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한강이 진한영에게 방씨 가문이 향방주택 분양을 맡도록 권한 것은 진한강이 방씨 가문과 일찍이 서로 합의에 의한 것이었다. 방씨 가문은 진한강 등을 도와 세화를 그룹에서 퇴출시키겠다고 약속했고, 진한강 등은 향방주택을 방씨 가문에 넘겨 판매하기로 약속했다. 진한강은 당연히 쌍수를 들어 찬성했다. 방세한은 곧 사위가 될 것이고, 때마침 서로의 이익을 통해 방씨 가문과의 관계를 더 깊게 할 수 있었다. 앞으로 일류 가문인 방씨 가문의 지지가 있으면 진성그룹에서 진한강의 지위는 더욱 공고해질 것이다. 진한영이 아무리 진한강을 해고하고 싶어도, 더욱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그건 안 돼. 분양 시작 일정을 늦추고, 상황이 좀 안정되면 그때 다시 이야기하자.” 하지만 진한영은 진한강의 제안을 허락하지 않았다. 진한영은 당황했지만, 남이 개입하게 할 수 없었다. ‘우리 진성그룹의 명맥을 방씨 가문에 넘길 수는 없지.’ “할아버지, 이럴 때일수록 분양 일정을 늦추면 안 돼요. 만약 그렇게 되면 외부에서는 정말 우리 진성그룹 내부에 큰 소동이 있다고 생각할 겁니다. 우리 주택을 사지 않을 거라고요.” 태휘가 재빨리 진한영을 설득했다. 화란도 말했다. “할아버지, 저와 세한은 약혼을 앞두고 있는데 아직도 방씨 가문을 못 믿으시는 거예요? 이번에 세화의 정체가 밝혀진 것도 모두 방씨 가문의 도움 덕분이에요.” 그리고 화란은 방씨 가문이 장태리를 찾아준 일을 다시 한번 언급했다. 진한영은 비로소 방씨 가문이 이번 일에 큰 기여를 했다는 걸 알았다. 그러나 진한영은 여전히 망설였다. “할아버지, 걱정은 이해해요. 하지만 저희 방씨 가문은 다른 생각이 없어요. 단지 진씨 가문이 점점 더 성장하는 것을 보고 싶을 뿐이에요. 그래야 저와 화란이 더 행복해질 테니까요.” 이때 방세한이 다정한 얼굴로 말했다. “저희 할아버지께서 화란을 저와 즉시 약혼시키고, 저희 방씨, 진씨 두 가문의 관계를 공개하겠다고 하셨어요. 그렇게 되면 저희 가문이 다른 마음을 품
류혜진은 이 일이 동혁과 무관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감정을 동혁에게 발산했다. 동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사실 동혁은 제일 먼저 전화를 걸어 상황을 확인했다. 그때 천미가 급히 달려왔다. “자기 마누라도 지키지 못하는 주제에, 네가 무슨 쓸모가 있어?” 동혁을 보고 천미는 차갑게 콧방귀를 뀌고 두말없이 전화를 걸었다. “하 시장님, 저는 장해조의 수양딸인 심천미입니다. 제 친구 진세화의 문제가 정말 심각한 건가요? 시장님 쪽에서 좀 한번 살펴봐 주시겠어요? 2억 원은 그리 큰돈이 아닙니다.” 천미는 세화가 억울하든 말든 상관없이 일단 연줄을 이용해 사람을 구하려고 했다. [심 사장님, 진 사장님에게 일이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제일 먼저 사실을 확인했어요. 곧바로 시경찰청의 조동래를 오라고 해 상황을 묻고, 모든 인맥을 동원해 상황을 살폈어요.] [하지만 이번에는 도경찰청에서 사건을 처리한 거고, 그곳 경제수사팀 한표국 팀장은 말이 통하지 않는 인물이라 저도 도저히 방법이 없어요. 참, 이 일을 심 사장님이 이 선생님한테 좀 전해주세요. 도움이 못돼 죄송하다고요.] 천미는 왜 하세량이 동혁에게 말을 전하라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천미는 지금 애가 타서 더 이상 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다. “도경찰청 사람들이 나와서 사건을 처리하는 바람에, 하 시장님도 관여할 수 없다는데?” 천미는 동혁을 노려보며 분노하며 물었다. “세화가 정말 죄를 뒤집어쓴 거 맞지?” “당연하지.” 동혁은 무표정하게 말했다. 소식을 듣자마자 동혁은 방씨 가문이 일을 꾸며 세화를 모함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심지어 동혁은 이미 확보한 증거도 있어서 얼마든지 세화의 사건을 뒤집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사건을 처리하고 있는 것은 도경찰청의 사람이고, 동혁은 상대방이 공정하게 사건을 처리하고 있는지 누구의 지시를 받았는지 아직 잘 몰랐다. 만일 후자라면 증거를 던져봤자 아무 소용이 없을 수도 있었다. 그리고 사건 처리는 절차가 있어서 시간이 오
“물론입니다.”한표국은 공적인 태도로 뒤에 있는 동료에게 손짓을 했다.“데리고 들어가!”한표국은 이어서 동혁의 옆의 선글라스를 쓰고 거드름을 피우는 다른 한 사람을 보았다.“당신은요? 무슨 일 때문에 자수하겠다는 건가요?”“저는 그냥 심심해서 자수하려고요. 당신들이 어떻게 죄인을 심문하는지 체험하러 왔습니다.”설전룡은 빙그레 웃으며 선글라스를 벗었다.“무례하군요. 저희 전담팀은 사건을 처리하여, 법의 위엄을 구현하는 곳이지, 당신에게 체험을 시켜주는 곳이 아닙니다!”설전룡의 말에 한표국은 버럭 화를 냈다.한표국은 뒤에 있던 무장경찰을 향해 손짓을 했다.“이 사람을 쫓아내!”그러나 한표국의 뒤에 있는 두 무장경찰은 마치 귀신에 홀린 듯 꼼짝도 하지 않고 가만히 서 있었다.“다들 귀가 먹었어? 내 말 안 들려?”한표국이 고개를 돌려 고함을 질렀다.“한, 한 팀장님, 설 대도독이십니다.”너무 놀라 마치 온 힘이 빠진 것 같은 무장경찰이 메마른 목소리로 설전룡의 신분을 말했다. “설 대도독? 무슨 설 대도독?”한표국은 눈살을 찌푸렸지만, 아직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한 팀장님, 팀장님 앞에 H시 군부를 총지휘하시는 설전룡 대도독이 서 계십니다.”‘그 설전룡이라고!’한표국은 깜짝 놀라 황급히 공손히 인사했다.“설 대도독님을 뵙습니다. 죄송합니다. 선글라스를 쓰고 계셔서 잘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사과드립니다.”설전룡은 한표국의 직속상관인 N도 도지사 곽원산의 지위와 맞먹으며, 똑같이 전장의 지배자로 활약했었다. 그래서 한표국은 감히 무례를 범할 수 없었다. “사과는 필요 없어. 내가 대통령도 아니고 아무나 나를 알아봐야 하는 것도 아니야.” 설전룡은 이런 허례허식을 신경 쓰지 않았고, 허세를 부리는 것도 싫어했다. 그렇지 않으면 하루 종일 할 일 없이 선글라스를 쓰고 동혁에게 가지도 않았을 것이다. 다음 순간 설전룡은 표정을 굳혔다. “하지만 한 팀장에게 묻지. 누가 너희들에게 진 사장님을 잡아갈 권한을 준거지?”
특별한 보호를 받는 것은 특권 같은 것이 아니다. 군부는 동혁과 같은 국외전장에서의 특수 공훈자들의 보호 프로그램을 수립했다. 왜냐하면 동혁 같은 사람은 원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이 원수들은 온갖 방법을 동원하여 공훈자들의 가족에게 복수할 것이다. 거기엔 죄를 뒤집어씌우거나 고의적인 범죄 유도를 포함하고 있었다. 그래서 특수 공훈자 보호 프로그램이 필요했다. 특수 공훈자의 가족은 정식 입건 전에 군부 최고 기관의 감사를 받으며, 입건 조사 기간 동안에도 수사에 방해가 되지 않는 한 전 과정을 감독했다. 세화는 동혁의 합법적인 아내이다. 당연히 이런 보호 프로그램이 작용해야 했다. 쾅! 마치 청천벽력처럼 설전룡의 말이 한표국의 머릿속에 울렸다. 한표국은 놀라서 동혁을 보았다. “이 분이, 이분이 이 전신이라고요?” 한표국은 동혁이 방금 자신이 세화의 남편이라고 말한 것을 기억했다. 지금 설전룡은 세화가 전신의 아내라고 말했다. 동혁의 신분은 이미 자명했다. “비밀 유지에 신경 쓰도록!” 동혁은 가볍게 한마디 했고, 간접적으로 자신의 정체를 인정했다. 사실 동혁은 전신이라는 신분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 아는 사람이 많을수록 원수를 끌어들일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비록 동혁은 원수를 두려워하지 않았지만, 동혁에게는 가족이 있다.아직 보호해야 할 일반 사람들도 많았다. 그 극악무도한 원수들이 동혁의 위치를 확실히 파악한다면, H시를 초토화하더라도 반드시 동혁을 죽이려 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세화와 관련된 일이라, 동혁은 그렇게 많이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이 전신, 걱정 마십시오. 저도 노병입니다. 비밀유지수칙은 잘 알고 있습니다.” 한표국은 황급히 정식 군례를 올리며 말했다. 동혁을 바라보는 한표국의 눈빛에는 존경심으로 가득했다. 동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한 팀장, 그럼 난 내 아내를 보러 들어가겠어.” “들어가시죠!” 한표국은 직접 앞에서 길을 안내해 동혁을 데리고 게스트하우스로 들어갔다. 곧 세
“이 상황에서 농담이 나와? 감옥은 남자, 여자 따로 나뉘어 있는데, 그런 상식도 없어?” 세화는 퉁명스럽게 동혁을 가볍게 한 번 치더니, 갑자기 동혁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근데 자수했다고?” 세화는 단번에 감동하여 울었고, 동혁의 허리를 꼭 감싸며, 얼굴을 동혁의 목에 붙였다. “동혁 씨, 당신이 있어서 다행이야. 난 알아. 온 세상이 날 버려도, 동혁 씨는 절대 그렇지 않을 거란 걸!” 큰아버지인 진한강 가족에게 누명을 쓰고 할아버지인 진한영에게 무자비하게 버림받았다. 가족에게 세화는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 이제 세화가 바라는 것은 많지 않았다. 세화는 자신을 구할 능력이 동혁에게 있기를 바라지 않았다. 그저 동혁이 이럴 때 여전히 자신에게 잘 대해준다면, 세화는 그것으로 만족했다. 잠시 후, 세화는 동혁의 품에서 떨어져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동혁 씨, 제발 자수하지 마. 이따가 동혁 씨를 심문할 때 그냥 아무 말도 하지 말아. 어쨌든 아무도 동혁 씨의 정신병이 가짜라는 것을 모를 테니, 결국 동혁 씨를 어쩔 수 없을 거야.” “동혁 씨가 나가서 우리 엄마, 아빠, 천화 좀 돌봐줘. 다른 진씨 가문 사람들은 믿을 수 없어. 어쩌면 우리 가족의 생계를 끊을 수 도 있어. 그러니 지금 난 동혁 씨 밖에 의지할 곳이 없어...” 세화는 말을 하다가 또다시 눈물을 흘렸다. 동혁은 세화의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했다. “여보, 너무 많은 생각을 하지 마. 일이 그렇게 심각한 건 아니야. 내가 바로 당신을 집에 데려갈 거야. 당신과 감옥에 가겠다고 말한 것은 그냥 농담한 것뿐이라고.” “하지만 난 농담이 아니야.” 세화가 말했다. “이번에 큰아버지 가족들이 나를 모함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했단 말이야.” “여보가 모함을 당한 거라면서, 잘못이 없는데 뭐가 무서워?” 동혁은 세화의 말을 끊고, 냉정하게 말했다. “진실이 가짜가 될 수 없듯이, 가짜도 진실이 될 수 없어. 여보가 하지도 않은 일을 가지고 다른 사람들이 여보에게 더
장태리는 순간 멍해져 아무 말도 안 하다가 침대에서 몸을 돌려 앉았다. 장태리는 세화가 직접 자신을 찾아올 줄은 몰랐다. “진 부사장님, 함부로 말하지 마세요. 저는 위증을 한 적이 없어요.” 장태리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장태리가 회사에 있다 사라졌을 때 세화는 부사장이었고, 그래서 장태리는 세화를 그렇게 부르는 데 익숙했다. 세화는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 “아직도 그런 적이 없다고 발뺌하는 건가요? 스스로 가슴에 손을 얹고 말해보세요. 제가 정말 당신에게 2억 원을 주면서 진성그룹에서 떠나 있으라고 했나요? 지금 위증을 하는 거잖아요! 도대체 그 사람들이 당신에게 이 일에 대해 얼마나 많은 대가를 준 건가요?” 본래 장태리는 예쁜 외모에 진성그룹에서 정부 공공기관과의 협의 업무를 담당했던 수완이 좋은 사람이다. 그래서 세화의 몇 마디 말에 그리 동요하지 않았다. 장태리는 동혁과 세화의 뒤에 서있는 한표국을 보고 냉소하며 말했다. “진 부사장님, 지금 제게 유도 질문을 하는 건가요? 분명히 말하지만, 전 누구에게도 대가를 받은 적이 없어요!” “부사장님은 확실히 2억 원을 제게 송금했어요. 부사장님이 친필 서명한 계좌이체증명서도 이미 사건 당당자에게 전달했습니다. 인적, 물적 증거가 모두 있으니, 더 이상 변명하지 마세요. 그래봤자 아무 소용없어요!” 세화는 장태리가 거짓말을 하면서도 당당한 것을 보고, 또 수선화 같은 사람을 만났다고 생각했다. ‘장태리가 하는 짓이 수선화와 아주 똑같아!’ ‘처음에는 위증을 강요받았을지 모르지만, 다른 사람에게 매수당한 후에는 오히려 마음이 편히 아무렇지 않게 거짓말을 하지.’ ‘이런 사람은 이미 양심을 버려서, 사건을 뒤집게 나를 도와줄 수 없어.’ 세화는 손발이 차가워지며, 마음으로 절망을 느꼈다. 바로 그때 동혁이 갑자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장태리, 정말 끝까지 방씨 가문을 도와 세화를 모함할 작정이야? 잘 생각하라고! 네 행동의 대가를 감당할 수 있겠어?” “흥, 너도 내가
“진 부사장님, 벼랑 끝에 서 있는데 사람들에게 떠밀리는 기분을 이제 알겠어요? 먼저는 가란은행 은행장이, 지금은 주택건설국 주임이 와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당신을 고소하고 있다고요. 이번에 감옥에 가는 것은 절대 피할 수 없을 거예요!” 장태리가 득의양양하게 웃기 시작했다. 예전에 세화는 진성그룹 부사장이고, 장태리는 단지 일개 비서였을 뿐, 지위의 차이가 컸다. 하지만 이번에 장태리가 돌아와 세화의 목숨 줄을 쥐고 있는 사람이 되니, 장태리는 이 상황에 상당히 만족해했다. 세화는 장태리의 말을 듣고 갑자기 모든 희망이 무너졌다. 이때 하정훈이 끌려들어 왔다. 절뚝절뚝 걷는 것이 힘겨워 보였고, 한쪽 팔이 가슴에 걸려 있었다. 본래 뼈를 다쳐 100일을 입원해야 했다. 하지만 동혁이 지난번에 주택건설국에서 크게 소란을 피운 지 보름도 안 되어 삼촌인 하세량에게 의해 병원에서 불려 왔다. 한표국이 말했다. “중요한 증거가 있다고요? 그럼 다른 방으로 가서 얘기하시죠.” 동혁을 바라보는 하정훈의 눈빛에서 깊은 두려움이 느껴졌다. 비록 시간이 지났어도, 하정훈은 동혁과의 일이 여전히 뼈에 사무칠 정도로 기억이 생생했다. “한 팀장님, 그냥 여기서 말하라고 하시죠.” 동혁은 장태리를 힐끗 쳐다보았다. “제가 어떤 사람들이 계속 웃을 수 있을지 두고 보고 싶어서요.” 장태리는 겁도 없이 콧방귀를 뛰었다. “네, 그게 좋겠어요. 제가 여기서 이야기하겠습니다.” 하정훈은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하정훈은 동혁의 어떤 말에도 복종했고, 이제는 동혁이 죽이라고 해도 그렇게 할 정도였다. 한표국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습니다. 그럼 이야기해보시지요.” “한 팀장님, 저는 자수하러 온 겁니다.”하정훈이 말을 꺼내자 장태리는 깜짝 놀랐고,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자수라니, 무슨 소리야?’ 세화와 한표국조차도 하정훈이 한 말의 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오늘은 왜 이렇게 다들 자수를 못해 안달이야?’ 한표국은
“여기 동영상이 있으니, 한 팀장님이 좀 보시죠.” 한표국은 하정훈으로부터 휴대폰을 건네받았다. 영상이 미리 보기 화면에 멈춰서 흐릿했지만, 남녀가 서로 껴안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한표국은 세화를 보고는 섣불리 재생하지 않았는데,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장면이 나올까 봐 걱정했기 때문이다. “한 팀장님, 괜찮으니 그냥 보세요. 제 아내는 어린애가 아닙니다.” 그러자 동혁이 담담하게 말했다. 한표국은 그제야 재생을 눌렀다. 과연 하정훈이 장태리를 끌어안고 침대에 누워 있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한표국이 생각했던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장면은 없었다. 하정훈과 장태리, 각각 담배를 한 개비씩 물고 있는 것으로 보아, 막 일이 끝난 때인 것 같다. 두 사람의 대화가 들렸다. 하정훈은 장태리에게 은행 카드를 주면서 2억 원이 들어 있다며 다음 날 진성그룹에서 사직하라고 했다. 장태리는 돈에 눈이 멀어 카드를 받아 들고, 하정훈에게 무엇을 하려 하는지 애교스럽게 물었다. 하정훈은 진성그룹을 압박해서, 진성그룹에게 세화이라는 미인을 내세워 자신과 협상하게 한다고 했다. 장태리는 여전히 매우 기뻐하며 세화를 한바탕 추켜세웠는데, 그 말을 듣고 하정훈은 더욱 한시도 기다릴 수 없어했다. 휴대폰으로 들려오는 대화를 들으며 세화는 화가 나서 몸을 떨었다. 비록 이 일은 이미 지나간 일이고, 하정훈이 응분의 대가를 치렀지만, 세화는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장태리도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몸을 떨었다. 하지만 장태리는 분노가 아닌 두려움 때문에 그런 것이다. 그 동영상의 음성을 들었을 때, 장태리는 이미 자신이 끝났다는 것을 알았다. 그것도 완전히 계획이 물거품이 되었다.그 동영상 속에 있는 말들은 모두 장태리가 직접 한 말이고, 일어난 일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장태리가 세화를 중상모략하며 말했던 그 2억 원은, 확실히 세화가 아닌 하정훈에게서 받는 것이었다. 장태리는 그 이후에 사실은 그 돈이 방씨 가문에서 준 것임을 알게 되었다. 진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