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하하!” 동혁의 말이 끝나자 진태휘 등은 다시 웃음을 터뜨렸다. “이동혁, 네 주제파악이나 해라. 지금 차는 내가 예약했는데, 그 차가 네 것이라고 헛소리나 하고 있고, 아직 잠이 들깻어?” “아무리 저 바보가 헛소리로 우겨도 그럴 돈도 없어. 단지 우리말에 화가 나서 아무렇게나 지르는 거야.” 진태휘 등이 잇달아 빈정거렸다. 동혁이 추태를 부릴수록 진태휘 등은 더 놀릴 수 있어서 즐거워했다. “매형, 그만 좀 해요. 우리 그냥 가자고요.” 천화가 동혁을 잡아당겼지만, 동혁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낯 짝이 아주 두껍네, 우리에게 이렇게 비굴하게 모욕을 당해도 도망가지도 않고!” 오수연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천화 집에 돈이 없는 건 그렇다 쳐도, 이렇게 주변에서 비웃는 바보 매형이라니.’‘내가 애초에 천화와 사이가 좋지 않았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나도 저기서 똑같이 비웃음을 받았을 거 아니야.’ ‘역시 태휘 오빠를 선택하길 잘했어!’ 오수연은 또다시 무의식적으로 진태휘의 팔을 꽉 잡았다. “수연아, 네가 저 바보를 잘 몰라서 하는 소리야. 저렇게 두꺼운 낯짝도 없으면, 어떻게 우리 진씨 가문에 빌붙어 마음 편히 밥을 먹을 수 있겠어?” 진화란은 팔짱을 낀 채 동혁을 보며 비꼬았다. “야 바보, 내가 옆에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도 한 대 예약했는데, 너도 한 대 사갈래?”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 마침 세화에게 차를 한 대 사줘야 하는데 잘됐네, 그럼 한 대 사자.” 동혁은 차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차 이름을 들어보니, 세화에게 딱 적합할 거 같은데!’ ‘이름도 품위가 있는 게, 세화의 현재 직책과도 잘 어울려!’ “매형, 그만 좀 해요. 제발, 그냥 가자고요.” 천화는 이제 울 것 같았다. ‘한 대도 못 사는데 두 대를 산다고?’ ‘매형이 또 너무 자극을 받아서 발병한 건가?’ ‘근데 누나가 매형은 분명 병이 없다고 했잖아.’ 천화는 동혁이 미쳤다고 하는 것이 진짜인지 의심하기 시작했다. “
두 경호원은 순간 망설였다. 그러자 박소영이 말했다. “지금 멍하니 뭐 하고 있어요? 저분은 방씨 가문의 세한 도련님입니다. 시키는 대로 하면 무슨 일이 있어도 저분이 다 알아서 해결해 주실 거라고요!” ‘방씨 가문의 도련님이라고?’ ‘도련님의 눈에 들기만 하면, 정말 부자가 될 수도 있어!’ 두 경호원은 두말없이 허리춤에 찬 경호봉을 꺼내 동혁을 향해 휘둘렀다. 천화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만!” 바로 그때, 갑자기 고함소리가 사람들의 뒤에서 들려왔다. 이 소리를 들은 두 경호원이 모두 깜짝 놀랐고, 휘두르던 경호봉을 그대로 허공에 멈추었다. 마치 시간이 정지한 것과 같았다. 나머지 사람들도 고개를 돌렸다. 뚱뚱한 몸매에 정장을 입은 중년 남자인 하동훈이 화를 내며 다가왔다. “하 매니저님!” 박소영이 놀라 외쳤다. “지금 뭐 하는 거야? 왜 경호원이 사람을 때리게 해?” 박소영은 갑자기 얼굴빛이 변하더니 급히 변명하려고 했다. 그러자 동혁이 갑자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하 매니저님, 그렇죠? 어떻게 직원이 고객을 이렇게 대합니까? 매니저이시니 제가 만족할 만한 처분을 내려주세요!” “사장님, 저희 센터를 대신하여 업무 착오가 있었던 점 사과드립니다.” 하동훈은 말하면서 박소영을 노려보았다. “사장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 업무 태도가 잘못됐어요.” 박소영은 서둘러 잘못을 인정했다. 두 명의 경호원도 박소영의 뒤를 따라 잘못을 인정했다. 하동훈은 콧방귀를 뀌었다. “방금 내가 제때에 막지 않았더라면, 너희 손에 있는 경호봉으로 이미 고객이 맞았을 거야. 너희 셋, 당장 모두 해고야!” “아…….” 박소영과 두 경호원의 얼굴이 갑자기 사색이 되었다. 박소영 등은 놀라서 동혁을 쳐다보았고, 눈에는 후회가 가득했다. ‘이 사람은 대체 누구야?’ ‘한마디로 매니저가 우리를 해고하다니!’천화도 놀라서 동혁을 쳐다보았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박소영은 씁쓸한 표정으로 방세한을 바라보며
이 순간, 차가운 목소리가 갑자기 울렸다.현장의 온도는 그 목소리에 의해 더욱 낮아진 듯했다.많은 이가 고개를 들어, 목소리의 출처를 향해 시선을 고정시켰다. 거기에는 매우 음산한 미소와 음흉한 빛을 띤 남자가 문 앞에 서있었다.남자의 얼굴에는 옅은 흔적이 흐려져 있었다.동혁은 남자를 향해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천 사장, 조금만 더 늦게 나타나셨다면, 저는 금우자동차센터도 함께 부셨을 겁니다.”수홍은 어젯밤에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입꼬리를 실룩거렸다. 그는 사과의 뜻으로 동혁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건네고는 성큼성큼 걸어왔다.“이동혁, 이게 네가 부른 원군이야?”진태휘 등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동혁을 향해 웃었다. 그들은 천수홍을 별로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그런데 갑자기 옆에서 누군가가 굽신거리며 나타났다.“아이고 천 사장님, 이곳엔 어쩐 일로 오셨죠?”하동훈은 천수홍을 보자 깜짝 놀라며 엉덩이를 흔들며 인사했다.천수홍은 금우자동차센터의 사장이기에, 브랜드 체인점의 매니저들보다 훨씬 높은 지위를 지녔다.하지만 하동훈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천수홍이 염동철의 ‘손’이라는 사실이었다.대다수의 사람들은 염동철의 이름만 듣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금우자동차센터를 지배하는 빅보스는 염동철이었다.천수홍은 천천히 하동훈에게 다가갔다.하동훈은 허리를 좀 더 굽힌 채로 고개를 들어 천수홍의 호감을 얻으려 애를 썼다.이 상황을 목격한 진태휘 등은 모두 깜짝 놀라고 말았다.“저 사람은 누구야? 세한아, 너 아는 사람이야?”진화란이 급하게 물었다.“응, 알아. 저 사람은 금우자동차센터 사장 천수홍이야. 염동철의 손아귀에 들어간 인물이기도 하지.”방세한이 믿음직한 목소리로 답했다. 진태휘와 진화란은 모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방세한도 천수홍을 알고 있으니까,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었다.방세한은 이동혁보다 신분이 훨씬 높기 때문에, 천수홍과 이동혁이 아는 사이일지라도 그들을 난처하게 할 리는 없을 것 같았다.짝!
천수홍이 워낙 세게 때린 탓에, 방세한은 정신이 혼미해졌다.이를 지켜보던 이들도 깜짝 놀랐다.방세한이 방씨 가문의 사람이라는 것을 밝혔는데, 천수홍은 전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천 사장님, 제가 뭘 잘못했다고 때리신 거죠?”겨우 정신줄을 잡은 방세한은 한 손으로 뺨을 가린 채 천수홍을 노려보며 물었다.천수홍은 이에 가볍게 콧방귀를 뀌었다.“이동혁 씨한테 무례를 범하셨잖아요.”“이동혁?”방세한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동혁을 쳐다보았다.‘고작 이동혁 때문에 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날 때린 거야?’방세한의 얼굴은 참을 수 없는 화로 의해 심하게 일그려졌다.그는 이를 악물며 천수홍에게 물었다.“천 사장님은 분명 저 바보 놈한테 속으신 거예요!” “천 사장님, 저 녀석은 저희 진씨 가문의 데릴사위일 뿐이에요. 잘난 척하고 사칭하는 게 취미인 놈한테 속으시면 안 돼요!”“저놈은 군부의 고위층마저 사칭하던 놈이에요. 저희한테 들키지 않았다면…….”진태휘, 진화란과 오수연 세 사람은 저마다 동혁을 조롱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천수홍처럼 권력이 높은 사람이 동혁을 도와주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었던 모양이다. 천수홍은 흘긋 동혁을 쳐다본 후 방세한의 뺨을 또다시 때렸다. 그리고 큰 소리로 외쳤다.“닥쳐요! 제가 방씨 가문이라고 봐줄 것 같아요?”“당신이 아니라 방준석 그 늙은이였어도 똑같이 때렸을 겁니다. 아직도 주제 파악이 안 되시나 봐요?”천수홍이 차가운 눈빛으로 노려보자 방세한은 몸을 벌벌 떨었다.“천 사장님,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그는 허리를 굽혀 사과를 했다. 천수홍은 염동철의 손아귀에 들어간 인물인데, 염동철은 방씨 가문조차도 쉽게 건드리지 못하는 인물이다.“이동혁 씨한테 사과하세요!”천수홍은 방세한을 발로 걷어찬 후 진태휘, 진화란과 오수연을 가리키며 말했다.“방금 세 분도 이동혁 씨를 욕하셨죠? 당장 사과하세요!”세 사람은 잠시 멍하니 서있었다.그들더러 동혁에게 사과하라는 것은 무척 괴로운 일이다.하지
“아니에요. 차는 진천화한테 양보할게요.”진태휘는 애써 울분을 참으며 말했다.이때 동혁이 입을 열었다.“천 사장님, 제 아내에게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 한 대를 뽑아줄 생각입니다.”“알겠습니다.”천수홍은 핸드폰을 꺼내 마세라티를 책임진 오 매니저에게 전화를 걸었다.오 매니저는 곧 빠르게 달려왔다. 하지만 천수홍의 말을 듣고 난감한 모습을 보였다.“천 사장님, 저희 체인점엔 콰트로포르테가 진화란 씨께서 예약하신 한 대밖에 없습니다. 오늘 차를 가지러 오신다고 하셨는데, 이미 와 계셨네요.”오 매니저는 사람들 속에 서있던 진화란을 보았다.진화란이 입을 열기도 전에 동혁이가 말했다.“누가 예약했든 간에, 그 차는 이제 제 겁니다. 좀 이따 제가 가져갈 겁니다.”동혁은 매우 단호한 말투로 말했다.“이동혁, 지금 내 차를 빼앗겠다는 거야?”진화란이 화를 내며 말하자 동혁은 웃음을 터뜨렸다.“그래, 내가 빼앗겠다면 뭘 어쩔 건데?”“너, 이동혁, 이건 아니지!”진화란은 화가 나다 못해 발을 동동 굴렀다.천수홍은 오 매니저를 향해 손짓을 보냈다.“이제 그 차는 진씨 가문의 아가씨 거야. 참, 진화란 씨를 말한 것이 아니라 진세화 씨을 말한 거야.”진태휘와 진화란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그들이 예약한 차량이 모두 빼앗긴 것도 모자라, 그들이 가장 업신여기는 동혁에게 빼앗겼기 때문이다.하지만 그들은 밀려오는 화를 참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진태휘는 동혁을 호되게 노려보았는데, 언젠간 이 일에 대해 복수할 생각이다.진태휘는 천수홍을 보며 말했다.“천 사장님, 차는 저희가 양보할게요. 하지만 저희가 차를 예약했던 돈은 돌려주시죠. 저와 제 동생은 두 대를 예약하는데 20억을 결제했습니다.”천수홍은 고개를 돌려 동혁을 보았다.동혁은 웃으며 말했다.“두 사람이 차를 예약한 돈은 아마 제멋대로 우리 집을 팔아 받은 돈이겠지. 천 사장님, 그 돈은 돌려주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희가 낸 돈으로 보시면 됩니다.”진태휘와
뺨을 맞은 진화란은 그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그녀는 얼굴을 가린 채 이를 악물며 동혁을 노려보았다.“이동혁, 넌 네가 엄청 잘난 줄 아나 본데 네 아내는 곧…….”“진화란, 입 다물어!”방세한은 어두운 표정으로 얼른 진화란을 제지하였다.얼마 전, 방준석 어르신의 지시로 그는 차남 일가와 상의해, 세화를 진씨 가문에서 내쫓을 계획이었다.요 며칠간의 수색을 거쳐 방씨 가문은 이미 숨어있는 장태리를 찾았다.그들은 장태리를 잡아오기 위하여 사람을 보냈다.장태리가 돌아오기만 하면 세화는 분명 진씨 가문에서 쫓겨날 것이다.그리고 방씨 가문은 장남 일가의 도움을 받아, 진성그룹을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이다.‘진화란, 이 멍청한 년이 하마터면 우리 비밀을 누설할 뻔했네. 진세화 쪽에서 미리 준비하기라도 한다면 여태껏 준비한 것들이 헛수고가 될 거야.’“또 뭔가를 꾸미고 있나 봐?” 진화란이 끝까지 말하진 않았지만, 동혁은 방세한의 반응을 통해 그들이 숨기는 걸 눈치챌 수 있었다.진화란은 당황해하며 큰 소리로 말했다.“음모는 개뿔, 네 아내는 언젠간 우리를 건드린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 ‘분명 뭔가 있어.’동혁은 개의치 않은 듯 웃은 뒤 차갑게 말했다.“너희들이 또다시 한번 내 아내를 건드린다면,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사실 동혁은 그들의 말에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그들의 계획은 늘 안 좋은 방향으로 흘러갔기 때문이다.그동안 동혁은 그들이 진씨 가문의 사람들이라는 것을 고려해, 그들에게 끝까지 책임을 묻진 않았다.만약 그들이 진씨 가문의 사람이 아니라면, 동혁은 진작에 그들을 흔적도 없이 없애버렸을 것이다.하지만 세 사람은 시큰둥한 태도로 동혁의 말을 흘려들었다.‘쟤는 뭔데 협박하고 X랄이야.’동혁도 더 이상 그들과 얽히기 싫었기에 천수홍을 보며 말했다.“천 사장님, 꼴 보기 싫은 놈들은 이만 내보내 주시죠.”“당장 꺼져!”천수홍의 음산한 눈빛을 보자 그들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정말 치욕 그 자체다.방금
동혁은 나이가 어린데다가 김치녀인 오수연에게 조금도 관심이 없었다.오수연은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몸을 돌려 떠났다.동혁은 오수연의 뒷모습을 보고 진지하게 말했다.“천화야, 앞으로 저런 애랑은 엮이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난 네가 너무 단순해서 저런 애한테 속을까 봐 걱정이야.”“네, 알겠어요.”천화는 잠깐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대답했다.‘매형이 시키시는 대로 하면 될 거야.’밖으로 나간 오수연은 이 말을 듣자 안색이 어두워졌다.동혁은 돈을 지불하지 않은 채 차를 몰고 천화와 가려고 했다.어제 천수홍이 배상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잠시만요, 이동혁 씨를 만나 뵙고 싶어 하는 분이 계신데, 잠시 함께 가주시면 안 될까요?”천수홍이 물었다.동혁은 그 말을 듣고 차분하게 물었다.“그게 누구죠?”“암흑가의 선배님이신데, 이동혁 씨를 기다리고 계세요.”천수홍은 분명 뭔가를 숨기고 있는 눈치였다. 그는 천수홍이 무슨 속셈인지 보기 위해 따라가기로 했다.“그래요, 같이 가죠.”동혁은 천화의 어깨를 툭 치고 말했다.“네 새 차에 문제는 없는지 잘 검사해 봐. 겸사겸사 네 누나의 차도 한번 검사해 봐.”“네, 매형. 기다리고 있을 게요.”천화는 신이 나서 뛰어나갔다.“이리 오시죠.”천수홍은 동혁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다른 한편.진태휘와 진화란 일행은 화가 잔뜩 난 모습으로 금우자동차센터 출구로 걸어갔다.이때 호화로운 차량들이 안으로 들어왔다.선두에는 40억이 넘고 간지가 넘치는 코닉세그가 있었다.이와 비교한다면, 페라리 488은 아무것도 아니었다.차량들은 그들 앞에 멈추더니, 슈트와 가죽 신발에 한쪽 귀에 이어폰을 착용한 보디가드들이 먼저 내렸다.이들은 코닉세그를 가운데로 겹겹이 에워싸고 안전을 보호했다.진태휘 등은 이 장면에 놀라더니 부러운 눈빛으로 코닉세그를 바라보았다.안에는 남자 한 명과 여자 한 명이 앉아있었다.남자는 나이가 대략 30살 정도 돼 보이고, 용모가 준수하고 기품이 있었다.진화란은 자신의 옆에 서
진태휘 등은 빠른 걸음으로 길을 안내했다.무슨 일인지 궁금하긴 하지만 흥분된 마음이 더 컸다.보디가드들의 차가운 태도는 그들의 추측을 더욱 확신시켰다.다른 한편.동혁은 천수홍의 안내에 한 휴게실에 도착했다.“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제가 잠시 전달하고 올게요.”천수홍은 말을 마친 뒤 문을 두드리고 들어갔다.휴게실 안은 아주 크고 호화로웠다.가죽 소파에는 헐렁한 복장을 입고 얼굴이 붉고 윤택한 50대 노인이 앉아있었다.“백 어르신, 제가 데려왔습니다.”천수홍은 노인의 곁에 선 두 보디가드에게 눈짓을 보낸 후, 허리를 굽힌 채로 노인에게 다가갔다.백세종.암흑가의 사람이라면 분명 이 이름을 들어보았을 것이다.그는 염동철을 따라 천하를 다스린 사람인데, 주로 브레인 역할을 맡았다.십여 년 전, 염동철이 장해조와 맞설 수 있었던 것은 백세종의 공로가 컸다.백세종은 천수홍을 상대하지 않은 채 눈앞의 텔레비전을 주시하였다.안에는 어젯밤 동혁이가 연성 도박장에서 호랑이를 발로 걷어찬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백세종은 짧은 영상을 몇 번이나 반복해서 보았다.이 과정에 그는 무의식적으로 팔을 들어 올렸다.천수홍은 재빨리 허리를 굽혀 탁자 위의 담배를 건넨 뒤 불을 붙였다.백세종은 담배를 피우면서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물었다.“너희들은 이 녀석의 실력이 어떻다고 생각해?”천수홍은 자신에게 묻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입을 꾹 다물었다.두 보디가드는 서로 마주 보더니 모두 아니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힘이 세고 순발력이 강해 실력이 꽤나 출중한 녀석입니다.”그중 한 명이 말했다.두 사람의 의견은 비슷했다.백세종은 이에 반박하진 않았다. 두 보디가드는 자부심이 강해 동혁을 과소평가했다.백세종은 고개를 돌려 수홍을 보며 담담하게 물었다.“심천미가 정말 이 녀석을 무시한다는 거지?”천수홍이 웃으며 대답했다.“어르신, 심천미 뿐만 아니라 진씨 가문의 모든 사람들이 그를 업신여깁니다. 방금 제가 나서지 않았다면 이동혁은 자신의 처남에
경찰의 현장 답사는 아주 빨리 진행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결과가 나왔다.조동래가 부하들에게 그 자리에서 교통사고 경위서를 작성하라고 지시하는 걸 본 사정우는 웃음을 터뜨렸다.‘보아하니 조동래는 적당히 구슬려서 화해시킬 생각도 없고, 바로 이 자리에서 내게 줄을 대려는 모양이네.’“이동혁, 내가 말했지, H시라는 이 촌동네에서는 아무도 감히 나 사정우를 건드리지 못해.”“이제 너는 내가 즐길 수 있게 순순히 네 마누라를 내놓으면 돼!”사정우는 아주 유쾌한 듯이 웃으면서도 탐욕스러운 눈빛은 줄곧 세화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벌써부터 조금 뒤에 어떻게 이 여자를 시중들게 할 것인지 생각하고 있었다.동혁이 생각을 바꾸는 것 따위는 전혀 두려워하지도 않았다.동혁이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지금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으니 감사해야 해. 사람들만 없다면 너는 정말 비참하게 박살이 났을 거야.”‘어쨌든 지금 내가 H시의 시장이니까 영향이 미치지 않게 주의해야 해.’‘아직은 내 신원을 아는 사람이 얼마 없지만, 언젠가는 드러나게 되겠지.’바로 이 점 때문에 동혁은 사정우에게 손을 쓰지 않았던 것이다.그렇지 않았다면 조동래에게 전화할 필요도 없었다. 동혁 자신이 해결하면 될 것이다.“계속 주둥이를 놀려봐.”조동래가 다가오는 걸 보면서도 사정우는 킥킥대며 물었다.“조 국장, 교통사고 경위서는 나왔겠지요?”“이 추돌사고에서 우리 진회장님의 백 퍼센트 과실인가요?”조동래가 천천히 말했다.“사 선생님, 그렇습니다. 우리가 현장 조사를 해 본 결과 당신이 악의적으로 차선을 바꾸고 경쟁을 부추겨서 일어난 추돌사고입니다.”“그래서 이번 사고는 당신이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합니다.”“동시에 당신은 난폭운전과 무고한 시민에게 행패를 부린 공갈 협박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나중에 경찰에서 당신에게 상응하는 처벌을 내릴 것입니다...”조동래의 싸늘한 말에 사정우의 표정이 굳어졌다.“조 국장님, 공정하게 법을 집행해 주셔서 감사합니다!”그 말을 들
눈썹을 찌푸린 사정우가 도발적인 냉소를 지으면서 말했다.“좋아, 그럼 지켜보도록 해!”그렇게 말해도 사정우는 여전히 전혀 동혁은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비록 상대방이 돈도 백도 없는 서민은 아니지만 항난그룹 회장이라도 그들 명문가 사람들의 앞에서는 여전히 상대조차 될 수 없었다. 사정우는 설사 H시의 시장이 직접 오더라도, 명문가 사씨 가문의 신분만 앞세운다면, 감히 자신에게 손을 댈 수 없다고 믿었다.“이동혁, 내가 지금 너한테 자유롭게 실력을 발휘할 공간을 줄게. 네 마음대로 전화해서 인맥을 찾아봐. H시 시장을 데리고 와도 괜찮아.”“하지만 감히 나를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을 찾지 못한다면, 내가 추잡한 말을 앞세웠다고 탓하지 마. 너는 돈을 배상해야 할 뿐만 아니라, 네 아내를 내 놀잇감으로 바쳐야 해!”“나중에 내가 기회를 주지 않았다고 딴소리하지 마...”사정우는 세화의 아름다운 몸매를 쳐다보면서 사악한 표정으로 말했다.이 말을 들은 세화는 놀라서 기절할 뻔했다.더 이상 사정우 따위의 질 낮은 인간과 갈등을 일으키고 싶지 않아서 동혁을 잡아끌었다.“동혁 씨, 차라리 우리가 손해를 보고 말자...”사정우를 흘겨보던 동혁의 눈빛에서 번뜩이던 살기가 순식간에 사라졌다.“여보, 날 믿어, 여긴 H시야.”세화를 달랜 동혁이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조 서장님, 저하고 제 아내가 사고를 당했습니다. 그자가 졸개들을 동원해서 길을 막고 있는데, 서장님이 직접 오셔서 처리해 주시기 바랍니다.”전화를 받은 사람은 바로 H시 경찰국장 조동래였다.동혁의 말을 듣자, 조동래는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렸다.‘감히 어떤 놈이 졸개들을 보내서 시장님을 막다니, 살고 싶지 않은 거야!’벌떡 일어난 조동래는 놀란 간부들을 내팽개친 채 회의실에서 뛰쳐나갔다.삐용삐용-10분도 안 되어 사이렌 소리를 울이면서 경찰차들이 잇달아 도착했다.조동래가 직접 온 데다가 H시 경찰국에서 교통업무를 담당하는 도영수 부국장도 함께 왔다.세화는 깜짝 놀랐다.비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는 가운데, 사정우는 뻔뻔하게도 동혁의 면전에서 네 아내를 데리고 놀 테니 아내를 내게 넘기라고 요구했다.구경하던 시민들조차도 이건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하다고 느낄 지경이었다.“더러운 돈 좀 있다고 아주 대단하네 정말. 저 진 회장은 돈이라면 얼마든지 있지만 너처럼 그렇게 멋대로 날뛰지는 않아!”“어디서 더러운 외지인이 굴러 들어와서 설치는 거야? H시가 네가 멋대로 행패를 부릴 수 있는 곳이야!”“벼락부자 티나 내면서 정말 무법천지인 줄 아는 모양인데...”격분한 사람들이 잇달아 사정우에게 욕설을 퍼부었다.그러나 사정우는 이런 비난하는 시민들은 전혀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오히려 씩 웃으며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너희 같은 교활한 인간들은 말을 좀 아껴야 해. 그렇게 입에 침이 마르도록 짖는다고 내 털끝이라도 건드릴 수 있겠어?”“너희 같은 버러지들이 내 신분을 안다 해도 전혀 두렵지 않아. 성도의 명문 가문 사씨 가문은 들어본 적이 있을 거야.” “아이고, 여기 H시가 코딱지 만한 촌동네라는 걸 잊어버렸네. 너희 촌것들은 사씨 가문을 들어본 적도 없겠지.”“아무튼 이 작은 H시에서는 아무도 감히 나 사정우를 건드리지 못해. 나 사정우의 일에 관여하는 건 더 말할 필요도 없지!”“못 믿겠으면 좀 봐 봐. 사건이 터지고 나서 지금까지 수습하러 온 사람이 하나라도 있어?”사정우는 입만 열면 교활한 인간에 촌것들이라며 사람들을 멸시했다.뼛속까지 드러나는 사정우의 우월 의식에 시민들은 치를 떨어야 했다.그러나 사정우의 말은 또 한편으로는 사람들을 섬뜩하게 만들었다.‘확실히 사정우의 말대로 이 일대는 H시의 번화가야.’‘평소라면 관련 부서의 출동 속도는 엄청 빨라. 주차 위반 차량도 3분도 채 안 되어 딱지를 붙이지. 하물며 교통사고는 더 말할 것도 없어.’‘그런데 지금은 이렇게 시간이 한참이나 지났는데도 경찰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아.’‘설마 이 사정우의 말대로 H시 경찰조차도 개입을 꺼리는 걸
‘이렇게 변태 같은 인간의 손에 떨어지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세화는 그런 모욕을 절대 참을 수 없었다!“자기야, 어떻게 사고가 난 거야? 괜찮아?”바로 그때, 세화에게 천상의 목소리처럼 동혁의 목소리가 갑자기 울려 퍼졌다.고개를 들어 보면서 그 순간 기쁨에 겨워 눈물을 흘렸다.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동혁은 얼른 세화를 붙잡았다. “여보, 왜 울어? 다친 거야?”방금 전에 세화의 전화를 받았던 동혁은 명성호텔로 차를 몰고 달려왔다.호텔 근처에 도착하자마자 도로가 꽉 막혀 있었다. 차에서 내려 교통을 정리할 수 있을까 싶어 보던 중에 사람들 틈에 갇힌 세화를 발견한 것이다.“다친 거 아니야, 동혁씨, 진짜 잘 왔어.”바로 마음이 놓이면서 자신감이 치솟은 세화는 동혁을 꽉 붙잡은 채 사정우를 가리켰다.“저 사람이 나를 뒤에서 오게하고는 일부러 사고를 일으켰어. 게다가 나한테 돈을 갚으라고 했어!”“저 사람이 이동혁이야, 진씨 가문의 쓸모없는 데릴사위지.”“쓸모가 없다니? 그건 다 옛날 얘기지. 최근에 항난그룹의 회장이자 원화투자회사의 회장이라는 게 드러났잖아...”구경하는 사람들도 동혁을 알아봤고 세화의 남편이 왔다는 걸 알았다.세화를 도와주러 온 사람이 있자 구경하던 사람들도 용기가 생겼다.“이 회장님, 이 사람들이 고의로 당신 아내를 괴롭히고 있어요. 아내 분이 차를 잘 몰고 있었는데, 이 사람들이 계속 경적을 울리며 따라가더니, 결국 고의로 차를 중간에 끼우고 추돌사고룰 일으켰어요!”“저 자들 보스는 사람 목숨을 하나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너무 지나쳐요!”“또 진세화 씨에게 잠자리를 강요했어요. 권력과 힘을 믿고 완전히 무법천지로 행동했어요...”이 사람들의 말을 듣고 동혁은 상황을 금세 파악했다.동혁의 얼굴에 싸늘한 기운이 감돌면서, 차가운 눈빛으로 사정우를을 쳐다보았다. “네가 사정우야? 일부러 내 아내의 차를 끼워서 추돌 사고를 일으켰다니, 정말 엄청 설치네.”“너는 운이 좋았어. 다행히 내 아
“보상만 하면 이 고물 차를 다시 몰고 가도 돼.” 대충 내뱉듯이 사정우가 말했다. ‘내가 아까 했던 말은 소 귀에 경읽기였어?’ ‘분명히 이 인간은 자기가 고의로 추돌사고를 냈다고 인정했으면서도, 뻔뻔하게 내게 보상을 요구한다고?’ 세화는 치미는 분노에 헛웃음이 나오면서 더 이상 말로 따질 필요도 못 느꼈다. 휴대폰을 꺼내 들고 세화가 말했다. “더 이상 말할 것도 없네요. 누가 보상해야 하는지 경찰이 판단하게 해야겠네요.” 하지만 그 순간 나태성이 다가와서 세화의 손에서 휴대폰을 낚아챘다. 그리고 다른 차에서 내린 양아치들도 슬그머니 세화를 둘러싸며 싸늘한 시선을 보냈다. “대낮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는데 지금 뭐 하는 거야? 내 휴대폰 돌려줘!” 세화는 화를 내면서도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설마 이렇게 백주 대낮에 대놓고 핸드폰을 강탈할 줄은 몰랐기에 마음속으로 위기감을 느꼈다. 주변에서 지켜보던 시민들도 이 광경을 보고 기가 찼지만, 어느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사정우의 패거리는 척 봐도 대단한 기세라서 평범한 시민들은 감히 건드릴 엄두도 내지 못한 것이다. 그렇게 많은 이들이 세화를 안타깝게 바라보면서도 감히 나설 수가 없었다. “예쁜 아가씨, 그렇게 긴장할 거 없잖아. 핸드폰이 얼마나 하겠어. 보상이 끝나면 돌려줄게.” 사정우는 세화의 휴대폰을 가지고 놀면서 심지어 코에 대고 냄새를 맡기도 했다. 마치 세화의 체취이라도 배어 있는 것처럼. “웃기지 마. 당신이 내게 배상해야 돼.” 세화는 수치심과 분노로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러자 사정우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예쁜 아가씨, 빚을 졌으면 갚아야지. 당연한 이치를 모르진 않겠지?” 사정우의 시선이 세화의 몸을 훑어내렸다. “배상할 돈이 없으면 몸으로 갚아도 돼. 나하고 같이 자면 돼.” “흠... 오늘이 내가 이 H시에 온 첫날이니까, 특별히 이렇게 하자.” “내가 이곳을 떠날 때까지 당신은 내 여자가 되
세화는 조금 놀랐다. H시의 사씨 가문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있었다. 이곳의 이씨 가문과 같은 급의 명문 가문이다. 사정우의 아버지가 사해상공회의소의 이사라는 점도 놀라웠다. 그리고 마침 자신도 사해상공회의소 가입을 앞두고 있기에, 참으로 기묘한 우연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도 같은 편이 될 텐데 다투지는 않겠지.’ 하지만 세화를 아는 사람이라면 세화가 원칙을 철저히 지키는 사람이라는 걸 누구나 알고 있다. 이런 관계 때문에 방금 있었던 일을 묵인할 생각은 없었다. “방금 일부러 차선을 바꿔 제 차를 들이받게 한 거 맞죠?” 세화는 사정우의 의도를 꿰뚫어 보았다.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며 접근하려는 수작이라는 걸 알아차린 세화는 손을 내밀지도 않은 채, 표면적으로는 예의를 지키며 정중하게 질문했다. 사정우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더니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말했다. “그렇게 말해도 좋아요. 난 그저 당신하고 좀 친해지고 싶었을 뿐이에요.” “사고를 계기로 인연이 시작된다면 낭만적인 드라마 같지 않겠어요?” “낭만적인 드라마?” 세화는 어이가 없어 피식 웃었다. “그건 낭만이 아니라 교통 법규를 무시하는 행위이고, 사람의 목숨을 하찮게 여기는 태도예요.” “당신의 행동에서 차가움과 무감각만 느꼈을 뿐이에요. 전혀 낭만적이지 않아요.” 세화의 단호한 태도에도 사정우는 전혀 부끄러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흥미롭다는 듯이 세화를 바라봤다. 그동안 자신이 만난 여자들은 아무리 새침한 척해도 그의 신분과 재력을 알고 나면 태도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화는 달랐다. 전혀 개의치 않는 태도로 자신을 가르치려고 들었다. ‘이런 여자를 정복하는 건 아주 성취감이 있겠어.’ 사정우는 웃으며 말했다. “너무 진지하시군요. 사람 목숨이 얼마나 대단하다고 그래요?” “난 예전에도 사람을 친 적이 있어요. 하지만 보상하고 합의서 받으면 끝나는 일이지.” “물론 돈을 거절하고 내 목숨을 요구하는 바보
“내려! 내려!” 차 안에 앉아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는 세화를 본 꼬붕 놈이 차문을 더욱 세게 발로 찼다. 마세라티의 차문에는 순식간에 움푹 패인 자국들이 생겼다. 그 와중에도 선글라스를 쓴 남자는 미동도 없이 서서 이 모든 사태를 무심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세화는 가슴이 아팠다. 이 차는 바로 동혁이 자신에게 사 준 첫 번째 차였기 때문이다.세화가 주변을 둘러보니 이미 행인들이 많이 몰려와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비록 이 무리들이 험악해 보이긴 하지만, 대낮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보는 앞에서 함부로 행동하지는 못할 거야.’ 그래서 창문을 내리고 말했다. “그만 발로 차, 내리면 되잖아.” 나태성이라는 꼬붕놈은 코웃음을 치면서 뒤로 물러섰다. 그제야 세화는 천천히 차문을 열고 내렸다. “와, 이 여자 진짜 예쁜데? 게다가 2억 원이 넘는 마세라티를 타고 다니는 거 보니 완전 재벌이네.” “이 여자도 몰라? 혜성그룹의 회장, 진세화 씨야! 교통사고를 난 사람이 이 여자일 줄은 몰랐네...” 세화는 H시에서 너무나도 유명했다. 최근에는 주다정이 퍼뜨린 유언비어로 인해서, 더욱 사람들의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그 덕분인지, 세화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순식간에 늘어났다. ‘역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으면 함부로 못하겠지.’‘혜성그룹 회장 진세화라고?’ 그 순간, 무표정이던 선글라스 남자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스쳤다. “당신 운전을 어떻게 한 거야? 운전할 줄 모르면 아예 도로에 나오질 말든가! 김 여사가 바로 당신 같은 여자 운전자를 두고 하는 말이야.” 거들먹거리면서 세화에게 쏘아붙인 나태성은 세화가 마치 큰 잘못이라도 저지른 것처럼 몰아붙였다. “말해봐. 어떻게 책임질 거야?” “아니, 애초에 당신들이 불법으로 차선 변경을 해서 사고가 난 건데, 내가 왜 책임져야 해?” 세화는 화가 치밀어 올라서 단호하게 말했다. ‘만약 내 실수로 일어난 사고였다면, 주저하지 않고 피해를 보상했을
[사해 상공호의소에서 우리를 회원으로 받아들이겠다고 해서 살펴봐야 해.] 세화가 차분하게 말했다. [H시의 시장은 너무 작아. S시의 세방그룹이든 혜성그룹이든 앞으로는 반드시 전국으로 시장을 확대해야 해.] [그리고 N도의 시장에 진출하려면 반드시 N도 전체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해상공회의소의 문을 두드려야 해.] [마침 사해상공회의소에서 고급 회원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연락을 해 온 거야.]세화도 이 기회를 잡으려고 했기에 쌍방은 자연스럽게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남편이 별로 탐탁치 않아 한다는 걸 알아차린 세화가 동혁에게 말했다. [당신도 같이 가. 이미 사해상공회의소 대표하고 약속을 했어,] [새로 사람들을 만나는 게 당신의 발전에도 도움이 될 거야.] 동혁의 주량이 좋기도 하지만 동혁을 데리고 가는 데에는 세화가 고심한 또다른 목적이 있었다.바로 사해상공회의소 사람들과 만나면서 동혁을 위한 인맥을 만들어 주려는 것이다.세화의 말에서 자신에 대한 관심을 느낀 동혁은 마음속으로 기뻐했다.‘아내가 이렇게 나를 챙겨 주는데 내가 승낙하지 않는다면 너무 눈치가 없는 것이겠지?’동혁은 웃으면서 대답했다.“그래, 알겠어. 당신을 위해서라면, 불 속이라도 기꺼이 뛰어들어야지.” “하물며 술마시는 건데 말이야. 오늘 술 마시러 온 사람들은 다 뻗게 해주겠어!” 동혁이 장난스럽게 말했다. 세화는 진지하게 말했다. [좀 진지하게! 이번엔 사고 치면 안 돼. 지난번처럼 술 마신 사람들 병원으로 보내지 말고!] 지난번에 동혁은 몇 개 부문의 책임자들과 술을 마시고 전부 뻗게 만들어서 세화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알았어. 쓸데없는 말은 안 할게. 명성호텔로 와서 나하고 합류하면 돼. 내가 지금 차를 가지고 갈게.]다시 한마디 한 뒤 세화는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자신의 마세라티를 몰고 출발했다.세화가 명성호텔 근처에 왔을 때, 옆 차선에서 오픈 스포츠카 한 대가 세하의 차에 접근해서 나란히 달렸다. 빵! 빵! 선글라스를 낀
한 무리의 기자들이 떠드는 소리가 천진과 주다정의 귀에도 들렸다. 이는 자신들에 대한 사망 선고나 마찬가지였다.30분도 안 되어 천진이 주다정을 폭행한 사실이 인터넷어 폭로되었고, 사방으로 떠들썩하게 퍼져 나갔다.이로써 모든 진상이 밝혀졌다. 주다정과 천진이 결탁해서 간통을 저질렀고, 항난그룹을 삼키려고 작당한 두 사람은 오히려 동혁과 수소야가 간통을 저질렀다고 유언비어를 퍼트렸던 것이다.‘정말 파렴치하기 짝이 없지!’두 사람을 향한 욕설이 사방에서 쏟아졌다.악명을 세상에 날리게 된 주다정과 천진은, 모든 사람들의 규탄의 대상이 되었다.이튿날 H시 방송국에서는 성명을 발표했다, 동혁과 세화 일가에 사과하는 동시에 경병수와 주다정을 파면했다는 사실을 공표했다. 그 뒤로 이 양아버지와 수양딸은 H시에서 자취를 감추고 사라졌다.소문에 따르면, 주다정은 한 지방 도시의 고급 클럽에서 명문가의 자제들과 고위 관리들을 정성껏 접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했다. 다만 예전에는 자신이 기꺼이 원해서 그랬지만, 지금은 억지로 웃음을 보여야 했다.그리고 이 여론을 통해서 먹칠을 했던 사건의 또 다른 당사자인 수소야도 여러 매체들이 공동으로 증인을 서는 가운데 법원에 이혼소송을 제기했다.천진의 파렴치한 행동이 사람들에게 공개된 데다가 동혁도 이 소송에 특별히 관심을 보였다. 법원에서는 신속하게 두 사람의 이혼을 판결했다.결국 천진은 원래 자신의 가문에 속했던 재산을 제외하고, 항난그룹에 대해서는 동선 하나도 건질 수가 없었다.법원의 판결에 불복한 천진은 수소야가 보유한 항난그룹의 지분은 부부의 공동 재산이므로 당연히 자신이 절반을 가져야 한다고 항변했다.하지만 수소야는 항난그룹의 지분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았다.동혁이 전후로 나눠 준 지분은 처음부터 백마리의 명의로 되어 있었다.화가 머리끝까지 난 천진은 피를 토할 지경이었다. 그리고 그제서야 혹 떼러 갔다가 혹을 붙인다는 게 어떤 것인지 깨닫게 되었다.항난그룹의 지분을 수중에 넣으려고 할 때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