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화와 천미뿐만이 아니다. 류혜진 등도 동혁을 아까부터 계속 주시하고 있었다. “맞아.” 동혁은 시원하게 인정했다. “정말이라고?” 믿을 수 없는 장면을 방금 직접 목격했다. 하지만 지금 동혁이 스스로 그것을 인정하니 모두는 더 충격을 받았다. ‘천기도 하지 못하는 일을 이동혁이 어떻게 한 거지?’ 지금 동혁은 모든 사람들의 눈에 점점 더 신비로운 사람으로 바뀌고 있었다. 동혁의 정체도 모두의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설마 이동혁은 군부 어느 고위층의 사생아였나? 게다가 그분이 천기의 아버지보다 계급이 더 높다고?’ “이 선생님, N도 군부 심 총지휘관이 R시에서 강철장갑 제1병단의 훈련을 참관하고 있었습니다. 선생님께서 R시에 도착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뵙고 싶다고 하십니다.” 바로 그때 계속 동혁의 뒤에 서 있으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던 장양호가 갑자기 그의 뒤로 다가와 작은 소리로 보고했다. 장양호가 언급한 심 총지휘관은 당연히 막 부임한 심석훈이다. 며칠 전 동혁은 이미 심석훈의 취임식에 참석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제 취임식이 며칠 남지 않았고, 심석훈은 곧 동혁을 만날 수 있었다. 동혁은 속으로 심석훈의 성격이 급하다고 생각했지만 한편으로 그의 흥분된 마음도 이해했다. 자신이 직접 훈련시킨 병사였던 심석훈이 직접 온다는 말에 동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오라고 해.” 곧 N도 군부기지 번호판을 단 녹색 지프 여러 대가 멀리서 나타났다. 지프에 달린 번호판을 보고 백천기가 어리둥절해 있다가 놀라서 소리쳤다. “N도 군부 심석훈 총지휘관님의 전용차예요!” “천기야, 그 심석훈이라는 분이 군부 고위층이야?” 류혜진은 다른 고위층 인물이 오자 호기심이 발동했다. “언니, 저 심 총지휘관이 군부 고위층뿐이게? 그거 말고도 어마어마한 사람이야.” 백천기가 대답도 하기 전에 군부에 속해 있어서 누구보다 군대 사정에 밝은 류혜연이 먼저 입을 열었다. “언니, 쉽게 말해서, 심 총지휘관은 N도 군부 전체에서 가
사람들 사이에서 이런저런 의견이 분분할 때였다. 심석훈의 전용차는 어느새 사람들 앞에 도착해 멈춰 섰다. 곧 어깨에 별을 단 기백 넘치는 젊은 사내가 차에서 내렸다. 뒤에 있던 경호 병사가 그에게 나라에서 장군만이 입을 수 있는 외투를 걸치려 하자 심석훈이 손짓을 하며 제지했다. ‘교관님 앞에서 감히 허세를 부릴 순 없어!’ 심석훈은 동혁을 발견하고 감격하며 당당하게 상대방을 향해 걸어갔다. 그는 자신의 운명을 바꿔준 동혁에 대해 진심으로 존경하는 마음이 가득했다. 곧 동혁 앞에 섰고, 자신의 마음을 담아 손을 들어 경례를 하려 했다. “심석훈, 누가 너에게 쓸데없는 일에 나서라고 했어?” 그때 침묵하고 있던 천미가 갑자기 차갑게 입을 열었다. 조금도 스스럼없는 말투였다. 천미가 갑자기 말을 하자 주변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 ‘심석훈이라니? 저렇게 예의 없이 이름을 불러?’ ‘당당한 N도 군부 총지휘관이자 지위도 높고 권력도 대단한 분에게 감히?’ ‘노하시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나중에 그 결과를 대체 어떻게 감당하려고 그러지?’ 그러나 사람들의 예상과 달리 심석훈은 아무런 화를 내지 않았다. 그는 먼저 동혁에게 죄송한 듯 눈빛을 보낸 후 천미를 바라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천미야, 네가 어려움에 처했는데 내가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 있어?” “네 도움 따위는 필요 없어!” 천미는 조금도 고마워하지 않고 차갑게 한 마디 했다. “언니, 심 총지휘관님과 아는 사이야?” 세화는 의아해했다. 눈치 빠른 사람들은 심석훈과 천미 사이의 관계가 가깝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 “진 회장님, 천미는 제 사촌 여동생입니다.” 심석훈이 공손한 어조로 말했다. 그는 이미 세화가 동혁의 아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내 사촌 여동생과 교관님의 아내분이 뜻밖에도 절친이라니.’ 지금 심석훈은 매우 기뻤다. 이건 그와 동혁의 관계가 그만큼 더 가까워졌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러자 모두가 놀라서 이번에 천미를 쳐다보았다.
사람의 선입견은 늘 바뀌기가 어렵다. 류혜진은 마음속으로 계속 동혁이 군대를 이동시켰다는 것에 대해 의구심을 가졌다. 방금 전 왕경철이 동혁 앞에 서서 경례하는 장면을 직접 봤어도 마찬가지였다. 류혜진은 그것이 그다지 진짜 같지 않았다. 그런데 마침 방금 천미가 석훈에게 한 말을 들었다. 그래서 그녀는 천미와 마찬가지로 이 병사들이 석훈에 의해 이동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모님, 그건...” 석훈은 다소 난처한 표정으로 동혁을 바라보았다. 천미가 연락하지 않아서 석훈은 이번 일을 전혀 몰랐다. 그는 동혁의 군대 이동 명령을 듣고서야 천미가 억류된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지금 그 사실을 부인한다면, 이 기회를 빌려 천미와 관계를 회복하려는 석훈의 의도가 물거품이 돼버릴 것이다. 동혁은 석훈의 난감한 상황을 간파해 스스로 석훈을 도와 입을 열었다. “맞아요. 병사들은 심 총지휘관이 이동을 지시한 겁니다.” “그럼 동혁이 넌 왜 아까 네가 불렀다고 했어? 너 또 거짓말한 거야?” 류혜진은 무조건 동혁을 향해 화부터 냈다. 석훈도 동혁이 군대 이동을 지시하지 않은 것이 왜 장모인 류혜진을 화나게 했는지 의아해했다. 그러나 그는 동혁이 자신 때문에 류혜진의 노여움을 사게 할 엄두가 나지 않아 재빨리 해명했다. “아니에요, 이모님. 정말로 교관...” 석훈이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동혁이 말을 끊었다. “제가 R시 군부에 도움을 요청했어요. 심 총지휘관이 소식을 듣고 군대를 이동시킨 거고요. 그러니 이 병사들을 제가 이동시켰다고 해도 무방하지요.” ‘그래, 뭐.’ ‘괜히 내가 착각을 했네!’ 류혜진의 눈에 실망의 빛이 떠올랐다.사실 그녀는 동혁이 정말로 군부의 어떤 고위층과 관계가 있기를 바랐다. 하지만 지금 보니 이것은 그녀의 일방적인 착각일 뿐이었다. 동혁에게 다소 마음이 풀린 모습을 보이던 류혜진은 자신의 착각이 풀리자 다시 동혁이 엄청나게 싫어졌다. “흥, 이러니 저러니 해도, 결국 이번에 세화와 천미가 구출된
류혜진의 말 때문에 분위기가 차갑게 얼어붙었다. 석훈은 더욱 기가 막힌 눈으로 류혜진을 바라보았다. ‘교관님의 장모님이 교관님을 저렇게 극도로 싫어하다니, 별일이 다 있네!’ 석훈은 동혁이 여자들에게 얼마나 인기가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잘 기억하고 있다. ‘국외 전장에 있을 때 교관님의 절대적인 풍채에 수많은 여인들이 열광했어.’ ‘심지어 이국 땅의 공주란 사람이 먼 길을 찾아와 스스로 잠자리를 청했었지.’ ‘단지 후손을 낳기 위해서 말이야.’ ‘만일 교관님이 살짝 고개만 끄덕였어도 수많은 미모와 집안 배경 모두 최고인 여자들이 앞뒤안가리고 달려들었을 거야.’ ‘왜냐하면 그는 이 전신이니까.’ ‘국외 전장을 누비며 혼자서 한 나라를 상대할 정도의 이 전신!’ ‘이 막강한 힘을 가진 교관님께 권력과 돈으로 얼마나 많은 나라에서 유혹의 손을 내밀었는데?’ ‘하지만 교관님은 그 여자들을 거들떠보지도 않았어!’ ‘그런데.’ ‘이모님은 교관님을 마음에 들어 하지도 않고 딸이 이혼하게 하다니!’ 석훈은 동혁이 너무 답답하고 억울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것은 교관님의 집안일, 나 따위가 감히 끼어들 수도 없지.’ 석훈은 류혜진이 동혁에게 이런 태도를 보이는 것이 전적으로 그가 직접 동혁을 만나러 오는 바람에 생긴 류혜진의 착각 때문임을 몰랐다. “엄마, 동혁 씨는 모함을 당한 거예요. 동혁 씨는 장 회장님을 죽이지 않았다고요. 분명 우리가 누명을 씌워 억울한 건 동혁 씨인데 엄마는 어떻게 그런 식으로 말할 수 있어요?” 세화는 불만스러워하며 말했다. 지금 그녀는 심지어 미안한 마음에 동혁을 마주할 자신조차 없었다. ‘감옥에 갇힌 동혁 씨는 자기가 어떻게 되는 상관하지 않고 바로 여기로 날 구하러 왔어.’ ‘그리고 군대가 심 총지휘관님에 의해 이동되어 왔다고는 하지만, 어쨌든 동혁 씨는 날 위해 최선을 다 했어.’ ‘하지만 난 이전에 동혁 씨가 사람을 죽였다고 오해했지.’ ‘거기다 여러 사람들 앞에서 동혁 씨의 뺨을
동혁이 세화를 품에 꼭 껴안았다. 그 모습을 본 류혜진의 두 눈에서 불이 뿜어져 나올 듯했다. 그녀는 꿈에서도 두 사람이 헤어지기를 원했지만 세화는 기어코 그녀와 맞서려고 했다. “동혁 씨, 나랑 함께 집에 돌아갈 거지? 난 당신과 이혼하지 않을 거야.” 세화는 류혜진이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었다. 동혁이 세화의 등을 토닥였다. 그는 류혜진을 보며 말했다. “세화야, 넌 일단 부모님과 먼저 돌아가있어. 나중에 어머니 화 좀 풀리시면 나도 다시 돌아갈게.” “동혁이, 너 그렇게 날 생각하는 척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류혜진은 오히려 콧방귀를 뀌며 동혁을 조금도 받아주려 하지 않았다. “내가 아무 이유도 없이 너보고 무조건 세화와 헤어지라고 한다고 생각하지 마!” “다 네가 문제야.” “그 나천일이 왜 너에게 누명을 씌웠겠어? 네가 다 남에게 미움을 샀으니까 그런 거잖아.” “그는 강오그룹 사람이야. 밑에 얼마나 많은 부하들이 있겠어? 그 사람들 실력이 얼마나 무서운지 너도 강오그룹에서 근무한 적이 있으니 나보다 더 잘 알 거 아니야?” “지난번에 그 사람들이 집에 사람들을 보내 보복하려 했을 때도 천기가 아니었다면 우리 가족은 모두 너를 따라 화를 입었을 거야.” “지금 너와 나천일 사이에 원한이 있으니 그는 분명 너에게 계속 복수하려 할 거야.” “만약 네가 정말 세화를 위한다면 세화가 이런 문제를 일으키지도 않게 했어야지. 우리 가족이 얼마나 힘들지 생각이나 해봤어?” 류혜진은 아주 차갑게 말을 했다. 그녀의 눈에 동혁이 바로 화근이었다. “엄마, 그럼 우리가 더더욱 동혁 씨를 하늘 거울 저택으로 데려가야죠. 그래야 나천일이 감히 사람을 보내 복수할 수 없을 거 아니에요.” 세화는 류혜진의 말을 듣고 조금 겁이 났다. 류혜진은 세화를 노려보았다. “너 바보야? 그럼 앞으로 출근도 안 할 거야? 평생 집에 틀어박혀 손가락만 빨고 살 거냐고?” 그러자 세화는 말문이 막혔다. “여보, 걱정하지 마. 나천일 일은 내가
“예, 교관님, 보고합니다.” 석훈은 무의식적으로 가슴을 펴고 동혁에게 경례하며 보고하려 했다. 그는 처음 동혁의 특별훈련소에서 몸에 밴 규율을 아직도 잊지 않고 있었다. 동혁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지금 말하는 건 사적인 일이니 편하게 이야기해.” “예!” 석훈은 그제야 긴장을 풀고 말했다. “천미는 저의 큰아버지, 그러니까 심씨 가문 가주의 막내딸입니다.” “큰어머니께서 세상을 떠난 후 천미는 아버지가 새어머니와 결혼한 것에 불만을 품어 심씨 가문과 사이가 나빠졌고, 후에 스스로 떠나길 결정하고 심씨 가문을 나갔습니다.” 이른바 자기 추방. 스스로 가문과 연을 끊고 가문의 족보에서 이름을 지우는 것이다. 그 이후로 그녀는 가족과의 관계를 완전히 끊었다. 천미의 처지는 동혁과 꽤 비슷합니다. “그 여자가 고집만 세다고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그렇게 강단이 있는 줄은 몰랐군.” 천미 대한 동혁의 평가가 조금 달라졌다. 동혁은 G시 이씨 가문에서 추방되었다. 하지만 천미는 자기 스스로 가문에서 나갔다. 석훈이 특별훈련소에 소집되었을 때 동혁은 그의 자료를 본 적이 있었다. 그래서 심씨 가문이 세력이 큰 가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마치 강하고 유서가 깊은 나무와 같았다. 절대 G시 제일 이씨 가문같이 벼락부자로 명문가 된 것과 비교할 수 없다. 천미가 심씨 가문에서 스스로 나왔다는 것은 큰 후원자와 손쉽게 얻을 수 있는 부귀영화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그녀는 아무것도 없이 모든 것을 처음부터 시작해야만 했다. 이렇게 그녀처럼 가진 모든 것을 포기하는 일은 일반인들은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다. 석훈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말했다. “저, 교관님, 무리한 부탁이 있는데, 말씀을 드려야 할지 말아야 할지...” “그렇게 우물쭈물할 거면 말하지 마! 언제 그런 나쁜 버릇을 배운 거야?” 동혁은 참을 수 없다는 듯이 석훈을 노려보았다. 난처해진 석훈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멀지 않은 곳에서 무릎을 꿇고 있던 백효성은 이
백효성은 놀라서 벌벌 떨었다. 그는 떨며 말했다. “이 선생님께서 아직 일어나라고 하시지 않아서 제가 감히 일어날 수가 없습니다.” 백효성은 일부러 동혁의 환심을 사려고 했다. 동혁이 시큰둥하게 콧방귀를 뀌었다. “일어나세요.” 백효성은 그제야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그는 눈동자를 굴리며 최대한 비굴한 자세로 말했다. “이 선생님, 사실 강오그룹에 대해 보고드릴 일이 하나 더 있습니다.” “말해 봐요.” 동혁이 무표정하게 말했다. 백효성이 말했다. “장 회장이 중독으로 숨지기 전날 밤 N도 최고 의사인 안구정이 H시에 와서 장 회장을 만났습니다.” “그런데 막상 장 회장이 죽자 그 안구정도 사라졌어요.” “그래서 제 짧은 생각엔 안구정은 염동철이 장 회장에게 보낸 사람일 것이라고 추측됩니다.” 백효성은 말을 마치고 아첨하는 얼굴로 간사한 웃음을 지으며 동혁을 쳐다보았다. 그는 동혁이 누명을 썼으니 모함한 사람들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제공한 이 중요한 단서가 분명 동혁에게 유용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잘하면 이 전신이 날 용서하고, 좋은 연줄까지 생길 수 도 있어.’ 백효성은 자신이 동혁에게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백효성은 동혁이 웃는 듯 말 듯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 표정은 마치 동혁이 백효성을 비웃는 것처럼 보였지만 결코 무시하는 기색은 없었다. “백 사장님, N도 전체에서 당신이 찾지 못하는 일은 없다면서요?” “이 선생님께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모두 다른 사람들이 하는 말이고 저는 그런 말을 한 적도 없습니다.” 백효성은 연신 손을 흔들며 부인했지만, 표정에는 약간 자부심이 있었다. 분명 그는 자신이 정보수집에서 최고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백 사장님이 잘못짚은 거 같군요.” 동혁은 담담하게 계속 말했다. “그 N도 최고 의사 안구정은 염동철이 장 회장에게 보낸 사람이 아니에요.” 동혁은 안구정이 장해조에게 온 이유를
“심천미, 천일이가 이미 네가 강오그룹의 내부자라는 확실한 증거를 제시했어. 그에 대해 뭐 할 말이 있어?” 천미가 차에서 내리는 것을 보고 선도일은 자신의 단검을 살짝 치켜들었다. 천미는 천천히 문을 닫고서 고개를 돌려 선도일을 바라보았다. “삼촌, 하늘 거울 저택 옆집은 H시 군부 설 대도독의 저택이에요.” 천미가 담담히 말했다. “전에 조기천이 20명의 킬러를 보내 보복하려다 여기서 모두 사살됐어요.” “그러니 지금 여기서 저를 죽이실 작정이라면, 아마 득 보다 실이 많을 겁니다.” 천미는 당연히 죽고 싶지 않았다. 특히 나천일에게 누명이 씌워져 억울하게 죽기는 더더욱 싫었다. 그래서 그녀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선도일에게 이 말을 했다. 선도일이 즉시 손을 쓰려는 생각을 단념하게 하려는 의도이다. ‘삼촌이 즉시 손을 쓰지 않는 한, 내가 최선을 다해 설득하고 해명할 시간을 벌 수 있어.’ 선도일은 눈살을 찌푸렸다. 하늘 거울 저택의 대문을 보며 그는 아직도 희미한 피비린내를 느낄 수 있었다. 과연 선도일은 단검을 내려고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그럼 다른 데로 가자.” “좋아요.” 천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선도일은 천미가 도망갈 것을 전혀 걱정하지 않는 듯 바로 고개를 돌려 떠났다. 천미도 분명 도망갈 생각이 없었고 그 뒤를 따라갔다. “언니, 저 사람과 함께 가지 마. 여기 하늘 거울 저택에 있으면 언니는 절대 안전해!” 세화는 얼른 차문을 열고 내려서 초조하게 소리쳤다. “그렇다고 내가 평생 하늘 거울 저택에 숨어 있을 수는 없잖아.” “게다가 내가 하늘 거울 저택에 숨으면 어떻게 아버지의 복수를 하고 진짜 내부자를 잡아낼 수 있겠어?” 천미는 고개도 돌리지도 않고 손을 내저으며 선도일을 따라갔다. 세화는 그 뒤에서 발을 동동 굴렀다.그녀는 절친인 천미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언니는 한번 결정한 일은 죽는 한이 있어도 되돌리는 법이 없어.’ “이제 어떡해? 그 노인네 딱 봐도 사람을 쉽게 죽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