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효성은 놀라서 벌벌 떨었다. 그는 떨며 말했다. “이 선생님께서 아직 일어나라고 하시지 않아서 제가 감히 일어날 수가 없습니다.” 백효성은 일부러 동혁의 환심을 사려고 했다. 동혁이 시큰둥하게 콧방귀를 뀌었다. “일어나세요.” 백효성은 그제야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그는 눈동자를 굴리며 최대한 비굴한 자세로 말했다. “이 선생님, 사실 강오그룹에 대해 보고드릴 일이 하나 더 있습니다.” “말해 봐요.” 동혁이 무표정하게 말했다. 백효성이 말했다. “장 회장이 중독으로 숨지기 전날 밤 N도 최고 의사인 안구정이 H시에 와서 장 회장을 만났습니다.” “그런데 막상 장 회장이 죽자 그 안구정도 사라졌어요.” “그래서 제 짧은 생각엔 안구정은 염동철이 장 회장에게 보낸 사람일 것이라고 추측됩니다.” 백효성은 말을 마치고 아첨하는 얼굴로 간사한 웃음을 지으며 동혁을 쳐다보았다. 그는 동혁이 누명을 썼으니 모함한 사람들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제공한 이 중요한 단서가 분명 동혁에게 유용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잘하면 이 전신이 날 용서하고, 좋은 연줄까지 생길 수 도 있어.’ 백효성은 자신이 동혁에게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백효성은 동혁이 웃는 듯 말 듯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 표정은 마치 동혁이 백효성을 비웃는 것처럼 보였지만 결코 무시하는 기색은 없었다. “백 사장님, N도 전체에서 당신이 찾지 못하는 일은 없다면서요?” “이 선생님께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모두 다른 사람들이 하는 말이고 저는 그런 말을 한 적도 없습니다.” 백효성은 연신 손을 흔들며 부인했지만, 표정에는 약간 자부심이 있었다. 분명 그는 자신이 정보수집에서 최고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백 사장님이 잘못짚은 거 같군요.” 동혁은 담담하게 계속 말했다. “그 N도 최고 의사 안구정은 염동철이 장 회장에게 보낸 사람이 아니에요.” 동혁은 안구정이 장해조에게 온 이유를
“심천미, 천일이가 이미 네가 강오그룹의 내부자라는 확실한 증거를 제시했어. 그에 대해 뭐 할 말이 있어?” 천미가 차에서 내리는 것을 보고 선도일은 자신의 단검을 살짝 치켜들었다. 천미는 천천히 문을 닫고서 고개를 돌려 선도일을 바라보았다. “삼촌, 하늘 거울 저택 옆집은 H시 군부 설 대도독의 저택이에요.” 천미가 담담히 말했다. “전에 조기천이 20명의 킬러를 보내 보복하려다 여기서 모두 사살됐어요.” “그러니 지금 여기서 저를 죽이실 작정이라면, 아마 득 보다 실이 많을 겁니다.” 천미는 당연히 죽고 싶지 않았다. 특히 나천일에게 누명이 씌워져 억울하게 죽기는 더더욱 싫었다. 그래서 그녀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선도일에게 이 말을 했다. 선도일이 즉시 손을 쓰려는 생각을 단념하게 하려는 의도이다. ‘삼촌이 즉시 손을 쓰지 않는 한, 내가 최선을 다해 설득하고 해명할 시간을 벌 수 있어.’ 선도일은 눈살을 찌푸렸다. 하늘 거울 저택의 대문을 보며 그는 아직도 희미한 피비린내를 느낄 수 있었다. 과연 선도일은 단검을 내려고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그럼 다른 데로 가자.” “좋아요.” 천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선도일은 천미가 도망갈 것을 전혀 걱정하지 않는 듯 바로 고개를 돌려 떠났다. 천미도 분명 도망갈 생각이 없었고 그 뒤를 따라갔다. “언니, 저 사람과 함께 가지 마. 여기 하늘 거울 저택에 있으면 언니는 절대 안전해!” 세화는 얼른 차문을 열고 내려서 초조하게 소리쳤다. “그렇다고 내가 평생 하늘 거울 저택에 숨어 있을 수는 없잖아.” “게다가 내가 하늘 거울 저택에 숨으면 어떻게 아버지의 복수를 하고 진짜 내부자를 잡아낼 수 있겠어?” 천미는 고개도 돌리지도 않고 손을 내저으며 선도일을 따라갔다. 세화는 그 뒤에서 발을 동동 굴렀다.그녀는 절친인 천미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언니는 한번 결정한 일은 죽는 한이 있어도 되돌리는 법이 없어.’ “이제 어떡해? 그 노인네 딱 봐도 사람을 쉽게 죽이는
동혁은 옆집 설전룡의 저택으로 막 돌아왔을 때 류혜진의 전화를 받았다. 그는 너무 기뻤다. 류혜진이 먼저 집으로 오라고 전화를 했기 때문이다. 동혁은 류혜진이 이미 화가 풀린 줄 알았다. 그래서 곧바로 옆집인 하늘 거울 저택으로 달려갔다. “어머니, 저 돌아왔어요. 식사하셨어요? 안 드셨으면 제가 할게요!” 동혁은 기뻐하며 세화의 이모인 류혜연 가족에게도 인사했다. 하지만 류혜연 가족은 동혁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먹긴 뭘 먹어? 동혁이 넌 세화랑 같이 우선 가정법원부터 가서 일부터 처리하자. 내가 같이 가마.” 류혜진이 마침 위층에서 내려왔는데 손에 든 서류 봉투를 직접 동혁에게 건네며 말했다. 세화는 의아해하며 물었다. “엄마, 저희가 가정법원에 가서 뭘 해요?” 동혁은 무표정한 얼굴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서류봉투에 든 결혼증명서, 호적등본 같은 서류들을 보고 이미 류혜진의 뜻을 알아차렸다. 게다가 H시에 돌아오자마자 선우설리로부터 보고받은 강오그룹 소식까지 종합해 보니 동혁은 류혜진이 이렇게까지 나오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뭘 하긴, 당연히 정식으로 이혼해야지!” 류혜진은 세화를 노려보았다.세화는 그 즉시 동혁이 가족들과 연루될까 봐 류혜진이 동혁과 자신을 이혼시켜 관계를 정리하기 위해 서두른다는 것을 깨달았다. “엄마, 제가 R시에서 말했잖아요. 전 안 가요!” 세화는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굴렀다. “이건 고집부린다고 다 되는 게 아니야.” 세화가 고집이 세다는 것을 알고 류혜진은 아예 설득할 생각도 없었다. 그녀는 인상을 쓰고 동혁을 쳐다보았다. “동혁이, 네가 한번 말해봐라. 불행한 건 너 혼자면 됐지, 세화도 너와 함께 불행했으면 좋겠어?” “세화만 한평생 평안하기만 하다면, 이 세상의 모든 불운이 제게 오더라도 기꺼이 감수할 수 있어요!” 동혁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러자 세화가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동혁 씨, 그런 소리는 하지도 마...” “넌 조용히 해!” 류혜진은
자신의 비서에게 이런 일을 돕게 할 때마다 동혁은 항상 좀 창피했다. 선우설리는 비서로서 프로정신이 있어서 별다른 감정을 보이지 않았다. 그녀가 대답했다. [회장님, 잘 알겠습니다.] 30분도 안 되어 동혁의 전화가 울렸다. 하세량의 전화였다. [이 선생님, 가정법원을 닫으라는 것이 시간을 끌기 위해서 인가요?] “맞아요.” [제게 방법이 있는데, 국가에서 최근에 이혼조정기 법을 제정했습니다. 앞으로 부부가 이혼하려면 신청 후 한 달이 지나야 정식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이 법은 내년에야 시행되기 때문에 아직 몇 달 남았습니다.] [이 선생님의 신분으로 말만 조금 전하면 위에서 조기 시행을 선포할 겁니다.] 동혁은 듣자마자 괜찮은 생각이라고 느꼈다. ‘이혼조정기 법이라, 나에게 지금 절대적으로 필요한 법이야.’ ‘앞으로 어머니는 또다시 어려움이 생기면 나에게 다시 세화와 이혼하라고 할 거야.’ ‘이 한 달간의 조정기간이면 모든 일을 다 잘 정리할 수 있지.’ 동혁은 기뻐하며 말했다. “시장님, 설전룡에게 연락해 즉시 전신부 사람들을 바로 윗분들에게 보내 이 법을 시행하도록 해주세요.” 동혁이 휴대폰을 내려놓자 세화가 눈시울을 붉히며 걸어 나왔다. 류혜진은 세화가 고집을 부려 안 갈까 봐 마치 범인을 호송하듯 그녀의 뒤를 따라왔다. 류혜연 가족을 불러 함께 세화를 지켜보게도 했다. 류혜연 가족은 당연히 세화가 동혁과 이혼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그렇게 해야 백천기에게 기회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집 안에서 이미 백천기에게 연락해 이 일을 말했다. 백천기는 N도에 갔다가 H시로 오는 길이었다.이 소식을 들은 백천기는 시속 180 킬로미터퍼로 운전 속도를 높였다. 마치 세화와 동혁이 이혼하면 그는 그 자리에서 바로 세화와 결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세화가 차에 타자 동혁이 휴지를 건넸다. “자, 눈 좀 닦아. 화장 다 지워지겠어.” “동혁 씨는 나와 이혼하는 게 그렇게 좋아?” 휴지
“이동혁 씨 그게 무슨 뜻이죠?” 백천기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동혁은 별다른 표정 없이 말했다. “제가 내 아내와 이혼하러 왔는데 그게 당신과 무슨 상관이길래 이렇게 급하게 온 건가요? 제 아내가 우는 걸 보며 비웃기라도 하려고요?” “쓸데없이 시비 걸지 마세요. 전 세화를 보고 전혀 비웃을 뜻이 없어요!” 백천기는 마음이 아파 아무 말도 하고 있지 않는 세화를 보며 급히 부인했다. “비웃으려고 한 게 아니면요? 왜 이렇게 급하게 온 건가요?” “난 단지 세화를 대신해서 당신에게 한마디 해주려고 온 겁니다.” 백천기는 웃으며 승자의 자세로 여유 있게 말을 했다. “이제 헤어지게 됐으니 각자 잘 살라고요.” 백천기는 이 말이 세화와 동혁의 현재 상태에 매우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백천기 씨, 그럼 나도 한 가지 전할 말이 있어요.” 동혁도 웃었다. “예, 기꺼이 듣죠.” 백천기는 시원하게 대답했는데, 어쨌든 동혁이 무슨 말을 하든 오늘 동혁과 세화가 이혼하는 결말은 바꿀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동혁이 담담하게 말했다. “오늘 이혼은 못 합니다.” 백천기는 깜짝 놀랐지만, 다시 시큰둥하게 콧방귀를 뀌었다. “동혁 씨, 지금 저를 놀리는 겁니까? 당신과 세화가 가정법원까지 와서 아직 이혼을 할 수 없다니요?” 그는 손을 뻗어 업무 창구를 가리켰다. “저 이혼한 분들 안 보이나요? 저분들은 아직 이혼을 못 한 겁니까?” “제가 못 한다고 하면 못 하는 겁니다. 아마 국가에서 세화와의 이혼을 허락하지 않을지도 모르죠.” 동혁이 웃으며 한마디 했다. 그러자 류혜연 가족들까지 웃음을 터뜨렸다. “이동혁, 당신 너무 마지막까지 발악하는 거 아니야? 국가가 둘의 이혼을 허락하지 않는다니 당신이 무슨 대단한 사람인 줄 알아?” “당신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하지 마!” 동혁의 말을 진실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저 다들 동혁이 습관적으로 헛소리를 한다고 생각했다. 백천기도 동혁의 말에 웃었고, 갑자기 휴대폰을 꺼
“조 원장님, 괜찮으세요?” 조서산이 이유 없이 무릎을 꿇은 것을 보고 사람들은 급히 다가가 그를 부축했다. 백천기가 말했다. “조 원장님, 방금 너무 급하게 오시느라 몸이 좀 불편하신 거 같은데, 좀 쉬었다 천천히 하시죠. 이혼 처리는 너무 서두르지 않아도 되니까요.” “이, 이...” 조서산은 동혁을 쳐다보고는 두렵고 너무 놀라서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조 원장님께서도 저 사람을 아시나요?” 백천기가 의아한 듯 얼굴을 찌푸렸다. 그는 조서산의 동혁을 보는 눈빛이 이상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의심스럽게 동혁을 보았지만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백천기의 눈에 동혁은 여전히 평범하고 아무 일에도 쓸모없는 사람으로만 보였다. “네, 알죠, 뵌 적이 있어요.” 조서산은 동혁이 자신의 반응에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것을 보고 더 이상 자세한 말은 하지 못하고 대충 얼버무리며 식은땀을 흘렸다. ‘알고 보니 그냥 본 적이 있는 거였군.’ 백천기는 더 깊게 생각하지 않고 말했다. “원장님께서 힘드시니까, 그냥 직원들한테 처리하라고 시키시고 좀 쉬시지요.” “아, 그게...” 백천기가 이혼 처리를 계속 언급하자 난처한 조서산은 지금 속으로 백천기를 죽이고 싶었다. “조 원장님, 도련님이 시키면 그래도 하시면 됩니다.” 바로 그때 동혁의 농담 섞인 목소리가 그의 귓가에 들려왔다. 두려운 조서산은 갑자기 동공이 움츠러들더니 입을 크게 벌렸다. “제가 어찌, 감히...” 조서산의 목소리에는 이미 울음까지 섞여 있었다 그는 지금 이곳에 온 것을 너무나 후회하고 있다. ‘백천기 때문에 온 건데, 이 선생님의 일에 끼어들게 되다니.’ ‘저 백천기가 날 죽으려고 하는 거야.’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세요.” 동혁은 직접 손에 들고 있던 각 종 서류들이 든 봉투를 그의 몸에 던졌다. 백천기가 갑자기 화를 내며 소리쳤다. “이동혁, 당신 이게 무슨 태도인가요? 조 원장님께 존중심을 보여야지, 아무 신분도 아니면서 감히 손에 든 물건을
“새 공지라니요?” 조서산은 어리둥절했다. 시 가정법원과 중앙 가정법원 사이에는 거쳐야 할 몇 단계들이 있었다. ‘아무리 새 공지가 있더라도 순서대로 한 단계씩 내려오는 데 우리 쪽으로 직접적으로 공지가 날아왔다고?’ ‘특별히 중요하고 긴급한 일이 아니면 그럴 일이 없을 텐데, 무슨 일이지?’ “이전에 국가에서 통과시킨 이혼조정기 법 조항인데, 원래 내년 1월부터 시행하기로 했습니다.” 직원이 도저히 믿기 어렵다는 듯이 말했다. “그런데 방금 중앙 가정법원에서 공지하기를 지금 당장 시행하라고 합니다.” “이혼조정기? 그게 무슨 법이야?” 류혜진 등이 모두 멍해졌다. “네, 여사님, 이제부터 이혼 처리를 바로 할 수 없고, 먼저 신청을 한 후 한 달 뒤에야 정식 처리를 할 수 있다는 법입니다.” 조서산은 말하면서 시선을 동혁에게 돌렸다. 동혁의 표정은 담담해 그 어떤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분명 고위층에 계신 분들이 이 새로운 법을 앞당겨 시행하라 지시했을 거야.’ ‘그리고 그 일은 앞에 있는 이 선생님과 관련이 있을 거고.’ ‘말이 곧 법이 이라더니.’ ‘말 한마디로 바로 법이 시행된다니.’ ‘저 이 선생님의 힘이 어디까지인지 상상도 할 수 없네!’ 류혜진은 초조했다. ‘지금 한 달을 더 기다리라고?’ ‘난 1분도 기다릴 수 없는데?’ “천기야?” 류혜진은 고개를 돌려 백천기를 바라보았다. ‘공지의 내용이 분명하더라도 당연히 천기가 원장님께 먼저 세화의 이혼을 처리해 달라고 부탁할 수 있을 거야.’ 백천기도 당연히 이혼 처리가 뒤로 미뤄지지 않기를 바랐다. “조 원장님, 법 조항 시행 공지는 방금 받는 것이니 지금 시행하나 1분 후에 시행하나 아무런 차이가 없잖아요? 시행하는 게 약간 늦는다고 아무도 추궁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원장님, 제 부탁을 들어준다고 생각하시고 먼저 좀 처리해 주세요.” 평소였다면. 백천기가 신세를 지게 하는 것은 조서산에게 정말 기회가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동혁이 이 자리
지금 화가 나 외친 사람은 동혁이 아니다. 바로 세화였다. 그녀는 의자에서 천천히 일어나 두 눈에서 분노의 불을 뿜으며 백천기를 노려 보았다. “동혁 씨의 말이 맞아. 내가 동혁 씨와 이혼을 하든 말든 그건 너와 상관없는 일이야!” 백천기는 놀라며 주먹도 들어갈 만큼 입이 크게 벌어졌다. 그는 세화가 동혁을 위해 나서서 자신에게 소리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전에 않던 막말까지 내게 하다니!’ 세화는 백천기를 무시하고 동혁을 바라보며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사실 이 이혼조정기 같은 건 필요 없어.” “한 달 동안 생각할 필요도 없이 난 지금도 동혁 씨와 이혼하지 않을 거라고 말할 수 있어.” 류혜진이 다급하게 말했다. “세화야, 너 우리 가족을 죽일 작정이야? 너 동혁이가 어떤 사람을 건드렸는지 알아? 네가 이렇게 충동적으로 말할 때가 아니야.” “엄마, 제가 충동적으로 말하는 것 같아요?” “엄마가 어찌 생각하든 상관없어요. 그래요. 그냥 제가 충동적으로 결정했다고 생각하세요.” 세화는 류혜진을 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분명 동혁 씨가 무고한 사람인 건 동혁 씨와 나 그리고 가족들도 다 알고 있잖아요?” “그런데 우리는 왜 동혁 씨를 버려서 나쁜 사람에게 선처를 구하려고 하는 거죠?” 류혜진은 세화의 질문에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나천일이 우리 가족에게 복수할 거라고.” “그건, 걱정 마세요. 제가 직접 나천일을 처리할 거니까요.” 동혁이 갑자기 담담하게 말했다. ‘이혼을 미루는 것은 단지 임시방편일 뿐이야.’ ‘그간 어머니의 성격으로 볼 때 강오그룹의 일이 처리되지 않으면 한 달 내내 소란을 피우실 거야.’ “네 능력으로?” 류혜진은 오히려 동혁의 말에 코웃음을 쳤다. “경찰에서 네게 문제가 없다는 것을 발견하지 못했더라면, 아무 힘도 없는 넌 아직도 구치소에 있었을 거야.” “거기에 지금 나천일은 눈에 뵈는 게 없어. 너에게 반드시 죄를 뒤집어 씌우겠다고 난리인데, 네가 이제 와서 그 사람을 어떻게 할
우대평은 이미 동혁에게 맞아서 정신이 혼미했다.소파에 멍하니 앉은 채 동혁의 손바닥이 매번 뺨을 때려도 그저 가만히 있었다.“이동혁, 그만해! 또 때리면, 회장님은 너한테 산 채로 맞아서 죽을 거야!”나건성의 두려움과 공포가 섞인 고함 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저 쓰레기는 자기 은사가 맞고 있는데도, 감히 가까이 오지도 못하고 멀리 숨어 있네.’ 방금 동혁에게 뺨을 맞았기에, 나건성은 동혁의 손이 얼마나 매운지 깨달았다.‘이미 60세가 다 된 우대평이 얼마나 맞고 견딜 수 있을까?’동혁은 당연히 자신의 힘을 당연히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었다. 비록 우대평의 얼굴이 아릴 정도로 아팠지만, 그렇다고 맞아 죽을 정도는 아니었다.그러나 우대평이 맞아서 정신을 못 차리는 데다가, 이제는 동혁도 화가 많이 풀렸기에 때리던 손을 멈췄다.털썩!동혁이 손을 멈추자 우대평은 곧장 바닥으로 쓰러졌다.원래 동혁이 백핸드로 끊임없이 때리면서 우대평의 몸이 균형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우대평은 일찌감치 쓰러졌을 것이다.동혁이 더는 손을 대지 않는 걸 본 뒤에야 우시연과 나건성이 허둥지둥 달려왔다. 그리고 땅바닥에 엎어진 채 간신히 숨만 붙어 있는 우대평을 일으켜 세웠다.“큰아버지, 괜찮으세요? 제발 죽지 마세요, 흑흑...”“회장님 제발 버티세요. 제가 바로 구급차를 부를게요!”우시연과 나건성은 우대평의 늙은 몸을 끊임없이 흔들었다.한쪽에 서서 냉담하게 방관하던 동혁도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어서 담담하게 말했다.“이 뻔뻔한 늙은이, 너도 사람을 볼 면목이 없을 때가 있어?”“또 죽은 척하면서 나한테 누명을 덮어씌우려는 거지? 내가 두 대만 더 때려봐야겠어!”“어?”우시연과 나건성은 그 말을 듣고 멍해졌다.‘무슨 소리야, 우대평이 진짜 죽어가는 게 아니라 죽은 척하는 거야?’그런데 영혼이 없는 산송장처럼 보였던 눈꺼풀이 떨리더니, 우대평이 갑자기 눈을 떴다.우대평은 감히 더 이상 엄살을 부리지 못했다.“아아! 이 개자
동혁의 말을 듣고 우대평만 아니라 현장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우대평!H시에서 가장 오래 된 기업가이자 1세대 갑부! H시의 많은 기업가들의 존경을 받는 H시상공회의소 회장!‘동혁 씨가 아무리 간이 배밖에 나왔다 해도, 우대평에게 손을 대겠다는 터무니없는 말을 내뱉다니!’“동혁 씨, 하지 마...”세화가 동혁을 막으려고 무의식적으로 입을 열었다. 동혁이 정말 그렇게 한다면, 틀림없이 큰 파문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했기에.‘지금 여론이 이미 동혁 씨한테 온통 욕설을 퍼붓고 있는데, 또 일을 저지르면 큰일이야!’“괜찮아, 여보, 그저 아무 능력도 없는데, 늙은 티를 내며 거만하게 행세하는 걸 좋아하는 늙은이일 뿐이야. 때리면 때리는 거지.”동혁은 고개를 돌리지도 않은 채 세화를 안심시키면서, 우대평을 향해 계속 다가갔다.그때 갑자기 나건성이 달려들어 우대평의 앞을 가로막았다.“이동혁, 네 주제를 똑똑히 파악해! 네가 뭔데 감히 회장님에게 손을 대겠다는 거야!”“네가 회장님에게 폭언을 하고 불경한 짓을 한다면, 너는 더 이상 H시에서 설 곳이 없어!”나건성은 동혁에게 삿대질을 하면서 성난 목소리로 질책했다.“말 다 했어? 말 다 했으면 꺼져.”동혁은 나건성을 힐끗 보고는 손을 들어 따귀를 때렸다.‘내가 방에 들어왔을 때부터 이 나건성은 줄곧 성가시게 굴었지.’동혁은 줄곧 상대하지 않았다.그러나 지금 또 앞으로 달려 나와서 난리를 치자, 동혁도 더 이상 사양하지 않았다.“아...”피를 토하며 날아간 나건성이 땅바닥에 떨어졌다.이제 동혁은 아무 장애물도 없이 우대평과 얼굴을 맞대게 되었다!우대평은 무의식 중에 손에 든 찻잔을 움켜쥐었다.그러나 동혁의 앞에서 비겁한 모습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기에, 여전히 그대로 앉아 있었다.우뚝 솟은 산처럼 굳건한 모습은 그래도 꽤나 기백이 있어 보였다.심지어 동혁을 쳐다보지도 않았다.고개를 숙인 채 천천히 찻잔을 들고서, 우대평이 무심코 말했다.“어린 놈이 감히 내게 손
“이동혁, 어서 무릎을 꿇고 시연 양에게 사과하고, 회장님에게 사과해. 어쩌면 회장님의 용서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몰라!”이 말을 들은 세화가 바로 나건성을 노려보았다.‘나도 맞았는데 왜 동혁 씨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하라는 거야?’동혁은 나건성을 보지도 않고 담담하게 물었다.“우 회장, 이것도 당신의 뜻이야?”“당연하지.”동혁이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자, 우대평은 다시 소파에 앉았다.옆에 있던 찻잔을 들고 천천히 음미하면서 담담하게 말했다.“일을 잘못했는데, 또 다른 사람의 용서를 얻으려면 당연히 대가를 치러야 해.”“하지만 무릎을 꿇고 시연이에게 사과하는 건 네가 방금 뺨을 때린 것에 대한 대가일 뿐이야.”“내가 너를 용서할지 말지는 너의 후속 태도와 표현에 달려 있지.”짧디짧은 2분 간의 접촉에서 우대평은 동혁이 오만불손한 사람이라는 걸 알아냈다.그래서 이 기회를 빌어서 동혁의 성질을 고치고 길들일 생각이었다.‘그러면 나중에는 내가 시킨 대로 성실하게 리성투자회사와 천용훈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겠지.’‘그러면 오한민이 내게 신세를 지게 되는 거야.’“잘못했다고? 내가 뭘 잘못했는데?”동혁이 냉담하게 말했다.“우 회장, 당신 수하가 당신은 정직하고 덕망이 높다고 하던데, 그럼 내가 오히려 우 회장에게 묻고 싶은데.”“내 아내가 우시연에게 뺨을 맞았을 때 당신은 뭘 하고 있었지?”“이 H시 상공회의소의 당당한 회장이 나와서 막을 수 있었을 텐데?”“그리고 저 우시연은 스타공익재단의 책임자지만, 내 아내는 두 그룹의 회장이야.” “나는 저 여자가 무슨 백이 있길래 내 아내의 뺨을 때렸는지 모르겠어. 도대체 누구의 힘을 믿는 거야!”“우시연이 맞으니까, 그제서야 튀어나와서 신분과 경력으로 사람을 억누르겠다고?”“그게 바로 정직하고 덕망이 높다는 거야?”동혁은 냉혹하고 매서운 말투로 연거푸 질문했다.동혁이 결국 자신을 깎아내리는 말을 하자, 우시연이 갑자기 불쾌한 듯이 욕설을 퍼부었다.“개X 끼, 내가 네 마누라를 때렸는데
“시연아!”조카딸이 뺨을 맞고 날아가는 모습을 보자, 소파에 단정하게 앉아 있던 우대평이 놀라 울부짖었다.그리고 탁자를 치고 일어나서 찢어질 듯한 시선으로 동혁을 노려보았다.“어디서 온 나쁜 놈이 감히 우리 H시 상공회의소에서 건방지게 굴어!”“여보, 아파?”동혁은 우대평을 보지도 않은 채 세화의 손을 잡고 애틋한 목소리로 물었다.“괜찮아.”볼을 만지면서 바닥에 뻗은 우시연을 본 세화는, 맞은 얼굴이 덜 아픈 것처럼 느껴졌다.동혁이 자신을 무시하자, 화가 난 우대평은 이를 악물고 나지막하게 말했다.“여보? 이 나쁜 새끼, 바로 진세화의 폐물 데릴사위 남편 이동혁이야?”“늙은이, 너는 또 뭐야?”동혁이 차가운 눈빛으로 우대평을 바라보았다.우대평의 안색이 어두워지자, 우시연을 부축하던 나건성이 바로 고함을 쳤다.“건방지게! 이 분은 우리 H시상공회의소의 우 회장님이셔! 감히 회장님에게 불경을 저지르다니!”“우 회장이라, 당신이 우대평이야?”우시연을 힐끗 본 동혁이 큰 소리로 물었다.“저 천한 년도 성이 우씨던데, 당신 사생아야?”“이동혁, 너 건방지게!”분노한 나건성이 고함을 쳤다.“시연 양은 우리 회장님의 조카딸이야! 정직하고 덕망이 높으신 우리 회장님을 네가 이렇게 중상모략하다니! 절대 용서할 수 없어!”“빨리 회장님께 잘못을 빌지 못해!”“아, 내가 착각한 모양이네.”동혁은 고개를 끄덕이자,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있던 우대평의 표정이 약간 누그러졌다. 자신의 신분을 알았으니 동혁이 복종할 걸로 생각한 것이다.그러나 동혁은 갑자기 말머리를 돌렸다.“저 천한 년이 무지막지하게 날뛰면서 설치길래, 나는 집에서 가르치는 사람이 없어서 그런 걸로 생각했지. 바깥에 대놓고 내놓을 수 없는 사생라서 그런 줄 알았지.”“누가 가르친 모양이네... 그런데 어떻게 저따위로 가르쳤지?”동혁의 조롱하는 눈빛이 우대평의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 위로 떨어졌다.“피식!”세화는 바로 웃음이 나왔지만 얼른 입을 막았다.우시연에게 맞은 뺨이
“죄송합니다, 회장님. 저는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옳고 그름을 견지할 뿐입니다.”“이 세상을 비록 흑백 논리로 구분할 수 없다고 해도, 때로는 무조건 옳거나 틀린 경우도 있으니까요!”세화는 변함없이 우대평을 존중했지만 그 말투는 단호했다.우대평은 마치 발작할 듯한 기세로 코웃음을 쳤다.바로 그때, 안경을 쓴 여자가 잔뜩 화가 난 모습으로 뛰어들었다.“큰아버지, 제 화를 좀 풀어주세요!”“큰아버지, 그 이동혁이라는 폐물 데릴사위가 얼마나 날뛰는지 아세요?” “제가 그자를 자원봉사자에서 제명했을 때, 그 인간이 뜻밖에도 저를 위협했어요. 오늘이 제가 스타공익재단의 책임자로 있는 마지막 날이 될 거라고요!”“그 인간은 큰아버지를 정말 우습게 여기는 거예요. 정말 화가 나 미치겠어요!”여자는 세화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우대평의 앞에 와서 눈노를 쏟아냈다.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앞서 동혁을 자원봉사자 명단에서 제명했던 우시연이다.스타공익재단은 H시상공회의소가 출자해서 설립한 재단으로, 당연히 큰아버지 우대평 덕분에 우시연이 책임자가 될 수 있었다. 그 말을 듣자마자 우대평의 눈에서 노기를 드러냈다.“이동혁이 정말 그렇게 말했단 말이야?”“제가 큰아버지를 왜 속이겠어요! 그렇게 많은 자원봉사자 앞에서 저를 아주 우습게 여겼어요.” “큰아버지가 저를 도와주시지 않으면, 이 분노를 해소할 수 없을 거예요!”우대평의 옷자락을 붙잡고 하소연하던 우시연은, 문득 고개를 돌려 세화를 보고는 잠시 우두커니 바라보았다. “어, 저 사람은 누구에요, 큰아버지?”세화를 처음 봤지만 우시연의 마음속에서는 질투가 일었다.‘이 여자 너무 예쁜데.’ 세화의 온몸에 넘치는 자신감과, 속세를 벗어난 듯한 고귀한 기질에 우시연은 열등감이 폭발할 수밖에 없었다.“시연아, 저 여자는 바로 그 폐물 이동혁의 아내이자 혜성그룹의 회장인 진세화 씨야.”나건성이 마치 환심이라도 사려는 듯이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우시연이 줄곧 큰아버지 우대평의 총애를 받고 있기에
나건성은 세화에게 전혀 예의를 갖추지 않았다.고압적인 태도가 계속 이어지자, 곧 세화는 심한 압박감을 느꼈다.우대평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하면서 세화가 말했다.“회장님, 상공회의소에 끼친 손실에 대해서 깊이 사과를 드립니다. 그저 죄송하다는 말씀밖에 드릴 수가 없네요.”우대평은 가만히 앉은 채 가타부타 태도를 표명하지 않았다.나건성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진 회장님, 이 자리에서 개인적으로 사과를 해도 소용없습니다.” “지금 리성투자회사에서는 당신의 남편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라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당신의 남편은 무법천지처럼 행동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스타공익재단을 통해서 원화투자회사로 연락하여 사과하라고 했습니다만 당신의 남편은 거절하고 항난그룹을 찾았습니다.”“더군다나 우리를 거들떠보지도 않았습니다. 허, 정말 우리 H시상공회의소를 안중에도 두지 않다니.”“당신의 남편은 회원이 아니기에 어쩔 수 없다 해도, 진 회장 당신은 다릅니다.” “당신은 우리 H시 상공회의소의 정식 회원입니다. 솔선수범해서 회원으로서의 책임을 다해야 하지 않겠습니까?”이 말에 세화는 반박할 수가 없었다.H시상공회의소 회원이 확실하기에.앞서 H시상공회의소에서 찾아와서 입회 서류를 작성하게 했다.원래 세화는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비즈니스계에서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늘 온갖 협회와 단체에 가입할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지금은 입회 서류 한 장 때문에 H시상공회의소에서 자신에게 요구할 수 있는 명분을 가지게 된 것이다.“H시상공회의소에서 제게 뭘 요구하는지 모르겠습니다만?”세화는 염치불구하고 물을 수밖에 없었다.나건성이 간단하게 대답했다.“아주 간단합니다. 남편분이 천용훈 씨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도록 진 회장님이 나서서 얘기하시면 됩니다!”세화가 우대평을 힐끗 쳐다봤지만, 우대평은 여전히 말이 없었다.무표정한 얼굴이라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진 회장님, 이런 작은 일에 뭘 망설입니까? 되든 안 되든 말을 해야지요!”
‘사해상공회의소의 욕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S시 재계의 거두가 되려고 할 뿐만 아니라, 지금은 또 영향력을 확장하기 위해서 다른 도시들의 상공회의소에 손을 대기 시작했어.’그러나 이것은 동혁이 걱정할 문제가 아니다.“그래, 알았어.”전화를 끊은 동혁은 바로 선우설리가 보낸 주소로 달려갔다.H시상공회의소의 사무실은 다이너스티호텔에 있다.6층을 모두 사용하고 있는데, 장기적으로 보면 업무뿐만 아니라 접대와 회의에도 편리했다.세화는 동혁보다 조금 먼저 도착했다.직원의 안내로 회장실로 오자, 검은색 가죽 소파에는 우대평 회장이 단정하게 앉아 있었다.“후배 진세화가 우 회장님을 뵙습니다.”앞으로 나온 세화가 공손하게 후배로서의 예를 취했다. 이 덕망이 높은 선배에 대해서 세화는 줄곧 존경심을 가지고 있었다.60이 다 된 우대평의 귀밑머리는 벌써 반백인 상태였다.우대평이 허허 웃으면서 손사래를 쳤다.“진 회장, 너무 예의를 차릴 필요 없어요. 나는 그저 나이만 먹었을 뿐입니다.” “두 회사를 지휘하는 진 회장에 비하면, 그저 좀 일찍 태어난 정도의 경력밖에 없어요.”“그리고 그 당시 내가 창업을 시작했을 때, 진씨 가문에서는 할머님이 이미 진성그룹을 세우셨지요.” “나도 마찬가지지만 그 분의 인도를 받은 사람들이 많아요. 지금은 각지에 흩어져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미 공을 세워 이름을 날렸고, 거부가 되기도 했어요.”“그런데 지금의 진성그룹은, 아이고, 말하지 않아도 되겠지요...”그렇게 말하면서도, 우대평은 처음부터 끝까지 소파에 앉은 채 일어나지 않았다.세화는 진성그룹의 지금 모습을 떠올리면서 마음속으로도 한숨을 내쉬었다.‘그 당시 진성그룹이 할머니 수중에 있었을 때는, 어떤 모습이었을까?’‘지금은 전혀 존재감이 없어.’세화 일가를 제외하고는 진씨 가문 사람들 모두 성을 바꿔서, 조상마저 잊었다는 오명을 쓴 채 웃음거리로 전락했다.그러나 세화는 최근 제씨 집안에서, 할머니 제원화로 빚어진 각종 문제들을 청산하고 있는 것
우시연은 믿는 구석이 있기에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스타공익재단에서는 절대적인 권위를 가지고 있어서, 우시연이 자원봉사자로 뽑지 않겠다고 하면 자원봉사를 할 수 없을 정도였다.“좋은 일을 하는데 너희 동의가 필요하다니, 이게 무슨 개소리야!”자원봉사자들은 모두 분개했고, 몇몇 여성 자원봉사자들은 곧 울음이 터질 듯했다.그들 모두 대학생으로 현실은 어둡고 오싹하기만 했다.“나를 제명하겠다는 거지? 내가 가면 되겠네.”바로 그때 불쑥 말을 내뱉은 동혁이 레드 재킷을 벗으면서 그 여학생들을 위로했다.“모두 감정적으로 일을 처리하면 안 돼요. 우리가 자원봉사를 하는 건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한 게 아니잖아요.”“걱정 말아요, 나중에 내가 모두를 위해서 공정한 도리를 되찾아 줄 테니까요. “모두가 열심히 땀을 흘렸는데 또 눈물까지 흘리게 할 수는 없지요!”수위 변동이 긴급했기에, 동혁은 이 일 때문에 자원봉사자들이 대거 떠나게 되거나 구조가 지체되는 걸 원하지 않았다.그래서 잠시 화를 참는 쪽을 선택한 것이다.레드 재킷을 우시연의 옆에 있는 직원에게 던진 동혁이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았다.“우시연, 스타공익재단의 책임자, 맞지? 기억해 두겠어.”“내가 한마디 충고하지. 내가 간 후에 너는 절대 이 자원봉사자들을 난처하게 해선 안 돼. 자신의 앞날이 걸린 문제니까 잘 생각해.”“오늘이 네가 스타공익재단 책임자를 맡은 마지막 날이기 때문이야!”말을 마친 동혁은 돌아서서 바로 가버렸다.“흥, 항난그룹 회장 아주 대단해?”“우리 큰아버지 우대평에 비하면 너는 X도 아니야! 발톱의 때도 안 되는 주제에! 내가 무서워할 것 같아?”동혁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 우시연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조롱했다.동혁은 상대하지 않고 바로 집으로 돌아갔다.밤을 새운 데다가 또 반나절 동안 구조에 참여했기에, 피곤해서 좀 쉴 생각이었다.그러나 집에 돌아오자마자 장모가 동혁을 붙잡고 면전에서 퍼부어댔다.“이동혁, 이 나쁜 놈! 괜찮다고 해놓고서 왜 또 그 천용훈
장가연의 말을 듣자, 동혁의 눈빛이 차가워졌다.‘장가연과 H시상공회의소는 리성투자회사의 흉악한 속셈을 모르지만, 나는 알고 있어.’‘소위 법적 절차를 밟는다는 건 말짱 헛소리야.’‘증거가 확실하기 때문에, 리성투자회사에서 소송을 한다 해도 절대 이길 수 없어.’‘만약 내가 압력에 못 이겨서 정말로 사과를 한다면, 평생 그 누명을 안고 가야 해.’‘더군다나 상대방이 공개적으로 사과하라고 한 건, 나를 마음껏 모욕하겠다는 수작에 지나지 않아.’동혁은 확신했다.‘일단 내가 공개적으로 사과하면, 사건이 마무리되는 게 아니라 시작되는 거야!’“투자회사의 뜻? 장가연 씨, 당신이 투자회사를 대표한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사장인 내가 잠시 떠나 있을 뿐입니다. 언제든지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요!”장가연이 자신의 사과를 큰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이상 동혁도 거침없이 말을 내뱉었다.‘때로는 양보할수록 더 욕심을 내는 법이지.’[이동혁, 당신!]동혁의 태도가 이렇게 강경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던 장가연은 화를 참지 못하고 식식거렸다.“어차피 나는 절대 사과할 수 없으니까 그렇게 알아요. 나는 또 구조 작업에 가야 합니다.”동혁도 장가연이 화가 나든 말든 전화를 끊어버렸다.“당신이 이동혁 씨입니까?”몇 분 후 동혁 등 구조대원들은 계속 사람들을 대피시키고 있었다.갑자기 레드 재킷을 입은 사람들이 바로 동혁을 찾으며 다가왔다. 기세등등한 태도에 눈빛도 곱지 않았다.“내가 바로 이동혁입니다. 왜요?”동혁은 입에서 나오는 대로 물었다.선두에 선 젊은 여자가 안경을 고쳐 세우고는 거드름을 피우면서 말했다.“나는 스타공익재단의 책임자 우시연입니다. 지금 당신에게 우리 자원봉사자 명단에서 제명되었음을 알립니다!”이 말을 듣고 멍해진 주변의 구조대원들이 곧 우시연을 에워쌌다.“왜 이동혁 씨를 제명하는 겁니까?” “이동혁 씨는 우리 자원봉사자들 중에서도 가장 열심히 일하는 사람인데요!” “더럽고 피곤한 것도 전혀 마다하지 않았어요.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