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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1화 내가 그 백항서예요

‘뭐? 지시에 따를 수 없다고?’

예의 바르게 거절하는 서영춘의 말에 조명희의 얼굴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조 사장님, 저희 상업은행에 또 다른 매물이 있습니다. 9호 단독주택보다 더 고급스러운 단독주택 두 채입니다.”

“사장님께서 원하신다면 가격은 제가 알아서 잘 할인해 드리겠습니다.”

조명희의 체면을 완전히 구기기 싫었던 서영춘은 재빨리 대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 제안도 조명희의 분노를 누그러뜨리지 못했다.

짝!

조명희는 갑자기 팔을 들어 서영춘의 뺨을 세게 때렸다.

“조 사장님, 지금…”

서영춘은 빰을 가리고 겁에 질린 표정으로 조명희를 쳐다보았다.

서영춘은 조명희가 이렇게까지 방자하고 제멋대로 일지 몰랐다.

‘난 어쨌든 상업은행의 행장이야.’

‘그냥 이름 없는 하찮은 사람이 아니라고.’

‘그런데 이 여자가 아무렇지 않게 내 뺨을 때려?’

“서 행장, 잘 들어. H시의 주인은 우리 3대 가문이야!”

조명희는 매서운 목소리로 소리쳤다.

“너 같은 일개 행장이 뭐가 대단하다고? 네 전임자도 다 우리 3대 가문이 시키는 대로 하는 개였고, 너도 우리 3대 가문이 키우는 개 중 하나일 뿐이야!”

조명희는 할인해 주겠다는 가격보다 돈이 부족해서 이러는 것이 아니었다.

조명희는 명망 있는 조씨 가문의 딸로, 3대 가문이 공인하는 가장 우수한 세 젊은 인재 중 한 명이었다.

조명희는 자신에게 갖추어야 할 격식을 서영춘이 무시했다고 생각했다.

지금 조명희가 원하는 것은 체면이다.

조명희가 황현동 앞에서 9호 단독주택을 사서 선물하겠다고 했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안된다며 서영춘에게 뒤통수를 맞은 것이다.

‘서영춘, 일개 행장 주제에!’

‘감히 내 지시를 거부해서, 내 체면을 깎아?’

조명희는 뒤에 있는 9호 단독주택을 가리키며 서영춘에게 명령했다.

“가서 단독주택에 있는 사람들 다 내보내, 지금! 당장!”

서영춘은 빰을 가린 채 조명희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하지만 상대는 3대 가문 중 하나인 조씨 가문의 큰 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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