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에요. 차는 진천화한테 양보할게요.”진태휘는 애써 울분을 참으며 말했다.이때 동혁이 입을 열었다.“천 사장님, 제 아내에게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 한 대를 뽑아줄 생각입니다.”“알겠습니다.”천수홍은 핸드폰을 꺼내 마세라티를 책임진 오 매니저에게 전화를 걸었다.오 매니저는 곧 빠르게 달려왔다. 하지만 천수홍의 말을 듣고 난감한 모습을 보였다.“천 사장님, 저희 체인점엔 콰트로포르테가 진화란 씨께서 예약하신 한 대밖에 없습니다. 오늘 차를 가지러 오신다고 하셨는데, 이미 와 계셨네요.”오 매니저는 사람들 속에 서있던 진화란을 보았다.진화란이 입을 열기도 전에 동혁이가 말했다.“누가 예약했든 간에, 그 차는 이제 제 겁니다. 좀 이따 제가 가져갈 겁니다.”동혁은 매우 단호한 말투로 말했다.“이동혁, 지금 내 차를 빼앗겠다는 거야?”진화란이 화를 내며 말하자 동혁은 웃음을 터뜨렸다.“그래, 내가 빼앗겠다면 뭘 어쩔 건데?”“너, 이동혁, 이건 아니지!”진화란은 화가 나다 못해 발을 동동 굴렀다.천수홍은 오 매니저를 향해 손짓을 보냈다.“이제 그 차는 진씨 가문의 아가씨 거야. 참, 진화란 씨를 말한 것이 아니라 진세화 씨을 말한 거야.”진태휘와 진화란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그들이 예약한 차량이 모두 빼앗긴 것도 모자라, 그들이 가장 업신여기는 동혁에게 빼앗겼기 때문이다.하지만 그들은 밀려오는 화를 참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진태휘는 동혁을 호되게 노려보았는데, 언젠간 이 일에 대해 복수할 생각이다.진태휘는 천수홍을 보며 말했다.“천 사장님, 차는 저희가 양보할게요. 하지만 저희가 차를 예약했던 돈은 돌려주시죠. 저와 제 동생은 두 대를 예약하는데 20억을 결제했습니다.”천수홍은 고개를 돌려 동혁을 보았다.동혁은 웃으며 말했다.“두 사람이 차를 예약한 돈은 아마 제멋대로 우리 집을 팔아 받은 돈이겠지. 천 사장님, 그 돈은 돌려주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희가 낸 돈으로 보시면 됩니다.”진태휘와
뺨을 맞은 진화란은 그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그녀는 얼굴을 가린 채 이를 악물며 동혁을 노려보았다.“이동혁, 넌 네가 엄청 잘난 줄 아나 본데 네 아내는 곧…….”“진화란, 입 다물어!”방세한은 어두운 표정으로 얼른 진화란을 제지하였다.얼마 전, 방준석 어르신의 지시로 그는 차남 일가와 상의해, 세화를 진씨 가문에서 내쫓을 계획이었다.요 며칠간의 수색을 거쳐 방씨 가문은 이미 숨어있는 장태리를 찾았다.그들은 장태리를 잡아오기 위하여 사람을 보냈다.장태리가 돌아오기만 하면 세화는 분명 진씨 가문에서 쫓겨날 것이다.그리고 방씨 가문은 장남 일가의 도움을 받아, 진성그룹을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이다.‘진화란, 이 멍청한 년이 하마터면 우리 비밀을 누설할 뻔했네. 진세화 쪽에서 미리 준비하기라도 한다면 여태껏 준비한 것들이 헛수고가 될 거야.’“또 뭔가를 꾸미고 있나 봐?” 진화란이 끝까지 말하진 않았지만, 동혁은 방세한의 반응을 통해 그들이 숨기는 걸 눈치챌 수 있었다.진화란은 당황해하며 큰 소리로 말했다.“음모는 개뿔, 네 아내는 언젠간 우리를 건드린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 ‘분명 뭔가 있어.’동혁은 개의치 않은 듯 웃은 뒤 차갑게 말했다.“너희들이 또다시 한번 내 아내를 건드린다면,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사실 동혁은 그들의 말에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그들의 계획은 늘 안 좋은 방향으로 흘러갔기 때문이다.그동안 동혁은 그들이 진씨 가문의 사람들이라는 것을 고려해, 그들에게 끝까지 책임을 묻진 않았다.만약 그들이 진씨 가문의 사람이 아니라면, 동혁은 진작에 그들을 흔적도 없이 없애버렸을 것이다.하지만 세 사람은 시큰둥한 태도로 동혁의 말을 흘려들었다.‘쟤는 뭔데 협박하고 X랄이야.’동혁도 더 이상 그들과 얽히기 싫었기에 천수홍을 보며 말했다.“천 사장님, 꼴 보기 싫은 놈들은 이만 내보내 주시죠.”“당장 꺼져!”천수홍의 음산한 눈빛을 보자 그들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정말 치욕 그 자체다.방금
동혁은 나이가 어린데다가 김치녀인 오수연에게 조금도 관심이 없었다.오수연은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몸을 돌려 떠났다.동혁은 오수연의 뒷모습을 보고 진지하게 말했다.“천화야, 앞으로 저런 애랑은 엮이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난 네가 너무 단순해서 저런 애한테 속을까 봐 걱정이야.”“네, 알겠어요.”천화는 잠깐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대답했다.‘매형이 시키시는 대로 하면 될 거야.’밖으로 나간 오수연은 이 말을 듣자 안색이 어두워졌다.동혁은 돈을 지불하지 않은 채 차를 몰고 천화와 가려고 했다.어제 천수홍이 배상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잠시만요, 이동혁 씨를 만나 뵙고 싶어 하는 분이 계신데, 잠시 함께 가주시면 안 될까요?”천수홍이 물었다.동혁은 그 말을 듣고 차분하게 물었다.“그게 누구죠?”“암흑가의 선배님이신데, 이동혁 씨를 기다리고 계세요.”천수홍은 분명 뭔가를 숨기고 있는 눈치였다. 그는 천수홍이 무슨 속셈인지 보기 위해 따라가기로 했다.“그래요, 같이 가죠.”동혁은 천화의 어깨를 툭 치고 말했다.“네 새 차에 문제는 없는지 잘 검사해 봐. 겸사겸사 네 누나의 차도 한번 검사해 봐.”“네, 매형. 기다리고 있을 게요.”천화는 신이 나서 뛰어나갔다.“이리 오시죠.”천수홍은 동혁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다른 한편.진태휘와 진화란 일행은 화가 잔뜩 난 모습으로 금우자동차센터 출구로 걸어갔다.이때 호화로운 차량들이 안으로 들어왔다.선두에는 40억이 넘고 간지가 넘치는 코닉세그가 있었다.이와 비교한다면, 페라리 488은 아무것도 아니었다.차량들은 그들 앞에 멈추더니, 슈트와 가죽 신발에 한쪽 귀에 이어폰을 착용한 보디가드들이 먼저 내렸다.이들은 코닉세그를 가운데로 겹겹이 에워싸고 안전을 보호했다.진태휘 등은 이 장면에 놀라더니 부러운 눈빛으로 코닉세그를 바라보았다.안에는 남자 한 명과 여자 한 명이 앉아있었다.남자는 나이가 대략 30살 정도 돼 보이고, 용모가 준수하고 기품이 있었다.진화란은 자신의 옆에 서
진태휘 등은 빠른 걸음으로 길을 안내했다.무슨 일인지 궁금하긴 하지만 흥분된 마음이 더 컸다.보디가드들의 차가운 태도는 그들의 추측을 더욱 확신시켰다.다른 한편.동혁은 천수홍의 안내에 한 휴게실에 도착했다.“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제가 잠시 전달하고 올게요.”천수홍은 말을 마친 뒤 문을 두드리고 들어갔다.휴게실 안은 아주 크고 호화로웠다.가죽 소파에는 헐렁한 복장을 입고 얼굴이 붉고 윤택한 50대 노인이 앉아있었다.“백 어르신, 제가 데려왔습니다.”천수홍은 노인의 곁에 선 두 보디가드에게 눈짓을 보낸 후, 허리를 굽힌 채로 노인에게 다가갔다.백세종.암흑가의 사람이라면 분명 이 이름을 들어보았을 것이다.그는 염동철을 따라 천하를 다스린 사람인데, 주로 브레인 역할을 맡았다.십여 년 전, 염동철이 장해조와 맞설 수 있었던 것은 백세종의 공로가 컸다.백세종은 천수홍을 상대하지 않은 채 눈앞의 텔레비전을 주시하였다.안에는 어젯밤 동혁이가 연성 도박장에서 호랑이를 발로 걷어찬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백세종은 짧은 영상을 몇 번이나 반복해서 보았다.이 과정에 그는 무의식적으로 팔을 들어 올렸다.천수홍은 재빨리 허리를 굽혀 탁자 위의 담배를 건넨 뒤 불을 붙였다.백세종은 담배를 피우면서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물었다.“너희들은 이 녀석의 실력이 어떻다고 생각해?”천수홍은 자신에게 묻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입을 꾹 다물었다.두 보디가드는 서로 마주 보더니 모두 아니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힘이 세고 순발력이 강해 실력이 꽤나 출중한 녀석입니다.”그중 한 명이 말했다.두 사람의 의견은 비슷했다.백세종은 이에 반박하진 않았다. 두 보디가드는 자부심이 강해 동혁을 과소평가했다.백세종은 고개를 돌려 수홍을 보며 담담하게 물었다.“심천미가 정말 이 녀석을 무시한다는 거지?”천수홍이 웃으며 대답했다.“어르신, 심천미 뿐만 아니라 진씨 가문의 모든 사람들이 그를 업신여깁니다. 방금 제가 나서지 않았다면 이동혁은 자신의 처남에
동혁이가 강해조를 죽일 수 있든 없든 간에, 이 일은 분명 엄청난 후과를 불러일으킬 것이다.동혁은 물론 그의 가족들, 심지어 진씨 가문 전체가 소멸될 것이다.“가서 데리고 들어와.”백세종은 리모컨으로 영상을 껐다.천수홍은 곧바로 동혁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왔다.“이동혁 씨, 얼른 어르신에게 인사를 하세요. 백세종 어르신은 저희 H국에서 덕망이 높으신 대선배입니다.”천수홍은 방금과 다른 태도를 보였다. 그의 눈에 이동혁은 곧 죽을 사람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동혁은 백세종을 흘긋 보더니 인사를 건넨 후 그의 맞은편에 앉으려고 했다.“어디 건방지게 앉으려고 해!”바로 이때, 백세종의 왼쪽에 있던 보디가드가 갑자기 노발대발했다.동혁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은 백세종을 보며 말했다.“백 어르신, 어르신께서 절 초대하신 거 아닌가요? 왜 자리에 앉지도 못하게 하시는 거죠?”“바보 주제에 잘난 척은. 어르신은 널 이곳에 부른 것이지 초대한 것이 아니야. 넌 어르신한테 초대받을 자격조차 없는 놈이야.”보디가드는 화를 내며 백세종의 뒤에서 성큼성큼 걸어 나와 동혁에게 다가갔다.백세종은 자리에 앉은 채 고개를 숙이고 차를 한 모금 마셨다.눈앞에서 일어난 일들은 자신과 아무런 관계도 없다는 태도였다.그는 보디가드를 통해 동혁의 기를 꺾은 뒤, 이야기를 나눌 생각이었다.“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는 놈. 어디 한 번 혼나봐야 정신을 차리겠지.”보디가드는 근육이 가득한 팔을 내밀어 동혁의 어깨를 잡으려고 했다.더불어, 그의 손이 공기를 가르는 소리마저 들려왔다.보디가드가 이 힘으로 동혁을 잡으면 동혁의 어깨가 분명 부서질 것이다.그러나 동혁은 기세등등한 보디가드를 보더니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보디가드의 손이 그의 어깨에 닿으려던 찰나, 눈앞의 동혁이 갑자기 사라지게 되었다.보디가드는 놀라운 속도에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 제자리에 멍하니 서있었다. “조심…….”다른 보디가드가 갑자기 큰 소리로 말했다.보디가드는 소스라치게 놀라
백세종은 바로 어두운 표정을 보였다.그는 무표정으로 동혁을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휴게실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차가워졌다.“이동혁, 적당히 해!”천수홍은 곧장 걸어와 동혁의 코를 가리키며 노발대발했다.“백 어르신께서 널 마음에 들어 하시는 걸 영광인 줄 알아야지. 어디서 건방지게 잘난 척이야!”동혁은 천수홍을 흘긋 쳐다보았다.방금 페라리 체인점에 있을 때, 그는 천수홍의 태도에 분명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아니나 다를까, 방금 천수홍의 모습은 모두 연기였다.“그새 아픈 걸 잊었나 봐.”동혁은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어젯밤 내 앞에서 무릎을 꿇었을 땐 이런 태도가 아니었잖아, 안 그래?”어젯밤의 굴욕적인 장면을 떠올리자 천수홍은 안색이 어두워졌다.“이동혁, 어젯밤 내가 너한테 사과를 한 건 그저 계획일 뿐이야. 설마 내가 정말 널 무서워할 거라고 생각한 거야?”천수홍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동혁을 보며 말했다.“넌 진씨 가문조차 무시하는 데릴사위일 뿐이야. 고작 싸움 좀 잘하는 것뿐이잖아. 박용구의 6대 장수가 아니었다면, 넌 어제 내 손에 죽었을 거야.”천수홍은 차갑게 웃으며 모든 진실들을 말했다.“내가 왜 진씨 남매 앞에서 널 도와주고 차를 선물했는지 알아? 백 어르신께서 시키셨기 때문이야. 아니면 내가 널 도와줄 리가 있겠어?”천수홍은 어젯밤 도박장에서 그런 일을 겪었음에도 여전히 동혁을 무시하였다.어젯밤 동혁이가 용구의 도움을 받아 겨우 목숨을 건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백세종이 동혁을 희생양으로 삼아 강해조를 살해하려 하지 않았다면, 천수홍은 이미 염동철에게 부탁해 동혁을 없애려 했을 것이다.“그렇다면 백 어르신에게 감사를 표해야 한다는 거네?”동혁은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으로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백세종을 쳐다보았다.그에겐 더 이상 인내심이 얼마 남지 않았다.“겨우 고마운 걸로 끝인 줄 알아?”천수홍은 이를 눈치채지 못한 채 여전히 건방진 태도로 동혁을 쳐다보았다.“당장 무릎 꿇고 감사를 표
동혁의 손이 워낙 빨랐기에 백세종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백세종은 정신을 차린 후에야 자신이 무릎을 꿇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얼굴에서 뼈를 깎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지만 창피한 마음이 더 컸다.백세종은 염동철을 따라 천하를 다스려 왔기에, H국에서 3대 가문의 가주와 손에 꼽히는 인물들 외에 가장 위풍당당한 인물이다.여태껏 누구든 그를 만나면 공손하게 백 어르신이라고 불렀다.그런데 동혁에게 뺨을 맞아 무릎을 꿇다니.오늘 일이 알려지면 그는 엄청나게 창피해질 것이다.“이동혁, 네가 감히 날 때리다니, 네가 감히 내 얼굴에 손을 대다니!”백세종은 미친 듯이 화를 내며 동혁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그의 목소리에는 원한이 가득 배어 있었다. 동혁은 그를 흘긋 쳐다본 후 차갑게 말했다.“여태껏 잘난 척하고 사람을 무시했으니, 이 정도 보복은 예상했었어야지.”동혁은 말을 마친 후 문밖으로 걸어갔다.“비켜!”천수홍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더니 길을 비켜주었다. 그는 더 이상 건방진 모습이 아니라 두려운 모습을 보였다.동혁은 이렇게 거들먹거리며 휴게실을 나섰다.“백 어르신, 괜찮으세요?”천수홍은 재빨리 앞으로 나가 백세종을 부축했다.짝!백세종은 천수홍의 뺨을 세게 때렸다.“괜찮냐고? 너도 한번 맞아 봐. 쓸모없는 놈, 고작 비키라는 한 마디에 벌벌 떨고 사람을 돌려보내?”백세종은 잔뜩 부어오른 뺨을 가린 채 펄쩍 뛰었다.“당장 사람을 불러 저놈을 잡아와. 오늘 반드시 저놈을 죽여버릴 거야! 감히 나, 백세종의 얼굴을 때리다니. 오늘 저놈을 죽이지 않는다면 앞으로 내가 무슨 낯짝으로 다른 사람들을 보겠어!”“그런데 어르신의 보디가드조차 그놈을 이기지 못하셨잖아요.”천수홍이 난처해하며 말했다.백세종은 음험한 눈빛으로 수홍을 노려보았다.“일단 잡아두기나 해. 자동차 센터에 사람이 얼만데, 저놈 하나 이기지 못하겠어? 차 사고를 내서라도 저놈을 죽여야 해!”천수홍은 두려운 마음에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그는 얼른 핸드폰을 꺼내 사람을
동혁은 눈앞의 사람들을 전혀 거들떠보지 않았다.금우자동차센테의 모든 사람이 달려들어도 그를 이길 수 없을 것이다.하지만 그들이 꾸며낸 이유가 하도 어처구니없어 동혁을 화나게 만들었다.‘차를 훔쳐? 내가 굳이 차를 훔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천수홍은 하하 웃으며 말했다.“이동혁, 넌 정말 어리석은 녀석이야. 백 어르신께서 널 없애려는 건 엄청 쉬운 일이겠지만, 그래도 이유 없이 죽일 수는 없잖아. 자동차 센터 직원이 실수로 차를 훔친 도둑을 죽였다는 설정이 적합하잖아. 안 그래?”천수홍은 오만한 모습으로 동혁을 노려보았다.“오늘 금우자동차센터의 수천 명의 직원들이 모두 널 죽이려 들 거야. 넌 절대로 살아서 금우자동차센터를 나가지 못할 거야!”“수천 명의 허수아비로 날 이길 수 있을 것 같아?”이에 동혁은 웃을 가치조차 없다고 느꼈다. 하물며 직접 손을 쓰는 것도 귀찮다고 느꼈다.그는 자신의 사람들을 불러오려고 핸드폰을 꺼냈다.바로 이때, 코닉세그가 선두로 달리던 차량들이 왜곡에서 멈추었다.길을 안내하던 진태휘, 진화란과 방세한 세 사람이 안으로 달려왔다.“비켜, 좀 비켜 봐. 우린 천 사장님을 찾으러 왔어.”겨우 비집고 안으로 들어온 그들은 중간에 포위된 동혁을 보았다.세 사람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자세히 보자, 주변의 사람들은 모두 동혁을 노려보고 있었다.그들은 동혁이 분명 뭔가 문제를 일으켰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천수홍은 방금까지만 해도 동혁에게 차 두 대를 선물하며 공손한 태도를 보였다.“천 사장님, 이게 무슨 일인 거죠?”방세한이 호기심에 물었다.천수홍은 차갑게 대답했다.“이 바보가 우리 자동차 센터의 차를 훔쳐서 백 어르신께서 매우 화가 나셨어. 오늘 반드시 이놈을 죽일 생각이니, 괜히 불통이 튀고 싶지 않다면 쓸데없이 참견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이동혁이 차를 훔쳤다고?’진태휘와 진화란은 잠시 놀라더니 곧 고소해하기 시작했다.그들은 천수홍이 직접 차 두대를 동혁에게 선물한 것을 보았다.그런데 상대방은
배경문은 깜짝 놀라 벌벌 떨며 애써 웃음을 짓고 말했다. “형님, 이 사람이 누군지 아세요? 바로 데릴사위예요. 형님이 직접 혼내시면 형님 손만 더러워집니다.” “그래서 제가 형님을 위해 대신 이놈 손을 봐...”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판명철의 노호 소리에 끊겼다. “이 개X식이, 당장 꺼져!” 판명철은 손바닥으로 배경문을 때려 바닥에 쓰러뜨렸고 그대로 가까이 가 한바탕 주먹질과 발길질을 했다. “이 X같은 놈. 네 가족들도 모두 개지?” 배경문은 머리를 싸안고 누워 끊임없이 울부짖었다. 그는 너무 억울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방금 저 데릴사위가 형님에게 맞으면 그만인데, 왜 내가 나서서 형님의 비위를 맞추려다 이렇게 맞는 거야?’ 그리고 나머지 현소, 현수 남매나 현수린 등은 모두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졌다. ‘저 깡패 놈은 원래 데릴사위 놈을 혼내주려고 하지 않았어? 근데 어떻게 경문이를 때리는 거야?’ 현수린 등 몇 명은 자신도 모르게 동혁을 쳐다보았다. ‘설마 경문이가 현수 매형을 욕해서 저 깡패 놈이 때리는 건 아니겠지?’ ‘정말 그래서 저 깡패 놈이 저러는 거라고?’ ‘현수 매형은 그저 데릴사위일 뿐인데 왜?’ ‘누구나 봐도 눈에 거슬리는 한낱 데릴사위이잖아.’. 판명철은 계속 손을 멈추지 않고 배경문이 피를 토하기 시작할 정도로 때렸다. 하지만 아무도 감히 나서서 말리지 못했는데 괜히 불똥이 튈까 봐 무서웠기 때문이다. 동혁은 이쯤이면 배경문도 정신을 차렸을 거라 생각하고 입을 열어 판명철을 멈췄다. “됐어요. 더 때리면 죽을 거예요.” 말이 끝나자 판명철은 두말없이 손을 뗐고 그 자리에 얌전히 서서 허리를 약간 굽힌 채 동혁의 다음 지시를 기다렸다. “당신이 방금 술 접대를 강요하려 했던 사람은 내 처제예요.” 동혁은 소파에 앉아 옆에 있는 현소를 가리키며 말했다. “우리 처제에게 사과라도 해야 할거 같은데요.” 동혁은 판명철을 난처하게 할 생각이 없었다. 상대방은 현소를 해치지도 않았고 또 김대이의
“좋아요, 그럼 한번 두고 보죠. 당신이 감히 내가 술을 마시게 할 수 있는지.” 동혁이 담담하게 말했다. 하지만 상대방을 무시하는 동혁의 말투에 판명철의 표정이 갑자기 일그러졌다. 겁에 질린 채 바닥에서 일어난 배경문 등이 이 모습을 보고 놀라 흠칫했다. “현수야, 제발 네 데릴사위 매형 입 좀 닥치게 하라고.” “형님을 화나게 해서 우리 모두를 죽이려고 그래?” “자기 주제도 모르고 감히 형님에게 대들다니.” “명철 오빠, 저 사람은 저희도 잘 모르는 사람인데...” 현수린 등이 동혁에게 욕설을 퍼붓고 서둘러 관계에 선을 그었다. “감히 마시게 할 수 있는지 본다고? 저 인간은 대체 누구야? 누군데 저런 헛소리를 지껄이는 거지?” “쓸데없는 소리 할거 없어. 그냥 가서 한 대 때려주만 그만이야. 그러고도 감히 계속 시건방을 떨 수 있는지 보자고.” 판명철 뒤에 서있는 깡패들도 소란스럽게 떠들기 시작했다. 그들은 지금껏 이렇게 허세를 부리는 상대를 본 적이 없었다. 판명철도 비웃으며 음산한 눈빛으로 동혁을 노려보았다. “네놈이 누구길래 그런 자신감이 나오는 거지? 내 오늘 내 형님의 구역에서 언제까지 네놈이 그런 허세를 부리는지 두고 보마.” 배경문 등은 판명철의 화가 가라앉기를 바랐지만 동혁이 한 말로 판명철은 이미 더 화가 나버렸다. 그들은 판명철이 자신들 대신 동혁에게 주의를 기울이자 기뻐하는 동시에 동혁이 미웠다. 동혁이 판명철을 완전히 화나게 하면 동혁과 자신들이 연루되어 다시 상대방의 화를 받을 까봐 두려웠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 가장 평온한 사람은 당사자인 동혁뿐이었다. 동혁은 여전히 아무 생각 없이 소파에 앉아 그저 웃기만 했다. 그가 차분하게 말했다. “그럼 좀 가까이 와서 내가 누구인지 봐요.” “하? 그래, 그럼 네놈이 대체 어떤 놈인지 한번 보자.” 판명철은 너무 화가 나 이를 악물었다. 너무 놀란 현수는 몸을 부르르 떨고 발을 동동 구르며 동혁을 향해 소리쳤다. “제발 그만 좀 해. 당신 죽
왕범현은 배경문이 믿고 있는 스승이었다. 지금 왕범현이 위층에 있는 이상 그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았다. “하하, 감히 골드스타필드에게 내 뺨을 때리는 놈이 있다니?” 선두에 있던 깡패인 판명철이 뺨을 가리고 너무 분노해 웃었다. “야, 알고 있냐. 여기 골드스타필드는 내 형님의 형님이 주인이야. 넌 이제 죽었어.” “네놈 형님의 형님?” 배경문이 눈살을 찌푸리더니 곧이어 안색이 크게 변했다. 골드스타필드에 놀러 오는 사람이라면 이곳이 암흑가 깡패인 김대이의 사업채라는 걸 모두 알고 있었다. 평소에 김대이는 이곳에 머무르고 있었다. ‘이 명철이라는 사람, 설마 김대이의 동생의 동생은 아니겠지?’ 현수린을 비롯한 사람들의 얼굴빛이 순간 안 좋아졌다. 배경문은 갑자기 자신이 건드리면 안 되는 사람을 건드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조금 전까지도 건방진 얼굴을 하고 있던 그는 지금 온몸을 떨며 재빨리 말했다. “그렇군요. 죄송해요, 형님. 전 형님이 김 회장님의 형제분인 줄도 모르고...” “퍽!” 배경문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판명철의 손에 든 술병이 이미 그의 이마에 부딪혀 깨졌다. 배경문은 ‘윽’소리와 함께 바닥에 쓰러졌고 전체에 핏물인지 술인지 알 수 없는 액체가 묻은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며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판명철이 배경문을 세게 걷어찼다. “개X식, 내가 오늘 너의 손목을 부러뜨려주마.” 배경문은 놀라서 정신없는 가운데 고통을 참으며 일어나 무릎을 꿇었다. “형님, 제가 형님을 몰라 뵈었습니다. 제발 한 번만 용서를 해주...” H시 암흑가에서 김대이의 영향력이 너무나 컸기 때문에 배경문은 상대가 김대이의 동생이라는 것을 알고 반항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퍽!” 판명철은 또다시 발로 배경문을 걷어찼다. 그리고는 고개를 돌려 사납게 웃으며 방금 자신이 뺨을 맞았을 때 자신을 비웃었던 현수린 등을 가리켰다. “남자든 여자든 다 잡아. 모두 잡아서 무릎을 꿇리고 뺨을 10대씩 후려갈겨.” 판명철의 뒤에 있던 깡패
몇 명의 남녀가 모두 웃기 시작했다. ‘이따가 범현 형이 저 데릴사위 놈을 혼내는 장면은 정말 재미있을 거야.’ 동혁은 표정을 찡그리며 웃고 있는 몇 명의 남녀에게 뺨을 한 대씩 때려줄까 생각했다. 그때 참지 못한 현소가 동혁보다 먼저 눈을 부릅뜨고 소리쳤다. “당신들이 뭐가 잘났다고 우리 형부를 무시하는 거죠? 우리 형부가 참아 주는 걸 다행으로 생각해요.” 현소는 고개를 돌려 현수를 발로 찼다. “집으로 가자.” “네가 아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좀 봐라. 부모님이 알면 넌 크게 욕먹을 거야.” 이 말을 듣고 배경문 등의 표정이 일순간 보기 흉하게 일그러졌다. 그러나 그들이 뭐라 하기도 전에 현수가 허리를 세우며 말했다. “난 안가. 내 스승님이 아직 오시지 않았잖아.” 현수는 배경문 등이 동혁을 무시하는 것이 이상하다고 여기지 않았다. 그 역시 동혁을 무시하는 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안돼. 빨리 가.” 현소는 화가 나서 현수를 잡아당기며 설득하려고 했다. “어이, 아가씨, 저희랑 술 한잔 하실래요?” 바로 그때 깡패처럼 보이는 사람 몇 명이 술병을 들고 비틀거리며 걸어왔다. 늑대 같은 몇 쌍의 눈빛이 현소의 아름다운 몸매를 훑으며 만지고 싶어 안달하는 모습이었다. 두말할 것도 없이 그들은 현소를 노리고 있었다. 사실 현소가 나타난 순간부터 이 깡패들은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 갑작스럽게 불청객이 오는 바람에 현소는 현수를 계속 설득할 수 없었다. 그녀는 이 무식한 깡패들을 보고 약간 겁을 먹었고 어쩔 줄 몰라하며 말했다. “고, 고마워죠. 하지만 전 술은 마실줄 몰라...” 말이 채 끝나기도 상대에 의해 말이 끊어졌다. “아가씨, 그렇게 남의 호의를 거절하면 안 되죠. 우리가 나쁜 사람처럼 보여서 그래요? 우리는 그저 아가씨와 친구가 되고 싶을 뿐이에요.”선두에 선 판명철이 음흉하게 웃으며 현소의 손을 잡아당기려고 했다. 이 모습을 보고 동혁은 자신이 더 이상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데릴사위라고?” 현수의 말을 들은 현수린 등 몇 명은 믿을 수 없었다. “현수야, 지금 농담하는 거야? 네 매형 옷은 싼 게 아니야. 딱 봐도 수제작 한 옷이라고.” “그리고 그 파텍필립 시계는 최소 2000만 원짜리야. 가짜 같지도 않은데?” “데릴사위이면 어떻게 이런 대접을 받아?” “게다가 네 매형은 딱 봐도 분위기가 못난 데릴사위 같지 않잖아.” 현수린 등은 서로 주절주절 한 마디씩 말했다. 그녀들 생각에 데릴사위는 잘 먹지도 입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여자 집에서 기도 못 펴고 설설 기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라면 그녀들은 눈길조차 주지도 않았다. 동혁은 말들을 듣고 살짝 미소를 지었다. ‘현수 말이 맞는데 이 여자들이 믿지를 않네.’ 동혁이 웃으며 말했다. “현수 말은 사실이고 저는 데릴사위가 맞습니다.” “그리고 당신들 생각도 틀렸어요. 데릴사위라고 해서 여자 집에서의 대우가 다 나쁜 것은 아니에요. 내가 지금 입고 있는 것도 아내가 특별히 날 위해 맞춤 제작한 거예요.” “제 손목시계도 내 아내의 절친이 선물해 준 거고요.” 동혁은 사람들의 인식을 바로잡아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세화는 내게 늘 잘해주는데, 절대 다른 사람들이 안 좋게 생각하게 해서는 안 되지.’ “진짜 데릴사위 맞아요?” 동혁의 말에 현수린 등은 경악했다. 그리고는 동혁에 대한 그들의 태도에서 방금 전 느꼈던 적극성과 호감이 사라졌다. 현수린이 바로 눈을 부릅뜨고 불만을 터뜨렸다. “현수, 너 도대체 이게 뭐 하는 짓이야?” “왜 네 맘대로 아무나 우리 모임에 데려온 건데?” “그래, 네 누나는 예쁘니까, 분위기를 띄우고 범현 오빠를 기분 좋게 할 수 있겠지.” “하지만 데릴사위인 네 사촌 매형이 우리와 함께 놀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현수린의 표정에는 동혁에 대한 경멸의 기색이 역력했고 말투가 거침없으면서 귀에 거슬렸다. “현수, 넌 정말 아직 철이 없어.” 배경문이 선배 티를 내면서 말했다. “너 범현이 형에게 온
“누나, 소개할게. 이쪽은 모두 내 선배님들이야.” “여기는 배경문 형, 이쪽은 현수린 누나...” 현수는 이 젊은 남녀들 앞에서 매우 공손한 태도로 현소에게 차례로 그들을 소개했다. 그러나 이 사람들은 현수의 공손함에도 모두 건성으로 대답했고 심지어 현소가 누군지 알게 되자 태도에서 약간의 불쾌함이 느껴졌다. 특히 빨간 가죽 재킷을 입고 가느다란 허리를 드러낸 미녀인 현수린이 현소를 바라보는 시선이 곧바로 냉랭하게 바뀌더니 조금 더 자세하게 현소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다른 두 여학생 역시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현소야, 네 누나가 정말 예쁘네. 아마 오늘이 지나면 범현 오빠가 너를 수제자로 삼고 중점적으로 키워줄 거 같은데?” 현수린이 약간의 미소와 함께 말했다. 현소는 그 말을 듣고 작고 예쁜 코를 찡그렸는데 왠지 모르게 불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예쁜 게 그 범현이라는 사람이 내 동생을 수제자로 삼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지?’ 여자는 본래 선천적으로 예민하다. 현수린의 표정이 분명하지는 않았지만 상대방이 드러낸 약간의 적개심을 현소는 예리하게 눈치챘다. 그녀는 현수린이 좋은 뜻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고 느꼈다. 동혁은 현수린을 힐끗 쳐다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방금까지 적극적이었던 세 남자는 현소의 정체를 알게 되자 그녀를 뜨겁게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했지만 태도는 그리 반가워하지는 않았다. 심지어 눈빛도 아까보다는 좀 더 수그러들었다. “정말 생기발랄하게 생겼네. 아쉽게도 범현이 형이 마음에 들어 하는 스타일이야. 우리에게 기회는 없을 거 같은데?” “그러게, 괜히 우리가 저 여자를 노렸다가 범현이 형한테 들키기라도 하면 죽을 수 도 있어.” 두 남자가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방금 전 두 사람의 입에서 나온 범현이라는 사람은 그 사람들이 모시는 스승님이었다. 이름은 왕범현이다.둘의 대화를 들어보면 이 왕범현의 성품이 어떤지는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현수가 모르는 것이 있었다. 그의 선배들은 명목
동혁은 현수가 눈을 가느다랗게 뜨며 자신을 보자 현수가 여전히 자신을 믿지 못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동혁은 태연하게 대답했다. “그래.” “하하, 그러다 정말로 죽을 수 도 있어요.” 현수는 시큰둥하게 입을 삐죽거리며 거들먹거렸다. “우리 스승님이 어떤 분인지 알아요? 그분은 그냥 깡패가 아니에요. H시 전체에서도 적수를 몇 명 찾을 수 없다고요.” “내가 장담하는데 가면 얻어맞을 수 도 있어요. 그런데도 정말 갈 거예요?” 현수는 도발하는 눈빛으로 동혁을 보며 다시 한번 물었다. 동혁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가 그렇게 말하니까 내가 더더욱 그 고수님의 실력을 보고 싶네.” “좋아요. 그럼 같이 가요.” 현수는 이를 갈며 독기 가늑한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스승님께 수업을 받게 해 드리죠. 그러면 어른을 공경하는 게 어떤 건지 잘 알게 될 거예요.” 동혁은 여러 차례 현수의 아버지인 장영도를 벌주게 했고, 며칠 전 태백산장에 갈 때에는 운전기사로 삼았다. 그 일로 현수는 마음속에서 동혁에 대한 원한을 품고 있었고 줄곧 그를 혼내주고 싶어 했다. 현소는 현수가 나쁜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알고 다시 한번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현수, 너 내가 경고하는데, 네가 감히 형부를 함부로 대하면, 그때 가서도 내가 너를 가만히 두는지 잘 봐.” 현수가 자기 스승을 고수라고 말하는 것에 대해 현소는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다. 그녀는 동혁의 실력을 믿었고 동생인 현수가 허풍을 떨고 있다고 느꼈다. ‘아직 어린 녀석이니 다 고수처럼 보이겠지.’ “난 그저 가지 말라고 주의를 준거야. 그리고 내가 아빠 대신 화풀이를 하려는 게 뭐가 잘못됐어?” 현수가 중얼거렸다. “내가 며칠 열심히 수련해서 직접 천화를 흠씬 두들겨 팰 거야. 그리고서 그놈이 내게 용서를 구하게 만들 거야.” 천화가 설전룡을 따라 무술을 익힌 후로 현수는 매번 말다툼이 있을 때마다 천화를 어찌할 수 없었다. 그래서 요즘은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해 스승을 모
천미는 이미 서진만이 직원을 시켜 수십억을 빼돌리도록 지시한 일을 알게 되었다. 특히 그녀를 더욱 화나게 한 것은 이런 큰 일을 강오그룹이 있는 직원을 통해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원화투자회사는 지금껏 천미에게 아무것도 보고한 적이 없었다. 다른 사람이 사장이고 이런 일을 스스로 처리할 수 없다면 일찌감치 해고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지금 사장은 천미가 조금도 마음에 들지 않지만 해고할 수 도 없는 동혁이었다. ‘처음부터 일을 잘 처리할 능력이 있다고 믿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일을 숨기고 내게 보고조차 하지 않다니.’ 천미는 너무나 화가 났다. “심 사장님 오셨어요? 이 사장님께서는 나가신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소식을 듣고 달려온 송소빈이 말했다. “회사 일을 처리하러 갔나요?” 천미의 말투가 좋지 않아 송소빈은 이상하게 여겼지만 차분히 대답했다. “사장님께서 개인적인 일을 처리하러 간다고 하셨어요.” “이런!” 예쁜 천미의 얼굴이 분노로 순식간에 검붉게 변했다. “이런 놈에게 어떻게 회사를 맡겨서 경영을 해? 첫 출근 날부터 큰일이 생겼는데 개인일을 보러 나갔다고? 그러고도 회사 사장을 맡을 면목이 있어?” ... 동혁은 이미 회사를 떠나서 회사 내의 일은 모르고 있었다. 그는 회사를 떠나 바로 하늘 거울 저택으로 돌아왔다. “형부, 빨리 오셨네요.” 현소가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동혁을 발견하고 반가워하며 뛰어왔다. 동혁은 현소의 생기발랄한 모습이 좋아 보였다. 동혁이 물었다. “나를 어디로 데려가려고?” “저도 몰라요. 현수가 저하고 어디 좀 같이 가자고 했거든요.” 현소가 앙증맞은 작은 코를 찡그리며 말했다. “그 녀석이 요즘 뭘 하고 다니는지 모르겠어요. 갑자기 천화를 이기겠다고 난리법석을 떨지 모예요.” “밖에서 대단한 스승을 만나 하루 종일 무술을 수련한다나?” “부모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에요. 괜히 나쁜 사람이라도 만나서 이상한 걸 잘못 배웠을까 봐요. 마침 현수의 그 스승이 저를 보고
“알겠어요. 아빠. 좋은 소식 들려드릴게요.” 오반석은 천진난만하게 대답했다. 사무실에서 나가려다 그는 다시 고개를 돌려 말했다. “참, 아빠, 그 천용훈도 제 친한 형이에요. 일전에 이동혁과 부딪혔을 때 잘만됐어도 그놈을 제대로 처리할 수 있었어요.” “그때 갑자기 하 선생이라는 인간이 튀어나오지만 않았어도 성공했을 거예요.” “나중에 형 소속사가 혜성그룹과 화해하려고 형을 쫓아냈는데 아빠가 절 봐서 형 좀 도와주세요.” 오한민은 이번 실패가 여간 달갑지 않았다. 아까부터 어떻게 원화투자회사의 그 2조 자금을 자기 소유로 삼을지 계속 궁리하고 있었다. 오반석의 말을 들은 그는 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최근 한 연예기획사에 투자했는데 연예인이 부족하니 그 사람 보고 계약하라고 해.” ... 서진만을 감옥에 보내 동혁은 단번에 원화투자회사에서 자신의 최고 입지를 굳혔다. “송 이사, 직원들과 잘 살펴보고 투자할 만한 좋은 프로젝트를 알아봐요.” 사장실에서 동혁이 송소빈을 불러 분부했다. ‘투자회사에 이렇게 많은 자금이 있는데 그냥 썩게 둘 수 없지.’ 동혁은 좋은 프로젝트를 골라 투자해 성과를 내서 나름 세화의 기대에 부응할 계획이었다. 이어서 일부 회사 임원들이 와서 업무 보고를 했다. 동혁은 회사 업무의 방향성만 신경 쓰고 임원들이 보고하는 사소한 것에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동혁이 임원에게 요구하는 건 간단했다. “제 밑에서 일하면서 두 가지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첫째, 전 당신들의 일에 관여하지 않고 결과만 볼 겁니다.” “둘째, 절대 서진만처럼 자신이 똑똑하다고 자만하지 마세요.” 임원들을 가볍게 격려한 후 동혁은 그들을 돌려보냈다. 바로 그때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그는 휴대폰 화면에서 뜻밖에도 현소의 이름을 보고는 웃으며 전화를 받았다. “그래 현소야, 무슨 일이야?” [형부, 저하고 함께 어디 좀 같이 가주시겠어요?] 맞은편에서 들려오는 현소의 부드럽고 애교 가득한 목소리가 동혁의 마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