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무슨 그런 농담을. 우리가 몇 년을 안 사이인데, 어떻게 언니에게 말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류혜진은 웃으며 말했다. “이사 온 지 며칠 안 돼서 아직 다 정리되지 않아서 그랬어요. 원래 정리 다하고 알리려고 했어요” 사실 하늘 거울 저택으로 이사 왔을 때, 류혜진은 가능한 한 라세영 가족에게 알리지 않으려고 했다. 그런데 라세영 가족이 이렇게 찾아올 거라고 생각도 못했다. 라세영 가족이 하늘 거울 저택 입구에서 쭈그리고 앉아있었는데, 류혜진이 장 보러 갔다 오다가 딱 마주쳤다. 서수현은 불만스러워하며 콧방귀를 뀌었다. “류혜진, 지금 누굴 속이려고? 전에 전화로 이사 갔냐고 물었을 때, 그냥 우물쭈물했었잖아?”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내가 모를 거 같아? 네가 큰 집을 샀다는 걸 우리한테 알리면 돈을 달라고 올까 봐 그런 거잖아?” “네가 말 안 하면 우리가 모를 거라 생각했어? 숨겨봤자 이렇게 다 알게 될 텐데.”“내 딸이 너 때문에 죽었다는 것을 잊지 마. 네가 우리 집에 빚진 것은 평생가도 갚을 수 없어!” 서수현이 갑자기 탁자를 세게 치자 류혜진은 깜짝 놀랐다. 그리고 서수현의 말은 류혜진으로 하여금 마음속 상처를 다시금 생각나하게 했다. “네, 네, 그럼요, 언니, 세진한테 너무 미안하고, 또 언니 집에도 죄송하고…….” 류혜진은 눈시울을 붉히고 굽실거리며 계속 서수현에게 사과했다.세화 남매는 류혜진의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 5년 동안, 이 같은 상황이 몇 번이나 있었다. 세화 남매조차도 류혜진의 일로 라세영 가족에게 사과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애초 잘못을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엄마, 쓸데없는 말은 그만해요. 지금 사과를 받아서 될 일이었으면 내 동생은 진작에 살아났을 거예요.” 라세영은 다리를 들어 차를 놓은 탁자 위에 올려놓고 세화 가족을 바라보며 말했다. “솔직히 말해서, 최근에 사업을 시작하려고 하는데, 돈이 좀 필요해서 왔어요.” “세영아, 얼마나 필요한데?
“이동혁 안 그래? 그러니 넌 당장 꺼져!” 라세영이 손을 뻗어 문밖을 가리켰다. 라세영은 태연하게 마치 하늘 거울 저택이 자신의 집인 것처럼 여겼다. 동혁의 눈빛이 차가워지며 말했다. “여기은 내 집이야. 꺼져할 것은 너고!” 라세영 가족이 동혁의 집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서, 동혁은 이미 마음이 좋지 않았다.전에 세화 가족이 라세영 가족에게 빚진 것이 있다고 생각하고 급하게 사람을 쫓아내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주인인 동혁을 오히려 쫓아내려고 했다. ‘정말 웃기는군!’ 라세영이 냉소하며 말했다. “멍청한 놈, 지금 농담하냐? 여기가 네 집이라고? 데릴사위로 바로 남의 집에 얹혀살면서 밥이나 축내는 주제에!” 라세영은 말을 하며 눈빛이 매섭게 변하더니 소매를 걷어붙이고 동혁 앞으로 다가갔다. “네가 안 꺼지겠다고 하니, 이 몸이 꺼지게 해 주지!” 라세영은 갑자기 발을 들어 동혁을 향해 세게 걷어찼다. 이미 눈에 화가 가득한 동혁은 본능적으로 발을 들어 막았다. 라세영의 종아리가 동혁의 다리 등에 부딪혔다. 라세영은 자신의 다리가 마치 갑자기 강철판에 부딪힌 것 같았다. “아!” 라세영은 비명을 지르며 고통스러워했고, 까무잡잡한 얼굴이 순식간에 붉게 변하며 일그러졌다. “젠장, 네가 감히 반격을 해?” 라세영은 이번에 손바닥을 들어 동혁을 향해 휘둘렀다. 동혁은 콧방귀를 뀌며 가볍게 라세영의 손을 잡았고, 동혁의 눈에서 독기가 돌더니 잠시 힘을 주어 비틀자 라세영은 다시 한번 비명을 질렀다. “동혁 씨, 그러지 마!” 그때 세화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급히 달려왔다.세화는 동혁이 사람을 때리기 시작하면 매우 잔인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만약 막지 않으면, 라세영의 팔은 틀림없이 동혁에 의해 비틀려 아작이 날것이다. 동혁은 눈살을 찌푸리고 손을 놓았다. 세화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동혁의 팔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세영이를 그냥 놔둬. 세영이는 전의 동혁 씨가 만난 사람들과는 달라.” “뭐가 다른데? 다 세상
“정말 2억 원 들어있는 거 맞아? 지금 우리 속이는 거 아니지?” 카드에 2억 원이 들어있다고 하자, 라세영은 갑자기 두 눈이 번쩍 빛났다. 라세영은 즉시 손을 뻗어 은행 카드를 낚아챘고, 흐뭇하게 손에 쥐며, 바로 비밀번호가 무엇인지 물었다. 카드는 세화가 만들었고 비밀번호는 세화의 생일이었다. 류혜진이 라세영에게 비밀번호를 알려주었다. 이제야 만족한 라세영 가족은 일어나서 몸 위의 담뱃재와 땅콩 껍질을 아무렇게나 털고 떠날 준비를 했다. 세화 가족은 모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서수현이 말했다. “누가 우리 좀 차로 태워다 줘. 동네가 너무 커서 걸어 나가기엔 너무 멀어.” “동혁아, 차로 세영이 가족을 집에 데려다줘. 예의 바르게!” 사실 류혜진은 저택 앞의 고급주택단지가 모두 류혜진의 집이라는 걸 라세영 가족이 알게 돼서 또다시 말썽을 일으킬까 봐 걱정했다. 라세영은 동혁의 두 눈을 흘겨보았고, 득의양양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 쓸모없는 놈, 우리 운전기사라도 해라!” 라세영은 아까부터 이미 동혁을 증오하기 시작했다. 라세영은 돌아가는 길에 동혁을 심하게 모욕할 작정이다. 동혁은 차갑게 라세영을 힐끗 보고는 몸을 돌려 차를 몰러 나가려 했다. 이때 천화가 따라와 동혁의 손에서 차 열쇠를 가져갔다. “매형, 제가 차로 데려다 줄게요. 저 운전면허증은 가지고 있어요!” 천화의 마음속에서 동혁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거물이자 존경의 대상이었다. ‘라세영 저놈이 감히 우리 매형에게 운전기사를 하라고 하다니, 네 놈이 그럴 자격이 있어?’ “그냥 천화에게 배웅하라고 해.” 세화는 동혁이 또 라세영 가족과 충돌할까 봐 손을 들어 동혁을 잡으며 말했다. 류혜진도 더 이상 사고를 일으키고 싶지 않아 동의했다. 류혜진은 단지 빨리 라세영 가족을 보내고 싶을 뿐이다. 곧 천화가 차를 몰고 와서 라세영 가족을 태우고 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천화가 화를 내며 달려왔다. “천화야, 차는?” 세화가 눈살을 찌푸리며
“언니, 무슨 일이에요? 제가 어떻게 세영이를 죽여요?” 류혜진이 석연치 않은 듯 질문을 했고, 세화와 동혁 등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몰랐다. ‘저 가족은 오후에 갑자기 찾아와서 2억 원과, 우리 가족의 유일한 차까지 가져가 놓고.’ ‘눈 깜짝할 사이에 다시 찾아와서는, 이번엔 우리가 세영이를 해쳤다고?” ‘정말 뜬금없네!’ 서수현은 류혜진을 가리키며 화를 냈다. “바로 너 때문이야. 네가 2억 원을 주지 않았다면 세영이가 도박장에 가지 않았을 거 아니야?” “그 2억 원을 다 잃었을 뿐만 아니라, 도박장의 염동완에게 4억 원까지 빚졌어. 지금 세영이와 차가 모두 그곳에 붙잡혀 있으니 빨리 돈 가지고 가서 세영이를 구해오자!” 그 말을 듣고 세화 가족들은 놀라 서로 얼굴을 마주 쳐다보았다. ‘라세영이 돈을 가지고 가서 사업을 시작한다고 하지 않았어? 그런데 그 돈으로 도박을 하디니?’ ‘겨우 몇 시간 만에 2억 원을 모두 탕진했다고?’ 류혜진은 너무 아까워 살이 다 떨렸다. ‘그 2억 원을 쓰지도 못하고 그렇게 다 날리다니.’ 이때 라원문도 악을 쓰며 소리쳤다. “빨리, 일단 4억 원을 가지고 가서 우리 세영이부터 구해와. 도박장 염동완이, 오늘 밤이 지나도 돈을 갚지 못하면, 먼저 세영이의 손가락을 잘라버리겠다고 했단 말이야!” “그래, 빨리 돈 가져와.” 서수현은 말을 하며 재촉하려고 류혜진에게 다가갔다. 세화는 먼저 류혜진의 앞을 가로막으며 차갑고 매서운 얼굴을 하고서 말했다. “그럼 할 수 없이 손가락을 내놔야죠. 세영이가 도박을 해서 일어난 일이 우리와 무슨 상관이 있어요?” 세화는 이 뻔뻔스러운 라세영 가족을 정말 참을 만큼 참았다. 그러자 서수현은 벌컥 화를 냈다. “세화 이 더러운 년이, 넌 지금 내 아들이 죽는 것을 그냥 보겠다고?” 서수현은 손바닥을 들어 세화의 연약한 뺨을 향해 힘껏 휘둘렀다.거친 손바닥이 세화의 뺨에 닿으려 할 때, 갑자기 큰 손이 다가와 서수현의 손목을 잡았다. “아!”
“정말 우리 세영이를 데려올 수 있어?” 라원문 부부는 모두 의심의 눈초리로 동혁을 쳐다보았다. 동혁이 진씨 가문의 데릴사위였기 때문에 라원문 부부는 동혁을 아예 아무 능력이 없는 사람으로 생각해 마음속으로 무시했다. 설령 자신들의 아들 라세영이 학벌도 없고 직업이 없다 해도, 동혁처럼 어떤 집에 데릴사위로 보낼 만큼 능력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동혁은 굳이 이 라원문 부부를 상대하지 않았다. 동혁은 라세영이 차까지 끌고 갔다가 붙잡혀 있다는 소리를 듣고 세화의 차를 다시 찾아오는 김에 겸사겸사 라세영을 데려오려 했다. 그렇지 않으면 동혁은 라세영이 죽든 말든 상관하지 않았을 것이다. 세화도 고개를 가로저었다. “동혁 씨, 괜히 소란 피워서 좋을 것이 없어. 도박장의 사람들이 얼마나 질이 나쁜데. 거기다 분명히 많은 싸움꾼도 데리고 있을 거야. 너무 위험해. 난 동혁 씨가 그곳에 가면 불안해서 안 되겠어.” 세화는 여전히 휴대폰을 꺼내 천미에게 전화를 걸겠다고 고집했다. 동혁은 세화의 말로 마음에 감동을 느끼고 말했다. “여보 안심해. 일단 도박장 사장에게 가서 먼저 잘 이야기해서 교섭을 해 볼게. 어쩌면 여보 차를 돌려받을 수 있을지도 몰라. 만약 그래도 합의가 잘 안 되면 그때 다시 얘기하자고.” 세화는 동혁을 바라보며 잠시 망설이다가 승낙했다. “그럼, 가서 흥분하지 말고, 이야기가 안 되면 바로 돌아와야 해.” 동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라원문 부부를 바라보았다. “길을 안내해요.” 동혁이 라원문 부부를 따라 집을 나서는 것을 보고 있는 세화의 미간에 약간의 근심이 담겨있었다. [세화야, 이 시간에 전화를 왜 했어? 여보세요? 말하라고! ] 그때 수화기에서 천미의 나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세화는 방금 천미에게 전화한 것이 생각났다. 세화는 망설이지 않고 바로 라세영이 도박장에 붙잡혀 동혁이 도박장에 간 것에 대해 말했고, 천미에게 4억 원을 빌리려 했다고 말했다. 그래야 만약 동혁이 도박장에서 합의가 잘 안 되면,
암흑가 두목, 암흑가 은둔 고수. 두 호칭은 듣기만 해도 엄청난 차이를 느낄 수 있다. 그 염동완이 암흑가 은둔 고수 염동철의 조카라는 사실을 알고, 세화는 갑자기 긴장이 되었다. 세화는 방금 전 동혁이 염동완의 도박장에 가겠다고 할 때 말리지 않은 것이 후회되기 시작했다. ‘염동완 같은 사람은 건드리면 안 되는데.’ “천화야, 매형한테 전화해서 빨리 그냥 오라고, 도박장 가지 말라고 해!” 세화는 바로 천화에게 한마디 했다. 천화는 아까부터 계속 옆에 서서 세화와 천미의 전화 통화를 들었다. 요 며칠 동혁의 여러 가지 능력을 보면서, 천화의 마음속에서 동혁은 이미 못하는 것이 없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세화가 초조해하는 모습을 보자 천화 역시 가슴 한구석이 조마조마했다. 천화는 얼른 휴대폰을 꺼내 동혁에게 전화하려다 별 수 없다는 듯 휴대폰을 다시 내려놓았다. “매형 휴대폰이 통화 중이어서 연결이 안 되는데?” “다시 해봐!” 세화는 고개를 돌리며 다시 휴대폰에 대고 초조하게 말했다. “천미 언니, 언니가 그 염동완과 연락할 수 있을까? 우리가 염동완에게 4억 원을 줄 테니 라세영을 그냥 돌려보내라고 전해줘. 혹시라도 동혁 씨가 이미 그곳에 있다면, 염동완에게 동혁 씨도 좀 잘 봐달라고 해 주고.” 세화에게 라세영의 생사는 이미 관심밖의 일이었다. 세화는 동혁이 이 일로 염동완과 충돌해 잘못될까 봐 걱정이 됐다. 평소 동혁의 성격을 보건대, 말이라도 한마디 잘못했다가는 바로 주먹이 날아갈게 분명했다. [세화야, 그 바보는 늘 잘난 체하며 제멋대로 굴잖아. 그냥 그 바보가 죽든 말든 간에 내버려 둬. 이번 기회에 염동완에게 혼나면 자기 분수를 잘 알게 되겠지. 그래야 앞으로 다시 제멋대로 굴지 앉지.] 천미는 무심히 말했다. 천미는 동혁에게 그 어떤 호감도 없었다. ‘이동혁, 그 바보는 너무 잘난 체하고, 충동적으로 화를 잘 내.’ ‘이번 진성그룹 위기도 그 바보가 노광훈 등 몇 명을 때려서 생긴 거잖아.’ ‘이번에 세화를
“아휴, 난 또 매형이 엄청 대단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내가 너무 생각이 많았나 봐.” 천화는 동혁에게 실망하며 자리를 떠났다. 세화는 천화의 이런 모습을 보고 화가 나기도 하고 우습기도 했다. 하지만 곧이어 세화는 동혁을 다시 걱정하기 시작했다. ‘동혁 씨가 도박장에 도착하기 전에 천미 언니가 염동완과 이야기를 잘해야 할 텐데.’ 한편 동혁은 라원문 부부를 따라 한 썬호텔 밖에 도착했다. “염동완이 여기로 와서 썬호텔 지배인을 찾으라고 했어.” 라원문은 앞에 있는 썬호텔을 가리키며 옆에 있는 동혁을 힐끗 쳐다보았다. “이봐, 진씨 가문의 쓸모없는 사위, 정말 내 아들을 구할 수 있어?” “말을 그런 식으로 계속 지저분하게 하면, 네 아들은 저 안에서 죽게 그냥 둘 수도 있어.” 동혁도 라원문을 차갑게 힐끗 보았다. 라원문 부부는 갑자기 크게 화를 냈다. 라세영 가족은 세화 가족을 돈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보았고, 세화 가족 앞에서 늘 거드름을 피우며 거만하게 부려먹는 일이 익숙했다. 그래서 라원문 부부는 데릴사위인 동혁이 더더욱 안중에도 없었다. 하지만 방금 하늘 거울 저택에서 동혁이 보여준 무서운 기세를 떠올리며 라원문 부부는 불만을 참을 수밖에 없었다. “그럼 뭘 꾸물거려, 빨리 들어가! 어차피 지금 내 아들을 대신해 네 손가락을 자르게 하든지, 아니면 순순히 4억 원을 내든지 해야 해. 어떻게 하든 세영이를 무사히 데려와. 만일 머리카락이 하나라도 다치면 우린 네 가족이랑 끝까지 가는 거야!” 동혁은 이 무례한 라원문 부부를 상대하지 않았다. 그때, 차 두 대가 와서 호텔 앞에 멈췄다. 박용구가 부하 몇 명을 거느리고 차에서 내려 동혁에게 다가가 공손히 물었다. “형님, 무슨 시키실 일이라도 있으세요?” 라원문 부부는 박용구의 신분을 모르지만, 박용구의 험상궂은 모습을 보면서, 그냥 평범한 사란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진씨 가문의 이 쓸모없는 사위에게 저런 사람이 공손하게 행동한다고?’ “여기 불법 도박장 정
“이동혁, 난 또 네가 데려온 사람이 혹시 좀 대단한 사람인가 했는데, 역시 쓸모없는 인간이었어!” “흉악한 척하면서 우리 같은 일반 사람에게 겁을 주더니, 염동완 같이 자기보다 독한 사람을 만나니 아무것도 못하겠던?” 박용구의 말을 들은 라원문 부부는 즉각 신랄한 어조로 비아냥거리기 시작했다. 아까 전까지만 해도 라원문 부부는 박용구 때문에 놀랐었다. 박용구가 정말 대단한 사람인 줄 알았다. 그런데 들어간 지 몇 분도 채 안 돼, 이렇게 의기소침하게 쫓겨날 줄은 몰랐다. 박용구는 라원문 부부의 말을 듣고 스스로에게 화가 나서 또 뺨을 때렸다. ‘내 체면은 어떻든 상관없지만, 형님까지 나 때문에 체면을 구기게 하다니.’ ‘형님께 큰 잘못을 했어!’ 박용구는 무릎을 꿇고 결연하게 말했다. “형님, 제가 바로 부하들을 불러서 오늘 반드시 그 염동완이라는 놈에게 대가를 치르게 하겠습니다!” “닥쳐라, 허풍 좀 그만 떨어!” 서수현은 박용구를 노려보다가 다시 동혁을 바라보았다. “빨리 세화에게 4억 원을 가지고 와서 세영이를 구하라고 해. 세영이에게 무슨 나쁜 일이라도 있으면, 나는 네 놈의 식구들과 아주 끝장을 볼 거야!” “맞아, 그깟 차 하나 부서지면 어때서. 하지만 세영이에게 일이 생기면 안 되지. 빨리 네 아내에게 전화해!” 라원문도 와서 동혁을 재촉했다. “꺼져!” 동혁이 차갑게 소리쳤다. 라원문 부부는 놀라 갑자기 벼락을 맞은 듯 온몸이 굳은 채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동혁은 라원문 부부를 쳐다보지도 않고 곧장 썬호텔로 들어갔다. 세화가 아우디 A4를 얼마나 아끼는지 동혁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아까 낮에 라세영이 차를 빼앗아 갔을 때, 세화가 오후 내내 얼마나 화를 냈는데.’ ‘만약 세화가 아끼는 자신의 차가 완전히 폐차로 변한 것을 안다면, 지금 그대로 가져가도 소용없을 것이고, 분명 더 슬퍼하기만 할 거야.’동혁은 직접 염동완을 찾아가서 이 빚을 청산하려 했다. “야, 세화한테 전화해서 돈 가져오라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