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천미?’ 도박꾼들은 하나같이 어리둥절한 표정이다. 누군가 외쳤다. “강오그룹의 심천미? 그 장해조 회장의 수양딸 맞지?” 뭐! 도박장이 한바탕 소란스러웠다. “강오그룹, 장해조 회장에 대해서는 많이 들어봤지, 예전에 H시 암흑가 황제였잖아.” “옛 조직이 강오그룹으로 바뀌었고, 강오그룹은 지금 H시의 거대 그룹이잖아.” “그래 맞아요, 그래서 다들 천미 누님이라고 부르던데요?” 현운태는 비웃으며 말했다. “이 계집애가 아주 주제넘게 굴더라고. 자신이 뭐 엄청 대단한 사람이나 된 듯, 전화 한 통으로 우리 사장님께 차를 돌려주라고 하다니. 게다가 그 박용구라는 놈까지 와서 쌍으로 우리 사장님께 무례하게 구니, 할 수없이 이 차를 부순 거야.” 도박장 안이 다시 떠들썩했다. ‘이곳 염 사장은 박용구와 강오그룹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니, 정말 대단한데!’ 많은 사람들은 염동완의 출신배경을 몰랐다. 하지만 지금 염동완의 행동 하나만으로 사람들이 염동완을 대단하다고 생각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염동완은 자신을 경외심 있게 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즐겼지만, 표정에는 오히려 당연한 듯 변화가 없었다. “한마디로 말하면, 우리 염 사장님은 이 도박장을 지킬 수 있을 만큼 충분히 큰 힘을 가지고 있다는 거야. 그러니 여기서 놀면 경찰이든 암흑가 두목이든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테니 안심해.” “염 사장님의 이름만 있으면 걱정 안 해도 돼, 이곳에서는 안심하고 게임을 즐길 수 있어.” “염 사장님은 강오그룹조차도 별신경 안 쓰는데, H시에서 누가 감히 이곳에 와서 귀찮게 하겠어? 여러분은 그냥 마음껏 놀면 그만이야.” 도박꾼들은 완전히 안심하고 도박을 계속했다. 염동완은 도박장 중앙에 폐차된 아우디 A4를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 “운태야, 빨리 끌고 가서 버려!” “예!” 현운태는 재빨리 사람을 시켜 차를 가지고 나가라고 했다. 바로 이때 동혁이 도박장에 들어섰다. 동혁은 카지노 중앙의 엉망으로 부서진 아우디 A4를 보자마자 눈에 분
“저 젊은이 대단한데? 여기 도박장 최고수 현운태가 저렇게 상대가 안 돼서 그냥 얻어맞다니.” “그러게 저 현운태도 보통이 아닌데. 지난번에 내가 직접 봤는데 무술을 전공한 젊은이들 몇 명이 와서 시비를 걸다가, 결국 현운태 한 사람에게 그냥 죽어나가더라고!” “허허, 아무리 주먹이 강해도 무슨 소용이야? 방금 염 사장이 저 스무 명이 넘는 부하에게 저 젊은이를 죽이라고 한 것을 듣지 않았어? 게다가 손에는 흉기들도 들고 있잖아. 혼자서 저 많은 인원을 어떻게 당해내겠어? 저 젊은이는 이제 죽었어!” 도박꾼들이 동혁을 주시하며 의견이 분분할 때였다. 20여 명의 싸움꾼들이 이미 잇달아 흉기를 꺼내고 동혁을 죽이려고 앞을 다투어 걸어갔다. ‘염 사장은 평소에도 손이 컸으니.’ ‘오늘 운태 형님이 저 놈 손에 넘어간 이상, 우리 중 누가 저 놈을 제압한다면 보너스가 적지 않을 거야.’ 돈이면 목숨까지도 걸고 움직이는 이 싸움꾼들의 눈에는 동혁이 바로 걸어 다니는 돈이었다. 맨 앞에 있는 한동석은 얼굴에 칼자국이 있는 남자로, 손에 10킬로그램의 무거운 쇠칼을 쥐고는 바람이 일정도로 힘차게 휘두르고 있었다. 한동석은 눈을 가늘게 뜨고 동혁의 목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는데, 눈빛이 마치 바늘처럼 날카로웠다. 휙! 쇠칼을 휘둘러 동혁의 목을 향해 세게 내리쳤다.겁 많은 도박꾼들은 이미 놀라서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동혁의 목이 잘려 피를 흘리는 끔찍한 장면을 볼 것 같았기 때문이다. “죽고 싶구나!” 동혁은 차갑게 웃으며 몸을 약간 기울였고, 자신의 목을 치려는 칼을 피하는 동시에 발끝을 갑자기 들어 올려 한동석의 다리뼈를 차 부러뜨렸다. “아!” 한동석이 고통스럽게 울부짖으며 무릎을 꿇자 동혁은 이미 한동석의 손에 있는 쇠칼을 손으로 빼앗았다. 쓱! 쇠칼은 동혁에 의해 사정없이 휘둘러졌고, 한동석의 한쪽 팔이 피를 흘리며 날아갔다. 한동석의 입에서 다시 돼지 잡는 듯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동혁은 시끄러운 듯 발로 한동석을 차서 그 뒤
동혁을 보는 도박꾼들의 눈빛은 이미 죽은 사람을 보는 것과 같았다. 혼자서 염동완의 20여 명의 싸움꾼들을 때려눕히고, 염동완을 때려 몇 번이나 날려버리는 동혁의 잔혹함에 도박꾼들은 놀랐다. 하지만 도박꾼들은 그래도 여전히 동혁이 죽었다고 생각했다. 장해조를 배신할지언정 염동철은 건드리지 마라. H시 암흑가에 몇 년 동안 전해져 온 말인데, 그냥 하는 허투루 하는 말이 아니었다. 정말 죽은 것과 다름없다는 말이다. 염동완은 다시 일어나 거칠게 얼굴의 피를 닦아내고, 동혁을 증오하며 바라보았다. “여기 이 사람들의 말을 들으면 우리 삼촌이 얼마나 무서운지 잘 알겠지? 네가 누구든…….” 퍽! 염동완은 다시 맞아 날아갔다. “네 삼촌이 염동철이든 뭐든, 제아무리 부처님이라 해도 지금 네가 나에게 맞는 것을 막을 수 없어!” 동혁은 염동철을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동혁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지시했다. “용구야, 네 부하들을 데리고 이 도박장 안과 밖, 주차된 차들을 포함해서 부술 수 있는 물건이면 모두 다 부숴라.” 동혁의 말을 듣고 도박꾼들은 모두 안색이 크게 변했다. “사장님, 부수지 마세요. 저건 우리 차입니다. 이 도박장과는 아무 상관없어요.” 모두들 재빨리 동혁을 말렸다. 동혁은 사람들의 말을 무시했다. “당신들은 모두 이곳의 손님입니다. 차가 부서지면 당연히 도박장이 책임져야죠. 나중에 염동완을 찾아와 보상받으세요.” 동혁은 들어오면서 도박장 밖에 고급차가 가득 주차되어 있는 것을 보았다. 다 부숴버리면 염동완은 손해가 엄청날 것이다. ‘이게 다 네 놈이 세화의 차를 부수고 폐차한 벌이야.’ “감히 뭐 하는 거야!” 염동완은 다시 일어섰고, 동혁의 말을 듣고 놀라서 소리쳤다. “나는 이미 삼촌에게 고수를 보내 달라고 했어. 만약 네가 감히 내 도박장을 부수면, 장담하건대 넌 절대로 이 문을 걸어 나올 수 없을 거야!”짝! 염동완은 동혁에게 다시 맞고 날아갔다. 동혁은 염동완의 앞으로 다가가 염동완의 멱살을
[여보, 누가 날 못 가게 막는데? 일단 처리하고 집으로 갈게.] 동혁은 말을 마치자마자 전화를 끊었다. “동혁 씨, 동혁……!” 세화는 애가 타서 통화를 끊자마자, 바로 천미에게 전화를 걸었다. [세화야 정말 미안해. 염동완 그 개X식이 감히 네 차를 부술 줄은 몰랐어. 지금 내가 사람을 데리고 염동완의 도박장으로 가고 있으니, 안심해. 네 원수는 내가 반드시 갚아 줄게!] 전화 맞은편의 천미의 목소리가 살벌했다. 천미는 전에 염동완에게 전화해서 세화의 차를 돌려달라고 했다. 염동완은 천미의 체면을 세워주기는커녕, 뜻밖에도 차를 부쉈고, 동영상으로 전 과정을 천미에게 생중계했다. ‘이거 완전히 날 도발한 거야!’ 성격이 불 같은 천미는 염동완의 도발을 참을 수 없었다. 바로 아무 말도 할 거 없이 사람들을 데리고 도박장으로 달려갔다. “언니, 우리 동혁 씨 좀 살려줘. 지금 동혁 씨가 염동완의 도박장을 다 부수고 있어. 방금 통화 중에 들었는데, 누가 동혁 씨를 집에 못 가게 막은 것 같아. 제발 부탁해!” ‘뭐라고? 죽으려고 미친 거야?’ [세화, 네 바보 같은 남편은, 왜 자꾸 일을 번거롭게 하냐?] [알았어, 최대한 빨리 갈게. 하지만 듣기 싫어도 잘 들어. 내가 도박장에 도착했을 때, 그 바보 같은 놈이 이미 맞아 죽었거나 다쳤을지도 몰라, 그래도 나를 탓하지 마. 그러게 누가 이동혁 그놈 보고 제멋대로 행동하래…….” 천미는 말하는 도중 전화를 끊었다. 세화는 놀라서 얼굴이 창백해졌다. “동혁 씨, 잘 버티다 무사히 집에 돌아와야 해.” 지금 세화가 할 수 있는 것은 동혁이 무사하길 기도하는 것뿐이다. 이때 라원문이 다가와 잔인하게 말했다. “세화야, 네 그 쓸모없는 남편이 죽든 말든, 우리 세영이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네 가족도 잘 지낼 생각은 하지 마!” “그래 맞아. 그러게 처음부터 4억 원을 빌려 염동완에게 줬으면, 아무 일도 없었잖아. 네 가족들이 또 고의로 우리 아들을 죽인 거야!” 서수현도 세
“진 사장 남편? 그럼 진씨 가문의 데릴사위, 그 소문난 바보?” “그냥 닥치고 가만히 있어. 헛소리하지 말고. 죽고 싶으면 우리까지 끌어들이지 말고 너 혼자 죽으라고!” “무서워하기는 무슨! 난 또 어디 대단한 인물인 줄 알았는데, 진씨 가문의 그 바보 사위가 뭐가 무서워? 저 놈이 감히 우리를 어쩌겠어?” “맞아, 거기다 염동철의 미움까지 샀으니, 지금 제 몸 하나도 지키기 어려울걸?” 동혁의 말이 끝나자마자 도박장에서 이곳저곳에서 사람들이 놀라며 수군댔다. 분명히 도박장안의 대다수는 동혁에 대해 들은 적이 있었다. 도박꾼들은 호기심으로 동혁을 쳐다봤다. ‘진씨 가문의 바보 사위라면 H시에서 아주 유명하지.’ ‘어쩐지 저 놈이 겁도 없이 감히 염동철 조카의 도박장을 부수더라니.’ ‘염동철의 미움을 사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게, 믿는 구석이 있어서 그런 것도 아니고, 바보라서 그런 거였어? 역시 무식하면 무서운 게 없지!’ 이 사람들의 눈에 동혁은 이미 죽은 사람으로 보였다. “허허, H시 같은 개천에서도 용이 난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벌레만도 못한 하찮은 놈이군.” 동혁의 정체를 알게 된 천수홍의 눈에서 신중함이 사라졌다. “그럼 이제 말해봐, 동완 도련님의 손해는 어떻게 보상할 작정이지?” 천수홍은 동혁을 내려다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천수홍은 여러 해 동안 염동철을 따라다녔는데, 3대 가문이라면 마주칠 때마다 조금씩 양보해야 하는 존재였다.하지만 동혁은 진씨 가문의 데릴사위일 뿐이다. 아무리 진씨 가문이라 해도, 천수홍은 전혀 안중에도 없었다. 천수홍은 가문의 힘에 따라 그 가문 사람의 힘도 정해진다고 생각했다. 동혁은 여전히 1인 소파에 앉아 유유히 말했다. “염동완이 먼저 내 아내의 차를 부쉈는데, 내가 왜 도박장을 부순 배상을 해야 하지?” 천수홍은 콧방귀를 뀌고, 눈에서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도련님의 신분을 알면서도 감히 내게 이렇게 말을 하다니, 정말 죽고 싶은가 보군.’ “형님, 제가 오
열 명의 무도가가 모두 땅바닥에 쓰러져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이럴 수가!” 그동안 여유를 부리며 태연했던 천수홍은 안색이 변하며 김학수 등을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곧 동혁에게 복수하려고 했던 염동완도 명해져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이 개X식들, 옛날에 내 밑에 있을 때는 뜻밖에도 실력을 숨긴 거였어!” 박용구조차 눈을 부릅뜨며 속으로 욕을 했다. ‘김학수 등이 염동철의 부하 무도가들도 저렇게 쉽게 제압할 수 있는 실력이 있다는 것을 진작에 알았다면, 벌써 다른 거물들을 소탕하고 H시 암흑가를 통일했을 거야.’ 하지만 박용구는 마음속으로 욕을 몇 마디 할 뿐, 감히 입 밖에 내지 못했다. 국외 노병 6명은 동혁을 따라갔고, 이미 동혁과 함께 다른 세계에 살고 있었다. 더 이상 박용구가 마음대로 부릴 수 있는 부하들이 아니다. “저 둘을 내 앞에 데려와.” 동혁은 마침내 일어섰다. 김학수 등은 즉시 달려가 이미 너무 놀라 넋이 나간 천수홍과 염동완 두 사람을 동혁 앞으로 끌고 왔다. “꿇어라!” 역외 노병 두 명이 한 발로 천수홍과 염동완의 무릎을 세게 걷어찼다. 풀썩! 천수홍과 염동완은 무릎을 바닥에 세게 부딪히며 얼굴이 일그러질 정도로 고통을 느꼈다. 동혁은 못마땅한 두 사람의 표정을 보며 웃으며 물었다. “네 놈들이 방금 전에 날 무릎 꿇려 뺨을 때리려 했어?” “날 이렇게 모욕하지 말고 차라리 시원하게 날 죽여라.” 천수홍은 동혁을 매섭게 노려보며 이를 악물고 소리쳤다. 동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죽어라.” 김학수는 삼각칼을 꺼내서 천수홍의 목을 찌르려고 했다. “잠깐만!” 천수홍은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망설임 없이 두 손을 들어 자신의 얼굴을 후려갈겼다. 마치 좌우로 활을 쏘듯 탁탁 소리가 났다. 염동완은 동혁에게 이미 많이 맞아 얼굴이 마비되어서, 더더욱 신경 쓰지 않고, 스스로 뺨을 때렸다. 현장에 있던 모든 도박꾼들은 모두 아연실색하며 이 장면을 지켜봤다. ‘하나는 염동철의
곧 라세영이 끌려 나왔는데, 이미 형편없이 두들겨 맞은 상태였다. 안절부절못하며 동혁을 쳐다보던 염동완은 동혁이 자신을 탓할 뜻이 없음을 깨닫고 마침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라세영은 동혁을 보았는데, 자신을 구해준 동혁에게 전혀 고마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라세영은 기세등등하게 동혁에게 달려들어 따져 묻기 시작했다. “왜 이제야 왔어? 내가 얼마나 심하게 얻어맞았는지 알아? 나중에 세화 누나에게 내 병원비와 위자료를 다 부담시킬 거야!” 짝! 동혁은 뺨을 후려치며 차갑게 말했다. “네 놈이 믿든 말든, 지금 내 한마디면, 도박장 사람들이 너를 여기서 죽일 거야.”라세영은 뺨을 가리고 겁에 질려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동혁이 이 놈이 틀림없이 4억 원을 가지고 와서, 염동완이 날 놓아 준거야.’ ‘그런데 만약 이동혁이 지금 염동완에게 그 돈을 갚지 않는다면, 염동완이 정말 나를 여기서 죽일 거야.’ 라세영의 눈에서는 분노가 타올랐지만, 잠시 울분을 참았다. 동혁은 라세영의 눈에 있는 분노와 독기를 개의치 않고 돌아서서 떠났다. “염동완, 이 개X식 나오라고 해! 이 자식이, 감히 내 자매의 차를 부숴? 이 개X식, 오늘 네 도박장을 다 부숴버리고 네 얼굴도 아작 내주마!” 바로 그때, 문 앞에서 한 여자의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천미는 살기등등하게 걸어 들어왔는데, 뒤에 정장을 입은 남자 10여 명을 데리고 있었다. “어?” 아수라장이 된 도박장을 본 천미는 놀라서 걸음을 멈추었고, 발그스름한 작은 입이 크게 벌어졌다. 곧이어 천미는 얼굴이 돼지머리처럼 부어오른 염동완을 보았다. 천미가 하고 싶은 일을 이미 다른 사람이 먼저 했다. “천미 씨, 이미 늦었어요.” 천미가 예상 못한 상황에 어색해하고 있을 때, 야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천미는 눈을 똑바로 뜨고 보자마자, 갑자기 크게 화가 났다. ‘이동혁 이 자식이 감히 나를 비웃어?’ 천미는 콧방귀를 뀌었다. “이동혁이 넌 뭐 그리 잘난 척이야? 설마 나에게 도박
염동완은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결국 화를 냈다. 어쨌든 염동완은 염동철의 조카이다. 그런데 먼저 동혁에게 뺨을 맞았고, 지금은 천미에게까지 뺨을 맞아서 얼굴이 다 망가졌다. 짝! 천미는 또 염동완의 뺨을 후려치고는 고개를 돌려 떠났다. “얘들아, 가서 썬호텔 전체를 위에서 아래까지 한 번 싹 부숴버려!” “염동완, 이 누님을 잘 기억해 둬! 네 호텔도 내가 부쉈고, 얼굴도 내가 망가뜨렸으니, 복수하고 싶으면 언제든지 덤벼!” 천미는 염동완에게 경고하고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그곳을 떠났다. 하늘 거울 저택. “누나, 매형이 돌아왔어!”천화는 입구를 지키며 두리번거리다가 동혁이 돌아오는 것을 보고 흥분하여 집안을 향해 소리쳤다. 세화가 바로 뛰쳐나왔다. 동혁을 보고는 얼른 다가와서 동혁의 몸을 위아래로 보며 말했다. “동혁 씨, 괜찮은 거야? 도박장 사람들이 동혁 씨를 때리지 않았어?” “아니, 내가 거의 때렸지.” 동혁이 웃으며 말했다. “아무튼 괜찮으니 다행이야.” 불안했던 세화의 마음이 마침내 진정되었다. “여보 미안해. 차가 부서져서 폐차가 되었어. 하지만 내가 이미 염동완에게 배상하라고 했어.” “동혁 씨만 무사히 돌아오면 돼. 차야 부서지면 부서진 거고, 내가 돈 벌어서 한 대 다시 사면 되지.” 세화는 진심으로 말했다. ‘차가 아무리 중요해도 사람보다 중요하지 않아.’ “진정으로 날 생각해 주는 건 여보 밖에 없어.” 동혁은 세화를 자신의 품에 꽉 껴안아 주고 싶었다. ‘이렇게 이것저것 잘 챙겨주는 아내가 있는데, 더 이상 뭘 바라겠어!’ 그때 류혜진과 라원문 부부가 황급히 걸어 나왔다. “이동혁, 우리 세영이는? 설마 아직 도박장에 있는 거야? 넌 밥만 축내고 대체 뭐 하는 놈이야? 지금 여기 돌아올 낯이 있어? 네가 세영이 대신에 거기에 남더라도 세영이를 집으로 돌려보냈어야지!” 동혁의 뒤에 아무도 없자 서수현은 소리를 지르며 동혁을 쏘아붙였다. 동혁이 사람을 심하게 때린다는 것을 몰랐다
왕범현은 배경문이 믿고 있는 스승이었다. 지금 왕범현이 위층에 있는 이상 그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았다. “하하, 감히 골드스타필드에게 내 뺨을 때리는 놈이 있다니?” 선두에 있던 깡패인 판명철이 뺨을 가리고 너무 분노해 웃었다. “야, 알고 있냐. 여기 골드스타필드는 내 형님의 형님이 주인이야. 넌 이제 죽었어.” “네놈 형님의 형님?” 배경문이 눈살을 찌푸리더니 곧이어 안색이 크게 변했다. 골드스타필드에 놀러 오는 사람이라면 이곳이 암흑가 깡패인 김대이의 사업채라는 걸 모두 알고 있었다. 평소에 김대이는 이곳에 머무르고 있었다. ‘이 명철이라는 사람, 설마 김대이의 동생의 동생은 아니겠지?’ 현수린을 비롯한 사람들의 얼굴빛이 순간 안 좋아졌다. 배경문은 갑자기 자신이 건드리면 안 되는 사람을 건드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조금 전까지도 건방진 얼굴을 하고 있던 그는 지금 온몸을 떨며 재빨리 말했다. “그렇군요. 죄송해요, 형님. 전 형님이 김 회장님의 형제분인 줄도 모르고...” “퍽!” 배경문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판명철의 손에 든 술병이 이미 그의 이마에 부딪혀 깨졌다. 배경문은 ‘윽’소리와 함께 바닥에 쓰러졌고 전체에 핏물인지 술인지 알 수 없는 액체가 묻은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며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판명철이 배경문을 세게 걷어찼다. “개X식, 내가 오늘 너의 손목을 부러뜨려주마.” 배경문은 놀라서 정신없는 가운데 고통을 참으며 일어나 무릎을 꿇었다. “형님, 제가 형님을 몰라 뵈었습니다. 제발 한 번만 용서를 해주...” H시 암흑가에서 김대이의 영향력이 너무나 컸기 때문에 배경문은 상대가 김대이의 동생이라는 것을 알고 반항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퍽!” 판명철은 또다시 발로 배경문을 걷어찼다. 그리고는 고개를 돌려 사납게 웃으며 방금 자신이 뺨을 맞았을 때 자신을 비웃었던 현수린 등을 가리켰다. “남자든 여자든 다 잡아. 모두 잡아서 무릎을 꿇리고 뺨을 10대씩 후려갈겨.” 판명철의 뒤에 있던 깡패
몇 명의 남녀가 모두 웃기 시작했다. ‘이따가 범현 형이 저 데릴사위 놈을 혼내는 장면은 정말 재미있을 거야.’ 동혁은 표정을 찡그리며 웃고 있는 몇 명의 남녀에게 뺨을 한 대씩 때려줄까 생각했다. 그때 참지 못한 현소가 동혁보다 먼저 눈을 부릅뜨고 소리쳤다. “당신들이 뭐가 잘났다고 우리 형부를 무시하는 거죠? 우리 형부가 참아 주는 걸 다행으로 생각해요.” 현소는 고개를 돌려 현수를 발로 찼다. “집으로 가자.” “네가 아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좀 봐라. 부모님이 알면 넌 크게 욕먹을 거야.” 이 말을 듣고 배경문 등의 표정이 일순간 보기 흉하게 일그러졌다. 그러나 그들이 뭐라 하기도 전에 현수가 허리를 세우며 말했다. “난 안가. 내 스승님이 아직 오시지 않았잖아.” 현수는 배경문 등이 동혁을 무시하는 것이 이상하다고 여기지 않았다. 그 역시 동혁을 무시하는 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안돼. 빨리 가.” 현소는 화가 나서 현수를 잡아당기며 설득하려고 했다. “어이, 아가씨, 저희랑 술 한잔 하실래요?” 바로 그때 깡패처럼 보이는 사람 몇 명이 술병을 들고 비틀거리며 걸어왔다. 늑대 같은 몇 쌍의 눈빛이 현소의 아름다운 몸매를 훑으며 만지고 싶어 안달하는 모습이었다. 두말할 것도 없이 그들은 현소를 노리고 있었다. 사실 현소가 나타난 순간부터 이 깡패들은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 갑작스럽게 불청객이 오는 바람에 현소는 현수를 계속 설득할 수 없었다. 그녀는 이 무식한 깡패들을 보고 약간 겁을 먹었고 어쩔 줄 몰라하며 말했다. “고, 고마워죠. 하지만 전 술은 마실줄 몰라...” 말이 채 끝나기도 상대에 의해 말이 끊어졌다. “아가씨, 그렇게 남의 호의를 거절하면 안 되죠. 우리가 나쁜 사람처럼 보여서 그래요? 우리는 그저 아가씨와 친구가 되고 싶을 뿐이에요.”선두에 선 판명철이 음흉하게 웃으며 현소의 손을 잡아당기려고 했다. 이 모습을 보고 동혁은 자신이 더 이상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데릴사위라고?” 현수의 말을 들은 현수린 등 몇 명은 믿을 수 없었다. “현수야, 지금 농담하는 거야? 네 매형 옷은 싼 게 아니야. 딱 봐도 수제작 한 옷이라고.” “그리고 그 파텍필립 시계는 최소 2000만 원짜리야. 가짜 같지도 않은데?” “데릴사위이면 어떻게 이런 대접을 받아?” “게다가 네 매형은 딱 봐도 분위기가 못난 데릴사위 같지 않잖아.” 현수린 등은 서로 주절주절 한 마디씩 말했다. 그녀들 생각에 데릴사위는 잘 먹지도 입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여자 집에서 기도 못 펴고 설설 기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라면 그녀들은 눈길조차 주지도 않았다. 동혁은 말들을 듣고 살짝 미소를 지었다. ‘현수 말이 맞는데 이 여자들이 믿지를 않네.’ 동혁이 웃으며 말했다. “현수 말은 사실이고 저는 데릴사위가 맞습니다.” “그리고 당신들 생각도 틀렸어요. 데릴사위라고 해서 여자 집에서의 대우가 다 나쁜 것은 아니에요. 내가 지금 입고 있는 것도 아내가 특별히 날 위해 맞춤 제작한 거예요.” “제 손목시계도 내 아내의 절친이 선물해 준 거고요.” 동혁은 사람들의 인식을 바로잡아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세화는 내게 늘 잘해주는데, 절대 다른 사람들이 안 좋게 생각하게 해서는 안 되지.’ “진짜 데릴사위 맞아요?” 동혁의 말에 현수린 등은 경악했다. 그리고는 동혁에 대한 그들의 태도에서 방금 전 느꼈던 적극성과 호감이 사라졌다. 현수린이 바로 눈을 부릅뜨고 불만을 터뜨렸다. “현수, 너 도대체 이게 뭐 하는 짓이야?” “왜 네 맘대로 아무나 우리 모임에 데려온 건데?” “그래, 네 누나는 예쁘니까, 분위기를 띄우고 범현 오빠를 기분 좋게 할 수 있겠지.” “하지만 데릴사위인 네 사촌 매형이 우리와 함께 놀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현수린의 표정에는 동혁에 대한 경멸의 기색이 역력했고 말투가 거침없으면서 귀에 거슬렸다. “현수, 넌 정말 아직 철이 없어.” 배경문이 선배 티를 내면서 말했다. “너 범현이 형에게 온
“누나, 소개할게. 이쪽은 모두 내 선배님들이야.” “여기는 배경문 형, 이쪽은 현수린 누나...” 현수는 이 젊은 남녀들 앞에서 매우 공손한 태도로 현소에게 차례로 그들을 소개했다. 그러나 이 사람들은 현수의 공손함에도 모두 건성으로 대답했고 심지어 현소가 누군지 알게 되자 태도에서 약간의 불쾌함이 느껴졌다. 특히 빨간 가죽 재킷을 입고 가느다란 허리를 드러낸 미녀인 현수린이 현소를 바라보는 시선이 곧바로 냉랭하게 바뀌더니 조금 더 자세하게 현소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다른 두 여학생 역시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현소야, 네 누나가 정말 예쁘네. 아마 오늘이 지나면 범현 오빠가 너를 수제자로 삼고 중점적으로 키워줄 거 같은데?” 현수린이 약간의 미소와 함께 말했다. 현소는 그 말을 듣고 작고 예쁜 코를 찡그렸는데 왠지 모르게 불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예쁜 게 그 범현이라는 사람이 내 동생을 수제자로 삼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지?’ 여자는 본래 선천적으로 예민하다. 현수린의 표정이 분명하지는 않았지만 상대방이 드러낸 약간의 적개심을 현소는 예리하게 눈치챘다. 그녀는 현수린이 좋은 뜻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고 느꼈다. 동혁은 현수린을 힐끗 쳐다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방금까지 적극적이었던 세 남자는 현소의 정체를 알게 되자 그녀를 뜨겁게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했지만 태도는 그리 반가워하지는 않았다. 심지어 눈빛도 아까보다는 좀 더 수그러들었다. “정말 생기발랄하게 생겼네. 아쉽게도 범현이 형이 마음에 들어 하는 스타일이야. 우리에게 기회는 없을 거 같은데?” “그러게, 괜히 우리가 저 여자를 노렸다가 범현이 형한테 들키기라도 하면 죽을 수 도 있어.” 두 남자가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방금 전 두 사람의 입에서 나온 범현이라는 사람은 그 사람들이 모시는 스승님이었다. 이름은 왕범현이다.둘의 대화를 들어보면 이 왕범현의 성품이 어떤지는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현수가 모르는 것이 있었다. 그의 선배들은 명목
동혁은 현수가 눈을 가느다랗게 뜨며 자신을 보자 현수가 여전히 자신을 믿지 못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동혁은 태연하게 대답했다. “그래.” “하하, 그러다 정말로 죽을 수 도 있어요.” 현수는 시큰둥하게 입을 삐죽거리며 거들먹거렸다. “우리 스승님이 어떤 분인지 알아요? 그분은 그냥 깡패가 아니에요. H시 전체에서도 적수를 몇 명 찾을 수 없다고요.” “내가 장담하는데 가면 얻어맞을 수 도 있어요. 그런데도 정말 갈 거예요?” 현수는 도발하는 눈빛으로 동혁을 보며 다시 한번 물었다. 동혁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가 그렇게 말하니까 내가 더더욱 그 고수님의 실력을 보고 싶네.” “좋아요. 그럼 같이 가요.” 현수는 이를 갈며 독기 가늑한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스승님께 수업을 받게 해 드리죠. 그러면 어른을 공경하는 게 어떤 건지 잘 알게 될 거예요.” 동혁은 여러 차례 현수의 아버지인 장영도를 벌주게 했고, 며칠 전 태백산장에 갈 때에는 운전기사로 삼았다. 그 일로 현수는 마음속에서 동혁에 대한 원한을 품고 있었고 줄곧 그를 혼내주고 싶어 했다. 현소는 현수가 나쁜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알고 다시 한번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현수, 너 내가 경고하는데, 네가 감히 형부를 함부로 대하면, 그때 가서도 내가 너를 가만히 두는지 잘 봐.” 현수가 자기 스승을 고수라고 말하는 것에 대해 현소는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다. 그녀는 동혁의 실력을 믿었고 동생인 현수가 허풍을 떨고 있다고 느꼈다. ‘아직 어린 녀석이니 다 고수처럼 보이겠지.’ “난 그저 가지 말라고 주의를 준거야. 그리고 내가 아빠 대신 화풀이를 하려는 게 뭐가 잘못됐어?” 현수가 중얼거렸다. “내가 며칠 열심히 수련해서 직접 천화를 흠씬 두들겨 팰 거야. 그리고서 그놈이 내게 용서를 구하게 만들 거야.” 천화가 설전룡을 따라 무술을 익힌 후로 현수는 매번 말다툼이 있을 때마다 천화를 어찌할 수 없었다. 그래서 요즘은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해 스승을 모
천미는 이미 서진만이 직원을 시켜 수십억을 빼돌리도록 지시한 일을 알게 되었다. 특히 그녀를 더욱 화나게 한 것은 이런 큰 일을 강오그룹이 있는 직원을 통해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원화투자회사는 지금껏 천미에게 아무것도 보고한 적이 없었다. 다른 사람이 사장이고 이런 일을 스스로 처리할 수 없다면 일찌감치 해고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지금 사장은 천미가 조금도 마음에 들지 않지만 해고할 수 도 없는 동혁이었다. ‘처음부터 일을 잘 처리할 능력이 있다고 믿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일을 숨기고 내게 보고조차 하지 않다니.’ 천미는 너무나 화가 났다. “심 사장님 오셨어요? 이 사장님께서는 나가신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소식을 듣고 달려온 송소빈이 말했다. “회사 일을 처리하러 갔나요?” 천미의 말투가 좋지 않아 송소빈은 이상하게 여겼지만 차분히 대답했다. “사장님께서 개인적인 일을 처리하러 간다고 하셨어요.” “이런!” 예쁜 천미의 얼굴이 분노로 순식간에 검붉게 변했다. “이런 놈에게 어떻게 회사를 맡겨서 경영을 해? 첫 출근 날부터 큰일이 생겼는데 개인일을 보러 나갔다고? 그러고도 회사 사장을 맡을 면목이 있어?” ... 동혁은 이미 회사를 떠나서 회사 내의 일은 모르고 있었다. 그는 회사를 떠나 바로 하늘 거울 저택으로 돌아왔다. “형부, 빨리 오셨네요.” 현소가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동혁을 발견하고 반가워하며 뛰어왔다. 동혁은 현소의 생기발랄한 모습이 좋아 보였다. 동혁이 물었다. “나를 어디로 데려가려고?” “저도 몰라요. 현수가 저하고 어디 좀 같이 가자고 했거든요.” 현소가 앙증맞은 작은 코를 찡그리며 말했다. “그 녀석이 요즘 뭘 하고 다니는지 모르겠어요. 갑자기 천화를 이기겠다고 난리법석을 떨지 모예요.” “밖에서 대단한 스승을 만나 하루 종일 무술을 수련한다나?” “부모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에요. 괜히 나쁜 사람이라도 만나서 이상한 걸 잘못 배웠을까 봐요. 마침 현수의 그 스승이 저를 보고
“알겠어요. 아빠. 좋은 소식 들려드릴게요.” 오반석은 천진난만하게 대답했다. 사무실에서 나가려다 그는 다시 고개를 돌려 말했다. “참, 아빠, 그 천용훈도 제 친한 형이에요. 일전에 이동혁과 부딪혔을 때 잘만됐어도 그놈을 제대로 처리할 수 있었어요.” “그때 갑자기 하 선생이라는 인간이 튀어나오지만 않았어도 성공했을 거예요.” “나중에 형 소속사가 혜성그룹과 화해하려고 형을 쫓아냈는데 아빠가 절 봐서 형 좀 도와주세요.” 오한민은 이번 실패가 여간 달갑지 않았다. 아까부터 어떻게 원화투자회사의 그 2조 자금을 자기 소유로 삼을지 계속 궁리하고 있었다. 오반석의 말을 들은 그는 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최근 한 연예기획사에 투자했는데 연예인이 부족하니 그 사람 보고 계약하라고 해.” ... 서진만을 감옥에 보내 동혁은 단번에 원화투자회사에서 자신의 최고 입지를 굳혔다. “송 이사, 직원들과 잘 살펴보고 투자할 만한 좋은 프로젝트를 알아봐요.” 사장실에서 동혁이 송소빈을 불러 분부했다. ‘투자회사에 이렇게 많은 자금이 있는데 그냥 썩게 둘 수 없지.’ 동혁은 좋은 프로젝트를 골라 투자해 성과를 내서 나름 세화의 기대에 부응할 계획이었다. 이어서 일부 회사 임원들이 와서 업무 보고를 했다. 동혁은 회사 업무의 방향성만 신경 쓰고 임원들이 보고하는 사소한 것에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동혁이 임원에게 요구하는 건 간단했다. “제 밑에서 일하면서 두 가지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첫째, 전 당신들의 일에 관여하지 않고 결과만 볼 겁니다.” “둘째, 절대 서진만처럼 자신이 똑똑하다고 자만하지 마세요.” 임원들을 가볍게 격려한 후 동혁은 그들을 돌려보냈다. 바로 그때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그는 휴대폰 화면에서 뜻밖에도 현소의 이름을 보고는 웃으며 전화를 받았다. “그래 현소야, 무슨 일이야?” [형부, 저하고 함께 어디 좀 같이 가주시겠어요?] 맞은편에서 들려오는 현소의 부드럽고 애교 가득한 목소리가 동혁의 마음에
전에 다른 H국 사람들 앞에서 오만방자하게 날뛰던 대니얼이 오한민에게 꾸중을 듣더니 뜻밖에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니얼은 정말로 가만히 입을 닫았다. 그가 골스 가문의 구성원이기는 했지만 가문의 핵심 구성원은 아니었다. 게다가 H국에 오기 전에 잘못을 저질러 가문에서 쫓겨나 Y국에서는 더 이상 지낼 수 없었다. 때문에 골스 가문 사람이라는 신분은 그에게 많은 이득을 가져다주지 못했다. 그가 영사관 사람들과 친하게 지낼 수 있고 스탠슨 같은 사람에게 자신을 도와달라고 할 수 있는 건 사실 모두 오한민의 지원 덕분이었다. N도 이씨 가문의 돈세탁 조력자로서 오한민은 N도에서 상류층에 속했다. 그래서 H국 사람이든 외국인이든 모두 그에게 잘 보이려고 했다. “부사장님, 그 이동혁이 골스 재단을 무시한 대가를 반드시 치르게 할 겁니다. 그러니 내게 시간을 줘요.” 대니얼은 오한민의 지원이 없다면 아무도 자신을 상대하려 하지 않을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서둘러 오한민의 비위를 맞추며 약속했다. “나중에 얘기해요.” 오한민은 어두운 표정으로 손을 내저었다. ‘일이 이렇게 된 이상 대니얼에게 계속 뭐라 하는 건 무의미해.’ 오한민은 가죽 소파에 다시 앉아 골치 아픈 표정으로 자신의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N도 이씨 가문은 오한민을 통해 동혁에게 3일 이내에 이천성을 돌려보내라고 경고했었다. 오한민은 원래 이 3일의 시간을 활용해 원화투자회사의 2조 자금을 손에 넣고 그것을 이씨 가문 몰래 챙기려고 했다. 그는 대니얼이라는 이름을 빌려 자금이 들어오면 해외에서 돌리다가 감쪽같이 자신의 해외 계좌로 입금할 계획을 세웠다. 그러면서 겸사겸사 동혁도 붙잡아서 순순히 이천성을 N도로 돌려보내게 하려 했다.. ‘계획대로라면 모두 만족할 수 있었는데.’ ‘계획은 이제 물 건너갔고 이씨 가문에서 준 3일의 시간도 곧 끝나.’ 오한민은 자신이 동혁을 너무 우습게 봤다는 걸 인정했다. ‘아무래도 이씨 가문에 뭔가 상황 설명을 해야 할
“이런 쳐 죽일 H국 인간 놈, 네놈이 감히 우리 골스 가문을 모욕하다니.” 대니얼은 동혁의 말에 완전히 격노하여 얼굴이 울그락붉으락 했다. “골스재단은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는 Y국 10대 재단 중 하나야.” “2조의 자금을 가지고 있다고 그렇게 거만 떨 수 있을 거 같아?” “네놈 같은 졸부는 우리 골스재단의 말단 직원보다도 못해.” 대니얼은 마치 꼬리를 밟힌 강아지처럼 동혁을 향해 발을 동동 구르며 소리쳤다. 그러나 그의 과민반응은 동혁에게 아무런 영향이 없었다. “그래 봤자 무릎을 꿇고 투자해 달라고 빌어야 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을 겁니다.” 동혁이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자 대니얼은 안색이 변하며 다시 뭔가 말하려고 했다. 하지만 동혁은 더 이상 말할 틈을 주지 않고 표정을 굳히며 말했다.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하죠.” “당신 때문에 내 인내심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당장 내 회사에서 나가요.” 대니얼은 분노로 몸을 떨었다. 그는 H국에 온 이후로 지금까지 이런 대우를 받은 적이 없었다. 오늘까지 동혁에게 체면을 구기는 수모를 당한 게 두 번이었다. 대니얼이 펄쩍 뛰며 소리쳤다. “H국 인간 놈, 골스재단과의 계약은 서 이사님이 너희 회사를 대표해 우리와 협의한 거야. 그런데 지금 와서 너 때문에 번복된다면 재계에서 회사 신용이 영향을 받을까 두렵지 않나 보...” 짝! 대니얼이 뺨을 세게 한 대 맞았다. 그는 소리를 질렀고 뺨을 가린 채 동혁을 노려보았다. “개X식, 감히 나를 때려?” “뭐, 이게 처음도 아니잖아요.” 동혁은 가볍게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회사 신용, 내가 그런 걸 신경 쓸 것 같나요?” ‘돈 있는 사람이 갑이야.’ ‘내가 2조의 자금을 쥐고 있는 만큼 프로젝트가 있는 기업들에서 찾아와 내게 투자를 청할 수밖에 없지.’ ‘서진만처럼 무릎을 꿇고 투자해 달라고 하는 비굴한 무리는 어떻게 해도 결국 비굴하게 나올 수밖에 없어.’ 동혁은 달려오는 회사 경호원을 힐끗 쳐다보더니 담담히 말했다