화가 우 회장님을 뵙습니다.”앞으로 나온 세화가 공손하게 후배로서의 예를 취했다. 이 덕망이 높은 선배에 대해서 세화는 줄곧 존경심을 가지고 있었다.60이 다 된 우대평의 귀밑머리는 벌써 반백인 상태였다.우대평이 허허 웃으면서 손사래를 쳤다.“진 회장, 너무 예의를 차릴 필요 없어요. 나는 그저 나이만 먹었을 뿐입니다.” “두 회사를 지휘하는 진 회장에 비하면, 그저 좀 일찍 태어난 정도의 경력밖에 없어요.”“그리고 그 당시 내가 창업을 시작했을 때, 진씨 가문에서는 할머님이 이미 진성그룹을 세우셨지요.” “나도 마찬가지지만 그 분의 인도를 받은 사람들이 많아요. 지금은 각지에 흩어져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미 공을 세워 이름을 날렸고, 거부가 되기도 했어요.”“그런데 지금의 진성그룹은, 아이고, 말하지 않아도 되겠지요...”그렇게 말하면서도, 우대평은 처음부터 끝까지 소파에 앉은 채 일어나지 않았다.세화는 진성그룹의 지금 모습을 떠올리면서 마음속으로도 한숨을 내쉬었다.‘그 당시 진성그룹이 할머니 수중에 있었을 때는, 어떤 모습이었을까?’‘지금은 전혀 존재감이 없어.’세화 일가를 제외하고는 진씨 가문 사람들 모두 성을 바꿔서, 조상마저 잊었다는 오명을 쓴 채 웃음거리로 전락했다.그러나 세화는 최근 제씨 집안에서, 할머니 제원화로 빚어진 각종 문제들을 청산하고 있는 것
우시연은 믿는 구석이 있기에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스타공익재단에서는 절대적인 권위를 가지고 있어서, 우시연이 자원봉사자로 뽑지 않겠다고 하면 자원봉사를 할 수 없을 정도였다.“좋은 일을 하는데 너희 동의가 필요하다니, 이게 무슨 개소리야!”자원봉사자들은 모두 분개했고, 몇몇 여성 자원봉사자들은 곧 울음이 터질 듯했다.그들 모두 대학생으로 현실은 어둡고 오싹하기만 했다.“나를 제명하겠다는 거지? 내가 가면 되겠네.”바로 그때 불쑥 말을 내뱉은 동혁이 레드 재킷을 벗으면서 그 여학생들을 위로했다.“모두 감정적으로 일을 처리하면 안 돼요. 우리가 자원봉사를 하는 건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한 게 아니잖아요.”“걱정 말아요, 나중에 내가 모두를 위해서 공정한 도리를 되찾아 줄 테니까요. “모두가 열심히 땀을 흘렸는데 또 눈물까지 흘리게 할 수는 없지요!”수위 변동이 긴급했기에, 동혁은 이 일 때문에 자원봉사자들이 대거 떠나게 되거나 구조가 지체되는 걸 원하지 않았다.그래서 잠시 화를 참는 쪽을 선택한 것이다.레드 재킷을 우시연의 옆에 있는 직원에게 던진 동혁이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았다.“우시연, 스타공익재단의 책임자, 맞지? 기억해 두겠어.”“내가 한마디 충고하지. 내가 간 후에 너는 절대 이 자원봉사자들을 난처하게 해선 안 돼. 자신의 앞날이 걸린 문제니까 잘 생각해.”“오늘이 네가 스타공익재단 책임자를 맡은 마지막 날이기 때문이야!”말을 마친 동혁은 돌아서서 바로 가버렸다.“흥, 항난그룹 회장 아주 대단해?”“우리 큰아버지 우대평에 비하면 너는 X도 아니야! 발톱의 때도 안 되는 주제에! 내가 무서워할 것 같아?”동혁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 우시연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조롱했다.동혁은 상대하지 않고 바로 집으로 돌아갔다.밤을 새운 데다가 또 반나절 동안 구조에 참여했기에, 피곤해서 좀 쉴 생각이었다.그러나 집에 돌아오자마자 장모가 동혁을 붙잡고 면전에서 퍼부어댔다.“이동혁, 이 나쁜 놈! 괜찮다고 해놓고서 왜 또 그 천용훈
장가연의 말을 듣자, 동혁의 눈빛이 차가워졌다.‘장가연과 H시상공회의소는 리성투자회사의 흉악한 속셈을 모르지만, 나는 알고 있어.’‘소위 법적 절차를 밟는다는 건 말짱 헛소리야.’‘증거가 확실하기 때문에, 리성투자회사에서 소송을 한다 해도 절대 이길 수 없어.’‘만약 내가 압력에 못 이겨서 정말로 사과를 한다면, 평생 그 누명을 안고 가야 해.’‘더군다나 상대방이 공개적으로 사과하라고 한 건, 나를 마음껏 모욕하겠다는 수작에 지나지 않아.’동혁은 확신했다.‘일단 내가 공개적으로 사과하면, 사건이 마무리되는 게 아니라 시작되는 거야!’“투자회사의 뜻? 장가연 씨, 당신이 투자회사를 대표한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사장인 내가 잠시 떠나 있을 뿐입니다. 언제든지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요!”장가연이 자신의 사과를 큰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이상 동혁도 거침없이 말을 내뱉었다.‘때로는 양보할수록 더 욕심을 내는 법이지.’[이동혁, 당신!]동혁의 태도가 이렇게 강경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던 장가연은 화를 참지 못하고 식식거렸다.“어차피 나는 절대 사과할 수 없으니까 그렇게 알아요. 나는 또 구조 작업에 가야 합니다.”동혁도 장가연이 화가 나든 말든 전화를 끊어버렸다.“당신이 이동혁 씨입니까?”몇 분 후 동혁 등 구조대원들은 계속 사람들을 대피시키고 있었다.갑자기 레드 재킷을 입은 사람들이 바로 동혁을 찾으며 다가왔다. 기세등등한 태도에 눈빛도 곱지 않았다.“내가 바로 이동혁입니다. 왜요?”동혁은 입에서 나오는 대로 물었다.선두에 선 젊은 여자가 안경을 고쳐 세우고는 거드름을 피우면서 말했다.“나는 스타공익재단의 책임자 우시연입니다. 지금 당신에게 우리 자원봉사자 명단에서 제명되었음을 알립니다!”이 말을 듣고 멍해진 주변의 구조대원들이 곧 우시연을 에워쌌다.“왜 이동혁 씨를 제명하는 겁니까?” “이동혁 씨는 우리 자원봉사자들 중에서도 가장 열심히 일하는 사람인데요!” “더럽고 피곤한 것도 전혀 마다하지 않았어요.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