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보호를 받는 것은 특권 같은 것이 아니다. 군부는 동혁과 같은 국외전장에서의 특수 공훈자들의 보호 프로그램을 수립했다. 왜냐하면 동혁 같은 사람은 원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이 원수들은 온갖 방법을 동원하여 공훈자들의 가족에게 복수할 것이다. 거기엔 죄를 뒤집어씌우거나 고의적인 범죄 유도를 포함하고 있었다. 그래서 특수 공훈자 보호 프로그램이 필요했다. 특수 공훈자의 가족은 정식 입건 전에 군부 최고 기관의 감사를 받으며, 입건 조사 기간 동안에도 수사에 방해가 되지 않는 한 전 과정을 감독했다. 세화는 동혁의 합법적인 아내이다. 당연히 이런 보호 프로그램이 작용해야 했다. 쾅! 마치 청천벽력처럼 설전룡의 말이 한표국의 머릿속에 울렸다. 한표국은 놀라서 동혁을 보았다. “이 분이, 이분이 이 전신이라고요?” 한표국은 동혁이 방금 자신이 세화의 남편이라고 말한 것을 기억했다. 지금 설전룡은 세화가 전신의 아내라고 말했다. 동혁의 신분은 이미 자명했다. “비밀 유지에 신경 쓰도록!” 동혁은 가볍게 한마디 했고, 간접적으로 자신의 정체를 인정했다. 사실 동혁은 전신이라는 신분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 아는 사람이 많을수록 원수를 끌어들일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비록 동혁은 원수를 두려워하지 않았지만, 동혁에게는 가족이 있다.아직 보호해야 할 일반 사람들도 많았다. 그 극악무도한 원수들이 동혁의 위치를 확실히 파악한다면, H시를 초토화하더라도 반드시 동혁을 죽이려 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세화와 관련된 일이라, 동혁은 그렇게 많이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이 전신, 걱정 마십시오. 저도 노병입니다. 비밀유지수칙은 잘 알고 있습니다.” 한표국은 황급히 정식 군례를 올리며 말했다. 동혁을 바라보는 한표국의 눈빛에는 존경심으로 가득했다. 동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한 팀장, 그럼 난 내 아내를 보러 들어가겠어.” “들어가시죠!” 한표국은 직접 앞에서 길을 안내해 동혁을 데리고 게스트하우스로 들어갔다. 곧 세
“이 상황에서 농담이 나와? 감옥은 남자, 여자 따로 나뉘어 있는데, 그런 상식도 없어?” 세화는 퉁명스럽게 동혁을 가볍게 한 번 치더니, 갑자기 동혁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근데 자수했다고?” 세화는 단번에 감동하여 울었고, 동혁의 허리를 꼭 감싸며, 얼굴을 동혁의 목에 붙였다. “동혁 씨, 당신이 있어서 다행이야. 난 알아. 온 세상이 날 버려도, 동혁 씨는 절대 그렇지 않을 거란 걸!” 큰아버지인 진한강 가족에게 누명을 쓰고 할아버지인 진한영에게 무자비하게 버림받았다. 가족에게 세화는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 이제 세화가 바라는 것은 많지 않았다. 세화는 자신을 구할 능력이 동혁에게 있기를 바라지 않았다. 그저 동혁이 이럴 때 여전히 자신에게 잘 대해준다면, 세화는 그것으로 만족했다. 잠시 후, 세화는 동혁의 품에서 떨어져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동혁 씨, 제발 자수하지 마. 이따가 동혁 씨를 심문할 때 그냥 아무 말도 하지 말아. 어쨌든 아무도 동혁 씨의 정신병이 가짜라는 것을 모를 테니, 결국 동혁 씨를 어쩔 수 없을 거야.” “동혁 씨가 나가서 우리 엄마, 아빠, 천화 좀 돌봐줘. 다른 진씨 가문 사람들은 믿을 수 없어. 어쩌면 우리 가족의 생계를 끊을 수 도 있어. 그러니 지금 난 동혁 씨 밖에 의지할 곳이 없어...” 세화는 말을 하다가 또다시 눈물을 흘렸다. 동혁은 세화의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했다. “여보, 너무 많은 생각을 하지 마. 일이 그렇게 심각한 건 아니야. 내가 바로 당신을 집에 데려갈 거야. 당신과 감옥에 가겠다고 말한 것은 그냥 농담한 것뿐이라고.” “하지만 난 농담이 아니야.” 세화가 말했다. “이번에 큰아버지 가족들이 나를 모함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했단 말이야.” “여보가 모함을 당한 거라면서, 잘못이 없는데 뭐가 무서워?” 동혁은 세화의 말을 끊고, 냉정하게 말했다. “진실이 가짜가 될 수 없듯이, 가짜도 진실이 될 수 없어. 여보가 하지도 않은 일을 가지고 다른 사람들이 여보에게 더
장태리는 순간 멍해져 아무 말도 안 하다가 침대에서 몸을 돌려 앉았다. 장태리는 세화가 직접 자신을 찾아올 줄은 몰랐다. “진 부사장님, 함부로 말하지 마세요. 저는 위증을 한 적이 없어요.” 장태리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장태리가 회사에 있다 사라졌을 때 세화는 부사장이었고, 그래서 장태리는 세화를 그렇게 부르는 데 익숙했다. 세화는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 “아직도 그런 적이 없다고 발뺌하는 건가요? 스스로 가슴에 손을 얹고 말해보세요. 제가 정말 당신에게 2억 원을 주면서 진성그룹에서 떠나 있으라고 했나요? 지금 위증을 하는 거잖아요! 도대체 그 사람들이 당신에게 이 일에 대해 얼마나 많은 대가를 준 건가요?” 본래 장태리는 예쁜 외모에 진성그룹에서 정부 공공기관과의 협의 업무를 담당했던 수완이 좋은 사람이다. 그래서 세화의 몇 마디 말에 그리 동요하지 않았다. 장태리는 동혁과 세화의 뒤에 서있는 한표국을 보고 냉소하며 말했다. “진 부사장님, 지금 제게 유도 질문을 하는 건가요? 분명히 말하지만, 전 누구에게도 대가를 받은 적이 없어요!” “부사장님은 확실히 2억 원을 제게 송금했어요. 부사장님이 친필 서명한 계좌이체증명서도 이미 사건 당당자에게 전달했습니다. 인적, 물적 증거가 모두 있으니, 더 이상 변명하지 마세요. 그래봤자 아무 소용없어요!” 세화는 장태리가 거짓말을 하면서도 당당한 것을 보고, 또 수선화 같은 사람을 만났다고 생각했다. ‘장태리가 하는 짓이 수선화와 아주 똑같아!’ ‘처음에는 위증을 강요받았을지 모르지만, 다른 사람에게 매수당한 후에는 오히려 마음이 편히 아무렇지 않게 거짓말을 하지.’ ‘이런 사람은 이미 양심을 버려서, 사건을 뒤집게 나를 도와줄 수 없어.’ 세화는 손발이 차가워지며, 마음으로 절망을 느꼈다. 바로 그때 동혁이 갑자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장태리, 정말 끝까지 방씨 가문을 도와 세화를 모함할 작정이야? 잘 생각하라고! 네 행동의 대가를 감당할 수 있겠어?” “흥, 너도 내가
“진 부사장님, 벼랑 끝에 서 있는데 사람들에게 떠밀리는 기분을 이제 알겠어요? 먼저는 가란은행 은행장이, 지금은 주택건설국 주임이 와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당신을 고소하고 있다고요. 이번에 감옥에 가는 것은 절대 피할 수 없을 거예요!” 장태리가 득의양양하게 웃기 시작했다. 예전에 세화는 진성그룹 부사장이고, 장태리는 단지 일개 비서였을 뿐, 지위의 차이가 컸다. 하지만 이번에 장태리가 돌아와 세화의 목숨 줄을 쥐고 있는 사람이 되니, 장태리는 이 상황에 상당히 만족해했다. 세화는 장태리의 말을 듣고 갑자기 모든 희망이 무너졌다. 이때 하정훈이 끌려들어 왔다. 절뚝절뚝 걷는 것이 힘겨워 보였고, 한쪽 팔이 가슴에 걸려 있었다. 본래 뼈를 다쳐 100일을 입원해야 했다. 하지만 동혁이 지난번에 주택건설국에서 크게 소란을 피운 지 보름도 안 되어 삼촌인 하세량에게 의해 병원에서 불려 왔다. 한표국이 말했다. “중요한 증거가 있다고요? 그럼 다른 방으로 가서 얘기하시죠.” 동혁을 바라보는 하정훈의 눈빛에서 깊은 두려움이 느껴졌다. 비록 시간이 지났어도, 하정훈은 동혁과의 일이 여전히 뼈에 사무칠 정도로 기억이 생생했다. “한 팀장님, 그냥 여기서 말하라고 하시죠.” 동혁은 장태리를 힐끗 쳐다보았다. “제가 어떤 사람들이 계속 웃을 수 있을지 두고 보고 싶어서요.” 장태리는 겁도 없이 콧방귀를 뛰었다. “네, 그게 좋겠어요. 제가 여기서 이야기하겠습니다.” 하정훈은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하정훈은 동혁의 어떤 말에도 복종했고, 이제는 동혁이 죽이라고 해도 그렇게 할 정도였다. 한표국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습니다. 그럼 이야기해보시지요.” “한 팀장님, 저는 자수하러 온 겁니다.”하정훈이 말을 꺼내자 장태리는 깜짝 놀랐고,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자수라니, 무슨 소리야?’ 세화와 한표국조차도 하정훈이 한 말의 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오늘은 왜 이렇게 다들 자수를 못해 안달이야?’ 한표국은
“여기 동영상이 있으니, 한 팀장님이 좀 보시죠.” 한표국은 하정훈으로부터 휴대폰을 건네받았다. 영상이 미리 보기 화면에 멈춰서 흐릿했지만, 남녀가 서로 껴안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한표국은 세화를 보고는 섣불리 재생하지 않았는데,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장면이 나올까 봐 걱정했기 때문이다. “한 팀장님, 괜찮으니 그냥 보세요. 제 아내는 어린애가 아닙니다.” 그러자 동혁이 담담하게 말했다. 한표국은 그제야 재생을 눌렀다. 과연 하정훈이 장태리를 끌어안고 침대에 누워 있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한표국이 생각했던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장면은 없었다. 하정훈과 장태리, 각각 담배를 한 개비씩 물고 있는 것으로 보아, 막 일이 끝난 때인 것 같다. 두 사람의 대화가 들렸다. 하정훈은 장태리에게 은행 카드를 주면서 2억 원이 들어 있다며 다음 날 진성그룹에서 사직하라고 했다. 장태리는 돈에 눈이 멀어 카드를 받아 들고, 하정훈에게 무엇을 하려 하는지 애교스럽게 물었다. 하정훈은 진성그룹을 압박해서, 진성그룹에게 세화이라는 미인을 내세워 자신과 협상하게 한다고 했다. 장태리는 여전히 매우 기뻐하며 세화를 한바탕 추켜세웠는데, 그 말을 듣고 하정훈은 더욱 한시도 기다릴 수 없어했다. 휴대폰으로 들려오는 대화를 들으며 세화는 화가 나서 몸을 떨었다. 비록 이 일은 이미 지나간 일이고, 하정훈이 응분의 대가를 치렀지만, 세화는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장태리도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몸을 떨었다. 하지만 장태리는 분노가 아닌 두려움 때문에 그런 것이다. 그 동영상의 음성을 들었을 때, 장태리는 이미 자신이 끝났다는 것을 알았다. 그것도 완전히 계획이 물거품이 되었다.그 동영상 속에 있는 말들은 모두 장태리가 직접 한 말이고, 일어난 일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장태리가 세화를 중상모략하며 말했던 그 2억 원은, 확실히 세화가 아닌 하정훈에게서 받는 것이었다. 장태리는 그 이후에 사실은 그 돈이 방씨 가문에서 준 것임을 알게 되었다. 진성
비록 장태리와 관련된 사건이 해결되었지만, 세화의 일은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노광훈 등 세 사람도 동혁을 고소해, 이미 입건되었기 때문에 그 일도 흐지부지 끝낼 수 없었다.하지만 동혁은 이미 해결 방법이 있었다.그때 하정훈이 끌려 나왔다.동혁을 보자 하정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허리를 굽혔다.“이 선생님, 제가 이번에 자수했는데, 어떻게 만족하십니까?”지난번 동혁이 주택건설국에서 소란을 피우던 날, 하세량은 이미 하정훈으로부터 방씨 가문의 음모를 알게 되었다.하정훈을 이용한 일로 하마터면 집안의 파멸을 초래할 뻔했던 방씨 가문에 대해, 하세량은 뼈에 사무치는 깊은 원한을 품고 있었다.하세량은 줄곧 기회를 봐서 방씨 가문을 정리하려고 했다.하정훈이 갖고 있는 동영상 등 증거를 숨겨두고 시경찰청에 장태리의 행방을 조사하게 하고, 집을 방문해 부모를 통해 장태리를 수소문하기도 했다.경찰이 장태리를 조사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 방씨 가문은 다급하게 장태리를 되찾고, 장태리에게 위증을 시켜, 그 죄를 세화에게 씌우려고 했다.뜻밖에도 모든 것이 하세량의 의도대로 되었다.방씨 가문이 장태리를 불러들인 것은 사실 스스로 함정에 빠진 것이다.세화가 연행된 후 가장 먼저 하세량은 지금까지의 일들을 동혁에게 알렸다.하정훈에게 자수하게 하고 세화를 도와 사건을 해결하게 한 것도 하세량이 주도적으로 내린 결정이다.이미 폐인이 된 하정훈에게 이번 일은 마지막 남은 기회였다.“네 삼촌의 체면을 봐서, 너와 관련된 일은 이제 잊어주겠어.”동혁은 담담하게 한마디 했다.하정훈은 이미 합당한 대가를 치렀고, 동혁은 더 이상 잘못을 추궁할 생각이 없었다.“감사합니다, 이 선생님, 감사합니다!”하정훈은 마치 무거운 짐을 벗은 듯, 보름 동안 마음을 짓누르던 돌 하나가 마침내 땅에 떨어져 사라졌다. 하정훈은 취조실로 끌려가 취조를 당했다. 동혁은 한표국을 불러서 말했다. “한 팀장, 노광훈 등 몇 명이 내 아내를 고소한 것도 마찬가지로 다른 증인으로 사건을
“이 선생님, 방금 장태리가 방씨 가문으로부터 진 사장님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라고 지시받은 것을 전부 자백했습니다. 저는 즉시 방씨 가문의 사건 관련자들을 체포하여진 사장님에 관해 진술을 받을 겁니다.” 동혁이 세화를 데리고 나가려는데 한표국이 다시 말했다. 하정훈의 증언으로 장태리는 완전히 절망하게 되었다. 장태리는 잠깐 사이에 자신이 알고 있는 이미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 일은 사실 그리 복잡하지 않았다. 방씨 가문이 장태리를 찾아낸 후, 장태리의 가족을 빌미로 협박하고, 또 큰 보상을 약속해 장태리가 세화에 대해 거짓 증언하게 했다. 그리고 그 계좌이체 증명서는 진한강 가족이 도와서 위조한 것이다. 방씨 가문에서 이 일을 계획한 사람은 방연문이라고 하는데, 방세한의 삼촌뻘이다. “한 팀장, 사람 잡는 일은 급하지 않으니 내가 연락할 때까지 기다리세요.” 동혁은 한표국이 즉시 체포하자는 제안을 거절했다. 이번에 방씨 가문이 세화를 모함해 동혁의 심기를 건드렸으니, 방연문 하나를 잡는 것으로 동혁은 만족하여 일을 끝낼 수 없었다. 방연문은 방씨 가문의 핵심 구성원이 아니다. 방연문을 체포하는 것은 기껏해야 방씨 가문에 가볍게 흠집만 날뿐, 방씨 가문에게 크게 손상을 주는 일이 아니었다. 지금 동혁이 원하는 것은 방씨 가문을 파멸시키는 것이다. “알겠습니다. 연락을 기다리겠습니다.” 한표국은 동혁의 말투에서 오싹한 기운을 느껴 몸서리를 쳤다. 원칙을 위반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한표국은 동혁의 지시에 따라 행동하여 동혁을 도와 방씨 가문을 처벌할 수 있었다. 동혁은 휴대폰을 꺼내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설전룡에게 먼저 돌아가 방씨 가문의 상황을 철저히 조사하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방세한이 화란을 따라다니며 동혁 앞에서 거만하게 구는 것 외에, 동혁은 아직 방씨 가문에 대해 잘 몰랐다. 휴대폰을 넣고 동혁은 세화를 찾아가, 세화와 함께 게스트하우스 밖으로 나왔다. “동혁 씨, 정말 대단해! 내가 여기 온 지 한 시간밖에 안 됐는데
오늘은 진한강 가족이 정말 오랜만에 가장 즐거운 날이다. 그동안 받았던 울분을 오늘 다 풀었다. 진성그룹도 돌아왔고, 집과 차도 돌아왔다. 게다가 진성그룹은 4000억 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했고, 곧 분양도 시작된다. 집은 2000억 원짜리 저택으로 변했고, 차는 슈퍼카로 변했다. 모든 것이 이전보다 훨씬 나아졌다. ‘다 세화에게 고마워해야지! 그렇게 오랫동안 노력해서 우리에게 혼수를 챙겨 주었으니까!’ “류혜진, 뭘 그렇게 울고 있어? 울려면 네 범죄자 딸에게 가서 울어! 빨리 짐 싸서 이사 나가!” 류혜진이 소파에 앉아 소리 없이 울고 있는 것을 보고 천미연은 짜증이 났다. 천미연은 류혜진과 줄곧 사이가 좋지 않았는데, 요 몇 년 동안 많이 싸웠었다. 지금 진창하 가족의 불행을 보고 천미연은 얼마나 고소했는지 모른다. “천미연, 감히 내 딸을 범죄자라고? 내가 네 더러운 입을 갈기갈기 찢어줄까?” 류혜진은 고개를 들고 천미연에게 욕을 했다. 류혜진은 세화가 감옥을 간다고 해서 눈물이 마를 정도로 울었지만, 다른 사람이 세화를 모욕하며 말하는 것을 가만히 듣고 있을 수 없었다. “흥, 네 딸이 감히 일을 저질렀는데, 넌 왜 다른 사람이 네 딸이 범죄자라는 말을 못 하게 해?” 천미연은 팔짱을 낀 채 신랄하고 각박하게 말했다. “우리 세화는 그런 아이가 아니야. 전부 누명을 쓴 거야. 그러니 조사를 마치고 곧 돌아올 거야!” 류혜진이 분노에 찬 고함을 질렀다. 소식이 전해지자 류혜진 등은 세화가 모함을 당했다는 것을 바로 알았다. 세화의 사람됨으로는 결코 그런 음모를 꾸밀 리가 없었다. 그러나 세화가 모함을 당했다는 것을 알고도 어찌할 도리가 없어 류혜진 등은 더욱 절망했다. 천미연은 콧방귀를 뀌었다.“그건 세화가 돌아올 수 있을 때 다시 이야기해! 지금 너희들이 해야 할 일은 이사하는 거니까! 지금 네 딸이 감옥에 들어가서, 일가족의 수입이 없지? 만약 감히 이사를 가지 않고 계속 떼를 쓰면, 내 남편에게 이야기해 네
“그걸 두고 볼 수 없었던 이동혁 씨가 제지하러 나선 겁니다.” “천용훈이 이동혁 씨에게 손을 쓰라고 다시 경호원들에게 지시했지만, 모두 이동혁 씨에게 쓰러졌지요.” “그런 뒤에야 비로소 고무보트가 구조에 투입될 수 있었습니다...”구조대원들은 구조 작업을 진행하면서 기자들과 인터뷰를 했다.“기자 여러분, 우리는 이 뉴스가 천용훈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보도가 나오면 틀림없이 반응이 아주 뜨거울 겁니다.”“하지만 당신들은 반드시 사실대로 보도해야 합니다.” “천용훈이 돈이 있다는 것도 알지만, 당신들이 정의와 양심을 지킬 수 있기를 바랍니다.”“맞아요. 사람들이 모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누가 옳고 그른지 우리는 똑똑히 구분할 수 있어요!”일부 구조대원들은 또 이 매체들이 천용훈에게 매수될까 봐 이렇게 기자들에게 말했다.여러 기자들 중에 S시일보에서 온 예은설이라는 예쁜 여기자가 있었다. 이때 예은설이 큰 소리로 말했다.“안심하세요. 우리 언론인들은 모두 양심적인 기자들입니다. 반드시 사실대로 공정한 보도를 하겠습니다!”“그렇습니다. 긴급 구조 상황을 방해하고 악영향을 끼친 사람에 대해 우리 기자들은 펜으로 공정한 심판을 내릴 겁니다!”다른 기자들도 잇달아 공정한 보도를 보증했다.한 차례 취재를 마친 기자들은 다시 다른 곳으로 발걸음을 돌렸다.매번 이런 자연재해가 생길 때가 바로 그들이 기삿거리를 얻을 때이기에.“동혁 씨, 물 좀 마시고 좀 앉아서 쉬세요. 몇 시간 동안 쉬지도 않고 일했는데, 몸이 지치면 안 됩니다!”두 시간쯤 지난 뒤, 한 자원봉사자가 동혁에게 물 한 병을 건네며 말했다.이곳에서 동혁의 인기가 가장 높다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지금 사람들은 이미 동혁이 바로 진씨 가문의 데릴사위이자 항난그룹의 회장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이렇게 높은 신분인 사람이 평범한 사람들과 하나가 될 수 있다니.’‘정의롭게 손을 써서 천용훈을 쫓아냈을 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들과 마찬가
“너, 넌...”휘둥그레진 눈으로 동혁을 바라보는 천용훈의 표정은 극도로 일그러져 있었다.자신이 거금을 들여 초빙한 스카이쉴드의 경호원들이, 결국 동혁 앞에서는 이렇게 일격조차 막지 못하고 당한 것이다.짝!갑자기 고개를 돌린 동혁이 손바닥으로 천용훈의 따귀를 때렸다.“네가 뭔데! 꺼져!”말을 마친 동혁은 천용훈의 멱살을 잡고 물속에 처박았다. 몇 시간이나 공을 들였던 화장도 모두 허사가 되었다.이어서 한 손에 한 명씩 천룡훈 팀의 사람들을 잡고는 전부 물속으로 던져 버렸다. 그리고 놀라서 멍한 상태인 고무보트 안의 노인과 아이를 안아서 나오게 했다.“모두 좀 도와주세요. 저와 함께 그 주민을 구하러 갑시다!”동혁이 사람들을 부르자, 곧바로 자원봉사자들과 병사들이 도와주러 왔다.짝! 짝! 짝!그리고 그 대열에 끼지 못한 사람들은 동혁의 뒷모습을 향해 박수를 치면서 탄복했다.“이동혁, 너 이 새끼 기다려! 내가 끝장을 보겠어!”천용훈은 더러운 물속에서 겨우 일어섰지만, 주변 사람들의 경멸하는 눈빛을 접하자 더 이상 버티고 있을 수가 없었다.이를 갈면서 욕을 내뱉은 뒤, 잔뜩 주눅이 든 촬영팀 사람들을 데리고 사라졌다.사람들과 호흡을 같이하면서, 동혁 일행은 재빨리 물속에서 주민을 구해냈다.그리고 나서 말한마디 없이 다시 긴박한 구조 현장으로 뛰어들었다.바로 그때, 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동혁 일행을 향해서 다가왔다.“안녕하세요. 천용훈 씨의 촬영팀과 충돌한 뒤 촬영팀 사람들을 때렸다는 신고를 접수했습니다.” “손찌검한 사람이 이동혁 씨라고 하던데, 조사를 좀 진행하겠습니다.”경찰 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동혁을 찾았다.동혁이 입을 열기도 전에 옆에 있던 자원봉사자가 설명했다.“경찰 아저씨, 이동혁 씨는 사람을 때린 게 아니라 정의로운 행동을 한 겁니다!”“맞아요! 사람의 목숨이 가장 중요한데, 그 인플루언서가 내 고무보트를 강점하고서 촬영을 했어요.” “인명 구조를 지체하게 만든 건 말할 것도 없고 나까지 때렸어요. 이동혁
동혁의 말을 듣고 주위의 사람들은 다시 멍해졌다.‘이 젊은 자원봉사자는 무슨 내력이 있는 걸까?’‘훈계하는 듯한 말투로 천용훈 같은 인를루언서와 이야기했어.’‘그리고 저 청년의 말대로라면, 천용훈을 혼내줬다는 거야!’“이동혁, 역시 너였어!”섬뜩할 정도로 놀랐던 천용훈은 한사코 동혁을 뚫어져라 노려보았다. 뼛속까지 새겨진 원한을 담은 눈빛으로.지난번에 동혁에게 한바탕 폭행을 당했던 천용훈은 혼신의 힘을 다했지만 결국 동혁이 무릎을 꿇고 사과하는 모습을 볼 수가 업었다. 오히려 동혁에게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결국 이동혁 저 개자식은 바로 말을 바꿔서 계약을 해지했고 나를 웃음거리로 만들었어.’체면을 중시하는 천용훈에게 그 일은 평생의 치욕으로 여겨졌다.그는 꿈에서조차 동혁을 산 채로 찢어버리고 싶었다!“또 만날 줄 몰랐지?”씩 웃던 동혁의 표정이 갑자기 차갑게 가라앉았다.“나에게 쓸데없는 말 늘어놓을 필요 없어. 사람을 구하게 당장 고무보트를 내놔!”‘그 주민은 가슴까지 물이 찬 상태라 천용훈과 허튼소리를 할 겨를이 없어.’천용훈은 노발대발했다.“이동혁, 너는 네가 뭐라도 된다고 생각하는 거야? 내가 너의 신분을 모를 것 같아?!”“하지만 나는 지금 리성투자회사에서 중점적으로 밀고 있는 연예인이야. 내가 한 달 동안 올리는 매출이, 네 마누라 두 회사의 매출보다 더 많아.”“네가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명령을 해!”천용훈은 주로 라이브커머스를 통해 상품을 판매한다. 대량의 트래픽이 버팀목이 되었고 월별 판매 액수도 확실히 놀라웠다.1년 동안의 순이익이 일부 대형 상장회사보다 많을 정도였다.그러나 동혁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나는 너와 상의하는 게 아니야. 스스로 꺼져! 아니면 내가 꺼지게 도와주지!”말하면서 주먹을 휘둘렀다. 꺼지지 않으면 손찌검을 하겠다는 기세로.강하게 나가면 말을 듣지만 부드럽게 말하면 듣지 않는 천용훈 같은 인간들에게는 주먹이야말로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허허, 이동혁, 내가 예전처럼 네
갑자기 나타난 중년 남자의 관상을 보니, 충후하고 의리가 있으면서도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지금 잔뜩 화가 난 표정으로 천용훈의 촬영팀을 향해 말했다.“쳇, 원래 쇼를 강제로 차지하고서 구조 작업을 지체되게 만드는 거야!”중년남자의 말을 들은 주위의 자원봉사자와 병사들은, 일제히 경멸하는 야유를 보냈다.‘이 고무보트는 천용훈 촬영팀이 직접 가져온 줄 알았는데, 원래 구호물자인 줄은 몰랐네.’이제는 모두들 더욱 화가 나서, 잇달아 즉시 촬영을 멈추고 고무보트를 양보하라고 고함쳤다.사람들이 일제히 핍박하자, 천용훈 촬영팀은 난처해졌다.울그락불그락하던 그 스태프가 화가 나서 소리쳤다.“너희 가난뱅이들은 모두 입을 다물어!”“우리 천용훈 씨의 일은 하늘보다 더 대단해. 여기서 성가시게 개소리 하지 마!”사람들이 소리치자, 그는 또 고무보트의 주인을 바라보며 말했다.“우리가 고무보트를 빌려서 쓰겠다는데 어쩔 거야! 당신 돈을 원하는 거 아니야? X발, 뭘 그렇게 정의롭게 말하는 척하고 있어!”“자, 내가 바로 돈을 보내주겠어. 20만원이면 충분해?”“부족하면 내가 2백만 원 줄게. 됐지! 빌어먹을 거지들. 우리 천용훈 씨 돈으로 당신을 때려 죽일 수도 있어!”오만함이 극에 달한 그 스태프는 정말 핸드폰을 꺼내서 바로 돈을 이체하려고 했다.화가 난 중년 남자가 귀밑까지 새빨개지면서 소리쳤다.“누가 네 더러운 돈이 좋다고 했어!”“나는 단지 사람을 구하고 싶을 뿐이야. 이 고무보트는 내 것이야. 빨리 노인과 아이를 보트에서 내리게 하고 보트를 돌려줘!”중년남자는 말하면서 고무보트 안의 아이를 안으려고 했다.짝!갑자기 그 스태프가 중년남자의 따귀를 때리면서 소리쳤다.“잘 대해 주니까 고마운 줄을 몰라! 꺼져!”“왜 사람을 때려!”분노한 중년 남자가 뺨을 가린 채 소리쳤다.주위의 자원봉사자들도 천용훈의 사람들이 이 정도까지 날뛸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너를 때렸는데 어쩔 거야? 천용훈 씨에게 미움을 샀
“됐어요, 됐어. 성가시게 굴지 말아요.” “이 영감님이 왜 이렇게 쓸데없는 말이 많아? 우리가 돈을 안 준 것도 아닌데!”“얼른 찍어!”스태프들도 더워서 견디기 힘들었다. 게다가 더럽고 냄새나는 물속에 몸을 담그고 있으니, 기분이 좋다면 이상할 것이다.얼른 노인의 말을 끊었고, 입만 열면 험한 말이 튀어나왔다.노인은 임시로 구한 판자촌 주민이다. 원래 사회의 맨 밑바닥 계층의 사람이라 이런 사람들에게 감히 대들지 못하고 그저 서글픈 미소만 지을 수밖에 없었다.천용훈만 주변의 스태프들이 줄곧 자신의 시중을 드는 걸 즐기는 모습이었다.가끔씩 물을 마셔서 갈증을 해소했다. 또 수시로 화장도 고치면서, 수분을 보충해서 피부의 윤기도 지켜야 했다.이 촬영팀이 시끄럽게 떠들면서 주요 출구를 막는 바람에, 구조 작업을 하러 오고 가던 고무보트들 속도가 많이 느려졌다. 당연히 많은 사람들의 불만을 사게 되었다.그러나 천용훈의 주변에는 탄탄한 체구의 경호원들이 지키고 있어서, 감히 따지러 오는 사람도 없었다.“여기, 여기 고무보트 좀 빨리 보내줘!”“한 노인이 집안에 갇혀 있어. 집안의 물이 이미 가슴까지 차올랐어, 빨리 구출하지 않으면 죽게 될 거야!”바로 그때 판자촌 골목에서 자원봉사자가 큰 소리로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그 소리를 들은 사람들도 따라서 긴장하기 시작했다.하지만 긴장해도 소용이 없었다.지금 모든 고무보트가 긴급 구조에 투입된 상태였다. 모두 갇혀 있는 주민들을 태우고 있어서 빈 보트는 하나도 없었다. 여분의 고무보트가 있을 수 있겠는가!“이봐요, 당신들 그 고무보트는 광고를 찍고 있잖아요. 우선 좀 빌려 씁시다!”구조에 참여했던 한 병사가 재빨리 다가가서 천용훈 일행에게 말했다.천용훈 주변에 있던 촬영 스태프가 바로 고개를 돌리더니 눈을 치켜뜨고 소리쳤다.“당신이 빌리겠다고 하면 빌려줘야 되는 거야? 우리 천용훈 씨도 구조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걸 보지 못했어? 저리 꺼져!”오만이 극에 달해서 병사에게도 욕설을 퍼부었다
“문제가 없으면 그럼 즉시 출발하세요!”장가연은 바로 동혁에게 자원봉사자용 레드 재킷을 던졌다.‘이미 준비도 다 해놓은 걸 보면, 내가 승낙하지 않는 건 생각해 본 적이 없는 모양이야.’래드 재킷을 입은 동혁은 회사의 자원봉사자 10여 명과 함께 출발했다.“여러분은 구시가지 쪽으로 가세요. 그곳에는 판자촌이 많은데, 이번에 큰 피해를 입어서 많은 시민들이 갇혀 있어요.”“에휴, 새 시장이 취임하면 구시가지를 재개발할 거라는 소문이 나돌았지만, 언제 시작될지도 모르지...”H시상공회의소에서 설립한 한 사회복지단체에서, 동혁과 이런 자원봉사자들의 지휘와 조정을 맡고 있었다.자원봉사자 등록을 마치고 이들은 구시가지로 향했다.“구시가지 그쪽은 더럽고 지저분해. 물이 차면 틀림없이 오수가 범람할 텐데, 어떻게 우리를 저쪽으로 보낸 거야.”“이 사장님, 어쨌든 우리 회사 사장님이잖아요. 영향력을 발휘해서 좀 쉬운 일을 맡아서 하게 해주지 않으셨어요!”“용어에 주의하세요. 저는 전 사장이고, 지금은 여러분과 마찬가지로 근로자입니다...”“됐어, 원망하지 마, 뭘 기대한 거야? 어차피 쇼를 하는 거야. 천천히 늑장을 부리면 돼.”구시가지에 배정되었다는 말을 듣자, 원화투자회사의 직원들은 모두 불만을 내비쳤다.그들은 원래 동혁과 함께 쇼를 하러 온 건데, 전 사장인 동혁을 제외하면 회사 경영진은 한 명도 없었다.직원들은 모두 투자에 정통한 엘리트들이라서, 일반 직원들과 달리 마음속에 오만한 생각을 품고 있었다.‘사무실에 앉아서 커피나 마시고 있으면 얼마나 좋아?’‘지금은 되려 궂은 일을 하거나 가장 더럽고 나쁜 곳에 가야 하니.’당연히 원성이 가득했다.동혁은 이 직원들을 힐끗 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비록 이런 불평이 해고할 정도는 아니라 해도, 이 사람들의 이미지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어. 앞으로 사람을 쓸 때, 틀림없이 반영될 거야.’판자촌에 와 보니 역시 이곳이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원래 저지대라서 물이 허리까지 차서 계속 차
말이 마친 동혁은 곧바로 설전룡에게 전화를 걸어서 H시 군부에서 병력을 보내 지원하도록 했다.동혁은 밤새 시장실에서 구조 계획을 총괄적으로 지휘했다.시의 직원들도 모두 동원되어 홍수 방지와 긴급 구조에 투입되었다.“시장님, 밤을 새우셨는데 먼저 들어가셔서 좀 쉬시지요.”임창호가 핏발선 눈으로 동혁을 보면서 말했다. 임창호도 사실 밤을 꼬박 새웠다.“그래요, 임 부시장님과 원 부시장님 두 분도 교대로 좀 쉬세요.”동혁은 일어서면서 임창호의 어깨를 두드렸다.‘어젯밤에 이 두 사람 모두 훌륭하게 대처했어. 비록 노회한 행정가들이라 해도, 정말 일을 해야 할 때는 여전히 능력을 발휘할 수 있어.’ ‘문제는 사람을 어떻게 쓰는가에 달려 있어.’시청을 떠난 동혁은 집에 가서 아침을 먹고 잠도 좀 잘 생각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전화를 한 통 받았다.[이 회장님, 이틀 동안 만나지 못했는데, 회사로 한 번 회사로 오셔야 하지 않겠습니까?]원화투자회사 부사장 장가연의 다소 쌀쌀맞은 목소리가 들려왔다.동혁은 장가연의 불만을 이해할 수 있었다.회장직에서 물러난 이후, 동혁은 더 이상 원화투자회사에 가 본 적이 없었다.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이 결정에 불복한다고 여길 것이다.“내가 곧 갈게요.”동혁은 다시 원화투자회사를 향해 출발했다.도로는 온통 진흙투성이였다.일부 물이 고여 있는 곳은 시민들이 줄을 묶고 지나갈 수밖에 없을 정도로 심각했다.“한번 보세요!”장가연을 보자마자 동혁에게 한 무더기의 신문을 주었다.“이게 뭔가요?”동혁은 호기심에 신문을 뒤져 보았다.[H시, 100년 만에 큰 폭우! 스나이더국제병원 등 5개 병원은 가장 먼저 의료진을 조직해서 긴급구조에 나섰다. 그 뒤의 이야기에 감동한 사람들은 눈물을...][스나이더국제병원 홍보대사인 인를루언서 천용훈, 구조 활동의 전면에 나서면서 훈훈한 감동!][하늘은 무정해도 인정은 살아 있어! 오늘 사람들은 리성투자회사 자원봉사자 팀에 감사를 표해...]...10여 개의 신문 기
“안전을 위해서 부사장님께서 바로 S시로 돌아가실 것을 건의합니다...”비서가 몸을 숙이면서 말했다.“S시로 돌아가? 왜 돌아가야 해? '오한민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멀지 않은 곳의 한 빌딩 옥상의 광고판이 강풍에 거리로 떨어지자,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오한민이 갑자기 크게 웃었다.“나 오한민을 위해서 100년 만의 엄청난 폭우가 닥쳤어! 이 얼마나 좋은 기회야!!”“이번에, 바로 그 어린 시장이 직접 와도, 이 오한민의 손에서 다섯 개의 병원을 내놓게 하지는 못해!”오한민의 얼굴에는 환한 웃음이 가득했다.이 순간, 오한민은 새 시장조차도 하찮게 여기고 있었다!...반대편.동혁은 빅토리아병원을 떠나서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다.하지만 길에서 갑자기 폭우가 들이닥치자, 귀가할 생각을 포기해야 했다. 동혁은 바로 차를 몰고 시청으로 달려갔다.“임 부시장님, 원 부시장님, 이번 폭우는 좀 갑작스럽네요. 우리 시의 배수 시스템이 감당할 수 있을까요?”임창호와 원성배를 불러서 동혁이 직접 물었다.이번 폭우는 갑작스러울 뿐만 아니라 규모도 너무나 거대했다. 이전에 H시에서 본 적이 없었는데, 동혁은 가장 먼저 이상한 점을 느꼈다.“시장님, 기상예보에서 이번 H시에 닥친 100년 만의 초대형 폭우가 닥쳤다고 합니다. 아마도 배수 시스템이 버티지 못할 겁니다.”임창호와 원성배의 표정은 잔뜩 굳어 있었다.동혁의 눈빛이 싸늘해졌다.“견딜 수 없다니요? H시 수백만 시민들의 생명과 재산의 안전에 관한 일인데, 그저 견딜 수 없다는 말 한마디면 끝입니까?”동혁의 앞에 있던 두 부시장은 곧 허리를 굽히고 대답했다.임창호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시장님, H시는 기초 건설공사가 원래 잘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배수 시스템은 더욱 오랫동안 손을 보지 았아서, 많은 하수도를 새로 만들어야 했습니다.”“예년에도 매번 큰비가 내릴 때마다 H시는 이틀 정도 침수되었습니다. 이번에는 100년 만의 초대형 폭우가 닥쳤으니 말할 것도 없습니다.
3대 가문을 타파한 후, H시의 경영 환경은 가까스로 다소 호전되었다.동혁은 이런 방식으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다시 사람들의 선동에 이용되면서, H시 민영기업들 사이에서 공포심이 조성되는 걸 원하지 않았다.[이동혁, 너 욕심이 너무 많은 거 아니야!]오한민은 화가 나자 헛웃음이 나왔다.그는 당연히 동혁의 좋은 생각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다만 자신의 알량한 생각으로 판단하면서, 동혁이 성공을 시기한다고 생각했다. 리성투자회사의 수중에서 이 사립병원들을 빼앗아서, 동혁이 꿀꺽 삼키려는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오한민은 동혁의 뒤에 있는 7개 부서의 수장들을 힐끗 보고는 냉소했다.[말해봐, 이건 너 자신의 뜻이야, 아니면 네 뒤에 있는 사람의 뜻이야?]오한민은 비록 여러 차례 자신이 동혁을 과소평가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여전히 동혁이 7개 부서를 부르고 빅토리아병원 문을 닫게 만든 건, 결코 동혁 자신의 능력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막후에 숨은 거물이 나와 이동혁의 갈등을 이용하기 위해서, 이동혁을 무기로 삼았을 거야.’동혁은 설명하기도 귀찮아서 무심코 말했다.“네가 생각하고 싶은 대로 생각해. 어차피 내 말은 이미 너에게 전했어. 듣든 안 듣든 그건 네 일이야.”동혁이 말을 마치자, 표정이 잔뜩 어두워진 오한민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봉인을 붙여!”황성민 등에게 지시한 뒤 동혁은 곧장 빅토리아병원을 떠났다.곧 빅토리아의 병원의 현관에 봉인이 붙었다.일부 문제가 있는 직원들은 연행되어 조사를 받았다.문제는 모두 사람들이 일으킨 것이다.빅토리아병원은 문을 닫아야 하고, 당연히 이 사람들도 처리해야 했다.일반 직원들은 잠시 집으로 돌아갔다.그러나 동혁도 떠나기 전에 그들에게 빅토리아병원이 곧 이름을 바꾼 뒤 다시 문을 열 것이니, 직원들의 일자리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임을 보증했다.시장 자리를 대신 맡은 뒤에는 동혁이 고려해야 할 문제도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예전처럼 일만 하고 뒤치다꺼리만 하면 끝나는 게 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