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지시에 따를 수 없다고?’ 예의 바르게 거절하는 서영춘의 말에 조명희의 얼굴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조 사장님, 저희 상업은행에 또 다른 매물이 있습니다. 9호 단독주택보다 더 고급스러운 단독주택 두 채입니다.” “사장님께서 원하신다면 가격은 제가 알아서 잘 할인해 드리겠습니다.” 조명희의 체면을 완전히 구기기 싫었던 서영춘은 재빨리 대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 제안도 조명희의 분노를 누그러뜨리지 못했다. 짝! 조명희는 갑자기 팔을 들어 서영춘의 뺨을 세게 때렸다. “조 사장님, 지금…” 서영춘은 빰을 가리고 겁에 질린 표정으로 조명희를 쳐다보았다. 서영춘은 조명희가 이렇게까지 방자하고 제멋대로 일지 몰랐다. ‘난 어쨌든 상업은행의 행장이야.’ ‘그냥 이름 없는 하찮은 사람이 아니라고.’ ‘그런데 이 여자가 아무렇지 않게 내 뺨을 때려?’ “서 행장, 잘 들어. H시의 주인은 우리 3대 가문이야!” 조명희는 매서운 목소리로 소리쳤다. “너 같은 일개 행장이 뭐가 대단하다고? 네 전임자도 다 우리 3대 가문이 시키는 대로 하는 개였고, 너도 우리 3대 가문이 키우는 개 중 하나일 뿐이야!” 조명희는 할인해 주겠다는 가격보다 돈이 부족해서 이러는 것이 아니었다. 조명희는 명망 있는 조씨 가문의 딸로, 3대 가문이 공인하는 가장 우수한 세 젊은 인재 중 한 명이었다. 조명희는 자신에게 갖추어야 할 격식을 서영춘이 무시했다고 생각했다. 지금 조명희가 원하는 것은 체면이다. 조명희가 황현동 앞에서 9호 단독주택을 사서 선물하겠다고 했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안된다며 서영춘에게 뒤통수를 맞은 것이다. ‘서영춘, 일개 행장 주제에!’ ‘감히 내 지시를 거부해서, 내 체면을 깎아?’ 조명희는 뒤에 있는 9호 단독주택을 가리키며 서영춘에게 명령했다. “가서 단독주택에 있는 사람들 다 내보내, 지금! 당장!” 서영춘은 빰을 가린 채 조명희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하지만 상대는 3대 가문 중 하나인 조씨 가문의 큰 딸이었다.
“그 백항서가 너라고? 이럴 수가, 말도 안 돼!” 조명희는 말도 안 되는 일이라는 듯 동혁을 보았다. 놀란 눈빛이 동요하며 안정되지 않았다. 사실 조명희는 동혁이 백항서일지도 모른다고 생각은 조금 했었다. 3대 가문이 모두 수단을 동원해 백항서의 신원을 조사했지만, 어떤 유용한 정보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백항서는 마치 아무런 이유나 목적 없이 불쑥 튀어나온 것 같았다. 그래서 3대 가문도 백항서가 어쩌면 가명일지도 모른다고 조금 의심했었다. 3대 가문은 항남의 주변 인간관계를 조사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백항서를 찾지 못했다. 하지만 3대 가문은 항남의 학창 시절 친한 친구가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 사람이 바로 동혁이다. 그러나 3대 가문은 동혁과 항남을 연결 지어 생각하지 않았다. 3대 가문은 동혁을 진씨 가문의 쓸모없는 사위라고 생각하며, 뼛속까지 일종의 경멸을 품고 있었기 때문이다. 동혁이 H시 제일인 이씨 가문에서 제거하라고 지시한 사람일지라도, 그저 동혁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래서 조명희는 이제서야 말이 안 나올 정도로 너무 충격을 받았다. 이때 황현동이 콧방귀를 뀌었다. “조 사장님, 일개 장사꾼 주제에, 사장님 같은 3대 가문의 후계자를 놀라게 하는 게 말이 안 되죠!” 겉으로 보기에 황현동은 직급이 낮은 과장일 뿐이다. 그러나 황현동의 직급은 낮지만 가진 권력은 컸다. 많은 대기업과 유명 그룹들이 H시 군부에서 수주와 입찰 프로젝트를 따내기 위해 황현동에게 굽실거리며 아첨을 했다. 덕분에 황현동에게 안하무인의 성격이 생겼다. 조명희는 내심 불편한 듯 말했다. “황 과장님, 광도그룹 모태현 사장은 원래 우리 3대 가문의 돈세탁을 돕는 조력자였는데, 이 백항서가 모태현 사장을 국가안전본부에서 꺼내 광도그룹을 빼앗았어요.” 생각지도 못하게 사람을 빼내는 동혁의 행동 때문에, 3대 가문은 한동안 긴장을 했었다. “조 사장님, 그까짓 일로 3대 가문이 놀란 겁니까?” 황현동은 조명희의 말을 듣더니,
“이동혁, 설마 또 박용구의 6 대장을 시켜 나를 여기에 묶어 둘 작정이야?” 조명희는 동혁을 무시하며 말했다. “내 옆에 계신 분이 누구인지 잊지 마!” 조명희는 동혁이 전혀 무섭지 않았다. ‘이동혁, 네 놈이 6 대장을 불러들여도, 여기 황 과장님의 명령 한 마디로 그 놈들을 다 잡을 수 있어! “6 대장이라니요?” 황현동은 군부의 중역이었고, 이런 단어에 아주 민감했다. 그래서 조명희는 황현동에게 다시 한번 잘 설명했다. “하하, 요즘 세상에는 무슨 개나 소나 다 대장이라고 부르나 보네요.” “오직 전신님의 수하만이 대장의 자격이 있지요. 예를 들어, 우리 H시 군부 설전룡 대도독 같은, 전신의 수하 중 제일의 대장 말이요.” 황현동은 무시하며 손을 흔들었다. “이 개나 소 같은 하찮은 것들이 감히 나타나면, 내 전화 한 통으로 호아병단과 백야특수부대를 불러와 다 총살시켜 버리면 돼요. 걱정 마세요.” “황 과장님, 병참부 과장도 병력을 이동시킬 권한이 있어요?” 조명희는 바보가 아니었다. 황현동은 거만하게 말했다. “난 병력을 소환할 수 있는 권한은 없지만, 호아병단 심홍성 대장과 백야특수부대 고동성 대장과는 확실히 친한 친구가 맞아요. 그래서 이 정도는 쉽게 해결할 수 있어요.” 조명희의 눈에는 더욱 이채로운 빛이 감돌았다. 조명희는 황현동의 몸에 붙어 있으면서도, 더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이동혁, 들었지? 당장 9호 단독주택에서 나가! 아니면, 황 과장님이 명령하는 순간 넌 군부로 끌려가게 될 거야. 그곳은 경찰서가 아니니, 널 그곳에서 건져낼 사람은 아무도 없어!” 조명희가 거들먹거리며 말했다. 이런 조력자가 생기자, 조명희는 심지어 단독주택을 살 돈조차 내고 싶지 않았다. ‘아무래도 이동혁이 방금 산 단독주택을 그냥 순순히 나에게 넘기도록 해야겠어. 그렇게 네 놈의 재산을 모두 날려주지.’ 이때 하지혜는 백문수 등과 함께 단독주택 내부를 둘러보다가 밖의 인기척을 듣고 나왔는데, 마침 조명희의
“하하하!” 동혁의 말에 황현동과 조명희는 곧바로 포복절도하기 시작했다. 황현동과 조명희는 동혁이 너무 무지하다고 비웃었다. 아주 미쳤다는 듯 동혁을 비웃었다. “이동혁, 네가 뭐 엄청 대단한 사람이라고 착각하는가 보지? H시 군부를 숙청하다니, 넌 너무 너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거 아니야?” 조명희는 비웃듯 말했다. 조명희뿐 아니라, 옆에 있는 하지혜와 서영춘, 심지어 동혁을 가장 신뢰하는 백문수 노부부도 동혁의 말을 믿지 않았다. 동혁은 아무 말 없이 휴대폰을 꺼내 녹음한 부분을 설전룡에게 보냈다. “형님이 나에게 보낸 게 뭐지?” H시 군부의 지휘부, 즉 대도독부. 설전룡은 갑자기 동혁이 보낸 녹음된 파일을 받고, 다소 궁금해했다. [황 과장님, 병참부 과장도 병력을 이동시킬 권한이 있어요?] [난 병력을 소환할 수 있는 권한은 없지만, 호아병단 심홍성 대장과 백야특수부대 고동성 대장과는 확실히 친한 친구가 맞아요. 그래서 이 정도는 쉽게 해결할 수 있어요.] 녹음된 대화를 듣고 설전룡의 얼굴에서 식은땀이 바로 흘렀다. 설전룡은 동혁이 왜 이 녹음만 보냈는지 바로 눈치챘다. 그래서 동혁에게 어떤 메시지를 남기지도, 전화를 걸지도 않았다. ‘그만큼 형님이 지금 화가 엄청나셨다는 거지.’ 설전룡은 곧바로 자신의 경호대장을 불렀다. “녹음 파일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당장 알아내! 직위를 해직해서 수사하고. 군부 내에 이 놈과 결탁하여 규율을 위반한 자가 있다면 그 직위가 어떠하든 절대 용납하지 않을 거야.” “그리고 심홍성, 고동성, 병참부 왕동재 국장 이 세 사람에게 전신님 앞에 가서 직접 이 일에 대한 해명을 하라고 해. 제대로 못하면 돌아올 생각은 하지 말라고 하고!” 마지막으로 설전룡은 책상을 치며 소리쳤다. 설전룡의 명령에 따라 군부의 감찰기관이 빠르게 가동되었고, H시 군부 전체에 이르는 광범위한 조사가 진행되었다. 한편, 병참부 왕동재 국장, 그리고 심홍성과 고동성. 장군 한 명, 준장 두 명이 모두 식은땀
“내가 안 왔으면, 황현동 네 놈은 곱게 못 돌아가지도 못해. 넌 가서 군사법정에 갈 준비나 해.” 왕동재는 황현동을 매섭게 쏘아보고는 몇 걸음에 동혁 앞으로 다가갔다. 왕동재는 깍듯이 경례를 했다. “이 전신, H시 군부 병참부, 국장 왕동재가 명을 받고 와서 보고합니다!” 심홍성과 고동성 두 사람은 동혁이 신분을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이전에는 이런 호칭을 쓰지 않았다. 그러나 동혁이 이번에 아무런 반응이 없자 즉시 다가와 경례를 했다. “이 전신, H시 군부 호아병단, 지휘관 심홍성, 명을 받들어 보고합니다!” “이 전신, H시 군부 백야특수부대, 대장 고동성, 명을 받들어 보고합니다!” 세 번 전신이라는 단어가 흘러나왔다. 9호 단독주택 전체가 쥐 죽은 듯이 고요했다. 전신. H국이 직접 인정한 칭호였다. 군부 사람이라면 꿈에 그리는 영광이다. 억만 명 중 전신이 단 한 명도 나오기 힘들다. 이 칭호는 이미 모든 군부의 직급을 초월한다. 그리고 전신은 동혁이 유일했다. 세계 유일, 유일무이! ‘이동혁이, 이 전신이라고?’ ‘이 전신이, 이동혁이라고?’ 모두에게 충격이었다. 마치 청천벽력과 같은 소리였다. 두 가지 의문이 모두의 머릿속에서 격렬하게 부딪히고 있었다. 모두의 머릿속은 순간 텅 비어서 아무런 사고도 할 수 없었다. 황현동은 창백해진 얼굴로 동혁을 바라보며 얼이 빠졌다. ‘방금 내가 미쳤다고 군대를 이동시켜 이 전신에게 9호 단독주택에서 쫓아내겠다고 큰소리친 거야?’ 황현동은 지금 멍청한 자신이 너무 우습기만 했다.동혁의 명령으로 H시 군부의 백만 정예병들이 한 사람 한 사람 침 한 번씩만 뱉어도 황현동은 익사될 것이다. 조명희도 사람 보는 눈이 없었다. 여기에 있는 사람들이 보기에 이 세상에서 정말 무식하고 두려움이 없고 머리가 정상이 아닌 바보만이 감히 이 전신을 감히 사칭할 수 있었다. 그래서 눈앞에서 벌어진 상황은 조명희에게 동혁이 정말 전신이라는 것을 확신하게 했다.
황현동은 눈물을 흘리며 잘못을 인정하고, 엎드려 머리를 땅에 재차 박으며 용서를 구했다. 거만하게 위세를 부리던 황현동은 이제 동혁의 발 밑에 무릎을 꿇고 마치 죽을 개처럼 꼬리를 흔들며 살길을 찾았다. 아까까지 넘치던 기개는 조금도 없었다. 전장의 군인에게 개인의 존엄성은 조금도 중요하지 않았다. 동혁은 황현동이 허세를 부리며 힘으로 사람을 제압했던 것보다 지금 황현동의 행동을 더 싫어한다. ‘우리 무수한 전장의 군인들.’ ‘설역 고원과 황량한 고비 사막에서 나라를 지키고 국경을 보호하는 사람들.’ ‘지금도 국외 전장에서 피 흘리며 싸우며, 구사일생하고 있지.’ ‘하지만 황현동, 이 좀벌레는 높은 자리에 앉아 빈둥빈둥 놀고 군부의 명성을 떨어뜨렸어.’ “저 놈의 지위를 박탈하고 국외 전장으로 보내. 살아서 돌아올 수 있을지는 스스로의 운에 달려있으니 한번 보자고.” 동혁은 담담하게 말 한마디로 황현동의 운명을 선고했다. ‘이런 놈은 전쟁이 한창인 최전선을 직접 체험해 봐야 정신을 차리지.’ ‘체포해서 재판하는 것만으로는 오히려 이 놈만 편하게 해주는 거야.’ 황현동은 온몸에 힘이 빠져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전신의 말은 나보고 죽으라는 거잖아?’ “예, 전신!” 왕동재는 비로소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차를 운전한 병사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 병사는 동혁에게 존경을 담아 경례를 하고, 황현동을 데리고 차로 갔다. 동혁은 앞에 있는 왕동재를 바라보았다. “네 밑에 저런 놈이 생겼다는 것은 결코 저 놈 혼자만 있는 게 아닐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돼. 네가 자체적으로 먼저 조사해. 만약 제대로 조사하지 못하면, 내가 사람을 시켜 너를 조사하게 할 거야.” 심홍성과 고동성 두 준장에 비해 왕동재는 정통 장군이었다. 그러나 동혁의 말에 왕동재는 온몸이 떨리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이 전신에게 보고합니다. 반드시 끝까지 엄격히 조사해서 더 이상 제멋대로 행동하지 않게 단속하겠습니다. ”동혁은 또 심홍성과 고동성 둘을 바라보며
동혁의 정체를 알게 된 조명희는 감히 동혁의 말에 반항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바로 바닥을 닦으러 가겠습니다!” 조명희는 조용한 걸음으로 단독주택에 들어갔고, 곧 열심히 일하기 시작했다. 동혁은 조명희를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다. 이제 조명희는 아무리 큰 용기가 있어도 감히 도망갈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내 신원은 비밀로 해.” 동혁은 가볍게 한마디 명령했다. 하지혜와 서영춘 두 사람은 동혁의 말이 자신들에게 한 말인 줄 알고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혜와 서영춘은 이 일을 비밀로 묻어두기로 결정했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사실 우리가 발설한다고 해도 다른 사람들은 그저 미쳤다고 생각할 거야.’ ‘그 명망 있는 이 전신이 진씨 가문 같은 이류 가문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미움을 받으며 살고 있다고 어떤 누가 믿겠어?’ 만약 직접 보지 않았다면, 하지혜 등도 믿지 않았을 것이다. 이어 동혁은 하지혜에게 9호 단독주택에 필요한 모든 생활용품을 준비하도록 맡겼다. 하지혜는 마음속으로 매우 기뻤다. 하지혜는 이번에 자신의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적어도 동혁은 이미 항남의 가족에 보상하려는 하지혜의 마음을 알아주기 시작했다. 하지혜는 즉시 생활용품을 장만하러 갔다. 서영춘도 작별 인사를 했다. 이제 9호 단독주택에는 동혁과 항남의 가족, 그리고 동혁의 비서인 선우설리만 남았다. 방금까지 상황이 어수선해 백문수 부부가 계속 어색해할까 걱정된 동혁은 남아서 백문수 등과 함께 저녁을 먹기로 했다. 저녁 식사는 육수아가 직접 했고 조명희가 도왔다. 손끝 하나 까딱하지 않는 명문가 딸인 조명희는 주방에 들어간 적도 없었지만, 그래도 억지로 일을 거들었다.조명희는 지금 동혁이 자신을 총살하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저녁 식사를 마친 후, 백문수 부부는 마침내 안심하고 옛 집이 동혁에 의해 매입되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9호 단독주택을 떠나기 전에 동혁은 염동완에 전화를 걸었다. 전화가 연결되자 동
염동완은 천수홍의 말을 듣자마자 기뻐했다. “역시 형님은 일을 확실하게 한다니까! 맞아, 그래야 해. 그 바보가 우리 앞에서 이번에는 울고 싶어도 울지도 못할 정도로 혼내줘야지!” [하하하!] 염동완과 천수홍은 전화기를 사이에 두고 깔깔대며 웃음을 터뜨렸다. 동혁에게 그간 당한 것에 대해 크게 복수를 하게 됐다는 나름 통쾌한 느낌이 있었다. “선우 사장, 조동래에게 전화를 걸어 사람을 보내 염동완의 도박장을 폐쇄하라고 해.” 한편 동혁은 휴대폰을 내려놓으며, 선우설리에게 지시했다. 동혁은 염동완의 도발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고, 심지어 직접 나서기도 귀찮았다. 선우설리는 즉시 휴대폰으로 조동래에게 전화했다. 이때 또 동혁은 천화의 전화를 받았다. [매형, 빨리 집으로 오세요. 할아버지가 태휘 형과 진화 누나를 데리고 와서는 누나에게 자꾸 행패를 부려요.] 천화는 전화로 초조하게 말했고, 주위는 여전히 시끄러웠다. 동혁은 또 무슨 일이 생겼는지 확인하려고, 즉시 선우설리에게 자신을 하늘 거울 저택으로 데려다 달라고 했다. 하늘 거울 저택. 진한영을 필두로 진씨 가문의 대가족이 기세등등하게 달려와 잘못을 따져 물었다. “세화야! 금우자동차센터의 천 사장님에게서 방금 연락이 왔었다. 오늘 안에 그 세 대의 차를 돌려주고, 또 20억 원의 감가상각비를 배상하라고, 그러니 빨리 서둘러라!” 진한영은 세화 앞에 서서 눈을 부라리며 수염이 날릴 정도로 화를 내며 말했다. “할아버지, 어젯밤에 염동완이 제 차를 부쉈어요. 그래서 그 세 차는 금우자동차센터에서 저에게 배상한 것인데, 그걸 왜 다시 돌려주려고 해요?” 세화는 고소해하는 태휘와 화란을 보고 담담히 물었다. “너희들이 내 차를 뺏으려고, 할아버지를 속여 앞세운 건 아니겠지?” 세화는 집에 있는 두 대의 스포츠카가 원래 태휘와 화란이 예약한 것임을 알고 있었다. 차를 산 돈도 자기들 마음대로 하늘 거울 저택을 팔자는 의견을 내 받은 상이 었다. ‘태휘와 태란, 저 둘의 뻔뻔한 성
경찰의 현장 답사는 아주 빨리 진행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결과가 나왔다.조동래가 부하들에게 그 자리에서 교통사고 경위서를 작성하라고 지시하는 걸 본 사정우는 웃음을 터뜨렸다.‘보아하니 조동래는 적당히 구슬려서 화해시킬 생각도 없고, 바로 이 자리에서 내게 줄을 대려는 모양이네.’“이동혁, 내가 말했지, H시라는 이 촌동네에서는 아무도 감히 나 사정우를 건드리지 못해.”“이제 너는 내가 즐길 수 있게 순순히 네 마누라를 내놓으면 돼!”사정우는 아주 유쾌한 듯이 웃으면서도 탐욕스러운 눈빛은 줄곧 세화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벌써부터 조금 뒤에 어떻게 이 여자를 시중들게 할 것인지 생각하고 있었다.동혁이 생각을 바꾸는 것 따위는 전혀 두려워하지도 않았다.동혁이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지금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으니 감사해야 해. 사람들만 없다면 너는 정말 비참하게 박살이 났을 거야.”‘어쨌든 지금 내가 H시의 시장이니까 영향이 미치지 않게 주의해야 해.’‘아직은 내 신원을 아는 사람이 얼마 없지만, 언젠가는 드러나게 되겠지.’바로 이 점 때문에 동혁은 사정우에게 손을 쓰지 않았던 것이다.그렇지 않았다면 조동래에게 전화할 필요도 없었다. 동혁 자신이 해결하면 될 것이다.“계속 주둥이를 놀려봐.”조동래가 다가오는 걸 보면서도 사정우는 킥킥대며 물었다.“조 국장, 교통사고 경위서는 나왔겠지요?”“이 추돌사고에서 우리 진회장님의 백 퍼센트 과실인가요?”조동래가 천천히 말했다.“사 선생님, 그렇습니다. 우리가 현장 조사를 해 본 결과 당신이 악의적으로 차선을 바꾸고 경쟁을 부추겨서 일어난 추돌사고입니다.”“그래서 이번 사고는 당신이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합니다.”“동시에 당신은 난폭운전과 무고한 시민에게 행패를 부린 공갈 협박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나중에 경찰에서 당신에게 상응하는 처벌을 내릴 것입니다...”조동래의 싸늘한 말에 사정우의 표정이 굳어졌다.“조 국장님, 공정하게 법을 집행해 주셔서 감사합니다!”그 말을 들
눈썹을 찌푸린 사정우가 도발적인 냉소를 지으면서 말했다.“좋아, 그럼 지켜보도록 해!”그렇게 말해도 사정우는 여전히 전혀 동혁은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비록 상대방이 돈도 백도 없는 서민은 아니지만 항난그룹 회장이라도 그들 명문가 사람들의 앞에서는 여전히 상대조차 될 수 없었다. 사정우는 설사 H시의 시장이 직접 오더라도, 명문가 사씨 가문의 신분만 앞세운다면, 감히 자신에게 손을 댈 수 없다고 믿었다.“이동혁, 내가 지금 너한테 자유롭게 실력을 발휘할 공간을 줄게. 네 마음대로 전화해서 인맥을 찾아봐. H시 시장을 데리고 와도 괜찮아.”“하지만 감히 나를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을 찾지 못한다면, 내가 추잡한 말을 앞세웠다고 탓하지 마. 너는 돈을 배상해야 할 뿐만 아니라, 네 아내를 내 놀잇감으로 바쳐야 해!”“나중에 내가 기회를 주지 않았다고 딴소리하지 마...”사정우는 세화의 아름다운 몸매를 쳐다보면서 사악한 표정으로 말했다.이 말을 들은 세화는 놀라서 기절할 뻔했다.더 이상 사정우 따위의 질 낮은 인간과 갈등을 일으키고 싶지 않아서 동혁을 잡아끌었다.“동혁 씨, 차라리 우리가 손해를 보고 말자...”사정우를 흘겨보던 동혁의 눈빛에서 번뜩이던 살기가 순식간에 사라졌다.“여보, 날 믿어, 여긴 H시야.”세화를 달랜 동혁이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조 서장님, 저하고 제 아내가 사고를 당했습니다. 그자가 졸개들을 동원해서 길을 막고 있는데, 서장님이 직접 오셔서 처리해 주시기 바랍니다.”전화를 받은 사람은 바로 H시 경찰국장 조동래였다.동혁의 말을 듣자, 조동래는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렸다.‘감히 어떤 놈이 졸개들을 보내서 시장님을 막다니, 살고 싶지 않은 거야!’벌떡 일어난 조동래는 놀란 간부들을 내팽개친 채 회의실에서 뛰쳐나갔다.삐용삐용-10분도 안 되어 사이렌 소리를 울이면서 경찰차들이 잇달아 도착했다.조동래가 직접 온 데다가 H시 경찰국에서 교통업무를 담당하는 도영수 부국장도 함께 왔다.세화는 깜짝 놀랐다.비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는 가운데, 사정우는 뻔뻔하게도 동혁의 면전에서 네 아내를 데리고 놀 테니 아내를 내게 넘기라고 요구했다.구경하던 시민들조차도 이건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하다고 느낄 지경이었다.“더러운 돈 좀 있다고 아주 대단하네 정말. 저 진 회장은 돈이라면 얼마든지 있지만 너처럼 그렇게 멋대로 날뛰지는 않아!”“어디서 더러운 외지인이 굴러 들어와서 설치는 거야? H시가 네가 멋대로 행패를 부릴 수 있는 곳이야!”“벼락부자 티나 내면서 정말 무법천지인 줄 아는 모양인데...”격분한 사람들이 잇달아 사정우에게 욕설을 퍼부었다.그러나 사정우는 이런 비난하는 시민들은 전혀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오히려 씩 웃으며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너희 같은 교활한 인간들은 말을 좀 아껴야 해. 그렇게 입에 침이 마르도록 짖는다고 내 털끝이라도 건드릴 수 있겠어?”“너희 같은 버러지들이 내 신분을 안다 해도 전혀 두렵지 않아. 성도의 명문 가문 사씨 가문은 들어본 적이 있을 거야.” “아이고, 여기 H시가 코딱지 만한 촌동네라는 걸 잊어버렸네. 너희 촌것들은 사씨 가문을 들어본 적도 없겠지.”“아무튼 이 작은 H시에서는 아무도 감히 나 사정우를 건드리지 못해. 나 사정우의 일에 관여하는 건 더 말할 필요도 없지!”“못 믿겠으면 좀 봐 봐. 사건이 터지고 나서 지금까지 수습하러 온 사람이 하나라도 있어?”사정우는 입만 열면 교활한 인간에 촌것들이라며 사람들을 멸시했다.뼛속까지 드러나는 사정우의 우월 의식에 시민들은 치를 떨어야 했다.그러나 사정우의 말은 또 한편으로는 사람들을 섬뜩하게 만들었다.‘확실히 사정우의 말대로 이 일대는 H시의 번화가야.’‘평소라면 관련 부서의 출동 속도는 엄청 빨라. 주차 위반 차량도 3분도 채 안 되어 딱지를 붙이지. 하물며 교통사고는 더 말할 것도 없어.’‘그런데 지금은 이렇게 시간이 한참이나 지났는데도 경찰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아.’‘설마 이 사정우의 말대로 H시 경찰조차도 개입을 꺼리는 걸
‘이렇게 변태 같은 인간의 손에 떨어지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세화는 그런 모욕을 절대 참을 수 없었다!“자기야, 어떻게 사고가 난 거야? 괜찮아?”바로 그때, 세화에게 천상의 목소리처럼 동혁의 목소리가 갑자기 울려 퍼졌다.고개를 들어 보면서 그 순간 기쁨에 겨워 눈물을 흘렸다.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동혁은 얼른 세화를 붙잡았다. “여보, 왜 울어? 다친 거야?”방금 전에 세화의 전화를 받았던 동혁은 명성호텔로 차를 몰고 달려왔다.호텔 근처에 도착하자마자 도로가 꽉 막혀 있었다. 차에서 내려 교통을 정리할 수 있을까 싶어 보던 중에 사람들 틈에 갇힌 세화를 발견한 것이다.“다친 거 아니야, 동혁씨, 진짜 잘 왔어.”바로 마음이 놓이면서 자신감이 치솟은 세화는 동혁을 꽉 붙잡은 채 사정우를 가리켰다.“저 사람이 나를 뒤에서 오게하고는 일부러 사고를 일으켰어. 게다가 나한테 돈을 갚으라고 했어!”“저 사람이 이동혁이야, 진씨 가문의 쓸모없는 데릴사위지.”“쓸모가 없다니? 그건 다 옛날 얘기지. 최근에 항난그룹의 회장이자 원화투자회사의 회장이라는 게 드러났잖아...”구경하는 사람들도 동혁을 알아봤고 세화의 남편이 왔다는 걸 알았다.세화를 도와주러 온 사람이 있자 구경하던 사람들도 용기가 생겼다.“이 회장님, 이 사람들이 고의로 당신 아내를 괴롭히고 있어요. 아내 분이 차를 잘 몰고 있었는데, 이 사람들이 계속 경적을 울리며 따라가더니, 결국 고의로 차를 중간에 끼우고 추돌사고룰 일으켰어요!”“저 자들 보스는 사람 목숨을 하나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너무 지나쳐요!”“또 진세화 씨에게 잠자리를 강요했어요. 권력과 힘을 믿고 완전히 무법천지로 행동했어요...”이 사람들의 말을 듣고 동혁은 상황을 금세 파악했다.동혁의 얼굴에 싸늘한 기운이 감돌면서, 차가운 눈빛으로 사정우를을 쳐다보았다. “네가 사정우야? 일부러 내 아내의 차를 끼워서 추돌 사고를 일으켰다니, 정말 엄청 설치네.”“너는 운이 좋았어. 다행히 내 아
“보상만 하면 이 고물 차를 다시 몰고 가도 돼.” 대충 내뱉듯이 사정우가 말했다. ‘내가 아까 했던 말은 소 귀에 경읽기였어?’ ‘분명히 이 인간은 자기가 고의로 추돌사고를 냈다고 인정했으면서도, 뻔뻔하게 내게 보상을 요구한다고?’ 세화는 치미는 분노에 헛웃음이 나오면서 더 이상 말로 따질 필요도 못 느꼈다. 휴대폰을 꺼내 들고 세화가 말했다. “더 이상 말할 것도 없네요. 누가 보상해야 하는지 경찰이 판단하게 해야겠네요.” 하지만 그 순간 나태성이 다가와서 세화의 손에서 휴대폰을 낚아챘다. 그리고 다른 차에서 내린 양아치들도 슬그머니 세화를 둘러싸며 싸늘한 시선을 보냈다. “대낮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는데 지금 뭐 하는 거야? 내 휴대폰 돌려줘!” 세화는 화를 내면서도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설마 이렇게 백주 대낮에 대놓고 핸드폰을 강탈할 줄은 몰랐기에 마음속으로 위기감을 느꼈다. 주변에서 지켜보던 시민들도 이 광경을 보고 기가 찼지만, 어느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사정우의 패거리는 척 봐도 대단한 기세라서 평범한 시민들은 감히 건드릴 엄두도 내지 못한 것이다. 그렇게 많은 이들이 세화를 안타깝게 바라보면서도 감히 나설 수가 없었다. “예쁜 아가씨, 그렇게 긴장할 거 없잖아. 핸드폰이 얼마나 하겠어. 보상이 끝나면 돌려줄게.” 사정우는 세화의 휴대폰을 가지고 놀면서 심지어 코에 대고 냄새를 맡기도 했다. 마치 세화의 체취이라도 배어 있는 것처럼. “웃기지 마. 당신이 내게 배상해야 돼.” 세화는 수치심과 분노로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러자 사정우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예쁜 아가씨, 빚을 졌으면 갚아야지. 당연한 이치를 모르진 않겠지?” 사정우의 시선이 세화의 몸을 훑어내렸다. “배상할 돈이 없으면 몸으로 갚아도 돼. 나하고 같이 자면 돼.” “흠... 오늘이 내가 이 H시에 온 첫날이니까, 특별히 이렇게 하자.” “내가 이곳을 떠날 때까지 당신은 내 여자가 되
세화는 조금 놀랐다. H시의 사씨 가문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있었다. 이곳의 이씨 가문과 같은 급의 명문 가문이다. 사정우의 아버지가 사해상공회의소의 이사라는 점도 놀라웠다. 그리고 마침 자신도 사해상공회의소 가입을 앞두고 있기에, 참으로 기묘한 우연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도 같은 편이 될 텐데 다투지는 않겠지.’ 하지만 세화를 아는 사람이라면 세화가 원칙을 철저히 지키는 사람이라는 걸 누구나 알고 있다. 이런 관계 때문에 방금 있었던 일을 묵인할 생각은 없었다. “방금 일부러 차선을 바꿔 제 차를 들이받게 한 거 맞죠?” 세화는 사정우의 의도를 꿰뚫어 보았다.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며 접근하려는 수작이라는 걸 알아차린 세화는 손을 내밀지도 않은 채, 표면적으로는 예의를 지키며 정중하게 질문했다. 사정우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더니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말했다. “그렇게 말해도 좋아요. 난 그저 당신하고 좀 친해지고 싶었을 뿐이에요.” “사고를 계기로 인연이 시작된다면 낭만적인 드라마 같지 않겠어요?” “낭만적인 드라마?” 세화는 어이가 없어 피식 웃었다. “그건 낭만이 아니라 교통 법규를 무시하는 행위이고, 사람의 목숨을 하찮게 여기는 태도예요.” “당신의 행동에서 차가움과 무감각만 느꼈을 뿐이에요. 전혀 낭만적이지 않아요.” 세화의 단호한 태도에도 사정우는 전혀 부끄러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흥미롭다는 듯이 세화를 바라봤다. 그동안 자신이 만난 여자들은 아무리 새침한 척해도 그의 신분과 재력을 알고 나면 태도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화는 달랐다. 전혀 개의치 않는 태도로 자신을 가르치려고 들었다. ‘이런 여자를 정복하는 건 아주 성취감이 있겠어.’ 사정우는 웃으며 말했다. “너무 진지하시군요. 사람 목숨이 얼마나 대단하다고 그래요?” “난 예전에도 사람을 친 적이 있어요. 하지만 보상하고 합의서 받으면 끝나는 일이지.” “물론 돈을 거절하고 내 목숨을 요구하는 바보
“내려! 내려!” 차 안에 앉아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는 세화를 본 꼬붕 놈이 차문을 더욱 세게 발로 찼다. 마세라티의 차문에는 순식간에 움푹 패인 자국들이 생겼다. 그 와중에도 선글라스를 쓴 남자는 미동도 없이 서서 이 모든 사태를 무심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세화는 가슴이 아팠다. 이 차는 바로 동혁이 자신에게 사 준 첫 번째 차였기 때문이다.세화가 주변을 둘러보니 이미 행인들이 많이 몰려와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비록 이 무리들이 험악해 보이긴 하지만, 대낮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보는 앞에서 함부로 행동하지는 못할 거야.’ 그래서 창문을 내리고 말했다. “그만 발로 차, 내리면 되잖아.” 나태성이라는 꼬붕놈은 코웃음을 치면서 뒤로 물러섰다. 그제야 세화는 천천히 차문을 열고 내렸다. “와, 이 여자 진짜 예쁜데? 게다가 2억 원이 넘는 마세라티를 타고 다니는 거 보니 완전 재벌이네.” “이 여자도 몰라? 혜성그룹의 회장, 진세화 씨야! 교통사고를 난 사람이 이 여자일 줄은 몰랐네...” 세화는 H시에서 너무나도 유명했다. 최근에는 주다정이 퍼뜨린 유언비어로 인해서, 더욱 사람들의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그 덕분인지, 세화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순식간에 늘어났다. ‘역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으면 함부로 못하겠지.’‘혜성그룹 회장 진세화라고?’ 그 순간, 무표정이던 선글라스 남자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스쳤다. “당신 운전을 어떻게 한 거야? 운전할 줄 모르면 아예 도로에 나오질 말든가! 김 여사가 바로 당신 같은 여자 운전자를 두고 하는 말이야.” 거들먹거리면서 세화에게 쏘아붙인 나태성은 세화가 마치 큰 잘못이라도 저지른 것처럼 몰아붙였다. “말해봐. 어떻게 책임질 거야?” “아니, 애초에 당신들이 불법으로 차선 변경을 해서 사고가 난 건데, 내가 왜 책임져야 해?” 세화는 화가 치밀어 올라서 단호하게 말했다. ‘만약 내 실수로 일어난 사고였다면, 주저하지 않고 피해를 보상했을
[사해 상공호의소에서 우리를 회원으로 받아들이겠다고 해서 살펴봐야 해.] 세화가 차분하게 말했다. [H시의 시장은 너무 작아. S시의 세방그룹이든 혜성그룹이든 앞으로는 반드시 전국으로 시장을 확대해야 해.] [그리고 N도의 시장에 진출하려면 반드시 N도 전체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해상공회의소의 문을 두드려야 해.] [마침 사해상공회의소에서 고급 회원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연락을 해 온 거야.]세화도 이 기회를 잡으려고 했기에 쌍방은 자연스럽게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남편이 별로 탐탁치 않아 한다는 걸 알아차린 세화가 동혁에게 말했다. [당신도 같이 가. 이미 사해상공회의소 대표하고 약속을 했어,] [새로 사람들을 만나는 게 당신의 발전에도 도움이 될 거야.] 동혁의 주량이 좋기도 하지만 동혁을 데리고 가는 데에는 세화가 고심한 또다른 목적이 있었다.바로 사해상공회의소 사람들과 만나면서 동혁을 위한 인맥을 만들어 주려는 것이다.세화의 말에서 자신에 대한 관심을 느낀 동혁은 마음속으로 기뻐했다.‘아내가 이렇게 나를 챙겨 주는데 내가 승낙하지 않는다면 너무 눈치가 없는 것이겠지?’동혁은 웃으면서 대답했다.“그래, 알겠어. 당신을 위해서라면, 불 속이라도 기꺼이 뛰어들어야지.” “하물며 술마시는 건데 말이야. 오늘 술 마시러 온 사람들은 다 뻗게 해주겠어!” 동혁이 장난스럽게 말했다. 세화는 진지하게 말했다. [좀 진지하게! 이번엔 사고 치면 안 돼. 지난번처럼 술 마신 사람들 병원으로 보내지 말고!] 지난번에 동혁은 몇 개 부문의 책임자들과 술을 마시고 전부 뻗게 만들어서 세화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알았어. 쓸데없는 말은 안 할게. 명성호텔로 와서 나하고 합류하면 돼. 내가 지금 차를 가지고 갈게.]다시 한마디 한 뒤 세화는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자신의 마세라티를 몰고 출발했다.세화가 명성호텔 근처에 왔을 때, 옆 차선에서 오픈 스포츠카 한 대가 세하의 차에 접근해서 나란히 달렸다. 빵! 빵! 선글라스를 낀
한 무리의 기자들이 떠드는 소리가 천진과 주다정의 귀에도 들렸다. 이는 자신들에 대한 사망 선고나 마찬가지였다.30분도 안 되어 천진이 주다정을 폭행한 사실이 인터넷어 폭로되었고, 사방으로 떠들썩하게 퍼져 나갔다.이로써 모든 진상이 밝혀졌다. 주다정과 천진이 결탁해서 간통을 저질렀고, 항난그룹을 삼키려고 작당한 두 사람은 오히려 동혁과 수소야가 간통을 저질렀다고 유언비어를 퍼트렸던 것이다.‘정말 파렴치하기 짝이 없지!’두 사람을 향한 욕설이 사방에서 쏟아졌다.악명을 세상에 날리게 된 주다정과 천진은, 모든 사람들의 규탄의 대상이 되었다.이튿날 H시 방송국에서는 성명을 발표했다, 동혁과 세화 일가에 사과하는 동시에 경병수와 주다정을 파면했다는 사실을 공표했다. 그 뒤로 이 양아버지와 수양딸은 H시에서 자취를 감추고 사라졌다.소문에 따르면, 주다정은 한 지방 도시의 고급 클럽에서 명문가의 자제들과 고위 관리들을 정성껏 접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했다. 다만 예전에는 자신이 기꺼이 원해서 그랬지만, 지금은 억지로 웃음을 보여야 했다.그리고 이 여론을 통해서 먹칠을 했던 사건의 또 다른 당사자인 수소야도 여러 매체들이 공동으로 증인을 서는 가운데 법원에 이혼소송을 제기했다.천진의 파렴치한 행동이 사람들에게 공개된 데다가 동혁도 이 소송에 특별히 관심을 보였다. 법원에서는 신속하게 두 사람의 이혼을 판결했다.결국 천진은 원래 자신의 가문에 속했던 재산을 제외하고, 항난그룹에 대해서는 동선 하나도 건질 수가 없었다.법원의 판결에 불복한 천진은 수소야가 보유한 항난그룹의 지분은 부부의 공동 재산이므로 당연히 자신이 절반을 가져야 한다고 항변했다.하지만 수소야는 항난그룹의 지분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았다.동혁이 전후로 나눠 준 지분은 처음부터 백마리의 명의로 되어 있었다.화가 머리끝까지 난 천진은 피를 토할 지경이었다. 그리고 그제서야 혹 떼러 갔다가 혹을 붙인다는 게 어떤 것인지 깨닫게 되었다.항난그룹의 지분을 수중에 넣으려고 할 때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