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혜진은 이 일이 동혁과 무관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감정을 동혁에게 발산했다. 동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사실 동혁은 제일 먼저 전화를 걸어 상황을 확인했다. 그때 천미가 급히 달려왔다. “자기 마누라도 지키지 못하는 주제에, 네가 무슨 쓸모가 있어?” 동혁을 보고 천미는 차갑게 콧방귀를 뀌고 두말없이 전화를 걸었다. “하 시장님, 저는 장해조의 수양딸인 심천미입니다. 제 친구 진세화의 문제가 정말 심각한 건가요? 시장님 쪽에서 좀 한번 살펴봐 주시겠어요? 2억 원은 그리 큰돈이 아닙니다.” 천미는 세화가 억울하든 말든 상관없이 일단 연줄을 이용해 사람을 구하려고 했다. [심 사장님, 진 사장님에게 일이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제일 먼저 사실을 확인했어요. 곧바로 시경찰청의 조동래를 오라고 해 상황을 묻고, 모든 인맥을 동원해 상황을 살폈어요.] [하지만 이번에는 도경찰청에서 사건을 처리한 거고, 그곳 경제수사팀 한표국 팀장은 말이 통하지 않는 인물이라 저도 도저히 방법이 없어요. 참, 이 일을 심 사장님이 이 선생님한테 좀 전해주세요. 도움이 못돼 죄송하다고요.] 천미는 왜 하세량이 동혁에게 말을 전하라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천미는 지금 애가 타서 더 이상 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다. “도경찰청 사람들이 나와서 사건을 처리하는 바람에, 하 시장님도 관여할 수 없다는데?” 천미는 동혁을 노려보며 분노하며 물었다. “세화가 정말 죄를 뒤집어쓴 거 맞지?” “당연하지.” 동혁은 무표정하게 말했다. 소식을 듣자마자 동혁은 방씨 가문이 일을 꾸며 세화를 모함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심지어 동혁은 이미 확보한 증거도 있어서 얼마든지 세화의 사건을 뒤집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사건을 처리하고 있는 것은 도경찰청의 사람이고, 동혁은 상대방이 공정하게 사건을 처리하고 있는지 누구의 지시를 받았는지 아직 잘 몰랐다. 만일 후자라면 증거를 던져봤자 아무 소용이 없을 수도 있었다. 그리고 사건 처리는 절차가 있어서 시간이 오
“물론입니다.”한표국은 공적인 태도로 뒤에 있는 동료에게 손짓을 했다.“데리고 들어가!”한표국은 이어서 동혁의 옆의 선글라스를 쓰고 거드름을 피우는 다른 한 사람을 보았다.“당신은요? 무슨 일 때문에 자수하겠다는 건가요?”“저는 그냥 심심해서 자수하려고요. 당신들이 어떻게 죄인을 심문하는지 체험하러 왔습니다.”설전룡은 빙그레 웃으며 선글라스를 벗었다.“무례하군요. 저희 전담팀은 사건을 처리하여, 법의 위엄을 구현하는 곳이지, 당신에게 체험을 시켜주는 곳이 아닙니다!”설전룡의 말에 한표국은 버럭 화를 냈다.한표국은 뒤에 있던 무장경찰을 향해 손짓을 했다.“이 사람을 쫓아내!”그러나 한표국의 뒤에 있는 두 무장경찰은 마치 귀신에 홀린 듯 꼼짝도 하지 않고 가만히 서 있었다.“다들 귀가 먹었어? 내 말 안 들려?”한표국이 고개를 돌려 고함을 질렀다.“한, 한 팀장님, 설 대도독이십니다.”너무 놀라 마치 온 힘이 빠진 것 같은 무장경찰이 메마른 목소리로 설전룡의 신분을 말했다. “설 대도독? 무슨 설 대도독?”한표국은 눈살을 찌푸렸지만, 아직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한 팀장님, 팀장님 앞에 H시 군부를 총지휘하시는 설전룡 대도독이 서 계십니다.”‘그 설전룡이라고!’한표국은 깜짝 놀라 황급히 공손히 인사했다.“설 대도독님을 뵙습니다. 죄송합니다. 선글라스를 쓰고 계셔서 잘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사과드립니다.”설전룡은 한표국의 직속상관인 N도 도지사 곽원산의 지위와 맞먹으며, 똑같이 전장의 지배자로 활약했었다. 그래서 한표국은 감히 무례를 범할 수 없었다. “사과는 필요 없어. 내가 대통령도 아니고 아무나 나를 알아봐야 하는 것도 아니야.” 설전룡은 이런 허례허식을 신경 쓰지 않았고, 허세를 부리는 것도 싫어했다. 그렇지 않으면 하루 종일 할 일 없이 선글라스를 쓰고 동혁에게 가지도 않았을 것이다. 다음 순간 설전룡은 표정을 굳혔다. “하지만 한 팀장에게 묻지. 누가 너희들에게 진 사장님을 잡아갈 권한을 준거지?”
특별한 보호를 받는 것은 특권 같은 것이 아니다. 군부는 동혁과 같은 국외전장에서의 특수 공훈자들의 보호 프로그램을 수립했다. 왜냐하면 동혁 같은 사람은 원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이 원수들은 온갖 방법을 동원하여 공훈자들의 가족에게 복수할 것이다. 거기엔 죄를 뒤집어씌우거나 고의적인 범죄 유도를 포함하고 있었다. 그래서 특수 공훈자 보호 프로그램이 필요했다. 특수 공훈자의 가족은 정식 입건 전에 군부 최고 기관의 감사를 받으며, 입건 조사 기간 동안에도 수사에 방해가 되지 않는 한 전 과정을 감독했다. 세화는 동혁의 합법적인 아내이다. 당연히 이런 보호 프로그램이 작용해야 했다. 쾅! 마치 청천벽력처럼 설전룡의 말이 한표국의 머릿속에 울렸다. 한표국은 놀라서 동혁을 보았다. “이 분이, 이분이 이 전신이라고요?” 한표국은 동혁이 방금 자신이 세화의 남편이라고 말한 것을 기억했다. 지금 설전룡은 세화가 전신의 아내라고 말했다. 동혁의 신분은 이미 자명했다. “비밀 유지에 신경 쓰도록!” 동혁은 가볍게 한마디 했고, 간접적으로 자신의 정체를 인정했다. 사실 동혁은 전신이라는 신분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 아는 사람이 많을수록 원수를 끌어들일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비록 동혁은 원수를 두려워하지 않았지만, 동혁에게는 가족이 있다.아직 보호해야 할 일반 사람들도 많았다. 그 극악무도한 원수들이 동혁의 위치를 확실히 파악한다면, H시를 초토화하더라도 반드시 동혁을 죽이려 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세화와 관련된 일이라, 동혁은 그렇게 많이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이 전신, 걱정 마십시오. 저도 노병입니다. 비밀유지수칙은 잘 알고 있습니다.” 한표국은 황급히 정식 군례를 올리며 말했다. 동혁을 바라보는 한표국의 눈빛에는 존경심으로 가득했다. 동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한 팀장, 그럼 난 내 아내를 보러 들어가겠어.” “들어가시죠!” 한표국은 직접 앞에서 길을 안내해 동혁을 데리고 게스트하우스로 들어갔다. 곧 세
“이 상황에서 농담이 나와? 감옥은 남자, 여자 따로 나뉘어 있는데, 그런 상식도 없어?” 세화는 퉁명스럽게 동혁을 가볍게 한 번 치더니, 갑자기 동혁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근데 자수했다고?” 세화는 단번에 감동하여 울었고, 동혁의 허리를 꼭 감싸며, 얼굴을 동혁의 목에 붙였다. “동혁 씨, 당신이 있어서 다행이야. 난 알아. 온 세상이 날 버려도, 동혁 씨는 절대 그렇지 않을 거란 걸!” 큰아버지인 진한강 가족에게 누명을 쓰고 할아버지인 진한영에게 무자비하게 버림받았다. 가족에게 세화는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 이제 세화가 바라는 것은 많지 않았다. 세화는 자신을 구할 능력이 동혁에게 있기를 바라지 않았다. 그저 동혁이 이럴 때 여전히 자신에게 잘 대해준다면, 세화는 그것으로 만족했다. 잠시 후, 세화는 동혁의 품에서 떨어져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동혁 씨, 제발 자수하지 마. 이따가 동혁 씨를 심문할 때 그냥 아무 말도 하지 말아. 어쨌든 아무도 동혁 씨의 정신병이 가짜라는 것을 모를 테니, 결국 동혁 씨를 어쩔 수 없을 거야.” “동혁 씨가 나가서 우리 엄마, 아빠, 천화 좀 돌봐줘. 다른 진씨 가문 사람들은 믿을 수 없어. 어쩌면 우리 가족의 생계를 끊을 수 도 있어. 그러니 지금 난 동혁 씨 밖에 의지할 곳이 없어...” 세화는 말을 하다가 또다시 눈물을 흘렸다. 동혁은 세화의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했다. “여보, 너무 많은 생각을 하지 마. 일이 그렇게 심각한 건 아니야. 내가 바로 당신을 집에 데려갈 거야. 당신과 감옥에 가겠다고 말한 것은 그냥 농담한 것뿐이라고.” “하지만 난 농담이 아니야.” 세화가 말했다. “이번에 큰아버지 가족들이 나를 모함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했단 말이야.” “여보가 모함을 당한 거라면서, 잘못이 없는데 뭐가 무서워?” 동혁은 세화의 말을 끊고, 냉정하게 말했다. “진실이 가짜가 될 수 없듯이, 가짜도 진실이 될 수 없어. 여보가 하지도 않은 일을 가지고 다른 사람들이 여보에게 더
장태리는 순간 멍해져 아무 말도 안 하다가 침대에서 몸을 돌려 앉았다. 장태리는 세화가 직접 자신을 찾아올 줄은 몰랐다. “진 부사장님, 함부로 말하지 마세요. 저는 위증을 한 적이 없어요.” 장태리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장태리가 회사에 있다 사라졌을 때 세화는 부사장이었고, 그래서 장태리는 세화를 그렇게 부르는 데 익숙했다. 세화는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 “아직도 그런 적이 없다고 발뺌하는 건가요? 스스로 가슴에 손을 얹고 말해보세요. 제가 정말 당신에게 2억 원을 주면서 진성그룹에서 떠나 있으라고 했나요? 지금 위증을 하는 거잖아요! 도대체 그 사람들이 당신에게 이 일에 대해 얼마나 많은 대가를 준 건가요?” 본래 장태리는 예쁜 외모에 진성그룹에서 정부 공공기관과의 협의 업무를 담당했던 수완이 좋은 사람이다. 그래서 세화의 몇 마디 말에 그리 동요하지 않았다. 장태리는 동혁과 세화의 뒤에 서있는 한표국을 보고 냉소하며 말했다. “진 부사장님, 지금 제게 유도 질문을 하는 건가요? 분명히 말하지만, 전 누구에게도 대가를 받은 적이 없어요!” “부사장님은 확실히 2억 원을 제게 송금했어요. 부사장님이 친필 서명한 계좌이체증명서도 이미 사건 당당자에게 전달했습니다. 인적, 물적 증거가 모두 있으니, 더 이상 변명하지 마세요. 그래봤자 아무 소용없어요!” 세화는 장태리가 거짓말을 하면서도 당당한 것을 보고, 또 수선화 같은 사람을 만났다고 생각했다. ‘장태리가 하는 짓이 수선화와 아주 똑같아!’ ‘처음에는 위증을 강요받았을지 모르지만, 다른 사람에게 매수당한 후에는 오히려 마음이 편히 아무렇지 않게 거짓말을 하지.’ ‘이런 사람은 이미 양심을 버려서, 사건을 뒤집게 나를 도와줄 수 없어.’ 세화는 손발이 차가워지며, 마음으로 절망을 느꼈다. 바로 그때 동혁이 갑자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장태리, 정말 끝까지 방씨 가문을 도와 세화를 모함할 작정이야? 잘 생각하라고! 네 행동의 대가를 감당할 수 있겠어?” “흥, 너도 내가
“진 부사장님, 벼랑 끝에 서 있는데 사람들에게 떠밀리는 기분을 이제 알겠어요? 먼저는 가란은행 은행장이, 지금은 주택건설국 주임이 와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당신을 고소하고 있다고요. 이번에 감옥에 가는 것은 절대 피할 수 없을 거예요!” 장태리가 득의양양하게 웃기 시작했다. 예전에 세화는 진성그룹 부사장이고, 장태리는 단지 일개 비서였을 뿐, 지위의 차이가 컸다. 하지만 이번에 장태리가 돌아와 세화의 목숨 줄을 쥐고 있는 사람이 되니, 장태리는 이 상황에 상당히 만족해했다. 세화는 장태리의 말을 듣고 갑자기 모든 희망이 무너졌다. 이때 하정훈이 끌려들어 왔다. 절뚝절뚝 걷는 것이 힘겨워 보였고, 한쪽 팔이 가슴에 걸려 있었다. 본래 뼈를 다쳐 100일을 입원해야 했다. 하지만 동혁이 지난번에 주택건설국에서 크게 소란을 피운 지 보름도 안 되어 삼촌인 하세량에게 의해 병원에서 불려 왔다. 한표국이 말했다. “중요한 증거가 있다고요? 그럼 다른 방으로 가서 얘기하시죠.” 동혁을 바라보는 하정훈의 눈빛에서 깊은 두려움이 느껴졌다. 비록 시간이 지났어도, 하정훈은 동혁과의 일이 여전히 뼈에 사무칠 정도로 기억이 생생했다. “한 팀장님, 그냥 여기서 말하라고 하시죠.” 동혁은 장태리를 힐끗 쳐다보았다. “제가 어떤 사람들이 계속 웃을 수 있을지 두고 보고 싶어서요.” 장태리는 겁도 없이 콧방귀를 뛰었다. “네, 그게 좋겠어요. 제가 여기서 이야기하겠습니다.” 하정훈은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하정훈은 동혁의 어떤 말에도 복종했고, 이제는 동혁이 죽이라고 해도 그렇게 할 정도였다. 한표국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습니다. 그럼 이야기해보시지요.” “한 팀장님, 저는 자수하러 온 겁니다.”하정훈이 말을 꺼내자 장태리는 깜짝 놀랐고,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자수라니, 무슨 소리야?’ 세화와 한표국조차도 하정훈이 한 말의 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오늘은 왜 이렇게 다들 자수를 못해 안달이야?’ 한표국은
“여기 동영상이 있으니, 한 팀장님이 좀 보시죠.” 한표국은 하정훈으로부터 휴대폰을 건네받았다. 영상이 미리 보기 화면에 멈춰서 흐릿했지만, 남녀가 서로 껴안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한표국은 세화를 보고는 섣불리 재생하지 않았는데,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장면이 나올까 봐 걱정했기 때문이다. “한 팀장님, 괜찮으니 그냥 보세요. 제 아내는 어린애가 아닙니다.” 그러자 동혁이 담담하게 말했다. 한표국은 그제야 재생을 눌렀다. 과연 하정훈이 장태리를 끌어안고 침대에 누워 있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한표국이 생각했던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장면은 없었다. 하정훈과 장태리, 각각 담배를 한 개비씩 물고 있는 것으로 보아, 막 일이 끝난 때인 것 같다. 두 사람의 대화가 들렸다. 하정훈은 장태리에게 은행 카드를 주면서 2억 원이 들어 있다며 다음 날 진성그룹에서 사직하라고 했다. 장태리는 돈에 눈이 멀어 카드를 받아 들고, 하정훈에게 무엇을 하려 하는지 애교스럽게 물었다. 하정훈은 진성그룹을 압박해서, 진성그룹에게 세화이라는 미인을 내세워 자신과 협상하게 한다고 했다. 장태리는 여전히 매우 기뻐하며 세화를 한바탕 추켜세웠는데, 그 말을 듣고 하정훈은 더욱 한시도 기다릴 수 없어했다. 휴대폰으로 들려오는 대화를 들으며 세화는 화가 나서 몸을 떨었다. 비록 이 일은 이미 지나간 일이고, 하정훈이 응분의 대가를 치렀지만, 세화는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장태리도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몸을 떨었다. 하지만 장태리는 분노가 아닌 두려움 때문에 그런 것이다. 그 동영상의 음성을 들었을 때, 장태리는 이미 자신이 끝났다는 것을 알았다. 그것도 완전히 계획이 물거품이 되었다.그 동영상 속에 있는 말들은 모두 장태리가 직접 한 말이고, 일어난 일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장태리가 세화를 중상모략하며 말했던 그 2억 원은, 확실히 세화가 아닌 하정훈에게서 받는 것이었다. 장태리는 그 이후에 사실은 그 돈이 방씨 가문에서 준 것임을 알게 되었다. 진성
비록 장태리와 관련된 사건이 해결되었지만, 세화의 일은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노광훈 등 세 사람도 동혁을 고소해, 이미 입건되었기 때문에 그 일도 흐지부지 끝낼 수 없었다.하지만 동혁은 이미 해결 방법이 있었다.그때 하정훈이 끌려 나왔다.동혁을 보자 하정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허리를 굽혔다.“이 선생님, 제가 이번에 자수했는데, 어떻게 만족하십니까?”지난번 동혁이 주택건설국에서 소란을 피우던 날, 하세량은 이미 하정훈으로부터 방씨 가문의 음모를 알게 되었다.하정훈을 이용한 일로 하마터면 집안의 파멸을 초래할 뻔했던 방씨 가문에 대해, 하세량은 뼈에 사무치는 깊은 원한을 품고 있었다.하세량은 줄곧 기회를 봐서 방씨 가문을 정리하려고 했다.하정훈이 갖고 있는 동영상 등 증거를 숨겨두고 시경찰청에 장태리의 행방을 조사하게 하고, 집을 방문해 부모를 통해 장태리를 수소문하기도 했다.경찰이 장태리를 조사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 방씨 가문은 다급하게 장태리를 되찾고, 장태리에게 위증을 시켜, 그 죄를 세화에게 씌우려고 했다.뜻밖에도 모든 것이 하세량의 의도대로 되었다.방씨 가문이 장태리를 불러들인 것은 사실 스스로 함정에 빠진 것이다.세화가 연행된 후 가장 먼저 하세량은 지금까지의 일들을 동혁에게 알렸다.하정훈에게 자수하게 하고 세화를 도와 사건을 해결하게 한 것도 하세량이 주도적으로 내린 결정이다.이미 폐인이 된 하정훈에게 이번 일은 마지막 남은 기회였다.“네 삼촌의 체면을 봐서, 너와 관련된 일은 이제 잊어주겠어.”동혁은 담담하게 한마디 했다.하정훈은 이미 합당한 대가를 치렀고, 동혁은 더 이상 잘못을 추궁할 생각이 없었다.“감사합니다, 이 선생님, 감사합니다!”하정훈은 마치 무거운 짐을 벗은 듯, 보름 동안 마음을 짓누르던 돌 하나가 마침내 땅에 떨어져 사라졌다. 하정훈은 취조실로 끌려가 취조를 당했다. 동혁은 한표국을 불러서 말했다. “한 팀장, 노광훈 등 몇 명이 내 아내를 고소한 것도 마찬가지로 다른 증인으로 사건을
갑자기 길을 막은 세화를 보자 강경영의 눈이 번쩍 뜨였다.강경영의 눈빛 속에 드러났던 탐욕의 기색은 곧 사라졌다. 마음을 진정시킨 강경영은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진 회장이라... 그렇지, 잠시 기다리라고 하지 않았나요?”이미 아래층에서 한참 동안 기다렸기에, 지금 강경영의 짜증을 내는 표정을 보자 세화의 마음속 불만은 더 커졌다.‘비록 내가 조사를 받는 입장이지만, 모두 동등한 관계야.’‘왜 이 강 대표는 내가 마치 자신에게 요구하는 것처럼 여기는 거야?’그래도 세화는 여전히 아주 정중하게 말했다.“강 대표님, 앞서 저희가 식사를 약속했는데, 지금 식사 시간이 되었습니다. 보세요...”그러나 세화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강경영이 짜증을 내면서 말을 끊었다.“지금은 시간이 없으니 계속 기다리세요!”‘지금 가장 빨리 사정우를 빼내야 하는데, 진세화와 밥을 먹을 시간이 어디 있어?’이 말을 마친 강영경은 한 무리의 사람들을 데리고 훌쩍 떠났다.그 자리에 선 채 이를 악물고 있는 세화의 표정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차갑게 강경영의 뒷모습을 보고 있던 동혁이 고개를 돌려 말했다.“여보, 상대가 우리를 곱게 대하지 않는 이상 우리도 돌아가자.”“됐어, 조금만 더 기다려 보고...”세화는 고개를 저었다.‘사해상공회의소는 N도 재계의 거대 단체야. 직원의 태도가 좀 거만한 건 이해할 수 있어.’‘내 밑의 두 그룹의 향후 발전을 위해서라면 이 정도 화도 참지 못할 정도는 아니야.’반대편.강경영은 곧 변호사를 데리고 남경찰서로 달려갔다.교통사고가 남경찰서의 관할구역에서 발생했기에, 사정우는 이곳으로 끌려가서 유치장에 갇혀 있었다.동혁이 이미 임창호를 통해서 조동래에게 손을 썼기 때문에, 남경찰서 쪽에서는 기꺼이 사람을 풀어주겠다고 약속했다.그러나 배상금액을 본 강경영은 화가 치밀었다.“배상금이 20억 원? 마세라티에 부딪쳤다더니 금액이 왜 이렇게 많은 거야!”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의 가격이 2억에서 4억 원 정도이기 때문에 사해상공
오한민은 강경영이 제일 먼저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이다.결국 명령을 내린 사람은 H시경찰국의 최고 책임자인 경찰국장이다. 강경영이 입으로는 아무리 상대방을 업신여긴다 해도, 아무나 찾아서는 상대방의 입을 다물게 할 수는 없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그래서 곧바로 H시의 시장을 찾으려고 했다.그러나 지금 H시는 시장이 새로 바뀐 상태였다. 신임 시장의 이름조차 모르는 상태라서, 강경영이 찾으려고 해도 찾을 방법이 없었다.곧 오한민과 연락이 닿았다.[경영 아우님, 조동래 그자는 내가 알지. H시에서는 차가운 염라대왕이라는 별명을 가진 강골로 통하지.][이번에 사정우가 조동래의 손에 넘어갔으니, 확실히 처리하기가 쉽지 않겠어...]전화기 맞은편의 오한민은 난감한 말투였다.강경영은 식은땀을 닦으며 아부했다.“오 사장님, 사장님의 수단이라면 강골은 말할 것도 없고, 제 아무리 노회한 인간이라도 부드럽게 만들 수 있겠지요.”“오 사장님이 좀 도와주십시오. 사정우만 빼낼 수 있다면 저뿐만 아니라 사씨 가문도 은혜를 입게 되는 겁니다.”오한민은 다시 딴청을 부리면서 망설이는 척하다가 비로소 말했다.[알았어, 그럼 조동래의 직속 상관을 찾아야 제압할 수 있어.][내가 H시의 새 시장과 연락해서 사정우를 구할 수 있는지 한번 볼게.]강경영은 오한민이 또 허세를 부리면서, 자신이 더 큰 은혜를 베푸는 것처럼 여기게 하려는 거라고 생각했다.그런데 오한민이 정말 자신이 없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결국 오한민 자신도 새 시장을 본 적이 없었다. 단지 새 시장이 부임한 지 고작 2, 3일 만에 이미 두 개의 큰 사건을 터뜨렸고, 많은 사람들을 처리했다는 사실만 알고 있다.‘척 보기만 해도 잘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오한민 자신은 새 시장과 전혀 연락이 닿지 않기에, 2인자인 임창호 부시장에게만 연락할 수 있었다.명성호텔 1층 로비에서 동혁은 임창호의 전화를 받았다. [시장님, 리성투자회사의 오한민이 전화를 걸어서 사씨 가문의 사정우를 도와달
명성호텔에 온 동혁과 세화는 직원들의 환대를 받았다.지난번 동혁이 이곳에서 Y국 영사 해리슨을 무릎 꿇고 사과하게 만든 일은 직원들에게 깊은 이미지를 남겼기 때문이었다.“안녕하세요, 사해상공회의소의 대표에게 통보해 주세요. 세방그룹 회장 진세화 씨가 회견을 요청한다고요...”세화는 친절하게 직접 접대하러 온 매니저에게 말했다.이번에 온 사해상공회의소는 대표단은 모두 명성호텔에 묵고 있다. 그리고 호텔 한 층의 객실을 전부 사용하는데 이는 그들의 재력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다.“그럼 진 회장님, 잠시만 기다리세요.”두 사람에게 고개를 끄덕인 매니저는 곧바로 통보했다.현재 9층의 회의실.사해상공회의소의 사람들이 모여 있는데 이상하게 조용한 분위기였다.“무슨 소리야, 사정우가 체포되다니?”“H시 경찰국 사람들이 뭘 잘못 먹은 거야? 감히 사정우를 잡아넣다니!”비쩍 마른 남자가 펄쩍 뛰면서 화를 냈다.이 사람은 바로 이번 사해상공회의소가 세화를 살펴보기 위해서 H시에 파견한 대표단의 강경영 대표였다.지금 강경영은 섬뜩할 정도로 굳은 표정이었다.사정우는 이번에 대표단의 일원으로, 자신과 함께 H시로 관광 겸해서 왔다.이런 명문가의 도련님은 당연히 대표단에 얌전하게 붙어 있지 않았다. 그래서 H시에 도착하자마자 불량배 친구 한 패거리를 불러서 나가서 한밤중까지 쏘다녔다.강경영은 관여하지 않았고 감히 관여할 수도 없었다.사정우의 부친 사세준은 명문 사씨 가문의 중요 인물일 뿐만 아니라, 사해상공회의소의 이사이자 강경영의 자신의 은인이기 때문이다.강경영 자신은 기껏해야 사세준이 기르는 애완견에 불과할 뿐이다.그래서 사정우가 H시에서 누군가와 추돌사고가 났는데, 사고를 낸 사람은 아무 일도 없는 반면에 오히려 사정우가 잡혀서 유치장에 갇혀 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강경영은 당연히 크게 화를 낼 수밖에 없었다.“도대체 누가 사정우 도련님을 잡아넣으라고 명령했는지 당장 조사하고 손을 써!”강경영은 사해상공회의소의 직원에게 지시했다.명령을
“너, 너 공직자가 감히 나를 때려! 너 이건 폭력적인 법 집행이야. 너 죽고 싶어?”나태성은 얼굴을 감싼 채 뒤로 물러선 나태성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조동래를 바라보았다.“네 따귀를 때린 건 그나마 가벼운 거야.”무표정한 표정의 조동래가 차가운 목소리로 내뱉었다.“이 사람은 법 집행에 저항하면서 공직자를 위협했기에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를 받고 있는 데다가 계속 행패를 부렸기에 체포합니다.”구경하던 시민들이 다시 한번 환호성을 질렀다.아무도 조동래가 뺨을 때린 게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았다.‘저 나태성이란 놈은 정말 사람을 열받게 만들었는데. 조 국장님이 우리를 대신해서 때린 거야.’‘졸졸 따라다니면서 앞잡이 노릇이나 하는 졸개 놈이 감히 노골적으로 한 시의 경찰국장을 위협했지.’ ‘만약 저 놈에게 고통을 주지 않는다면, H시정부의 위엄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겠어?’‘조동래가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명문 사씨 가문을 앞세운 나태성의 따귀를 때렸어.’사정우의 표정은 극도로 어두웠다.그는 마침내 상대방이 명문 사씨 가문을 들먹여도 전혀 놀라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더 이상 눈치 없이 굴다가는, 조동래의 성질대로라면 나도 뺨을 맞게 될 거야.’이렇게 생각한 사정우는 계속 상대방과 다투려는 생각을 접었다.그러나 두 명의 경찰관에게 끌려가게 되자, 사정우는 참지 못하고 동혁을 향해 독설을 퍼부었다.“이동혁, 맞지, 오늘 이 일은 내가 기억해 두겠어.”“이게 끝이라고 생각해? 허허, 나는 곧바로 나와.”“그렇게 되면 너와 네 마누라에게 하나씩 천천히 이 빚을 계산하겠어...”사정우가 소란을 부리는 모습을 웃으면서 보고 있던 동혁이, 갑자기 앞으로 나가더니 맥라렌의 차문을 맹렬하게 걷어찼다.쾅!큰 소리와 함께 차문 전체가 납작해졌다.“이 이가 놈, 너 지금 죽고 싶다는 거지!”분노가 극에 달한 사정우는 핏줄이 솟을 정도로 분노의 고함을 쳤다.‘내가 이 부서진 차를 다시 운전할 생각은 없다 해도, 이동혁은 모든 사람들의 면전
경찰의 현장 답사는 아주 빨리 진행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결과가 나왔다.조동래가 부하들에게 그 자리에서 교통사고 경위서를 작성하라고 지시하는 걸 본 사정우는 웃음을 터뜨렸다.‘보아하니 조동래는 적당히 구슬려서 화해시킬 생각도 없고, 바로 이 자리에서 내게 줄을 대려는 모양이네.’“이동혁, 내가 말했지, H시라는 이 촌동네에서는 아무도 감히 나 사정우를 건드리지 못해.”“이제 너는 내가 즐길 수 있게 순순히 네 마누라를 내놓으면 돼!”사정우는 아주 유쾌한 듯이 웃으면서도 탐욕스러운 눈빛은 줄곧 세화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벌써부터 조금 뒤에 어떻게 이 여자를 시중들게 할 것인지 생각하고 있었다.동혁이 생각을 바꾸는 것 따위는 전혀 두려워하지도 않았다.동혁이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지금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으니 감사해야 해. 사람들만 없다면 너는 정말 비참하게 박살이 났을 거야.”‘어쨌든 지금 내가 H시의 시장이니까 영향이 미치지 않게 주의해야 해.’‘아직은 내 신원을 아는 사람이 얼마 없지만, 언젠가는 드러나게 되겠지.’바로 이 점 때문에 동혁은 사정우에게 손을 쓰지 않았던 것이다.그렇지 않았다면 조동래에게 전화할 필요도 없었다. 동혁 자신이 해결하면 될 것이다.“계속 주둥이를 놀려봐.”조동래가 다가오는 걸 보면서도 사정우는 킥킥대며 물었다.“조 국장, 교통사고 경위서는 나왔겠지요?”“이 추돌사고에서 우리 진회장님의 백 퍼센트 과실인가요?”조동래가 천천히 말했다.“사 선생님, 그렇습니다. 우리가 현장 조사를 해 본 결과 당신이 악의적으로 차선을 바꾸고 경쟁을 부추겨서 일어난 추돌사고입니다.”“그래서 이번 사고는 당신이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합니다.”“동시에 당신은 난폭운전과 무고한 시민에게 행패를 부린 공갈 협박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나중에 경찰에서 당신에게 상응하는 처벌을 내릴 것입니다...”조동래의 싸늘한 말에 사정우의 표정이 굳어졌다.“조 국장님, 공정하게 법을 집행해 주셔서 감사합니다!”그 말을 들
눈썹을 찌푸린 사정우가 도발적인 냉소를 지으면서 말했다.“좋아, 그럼 지켜보도록 해!”그렇게 말해도 사정우는 여전히 전혀 동혁은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비록 상대방이 돈도 백도 없는 서민은 아니지만 항난그룹 회장이라도 그들 명문가 사람들의 앞에서는 여전히 상대조차 될 수 없었다. 사정우는 설사 H시의 시장이 직접 오더라도, 명문가 사씨 가문의 신분만 앞세운다면, 감히 자신에게 손을 댈 수 없다고 믿었다.“이동혁, 내가 지금 너한테 자유롭게 실력을 발휘할 공간을 줄게. 네 마음대로 전화해서 인맥을 찾아봐. H시 시장을 데리고 와도 괜찮아.”“하지만 감히 나를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을 찾지 못한다면, 내가 추잡한 말을 앞세웠다고 탓하지 마. 너는 돈을 배상해야 할 뿐만 아니라, 네 아내를 내 놀잇감으로 바쳐야 해!”“나중에 내가 기회를 주지 않았다고 딴소리하지 마...”사정우는 세화의 아름다운 몸매를 쳐다보면서 사악한 표정으로 말했다.이 말을 들은 세화는 놀라서 기절할 뻔했다.더 이상 사정우 따위의 질 낮은 인간과 갈등을 일으키고 싶지 않아서 동혁을 잡아끌었다.“동혁 씨, 차라리 우리가 손해를 보고 말자...”사정우를 흘겨보던 동혁의 눈빛에서 번뜩이던 살기가 순식간에 사라졌다.“여보, 날 믿어, 여긴 H시야.”세화를 달랜 동혁이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조 서장님, 저하고 제 아내가 사고를 당했습니다. 그자가 졸개들을 동원해서 길을 막고 있는데, 서장님이 직접 오셔서 처리해 주시기 바랍니다.”전화를 받은 사람은 바로 H시 경찰국장 조동래였다.동혁의 말을 듣자, 조동래는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렸다.‘감히 어떤 놈이 졸개들을 보내서 시장님을 막다니, 살고 싶지 않은 거야!’벌떡 일어난 조동래는 놀란 간부들을 내팽개친 채 회의실에서 뛰쳐나갔다.삐용삐용-10분도 안 되어 사이렌 소리를 울이면서 경찰차들이 잇달아 도착했다.조동래가 직접 온 데다가 H시 경찰국에서 교통업무를 담당하는 도영수 부국장도 함께 왔다.세화는 깜짝 놀랐다.비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는 가운데, 사정우는 뻔뻔하게도 동혁의 면전에서 네 아내를 데리고 놀 테니 아내를 내게 넘기라고 요구했다.구경하던 시민들조차도 이건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하다고 느낄 지경이었다.“더러운 돈 좀 있다고 아주 대단하네 정말. 저 진 회장은 돈이라면 얼마든지 있지만 너처럼 그렇게 멋대로 날뛰지는 않아!”“어디서 더러운 외지인이 굴러 들어와서 설치는 거야? H시가 네가 멋대로 행패를 부릴 수 있는 곳이야!”“벼락부자 티나 내면서 정말 무법천지인 줄 아는 모양인데...”격분한 사람들이 잇달아 사정우에게 욕설을 퍼부었다.그러나 사정우는 이런 비난하는 시민들은 전혀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오히려 씩 웃으며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너희 같은 교활한 인간들은 말을 좀 아껴야 해. 그렇게 입에 침이 마르도록 짖는다고 내 털끝이라도 건드릴 수 있겠어?”“너희 같은 버러지들이 내 신분을 안다 해도 전혀 두렵지 않아. 성도의 명문 가문 사씨 가문은 들어본 적이 있을 거야.” “아이고, 여기 H시가 코딱지 만한 촌동네라는 걸 잊어버렸네. 너희 촌것들은 사씨 가문을 들어본 적도 없겠지.”“아무튼 이 작은 H시에서는 아무도 감히 나 사정우를 건드리지 못해. 나 사정우의 일에 관여하는 건 더 말할 필요도 없지!”“못 믿겠으면 좀 봐 봐. 사건이 터지고 나서 지금까지 수습하러 온 사람이 하나라도 있어?”사정우는 입만 열면 교활한 인간에 촌것들이라며 사람들을 멸시했다.뼛속까지 드러나는 사정우의 우월 의식에 시민들은 치를 떨어야 했다.그러나 사정우의 말은 또 한편으로는 사람들을 섬뜩하게 만들었다.‘확실히 사정우의 말대로 이 일대는 H시의 번화가야.’‘평소라면 관련 부서의 출동 속도는 엄청 빨라. 주차 위반 차량도 3분도 채 안 되어 딱지를 붙이지. 하물며 교통사고는 더 말할 것도 없어.’‘그런데 지금은 이렇게 시간이 한참이나 지났는데도 경찰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아.’‘설마 이 사정우의 말대로 H시 경찰조차도 개입을 꺼리는 걸
‘이렇게 변태 같은 인간의 손에 떨어지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세화는 그런 모욕을 절대 참을 수 없었다!“자기야, 어떻게 사고가 난 거야? 괜찮아?”바로 그때, 세화에게 천상의 목소리처럼 동혁의 목소리가 갑자기 울려 퍼졌다.고개를 들어 보면서 그 순간 기쁨에 겨워 눈물을 흘렸다.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동혁은 얼른 세화를 붙잡았다. “여보, 왜 울어? 다친 거야?”방금 전에 세화의 전화를 받았던 동혁은 명성호텔로 차를 몰고 달려왔다.호텔 근처에 도착하자마자 도로가 꽉 막혀 있었다. 차에서 내려 교통을 정리할 수 있을까 싶어 보던 중에 사람들 틈에 갇힌 세화를 발견한 것이다.“다친 거 아니야, 동혁씨, 진짜 잘 왔어.”바로 마음이 놓이면서 자신감이 치솟은 세화는 동혁을 꽉 붙잡은 채 사정우를 가리켰다.“저 사람이 나를 뒤에서 오게하고는 일부러 사고를 일으켰어. 게다가 나한테 돈을 갚으라고 했어!”“저 사람이 이동혁이야, 진씨 가문의 쓸모없는 데릴사위지.”“쓸모가 없다니? 그건 다 옛날 얘기지. 최근에 항난그룹의 회장이자 원화투자회사의 회장이라는 게 드러났잖아...”구경하는 사람들도 동혁을 알아봤고 세화의 남편이 왔다는 걸 알았다.세화를 도와주러 온 사람이 있자 구경하던 사람들도 용기가 생겼다.“이 회장님, 이 사람들이 고의로 당신 아내를 괴롭히고 있어요. 아내 분이 차를 잘 몰고 있었는데, 이 사람들이 계속 경적을 울리며 따라가더니, 결국 고의로 차를 중간에 끼우고 추돌사고룰 일으켰어요!”“저 자들 보스는 사람 목숨을 하나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너무 지나쳐요!”“또 진세화 씨에게 잠자리를 강요했어요. 권력과 힘을 믿고 완전히 무법천지로 행동했어요...”이 사람들의 말을 듣고 동혁은 상황을 금세 파악했다.동혁의 얼굴에 싸늘한 기운이 감돌면서, 차가운 눈빛으로 사정우를을 쳐다보았다. “네가 사정우야? 일부러 내 아내의 차를 끼워서 추돌 사고를 일으켰다니, 정말 엄청 설치네.”“너는 운이 좋았어. 다행히 내 아
“보상만 하면 이 고물 차를 다시 몰고 가도 돼.” 대충 내뱉듯이 사정우가 말했다. ‘내가 아까 했던 말은 소 귀에 경읽기였어?’ ‘분명히 이 인간은 자기가 고의로 추돌사고를 냈다고 인정했으면서도, 뻔뻔하게 내게 보상을 요구한다고?’ 세화는 치미는 분노에 헛웃음이 나오면서 더 이상 말로 따질 필요도 못 느꼈다. 휴대폰을 꺼내 들고 세화가 말했다. “더 이상 말할 것도 없네요. 누가 보상해야 하는지 경찰이 판단하게 해야겠네요.” 하지만 그 순간 나태성이 다가와서 세화의 손에서 휴대폰을 낚아챘다. 그리고 다른 차에서 내린 양아치들도 슬그머니 세화를 둘러싸며 싸늘한 시선을 보냈다. “대낮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는데 지금 뭐 하는 거야? 내 휴대폰 돌려줘!” 세화는 화를 내면서도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설마 이렇게 백주 대낮에 대놓고 핸드폰을 강탈할 줄은 몰랐기에 마음속으로 위기감을 느꼈다. 주변에서 지켜보던 시민들도 이 광경을 보고 기가 찼지만, 어느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사정우의 패거리는 척 봐도 대단한 기세라서 평범한 시민들은 감히 건드릴 엄두도 내지 못한 것이다. 그렇게 많은 이들이 세화를 안타깝게 바라보면서도 감히 나설 수가 없었다. “예쁜 아가씨, 그렇게 긴장할 거 없잖아. 핸드폰이 얼마나 하겠어. 보상이 끝나면 돌려줄게.” 사정우는 세화의 휴대폰을 가지고 놀면서 심지어 코에 대고 냄새를 맡기도 했다. 마치 세화의 체취이라도 배어 있는 것처럼. “웃기지 마. 당신이 내게 배상해야 돼.” 세화는 수치심과 분노로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러자 사정우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예쁜 아가씨, 빚을 졌으면 갚아야지. 당연한 이치를 모르진 않겠지?” 사정우의 시선이 세화의 몸을 훑어내렸다. “배상할 돈이 없으면 몸으로 갚아도 돼. 나하고 같이 자면 돼.” “흠... 오늘이 내가 이 H시에 온 첫날이니까, 특별히 이렇게 하자.” “내가 이곳을 떠날 때까지 당신은 내 여자가 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